2013. 4. 4. 15:49

《 “랜드연구소가 1960년대에 예측했던 미래 기술이 얼마나 실현됐는지 2000년대 초에 자체 점검할 기회가 있었다. 우리가 예상한 트랜지스터 컴퓨터 등 모든 게 현실이 됐다. 더 놀라웠던 건 우리가 예측하지 못했던 인터넷과 구글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미국 랜드(RAND)연구소 출신으로 ‘미래학자 1세대’로 분류되는 테드 고든 퓨처스그룹 설립자(82)는 2030년에 도래할 기술과 관련해 1000명의 의사보다 뛰어난 ‘슈퍼컴퓨터 의사’와 전 세계 인구의 지능을 합친 것보다 더 뛰어난 ‘브레인 파워 컴퓨터’ 등 공상과학영화에나 나올 법한 기술이 사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말 가능하냐’고 묻자 고든은 “여든을 넘으며 깨달은 것은 다가오지 않을 것 같던 미래가 어김없이 옆에 와있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허먼 칸(1922∼1983), 앨빈 토플러(85), 존 나이스비트(84) 등과 함께 미래학을 태동시킨 인물. 미래학자들의 모임인 세계미래사회(WFS)는 2010년 ‘올해의 미래학자상’을 제정하면서 초대 수상자로 고든을 선정했다. WFS는 “미래학자 1세대 가운데 지금도 가장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그와의 인터뷰는 지난해 12월 14일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진 코네티컷 주 뉴타운에서 불과 50분 거리에 있는 ‘올드라임’ 자택에서 진행됐다. 》
―앞으로 다가올 가장 큰 인류의 도전과 위협은 무엇인가.

“같은 얘기를 세 분야에서 해보겠다.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같은 얘기다. 북한 이란 등 이른바 ‘불량국가(Rogue State)’의 국가 단위 핵 확산이 큰 위협이다. 현재의 경제 정치적 제재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전문가들이 이들의 태도를 바꿀 방법을 찾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또 다른 도전과제는….

“여러 과제가 있겠지만 최근 미래학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이른바 ‘개인대량살상무기(SIMAD)’ 문제다. 당신은 지금 뉴타운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현장을 들렀다고 했는데…. 범인이 6, 7세 초등학생을 죽인 무기는 미군이 사용하는 ‘부시마스터’라는 반자동 소총이다. 10∼20년 뒤 개인이 획득할 수 있는 무기는 이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우려된다. 핵무기는 어렵겠지만 개인이 생화학무기 등으로 많은 사람을 살상하는 시기가 올 것이다. 나머지 분야는 개인이 시스템을 파괴하는 위험 문제다. 모든 방화벽에 침입해 금융시스템을 다운시킬 수도 있다.”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얘긴데….

“그게 영화 속 얘기라고 생각하나. 지금도 해커라면 내 컴퓨터에 침입해 내 서명이 담긴 중요한 문서를 수백만 명에게 메일로 보낼 수 있다. 영화에서 많이 본 장면이지만 이미 그런 세상은 다가오고 있다.”

―이런 위협에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뉴타운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이 불안정하다는 것을 모친뿐 아니라 주위에서 모두 알았다. 대량살상 사건을 일으킬 수 있는 개인을 모니터링하고 예방하는 것이 각 정부뿐 아니라 시민사회의 톱 이슈가 될 것이다.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지만 더 큰 인류 평화를 위해 필요한 일이다.”

―다가올 가장 큰 기술 변화는 무엇일까.

“눈에 보이는 것은 컴퓨터의 발전 속도가 기하급수적이라는 점이다. 단위 면적당 칩의 용량은 물론이고 모든 분야에서 로켓의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컴퓨터가 인간의 지능을 갖게 될 시대가 곧 올 것이다. 컴퓨터가 모든 인구의 지능을 합친 것보다 뛰어난 브레인파워를 갖는 순간 우리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상상하기 쉽지 않다. 과연 그런 시대가 온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우리가 현재 가고 있는 길과 가고자 하는 길의 격차를 줄이는 게 정말 중요하다. 컴퓨터가 인간 지능을 갖는 시대가 인류에게 재앙이 아니라 도움이 되도록 미리 준비해야 한다. 강력한 컴퓨터 파워는 인간이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를 풀어줄 수 있다.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세계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그런 시대엔 정부의 역할도 변해야 하나.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다. 부패 안전 국방 문제에 안전장치를 갖춰야 한다. 북한에 대한 제재 결과도 컴퓨터를 활용하면 훨씬 잘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각국 정부는 미래 예측과 대비에 컴퓨터 등 첨단기술을 더 많이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인간 지능 컴퓨터 외에 눈길을 끌 만한 기술은 뭔가.

“‘제퍼디’(미국 퀴즈 프로그램)에서 최고 점수를 얻은 사람과 IBM 컴퓨터가 대결했는데 IBM 컴퓨터가 이겼다. 이런 컴퓨터의 능력 확장이 의료산업에 대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각종 진단자료를 바탕으로 어떤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지, 어떻게 예방할지 미리 알려주는 시대가 올 것이다. 1000명의 의사보다 더 잘 진단하는 ‘컴퓨터 의사’가 나올 것이라는 얘기다.”

―아직 찾아오지 않은 기술 중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방대한 자료를 모아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이 현실화될 것이다. 최근 빅 데이터(Big data)에서 그 가능성이 보인다. 인과관계가 분명한 물리학은 예측 가능 단계에 도달했지만 사회 현상은 예측하기 어렵다. 앞으론 대용량 데이터를 바탕으로 데이터 상관관계를 분석해 사회 변화를 미리 조망할 수 있는 기술이 나올 것이다. 또 하나 관심을 가질 기술은 극소형 카메라와 카메라에 찍힌 이미지를 인공지능 기술로 분석하는 소프트웨어의 등장이다. 영국 런던 시내에 카메라 50만 개가 있다. 이것을 100배, 1000배, 1만 배로 늘리면 어떤 세상이 올까. 누가 어디에서 뭘 하고 어디로 가는지 모두 알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다.”

―프라이버시가 사라진다는 얘긴가.

“그때엔 프라이버시의 의미가 달라질 것이다. 내 프라이버시를 보호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할 수도 있을 것이다.”

―조지 오웰의 ‘빅 브러더(Big Brother)’ 시대가 도래하는 것처럼 들린다.

“오웰은 ‘빅 브러더’를 인간을 통제하는 부정적 의미로 묘사했다. 내가 말하는 것은 ‘좋은(Good) 빅 브러더’다. 똑같은 정보를 사회 개선에 쓰자는 것이다. 경찰서와 소방서가 관할 지역을 소형 카메라와 소프트웨어로 면밀히 관찰하면 각종 사고를 조기에 예방할 수 있다.”

―한국은 이런 기술 실현에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나.

“한국은 첨단기술 개발에 크게 기여했다. 세계 기술이 매우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선두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이익 창출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필요에 의한 R&D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기술이 나쁘게 사용될 가능성과 그 결과를 미리 시스템에 입력해 이를 예방하는 기술을 개발하라고 한국 기업들에 제안하고 싶다.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나는 이미 미 정부와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즉 기술이 잘못 사용될 것에 대비한 ‘백신 기술’을 준비하라는 얘기다. 나는 이를 ‘책임 기술 개발(RTD)’이라 부른다. 기술 오용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막을 기술을 한국 기업이 앞서 개발한다면 당장은 아니겠지만 10∼20년 뒤에 큰 이익을 누릴 수 있다.”

―삼성 등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2030년에도 세계를 선도할 수 있을까.

“그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당장의 이익을 생각하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어떤 기술이 인류와 세계를 더 풍요롭게 만들 것인지 고민해야 살아남는다.”

―한국 기업의 글로벌화를 위한 박근혜 새 정부의 과제는 무엇인가.

“당연한 얘기처럼 들리겠지만 기초기술 개발은 국가의 몫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 이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한국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나.

“가장 큰 과제인 통일은 상당한 경제적 부담이 될 것이다. 한국 정부는 경제적 역사적 분석, 게임 모델 등 동원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남북통일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가져다줄 경제적 부담과 혜택을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게임 모델’로 ‘한국이 만약 북한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싱크탱크를 정부 또는 정부 산하 기구로 꾸릴 필요가 있다.”

―향후 떠오를 나라는….

“이미 중국은 부상하고 있다. 다음 주자는 브라질이 될 것이다. 상당한 천연자원에 인적 자원도 뛰어나다. 인도는 확신할 수 없다. 인구와 종교의 문제가 발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최근 저서에서 기후변화, 에너지 고갈 등 인류의 도전과제 15개를 제시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어느 하나를 우선시하면 다른 과제에서 누수가 생긴다. 서로 밀접하게 얽혀 있는 과제들이어서 총체적인(holistic)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한꺼번에 이 문제들을 다루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런 접근이 필요하다.”

―미래학 1세대인데….

“미래의 방향을 미리 바꿀 수 있다면 인류는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 우리는 매 순간 그런 기회를 모른 채 지나간다. 명백한 건 단 하나의 미래는 없다는 것이다. 인류가 현재 가고 있는 방향과 정말 가려는 방향의 격차를 메우는 것이 미래학자들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미래학자 1세대로서 인류에게 중요한 변화의 기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2030년을 내다본다면….

“매우 빠른 속도로 변하는 글로벌 사회에서 미래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중요한 기점은 5년 뒤 또는 2020년, 2025년에도 찾아올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세계 인구가 90억∼100억 명의 정점을 찍은 뒤 그 이후 급격히 감소할 2050년이 매우 흥미로운 기점이라고 생각한다.”

―왜 흥미롭다고 보는가.

“섹스가 없는 사회가 올 수 있다. 일본에선 이미 휴머노이드 로봇이 이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웃음)”

:: 테드 고든은 ::

노벨상 역대 수상자만 30명이 넘는 미국 최대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에서 15년간 일하면서 국방전략에서 미래학으로 눈을 돌렸다. 그는 랜드연구소가 국방전략을 짜기 위해 개발한 ‘델파이 기법’을 사회과학 분야와 접목해 대중화한 주인공. 전문가 의견을 모아 사회현상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델파이 기법’에 온라인을 활용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한 ‘리얼타임 델파이 기법’을 2004년에 개발해 내놓았다. 미국 내 첫 미래연구 회사에 해당하는 ‘퓨처스그룹’을 1971년 설립한 그는 20년간 최고경영자(CEO) 및 이사회 의장을 지냈다. 그는 1996년 유엔의 지원을 받는 비정부기구(NGO)인 유엔미래포럼을 만들었다. 그는 이 포럼에서 진행하는 유엔 밀레니엄 프로젝트에 현재 선임연구원으로 참여 중이다. 비행기 조종과 ‘무선 햄(HAM)’을 취미라고 말하는 그에게선 공대 출신의 이력이 자연스레 묻어난다. 저서로는 ‘미래’ ‘갈등하는 아이디어’ ‘시간에 앞서서’ ‘수명을 연장하는 기술’ 등이 있으며 주요 매체에 활발하게 기고하고 있다.

올드라임=박현진 특파원



http://news.donga.com/3/all/20130113/522743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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