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있는삶'에 해당되는 글 1071건

  1. 2013.04.04 [서소문 포럼] 이런 대통령을 바란다
  2. 2013.04.04 <데스크 칼럼 - 이해준> 혼돈 속에 핀 문화의 희망
  3. 2013.04.04 [시론] 붕어빵 교육은 경쟁력이 없다
  4. 2013.04.04 [경제초점] '창조적 기업가 정신' 가진 사람 重用하자
  5. 2013.04.04 [발언대] 문화로 관광의 質 높인 뉴욕을 배우자
  6. 2013.04.04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38] 스토리텔링이 낳은 '북극의 산타 마을'
  7. 2013.04.04 [기고/12월 25일] 지대파(知臺派) 시진핑
  8. 2013.04.04 [초대석]아랍에미리트 원전건설 현장서 만난 한필순 한국원자력연구소 고문
  9. 2013.04.04 [시론/김진현]‘기적의 나라’ 대한민국을 실체로 만나다
  10. 2013.04.04 [기고] 스마트기술로 민생 현안 풀자
  11. 2013.04.04 [경제 view &] 도약이냐 정체냐 … 새 대통령이 30년을 좌우한다
  12. 2013.04.04 [기고] 베트남과 더 친해지려면
  13. 2013.04.04 [삶과 문화/12월 20일] 그들의 대통령, 우리의 대통령
  14. 2013.04.04 [손태규의 ‘직필직론’]<8>트위터가 부른 민주주의의 위기
  15. 2013.04.04 [기고/림 일]김정일 1주기에 맞춘 ‘미사일 쇼’
  16. 2013.04.04 [발언대] 경로당을 생산적인 '일터'로 바꾸자
  17. 2013.04.04 [기고/윤영두]한국 왔던 관광객, 다시 오게 하려면
  18. 2013.04.04 [홍찬식 칼럼]문화대통령을 갖고 싶다
  19. 2013.04.04 [김수길 칼럼] 낙선자를 위하여
  20. 2013.04.04 [경제초점] '태극기로 지구를 덮자'는 40년 전 광고 카피
2013. 4. 4. 15:17

취임 직후 전국이 시위에 휩싸인다면 신임 대통령은 어떻게 할까? 힘으로 진압한다면 일은 간단하겠지만 독선적이란 평가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요구를 대충 들어주고 달래서 해산시키려 든다면 욕은 덜 듣겠지만 남은 임기 내내 반대파에 끌려다닐 수 있다. 거의 5년 전 한국을 휩쓸었던 광우병 촛불시위 때 우리는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선택을 목격했다.

그런데 비슷한 상황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리더십을 보여준 지도자가 있다. 칠레의 첫 여성 대통령(2006~2010 재임)이자 라틴 아메리카에서 남편 후광 없이 집권한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미첼 바첼레트(61)가 주인공이다. 2006년 3월 11일 취임한 바첼레트는 그해 4월 공교육 개혁을 요구하는 학생시위로 골머리를 앓았다. 5월이 되자 79만 명이 동시에 수업을 거부하고 대형 시위를 벌였다. 취임 초 65%를 넘나들던 대통령 지지율은 40% 중반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런데도 바첼레트 대통령은 거리에 쏟아져 나오는 시위대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강제진압 명령을 내리지도, 적당히 타협하는 미봉책도 선택하지 않았다. 대신 “시위는 내가 미처 몰랐던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할 일을 새롭게 찾을 수 있는 기회”라며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조했다. 그는 전국의 모든 정파·종교·인종·지역을 망라한 전문가·교사·학부모에 학생 대표까지 참여하는 교육개혁자문위원회를 구성해 해법 마련을 일임했다. 그러자 시위가 그쳤고 학생들은 학교로 돌아갔다. 그해 12월 자문위 최종 보고서가 나왔고 이는 교육개혁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이로써 바첼레트는 칠레에서 30년 만에 처음 벌어진 대규모 시위사태를 충돌의 장이 아닌 각계각층의 목소리와 의견을 모으는 대통합·대타협의 장으로 바꿔놓은 정치력을 인정받았다. 바첼레트의 리더십을 연구해온 울산대 이순주(중남미 정치학) 교수는 “‘국민은 투표할 권리만 원하는 것이 아니라 주장할 권리도 원한다’는 취임사 내용을 고스란히 실천에 옮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한쪽 편만 들지 않고 생각이 다른 국민 사이의 갈등 해결을 대통령의 임무로 기꺼이 받아들인 것이 바첼레트 리더십의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바첼레트는 2002~2004년 중남미 최초의 여성 국방장관 때도 이런 대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줬다. 봉급이 적은 군인들에게 연금을 보장해주고 원하는 장비와 해외평화유지군 파병 기회를 제공했다. 그러자 군부 수장인 육군참모총장이 스스로 “다시는 군이 민주주의를 뒤엎지 않겠다”고 공개 선언했다. 군인들에게 원하는 것을 주고 국가 과제인 정치 중립을 얻어낸 것이다.

하지만 바첼레트는 필요할 때는 한껏 단호했다. 교육개혁자문위가 한창 활동 중이던 2006년 8월 2000여 명의 학생이 시위 도중 경찰에 돌을 던지자 최루탄과 물대포 등으로 강경 진압했다. 쿠데타로 집권했던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 대통령이 그해 12월 숨지자 독재자에게 국장은 어울리지 않는다며 군사장을 명령했고, 군 기지 외에는 조기 게양도 거부했다.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며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고 대신 여성 국방장관을 정부 대표로 보냈다.

학생시위 때처럼 국민대타협을 내세울 때와 피노체트의 장례식처럼 원칙을 앞세울 때를 구분할 줄 아는 융통성 있는 리더십은 바첼레트를 대통합의 지도자로 만든 힘이 됐다. 그는 2010년 84%의 지지율 속에 성공한 대통령으로 퇴임했다. 선거 때 자신을 찍지 않았던 유권자의 과반수가 퇴임 때는 지지로 돌아섰다는 이야기다. 이 정도는 돼야 대통합의 리더십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조만간 첫 여성 대통령을 맞는 한국에서도 대타협·대통합이란 말이 들리기 시작한다. 박근혜 당선인이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고루 존중하면서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해야만 이룰 수 있는 목표다. 선거에서 자신에게 투표하지 않았던 국민의 지지까지 얻어내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대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이를 대통령이 할 일로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멀리 칠레에 좋은 참고사례도 있지 않은가.



채인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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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겟업
2013. 4. 4. 14:28

유난히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는 가운데 2012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심각한 경제난과 취업난, 총선과 대선으로 어느 해보다 어수선했고 그만큼 생활이 팍팍했다. 정치개혁이나 경제민주화 같은 거대담론들이 국민의 정신을 쏙 빼놓았고, 나라를 둘로 갈라놓은 대선 결과와 최악의 세대 간 분열을 섬뜩한 심정으로 지켜봐야 했다. 승자와 패자 모두 같은 심정이었고, 같이 상처를 입었다. 앞을 분간하기 어려운 혼돈이 가득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희망의 씨앗은 있는 법이다. 한국문화가 그중 하나다.

한국문화는 올해 지독한 경기불황과 혼란 속에서 오히려 최고의 부흥기를 맞았다. 특히 대중문화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K-팝(Pop) 열풍이 지구촌 곳곳으로 확산됐다.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유튜브 조회수 10억뷰를 넘고 빌보드 차트에서 7주 연속 2위를 기록했다. 김기덕 감독은 ‘피에타’로 세계 3대 영화제의 하나인 베네치아(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거머쥐었다.

 주목되는 점은 국민들의 문화에 대한 욕구다. 국민들은 영화관으로, 공연장으로 향했다. 영화의 경우 올해 입장객 2억명, 극장 매출 1조50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사상 최고 기록이다. 뮤지컬 입장객도 25% 정도 늘어났고, 관련 매출도 사상 최고를 기록할 전망이다. 예술성과 대중성이 있는 공연의 경우 표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다. 올해 경제성장률 2%대에 비추어 아주 이례적이다.

살아가기도 어려운데 국민들이 영화관과 공연장을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측면의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는 한국 대중문화의 수준이 향상되고 콘텐츠가 다양화돼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했기 때문이다. 한국 대중문화의 질적 발전이라는 문화적 해석이다. 둘째는 살기가 팍팍해지자 문화에서 위안을 찾으려 했다는 측면을 들 수 있다. 문화의 효용성에 대한 사회적 해석이다.

이 두 가지, 즉 문화적 요인과 사회ㆍ경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한국문화의 르네상스가 이뤄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욕구와 라이프 스타일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끼니를 걱정해야 하고 일자리에 목을 매야 하는 절박함이 많지만, 이제 문화적 욕구가 본격화하는 단계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국민소득이 1만5000~2만달러를 넘어서면 행복의 척도가 물질적 측면에서 문화적ㆍ정신적 욕구의 충족으로 변화하게 되는데, 지금의 한국사회가 그 단계에 접근했다는 얘기다. 그것이 불경기 속에서도 문화의 부흥을 가능하게 했다. 

내년에 출범하는 새 정부는 국민 행복을 모토로 삼고 있다. 국민을 어떻게 행복하게 할 것인가. 물질적 욕망은 끝이 없다. 현 정부처럼 경제성장을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빈곤층 해소, 소외계층 및 사회적 약자들을 보듬는 정책과 함께 국민들의 고통과 상처를 위로하고 치유할 수 있는 문화를 육성하고 함께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국민의 욕구에 부응하는 것이다. 즐거움과 기쁨, 희망을 주는 문화 콘텐츠는 지금처럼 어려울 때 더욱 필요한 법이다. 



이해준 문화부장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21227000275&md=20121230004138_AP



Posted by 겟업
2013. 4. 4. 14:27

지난 수십 년간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중·고교의 과잉 학력 경쟁과 사교육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대학 입시제도를 다시 단순화하겠다고 한다.

안식년 기간에 필자의 아이는 미국 보스턴 교외의 공립 고등학교에 다니며 사교육 없이 일 년을 지냈다. 고등학생들이 마치 대학생처럼 자기가 선택한 과목에 따라 반을 옮겨가며 공부하는 것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렇기 때문에 등·하교 시간도 일정치 않고, 수업과 수업 사이에 때로 빈 시간도 생긴다. 그렇지만 실력이 낮으면 쉬운 과목을 선택해서 들을 수 있고, 공부를 잘하는 학생의 경우는 대학교 1학년 과목까지 미리 배울 수 있다. 그래서 너무 쉽거나 어려운 과목을 억지로 들으며 수업시간에 잠을 자는 일은 별로 없다.

미국 고교는 무엇보다도 체육과 예술활동에 열성이다. 학교에는 표준 육상트랙도 있고, 미식축구 경기장, 아이스링크까지 있다. 미식축구팀도 두 팀이나 운영하고 있는데, 축구팀 학생들이라고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 학년 전체가 참가하는 음악회를 일 년에 네 번 개최하는데 꽤 비싼 입장료를 받지만 빈자리가 없다. 이 학교 학생들은 매년 명문대학도 많이 진학하는데, 입시 전형에서 체육과 예술활동이 중요 평가항목으로 고려되기 때문으로 생각한다.

우리의 경우 과거 수십 년간 대학 입시제도가 계속 바뀌어 왔지만, 신기하게도 중·고등학교 교육이 변한 것은 별로 없다. 수십 년 전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같은 반 학생들은 종일 거의 같은 과목을 배운다. 외국의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일본·중국·대만·인도·그리스는 우리와 같이 아직 반별 교육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해 핀란드·영국·프랑스 등의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는 학생이 과목을 선택해서 매 시간마다 반을 이동하고 있다.

우리 학생과 학부모들의 학교 만족도가 낮은 이유는 당연하다. 반별 획일 교육이 다양하고 수준에 맞는 내용을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학력 과열경쟁에 몸살을 앓는 것도 오직 가두어 놓고 공부만 시키는 닭장식 교육의 필연적 결과다. 우리뿐만 아니라 중국과 인도도 현재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왕따 등이 큰 문제가 되는데, 학생들이 음악과 체육 등 협력의 중요함을 배울 기회가 적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입학사정관제가 겉도는 것도 학생을 평가할 요소가 학교 점수 말고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평등교육은 이미 그 폐해가 엄청나다. 대학을 졸업해도 자립심은 부족하고, 고시와 공무원시험 줄에 합류해야만 정신적 안도감을 얻는 세대를 양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획일적 수업이 지속되는 가장 큰 이유는 값싸고 쉬운 교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선택과목을 늘리거나 일 년에 음악회를 몇 번이나 열어야 한다면 당연히 교사 부담이 커진다. 미국은 우리보다 잘사는 나라이지만 저소득 가정을 빼고는 학생 급식이 무료가 아니다. 한정된 예산의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오히려 학교는 학부모들에게 기부금을 수시로 간청한다. 단 기부금 모금은 개별 학교가 아닌 교육구청에서 주관해서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다. 음악회와 체육경기 등에서는 학부모들이 티켓의 판매와 행사준비를 주도한다.

사람은 붕어빵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획일 교육은 경쟁력이 없다. 저예산 획일적 공교육에 체념하고 공짜점심에 박수 치며 사교육을 우리 아이의 생존전략으로 삼을 것인가, 아니면 내가 먼저 학교에 노력과 돈을 기부하고, 교사가 분발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예산을 늘려가며 학생들의 다양한 성공에 투자하도록 할 것인가. 오직 학교의 무상급식과 입시제도 개편에만 초점을 맞추는 교육대책은 안이하고 퇴행적이다.


성 원 용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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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4. 4. 14:26

깊은 수렁에 빠지는 한국 경제, 내우외환 위기를 극복하려면 
최고의 인재 적재적소 배치를… 수십 년 감투 쓴 사람들 대신 
사회적 책임 의식 품은 인재가 삶에 혜택 주는 가치 만들어야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다음 날부터 갖가지 주문들이 쏟아지고 있다. 하나같이 풀기 힘든 문제이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달라고 하고, 주부들은 물가 안정을, 노령층은 노후 생활 안정을 부탁한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횡포로 빚어진 시장의 불공정과 불균형을 시정해달라고 요구하고, 대기업은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달라'며 규제를 없애달라고 말한다. 박 당선인은 저출산·고령화 사회를 대비하면서 비정규직과 청년 실업 문제도 함께 풀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세상의 어떤 뛰어난 지도자도 점점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는 한국 경제를 단숨에 살릴 묘약(妙藥)을 찾아낼 수는 없다. 지금 우리 경제는 바닥을 향해 침몰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면서 재벌 계열사를 제외하고 중견 건설사들은 거의 다 망했다. 1000조원에 달하는 가계 부채의 부담이 늘면서 금융회사의 연쇄 파산 가능성이라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기업의 수출 환경은 더 나빠지고 있다. 원화 강세가 장기화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재정 위기는 몇 년 안에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경쟁국인 일본은 엔화를 마구 찍어서라도 엔화 약세를 만들어 수출 경쟁력을 되찾겠다고 벼르고 있다.

박 당선인이 내우외환(內憂外患)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최고의 인재를 적재 적소에 배치하는 것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세종대왕 리더십의 핵심을 두 가지로 정리했다. 하나는 세종대왕이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한시도 잊지 않는 겸손함의 소유자였다는 것이다. 둘째는 곳곳에 인재가 있으므로 그런 인재를 등용하고 의견을 듣는 것이 리더의 임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세종대왕은 집현전이라는 창의적인 두뇌를 가진 엘리트 집단과 목표를 공유하고, 같이 토론하면서 최적의 대안을 찾아갔다. 이렇게 나온 결정을 황희 정승 같은 훌륭한 경영진이 뛰어난 경륜을 바탕으로 뚝심 있게 밀고 나갔다.

박 당선인이 어떤 인재를 어느 자리에 쓸지 결정하는 것은 한국 경제의 생사를 좌우할 중요한 과제이다. 우리 사회에는 훌륭한 실력을 가진 인재가 의외로 많다. 오디션 프로그램인 'K팝스타 시즌 2'를 보면 우리나라에 이렇게 노래 잘하고, 춤 잘 추고, 작곡 능력이 뛰어난 어린 인재가 넘쳐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란다. 한국 경제의 운명은 전두환·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대통령 때 장관 자리를 돌려가면서 수십년간 감투를 쓴 분들이 아니라 정말 새로운 인재들이 맡았으면 한다. 그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이제는 제발 은퇴하셔서 후배들이 제 뜻을 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셨으면 한다.

박근혜 당선인의 철학을 이해하는 측근 참모들이 새 정부에 들어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측근으로만 중요한 자리를 채운다면 5년 뒤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과 똑같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박 당선인이 중용해야 할 인재는 '앙트러프러너십(Entrepreneurship·창조적 기업가 정신)'을 가진 사람이다. 사회적인 책임 의식을 가지고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사람이다. 국민의 삶에 혜택을 줄 수 있는 새로운 것을 만들겠다는 마음가짐에, 급변하는 트렌드를 앞서 읽는 통찰력과 비전을 겸비한 인물이다. 조선시대로 비유하자면 세종대왕을 모시고 한글을 만들겠다고 덤벼든 집현전 학사 같은 기개 있는 인재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로 발돋움하느냐, 1만달러에 주저앉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대공황을 이겨낸 루스벨트 대통령이나 영국병을 고친 마거릿 대처 총리 같은 새로운 리더십을 박근혜 당선인에게 기대해본다.


김영수 조선경제i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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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4. 4. 14:26

맨해튼과 브루클린, 브롱크스는 뉴욕을 가보지 않은 사람들에게조차 익숙한 이름이다. 이 같은 유명세 덕분에 뉴욕은 한 해 4000만명의 내국인과 1000만명 이상의 외국인이 찾는 세계적 관광지로도 이름 높다. 하지만 뉴욕은 로마나 파리처럼 역사적 유적으로 유명한 도시도 아니고, 스위스처럼 빼어난 자연환경으로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곳도 아니다. 전통적 관광자원의 관점에서 볼 때 빈약한 뉴욕이지만 해마다 관광산업으로 31만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하고 315억달러의 수입을 거두고 있다.

올해 사상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1000만명을 돌파했다고 해서 관광산업의 질적 성장에 관해 다양한 담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뉴욕이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고 생각한다. 바로 문화적 자산을 관광에 접목시킨 것이다. 필자는 오랫동안 상사 주재원으로 근무하면서 스펙트럼처럼 켜켜이 쌓인 뉴욕의 문화적 자산들을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었다.

먼저 '유브 갓 메일'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킹콩' 같이 뉴욕을 배경으로 한 세계적 흥행 영화들이 큰 역할을 했다. 여기에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의 클래식 공연뿐 아니라 브로드웨이 뮤지컬처럼 대중성 높은 공연들이 다양하게 발달돼 있다. 또 루브르 미술관, 브리티시 뮤지엄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2만여 소장품으로 유명한 뉴욕 현대미술관, 현대 추상미술을 이끄는 구겐하임 미술관 등이 있다. 미술 애호가뿐 아니라 관광객들 사이에 꼭 들러야 할 곳으로 꼽힌다. 이러한 문화관광은 재방문율, 체류 기간, 1인당 소비금액을 크게 늘려주기 때문에 관광산업의 질적 성장에 필수적인 요소다.

우리나라도 시설 면에서는 뉴욕의 공연 시설이나 미술관에 비해 크게 뒤질 것 없다. 예술의전당, 국립현대미술관, 블루스퀘어(뮤지컬 공연장) 등이 있다. 문제는 이러한 시설을 운영하고 문화관광 상품화하는 소프트웨어가 아직 한 단계 도약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 지휘자인 정명훈이 있음에도 서울시립교향악단을 관광 상품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현재 GDP의 5.2%에 불과한 관광 산업 비중을 세계 평균인 9.1% 수준으로 증가시키려면 저가·단순 관광에서 고가·문화 관광으로 질적인 성장을 이끄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이승창 전 대우일렉트로닉스 대표이사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2/25/201212250139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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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4. 4. 14:25

핀란드 북쪽 끝 라플란드주의 수도인 로바니에미(Rovaniemi)에는 연중 많은 인파가 몰려들지만 크리스마스철이면 더욱 붐빈다. 헬싱키에서 열차로 10시간이나 걸리는 먼 여정에도 사람들이 이 도시를 찾는 이유는 살아 있는 산타클로스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20세기 초 산타가 이곳을 자신의 거처라고 선언한 스토리텔링에 따라 도심에서 8㎞쯤 떨어진 한적한 숲 속에 '산타클로스 빌리지'가 조성되었다.

이 마을의 중심에 있는 크리스마스 하우스는 이국적으로 디자인되어 방문객들이 정말 산타의 고장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의 특성 등을 고려하여 지붕을 뾰족하게 만든 3층 규모의 하우스에는 산타 집무실, 산타 우체국, 크리스마스 전시장은 물론 식당·기념품점 등 부대 시설들을 입주시켜 방문객들이 의미 있는 경험을 하도록 디자인되었다. 산타 할아버지는 매일 집무실에 출근하여 방문객들을 맞아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낸다. 1950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산타 우체국에서는 산타가 한 해에 받는 700만통의 우편물 중 약 2%를 골라 답장을 보내는데, 특별히 디자인된 소인을 사용하여 인기가 높다.

 '로바니에미 산타클로스 마을' - 눈이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 첨탑형으로 디자인한 크리스마스 하우스. 위 사진은 타파니 타랄리가 1950년 디자인한 산타 우체국의 소인.
해마다 2월에는 로바니에미 지역개발청과 라플란드대학교가 북극의 생활을 주제로 '디자인 위크'를 개최하여 디자인 세미나, 워크숍, 전시회 등을 갖는다. 북극권 지역이라 한겨울이면 영하 38도의 한파가 몰아치지만 밤이면 신비로운 오로라가 나타나는 산타 빌리지는 '경험 디자인'의 명소(名所)가 되고 있다. 경험 디자인이란 장소나 시설을 통해 사람들이 새로운 체험을 하게 하는 디자인이다. 지난해 33만명이 방문했는데, 그중 85%가 외국 관광객이었다. 인구 6만여명의 이 작은 도시에서 관광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비중이 40%나 된다.

정경원 카이스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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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4. 4. 14:24

"중화민족은 위대한 민족이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 지난달 15일 중국 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에서, 중국의 미래 10년을 이끌 5세대 지도부로 선출된 시진핑 중국 공산당 신임 총서기의 민족주의적 성향이 느껴지는 취임 연설내용이다. 시진핑은 당 중앙군사위 주석직도 승계함으로써, 당과 군을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최고 지도자로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우리가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지한파'나 '태자당' 출신이 아닌 '지대파'(知臺派) 시진핑 시대라는 점이다. 

시진핑은 1985년부터 2002년까지 17년간 푸젠성에서 공직생활을 하며 샤먼시 부시장부터 푸젠성 부성장까지 역임했다. 푸젠성은 대만해협을 사이에 두고 대만과 마주보며 최단거리 2km로 대만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고, 경제 특구개설 등으로 대만상인들의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진 '심리적'으로도 가장 가까운 양안(兩岸)교류의 요충지이다. 특히 시진핑은 임기 중 대만자본 투자유치를 진두지휘 했을 뿐만 아니라, 양안간의 직접교역을 시범적으로 실행한 소3통을 성공시켜 오늘날 양안 교류의 물꼬를 튼 장본인이다. 이미 대만에선 부인의 친척들이 대만에 거주하고 있는 배경까지 소개하며, 친대만 중국 지도자라며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우리가 이런 '대만통'시진핑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대만이 우리와 대중국 수출 상위 20개 품목 중 14개가 겹치고, 글로벌무대에서도 가장 큰 경쟁국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삼성의 최대고객사인 애플이 최근 삼성과의 특허 소송과 견제 전략으로 선택한 기업도 대만의 반도체 회사 TSMC이다. 이미 대만은 2010년 중국과 FTA에 해당하는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등 지금까지 총 18개의 협의를 체결하며 '차이완'(차이나+타이완)이라는 밀월 관계를 형성하며 중국경제발전의 최대 수혜국으로 부상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방해로 주춤했던 외교의 보폭도 차근차근 넓히며 일본과 무역투자진흥협약을 체결했고, 최근엔 쇠고기 수입 이슈로 중단됐던 미국과의 무역투자기본협정(TIFA) 협상재개를 준비하고 있다. 이런 적극적인 행보는 지난 정부가 정치 이데올로기에 국력을 낭비하는 동안, 최대 경쟁국인 한국이 G20 개최와 한미 FTA 체결 등의 실적에 자극과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래 10년을 책임질 중국의 새 지도자가 친대만파라면 양안경제 협력의 시너지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며, 이는 분명 한국경제에 영향을 줄 것이다. 벌써부터 세계 1위인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에 2위인 대만이 최근 중국과의 연합으로 패권을 넘보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대만은 92년 혈맹국이라 믿었던 한국에게 일방적으로 단교를 당한 후, 줄곧 '타도 한국'을 외쳐왔다. 특히 최근 국제무대에서 양국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지며 한국에 대한 경계심은 더욱 높아져왔다. 우리경제가 지난 10여 년간 수차례의 위기를 잘 극복하고 눈부신 발전을 한 데는 양안관계의 긴장으로 인한 반사이익도 있었음을 부정하긴 어렵다. 이제는 양안관계 개선을 바탕으로 국제무대에서 기지개를 펴며 '황금 10년'을 준비하는 대만의 행보와 중화민족의 부흥을 강조하며 이를 적극 지원사격 할 '지대파' 시진핑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지 않던가. 제 아무리 친한 친구(한국)여도 가족(대만)이 우선일 것이다. 지한파라며 들뜬 기대보단, 대만의 경쟁력 제고가 우리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지 않도록 한중일 FTA협상과 대만과의 관계 개선 등 다양하고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이다. 한중 수교 20주년에 묻혀버진 한-대만 단교 20주년을 맞이해 5대 교역국인 옛 친구에게 관심을 갖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손정우 대만국립정치대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12/h201212242102012406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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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4. 4. 14:14



1985년 여름 미국 국무부 핵감시국장이 전문가 6명을 이끌고 한필순 한국에너지연구소(한국원자력연구원 전신) 소장(79)을 찾아왔다. 이들은 범죄 수사를 하듯 연구시설을 샅샅이 뒤졌다. 핵연료 기술을 미국이 아니라 독일에서 도입하기로 결정한 데 대한 항의성 방문이었다. 이들은 떠나면서 “미국 일류 대학 출신이 왜 이렇게 많으냐”라고 따졌다. 한 소장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욕구는 먹고사는 문제다. 밥을 지어 먹으려면 불이 있어야 된다. 한국은 석유 한 방울 안 나온다. 석탄은 저질탄밖에 없다. 에너지 문제는 생존권과 관련된 것이다. 최고 엘리트들이 모여 있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맞받아쳤다. 

지금으로부터 꼭 3년 전인 2009년 12월, 한국은 원자력 분야에서 역사적인 이정표를 세웠다. 아랍에미리트(UAE)가 추진하는 원전 건설 사업에 프랑스 미국 일본이라는 막강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수출 경험이 전혀 없는 한국전력 컨소시엄이 선정된 것이다. 

이 사업은 2020년까지 총 4기의 원전을 건설하는 200억 달러(부가사업을 포함하면 400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다. 한국형 ‘원자력 연탄(핵연료)’과 ‘원자력 아궁이(원자력발전소)’를 통째로 수출하는 것이다. 지금은 한국원자력연구원 고문인 한 박사는 우리나라 원전 시스템 대부분을 총괄한 주인공이다. 한국 원자력은 모두 그의 구상과 지휘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1월 이명박 대통령이 아부다비의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왕세자와 함께 착공 기념식에 참석한 직후 기자는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아부다비를 방문한 한 고문 일행과 현장을 찾았다. UAE 서쪽 끝 바라카 지역의 페르시아 만을 낀 광활한 사막에 자리 잡은 원전건설 현장은 우리나라 신월성 원전 터의 4배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였다. 기자는 서울로 돌아오기 직전인 5일 한 고문과 마주앉았다. 

―현장을 둘러본 소감은….

“어마어마하다. 거대한 공룡을 보는 것 같다.”

한 고문은 건물 20층 높이로 들어설 원자로 격납용기를 보고 거대한 공룡을 떠올렸다고 한다. 현재 공정 25%인 격납시설에 들어갈 철제 원형 격납용기는 지름 60m에 무게만 해도 1600t. 초대형 크레인으로 이 ‘공룡’을 번쩍 들어 격납시설에 옮기고 그 속에 원자로를 넣은 뒤 격납시설을 완공하게 된다. 미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원전 기술을 절묘하게 배합한 ‘한국형 원전’이다. 한 고문은 “한국형 원전이 머나먼 중동의 사막에서 차례차례 조립되는 모습을 보니 감개무량하다”라고 했다. 

―석유가 펑펑 나는 나라가 왜 원전을 만드나.

“누가 봐도 UAE는 지금 당장 원전을 건설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원유 매장량이 세계 4위, 가스 매장량이 세계 3위이니 말이다. 불과 50∼60년 전만 하더라도 사막에서 대추야자를 재배하거나 바닷가에서 진주조개를 캐던 극빈층 국민이 어느 날 갑자기 석유를 발견하면서 세계 최고 부호로 수직 상승했다. 하지만 석유가 주는 호사(豪奢)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미래의 에너지로 원자력을 선택한 것이다.”

―태양도 뜨겁고 바람도 많은데 이걸 이용하면 안 되나.

“왜 검토하지 않았겠나? 그쪽 투자도 어마어마한 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태양과 바람만으로는 실용적인 에너지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현재의 석유와 미래 재생에너지 사이의 간격을 메워 줄 에너지로 원자력을 택한 것이다.”

한 고문은 “이 나라는 2030년까지 에너지 수요를 석유·가스 3분의 1, 원자력 3분의 1, 재생에너지 3분의 1로 분담하는 에너지믹스(Energy Mix) 계획이 있다”라고 소개했다. 

“UAE의 셰이크 자이드 국왕은 석유만으로 미래의 발전을 더는 도모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부다비를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탈바꿈시킨다는 ‘아부다비 플랜 2030’을 발표했다. 미국 구겐하임미술관,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영국 대영박물관의 분원을 아부다비에 유치하여 석유가 고갈되는 먼 미래에 아부다비가 세계적인 관광지로 먹고살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이다. 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석유는 아껴서 비싸게 수출하고, 필요한 에너지는 원자력과 재생 에너지로 분담하는 에너지믹스 전략을 세운 거다.”

―다른 중동 국가들은 어떤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요르단 같은 나라도 원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도자를 잘 만나야 한다. 석유가 풍부한 주변 국가들을 보라. 석유가 많다고 다 잘사는 건 아니다. UAE나 카타르처럼 빠르게 발전하는 나라가 있고, 시리아 리비아 이라크처럼 뒤처지는 나라도 있다.”

―요르단이 건설하겠다는 원자로는 발전용이 아니라 연구용이지 않은가.

“요르단은 중동에서 석유가 나지 않는 유일한 나라다. 국가 재정의 대부분을 관광 수입과 외국의 원조에 의존한다. 자원도 없고 가난하다. 요르단은 에너지를 거의 대부분 수입하는데, 자립하기로 하고 압둘라 2세 국왕의 주도 아래 2040년까지 원자력으로 30%를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국도 UAE를 통해 해외 실적을 갖춘 만큼 요르단의 원전 계획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 이와 함께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대우건설과 함께 2014년 가동을 목표로 요르단과학기술대학교(JUST)에 연구용 원자로를 설치하는 프로젝트로 현지 경험을 쌓고 있다.”

―UAE는 왜 한국을 파트너로 결정했나. 

“기술 자립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에 원전 기술 자립 경험이 있는 한국에 후한 점수를 준 것 같다. 첨단 기술의 집합체인 원전은 인공위성에 버금갈 정도로 기술 집약도가 굉장히 높은 사업이다. UAE는 칼리파대를 통해 한국 전문가들을 받아 원전 운영에 필요한 기술을 교육하고 훈련할 만큼 기술 자립 의지가 대단히 강하다.”

―처음에는 프랑스 아레바 내정설이 퍼졌었다. 

“사실이다. 그 소식을 듣고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무함마드 왕세자에게 전화를 걸어 포괄적인 협력을 제안한 뒤 왕세자 초청으로 아부다비를 방문하고 그랜드 모스크까지 참배했다. 기독교 장로인 이 대통령이 이슬람 사원까지 참배한 것은 쉽지 않은 용단이었으리라 본다. 와서 보니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참 좋다. UAE와 한국이 마치 형제국처럼 가까워진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난 뒤 세계적으로 원전 계획을 축소하는 분위기다.

“여기서는 후쿠시마 같은 원전 사고에 대한 우려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평화롭고 차근차근 진행되는 게 오히려 신기할 정도다. 원전에서 대형 사고가 나면 반핵 분위기로 돌아서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조금만 길게, 또 크게 보면 일본의 사고는 한국에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한 고문은 “1986년 소련의 체르노빌 사고로 우리나라가 덕을 본 게 적지 않다”라고 털어놓았다. 체르노빌 사고로 세계 각국이 반핵 분위기로 돌아서자 웨스팅하우스를 비롯한 선진국의 원전 업체들이 기술을 헐값에 넘겨줬기 때문에 한국형 핵연료와 원자력발전소 개발이 가능했다는 이야기다. 

“이제 후쿠시마 덕을 볼 차례다. 일본이 후쿠시마 사고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면 안전설계에 대한 기술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체르노빌 사고에도 불구하고 원전 기술을 계속 향상시킨 경험이 바라카 원전을 수주할 수 있게 했듯이,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안전 기술을 새로운 차원에서 확보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원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매우 높다. 이번 선거에서 야당은 원전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쓰나미가 위험한 게 아니라 안전불감증이 위험한 거다. 또 원전이 위험한 게 아니라 문화가 위험한 거다. 정전 은폐, 입찰 비리, 납품 비리, 마약 복용, 시험 성적서 위조…. 이 쓰레기 같은 비리를 조금이라도 묵인하고 용인하는 문화 말이다. 엄정하게, 정말 엄정하게 다뤄야 원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원자력을 과연 미래의 에너지로 제시할 수 있나.

“석유가 펑펑 나는 이 나라가 고민하는 주제는 ‘후손을 위해 아껴 둬야 할 자원을 마구 태워 물이나 전기로 만들 필요가 있나’ 하는 것이다. 정유해서 석유화학제품이나 의약품을 만들면 훨씬 더 가치가 높은데 말이다. 자원은 ‘고귀한 용도(Noble Use)’로 사용할 수도 있고, ‘비천한 용도(Humble Use)’로 사용할 수도 있다. 원자력도 마찬가지다. 발전(發電)을 비롯해서 치료용 가공용 연구용으로 고귀하게 사용할 수도 있지만, 핵폐기물이나 대량 살상무기로 후손에게 엄청난 부담과 재앙을 주는 살벌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 자원이 다 그렇듯 원자력도 ‘고귀한 용도’로 사용해야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지 않겠는가.”


■ 한필순 고문은… 한국형 원자로-핵연료 개발주도 ‘원자력의 대부’

1933 년 평남 강서 출신으로 공군장교(공사 5기)로 시작하여 서울대(물리학)를 졸업한 뒤 미국 일리노이대와 캘리포니아대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0년대에는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개발한 한국형 수류탄, 낙하산, 방탄 헬멧, 벌컨포, 각종 레이저 무기 등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쳐 국산화됐다고 할 정도로 황무지나 다름없는 한국의 국방 기술을 자립시켰다.

1984년부터 한국원자력연구소장을 맡아 최장수 재임 기록을 세운 7년 동안 한국형 원자로와 한국형 핵연료를 개발하여 ‘원자력의 대부’로 꼽힌다. 1992년 우리나라 과학자로는 유일하게 프랑스의 최고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받았다. 1997년 환갑이 넘은 나이에 환경정화기계 회사인 ㈜가이아를 설립하여 중국의 기술자문역을 맡기도 했다. 

대덕연구단지의 중견 과학자 모임인 대덕클럽을 만들어 회장을 지냈으며, 2011년부터 한국원자력연구원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허두영 과학동아 편집인



http://news.donga.com/3/all/20121224/51799382/1

Posted by 겟업
2013. 4. 4. 14:13

대한민국이 지난 64년간 이룩한 성취는 가히 20세기 세계사적 혁명이다. 아프리카 대륙을 넘어 중동, 중앙아시아, 인도양을 거쳐 중국, 한반도, 동남아시아에 이르는 제3세계 국가의 지도를 살펴보자. 

특히 1945년 이후 독립한 140개 가까운, 이른바 후진국 세계에서 정치민주화, 시민자유, 언론자유, 근대경제성장(1인당 소득, 산업구조 고도화), 교육과 과학기술의 선진화, 사회적 다원성이라는 근대화와 문명성을 완벽하게 성취한 ‘유일’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몇 나라 중의 하나가 아니라 유일한 나라이다. 

투표와 후보등록의 자유, 표현과 미디어 발생의 자유, 주거 선택과 이동의 자유, 여권 발급과 해외여행의 자유, 제약이 없는 교육기회 상승, 그리고 1인당 소득 2만 달러를 넘는 나라…제3세계에는 아무도 없다. 제3세계 국가 중 1만 달러 이상인 나라가 유엔 가입 기준으로 6개쯤 있지만 민주주의, 근대경제성장, 사회문화적 다원성이라는 기준을 충족한 나라는 없다. 영국의 산업혁명, 프랑스의 공화정혁명, 러시아의 공산주의혁명, 미국의 대중사회혁명이 있듯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대한민국의 근대화 성취는 ‘대한민국 근대화혁명’이다. 

더구나 대한민국 탄생 전후의 역사는 제3세계 그 어느 나라의 근대화 과정보다 가혹했다. 맨땅에 맨주먹이었다. 1950년대 1인당 소득은 고작 60∼70달러로 이보다 더 가난한 나라를 찾기 힘들었다. 18∼20세기 전반 제국주의 식민시대, 한두 차례 국제전쟁에 휘말리고 건국 과정에 내전이 전개된 나라들이 있었지만 한국같이 4개 국제전쟁(청일전쟁, 러일전쟁, 2차 대전, 6·25전쟁)의 직접적 피해 당사국으로서 때로는 인구의 20%가 희생되는, 그렇게까지 큰 비극을 치른 나라는 없다. 


26일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문열어

더욱이 역사적 갈등 관계였던 비(非)서양, 비백인, 일본 군국제국주의의 식민지로서 말, 글, 이름을 빼앗긴 특수한 고통까지 겪고 광복은 독립의 기쁨이 아닌 분단의 상처로 왔다. 개화, 근대화, 서세동점(西勢東漸) 앞에 ‘최후의 은둔국’이었던 한반도는 대한민국의 개국에서 비로소 ‘대한민국 근대화혁명’의 길을 열었다. 4·19, 5·16, 5·18 등 현대사의 질곡을 거치며 절차에서의 민주화와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뤘다. 

26일 문을 여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옛 문화체육관광부 청사)은 19세기 말 개항기부터 현재까지 대한민국의 역사를 보여주는 국내 최초의 국립 근현대 박물관이다. 1945년 이후 세계 문명사에서 독특하며 유일한 위치를 차지하는 대한민국 근대화혁명을 담은 종합현대사 박물관이다. 20일 언론에 공개된 박물관은 그야말로 20세기 한국사의 자취가 집대성됐다. 

우선 단군 이래 우리 역사의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근대, 현대의 세계사적 관점에서도 위대한 기록이고 독창적 성취이고, 어찌 보면 기적 같은 대한민국 근대화혁명의 궤적을 통합성 지속성에서 전시하려 노력했다.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문화 교육 과학기술 체육…각 당사자의 자랑 욕구에서가 아니라 이들이 결합하고 선후 연관된 종합·통합적 발전으로 해석하려 했다. 각 주체의 영웅주의적 사관에서 탈피해 국민, 시민 전체의 노력과 성취이며 내생적 외생적 요인의 통합이라는 관점에 서려 했다. 따라서 산업화 민주화를 분절적으로 나누지 않고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한 묶음으로 통합하였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사실 기록과 최첨단의 영상기술을 통해 시민들은 ‘우리, 오늘에 이른 근대화혁명’을 시계열로 관찰하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비교의 안목에서 이해하게 될 것이다. 1층 로비에는 47인치 발광다이오드(LED) 모니터 72대로 장식된 ‘무빙 월(moving wall)’이 끈기나 열정 같은 한국인의 문화유전자, 한국의 사계(四季) 등을 주제로 한 3∼5분짜리 영상을 보여주고 오른쪽 방에는 천장에 붙은 센서 밑에서 관람자가 손으로 허공을 가르면 전면 벽에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을 소개하는 동영상 설명문이 보인다.

이 같은 첨단 전시기술은 소모적 이념, 체제, 역사논쟁을 완화 및 제거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특히 제3세계 국민들에게는 그들이 가야 할 길의 거울이요 봉화가 될 것이다. 


20세기 한국사의 자취 집대성

한 가지 간절한 바람이 있다. 

앞으로 용산으로 가는 주한 미국대사관 자리까지 합치게 될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통일의 날을 바라보며 광화문에서 종각에 이르는 광화문 동쪽을 ‘역사, 통일’ 기념관으로 연장하고 서쪽은 어차피 헐어야 할 종합청사에서 세종문화회관과 종각 맞은편에 이르는 거리를 ‘문화예술’ 공간으로 정비했으면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서울은 600년의 역사와 문화와 산과 큰 강이 둘러싸고 더불어 사는 세계 ‘유일한’ 수도, 대도시로서의 부상을 보게 될 것이다. 

파리 런던 베를린 모스크바 카이로 뉴델리 베이징 도쿄 워싱턴… 그 어디에도 없는 대한민국의 서울. 그 중심 광화문에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세계의 ‘근대화혁명 박물관’으로 더욱 현현될 것이다.


김진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개관위원장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http://news.donga.com/3/all/20121222/517748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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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4. 4. 14:12

대한민국은 지금 풀어야 할 사회적 난제와 민생 현안들로 넘쳐나고 있다. 일자리, 성장, 복지, 교육, 고령화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갖가지 구호와 논쟁이 난무했던 대선 직후여서 그런지, 이들 사회 현안이 더 큰 숙제로 느껴진다. 새 정부는 쉽게 풀리지 않는 사회 현안들을 가득 짊어진 채 출발하게 될 것이다. 이런 난제들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여러 전문가·당국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왔지만 워낙 복잡다단하게 얽혀 있는 문제들이어서 아직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방법, 더 나은 방법의 모색이 정말 절실한 시점이다.

국가경쟁력 1위를 자랑하는 핀란드를 자세히 관찰해 보면 새로운 해결방법을 엿볼 수 있다. 『핀란드 경쟁력 100』이라는 책에는 아주 작은 창의적인 생각들이 모여 어떻게 난제를 해결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지 자세히 적혀 있다. 소소한 생활 속 아이디어부터 국가 행정 시스템까지 오늘날 핀란드를 있게 한 다양한 사회 혁신 시스템과 프로세스가 소개돼 있다. 창의적·개방형 아이디어의 대표적인 예가 21세의 청년 리누스 토르발스가 개발한 정보기기 운영체계인 ‘리눅스’다.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배포되고 프로그램 소스 코드도 공개돼 전 세계의 사랑을 받았다. 이 밖에 자살예방국가 프로젝트, 평생교육, 부정부패척결 프로젝트 등도 핀란드가 직면한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한 사례다.

사회 혁신은 기존 방식으로 해결하기 어렵거나 새롭게 발생하는 문제를 ‘창의적 방식(new ideas)’으로 푸는 것을 말한다. 국민이 적극 참여해 낸 창의적 아이디어로 크고 작은 문제의 해법을 찾는 것이 바로 사회 혁신의 핵심이다. 최근 각종 글로벌 위기가 터져나오면서 세계 각국은 골치 아픈 문제를 헤쳐나가는 방법으로 사회 혁신을 도입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소위 ‘제4의 물결’이라는 스마트혁명의 중심에 서 있다. 이 혁명을 이끌어가는 핵심 원동력이 인간중심 가치를 향한 스마트기술이다. 그동안 이 똑똑한 기술은 우리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으며 앞으로도 더 많은 변혁을 이끌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는 스마트기술을 활용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데만 관심을 두었다. 최근 들어 스마트기술은 인간 중심을 지향하며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스마트기술을 기반으로 개방·협력의 장이 형성되고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모여 결과적으로 사람을 더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일례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범죄예측지도(crime map) 프로젝트는 다양한 사람이 참여해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각종 범죄를 사전에 방지하고 해결한 사례다. 경찰청이 과거 8년간의 범죄발생 지역과 유형을 세밀하게 분석해 향후 발생 가능한 범죄를 예측하고, 그 결과를 지역 내 지리정보에 반영해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 범죄예측지도는 범죄율 감소에 기여했고, 지역 거주민들은 생활 속 범죄정보를 사전에 인지해 스스로 예방할 수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다. 자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빅데이터 분석 기반의 예방정책을 마련한다거나, 지능형 CCTV를 설치해 방범 능력을 크게 향상시키는 등 다양한 스마트기술 기반의 사회 현안 해법이 모색되고 있다. 앞으로 스마트기술을 잘 이용하면 분야를 뛰어넘는 융합적 혁신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것이다. 우리가 풀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난제도 조그마한 아이디어를 모아 실천하면 커다란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더 새롭고, 더 나은 방식인 ‘스마트 기반의 사회 혁신’이다.

국가 차원의 혁신전략에 국민의 창조력과 창의력이 더해진다면 우리는 ‘스마트 기반의 사회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특히 IT 강국으로서 우리의 강점을 잘 활용한다면 경제문제 해결과 일자리 창출, 범죄·재난 예방 등을 아주 적은 비용으로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불확실·고위험의 위기 시대를 맞아 이를 기회로 바꾸는 스마트 리더십이 필요하다.


김 성 태 한국정보화진흥원장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0240872&cloc=olink|article|default

Posted by 겟업
2013. 4. 4. 14:11

한 세대는 보통 30년이다. 사람이 태어나 서른 살이 되면 사회에서 제 몫을 할 나이가 시작된다.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고 한 시대의 새 사람이 옛사람을 바꾼다(長江後浪推前浪 一代新人換舊人)’는 말처럼 이전 세대는 새 세대의 등장과 함께 서서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하지만 앞선 세대는 그들이 남긴 족적에 따라 후세대에게 평가를 받는다. 그것은 되찾고 싶은 영광의 시대일 수도, 지워버리고 싶은 치욕의 시대일 수도 있다.

역사를 보면 한 세대의 대응에 따라 국가의 운명이 결정됨을 알 수 있다. 독일은 19세기 중반까지 수십 개의 군소 국가로 분열돼 있었다. 그러다 19세기 후반 프로이센 재상에 오른 비스마르크의 강력한 추진력에 힘입어 강대국인 오스트리아·프랑스와의 전쟁에서 연이어 승리하고 마침내 1871년 통일을 이룬다. 이후 독일은 국가 주도의 공업 육성 정책을 통해 산업화에도 성공한다. 철혈재상 비스마르크의 재임기간은 1862년부터 1890년까지 약 30년이다. 한 세대 만에 독일을 세계 열강의 하나로 끌어올린 것이다.

일본은 1854년 페리 제독의 위협에 굴복해 강제 개항을 한다. 잠시 혼란이 있었으나 메이지 유신(1867년)을 통해 극복한다. 이후 일본은 발 빠르게 근대국가, 산업국가로 변신해 나간다. 1895년 청일전쟁의 승리는 일본이 동아시아 최강국으로 등극했음을 세계에 과시한 사건이다. 메이지 유신부터 청일전쟁까지는 겨우 30년, 한 세대가 걸렸을 뿐이다.

반면에 우리에게 구한말 30년은 뼈아픈 역사로 기록된다. 강화도조약(1876년)에 의한 개국은 메이지 유신 10년 후였다. 일본은 구미의 선진문물을 배우기 위해 1871년 이와쿠라 사절단을 보냈는데 조선 역시 그 10년 후 조사시찰단을 파견했다. 당시의 10년 차이는 충분히 극복 가능한 시간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조선은 시대 흐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결국 국권상실로 이어진다.

우리에게 부끄러운 선배 세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경제개발을 시작한 1962년부터 문민정부가 출범한 1993년까지 30년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함께 이룩한 시대다. 아프리카 최빈국보다 가난했던 나라가 그 30년 사이에 선진국의 문턱까지 올라섰다.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는 비아냥을 받던 나라가 이 기간에 민주주의를 정착시켰다. 불과 한 세대 만에 이뤄낸 비약이다.

범위를 기업으로 국한해도 한 세대의 힘을 알 수 있다. 삼성전자는 83년 반도체 사업에 과감히 도전해 30년 후 세계 최고의 전자·정보통신 기업으로 올라섰다. 현대자동차는 76년 에콰도르에 포니 다섯 대를 처음 수출한 이래 30년 만인 2006년 세계 6위의 자동차 회사로 발돋움했다. 모두 한 세대 동안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기업의 구성원이 열정을 쏟아부은 결과다.

한 세대 30년은 이처럼 국가와 기업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는 시간이다. 시대의 전환기에는 그 의미가 더욱 커진다. 그만큼 당시 주역을 맡고 있는 세대의 깨어 있는 정신과 단결된 힘, 이를 이끄는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더구나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기술이 급변하는 오늘날임에랴.

대선기간 동안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가 제기됐다. 올 한 해 최대 화두였던 경제민주화를 비롯해 복지·노동 등의 문제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 그러나 어느 시대건 먹고사는 문제, 즉 경제만큼 중요한 과제는 없다. 이 과제를 제대로 해결하자면 중심에 기업이 활기차게 뛰게 하는 정책을 둬야 한다. 중국이 개혁·개방 노선을 걷기 시작하고 30여 년 만에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했듯 국리민복은 결국 시장을 중시하는 경제체제가 가져오는 것이다.

이제 새 대통령이 선출됐다. 박근혜 당선인은 기쁨에 앞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리라 생각된다. 특히 향후 5년은 우리나라가 도약이냐 정체냐의 갈림길에 들어서는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새 대통령으로부터 시작되는 다음 한 세대가 미래에 영광과 번영의 시기로 기억되길 소망한다. 그 첫출발은 어느 시대나 그렇듯 현실을 직시하는 경제정책에서 비롯될 것이다.


이 동 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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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4. 4. 14:10

내일(22일)은 한국과 베트남이 외교관계를 수립한 지 20주년이 되는 날이다. 20년 전 우리는 북방외교를 통해 공산권 국가들과 외교관계를 수립하려던 때였고, 베트남은 미국·중국 등의 제재로 경제가 극도로 피폐해지면서 과거의 적대 국가들과 관계 개선을 추진했던 시기였다. 수교는 두 나라로서 매우 현명한 선택이었다. 베트남은 경제발전 모델로 한국을, 한국은 역사적·문화적·지정학적 배경이 유사한 베트남을 각각 새로운 파트너로 얻었다.

그동안 두 나라는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정상급 교류 20 회, 각료급 교류 200여 회 등 정치외교 면에서 명실상부한 우방이 됐다. 양국 간 무역 규모는 연 200억 달러에 달하고, 한국은 베트남 내 2위 투자국이자 3위의 원조국이 됐다. 60만 명 이상의 양국 국민이 오가고, 양국에는 각각 13만 명이 상호 거주한다. 우리는 3만7000여 명의 베트남 며느리를 맞이한 ‘사돈의 나라’이기도 하다.

프랑스·미국·중국과 전쟁을 치르면서 개발의 기회를 놓친 베트남은 2001년 사실상 시장경제를 선언한 이후 개인의 창의와 경쟁을 존중하면서 매년 평균 7% 이상의 고도성장을 달성해 왔다. 2008, 2009년 경제위기를 겪는 등 시장경제의 경험이 짧아 아직 내부적으로 취약점도 많지만 베트남의 발전 잠재력은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 역사와 문화의 뿌리가 깊고 정치·사회가 안정돼 있으며 국민들은 근면하다. 쌀 수출 2위, 커피 생산 2위 등 자원이 풍부해 차세대 신흥시장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새롭게 떠오르는 국가그룹으로 ‘CIVETS(콜롬비아·인도네시아·베트남·이집트·터키·남아공)’를 언급하면서 베트남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프랑스의 정치경제학자인 자크 아탈리는 그의 저서 『미래의 물결』(2007년)에서 베트남이 정치·금융·교육을 개혁하면서 인프라를 구축하고 부패를 척결한다면 2025년에 아시아 3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동남아 진출 미국 기업들도 생산시설 이전 대상지로 베트남을 가장 선호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앞으로 양국 관계를 바람직하게 지속해 나가려면 몇 가지 전략적 고려를 해야 한다. 첫째는 우리는 베트남이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2020년 공업화·현대화 목표를 달성하도록 도와야 한다. 우리의 발전 경험과 지식을 베트남과 공유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베트남을 돕는 것은 우리를 돕는 일이기도 하다. 베트남에는 2500여 개의 우리 기업이 진출해 있을 정도로 두 나라 경제는 이미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로 발전했다. 이런 점에서 지난 8월 협상 개시를 선언한 한·베트남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조기에 체결되기를 기대한다.

둘째는 우리 곁에서 함께 살아가는 3만7000명의 베트남 다문화 여성들을 잘 보살펴야 한다. 이들에게 불행한 일이 있을 때마다 베트남 국민과 지도자들은 많은 걱정을 한다. 딸 시집보낸 부모의 마음이다. 우리를 신뢰하고 좋아하는 베트남 국민들에게 한국민이 자국 여성을 소중히 배려한다는 소식이 자주 전해진다면 두 나라는 더욱 돈독해질 것이다. 아울러 다음 총선에서 베트남 여성이 국회에 진출했다는 낭보도 기대해본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베트남의 역사와 문화·풍습에 대해 좀 더 알아야 한다. 요즘 베트남에서는 한류가 왕성하게 확산되고 있다. 우리의 역사와 언어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베트남 알기 노력은 아직 미흡하다. 한 일본인이 베트남 중부의 콘툼 지역 소수민족을 17년간 연구한다는 기사를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우리도 이제 정부와 민간기업이 베트남 연구에 좀 더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해주기를 바란다.


임 홍 재 전 주베트남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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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겟업
2013. 4. 4. 14:09

그 동안 여러 번의 선거를 치렀지만 이번만큼 세대간 인식 차가 큰 선거는 보지 못했다. 어쩌면 나라 밖에서 매체를 통해 접하는 선거였기에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선거 전날까지 젊은 유권자들은 문재인 후보의 상승세에 고무되어 압승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던 반면, 고령층 회원들이 많은 인터넷 카페에서는 박근혜 후보의 당선을 당연시하고 선거일 이전부터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갖는 의미에 관해 토론이 오가고 있었다.

그런 마음속의 분단은 지리적 위치에 따라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영남이나 호남에 거주하는 분들의 트윗이나 페이스북을 보면 승부는 선거도 하기 전에 결정되어 있는 듯 했다. 야성이 강한 지역의 네티즌들은 주변에 특정 후보를 찍겠다는 이가 거의 안 보인다며, 대중매체의 여론조사에 의구심을 보이기도 했다.

인식의 분단은 후보자에 대한 평가와 이슈 해석의 분단으로 이어졌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서해 북방한계선(NLL) 관련 발언 내용은 여당에 의해 끊임없이 정치화되면서 아무도 진실을 알 수 없는 심연으로 끌려들어갔다. 그들에게는 야당 후보의 안보의식에 대한 불안감 조성이 유일한 목표였다. 박근혜 후보가 지하경제를 살리겠다는 말실수를 하자, 많은 네티즌들은 그녀의 깊은 속내가 얼떨결에 표현된 것으로 단정지었다.

같은 것을 보고도 왜 사람들의 인식은 이렇게 갈리는 것일까? 우선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을 주로 보고 기억하려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선별적 노출과 기억'이라 불리는 이러한 습성 덕분에 사람들은 자신의 믿음과 상이한 정보들의 의미를 축소하거나 의도적으로 회피하게 된다. 사람들은 자신을 기쁘게 하는 논조가 담긴 미디어에 푹 빠져들고, 결국엔 그 미디어에 의해 점령되어 버리고 만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의 시대에는 자신과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과 24시간 엮여있기 때문에 한쪽의 일방적인 관점에만 노출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특히 정치와 같은 민감한 사안에 관해서는 마음 맞는 사람들과 대화할 때 심리적인 불안과 불편함이 훨씬 덜해지기에 더욱 그러하다.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끼리 구미에 맞는 정보를 나누면서 안락함을 느끼고, 그런 안락함에 점점 더 빠져든다.

이렇게 분단된 인식 속에서 승자와 패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기 마련이다. 2008년, 나는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존 매케인의 '개표결과 승복연설'을 보며 눈물을 훔쳤다. 그는 지지자들을 깊이 위로하면서,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된 오바마 상원의원을 "나의 대통령"이라고 부르며 그를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했다. 월남전 때 포로가 되었지만 마지막까지 특별 석방을 거부한 우국지사로서 그의 당당하고도 너그러운 면모는 투표권도 없는 이 외국인까지 눈물짓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승자의 자세다. 민주주의에서 투표는 거의 유일한 직접 의사표현의 장치로서 소중한 것이지만, 최근 연구결과를 보면 투표와 같은 다수결 제도는 패자에게 심리적으로 깊은 상처를 준다고 한다. 따라서 승자가 패자의 마음을 다독거리고 위안하며, 그들의 의사를 정중히 경청하지 않을 경우에는 조직 내에 불화와 앙금이 생기고 진정한 화합과 화해는 소원해지기 마련이다. 대통령제가 있는 나라라면 어디에서나 선거전은 죽기살기로 치열하다. 하지만, 치열한 전투가 끝난 뒤에 승자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조직의 화합과 성취에는 큰 차이가 난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올해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는 '승리확인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롬니를 지지했든 오바마를 지지했든, 우리는 당신의 목소리를 분명히 들었고 당신은 (정치를) 변화시켰습니다…. 저는 방금 롬니 주지사와 대화를 나누었고, 그와 폴 라이언 부통령 후보가 이 힘들었던 싸움을 (성공적으로) 마친 데 대해 축하드렸습니다…. 몇 주 후에 저는 롬니 주지사와 다시 만나 이 나라를 다시 전진시키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논의하기를 고대합니다."

새로운 대통령의 탄생을 축하하며, 패한 후보와 그 지지자들까지 감싸 안는 대통령이 되어주시길 멀리서 간곡히 부탁 드린다.



김장현 미국 하와이대 커뮤니케이션학과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12/h2012121921013381920.htm

Posted by 겟업
2013. 4. 4. 14:08

“너무 죄송해요 아빠. 한 남자가 우리를 죽이려 해요…저는 엄마를 사랑하지만 뇌종양과 싸우시는 용감한 아빠를 더 사랑해요… 만약 아빠가 병을 이기지 못하면 저는 천국에서 아빠를 뵐 수 있을 거예요….” 이번에 28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국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사고로 숨지기 직전 엘리라는 소녀가 남겼다는 편지이다. 가슴 저미는 이 글을 트위터에 올린 사용자는 “끝없이 리트윗을 할 만하다”고 적었다. 순식간에 4000여 명의 팔로어가 몰려들었다.

“사랑해요 엄마…착한 아들이 못 되어서 죄송해요…천국에서 엄마를 사랑할게요.” 이 글을 트위터에 퍼뜨린 사용자는 “무고하게 숨진 어린이가 교실에 살인자가 들어서기 직전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찢어진 종이에 연필로 겨우 눌러 쓴 이 편지의 사진은 긴박했던 사고 순간을 그대로 말해 주는 것 같았다.


SNS에 ‘묻지마 가짜 정보’ 범람

그러나 이 모두 가짜였다. 글에 사용된 단어나 표현이 영국식 영어일 뿐 아니라 도저히 글을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참혹한 비극을 가지고 천연덕스럽게 장난질하는 트위터 이용자들의 무책임하고 무분별한 행위에 분노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르고 광범위하게 긴급 뉴스를 퍼뜨리는 소셜 미디어가 가장 믿지 못할 소식통이 되고 있는 현실을 개탄했다.

‘소셜 미디어 재앙.’

인류의 삶에 또 하나의 혁명을 가져다준 뉴미디어를 미국인들은 그렇게 부르고 있다. 소셜 미디어는 도처에 있다. 정치를 하든 사업을 하든 무조건 소셜 미디어로 달려가야만 한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거부할 수 없는 소셜 미디어의 힘을 절감하면서도 벌써 그 부작용에 넌더리를 내고 있다.


인기작가도 법대교수도 동참

허리케인 샌디와 같은 대재앙 때 소셜 미디어가 유포한 가짜 정보는 자연재해보다 더 큰 위험이었다고 한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멀쩡한 병원이 불타고 있다고 하는가 하면 911이 마비되었으니 더는 전화를 걸지 말라고 다그치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자연재해 때 소셜 미디어의 허위 정보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도 소셜 미디어는 미국 정치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만약 버락 오바마가 지면 대도시에서 폭동이 일어날 것이다.” “만약 오바마가 지면 밋 롬니를 암살할 것이다.” 온갖 극단적 소문들이 소셜 미디어를 타고 퍼져 나갔다. ‘퓨연구소(Pew Research Center)’는 선거 기간 내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올라온 후보자들에 대한 글들 대부분이 부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퓨연구소에 따르면 소셜 미디어 가운데 트위터가 가장 거친 곳이었다. 트위터에 오른 부정적 내용의 양은 페이스북 등 다른 소셜 미디어는 물론이고 신문과 방송 등을 압도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 선거도 소셜 미디어 재앙으로 큰 상처를 입고 혼란을 겪었다. 트위터 공간에서 온갖 허위 사실이 유포되고, 사생활 침해가 저질러졌다. 돈을 받고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여론조사 결과를 조작했다는 주장에서부터 선거 부정에 개입됐다며 남의 신상명세를 마구 올리고 퍼뜨리는 일까지 패악질은 끊이질 않았다. 여기에는 이른바 인기 작가도 법대 교수도 동참했다.

우리의 인터넷 문화는 거칠다 못해 잔인하기까지 하다. 소셜 미디어 문화도 마찬가지이다. 지식도 양심도 정치 목적 앞에서 다 던져 버리고 마구 헛소문을 내지른 뒤 아니면 말고 식의 태도를 보이는 행위와 참혹한 어린아이의 희생을 가지고 장난치는 행위가 무엇이 다른가. 강한 민주주의는 사려 깊고 예의 바르며 시간이 걸리는 다면의 대화를 통해 이뤄진다는 것을 많은 소셜 미디어 이용자가 모르고 있다.

현재 전 세계의 페이스북 이용자는 10억여 명. 페이스북은 한 해 4조 원가량을 벌고 있다. 5억여 명이 이용하는 트위터의 한 해 수입은 1조5000억 원. 2500만 명의 마이스페이스는 1조2000억 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공장 하나 없이 웹 2.0만을 바탕으로 해서 벌어들이는 이들의 수입은 그야말로 천문학적 액수다. 그들의 수입 가운데는 광고 등을 통해 우리나라 이용자들이 가져다주는 돈도 상당할 것이다.

그뿐 아니다. 인터넷 혁명, 스마트폰 혁명이 일어난 후 그 발명국인 미국에 지불하는 이용 대가는 실로 적지 않다. 가령 연구를 위한 데이터베이스 등을 구독하기 위해 한 해 수십억 원을 미국에 지불하는 대학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 대학이나 연구소, 정부 기관, 기업들이 데이터베이스나 e-저널 구독을 위해 들이는 전체 액수는 해마다 수천억 원에 이를 것이다.

미국인들은 ‘소셜 미디어 재앙’이라고 아우성이지만 똑똑한 젊은이들이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엄청난 돈을 벌고 있지 않은가. 과연 우리는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 미국에 큰돈을 벌게 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우리는 인터넷이나 소셜 미디어로 선거판을 흐리는 싸움질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싱가포르의 총리였던 리콴유(李光耀)는 “한 사회의 최상위층 3∼5%만이 인터넷에서 무제한의 언론 자유와 이념 충돌을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언론 자유를 향유할 수 있는 국민의 능력에 대한 무자비한 폄훼였다. 그의 생각은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의 사치라는 독재자들의 일반적 경향을 띠고 있다. 리콴유는 그런 생각으로 싱가포르의 언론 자유를 철저하게 통제했다. 그가 다른 나라의 인터넷 상황, 작금의 소셜 미디어 이용 행태를 본다면 자신의 선견지명이 옳았다며 회심의 미소를 지을 것이다.


민주주의는 사려깊고 예의바른 것


리콴유의 발언이 한국의 인터넷, 소셜 미디어 상황을 냉철하게 진단하는 금언이 되고 있지는 않은가. 이번 대선을 지켜보면서 심각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언론 자유가 극소수의 전유물이 되어야 하는가? 우리는 뉴미디어의 발달로 표현의 기회가 확대되고 참여 민주주의가 확산되었을 때 오히려 그 자유를 남용하거나 오용하고 서로 적대시하는 분열과 갈등에 빠져 버렸다. 자유를 지키는 주체는 자유를 누리고자 하는 사람이다. 이번 대선은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좀 더 성숙한 국민의식이 절실하다는 무거운 숙제를 또 한 번 우리에게 주었다.


손태규 단국대 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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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겟업
2013. 4. 4. 14:07

필자가 평양에 있을 때 참석했던 1994년 7월의 김일성 영결식과 서울에서 지켜본 작년 12월의 김정일 영결식은 달랐다. 20대의 후계자 김정은이 운구차를 호위한 것과 눈이 많이 내린 추운 겨울이라는 점이다.

평양의 금수산태양궁전을 나와서 시내를 돌아 시민들과 작별하는 김정일 운구차량이 평양역 근처에 지날 때 갑자기 하늘에서 함박눈이 쏟아졌다. 이때 행사에 강제 동원된 군중 가운데 누군가가 “장군님 마지막 가시는 길을 차디찬 눈길로 보낼 수 없다”라며 자기의 파카를 벗어 도로에 깔았다. 이 사람을 북한식 표현으로 지칭하면, 당과 수령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심을 간직한 혁명전사이고 영웅이다. 

그의 감동적(?)인 행동은 삽시간에 수천 수만 명의 군중을 감염시켰다. 거리 곳곳에 설치된 행사용 스피커에서 울려나오는 애도음악 속에서 슬프게 울먹이던 주민들은 군중심리로 인해 너나 할 것 없이 옷을 벗어 눈이 쌓인 도로에 폈다. 심지어 일부 시민은 집으로 가서 담요와 이불을 내어다가 길에 덮어 놓으며 “장군님! 조금 쉬어 가십시오. 길이 차갑습니다”라면서 대성통곡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고 통치자와 작별하는 길에 쌓인 눈을 이불과 담요로 녹여 드린 국민이 동서고금에 있었을까? 영하의 날씨에 자신들은 부들부들 떨면서 옷을 벗어 도로를 덮다니? 자의든 타의든 세상에 그런 바보들이 또 있을까? 보통의 평양 시민들도 평일 한두 끼 따뜻한 밥 먹는 것이 소원이다. 대부분의 북한 주민이 하루 두 끼 멀건 죽으로 끼니를 때우는 실정이다. 악연인지 운명인지 지지리도 최고지도자 복이 없는 그들이다. 

눈이 펑펑 내리는 추위에도 아랑곳 않고 아버지의 마지막 가는 길을 눈물로 배웅한 고맙고 순진한 인민을 보며 김정은은 과연 무엇을 생각했을까? 권력의 대단함을 체험하면서 그 인민의 가난한 생활을 조금이라도 고민했을까?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김정은의 올해 동정은 군부대 방문과 예술문화 공연 관람이 대부분이었다. 지난 60여 년간 할아버지, 아버지가 너무도 많이 보여 준 것이다. 할아버지 100회 생일에 하도 보여 줄 것이 없어 자신의 육성을 공개했고, 그래도 인민이 식상해하자 미인 부인을 공개했다. 

비록 연출이라도 김정은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으면 좋겠다. 시장을 찾아 음식찌꺼기를 주워 먹는 고아들을 안아 주고 텅 빈 노동자 농민의 밥솥도 열어 보았으면…. 농촌을 찾아 벼를 심어 보고 주택건설장에서 삽질도 해 보길 바라는 마음이다.

12일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강행한 미사일 발사도 결국 김정일 1주기를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미사일 개발에 들어간 돈이면 전체 평양시민의 3년 치 식량을 구입할 수 있다. 발사에 쓴 연료의 양은 너무 추워서 집안에서도 옷과 신발을 벗지 못하는 많은 평양시민이 올겨울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양이다. 

“김정일의 유훈대로 자체의 힘과 기술로 제작한 실용위성을 쏘아 올렸다”라고 변명하는 북한 정권에 묻는다. 초근목피로 연명하는 어려운 인민의 생활을 개선하는 것은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의 유훈이 아닌가? 장군님의 인민은 당과 국가의 간부들뿐인가? 

굶으면서도 아무런 반항을 못하는 바보 같은 인민이 벌어 주는 귀중한 외화로 미사일을 발사하며 체제를 유지하는 김정은 정권은 역사에 죄를 짓고 있다. 인민이 있어야 수령도 있고 당과 국가도 있다. 허구적인 ‘강성국가 건설’을 외치며 청맹과니 인민의 신경을 딴 곳으로 돌리려는 꼼수도 이제는 그만 쓰라.


림 일 탈북작가



http://news.donga.com/3/all/20121220/51728191/1



Posted by 겟업
2013. 4. 4. 14:07

우리나라에는 경로당이 6만1361개 있다. 규모도 엄청나지만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은 전국에 실핏줄처럼 엉킨 생활 밀착형 조직 특성에 있다. 현재 경로당의 일상은 동네 노인들이 모여 세상 이야기를 하고 장기·바둑이나 화투놀이 하다가 가끔씩 약주 끝에 소란으로 이어지기도 하는 소비적인 특성이 강하다. 만일 경로당이 생산 조직으로 면모를 일신한다면 노인이 생활인으로서 생동적인 노인 문화 창출은 물론, 현실적으로는 노인 일자리 창출과 함께 지역사회에도 기여할 수 있다.

한국은 노령화 속도도 무섭지만 노인들이 사회로부터 분리되는 속도 또한 엄청나다. 노인 복지 구조의 한계를 절감하는 현실에서, 경로당 조직은 노인 복지 정책의 중요한 기초 단위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곳이다. 경로당을 노인들의 생산형 공동 작업장으로 일신해 노인끼리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면 생각보다 많다. 간단히 콩나물을 기르거나 수제 두부를 만들 수도 있다. 옛 기술을 발휘해 짚풀 공예품을 만들어 아동 학습 교재나 관광 상품으로 판매할 수도 있고, 동네의 옷 수선을 맡아서 할 수도 있다. 또한 지역 주민들의 심부름 센터나 자원봉사 센터로 거듭날 수도 있다.

2005년 대전 석교동에서는 어느 노인이 기증한 집을 활용해 동네 빨래방을 열었는데, 독거노인들의 빨래를 맡은 젊은 자원봉사자들의 거점이 되어 노인들과 교감하면서 지역사회에 봉사해 오고 있다. 이처럼 경로당에 간단한 빨래방과 주방 시설을 만들어 지역의 젊은 자원봉사자와 사회복지사들과 합심해 지역 내 독거노인들의 세탁물을 수거하고, 반찬거리를 만들어 배달함으로써 국가 복지 서비스의 일부를 떠맡을 수도 있다. 또 인근 농촌에 필요한 일손이나 산업 시설에 기초 노동력을 제공할 수도 있다.

전통적으로 '섬김의 대상'이었던 노인이 자본주의에 와서는 '분리의 대상'이 되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이 두 가지가 교묘히 결합된 '분리된 섬김'으로 가고 있다. 경로당이 생산적 공간으로 활성화되는 것은 가정의 섬김 구조가 사회적 섬김 구조로 재탄생하고, 노인들이 사회적 역할 구도를 되찾는 계기가 된다. 경로당은 노령화 시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국가적 자산이다. 왜 경로당이 지금처럼 주민과 동떨어져 거리로는 가깝고 마음으로는 먼 곳이어야 하는가? 경로당을 노인 100세 시대를 여는 새로운 생산적 공간으로 바꿔 보자.



김태경 경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2/19/2012121902092.html

Posted by 겟업
2013. 4. 4. 14:06

올해 사상 첫 1000만 관광객 시대가 활짝 열렸다. 외국인 관광객의 한국 러시 배경에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한류’의 힘이 있다. ‘겨울연가’ ‘대장금’ 같은 드라마로 시작한 열풍이 영화, 케이팝(K-pop·한국대중가요) 등으로 확장되고, 아시아 지역에 머물던 한류가 이젠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얼마 전 가수 싸이가 미국의 3대 방송사 중 하나인 NBC에 출연해 말춤을 추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세계를 점령한 미국발 문화와 대등한 위상으로 평가받는 ‘한류’의 힘을 절실히 느낀 순간이었다.

21세기에 문화는 곧 국력이다. 무궁무진한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경제 원동력이다. 한류를 통해 높아진 대한민국 브랜드는 자석처럼 관광객을 끌어모은다. 외국인 관광객 10명이 한국을 방문하면 자동차 한 대를 수출하는 것과 맞먹는 경제효과를 창출한다고 하니 그 위력은 상당하다.

그러나 관광객의 수가 늘어난다고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다. 한류로 끌어모은 관광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다시금 한국을 방문하게 만드는 힘. 그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3년간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 중 재방문율은 지난해 39.1%로, 2006년 이후 처음으로 40%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또한 관광객 10명 중 9명이 서울을 경유하거나 서울만 방문하고 떠난다는 점도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관광 한국의 매력이 서울로만 한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미국은 자유의 여신상이나 디즈니랜드, 파리는 에펠탑, 중국의 톈안먼 등 세계 여행객들에게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랜드마크가 우리에겐 여전히 부족하다.

이런 점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중 광주에서 추진되고 있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프로젝트는 의미 있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2004년 시작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프로젝트는 약 20년에 걸쳐 광주를 아시아의 다양한 문화가 어울리고 창조되는 문화도시로 만들어가는 대규모 국가지원사업이다. 이는 단순한 특정 지역 발전에 그치지 않고, 40억 아시아인의 문화가 용광로처럼 융합되며 새롭게 태어나 세계로 뻗어나가게 하는 허브 역할을 할 것이다. 

주요 사업 내용 중 하나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시설이나 규모 면에서 호주의 오페라하우스, 미국의 링컨센터, 프랑스의 퐁피두센터 등 세계 유수의 문화 랜드마크와 견주어도 규모 면이나 콘텐츠 면에서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아시아 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릴 문화발전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관광·항공업계도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사업이 관광객 유치를 위한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업 성공을 위해 각국의 수많은 관광객을 모셔올 항공업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 새삼 어깨가 무겁다. 항공사는 다양한 나라와 도시를 연결하는 메신저이자 문화교류 선봉자로서의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으로 날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기대에 부푼 외국인들의 표정을 보면 늘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된다. 우리가 고객에게 기대 이상의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채워야 할 것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류의 지속적인 성공이나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 등은 세계 속의 아시아, 아시아 속의 한국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과제임에 틀림없다. 

우리 항공사들도 문화의 힘을 나르는 빛나는 날개가 되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다. 이를 통해 향후 해외문화사업의 교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



http://news.donga.com/3/all/20121218/51703041/1

Posted by 겟업
2013. 4. 4. 14:05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문화예술 분야는 빠져 있었다. 지난 일요일 밤 열린 박근혜 문재인 후보의 사회 분야 토론에 은근히 기대를 걸었으나 끝내 다뤄지지 않았다. 대선후보 TV토론의 주제는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위원들이 선택한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들은 TV토론에서 어떤 문제를 놓고 토론했으면 좋을지 여론조사를 하고 학술단체, 직능단체의 의견을 참고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세 차례에 걸쳐 300분이 넘게 진행된 TV토론에서 문화예술 문제가 단 한마디도 언급되지 않은 것은 실망스러웠다.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가 내놓은 공약집을 보아도 문화예술 분야는 원론 수준에 머물고 있다. 두 후보 모두 문화 쪽에 재정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정부가 돈을 많이 푼다고 해서 저절로 ‘문화 국가’로 바뀌지는 않는다. 요즘은 지자체마다 수백억 원씩 들여 문화예술회관을 화려하게 지어놓고 있지만 과거보다 지역문화가 발전하고 활성화됐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문화를 담는 그릇 못지않게 그 안에 무엇을 채울지가 중요하다.

올해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열풍을 일으키고 국내 한국 영화 관객이 사상 처음으로 연간 1억 명을 돌파하는 등 문화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욕구가 뜨겁게 분출됐다. 어느 나라든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된 다음에는 문화생활에 더 눈을 돌리게 마련이다. 한국 사회도 2000년대 이후 이런 단계에 진입해 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후보들은 문화예술 공약을 선거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그것도 형식적으로 내놓을 정도로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TV 토론 주제에도 못 낀 ‘문화’

세계가 인정하는 ‘문화 선진국’인 영국에서는 선거 때마다 문화예술 이슈를 놓고 공방이 벌어진다. 보수당이 노동당을 누르고 13년 만의 정권교체에 성공한 2010년 5월 선거 때는 문화예술 지원의 우선순위를 놓고 논쟁이 치열했다. 노동당 측은 “소외 계층이 쉽게 문화에 접근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보수당은 “글로벌 위기로 인해 정부의 문화 재정도 긴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뛰어난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일에 집중해 영국 문화예술의 질을 끌어올리는 게 먼저”라고 맞섰다. 문화예술을 바라보는 기본 철학의 충돌이었다.

올해 5월 좌파 정권으로 교체된 프랑스에서 문화는 ‘세속 종교’로 불린다. 국민의 10%만이 일요 예배에 정기적으로 참여할 정도로 종교의 역할이 미미한 프랑스에서는 국민 각자의 문화생활이 종교 활동을 대체할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새로 들어선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가 문화 예산을 일부 삭감하자 한바탕 논쟁이 벌어졌다. 올랑드 정부는 “문화예술인도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을 함께해야 한다. 그러나 학생들의 문화예술 교육에 사용되는 예산은 더 늘리겠다”며 설득에 나섰다. 무조건 문화 분야에 돈을 쏟겠다는 한국의 막연한 대선 공약과는 달리 지원의 우선순위에 대해 차원 높은 토론이 오가는 영국과 프랑스의 문화적 힘과 토대가 부럽다.

한국 사회에서 문화 발전과 관련된 논의가 더 활발해져야 할 이유는 여럿 있다. 한류와 같은 문화산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켜야 하고, 문화적 상상력과 창의력을 지닌 미래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문화예술의 역할 가운데 사회적 통합과 결속력을 높이는 효과에도 주목하고 싶다.

오늘 치러지는 대선에서 후보들은 수많은 공약을 내걸고 있다. 이들의 약속대로 청년들의 일자리가 획기적으로 늘어나고, 사교육비와 등록금 걱정이 사라지며, 늙거나 병에 걸려도 정부가 알아서 다 보살펴주는 세상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설혹 그런 세상이 온다고 해도 서민의 삶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을 듯하다. 우리는 1960, 70년대와 비교하면 경제적으로 분명 나아졌으나 국민이 체감하는 행복도와 만족감은 오히려 그때보다 못한 느낌이다. 한국 사회처럼 행복감이 주로 물질적 경제적 차원에서 결정되는 경우 항상 자신보다 형편이 나은 사람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함정을 피할 수 없다.


문화의 사회통합 효과 주목해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의 연구진은 한 도시가 문화예술을 활성화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한 결과 지역사회 주민들의 결속력이 강화되고 아동복지와 빈곤율이 개선됐다고 발표했다. 여러 사례를 들 것도 없이 문화예술은 계층을 뛰어넘어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고 위로해 주는 치유의 기능을 한다.

최근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변화는 문화적 수요의 폭발이다. 한국 뮤지컬시장의 팽창은 세계 공연계가 깜짝 놀랄 정도이고 영화는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온 지 오래다. 분야는 다르지만 프로야구가 올해 715만 명의 최다(最多) 관중을 모은 것은 시대의 변화를 실감하게 한다. 대선후보들은 서로 대통합을 약속하고 있다. 문화예술은 돈으로는 메워지지 않는 사회통합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번에야말로 문화 분야에 적극 관심을 보이고 문화 발전을 위해 더 많이 고민하는 문화대통령을 보고 싶다.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http://news.donga.com/3/all/20121219/51704254/1#replyLayer

Posted by 겟업
2013. 4. 4. 14:05

당신은 승복 연설 원고를 준비하셨습니까. 정성 들여, 진정을 담아, 글 한 줄 단어 하나까지 세심히-.

당신은 지금 대한민국 역사의 가장 중요한 시점에 가장 중요한 자리에 섰습니다. 당선자보다 당신이 더 중요합니다. 고비 고비마다 굴곡을 넘어 여기까지 온 대한민국이 산업화와 민주화를 아우르며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나아가느냐 아니면 주저앉느냐가 낙선자 당신에게 달렸습니다.

당신은 패배자가 아닙니다. 당신을 지지한 거의 절반에 가까운 유권자가 있습니다. 한 명뿐이어야 할 대통령을 뽑으려니 할 수 없이 둘 중 한 명을 선택했을 뿐, 당신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많습니다.

그렇게 당신을 지지한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다들 낙담하고 절망하며 돌아서기를 원합니까. 당신이 통합과 미래를 얘기했을 때 귀 기울여주었던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다시금 분열과 과거에 머무르기를 원합니까. 아쉽게 낙선한 당신의 진정 어린 승복과 호소가, 당신과 함께 아쉬워하는 지지자들을 대통합의 장으로 이끌 진정한 리더십입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를 통해 우리는 이미 많은 발전과 축적을 이뤘다고 봅니다.

근거 없는 흑색선전이 여전히 오가긴 했지만 5년 전, 10년 전 대선 때와 비교해보면 어른스럽다 할 정도로 별 영향이 없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김대업이나 BBK에 비하면 이번 국정원 여직원 소동은 사소한 축에 듭니다. 또 선거 기간 내내 두 후보 모두 참모들이 부지런히 준비해 오는 상대방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자료를 한쪽으로 밀어놓고 거의 활용하지 않았다는 것도 죽 듣고 있었습니다. 서로 대통령 후보로서의 품위를 지켰고 예의를 차렸습니다. 두 후보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지 않았다는 것은 이제부터를 위해 매우 소중합니다.

정책 차별성이 별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좋게 볼 면도 있습니다. 좌우의 정책이 상당 부분 수렴해가며 보육 등 복지 확대에 대해서는 큰 방향에서의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 셈이니까. 앞으로 여야의 합의가 절실한 일이 많은데, 설마 선거 후에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뒤집지는 못할 터이니까.

경쟁적으로 복지 씀씀이를 공약하느라 복지 재원 마련 문제는 매우 허술한 것도 서로 오십보백보입니다. 이 문제 또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양쪽 다 무리했다는 것을 내심 잘 알고 있을 터이니.

그렇지 않아도 대선 전에 이미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대연정이나 거국내각 외에는 길이 없다는 의견이 꽤 나왔습니다. 당선자 측에서 심사숙고할 문제지만 낙선자 측도 손바닥을 마주칠 용의와 자세를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낙선자 당신의 진정 어린 승복과 호소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당선자는 팔자가 험한 사람입니다. 고민하고 결단하고 비난 받고 책임져야 합니다. 당신은 이번에 크고 무거운 짐을 질 뻔했습니다. 낙선함으로써 그런 짐을 지지 않아도 되게 되었지요. 그러나 당신이 훌훌 털고 모든 짐을 벗은 것은 아닙니다. 대통령 후보로서 진정으로 나라의 미래를 생각했다면 두 사람 다 같이 공약했던 포용과 통합을 위해 낙선자로서 감당해야 할 몫이 있습니다.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든 물러나지 않든 선거가 다시는 증오의 진영 대결이 되지 않도록 이끌 엄중한 책임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성공한 낙선자’가 되어 대한민국 최초의 ‘성공한 대통령’을 만드는 데 길을 열어주어야 합니다.

저성장의 늪 속에서 양극화·복지 등 온갖 문제를 풀어가려면 정치적 타결로밖에는 실마리를 풀 수 없음을 이제 다들 알았습니다. 대기업·정규직은 물론 모든 권력화된 기득권을 내려놓고 새로운 동력과 질서가 자리 잡을 때까지 다 함께 살아남으려면 일단 정치적 타결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오늘 당장을 위해 미래를 당겨다 탕진하는 것은 젊은 세대가 눈을 부릅뜨고 감시할 것입니다. 계층만이 아닌 세대 간의 정치적 타결입니다. 그런 정치적 타결을 위해 과거 어느 때보다 낙선자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당신은 당선자가 되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 갈 비전을 구현하겠다고 했습니다. 아쉽게 당선자가 되지 못했지만 마찬가지입니다. 낙선자로서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리더십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유력 대통령 후보로 쌓은 지혜·경륜·통찰을 포용과 통합을 위한 에너지로 모아주어야 합니다.

당신의 승복 연설을 기대합니다. 정성 들인, 진정을 담은, 글 한 줄 단어 하나까지 세심히 신경 쓴-.


김수길 주필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0211523&cloc=olink|article|default

Posted by 겟업
2013. 4. 4. 14:03

1972년 새해, 각 신문의 1면을 장식한 광고가 있었다. '태극기로 이 지구를 덮을 길은 없는가?'를 제목으로 한 5단짜리 광고였다. "한국은 물량적인 경제 규모로는 세계의 상위를 점거할 수 없을지 모르나, 한국인의 명석한 두뇌는 질을 다루는 과학으로써 세계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신념입니다. 한 나라의 산업은 과학이 지배해야 하며, 과학과 기술은 자신의 것일 때 국가 이익에 공헌하게 될 것입니다. 1972년 새 아침, 이해에도 태극기를 앞세워 민족 기업으로서 과학 한국을 다시 한 번 세계만방에 상기시키고자 정진할 것입니다."

'지구 곳곳에 태극기를 휘날리겠다'고 한 제약사는 바로 종근당이었다. 외국에 100% 의존하던 항생제 의약품 원료를 생산한 첫 토종(土種) 제약사였다. 4년 전인 1968년에는 국내 최초로 FDA 승인을 받았고, 제약업계의 1호 연구소를 세우기도 했다.

40년 전의 광고 카피를 접할 때마다 늘 새롭다. 기자에게 1972년은 초등학교 4학년 시절로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우리나라는 많은 국민이 가난에 찌들었고, 1인당 소득 3000달러에 농촌의 식량 문제도 해결 못하는 후진국이었다. 기술은 별 볼 일 없었고 산업이라 해야 식품·섬유·제당업에 국한됐을 때였는데도 세계를 향해 선전포고를 한 기업가 정신에 놀라움을 느낀다.

광고 문안에 담긴 혜안(慧眼)도 감동적이다. '한국인의 명석한 두뇌' '과학으로 세계 정상에 이를 수 있다'는 내용을 볼 때마다 힘이 불끈 솟는다. 1941년 설립된 종근당이 비록 세계 1위 제약사는 아닐지라도 여전히 국내 제약업계에서 대표적인 장수 기업으로 평가받는 것도 과학기술 기업을 지향한 정신이 큰 힘이 됐을 것이다.

태극기로 지구를 덮는 작업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다. 지난 6월 페루 출장길에 유명을 달리한 삼성물산과 수자원공사, 전문 감리사 기술 인력들을 떠올리면 마음이 아프다. 우리 토목 기술을 수출하기 위해 현지를 시찰하던 중 헬리콥터 추락으로 4000m 고지에 떨어진 그들은 우리의 기술과 열정을 수출하려다 비명에 간 산업 전사(戰士)들이다.

글로벌 전쟁터의 환경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경쟁 때문이다. 요즘 종합상사 직원들은 '광부' '농부'를 자처한다. "007가방에 세련된 양복을 걸치고 선진국을 활보하는 것은 옛날 얘기죠. 이젠 상사원 직업란에 '태국 농부' '인도네시아 광부'라고 적어야 해요."(송치호 엘지상사 동남아 총괄 부사장) 인도네시아 밀림의 팜오일 농장, 베트남, 미얀마, 시베리아 동토(凍土) 등에서 옥수수 농장과 철광산, 오일필드에 목숨 내놓고 땀 흘리는 산업 전사는 수없이 많다.

기업에는 너무나 간단하고 명료한 생존·성장의 등식이 만들어져 있다. '해외시장에서 인정받으면 살고, 국내에 안주하면 죽는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 등 국내 경제를 주도하는 대기업들의 주 무대는 해외다. 서비스업도 마찬가지다. 농심(라면·스낵), BBQ(치킨),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제빵), 이랜드(의류), 롯데마트(유통), 카페베네(커피 음료), 미스터피자(피자) 등 다양한 업종의 수많은 업체가 '지구를 태극기로 덮겠다'고 나섰고 한국 경제를 견인하고 있다.

2012년의 말미다. '어렵다'고 한숨짓지 말자. '나만 고통받는다'며 원망하지 말자. 40년 전 이미 태극기로 세계를 뒤덮자고 소리쳤고, 이젠 글로벌 10대 경제 강국에 자리한 우리다. 올해는 유럽 재정 위기와 중국 내수 부진에 조바심 내며 보낸 1년이지만, 그래도 국내외의 산업 전사들이 있었기에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국내외 산업 전사들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이광회 산업부장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2/18/201212180255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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