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4. 14:26

맨해튼과 브루클린, 브롱크스는 뉴욕을 가보지 않은 사람들에게조차 익숙한 이름이다. 이 같은 유명세 덕분에 뉴욕은 한 해 4000만명의 내국인과 1000만명 이상의 외국인이 찾는 세계적 관광지로도 이름 높다. 하지만 뉴욕은 로마나 파리처럼 역사적 유적으로 유명한 도시도 아니고, 스위스처럼 빼어난 자연환경으로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곳도 아니다. 전통적 관광자원의 관점에서 볼 때 빈약한 뉴욕이지만 해마다 관광산업으로 31만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하고 315억달러의 수입을 거두고 있다.

올해 사상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1000만명을 돌파했다고 해서 관광산업의 질적 성장에 관해 다양한 담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뉴욕이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고 생각한다. 바로 문화적 자산을 관광에 접목시킨 것이다. 필자는 오랫동안 상사 주재원으로 근무하면서 스펙트럼처럼 켜켜이 쌓인 뉴욕의 문화적 자산들을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었다.

먼저 '유브 갓 메일'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킹콩' 같이 뉴욕을 배경으로 한 세계적 흥행 영화들이 큰 역할을 했다. 여기에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의 클래식 공연뿐 아니라 브로드웨이 뮤지컬처럼 대중성 높은 공연들이 다양하게 발달돼 있다. 또 루브르 미술관, 브리티시 뮤지엄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2만여 소장품으로 유명한 뉴욕 현대미술관, 현대 추상미술을 이끄는 구겐하임 미술관 등이 있다. 미술 애호가뿐 아니라 관광객들 사이에 꼭 들러야 할 곳으로 꼽힌다. 이러한 문화관광은 재방문율, 체류 기간, 1인당 소비금액을 크게 늘려주기 때문에 관광산업의 질적 성장에 필수적인 요소다.

우리나라도 시설 면에서는 뉴욕의 공연 시설이나 미술관에 비해 크게 뒤질 것 없다. 예술의전당, 국립현대미술관, 블루스퀘어(뮤지컬 공연장) 등이 있다. 문제는 이러한 시설을 운영하고 문화관광 상품화하는 소프트웨어가 아직 한 단계 도약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 지휘자인 정명훈이 있음에도 서울시립교향악단을 관광 상품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현재 GDP의 5.2%에 불과한 관광 산업 비중을 세계 평균인 9.1% 수준으로 증가시키려면 저가·단순 관광에서 고가·문화 관광으로 질적인 성장을 이끄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이승창 전 대우일렉트로닉스 대표이사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2/25/2012122501393.html




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