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4. 14:24

"중화민족은 위대한 민족이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 지난달 15일 중국 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에서, 중국의 미래 10년을 이끌 5세대 지도부로 선출된 시진핑 중국 공산당 신임 총서기의 민족주의적 성향이 느껴지는 취임 연설내용이다. 시진핑은 당 중앙군사위 주석직도 승계함으로써, 당과 군을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최고 지도자로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우리가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지한파'나 '태자당' 출신이 아닌 '지대파'(知臺派) 시진핑 시대라는 점이다. 

시진핑은 1985년부터 2002년까지 17년간 푸젠성에서 공직생활을 하며 샤먼시 부시장부터 푸젠성 부성장까지 역임했다. 푸젠성은 대만해협을 사이에 두고 대만과 마주보며 최단거리 2km로 대만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고, 경제 특구개설 등으로 대만상인들의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진 '심리적'으로도 가장 가까운 양안(兩岸)교류의 요충지이다. 특히 시진핑은 임기 중 대만자본 투자유치를 진두지휘 했을 뿐만 아니라, 양안간의 직접교역을 시범적으로 실행한 소3통을 성공시켜 오늘날 양안 교류의 물꼬를 튼 장본인이다. 이미 대만에선 부인의 친척들이 대만에 거주하고 있는 배경까지 소개하며, 친대만 중국 지도자라며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우리가 이런 '대만통'시진핑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대만이 우리와 대중국 수출 상위 20개 품목 중 14개가 겹치고, 글로벌무대에서도 가장 큰 경쟁국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삼성의 최대고객사인 애플이 최근 삼성과의 특허 소송과 견제 전략으로 선택한 기업도 대만의 반도체 회사 TSMC이다. 이미 대만은 2010년 중국과 FTA에 해당하는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등 지금까지 총 18개의 협의를 체결하며 '차이완'(차이나+타이완)이라는 밀월 관계를 형성하며 중국경제발전의 최대 수혜국으로 부상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방해로 주춤했던 외교의 보폭도 차근차근 넓히며 일본과 무역투자진흥협약을 체결했고, 최근엔 쇠고기 수입 이슈로 중단됐던 미국과의 무역투자기본협정(TIFA) 협상재개를 준비하고 있다. 이런 적극적인 행보는 지난 정부가 정치 이데올로기에 국력을 낭비하는 동안, 최대 경쟁국인 한국이 G20 개최와 한미 FTA 체결 등의 실적에 자극과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래 10년을 책임질 중국의 새 지도자가 친대만파라면 양안경제 협력의 시너지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며, 이는 분명 한국경제에 영향을 줄 것이다. 벌써부터 세계 1위인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에 2위인 대만이 최근 중국과의 연합으로 패권을 넘보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대만은 92년 혈맹국이라 믿었던 한국에게 일방적으로 단교를 당한 후, 줄곧 '타도 한국'을 외쳐왔다. 특히 최근 국제무대에서 양국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지며 한국에 대한 경계심은 더욱 높아져왔다. 우리경제가 지난 10여 년간 수차례의 위기를 잘 극복하고 눈부신 발전을 한 데는 양안관계의 긴장으로 인한 반사이익도 있었음을 부정하긴 어렵다. 이제는 양안관계 개선을 바탕으로 국제무대에서 기지개를 펴며 '황금 10년'을 준비하는 대만의 행보와 중화민족의 부흥을 강조하며 이를 적극 지원사격 할 '지대파' 시진핑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지 않던가. 제 아무리 친한 친구(한국)여도 가족(대만)이 우선일 것이다. 지한파라며 들뜬 기대보단, 대만의 경쟁력 제고가 우리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지 않도록 한중일 FTA협상과 대만과의 관계 개선 등 다양하고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이다. 한중 수교 20주년에 묻혀버진 한-대만 단교 20주년을 맞이해 5대 교역국인 옛 친구에게 관심을 갖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손정우 대만국립정치대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12/h2012122421020124060.htm



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