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지난 64년간 이룩한 성취는 가히 20세기 세계사적 혁명이다. 아프리카 대륙을 넘어 중동, 중앙아시아, 인도양을 거쳐 중국, 한반도, 동남아시아에 이르는 제3세계 국가의 지도를 살펴보자.
특히 1945년 이후 독립한 140개 가까운, 이른바 후진국 세계에서 정치민주화, 시민자유, 언론자유, 근대경제성장(1인당 소득, 산업구조 고도화), 교육과 과학기술의 선진화, 사회적 다원성이라는 근대화와 문명성을 완벽하게 성취한 ‘유일’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몇 나라 중의 하나가 아니라 유일한 나라이다.
투표와 후보등록의 자유, 표현과 미디어 발생의 자유, 주거 선택과 이동의 자유, 여권 발급과 해외여행의 자유, 제약이 없는 교육기회 상승, 그리고 1인당 소득 2만 달러를 넘는 나라…제3세계에는 아무도 없다. 제3세계 국가 중 1만 달러 이상인 나라가 유엔 가입 기준으로 6개쯤 있지만 민주주의, 근대경제성장, 사회문화적 다원성이라는 기준을 충족한 나라는 없다. 영국의 산업혁명, 프랑스의 공화정혁명, 러시아의 공산주의혁명, 미국의 대중사회혁명이 있듯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대한민국의 근대화 성취는 ‘대한민국 근대화혁명’이다.
더구나 대한민국 탄생 전후의 역사는 제3세계 그 어느 나라의 근대화 과정보다 가혹했다. 맨땅에 맨주먹이었다. 1950년대 1인당 소득은 고작 60∼70달러로 이보다 더 가난한 나라를 찾기 힘들었다. 18∼20세기 전반 제국주의 식민시대, 한두 차례 국제전쟁에 휘말리고 건국 과정에 내전이 전개된 나라들이 있었지만 한국같이 4개 국제전쟁(청일전쟁, 러일전쟁, 2차 대전, 6·25전쟁)의 직접적 피해 당사국으로서 때로는 인구의 20%가 희생되는, 그렇게까지 큰 비극을 치른 나라는 없다.
26일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문열어
더욱이 역사적 갈등 관계였던 비(非)서양, 비백인, 일본 군국제국주의의 식민지로서 말, 글, 이름을 빼앗긴 특수한 고통까지 겪고 광복은 독립의 기쁨이 아닌 분단의 상처로 왔다. 개화, 근대화, 서세동점(西勢東漸) 앞에 ‘최후의 은둔국’이었던 한반도는 대한민국의 개국에서 비로소 ‘대한민국 근대화혁명’의 길을 열었다. 4·19, 5·16, 5·18 등 현대사의 질곡을 거치며 절차에서의 민주화와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뤘다.
26일 문을 여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옛 문화체육관광부 청사)은 19세기 말 개항기부터 현재까지 대한민국의 역사를 보여주는 국내 최초의 국립 근현대 박물관이다. 1945년 이후 세계 문명사에서 독특하며 유일한 위치를 차지하는 대한민국 근대화혁명을 담은 종합현대사 박물관이다. 20일 언론에 공개된 박물관은 그야말로 20세기 한국사의 자취가 집대성됐다.
우선 단군 이래 우리 역사의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근대, 현대의 세계사적 관점에서도 위대한 기록이고 독창적 성취이고, 어찌 보면 기적 같은 대한민국 근대화혁명의 궤적을 통합성 지속성에서 전시하려 노력했다.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문화 교육 과학기술 체육…각 당사자의 자랑 욕구에서가 아니라 이들이 결합하고 선후 연관된 종합·통합적 발전으로 해석하려 했다. 각 주체의 영웅주의적 사관에서 탈피해 국민, 시민 전체의 노력과 성취이며 내생적 외생적 요인의 통합이라는 관점에 서려 했다. 따라서 산업화 민주화를 분절적으로 나누지 않고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한 묶음으로 통합하였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사실 기록과 최첨단의 영상기술을 통해 시민들은 ‘우리, 오늘에 이른 근대화혁명’을 시계열로 관찰하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비교의 안목에서 이해하게 될 것이다. 1층 로비에는 47인치 발광다이오드(LED) 모니터 72대로 장식된 ‘무빙 월(moving wall)’이 끈기나 열정 같은 한국인의 문화유전자, 한국의 사계(四季) 등을 주제로 한 3∼5분짜리 영상을 보여주고 오른쪽 방에는 천장에 붙은 센서 밑에서 관람자가 손으로 허공을 가르면 전면 벽에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을 소개하는 동영상 설명문이 보인다.
이 같은 첨단 전시기술은 소모적 이념, 체제, 역사논쟁을 완화 및 제거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특히 제3세계 국민들에게는 그들이 가야 할 길의 거울이요 봉화가 될 것이다.
20세기 한국사의 자취 집대성
한 가지 간절한 바람이 있다.
앞으로 용산으로 가는 주한 미국대사관 자리까지 합치게 될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통일의 날을 바라보며 광화문에서 종각에 이르는 광화문 동쪽을 ‘역사, 통일’ 기념관으로 연장하고 서쪽은 어차피 헐어야 할 종합청사에서 세종문화회관과 종각 맞은편에 이르는 거리를 ‘문화예술’ 공간으로 정비했으면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서울은 600년의 역사와 문화와 산과 큰 강이 둘러싸고 더불어 사는 세계 ‘유일한’ 수도, 대도시로서의 부상을 보게 될 것이다.
파리 런던 베를린 모스크바 카이로 뉴델리 베이징 도쿄 워싱턴… 그 어디에도 없는 대한민국의 서울. 그 중심 광화문에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세계의 ‘근대화혁명 박물관’으로 더욱 현현될 것이다.
김진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개관위원장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http://news.donga.com/3/all/20121222/517748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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