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중국 신화통신사가 공동 주관한 한중 언론교류 프로그램에 참가해 7년 만에 시안을 다시 방문하고는 의문이 풀렸다. 시안은 2000년 시작된 중국의 서부대개발 정책에 따라 전통과 첨단이 공존하는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시안 하이테크기술산업개발구에는 중국 국내외 기업 1만6000여 개가 입주해 실크로드의 출발점이라는 역사성을 살려 ‘디지털 실크로드’를 개척하고 있다. 시안에는 금융, 항공기 제조, 인공위성, 물류, 문화 등 이런저런 개발구가 6개 더 있다.
지난해 시안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3864억 위안(약 67조 원)으로 전년 대비 13.8% 증가했고, 소비시장 규모(1935억 위안)는 5년 전보다 2.4배 이상 성장했다. 시안의 성장 동력은 문화적 자부심과 중국의 3대 대학도시로서의 지적 인프라다. 도시가 활기를 띠자 인력들이 시안으로 몰려들고 있다. 시안자오퉁대를 나와 상하이의 정보기술(IT) 기업에 근무하던 류퉁하이(劉同海·31) 씨도 지난해 5월 시안으로 왔다. 그는 “엔지니어로서 시안은 기회의 땅이다. 게다가 시안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문화적 유산을 가진 곳이다”라고 말했다.
혁신으로 살아나는 시안을 보며 장안(長安·시안의 옛 지명)의 격자형 도시 구조를 본떠 만든 일본의 천년 고도 교토(京都)를 떠올렸다. 교토는 1869년 메이지 유신에 따른 도쿄(東京) 천도 이전까지 일본의 정치 사회 문화 중심지였지만 전통만 먹고사는 박제화된 도시가 아니다. 세계적인 게임회사 닌텐도, 평사원이 노벨상을 받은 시마즈제작소, 종합 전자부품 메이커 교세라 같은 세계적인 강소(强小)기업들이 모여 ‘교토식 경영’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서 ‘교토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에서 교토 경영모델의 강점으로 혁신성을 꼽았다. 이는 ‘교토중화사상’이라 표현되는, 교토의 문화적 자부심과 연결돼 있다. 시안 사람들이 보수적이고, ‘베이징 촌놈’ ‘근본 없는 상하이’라고 하듯 교토진(人)들은 도쿄(東京)를 ‘촌놈들 집합체’라고 비웃는다. 그래서 교토는 도쿄를 모방하지 않는다. 결코 남을 따라 하지도, 남이 따라오지도 못할 교토만의 독창적인 기술을 고집하는 것이 요즘 화두인 혁신 경영의 모델이 된 비결이라는 것이다.
보수와 혁신, 가장 중국(일본)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이 공존하는 도시 시안과 교토를 보며 문화유산과 혁신의 마인드가 합쳐질 때 생겨나는 시너지의 폭발력을 생각했다. 첨단의 아이디어는 문화적인 정체성에서 배태된다. 그리고 천년을 이어져 내려온 도시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 부단히 움직여야 활력을 가질 수 있다. 이제는 삼성이 시안으로 간 이유를 알 것 같다. -시안에서
이진영 문화부 차장
http://news.donga.com/3/all/20121204/513132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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