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 4. 13:38
중국 산시 성 성도(省都)인 시안의 옛 이름은 장안이다. 1100년간 중국 통일 왕조의 수도였으며 유방과 항우가 자웅을 겨루던 곳이다. 당 현종이 양귀비와 사랑을 나누던 곳도 바로 이곳 시안이다.

최근에는 서부 대개발 정책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으며, 베이징 상하이와 함께 중국 3대 교육도시로 손꼽히고 있다. 시진핑 당 총서기가 젊은 시절 인고의 세월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올해엔 삼성전자가 이곳에 7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건설키로 해 한국 붐도 일고 있다.

이러한 산시 성 정부와 경제 협력 채널을 구축하기 위해 최근 시안을 공식 방문했다. 대한민국 장관으로서는 최초의 공식 방문이라고 한다. 한 나라 중앙정부가 외국 지방정부와 협력 채널을 구축하는 것은 다소 어색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은 거대한 국가다. 중서부 진출을 통해 중국의 넓은 내수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 10년이 지나도록 별 성과가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중국의 주요 성(省)과 시를 개별적으로 공략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필요성에서 시안을 방문한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사상 처음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했다. 이를 기념해 올해부터 12월 5일을 무역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올해에는 유로존의 경기침체 장기화,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등으로 전체 무역 규모가 1조 달러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기업들의 노력 덕분에 올해에도 우리는 무역 1조 달러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순위는 지난해 9위에서 이탈리아를 제치고 8강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험난한 대외 여건과 경기침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선진국의 상황을 고려하면, 앞으로 우리 무역을 둘러싼 상황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발상의 전환이 절실한 때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마흔아홉 차례 해외를 순방하며 정상 간 ‘관계자산’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대통령 순방을 수행하면서 느낀 점은 이러한 노력이 두고두고 국익으로 연결되리라는 강한 믿음이었다.

장·차관이나 각계 고위급 인사의 해외 방문도 국익 차원에서는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중국 광둥 성 총영사의 말은 이런 점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산시 성 방문 길에 들른 광둥 성에서 그는 나에게 “올해 광둥성을 방문한 첫 번째 대한민국 장관”이라며 이렇게 덧붙였다. “중국은 행정부, 입법부를 종합해 고위직의 연중 해외 방문 일정을 조정합니다. 그 덕분에 너무 소원한 나라가 생기는 것을 예방하고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해 나가고 있습니다.”

대통령을 비롯한 국가 주요 인사의 해외 방문은 국가 인프라이다. 그런 만큼 고위급의 해외 방문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가능하다면 방문 국가를 다양화해 미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언젠가 쓰일 ‘관계자산’을 정보로 공유하는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국제 협력 방식을 다양화하는 것도 좋겠다. 세계 각국과 동반자 관계를 형성해 구체적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한편, 중국같이 거대한 국가와는 우리 중앙 정부가 그곳의 지방 정부와 적극 협력할 필요가 있다. 경제는 실리이기 때문이다.

무역의 날을 맞아 국제 협력의 중요성을 생각하다 보니 소동파의 시 한 구절이 떠오른다. “여산 진면목을 왜 모르는가 했더니 이 몸이 그 산속에 갇혀 있기 때문일세(不識廬山眞面目 只緣身在此山中·불식여산진면목 지연신재차산중).” 산을 보기 위해서는 그 산을 벗어나는 역발상이 국제 협력에도 꼭 필요하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

http://news.donga.com/3/all/20121204/51286840/1

 

 

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