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 공영방송 NHK에는 후쿠시마(福島)의 관광 명소 아이즈와카마쓰(会津若松)시의 자연 풍광, 역사 유적, 지역 축제 등이 거의 매일 등장한다. NHK가 지난 6일부터 방송을 시작한 '야에의 사쿠라'라는 역사 드라마를 소개하기 위해서이다. 이 드라마는 19세기 말 아이즈와카마쓰가 배경이다.
NHK가 52번째 역사 드라마의 배경으로 이 지역을 선택한 것은 원전 사고로 고통받고 있는 후쿠시마를 돕기 위해서다.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져 울상을 짓던 후쿠시마는 관광 특수(特需)에 대한 기대로 오랜만에 웃음을 되찾고 있다. 지역 주민은 신품종 벚꽃에 드라마 주인공 여배우의 이름을 붙이는 등 특수를 극대화하기 위해 분주하다. 대하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과 소품을 소개하는 드라마 전시실도 곧 문을 연다.
후쿠시마가 잔뜩 기대를 하는 것은 그동안 입증된 역사 드라마의 관광 효과 때문이다. 역사 드라마에 등장했던 지역은 어김없이 전국적인 관광 명소로 떠올랐다. 1년간 방영되는 역사 드라마에는 그 지역의 유적과 자연 풍광 등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NHK는 매주 드라마 말미에 등장인물과 관련된 장소와 유적을 교통편 등과 함께 소개한다. NHK 드라마를 보면 외국인도 그 지역에 한 번은 가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든다. 드라마 자체가 그 지역에 대한 거대한 간접광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라마가 지역의 운명을 바꿔놓기도 했다. 1997년 방영된 '모리 모토나리(毛利元就)'의 경우 드라마 배경이 된 히로시마·야마구치·시마네현을 드라마와 관련해 방문한 관광객이 900만명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방자치단체와 주민은 드라마 관광 효과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시청률에 울고 웃는다. 2008년 방영된 '아쓰히메(篤姫)'의 경우 가고시마에 10여개의 관광투어 상품이 만들어졌다. 철도회사도 관련 유적지를 돌아보는 관광열차를 운영하고 지역의 음식점은 관련 음식과 특색 있는 기념품을 만들어낸다.
지역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를 찍기는 쉽지 않다. 유명배우들의 스케줄 조정이나 제작 비용도 걸림돌이다. 그런데도 NHK가 매년 거액을 들여 역사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것은 그만큼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배우들도 역사 드라마 출연을 최고의 영광으로 생각한다. 광고 모델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아이돌 스타 고리키 아야메(剛力彩芽)는 조연으로 출연하는데도 감격해 눈물을 보였다. 그녀는 "아버지가 즐겨 보는 대하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은 큰 영광"이라고 했다. NHK는 아침 드라마도 전국을 골고루 돌면서 촬영지로 선택한다.
한국도 역사 드라마의 지역 관광 활성화 효과를 기대해 지방자치단체가 거액의 자금을 지원, 세트장을 짓는다. 하지만 드라마가 끝난 후 사후 관리가 되지 않아 폐허가 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NHK 역사 드라마는 세트장보다는 숨겨진 유적과 풍광을 전국에 알리는 역할을 한다. 또 오픈세트는 다른 드라마 촬영에 재활용한다. 한국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역사 드라마의 제작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차학봉 도쿄특파원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1/13/201301130123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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