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3. 14:08

막이 내리자마자 히잡을 쓴 관객들이 무대 위로 몰려들었다. V자형으로 손가락을 펴고서 우리 공연자들을 모델 삼아 사진 찍기에 정신이 없다. 인파가 얽히고 설켜서 북새통을 이룬다. 아프리카 시골에서도 중동의 도시에서도 반응은 마찬가지. 5회째를 맞는 한-아랍 친선 카라반 공연에서 목격한 장면이다. 이번 공연단에 한류 스타가 포함된 것도 아니었다. 조금 과장하자면, 하나의 '현상' 혹은 '신드롬' 이랄까.

한류 열기는 어딜 가나 뜨겁다. 객석은 이미 동이 났고, 계단을 채우고도 자리가 모자라 많은 사람들이 되돌아 갔다. 한국말도 곧잘 한다. "한국 너무 너무 사랑해요, 정말로!" 해맑게 미소 짓는 아랍 여학생이 건네는 인사다. 그들은 한국 것이면 무조건 좋단다. K팝도, 드라마도, 한식도, 그리고 끈끈한 한국인 정이. 한국산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자랑하며, 이제는 한국산 자동차를 갖는게 꿈이란다. 

요즘 '공공외교'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전통적 외교는 정부간에만 이루어지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는 정부가 외국인을 상대로 직접 소통에 나서고 있다. 문화, 예술, 드라마, 스포츠 분야에서의 소프트파워가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민주화, 개방화, 글로벌화, 그리고 인터넷의 발달로 국민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자국 정부든 상대국 정부든 이를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미국은 일찍이 국무부에 공공외교 전담조직을 두고 그 예산과 조직을 확대해 왔다. 중국 역시 공공외교를 주요 외교 전략의 하나로 삼고 있다. 각국에 공자학원을 설립하여 중국문화와 중국어 보급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의 공공외교도 이와 다르지 않다. 외국인들에게 호감을 주는 나라, 또 방문하고 싶은 나라로서의 매력적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요컨데 공공외교의 핵심은 외국인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그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몇 가지 방안을 살펴보자.

첫째, 공공외교는 쌍방향 소통을 기본으로 한다. 우리 문화를 전파하고자 한다면 당연히 상대방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이번 우리 공연단이 아랍에서 우리 음악과 춤을 소개하는 가운데 간간이 현지 음악을 연주하자 관객의 반응은 더욱 뜨거워졌다. 거듭되는 박수와 앵콜이 공연의 진행을 방해할 정도였다. 그들 역시 자신들의 문화를 응원함으로써 우리가 자신들의 문화에 반응해 주기를 원했던 것이다. 이렇듯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전제가 된 문화교류는 시너지 효과를 가져온다.

둘째, 한류는 단순히 오감을 즐겁게 하는 차원을 넘어 세계인들 속에 하나의 문화로서 정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지화 과정이 필수적이다. 한류의 거품이 이내 꺼질 것이라는 우려가 기우만은 아니다. 문화란 시간이 지나면 참신성이 떨어져 식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아직은 여유가 있다. 전세계 한류 팬클럽이 약 800개, 회원이 약 700만명에 달한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뜨기 전 통계이니, 지금은 수 천만 명으로 늘어났을 것이다. 한류가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능동적으로 반응해야 한다. 한류공연을 기획하고 주관하는 것 역시 이들 외국인 팬들이 주도해야 할 것이다.

셋째, 공공외교란 국민들과 함께 하는 것이다. 정부보다는 국민이 앞장서야 자연스럽고 외국인도 쉽게 마음을 연다. 그렇다 치더라도, 국민들이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생각보다는 할 수 있는 일이 많고 또 어렵지도 않다. 스스로 민간외교관이 되어 국내외에서 마주치는 외국인과 마음의 소통을 하면 된다. 

공공외교는 외국인의 마음을 얻기 위한 과정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이 스스로 변해야 한다. 평소에 남을 배려하는 자세가 몸에 배도록 하여야 한다. 국민이 참다운 모습으로 변화는 과정, 이게 바로 진정한 공공외교다.



마영삼 공공외교대사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301/h2013011615135124060.htm

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