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4. 13:56

정부가 지난 3월 공공기관 구내식당 급식 사업에 자산 5조원 넘는 대기업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했다. 대기업 계열 급식업체에 밀려 중소 급식업체들이 벼랑에 섰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 밖의 사태가 벌어졌다. 세계 3위 급식업체인 프랑스 아라마크가 한국 법인을 내세워 서울시 다산콜센터, 신용보증기금 등 공공기관 4곳의 운영권을 잇달아 따낸 것이다.

조달청이 작년 10월 문구 등 소모성 행정용품의 구매대행(MRO) 사업을 입찰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국내 대기업 참여를 배제하자 세계적 사무용품업체인 미국계 오피스디포가 시장의 80%를 가져갔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작년 9월 재생타이어 사업을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하고 나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위원회가 한국타이어·금호타이어에 대해 사업 축소를 권고한 이후 세계 1·2위 타이어업체 브리지스톤과 미쉐린이 국내 시장을 빠른 속도로 삼키고 있다.

과거에도 조명기구 산업을 중소기업 고유업종으로 지정해 대기업 참여를 막았더니 GE·오스람·필립스 등 외국 기업이 시장의 60~70%를 휩쓸어갔다. 우리 중소기업 경쟁력으로 세계 톱 기업과 겨룬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대로 가면 중소기업 적합 업종을 비롯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 역시 외국 기업 배만 불려줄 공산이 크다.

중소기업이 동반 성장을 위한 대기업 규제의 과실(果實)을 자기 몫으로 만들려면 소비자들의 제품에 대한 신뢰를 높여야 한다. 결국은 중소기업이 품질과 가격 경쟁력으로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보호·육성책만으론 해결하기 힘든 숙제다. 그렇다고 중소기업이 스스로 알아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높이라고 주문하는 것도 과거 경험에서 보듯 별무(別無) 효과다. 한국 풍토에 맞는 중소기업 대책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처럼 대기업 참여를 막아서 외국기업만 득(得)을 본다면 공공조달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되 중소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중소기업에 일정한 몫을 보장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그러나 그것도 일시적 방편일 뿐이다. 중소기업 육성이란 구호보다 '어떻게' 육성하느냐 하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2/16/2012121601540.html



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