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12월 크리스마스 즈음의 일입니다. 저처럼 외국에서 시집온 친구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찜질방에 가자고 했습니다. 그때 우리는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찜질방 광고를 보고,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넓고 깨끗해 보이는 그 찜질방에 가자고 약속했고 드디어 주말이 됐습니다.
토요일 저녁 우리 가족과 친구네 가족은 약속했던 그 찜질방 앞에서 만났습니다. 날씨가 추워서 빨리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문 앞에서 안내하는 사람이 갑자기 안 된다고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당신들은 찜질방에 못 들어갑니다. 한국 사람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깜짝 놀라 물었습니다. “왜요?”
“오픈할 때부터 사장님이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외국인들은 찜질방 사용 못 합니다.”
그래서 우리 중 왕언니가 직원에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외국인 아닙니다. 여기 보세요. 주민등록증도 있습니다. 국적 바꿨습니다. 우리도 한국 사람입니다.”
직원은 놀란 듯이 답했습니다. “우리는 일반 외국인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개인적으로 말 못 해요.”
그 직원은 그러면서 사장님이 정한 규칙을 다시 말했습니다. 저는 그때 마음속으로 ‘한국에서는 인종 차별이 시행 중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에 온 지 12년이 됐습니다. 이제 한국생활이 많이 익숙해졌지만 이런 차별을 겪을 때마다 정말 섭섭합니다. 마음이 아파 울 때도 있습니다.
페루에서 낳은 제 아들 장 카를로는 작년에 제 고향 페루로 갔습니다. 얼굴 모양새와 피부색이 다르다고 왕따를 당해 마음의 병이 났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아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중학교에 들어가서 뭔가 이상했습니다. 아마 아들은 남자니까 강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아무 말도 못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느 날 아들하고 얘기를 나누는데 입술 색이 이상했습니다. 처음에는 겨울이라 추워서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상했습니다.
“솔직하게 말해.” 아들은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저는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는 게 어떠냐고 했습니다. 그러나 아들은 “어차피 똑같은 생활일 거야. 엄마, 난 괜찮아”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결국 아들은 지금 페루 외갓집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마음은 편하겠지만 엄마가 보고 싶겠지요. 아들은 몇 년 후 돌아옵니다. 제 고향 앞 피멘텔 넓은 바다에 슬픈 생각을 다 버리고 오면 좋겠습니다.
동생은 달력에 하루 한 번 X표를 하며 오빠가 돌아올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은 힘들지만 한국어에 영어, 스페인어까지 배워 오겠지요. 저는 아들이 자기 꿈처럼 훌륭한 요리사가 되면 좋겠습니다.
한국인 여러분,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을 똑같은 눈으로 보아 주기 바랍니다. 문화도 다르고 생김새도 다르지만 겉모습만 보면 사람을 잘 알 수 없습니다. 그 사람의 마음을 보아 주면 좋겠습니다.
문다카 엘레나 (페루 출신)
http://news.donga.com/3/all/20121121/509926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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