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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공부하는 이유
첫번째는 내가 지금 하는 공부가 세상을 더 나은 곳, 특히 세상의 가장 낮은 곳을 좀 더 행복한 곳으로 바꾸는데 쓰일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에. 나로 인해 세상이 더 행복해진다? 이보다 더 행복한 일이 있을까? 그래서 공부를 조금도 허투로 할 수가 없다.
두번째는 개인적인 이윤데.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특히나 집단주의가 강하고, 깊은 사색과 독서력이 부족한 개인이 많은 우리나라에서(인터넷에 무슨 과를 가야할까요, 어느 직업을 선택해야 할까요, 이 결혼 해야할까요 류이 질문이 끊임없이 올라오는 걸 보면...) 앞으로 이 땅에서 내가 주관하는 삶을 살아가려면 꼭 필요한 요소인것 깉아서 나는 오늘도 공부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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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대학을 오지 말아야 하는 학생들도 대학을 와서 앉아있어서..."
작년인가 대학교수인 삼촌한테 그냥 인사치레로 요즘 대학에 애들은 어때요? 라고 물었는데 삼촌이 툭 던진 대답이다. 그땐 그냥 공부를 못하거나 흥미가 없는 애들이 꿈도 없이 억지로 대학을 진학하나보다.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꽤 큰 문제다. 그만큼 세상이 바뀐걸 모르고 거기 앉아있는 애들이 많다는 신호로 보인다.
일단 80년대 이후부턴 고도성장이 멈추고, 회사들은 더이상 확장이 어렵고, 대학생들은 쏟아져 나온다. 이게 금융위기 때문에 나라가 어렵다, 환율, 유가가 올라서 그렇다. 같은 단편적인 문제가 아니라 더 심각하게 이제 우리는 저성장할 수 밖에 없는 시대가 들어섰다는 것.1% 성장률만 줄어도 일자리가 5-7만개 줄어든다는데 매년 8%씩 성장하다 3% 아래로 떨어진 지금 약 30만 개씩 줄어들었는데 그러면 매해 쏟아져 나오는 대학 졸업자 50만명의 미래는? 뭐 우리가 요즘 뉴스에서 이미 두눈으로 똑똑히 보고 있지 않나.
그러니깐 80년대까진 좋은 대학을 나와서 좋은 직장을 잡는게 가능했던 반짝 고도성장의 세상이었다면 이제는 이건 꿈 같은 이야기가 되었다. 하지만 60-70년대에 고도성장 속에서 대학을 나와 성공한 케이스만 보고 자라서 저성장을 겪어보지 못한 세대들은 여전히 대학을 가면 좋은 직장을 잡고 성공하는줄 알고 자기 자녀들에게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대학가라고 돈을 쏟아붙는게 문제. 무슨 조언을 해주고 싶어도 자기들이 안겪어봐서 모르니깐 그냥 공부해서 좋은대학가라 소리만 하고 있음. 이것이 자녀교육비가 큰 우리나라 가계경제에 엄청난 무리를 주고 있음. 오히려 자녀의 성향을 파악해 특기를 깨워주고, 자녀를 행복하게 해주는게 둘 다 사는 법이라고 본다.
이제 학생들도 이제 자기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만의 답을 내린 삶을 살아야지 엄마가 등록금 내주니깐 대학가야지, 대학가서도 대기업 가야지, 로스쿨 가야지 이런 이야기하면 나중에 삶이 만족하지 못하고 살 확률이 큼.
세상이 바뀌고 있다.
자기 삶에 만족하면서 행복한게 최고다 PERI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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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am never even remotely thinking of retiring. There are so many new places and stories that fascinate me. I have a long list of places to visit: Iran, Madagascar, Mongolia, Russia.
"I believe that when you find something you love, you should do it your whole life. Why would you retire from doing what you love? It's just not what we do."
아... 듣고보니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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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시대에 필수적인 판단력을 기르는 팁을 알려주는 책.
요즘 사람들은 스스로 생각하기를 싫어한다.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물어보면 제대로 설명을 못하거나 비이성적인 근거를 사용하기때문에 남들과 다르게, 덜 후회하면서 살고 싶으면 정보의 홍수시대에, 혹은 사기꾼의 시대에 더 나은 선택과 똑똑한 결정을 하는 법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전문가가 되어야한다. 스스로 지식 기반을 구축하고, 독립적은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
- 데이터를 분석하고, 데이터 이면에 놓친점 or 함정을 파악하고, 다양한 집단의 의견을 듣고, 언제나 팩트체크, 팩트체크.
온라인을 너무 믿지말자. 정보의 바다 속엔 쓰레기도 많다는걸 알지 않는가?
- 그리고나서 주변에 영향을 받지 않는 상태에서 결정을 내려야한다(특히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전에 충분한 수면, 평정심, 낮은 스트레스, 적당한 혈당 등이 중요하다)
Q1. 1번-3인칭으로 말해야 더 믿을만하고, 경쟁력 있는 후보자로 간주되었다.
+) 육즙이 풍부한 이탈리안 시푸드 필레가 시푸드 필레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는것처럼 단어의 선택만으로도, 전문단어, 공포와 사이비 과학을 섞은 단어, 이름, 언어의 미묘함 등으로도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Q2. 4번-꼴찌는 재무장관 그룹, 실제로 고양이와 전문투자자팀이 붙어 고양이가 이긴 경우도 있음.
우리는 전문가가 말할 때면 마치 스스로 생각하기를 멈추는 경향이 있다. 의사, CEO, 펀드매니저, 교수 등 자격증과 난해한 전문 용어 등은 우리의 의사결정력을 마비시키고, 사기꾼 협잡꾼 무능력자들까지도 보호해준다. 특히 전문가들과 그들의 실험결과는 누구의 펀딩을 받느냐에 따라 객관성이 사라질수도 있다.
Q3-3번- 숫자뿐만 아니라 색깔, 향기, 접촉,무게, 위치, 질문받을 때 상황 등도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Q4-1번- 통계의 오류일 뿐.
Q5-3번 - 사람들은 배가 고플때,흥분 했을때 성급한 결정을 내린다. 실제로 판사들의 가석방률은 간식시간 전 확 떨어짐.
Q6- 2번 - 색상에 영향을 받음. 다른 예로 컬러 슬라이드 활용자가 고급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고 여겨지고, 투자자들에게 주식에 관한 정보를 빨간색 문서로 제공하면 그 주식의 가치 하락에 집중하여 덜 사고, 동일한 정보를 녹색 문서로 제공하면 투자자들은 해당 주식의 가치 상승 가능성에 집중해 더 사고자 한다.
Q7- 3번 - 혈당수치가 낮을때, 기분이 좋을 때, 배가 고플때, 스트레스가 높을때, 수면 부족일 때 근시안적인 선택을 하는 성향이 강하다. 하지만 화장실이 급할때는 오히려 충동을 저지하고 조절해야 한다고 의식하게 된다. 이 본능적인 느낌이 우리를 인내하고 좀 더 가치 있는 보상을 받는 쪽으로 선택하도록 이끈다.
Q8- 답은 인터넷에.. 닷컴회사 버블이 한창이던 시절, 학습교재 회사가 핑크몽키닷컴, 감자칩제조업체가 고레이첼스닷컴으로 바꾼 뒤 주가가 상승했음. 시간이 부족한 투자자들은 당시 인터넷과 관련된 주식을 사려고 했고, 이름만 보고 고른것.
Q9- 2번- 우리는 방해 자극에 중독되어 있다. 분명 유해한데도 우리는 적극적으로 찾아 나선다.
제1부 왜 우리의 선택은 늘 완벽하지 못할까?
제1장 똑똑한 생각, 그리고 멍청한 결정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생각의 속도를 넘어선 데이터 홍수│21세기형 소음에 중독되다│무질서의 시대, 어제의 정답이 무너지다│관찰하라, 의심하라, 그리고 생각하라
제2부 당신의 결정이 착각하는 것들
제2장 보지 못한 것과 보지 않으려 한 것
호랑이를 보는가 뱀을 보는가│반짝인다고 해서 다 중요한 것은 아니다│무주의 맹시: 스마트폰을 보다가 교통사고를 당한다면│파워포인트의 위험: 제목 말고 내용이 말하는 것│숫자 숭배와 동전 던지기│모든 중요한 것은 셀 수 없다│기분 좋은 날에는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마라│확증 편향의 오류: 관성이 만들어 낸 무시│어제의 성공이 오늘도 통할 거라는 착각│눈가리개를 벗어던져라
제3장 우리 주위의 ‘선택 설계자’들
나시레마족의 비밀│젊음을 ‘불어넣는’ 거짓말│어떤 단어를 듣느냐에 따라 우리의 선택은 달라진다│다른 이름은 다른 향기가 난다│기준점 오류: 시작이 다르면 결과도 달라진다│존슨 씨의 수상한 사례│빨간 옷이 돈을 부른다?│‘만약’을 상상하여 속임수에 대비하라│배심원처럼 생각하라
제3부 내 생각은 누구로부터 나온 것인가
제4장 의심하지 않는 사람들
하얀 가운을 입은 수상한 사람들│그러니까, ‘전문가’인 제 말을 믿으세요│고양이보다 못한 전문가들의 수준│전문가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다│돈에 팔려 나간 지식의 ‘객관성’│‘사실’이 바뀌어도 좀처럼 바뀌지 않는 고정관념│의심하기, 질문하기, 스스로 생각하기│조언을 구하되, 도전을 멈추지 마라
제5장 책상물림들은 모르는 경험과 현장의 가치
목양농들에게 배워야 할 것│때로는 일상의 지혜와 경험이 전문가를 능가한다│직원 제안 제도: ‘아래’에서만 보이는 것들│‘예측 시장’에서 정확한 정보를 사는 법│관중에게 전략을 묻지 마라: 현장 전문 지식의 한계│현장은 언제나 거닐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제4부 보이지 않는 가상 세계에서 진실을 보는 법
제6장 함께 만들고 함께 엿들어라
거짓말하는 정부, 진실을 말하는 시민│‘더 빠르게, 더 생생하게’: 시민 저널리즘의 시대가 열리다│전염병보다 빠른 소셜 네트워크의 힘│소셜 네트워크 속 ‘엿듣기’가 주는 혜택│디지털 잡음 속에서 중요한 신호를 포착하다│구글 트렌드의 ‘검색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하지만 모두가 선한 의도를 가진 건 아니다│컴퓨터가 사랑을 알까?: 맥락화의 한계│디지털 정보의 신뢰도를 평가하는 법
제7장 모니터 뒤에 숨은 거짓말쟁이를 걸러 내라
다마스쿠스의 게이 소녀│얼굴 없는 거짓말쟁이들│교묘해지는 ‘댓글 알바’와 ‘봇’ 군단│인터넷 세상에서 당신은 진짜 모습을 하고 있는가│사람 많은 곳엔 이유가 있다?: 지름길을 주의하라│믿을 만한 정보를 걸러 내기 위한 체크리스트│온라인 사기꾼에게 속지 않으려면
제5부 현명한 선택을 위한 생존 기술을 연마하라
제8장 수학 울렁증을 극복해야 하는 까닭
숫자만 보면 생각을 포기하는 사람들│NASA에서 저지른 어처구니없는 수학 실수│상대적 위험 vs 절대적 위험│암에 걸리지 않았을 확률은?: 조건부 확률의 문제│사실을 담은 ‘숫자’ 그러나 사실이 아닌 ‘내용’│‘가정’이 잘못되면 가정 경제가 파탄 난다│숫자놀음으로 가득한 정치 싸움│쓸모없는 데이터를 만드는 x축과 y축의 함정│표본 편향의 오류: 부분을 전체로 일반화하기│약물에 관한 한, 여성은 금성에서 왔는지도 모른다│누구에게 물어보았는가?: 설문 조사의 위험│숫자와 거리 좁히기
제9장 몸과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스트레스가 당신의 이성을 망가뜨리고 있다│생각만 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라│행복은 어떻게 우리의 결정에 해를 끼치는가?│감정의 자동조절장치를 켜라│배가 고프면 뇌도 생각을 멈춘다│부족한 수면은 현명한 결정을 잠재운다│나 자신을 알라
제6부 우물 안 나에게서 벗어나라
제10장 당신은 ‘소수’가 될 용기가 있는가?
친구 따라 가다가 죽을 수도 있다│극단적 순응주의자와 또래 압력│그는 나와 닮았는가?: 동질성 선호가 결정에 미치는 영향│차이의 가치: 다른 것이 좋은 것이다│전쟁을 중단시킨 다양성의 힘│예스맨이 불러온 기업 파산과 원전 폭발 사고│‘좋아요’와 ‘리트윗’에 갇힌 세상│다양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위한 전략│거울을 보지 말고 반대 목소리를 들어라
에필로그
맺는말
감사의 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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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공부하는가에 대한 책
통념과 다르게 최고의 대학생은 좋은 성적으로는 훌륭한가 아닌가 or 뛰어난 두뇌를 가졌는가 아닌가로 구분할 수 없고
자신이 노력하면 성장할 수 있다고 믿고 실천하는 이라고 한다.
켄 베리 교수가 연구한 대상들의 특징
"최고의 학생들은 정신 능력의 성장과 호기심 충만한 삶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학점이나 명예보다는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 힘을 쏟았다. 그들 대부분은 인생에서 중요한 문제들에 뚜렷한 주관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이 존재하는 의미와 목적을 찾으려 노력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이 세상에 태어났을까? 내 역할은 무엇인가? 이런 고민들 속에서 그들은 바람직한 자아상과 자신이 창조하고 싶은 세상에 대해 생각했다. 연민과 정의감을 길러 더 넓은 범위의 공동체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자신의 가치관대로 움직였다."
- 그들은 자신의 독특함을 깨닫고 뚜렷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며 공부와 인생의 목적과 의미를 잘 알고 있다.
-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대상을 찾고 그들이 풀 수 있는 문제와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에 관심을 가졌다.
좋은 아이디어를 만났을 떄 그것을 알아보는 능력 기르는 법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와 창조물을 양분으로 삼아성장하려면 예술 과학 수학 철학 역사관 같은 분야의 위대한 정신적 산물을 탐구해야한다. 그러면 유사 이래 우리 인간이 이루어 낸 모든 업적만큼이나 무한한 가능성이 펼쳐질 것이다.
세계 곳곳의 현장 체험하려는 사람에게 tip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극복하고 여러 가지 물리적 문제에 대쳐할 줄 알아야 한다. 언어와 문화의 장벽이 큰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과 교감을 하고 그들을 잘 보살피려면 에너지와 창의력을 거의 전부 쏙아부어야 하죠, 자신의 중심부까지 파고들어야 해요."
내 나이 하나하고 스물이 되었을 때
엘프리드 에드워드 하우스먼
내 나이 하나하고 스물이었을 때
어느 어진 이가 하는 말을 들었지
돈이야 금화건 은화건 다 내주어 버려라
그러나 네 마음만은 주지 말아라
보석이야 진주든 루비든 다 내주어 버려라
그러나 네 생각만은 자유롭게 하라
[출처] 유명시 : 내 나이 하나하고 스물이었을 때 /하우스먼|작성자 선한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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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나라.
두바이를 갔을 때 느낌이 그랬다. 물자가 너무 풍부해서 끊임없이 어디선가 나올것만 같은 나라.
최근 이코노미스트 스페셜 리포트로 이란과 아랍의 봄을 하면서 중동에 관심이 생겨 아랍 문화에 대해 좀 더 알려고 선택한 책이었다.
지금은 GDP가 높은 중동 기름나라 중에 하나지만(이것도 10%만 내국인이라 내국인 GDP만 계산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 높을 것) 의외로 예전엔 목숨걸고 낙타 타고 사막을 건너 바다로 가서 진주를 캐내서 먹고 살던 가난한 나라였고, 지도층도 위기의식과 확고한 국가비전(석유 떨어지면 우리는 다시 가난해지므로 다방면의 산업을 발전시키자)이 있어 그냥 고충건물을 막 올리는게 아니라 상당히 정교한 의사결정을 하는 정부를 가지고 있다.
책을 읽어보면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관계를 정의한 한국과 UAE 는 궁합이 잘 맞는 나라고, 앞으로 우리 기업들과 젊은이들에게 훌륭한 기회의 땅이 될것같다.
아랍이라니....
나는 고3 수능 칠 때 제 2외국어로 '아랍어' 란걸 응시하면 유리하다라는 말이 떠돌때 아랍어를 왜 배워 싶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사회복지학과와 더불어 아랍어학과는 내가 10년 전에 보지 못하고 지나친 필드인게 틀림없다.
프롤로그/ 중동에 미래가 있다
1부 우리는 중동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1/ 중동은 아랍과 다르다
2/ 미묘한 견제와 균형의 삼각관계
3/ 이슬람의 양대 세력: 수니와 시아
4/ 무슬림의 의무와 라마단
5/ 중동에 대한 상식의 허와 실
6/ 2011년 아랍의 봄
2부 아랍에미리트연합의 탄생과 발전
1/ 아라비아 반도의 베두인
2/ 연방국가 아랍에미리트의 탄생
3/ 외국인이 더 많은 나라
4/ 에미라티제이션 정책
5/ 국부의 원천, 에너지
6/ 부(富)를 소중하게 쌓아가는 나라
7/ 비석유 부문을 키워라
8/ 아랍에미리트 최초의 철도건설과 GCC 철도
9/ 아랍에미리트의 증권시장
10/ 아부다비와 두바이의 경쟁, 그리고 협력
11/ 호르무즈의 3개 섬과 우리의 독도
3부 포스트 오일 시대를 대비한 산업화: 아부다비
1/ 아부다비 경제 비전 2030
2/ 인력 양성과 산업 입국에의 꿈
3/ 아부다비의 국영기업들
4/ 사막 위의 산업단지(KIZAD)
5/ 탄소 제로 도시, 마스다르
6/ 아부다비의 첫 금융자유구역
7/ 아부다비의 자랑, 그랜드 모스크
8/ 금(金)을 테마로 한 에미리츠 팰리스 호텔
9/ 사막 한가운데의 호텔과 수영장
10/ 250년 된 카스르 알 호슨 성
4부 창조적 국가경영: 두바이
1/ 두바이의 역사
2/ 두바이 경제위기의 교훈
3/ 다시 살아나는 대형 프로젝트들
4/ 두바이의 국영기업들
5/ 두바이 국제금융센터(DIFC)
6/ 거버먼트 서밋 행사에 다녀와서
7/ 모바일 정부 이니셔티브
8/ 2020년 두바이 세계 엑스포 개최
5부 우리나라와 아랍에미리트
1/ 우리 교민과 건설 기업의 진출
2/ 원전 수주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의 이행
3/ 비슷한 점이 많은 두 나라
4/ 아랍에미리트에 부는 한류
5/ 대학 간 교류와 협력에 대한 기대
6/ 우리나라로의 중동 관광객 유치
7/ 국내 은행 최초로 아부다비 지점 개설
6부 글로벌 비즈니스 진출과 아랍에미리트
1/ 극복해야 할 비즈니스의 간극
2/ 아랍에미리트의 기회 요인
3/ 아랍에미리트 진출 시 유의사항
4/ 중동 자본의 유치
에필로그/ 경제외교의 중심지에서
부록
UAE 개관
UAE 통치 구조
UAE 연방 구조
UAE 연방정부 조직
아부다비의 정부기구
두바이의 정부기구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 국가의 인구와 성장 전망
[독서-4월 2주]누가 내 생각을 움직이는가 (0) | 2015.04.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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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2월 3주]그리스인 조르바 (0) | 2015.03.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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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2월 1주]인문학의 꽃, 역사를 배우다 (0) | 2015.03.09 |
중세 유럽의 이야기다. 사악한 용(龍)을 잡는 방법을 가르치는 ‘용잡이 학원’이 있었다. 학생들은 비싼 수업료를 내고 기초부터 고급 과정에 이르기까지 열심히 공부하고 연마했다.
졸업반 학생 하나가 스승에게 조심스럽게 여쭈었다. “용은 어디 있습니까?” 스승이 대답했다. “용은 없다.” 화들짝 놀란 학생이 “그러면 지금껏 배운 공부가 무용지물이란 말씀입니까?”라고 따지자 스승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너도 나처럼 학원을 차려 학생들을 가르치면 될 것 아니냐.”
대학 공부, 특히 인문학이 용잡이 학원 수업을 닮았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이에 대해 인문학 교수나 소위 힐링 전도사들은 인문학이 상상력을 키워 주는 쓰임새가 큰 학문이라고 역설한다. 애플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가 대학에서 철학을, 페이스북 창업주인 마크 저커버그가 심리학을 전공한 것을 즐겨 예로 든다.
그런데도 왜 기업들은 잡스나 저커버그를 배출한 인문사회계를 외면하고 이공계나 상경계 졸업생을 선호할까?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고교 시절 잡스는 HP 인턴으로 컴퓨터 기초를 다졌고, 저커버그는 컴퓨터 신동이었다. 다시 말해, 그들 성공의 원동력은 컴퓨터 공부다. 인문학 지식은 부차적인 것이었다.
이것은 일반 대졸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모 일간지 기자가 “인문계 인재를 뽑아 직무 능력을 키워 주면 되지 않느냐”고 어느 재벌 그룹 인사 담당자에게 물어봤다. 그 담당자는 “인문계를 뽑아 하나부터 열까지 직무 교육을 하느니 차라리 이공계를 뽑아 인문학 강의를 해 주는 게 훨씬 더 경제적이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둘째, 잡스와 저커버그는 천재 중의 천재다. 천재(天才)는 말 그대로 하늘이 내린 재주라 대학에서 뭘 전공해도 성공한다. 보통의 학생들은 이런 예외적인 천재의 성공 스토리에 현혹되지 말고 인문계의 평균적인 모습을 살펴봐야 한다.
3주 전 어느 일간지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SKY) 인문사회 계열 졸업생의 취업률은 45.4%로 나타났다. SKY가 이럴 정도니 다른 대학들은 어떻겠는가. 그래서 나온 씁쓸한 신조어가 “인문계 90%가 논다”는 ‘인구론’이다. 이것이 인문학 전공자의 평균적 모습이다.
두 달 전 서울의 어느 명문대는 비인기 인문계 학과의 통폐합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 학제 개편은 곧 해당 학과 교수들의 거센 반발에 부닥쳤다. 개편이 유야무야되면 교수의 기득권이야 지켜지겠지만 학생은 ‘인구론’의 직격탄을 맞게 된다.
대학의 인문학 위기와는 달리 지난 몇 년간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다. 그 이유는 인문학이 ‘사치재(luxuries)’이기 때문이다. 사치재란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수요가 급증하는 재화를 일컫는 경제학 용어다. 어느 개인의 평생 소득의 변화를 보면 중장년 무렵에 최고조에 달하는데 그때 인문학 수요가 급증한다.
인문학이 사치재란 걸 받아들이면 학제 개편의 방향은 명확해진다. 먼저, 인문계 정원을 필요 최소한으로 축소할 필요가 있다. 그 대신 이공계 학생을 포함한 전교생의 인문학 교양 교육을 강화하라. 그래서 학생들이 중장년층이 됐을 때 인문학을 다시 찾도록 만들어라. 그리고 현재 중장년층의 인문학 수요에 부응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발하라.
인문학 힐링 전도사들 역시 ‘인구론’에 일조한다. 작가인 남정욱 숭실대 교수는 ‘차라리 죽지 그래’라는 저서에서 철학자 강신주 박사나 서울대 김난도 교수가 그런 전도사라고 주장한다. “일하는 것은 노예가 되는 것”이라는 등 인문학을 빙자한 반(反)자본주의 논리로 청춘을 오도(誤導)하는 강 박사가 정작 자신은 일의 노예가 돼 자본주의적 돈벌이에 몰두한다고 남 교수는 개탄한다.
남 교수는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선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서울대생처럼 선택받은 소수가 아닌 대다수 청춘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 교수가 설파하는 ‘인문학적 방황’을 믿고 따르다간 낭패 보기 십상인 게 ‘인구론’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제 이틀 뒤면 입학식과 함께 신학기가 시작된다. 인문학 전도사에게 속아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인문학을 선택해 열정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면 그것은 축복이다. 하지만 그 선택이 초래할 결과가 어떨지는 미리 헤아려라. 그래야 ‘용잡이 학원’이나 ‘인구론’에서 벗어날 수 있다.
김인규 한림대 교수·경제학
http://news.donga.com/3/all/20150228/69852847/1#replyLa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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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열의 지배를 받지 않습니다. 고향도 마찬가지예요. 한때 몹시 그리워하던 적이 있어서 그것도 목젖까지 처 넣고 토해 버렸지요, 그때부터 고향 생각이 날 괴롭히는 일이 없어요." - 284p
재밌게 읽은 고전.
읽는내내 조르바가 나에게 직접 말해주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나도 당신처럼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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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는 얼마나 축복받았길래 이런 책을 가질 수 있었는가?
읽어보면 알겠지만 삼강행실도 같은 류의 지침서와는 다르게 수천 년이 지나도 여전히 유효해 인종이 다르고, 국가가 다르고, 종교가 없는 21세기의 나도 인생의 지혜서로 삼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아마 이것이 이스라엘이 오늘날까지 건재한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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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서가 아니고 역사공부 길잡이 책. 사학과에 입학한 사람이라면 읽어보고 역사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좋겠다.
1. 역사에서는 서로 다은 여러 요인이 상호 작용과 끊임없는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만들어간다. ex) 핵무기
2. 역사를 공부한다고 해서 미래 예측 능력을 가질 수 있는것은 아니다. 하지만 역사를 토대로 우리는 미래의 실제적인 과정을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이끄는 결정을 내릴 수 있으며, 또 그 결정을 권장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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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프랑스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는 정부의 권고를 무시하고 이슬람 창시자 마호메트를 외설적으로 묘사한 여러 그림을 실었다. 당시 필자는 튀니스에 있었다. 이슬람 사원 밖에 탱크와 군인이 있었고, 외벽은 영어와 프랑스어, 스페인어로 서구와 이슬람 증오 세력에 전쟁을 선포하면서 혁명을 외치는 낙서로 도배돼 있었다. 튀니스 주재 미국 대사관이 공격받고 미국인 학교가 방화로 소실된 며칠 후였다. 그 바로 전에는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가 지하드 반군에 살해당했다.
필자는 30분간 튀니스 중심부인 하비브 부르기바 거리에 초조하게 서 있었다. 통행금지가 떨어지기 전 돌아가야 하는데 아무리 해도 택시가 잡히지 않았다. 거리엔 유럽인이라곤 혼자밖에 없어 눈에 확 띄었다. 마음속으로 지난 수년간 고의적이고도 불필요한 도발을 계속한 샤를리 에브도를 저주했다. 샤를리 에브도는 2006년 덴마크 신문에 처음 등장했던 마호메트 풍자 만화를 재발행했다. 2011년에는 이슬람 율법 샤리아를 패러디한 ‘샤리아 에브도’를 발간해 편집국이 화염병 공격을 받는 일도 있었다.
지난주 수요일 아침, 우리 사무실에서 20분 거리인 샤를리 에브도 본사가 무차별 총격을 받아 12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필자는 파리의 다른 모든 시민과 마찬가지로 깊은 충격을 받았다. 중무장한 경찰과 군인이 골목마다 서 있고 군용 차량이 다른 차량을 견인하는 것을 봤을 때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커피숍에 들어가자 모두 TV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한마디씩 하고 있었다. TV에서는 경찰관 2명과 스테판 샤르보니에 편집장과 여러 만평가가 목숨을 잃은 대학살 현장을 중계하고 있었다. 필자 옆의 남자가 “또 다른 단계로 접어들었을 뿐”이라고 말을 건네왔다. “무슨 말이오?”라고 묻자 “아랍과의 전쟁 말이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샤를리 에브도는 정당성 없는 폭력의 예상치 못한 피해자였다고 할 수밖에 없다. 요즘의 파리 사람들에게 샤를리 에브도는 충격을 줄 힘을 잃어버린 1960~70년대의 진기한 유물일 뿐이다. 테러 전날 신문 가판대에 있는 샤를리 에브도 최신호 표지가 눈에 들어왔다. 멍한 표정의 성모 마리아가 더 멍한 표정의 예수 그리스도를 낳는 그림이었다. 길을 가면서 요즘 저 잡지를 도대체 누가 보는지, 어떻게 적자를 갓 벗어나기 시작했는지, 어쩌다 박물관에나 진열될 법한 유물이 된 건지를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이번 테러 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유명 만평가 두 명의 나이에서도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장 카뷔와 조르주 볼린스키는 각각 76세와 80세였다. 무엇보다 이들은 1968년 5월 혁명 세대였다. 무제한적 자유를 믿고 거리낌없는 성적 표현과 마약 복용을 하는 세대 말이다.
무엇보다 이들은 모든 형태의 윤리적·종교적 권위를 조롱할 자유를 굳게 믿으며 드골 정부의 고압적 가부장주의에 반발했다. 샤를리 에브도의 끈질긴 도발(provocation) 추구는 파리 사람들 특유의 전통에 속한다. 이 태도는 프랑스 혁명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70년 창간된 샤를리 에브도를 프랑스 잡지답게 만든 건 바로 전투적이고도 공격적인 세속주의였다. 이 또한 프랑스 문화의 오랜 전통이다. 역사적으로 가톨릭 교회의 힘을 견제하는 한 방식이었다. 68년 5월 혁명은 구세대를 향한 청년세대의 저항이었고, 반종교 풍자는 저항의 핵심이었다.
현재 프랑스에서 68혁명에 가담했던 세대는 문화적 기득권층이 된 지 오래다. 그들이 젊은 시절의 좌파적이고 자유주의적 사상을 아직 신봉한다 해도 기성세대가 됐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샤를리 에브도 또한 마찬가지다. 아무리 무정부주의를 과시한다 해도 아주 오래전 기득권의 일원이 되어버렸다.
적어도 프랑스 주변부 교외 지역에서는 샤를리 에브도를 그렇게 인지하고 있다. 프랑스 주요 도시를 둘러싸며 광범위하게 펼쳐진 교외 빈곤 지역은 중동과 아프리카, 아시아의 프랑스 식민지 이민자들이 상당수 거주하는 곳이다. 샤를리 에브도의 풍자는 파리 중심부에선 종교적·정치적 권위주의의 코를 비틀기 위한 풍자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교외 지역에서는 자신의 정체성 중에서 아직 프랑스 주류사회에 동화되거나 짓밟히지 않고 남아 있는 유일한 부분과, 마음 깊이 간직한 종교적 신념을 내키는 대로 조롱할 수 있는 주류 권력자의 오만으로 보고 있다.
수요일 프랑스에서 총격으로 쓰러진 것은 누구에게든 자신의 생각을 발언할 자유를 가장 소중하게 여겼던 세대다. 파리 사람들은 넉살좋은 기지(wit)에 자부심을 가진다. 늘 권위에 저항해 왔던 이런 태도의 밑바탕에는 생각의 자유와 도발을 즐기는 자세가 깔려 있다. 샤를리 에브도를 향한 끔찍한 살해는 이 모든 것의 정반대에 서 있다. 이는 바로 파리 사람들의 정신에 대한 무자비한 학살이다.
앤드루 허시 런던대 파리분교(ULIP) 학장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6916564&cloc=olink|article|defa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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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콜은 우리 산업사의 명작(名作)이다. 엄청나게 많이 팔렸고, 지금의 삼성전자를 키워냈다는 이유 말고도 또 있다. '메이드 인 코리아'로서 최초의 명품 반열에 올랐다. 일본의 스시나 렉서스처럼 고급 소비자들이 찾는 제품 말이다. 우리는 인모(人毛)를 모으고, 무연탄과 텅스텐을 캐내고, 1달러짜리 와이셔츠를 만들어 수출 목표량을 채웠던 나라이다. 1990년대 초 해외여행 자유화 초기만 해도 "도대체 우리나라가 수출하는 상품은 어디에 있는 거야"라고 궁금해했다. 그런 한계를 최초로 돌파한 상품이 애니콜이었다. 뉴욕과 파리의 멋쟁이들이 앞다퉈 애니콜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2000년대 중반 해외 전시회에 갔을 때 기자가 들고 간 최신형 애니콜에 놀라서 탄복하는 외국 기자들을 보고선 기자가 더 놀랐던 기억이 또렷하다. 지금은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그땐 정말 꿈 같은 얘기였다. 그게 불과 10여년 전이었다.
애니콜은 어떻게 세계 명품이 됐을까? 정말 궁금했다. 그 무렵 전 세계에 팔려나가는 애니콜 전부를 생산하던 구미공장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당시 공장장은 김종호 현 삼성전자 세트제조담당 사장이었다.
"어제 이사했다면서?" "동생이 아프다더니 괜찮니?"
김 공장장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구미공장의 경영진은 2000명이 넘는 직원을 꿰뚫고 있었다. 직원 대부분은 실업계 고교 출신이었다. 당시 인문계 고교 진학률이 60%가 넘고, 실업계 고교에서도 대학 진학률이 50%에 이르던 시절 공장으로 온 젊은이들이 '세계 1등'을 만들고 있었다. '대외비(對外?)'라는 공장 내부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는데 거기엔 '메모'가 가득했다. '이 기계의 각도는 1도 낮추면 훨씬 효율이 좋다' 등 현장의 아이디어들이었다.
이기태 당시 삼성전자 사장은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메뉴가 마음에 안 들면 숟가락을 던졌다고 한다. "이런 밥을 먹고 어떻게 세계 1등의 휴대전화를 만들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구미공장에서는 현장 직원을 '작업자'라고 부르면 쫓겨났다고 한다. '프로'라고 불렀다. 이들은 단순 작업이 아니라 혼(魂)을 담은 일을 했다. 그들은 "전 세계 공장 중에서 하나가 살아남는다면 구미공장"이라고 외치고 있었다.
회사는 '프로'들에게 그냥 아이디어를 내라고, 그냥 열심히 하라고, 그냥 협력하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생뚱맞게 '종이비행기 멀리 날리기 대회'를 연 뒤 1등 종이비행기를 놓고 어떻게 만들었는지 함께 연구해보기도 했다. 거기엔 멀리 날 수밖에 없는 비결이 있었다. 체육관을 빌려서 초대형 도미노 게임도 했다. 이를 통해 팀워크와 정보 공유가 왜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생산라인 개선 작업은 아침밥 개선안부터 받았다. 직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였다.
연초 우리 산업계에 들려오는 소리가 밝지만은 않다. 그래서 해묵은 애니콜 신화를 꺼내봤다. 흘러간 성공 신화에 매몰되는 게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하지만 위기 극복의 기본도 성공 경험에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인열 산업1부 차장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1/05/2015010504335.html
갑의 못된 횡포를 ‘갑질’이라고 한다. 갑의 갑질이 얼마나 추악하고 비열한지는 당해본 을만이 안다. 그런데 갑을관계의 진짜 비극은 갑의 갑질에 있다기보다는 갑질을 당한 을이 자신보다 약한 병에게 갑질과 다를 바 없는 을질을 한다는 데에 있다. 병은 또 자신보다 약한 정에게 갑질·을질과 다를 바 없는 병질을 한다.
이런 먹이사슬 관계를 온몸으로 가장 잘 드러내는 이들이 놀랍게도 아직 갑을관계의 본격적인 현장에 뛰어들지 않은 대학생들이다. 미리 연습을 하려는 걸까? 사회학자 오찬호 박사가 출간한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괴물이 된 이십대의 자화상>은 대학생들의 ‘대학서열 중독증’을 실감나게 고발하고 있다. 대학생들과의 자유로운 대화에 근거한 애정 어린 고발인지라 분노보다는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오 박사는 대학의 수능점수 배치표 순위가 대학생들의 삶을 지배한다고 말한다. 전국의 200개 대학을 일렬종대로 세워놓고 대학 간 서열을 따지는 건 단지 재미를 위해 하는 일이 아니다. 매우 진지하고 심각한 인정투쟁이자 생존투쟁이다. 서열이 한두개 차이 나는 대학을 ‘비슷한 대학’으로 엮기라도 할라치면 그 순간 서열이 앞선다는 대학의 학생들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냐”며 흥분한다. 이런 현실에 대해 오 박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금 대학생들은 ‘수능점수’의 차이를 ‘모든 능력’의 차이로 확장하는 식의 사고를 갖고 있다. 십대 시절 단 하루 동안의 학습능력 평가 하나로 평생의 능력이 단정되는 어이없고 불합리한 시스템을 문제시할 눈조차 없는 것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본인이 당한 인격적 수모를 보상받기 위해 본인 역시도 이런 방식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더 ‘높은’ 곳에 있는 학생들이 자신을 멸시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기보다, 스스로 자신보다 더 ‘낮은’ 곳에 있는 학생들을 멸시하는 편을 택한다. 그렇게 멸시는 합리화된다.”
대학생들의 이런 정신상태는 우리 사회에서 갑을관계와 비정규직 차별이 사라지기는커녕 앞으로 더욱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말해준다. 오 박사 말마따나, 오늘날 이십대는 “부당한 사회구조의 ‘피해자’지만, 동시에 ‘가해자’로서 그런 사회구조를 유지하는 데 일조하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 이 모든 게 전적으로 기성세대의 책임이라는 점에서 비교적 편한 시절을 살았던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그들에게 죄스러울 따름이다.
대학생들의 ‘대학서열 중독증’은 미국에서 벌어진 ‘능력주의’(meritocracy) 논쟁을 떠올리게 만든다. 오늘날 미국의 극심한 빈부격차를 정당화하는 주요 이데올로기가 바로 “능력에 따른 차별은 정당할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다”고 하는 능력주의다. 능력은 주로 학력과 학벌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고학력과 좋은 학벌은 주로 부모의 경제력에 의해 결정된다. 학력과 학벌의 세습은 능력주의 사회가 사실상 이전의 귀족주의 사회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웅변해준다.
이런 한국형 ‘세습 자본주의’를 바꾸는 것이 제1의 개혁의제가 되어야 하겠지만, 우리 모두 어느 정도는 갖고 있는 ‘사소한 차이에 대한 집착’도 성찰의 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수능점수 몇점이나 정규직·비정규직의 능력 차이는 사소한 것임에도 우리는 그런 차이에 엄청난 의미를 부여하면서 그에 따른 차별에 찬성하는 것을 정당한 능력주의라고 믿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평등주의가 강한 사회라곤 하지만, 평등주의는 위를 향해서만 발휘될 뿐이다. 밑을 향해선 차별주의를 외치는 이중적 평등주의를 진정한 평등주의라고 할 수는 없다. 이런 이중적 평등주의는 우리 모두를 피해자로 만든다. 그럼에도 우리 모두의 ‘사소한 차이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그 체제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50년 전 시인 김수영이 “왜 나는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라고 물었듯이, 이제 우리도 스스로 물어야 할 때다. 우리가 사소한 차이에만 집착하고 그 차이의 정의가 실현되지 않는 것에 분개하는 동안 세상은 점점 더 돌이킬 수 없는 거대한 구조적 불평등과 차별의 나락으로 빠져드는 건 아닐까?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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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을 깨친 미취학 자녀가 있는 분은 이 글을 읽는 즉시 가위로 오려내 폐기 처분하시길 권합니다.)
산타의 정체를 알게 된 건 대여섯 살 때쯤이다. 크리스마스이브 저녁 퇴근한 아빠가 마루에 있는 나를 발견하고 당황하며 무언가를 허겁지겁 장독대에 숨겼다. 지금도 그 장면이 생생한 걸 보면 충격이 상당했던 모양이다. 아, 어쩐지 이상했어. 산타는 아빠였구나…. 물론 지혜로운 어린이답게 아빠에겐 모른 척했다.
지난주 인터넷에서 귀여운 가정통신문을 발견하고 이 기억을 떠올렸다. 한 유치원에서 학부모들에게 보낸 편지에는 ‘Santa 訪問에 관한 안내문’이란 제목이 적혀 있고 다음과 같은 설명이 이어진다. “이 안내문을 英語와 漢字를 섞어서 쓰고 봉해 보내는 이유는 우리 어린이들이 Santa에 대한 神秘感을 지니게 하여 동심의 즐거운 追憶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영어·한자·산타·신비감·추억 등의 단어를 일부러 영어와 한자로 적어 아이들이 혹시 이 안내문을 발견해도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배려다. 내용인즉슨, 아이들이 산타 앞으로 쓴 카드를 부모님들께 보내 드리니 카드에 적힌 아이의 희망 선물을 체크해 미리 준비하시라는 거다.
뭐 이렇게까지 하면서 산타의 존재를 믿게 해야 하나, 쿨한 마인드의 부모님이 있을까 봐 덧붙인다. 미국의 뇌과학자 켈리 램버트 박사는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산타의 존재는 아이에게 마음의 예방접종과 같다”며 산타의 선물이라는 픽션을 가능한 한 오래도록 아이의 마음속에 남겨 두라고 조언했다. 사람은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허구와 사실을 구분하게 되지만 뇌 속에는 시간여행(mental time travel)을 위한 시스템이 내장돼 있어 비슷한 상황에 처하면 행복했던 과거의 감정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러므로 되새김할 수 있는 좋은 기억은 많을수록 좋다.
램버트 박사의 경험을 참고하자. 3세, 7세의 두 딸이 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앞둔 시점 다락에 숨겨 놓은 선물을 발견했다. 엄마는 아이의 믿음을 지키려 필사적으로 둘러댄다. “산타가 등이 아파서 크리스마스이브에 배달할 선물을 미리 소포로 부쳐 줬어. 크리스마스 전에 열어 보면 도로 가져간다고 계약서에 서명도 했단다.” 그러니 올해 크리스마스도 산타 지키기에 전력을 다할 일이다. 조금 더 크면 만나게 될 험한 세상을 견딜 힘을 비축해 주는 것. 그것이 웃을 일 별로 없는 세밑을 사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선물인 것 같아서다.
이영희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6772204&cloc=olink|article|defa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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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비원에게 법정 최저임금을 주느니 감원하겠다는 곳이 적지 않다. 가구별로 추가로 내야 할 월 몇천원이 부담스럽다는 서민아파트도 있다. 반대로 전기를 아껴 경비원 임금을 19% 올려주고 고용도 보장해 주는 곳도 있다. 서울 성북구 석관동의 석관두산아파트가 그곳이다. 이 아파트는 입주민의 조그만 노력으로도 대규모 절전이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평균 면적 108㎡(33평)에 약 2000가구가 사는 이 아파트는 2010년부터 에너지 절약을 시작했다. 올해까지 4년 동안 줄인 전력 소비량은 200만㎾시에 이른다. 2010년 15억2000만원을 내던 전기요금이 올해는 11억2000만원으로 4억원 줄었다. 그사이 전기요금 인상분을 고려하면 실제 절감액은 5억2000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가구당 연간 26만원의 전기료를 아낀 셈이다.
특히 공용전기 사용량은 300만㎾시에서 190만㎾시로 37%나 줄었다. 그 핵심은 바로 지하주차장 조명등 교체였다. 지하 3개 층에 40W 형광등 1450개가 하루 24시간 365일 켜져 있었다. 이를 20W 엘이디(LED) 조명으로 바꾸고, 다시 이용하지 않을 때는 5W로 소비전력이 주는 감지기를 설치했다. 1억4000만원의 투자금은 2년 만에 회수했고, 무려 45만㎾시의 전력소비를 줄였다. 공용전기 소비가 뚝 떨어지자 주택용과 따로 맺었던 한전과의 계약방식을 단일계약으로 바꾸어 요금을 또 절약했다.
이 아파트는 요즘 공영전기의 곱절에 이르는 가구별 전기 소비를 매달 몇만㎾시씩 줄여나가고 있다. 심재철 입주자대표회장이 밝힌 비결은 이렇다. “사람들에게 불편을 강요하고 잔소리를 퍼부었자 지속적인 절약을 이끌지 못합니다. 가장 쉽게 큰 효과가 날 절전 분야에 집중합니다.” 천체관측 동호인이기도 한 심씨는 이를 ‘미스터 갈릴레오의 3+1 절전운동’이라 불러 보급했다. 텔레비전과 냉장고의 설정을 절전 모드로 바꾸는 것만으로 20~40%의 전기를 아낄 수 있고 스탠드형 에어컨의 누전차단기 스위치를 내리는 것만으로도 월 3㎾시를 절약한다. 여기에 외출하거나 잠자기 전 인터넷 관련 전원을 모두 끄는 실천을 하나 하자는 것이다.
석관 두산아파트는 녹색연합이 2012년부터 성북구와 함께 벌이고 있는 에너지 절약 캠페인에서 첫 ‘절전소’로 지정됐다. 절전소란 ‘에너지를 절약하는 발전소’란 뜻이다. 화석연료를 쓰지 않고 오염물질을 배출하지도 않으면서 새로 발전소를 짓는 것과 똑같은 효과를 낸다고 해서 지은 이름이다. 성북구에는 아파트, 주민센터, 학교 등 44곳의 절전소가 있다.
요즘 에너지 절약은 서울의 많은 아파트단지에서 화두가 됐다. 석관두산아파트는 7월 서울시의 에너지절약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26개 아파트의 하나이다. 지난겨울 넉 달 동안 이 대회에 참여한 203개 아파트 단지가 에너지 절약으로 아낀 돈은 139억원에 이른다. 대회에 참여한 13만6000여가구가 절약한 전력은 서울 지역 3000여가구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양이다. 이들은 정부의 각종 지원제도를 활용해 소형 열병합발전기를 설치하거나 고효율 엘이디 조명으로 교체해 큰 절전 효과를 거뒀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도 생기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150명, 올해 95명의 ‘에너지 설계사’를 선발해 에너지 낭비 현장을 찾아 컨설팅을 해 주고 있다. 계약이 끝난 설계사 가운데 43명이 관련 기업에 취직했고 3명은 에너지 분야 협동조합을 차렸다. 아파트 주민들이 절전의 짭짤한 효과를 맛보게 한 효자인 엘이디는 2011년 20만개에서 올 6월 현재 679만개가 보급되면서 새로운 시장이 생겨나고 있다.
서울에 이처럼 에너지 절약 열풍이 불게 된 것은 올해 2단계에 접어든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 덕분이다. 밑에서 시작되고 있는 이런 움직임은 큰 의미를 지닌다. 수요를 과다하게 예측한 뒤 원전과 화석연료에 기댄 공급을 늘려가는 중앙정부의 시대착오적 에너지정책이 아파트로부터 도전받고 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66940.html
신성장동력은 혁신과 기업가 정신
애플처럼 혁신이 상업화에 성공해야
패자부활이 가능한 벤처생태계 필요
외환위기가 수습되고 벤처 붐이 일었던 2000년 초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 간 적이 있다. 1998년 리스본에서 해양박람회가 열렸고, 한국이 해양박람회 유치전에 뛰어들 채비를 할 때였다. 당시 바다로 통하는 테즈강변에서 ‘항해 왕자’로 유명한 엔히크(Henrique) 왕자 사후 500주년 기념비를 볼 기회가 있었다. 50m이상 솟은 이 거대한 기념비에는 유럽에서 인도로 가는 길을 개척한 바스코 다 가마, 세계 최초로 세계일주를 한 마젤란 등 포르투갈의 영웅적 탐험가들이 조각되어 있었다. 여행가이드는 “당시 항로와 식민지 개척은 지금으로 보면 일종의 벤처기업의 성격을 가졌다”고 했다. 야심만만한 젊은 인재들이 국왕에게 탐험 계획서를 제출하면 국왕이 검토해 선박과 필요한 자금을 대준다. 목숨을 담보로 탐험을 하지만 성공하면 엄청난 보수를 챙겼다. 당시 농경사회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신산업동력을 발굴한 것이다.
덕분에 포르투갈은 일찍이 ‘대탐험 시대’의 선두주자가 됐다. 엔히크 왕자는 직접 아프리카 서해안을 따라 인도로 가는 길을 탐험했다. 이탈리아 출신인 콜럼버스는 포르투갈 국왕에게 지원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뒤, 스페인 이사벨라 여왕의 지원을 받아 대서양을 횡단해 미국대륙을 발견했다. 너무 많은 젊은이들이 불나방처럼 항로 개척에 뛰어들어 희생을 당하면서 포르투갈은 이후 상당기간 인재난에 시달리면서 쇠퇴했다고 한다. 당시 항로개척은 탐험정신을 바탕으로 혁신기술이 동반되어야 가능했지만 벤처기업 마냥 성공확률은 극히 빈약했다. 하지만 불굴의 모험정신 덕분에 포르투갈은 한동안 세계 각국에 식민지를 건설한 해양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요즘 우리 경제계의 화두는 혁신과 기업가 정신으로 요약된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것이다. 창업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정주영 이병철과 같은 모험적이고 기업가 정신으로 충만한 인물들을 찾기가 힘들어졌다.
짐 클리프턴 갤럽 회장이 저서 ‘일자리 전쟁’에서 주장하는 혁신과 기업가 정신의 상관관계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는 세계 곳곳에서 혁신은 드물지 않지만, 많은 혁신들이 상업화에 성공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진단한다. 미국과 인류를 발전시킨 것은 인터넷의 발명보다 인터넷의 상업화였고, 뛰어난 기업가들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수요와 소비를 증가시켰다는 것이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찾기 어렵고, 부족하며, 보기 드문 에너지와 재능은 바로 기업가 정신”이라며 “이를 희귀한 세일즈 기술, 천재적인 비즈니스 모델 설계, 혹은 레인메이킹(rainmaking)이라 부르기도 한다”고 했다. 원래 가뭄 때 비를 오게 하는 인디언 주술사라는 뜻의 레인메이커(rainmaker)는 신규사업으로 대박을 터트리는 존재를 일컫는다. 미국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마윈,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등이 대표적인 예가 되겠다.
우리는 어떤가.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는 쌍두마차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다. 세계 경제전선에서 매우 선전하고 있으나 이들 기업에서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의 그림자를 찾기는 쉽지 않다. 하드웨어는 강하나 소프트웨어는 맥을 못 춘다. 그렇다고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새로운 기업이나 인물도 눈에 띄지 않는다. 이영환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vs 코리아 프리미엄’에서 “재벌의 압도적인 우위는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새로운 기업이 등장하는 데 커다란 장애물이다”고 주장한다. ‘샐러리맨의 신화’ 팬택 박병엽의 몰락이 하나의 사례다. 휴대폰 업체 경쟁력이 기술력이나 품질보다 브랜드파워와 대기업의 보조금 위력에 좌우됐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다. 재벌의 후예들은 모험정신은커녕 사고만 치고 다니고, 선대가 쌓아놓은 명성에 먹칠이나 하고 있다.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우리 벤처기업 생태계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한번 실패하면 영원히 나락으로 떨어진다. 물론 모험이 없으면 대박도 없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성공은 수많은 실패 경험의 축적을 통해 가능했다. 혁신과 기업가 정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제거하고, 패자부활전이 가능한 생태계를 조성해야 레인메이커가 등장할 수 있다.
조재우 논설위원
http://www.hankookilbo.com/v/39508521dde84cdab116b2652e4111d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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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 학교비정규직노조 파업 때의 일이다. 공립유치원에 다니는 큰 아이의 급식실 조리원들이 하루간 파업에 들어가니 도시락을 싸서 보내달라는 통신문이 나왔다. 유치원에서 빵과 우유를 나눠주기는 하지만 한 끼 식사로는 부족하니까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게끔 집에서 준비해달라는 것이었다. 담임선생님은 네이버에 개설된 학급 밴드를 통해 “도시락을 싸올 수 있는 친구들은 좀 넉넉히 싸와 형편이 여의치 않은 아이들과 나눠먹으면 좋겠다”면서 자신도 푸짐하게 준비해 아이들과 특별한 기분을 내보겠다고 공지했다. 한번도 김밥 재료들이 정중앙에 위치하게 말아본 적이 없는 형편없는 솜씨이건만, 나 역시 한 보따리 싸서 보내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던 것도 잠시. 나는 그 밑에 달린 댓글들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그간 한국사회의 제반 관계는 가족을 원형으로 하는 유사 가족체제였다. 학교 선배는 오빠고, 윗집 아이엄마는 언니며, 육아 도우미는 이모였다. 유교적 가족질서를 무한히 확장해나가는 한국 사회의 인간관계에 갑갑함을 느끼며 오빠를 선배로, 언니를 ○○엄마로, 이모를 아주머니로 부르는 대신 갑절로 깍듯하고 상냥하려 애써왔다. 그런데 이 모든 기성체제를 무력화하는 가공할 형태의 새로운 관계 원형이 세계를 석권했다. 이름하여 ‘고객주의’. 돈 내면 고객이고, 고객은 왕이다. 돈으로 매개되지 않는 관계가 거의 없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마음만 먹으면 ‘갑질’할 곳은 도처에 널렸다.
내가 지불하는 돈은 내가 제공받는 재화 및 용역과 정확한 등가가치를 이룬다. 그 가격이 적절하게 책정됐든 아니든, 나는 화폐 지불을 통해 재화와 용역이라는 상품만을 구매할 뿐, 판매자의 인격까지 사는 것은 아니다.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인간이기 때문에 둘 사이에 인간적인 거래 형식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 그것은 상호간의 호의와 호혜에 기반해야 한다. 친절이라는 것은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일방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개인과 개인이 만나 “나는 인간이라는 종을 신뢰한다” “나는 당신이 이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서로간에’ 전달하는 일이다. “사랑합니다, 고객님”이 거북한 것은 이 일방적이고도 기계적인 언설이 발화자의 인격과 주체성을 말살했으므로 한낱 거짓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친절은 단지 허위와 허식인 것이 아니라 위험과 악의가 잠복해 있는 이 세계에서 조금이라도 더 넓은 안전지대를 확보하기 위해 인류가 개발해낸 유구하고도 세련된 생활양식이다. 나는 내 발을 밟고 놀란 표정으로 미안하다고 말하는 여인에게서, 아이를 위해 미지근한 물로 핫초코를 탔다는 카페 직원에게서, 계단에 얼음이 얼었다며 조심하라는 경비원 아저씨에게서 세계의 온기를 느꼈다. 그들에게 화답하며 나라는 인간이 이 낯선 세계에서 호의와 선의에 둘러싸여 있다는 확신에 가까운 감정을 얻었다.경비원에게 상한 음식을 던져준 압구정동 아파트의 할머니도, 주차요원의 무릎을 꿇린 백화점 VIP 모녀도, 땅콩회항의 히로인 조현아씨도 모두 촌스러운 사람들이다. 세계가 진심으로 자신을 환대한다고, 기꺼워한다고 느껴본 적이 아마도 없을 것이다. 촌스러운 것도 지나치면 사악한 것이 된다. 비유와 직설도 구분 못하는 이들을 위해 분명히 말하자면, 고객은 왕이 아니다. 너도, 나도, 누구도 왕이 아니다.
박선영 문화부 기자
http://www.hankookilbo.com/v/b4aa1b55f51e4f4c89d92df89a134b9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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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만나본 적은 없지만 만나볼 기회가 주어진다면 왠지 즐겁고 유익하고 행복해질 것 같은 사람이 있다. 나에겐 김정운 교수님이 그런 분이었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에서부터 『남자의 물건』 『노는 만큼 성공한다』까지 김정운 교수님의 책은 유머러스한 제목만큼이나 흥미로우면서도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 어느 순간 나는 교수님의 팬이 되었다. 최근 『에디톨로지』라는 책을 내고 일본 유학 중에 잠시 귀국한 김정운 교수님을 만나게 되었다. 하얗게 눈이 내리는 날, 빨간색 머플러를 두르고 나타난 김정운 교수님은 삶의 재미와 포인트를 정확히 아는 분 같았다. 과거에 비해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졌지만 즐거움을 모르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위한 좋은 조언의 말씀을 듣고 싶었다.
-교수님 반갑습니다. 일본 생활은 어떠신지요?
“일본에 있으면 좀 쓸쓸하고 외롭다가 한국에서 바쁘게 지내다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면 ‘여유가 있는 여기가 좋구나’ 하고 느껴요.”
-처음에 어떻게 일본 유학을 가시게 되셨지요?
“나이가 만 50세가 되었을 때 내가 다 소진된다는 느낌이 들어서 일본으로 안식년을 신청해서 갔어요. 그해 다이어리 첫 장에 ‘한 해에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가?’를 써보았는데, 나도 모르게 ‘올해부터는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한다’라고 쓴 것이에요. 왜 그런가 보니 제가 그동안 하기 싫은 것을 너무 많이 하고 살았더라고요. 하기 싫은 일을 하고, 만나기 싫은 사람들을 만나고, 읽고 싶지 않은 책들을 읽고. 하기 싫은 일은 가능하면 그만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자고 생각하니, 그림을 그려보고 싶었어요. 전문적인 화가는 못되더라도 글과 그림을 같이하면 내가 남들과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가 더 많아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중에게 항상 유쾌한 모습만 보였던 교수님이었기에 조금은 의외의 답이었다. 아마 인지도가 높아질수록 찾는 곳이 많아지고, 넓어지는 관계와 모임 속에서 자신이 소진된다고 느끼셨던 모양이다. 지금은 삶의 주도권을 되찾으셨다고 하니 다행이다. 최근엔 글과 함께 그림을 같이 그리시면서 논리로만 쓰는 글이 아닌 감성을 공유하는 글쓰기로 행복하시다 했다. 그래서 이번엔 행복에 관해 여쭈어 보았다.
-매년 조사에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부탄이나 필리핀보다도 낮게 나옵니다. 그리고 집단 불안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심리적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교수님이 보시기에 왜 그런 것 같습니까?
“한국 사회가 옛날과 비교해서 경제 수준이라든지, 정치적 민주화라든지 이런 형식적인 틀은 어느 정도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그 틀을 채워나갈 수 있는 ‘삶의 내용’들이 풍성하지 못해서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무엇을 하면 즐거운지 모르는 채로 그냥 살다 보니, 자기가 느껴지지 않아 불안하고, 그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괜한 적을 만들어 정치적 이념을 가지고 싸우거나, 아니면 연예인 이야기하는 것밖에는 대화거리가 없는 삶을 살고 있어요.”
-어떻게 해야 풍성한 삶의 내용을 만들어 갈 수가 있을까요?
“삶의 내용을 채우기 위해서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끊임없이 주체적으로 공부해보는 것입니다. 내 삶의 관심사들이 다양해지는 공부를요. 제가 독일에서 13년간 지내면서 가장 부러웠던 문화는 그들이 주말판 신문을 여유롭게 읽는 모습이었습니다. 그곳의 주말판 신문은 책, 음악, 미술, 여행 등의 여러 주제를 담아 책 한 권 두께로 나옵니다. 카페에 앉아 여유롭게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를 읽고 저녁에는 친한 친구들을 만나 낮에 읽었던 재미있는 내용을 이야기하며 보냅니다.”
-제가 미국에 살다 중국 유학을 하며 느꼈던 것이, 미국에서는 수많은 이야기가 사방팔방에서 다양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한곳으로 시선이 모아지기 힘든 반면, 중국에서는 누굴 만나도 다들 비슷한 관점에서 제한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해서 좀 답답하더라고요.
“한 사회의 성숙도를 잴 수 있는 척도는 그 사회 안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삶의 주제가 얼마나 다양한가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서양식 파티가 이루어지기 힘든 이유도 우리나라에선 반드시 그 파티의 주인공이 있어야 하고, 그 주인공이 가운데로 나와서 노래나 발언을 해야 하고, 결국 사람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모이게 됩니다. 각자 삶의 주제가 풍부하면 다양한 이야기가 그 파티 구석구석에서 펼쳐질 텐데 그 삶의 내용이 빈곤하기 때문에 이야기가 단순화됩니다.”
두 시간이 넘는 대화의 시간 동안 김정운 교수님이 강조한 것은 삶의 의미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공부’였다. 그는 자신이 교수를 그만둔 것도 그 공부를 위해서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도 교수직을 내려놓고 잠시 동안 불안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현대인들의 고질적인 문제, 불안에 대해 물어보았다.
-지금 현대인들은 많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텐데요, 심리학자이신 교수님 관점에서 한번 분석해 주시지요.
“우리가 불안한 이유를 단순히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만 돌리는분도 많습니다. 물론 사회 구조적인 변화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야 하고 다 같이 노력해야 합니다. 다만 구조가 해결되었다고 해서 우리의 구체적인 삶의 문제가 동시에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구조적인 문제의 해결은 수단적 가치이지 내 삶의 궁극적 가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수단적 가치들이 제대로 안 되어 있어 궁극적 가치에 도달하지 못하니 자유를 이야기하고 민주를 이야기해야 합니다. 즉 내 삶의 궁극적 가치에 대한 고민과 노력도 동시에 진행돼야 합니다.”
- 그러면 궁극적 가치는 무엇입니까?
“우리가 왜 사는가? 이 질문에 대한 개인들의 성찰적 대답입니다. 저는 심리학을 전공했으니 명쾌하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행복하려고, 즐겁기 위해 사는 것입니다. 그것을 자꾸 부정하려고 하면 안 됩니다.”
- 그런데 정치적으로 어두웠던 시대를 보내셨던 제 앞 세대들은 본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에 대해 약간의 죄의식을 느끼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우리 세대만 하더라도 대학생 때 연애하면 나쁜 사람이었어요. 사랑도 동지적 사랑을 해야 한다 해서, 내가 감옥 가면 옥바라지해야 하는 그런 사랑,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랑도 제대로 한번 못해보고, 공부하면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여겨지고, 재미있으면 불안하고,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면 죄의식을 느끼고. 이것이 압축성장과 시대가 남겨놓은 어두운 측면입니다. 형식적인 민주주의는 이루어졌고 경제적 성장도 세계 10위권까지 이뤄냈지만 내 안을 들여다보면 아무 내용 없이 텅 빈 것 같고 불안한 거예요. 수단적 가치가 이뤄지면 궁극적 가치도 실현될 것이라고 착각했기 때문이에요.”
-혹자는 삶의 내용을 풍성하게 하고 행복하기 위해 재미있는 무언가를 배우라고 하면 배부른 소리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셔요. 하루하루 살기도 바쁘다고요.
“저 역시도 한때는 정말 바쁘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그렇게 바빴나를 보니까 최소한 절반은 제쳐낼 수 있는 일들이었습니다. 먹고살기도 바쁘다고 내 삶의 내용을 채우지 못하는 것을 합리화하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그렇게 합리화하면 내 미래의 삶은 누가 책임질까요? 앞으로는 은퇴하고도 30년은 더 산다고 하는데 나중에 늙어서 어떻게 하시려고요? 우리는 불안하면 관계 속으로 도피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꾸 퇴근 후 저녁 약속, 술 약속 만들어서 관계로 도피하려 하지 말고 주체적으로 자신이 즐거운 일을 찾아서 한 가지씩 배워보세요.”
관계 과잉 사회. 김정운 교수님은 우리의 불안이 관계로의 도피를 만들고, 그 관계 의존적 문화가 자기 스스로를 잃어버리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가 잘나가던 교수 자리를 내려놓고 일본 유학을 떠난 것도 새로운 공부를 통해 삶의 내용을 좀 더 풍성히 채우기 위함이었다. “우리는 은퇴까지 30년의 시간을 일합니다. 하지만 은퇴 후 30년의 시간이 더 남아 있어요. 우리는 그 나머지 30년의 시간을 위해 무슨 준비를 하고 있나요?” 자신에게 되묻는 듯 말하는 김정운 교수님. 이번엔 그의 최근작 『에디톨로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새로 내신 책 『에디톨로지』를 보면 창의적 아이디어는 기존에 있는 데이터와 데이터 간의 새로운 관계 설정을 통해 편집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나온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주 훌륭한 통찰이십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쉽게도 쌓아놓은 데이터는 많지만 정작 창의적 아이디어는 잘 나오지 않는 것 같아요. 왜 그런가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삶이 여유롭지가 않아서 그래요. 각 데이터 간을 연결하는 새로운 메타언어는 미학의 분야이지 논리의 분야가 아니거든요. 즉 삶이 즐겁고 재미있고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때 창의적 아이디어가 생기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 사회 지도자들부터 여유를 가지고 좀 쉴 줄 알아야 변할 수 있습니다. ‘무조건 열심히만 하자’ 하는 구호는 평균 연령 50세 때 맞는 구호였지 지금처럼 100세 시대에 맞는 구호가 아닙니다.”
-경직된 사회에서 자라서 그런지 지금 우리나라 젊은이들도 자기 본인 생각을 창의적으로 잘 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젊은이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은가요?
“제가 독일에 가서 보니까 학생들이 수업 중에 노트 필기를 하는 것이 아니고 카드에다 필기를 하더라고요. 노트는 한번 써놓으면 찢을 수가 없기 때문에 여러 데이터 간의 관계를 주체적으로 새롭게 설정하는 편집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카드에다 필기를 하면 그것이 가능해집니다. 그것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카드를 사용하게 되면 카드 위에 본인의 언어로 키워드를 쓰게 되고 그 키워드를 가지고 또 자기 식으로 정리를 하게 됩니다. 바로 이 과정에서 본인만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고 실력이 쌓이는 것입니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키워드를 뽑는 것, 그것이 진짜 실력입니다.”
-제가 『에디톨로지』를 읽으며 공감했던 부분이 ‘일관된 자아에 대한 요구가 심리적 억압을 낳는다’라는 부분이었습니다. 인간은 원래 모순적인 존재이지만, 본인이 때론 받아들이기 힘든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면도 같이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모순을 발견했을 때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 안의 여러 가지 나를 용납하지 못하고 억압하면 다른 사람들을 못 받아들이고 억압하려고 합니다. 반대로 성찰을 통해 내 안에 다양한 내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받아들이면 타인을 좀 더 너그럽게 대할 수 있게 됩니다. 왜냐하면 심리학에서는 내 안의 다양한 모습들 간의 관계가 나와 다른 사람들 간의 관계와 동일한 구조로 되어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오늘 여기 오는데 앞에서 차를 막고 안 비켜주더라고요. 이럴 때 ‘저 사람은 왜 저럴까?’ 하면서 화만 내지 말고 생각을 돌려 ‘나는 안 그랬나?’ 하고 물어보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교수님은 삶의 어느 순간 행복하다고 느끼시나요?
“저는 음악을 좋아합니다. 음악을 듣다 감동해서 눈물이 날 때가 있는데 그때가 저는 제 삶 속에서 큰 행복의 순간입니다. 특히 산책할 때 음악을 들으면 나에게 처해진 상황과 내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들이 음악과 함께 가슴이 트이면서 새롭게 보이는 순간들이 있는데 이때가 참 행복합니다.”
김정운 교수님과의 만남은 예상대로 유익하고도 즐거웠다. 새해를 맞아 한번 올해에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 한 가지와 ‘정말로 하기 싫은 일’ 한 가지를 다이어리에 적어보자. 내가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일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그것들을 내 삶 가능한 범위 내에서 노력하고 실천해보자. 그저 남들의 요구만 들어주면서 끌려다니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닌, 김정운 교수님처럼 내 인생의 주도권을 내가 갖고 남의 시선을 덜 의식하며 사는 것이 바로 행복의 길인 것 같다.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6836881&cloc=olink|article|defa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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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중국관광객)가 어느덧 우리 골목과 일상 안으로 깊이 들어오고 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 소식까지 전해진 뒤끝이어서 그런지 이제 본격적으로 그들과 더 가까이 어울려 사는 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왜 그들은 한국을 찾을까, 그들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고 싫어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들은 우리의 일상을 얼마나 어떻게 바꿔놓게 될까, 우리 시민들 자영업자들 중소기업 대기업은 뭘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국내 최대 중국 인바운드(외국인 관광객 국내 유치) 회사이자 35년 여행업 경력의 모두투어인터내셔널 장유재 대표를 찾은 것은 그 때문이었다. 그는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했다.
“지금은 명동 거리에서 ‘이랏샤이마세’ 대신 ‘콰이라이(어서 오세요)’가 대세다. 1998년 한중 관광 자유화가 이뤄졌지만 한동안 유커는 비즈니스 방문이 주였다. 쇼핑도 활발하지 않았다. 한국인들은 ‘중국인들이 물건만 만져보고 안 산다’고 했고 중국인들은 ‘살 게 없다’고 했다. 명동 일부 상점에서는 ‘중국인 출입금지’ 문구를 써 붙여 중국인들이 중국대사관, 청와대 앞까지 가서 항의한 적도 있었다.”
―그러던 게 언제부터 변했나.
“중국 경제성장이 동력이 됐지만 전자제품 문화상품 등 한국의 발전이 큰 몫을 했다. 처음엔 고려인삼밖에 팔 게 없었다. 하지만 인삼은 중국에도 흔하지 않은가. 인삼 다음으로 기껏 해봐야 가는 게 용산전자상가였다. 거기서도 사가는 게 면도기 정도였다. 그러던 상황이 삼성 휴대전화가 나오면서 확 달라졌고 지금은 주방용품 밥솥 화장품까지 확장됐다. 옛날에 우리가 일본 가면 코끼리밥통 보온병 사오듯 이제 중국인들이 한국 오면 그런 식으로 물건을 사간다.”
중국 국가관광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인 출국자는 9800만 명에 달한다. 이 중 3분의 2가 홍콩 마카오를 갔고 나머지 3분의 1이 다른 외국에 갔다. 이 다른 외국 중 1위가 한국이었다. 홍콩 마카오는 중국의 특별행정구이니 사실상 중국인이 가장 많이 가는 외국은 한국인 셈이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중에서도 중국은 단연 1위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예상되는 1400여만 관광객 중 절반에 육박하는 600여만 명이 유커로 예상된다. 단일 국가 관광객이 한 해 500만 명을 돌파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유커들이 지난해 한국에서 쓴 비용은 총 7조7000억 원으로 올해는 1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센터가 한국문화정보센터와 공동으로 상반기 외국인 신용카드 사용 지출액을 나라별로 분석했더니 중국인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절반을 넘는 52.8%(2조5524억 원)에 달했다. 일본인 미국인의 카드 사용액을 합친 금액의 2배가 넘는다. 산업연구원은 유커의 지출이 국내 산업에 미치는 생산유발 효과가 지난해 13조3700억 원이라고 추정하면서 3000만 원대 고급 승용차 44만 대를 판 것과 맞먹는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보쌈 족발집에 여주, 파주까지
장 대표에게 유커들이 느끼는 한국의 매력에 대해 물으니 여러 요인을 짚었다.
“일단 가깝다. 아무리 멀어도 4시간이고 대부분 2시간이다. 물가도 중국 대도시와 비슷하다. 중국은 내수 활성화를 위해 명절 휴가 연휴를 9일, 10일씩 주는데 국내 여행 가는 것보다 한국 오는 게 싸다. 제주도 무비자, 한류도 큰 영향을 미쳤다. 유커 중에 20, 30대 여성 비율이 급증하고 있는데 드라마에 등장한 한국 문화를 즐기고 싶어 한다. 한국 드라마 속에 잠깐 나왔던 카페까지 어떻게 알았는지 찾아간다. 쇼핑도 명품 싹쓸이보다 화장품 김 김치 라면 과자 밥솥 옷 등 생활용품을 많이 사간다. 물론 아직도 매대 이쪽부터 저쪽 끝까지 다 싸 달라는 식의 통 큰 소비도 많다. 왕복 40만 원짜리 저가 패키지로 와서 면세점에서 7000만 원 쓰는 게 중국 사람들이다.”
그는 외부 환경의 변화도 짚었다.
“2012년 9월 이후 일본과의 영토 분쟁(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으로 중국인의 일본 여행이 확 줄었다. 태국은 정정이 불안해서, 말레이시아는 항공기 사고 때문에 줄었다. 한국 수요가 늘다보니 정기 노선이 없었던 중국 지방도시와 한국 지방도시 간에 전세기 운항이 늘었다.”
그러면서 “올해 한국에 온 유커 600만 명 중에 여행사를 통해 온 사람은 30%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비행기 숙박을 스스로 예약해 오는 자유여행객”이라고 했다.
자영업자들 유커 겨냥했으면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관광지 숙박 맛집 정보를 얻은 뒤 서울과 지방 곳곳을 누빈다. 신사동 가로수길, 북촌 한옥마을, 삼청동 거리, 통인 광장시장 등 재래시장에도 중국인이 넘친다. 심지어 동묘 앞 벼룩시장까지 찾아다닌다. 명동 상권이 확 살아난 것도 유커 때문이다. 식당 메뉴판은 일본어에서 중국어로 바뀐 지 오래다. 연남동, 합정동, 성산동 일대도 유커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연희동 감자탕집은 줄서서 먹는다. 홍익대 인근이 신촌보다 뜬 것도 유커 덕이 크다. 게스트하우스만 해도 100개 이상이 있다. 지방에도 전세기가 들어가면서 경기 여주, 파주 아웃렛은 물론이고 작은 동네 분식집도 ‘떡볶이’를 중국어로 써둔 곳이 있다.”
―유커들이 좋아하는 음식은 뭔가.
“숯불에 구운 고기 요리를 좋아한다. 또 여러 음식을 함께 시켜 먹는 걸 즐긴다. 삼계탕 좋아하는 것은 유명하고 순대, 닭볶음탕도 인기다.”
―미안한 말이지만 중국인들이 매너가 안 좋고 너무 시끄럽게 떠들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많다.
“목소리가 크고 톤이 높아 우리로서는 그렇게 느껴질 만한 게 좀 있다. 근데 중국 사람들은 한국인들이 시끄럽다고 한다(웃음). 당분간 유커 증가세는 매년 적어도 30%로 본다. 내년엔 700만 명 정도가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참에 자영업자들도 손님을 한국인으로만 한정하지 말고 유커를 겨냥하는 전략을 펼 필요가 있다. 자영업자들이 힘을 합쳐 어떤 거리를 조성하는 것도 방법이다. 유커들 때문에 다소 불편해도 어쨌든 그들이 돈을 쓰고 간다는 걸 인정하고 이제 그들과 같이 살 생각을 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어떻든 극심한 내수 침체 상황에 또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일본 관광객처럼 순식간에 수요가 사라질 가능성은 없나.
“중국이 자신들의 내수 경제를 살린다며 내수에 더 집중하게 되면 지금 같은 성장세는 힘들어진다. 얼마 전 중국 하이난 섬에 대형 면세점이 문을 열었다. 앞으로 내륙 지방에도 많이 생겨날 것 같다. 하지만 당분간은 한국에 대한 매력이 이어지리라 본다. 중국은 사치세가 있는 등 세금이 높다.”
―유커들이 지적하는 불편사항은 뭔가.
“아무래도 숙박이다. 특급호텔은 많이 늘었는데 중저가 호텔이 아직 부족하다. 지방을 중심으로 호텔이 많이 생기고는 있지만 서울 도심에도 샤워하고 잠만 자는 소규모 비즈니스호텔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年 방문객 1000만 시대 열린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대한 중국인들 반응은 어떤가.
“여러 논란이 있지만 관광 측면에선 기대가 크다. 향후 주차 문제가 해결되고 타워가 완성되면 랜드마크로 필수 관광코스가 될 것 같다. 예전에 유커들이 오면 에버랜드, 롯데월드가 필수 코스였다. 패키지 상품에 둘 중 하나는 꼭 넣어야 했다. 중국에 놀이공원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1998년 한중 여행이 자유화되면서 동남아처럼 무조건적 저가정책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 아래 중국 전담 여행사 제도라는 걸 만들었다. 처음엔 25개사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180개사에 달한다. 장 대표는 전담 여행사들의 대표 격인 여행업협회(KATA) 인바운드 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한중 FTA 효과에 대해 물었다.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다. 현재 우리나라는 중국인들이 한국에서 여행사 차리는 것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은데 중국은 자국 내에서 외국인이 여행사를 만드는 것을 일일이 허가제로 운영해 왔다. 그것도 일본 독일 등 몇 개 나라만 중국 자본이 함께 들어가야 허용해주고 있는데 한국은 이마저도 제외됐었다. 그런데 FTA 타결로 한국 업체도 한 회사 정도는 허용해줄 거라는 소식이 들린다. 성에 차지는 않지만 의미 있는 출발이라고 본다.”
9월 삼성증권은 ‘유커의 진짜 빅뱅은 이제 시작’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중국은 현재 해외여행 붐이 본격화되는 1인당 국민소득 3000∼1만 달러 구간의 중간 정도(6000달러)에 들어서 있다. 1만 달러 소득이 예상되는 2018년까지 여행객 규모는 최대 80% 늘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렇게 따지면 2018년부터는 연간 1000만 명의 유커가 국내에서 30조 원 이상을 소비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국내 소매 판매의 10%에 해당한다.
루돌프 줄리아니 시장 시절 미국 뉴욕이 불황 속에서도 관광객 증가로 높은 소득을 올려 경제를 활성화시켰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굴뚝 없는 미래산업이라 불리는 관광산업은 미래성장동력 중 하나로도 인정받는다. 바야흐로 유커들과 더 친해지는 법을 연구할 때이다.
허문명 기자
http://news.donga.com/3/all/20141117/679283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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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수업 시간에 한국의 미래와 통일에 관한 토론 시간을 가졌다. 통일로 가는 올바른 길이 무엇이냐고 묻자 한 학생은 확신에 찬 듯 “엄청난 통일비용을 감안할 때 우리 세대에는 통일을 선택하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수업을 마치고 학생의 말을 오랫동안 곱씹어 봤다. 혹시 많은 한국인이 그 학생처럼 역사가 우리에게 그런 선택을 제공한다고 여기는 건 아닐까.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우리 운명에 대한 선택지는 여러 가지일지라도 통일은 결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통일에 관한 불후의 문구는 중국의 『삼국지』 서문에서 찾을 수 있다. 나라의 존망이 위태롭던 한(漢)조 말에 쓰인 그 유명한 역사소설의 서문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分久必合, 合久必分(오랫동안 분열된 나라는 반드시 다시 통일되고, 오랫동안 통일된 나라는 반드시 분열한다)’.
이 말의 함축된 의미는 국가의 통일과 분열은 본질적으로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통일이냐, 실패한 통일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 통일 자체는 선택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반도의 통일 과정은 이미 시작됐다. 한국이나 미국의 정책과 무관하게 북한은 글로벌 경제 속에 계속 편입되고 있다. 평양의 특권층은 이미 베이징이나 모스크바에서 명품을 구입하고, 외화를 획득하거나 심지어 해외 계좌를 통해 전 세계에 은밀한 투자가 가능하다. 중국의 대규모 북한 투자도 북한의 세계 경제 편입을 촉진한다. 다시 말해 남북한의 경제·금융 통합은 수면 아래에서 꾸준히 계속될 것이다.
남북 간의 이념 장벽도 무너지고 있다. 20년 전만 해도 옷과 표정만 봐도 북한 사람을 분간할 수 있었지만 그런 차이가 갈수록 무뎌진다. 북한 지도자 김정은의 말·몸짓·복장은 베이징이나 서울에 사는 또래들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공산주의 이념에 지배되던 당과 군이 사익을 추구하는 과두집단으로 변모하면서 문화와 가치관의 차이도 계속 흐려질 것이다.
만일 남북의 통합 과정이 은밀하게만 이뤄진다면 정부나 민간의 정상적인 채널보다는 비정상적인 채널을 통해 통합될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향후 100년간 한반도를 문화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후퇴시킬지 모를 비극을 맞을지 모른다. 통일 자체보다 통일 방법이 중요한 이유다.
이처럼 잘못된 통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문화적·제도적 통합을 위한 실질적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우리의 책임도 결코 포기해선 안 된다. 이를 방기한다면 통일은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매우 위험한 상태가 될 수 있다.
남한과 북한은 비무장지대(DMZ)로 나뉘어져 의사소통과 인적 교류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DMZ가 한국의 유일한 장벽이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남한과 북한에는 저마다 경제적·이념적 분열을 조장하는 세력이 이미 등장해 공통의 미래를 방해하고 있다. 이들이야말로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한 장벽이다. 1960~70년대 한국의 발전을 이끈 놀라운 공동체의식도 허물어지고 있다. 이런 이웃과의 문화적·사상적 장벽은 DMZ 보다 더 무섭다.
최악의 경우 남북은 돈과 재화의 흐름에서만 통합된 나라로 귀결될 수도 있다. 남북이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서가 아니라 양국에 투자 중인 중국·러시아 또는 다른 나라의 발전 전략에 휘말려 통합되는 경우도 상정이 가능하다. 그런 식의 통일이 이뤄진다면 스스로 새로운 통일 한국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만들지 못한 채 모든 수준에서 여러 세대 동안 갈등을 부추기는 엄청난 분열이 뒤따를 것이다.
우리 사회 모든 수준에서 통합을 실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를 통해 남북 모두가 동등한 시민이 되고, 공통의 가치관을 공유하며, 서로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 만일 남과 북이 문화적·사회적 통합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현재진행형인 경제적 통합 흐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통일은 멕시코와 미국의 국경처럼, 지금의 DMZ가 매우 착취적이고 부정적인 양상을 띠게 될 것이다.
환경적인 문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이미 과도한 경작과 삼림 파괴로 토양이 피폐해지고 있는 데다 기후변화까지 겹쳐 상당한 면적이 끔찍할 정도로 사막화되고 있다. 이 건조지역이 DMZ를 넘어 남한 땅에 영향을 미치면 가뜩이나 부족한 물 부족 사태를 부채질할지도 모른다. 남한 정부가 아무리 노력해도 한반도의 사막화를 막기엔 역부족일 것이다. 결국 긴밀한 협력밖에 없다.
이제 우리는 통일의 불가피성을 받아들이고, 그 과정을 성공적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정책을 수립하는 일에 전념해야 한다. 만일 지금 이 순간 한국 사회의 내적 통합에 신경 쓰지 않는다 해도 경제적 통합은 계속 이뤄질 것이다. 그러나 그런 무책임한 통일은 우리 사회에 분열을 초래할 수 있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런 분열은 DMZ보다 훨씬 더 비극적이고 위험하다.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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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잔을 사이에 두고 앉았습니다. A대학의 교수가 말했습니다. “저는 정말 행복할 줄 알았어요.” 학창 시절, 세 가지 꿈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외국으로 유학을 가서 5년 안에 박사 학위를 딸 것. 그 다음에 미국의 유수한 대학에서 교수가 될 것. 마지막으로 대학 근처의 백인들이 사는 근사한 동네에다 집을 장만할 것. “이 세 가지를 이루는 날, 저는 행복하리라 생각했어요.”
정말 최선을 다해 뛰었다고 합니다. 네 시간 이상 잔 날이 없었답니다. 결국 5년 만에 박사가 되고, 미국에서 손꼽히는 대학의 교수가 되고, 멋진 집을 장만했습니다. “그날만 기다렸어요. 그 집으로 이사했어요. 정말 행복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달랐습니다. 굉장히 허한 감정이 밀려오더군요. 거기에 행복은 없었습니다.”
이야기를 듣다가 저는 ‘매화’가 떠올랐습니다. 밖에는 찬바람이 쌩쌩 붑니다. 겨우내 쌓인 눈은 녹지도 않았습니다. 발목까지 푹푹 잠깁니다. 우리의 삶입니다. 삶은 늘 춥고 수시로 고달픕니다. 그 눈길을 뚫고 사람들은 떠납니다. 매화를 찾아서. 겨울 끝, 봄의 시작을 알리는 꽃. 내 인생의 겨울이 끝나고, 내 삶의 봄이 시작됨을 알려줄 꽃. 그 찬란한 ‘터닝 포인트’를 찾아서 말입니다.
산과 들을 뒤집니다. 공간뿐만 아닙니다. 시간까지 뒤집니다. ‘옛날에는 행복했던가, 미래에는 행복할 거야.’ 그래도 매화는 보이지 않습니다. 뒤지고 뒤져도 없습니다. 대체 매화는 어디에 숨은 걸까요. 사람들은 지칩니다. 결국 기진맥진해서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랬더니 내 집 뜰에 매화가 피어 있습니다. 그렇게 찾아 헤매던 매화가 말입니다.
다들 아는 이야기라고요? 아니요. 사실은 모르는 이야기일 걸요. 왜냐고요? 우리는 지금도 집을 나가 눈 속을 헤치며 매화를 찾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행복을 찾고 있으니까요.
사람들은 ‘먼 곳’에 익숙합니다. 늘 먼 곳을 바라보고 먼 곳을 동경합니다. ‘님은 먼 곳에’란 노래도 있잖아요. 매화도 그렇게 멀리 있습니다. 밤하늘의 별처럼 말입니다. 숱한 예술가들이 먼 곳을 노래했습니다. 별들이 울어대는 고흐의 그림을 봐도,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을 읊조려도 그렇습니다. 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여기에는 없는 별. 먼 곳에는 있는 별. 박사가 되고, 교수가 되고, 이사를 하면 찾을 것만 같은 별. 여기서 우리가 빠트린 아주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달에 가서 보면 어떨까요. 화성에 가서, 목성에 가서, 아니면 더 먼 우주에 가서 보면 어떨까요. 그렇습니다. 지구가 그런 별입니다. 그토록 동경하던 별. 그토록 가고 싶던 별. 우리가 바로 그 별에 살고 있습니다. 그게 지구입니다. 당신이 발을 딛고 서 있는 ‘지금 여기’입니다.
그러니 매화는 언제 필까요. 겨울의 끝자락, 아니면 봄의 초입에만 필까요. 아닙니다. 행복의 매화는 사시사철 피어납니다. 내 집 뜰 앞에 지금도 피어 있습니다. 고통의 순간, 슬픔의 순간에도 매화는 지지 않습니다. 쉬지 않고 피어납니다. 하루 네 시간씩 자며 공부하던 시절. 힘들고 고달팠던 순간들. 그곳에 정말 매화가 없었을까요.
과거의 나는 기억이고, 미래의 나는 꿈입니다. 진짜 나는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그럼 행복은 어디에 있어야 할까요. 맞습니다. 내가 있는 곳에 행복도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내가 정말 행복해질 테니 말입니다. 거기가 바로 지금 여기입니다. 그러니 얼마나 중요한가요. 내게 이미 주어진 행복을 깨닫는 일. 그걸 이해하면 눈밭은 순식간에 매화밭이 됩니다. 우리의 일상, 내 집 뜰에는 매순간 매화가 피어나니까요.
백성호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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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미원조전쟁(抗美援朝戰爭·중국에서 6·25전쟁을 부르는 말)은 남조선의 북침으로 시작된 전쟁이다. 중국이 도와 침략자를 격퇴한 덕분에 미국의 북조선(북한) 점령을 막을 수 있었다.”
“고구려는 중국의 변방정권으로 중화 역사의 일부가 분명한데 한국인들은 자기 역사라고 우기고 있다. 한국인은 전 세계에서 가장 역사왜곡을 잘하는 민족이다.”
무슨 역사왜곡단체나 혐한모임에서나 들을 법한 망언이 서울 한복판에서 버젓이 들린다. 중국어로 하는 말이라 한국인은 바로 옆에 서 있어도 알 수 없다는 점이 다행이다.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을 딴 뒤 여행사에서 견습으로 일하던 A씨(28)는 최근 요우커(游客·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이런 말을 하던 같은 회사 소속 중국계 무자격 가이드에게 “역사 왜곡이다”고 항의하며 한바탕 설전을 벌였다. 하지만 “중국 손님들 비위를 잘 맞춰야 나중에 쇼핑을 데리고 갔을 때 하나라도 더 잘 사줄 수 있다. 네가 여기서 손님을 상대로 역사 교육을 하겠다는 것이냐”는 중국계 가이드를 이길 수는 없었다. A씨는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새 일을 알아보고 있다.
A씨는 “더 큰 문제는 한국어·중국어 이중언어를 쓰는 중국계 무자격 가이드들이 요우커들에게 자신이 한국인이라고 거짓 소개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진상을 모르는 요우커들이 중국에 돌아가 “한국에 갔더니 한국인들도 6·25전쟁이 북침이라고 실토하더라”라든지 “한국인도 고구려가 중국 역사의 일부라고 인정하더라”고 말하고 다닐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요우커는 이제 한국은 물론 전 세계 관광산업의 큰손이다. 지난해 방한한 요우커는 392만 명으로 1961년 출입국 통계를 작성한 이래 줄곧 방한 외국인 1위였던 일본인(271만6461명)과 자리를 바꿨을 정도다. 하지만 문제는 관광의 품질이다. 관광은 돈만 버는 산업이 아니다. 문화·인적 교류를 통한 상호이해 증진 등 경제 외적인 파급효과도 크다. 살아 있는 외교활동이기도 하다. 그런데 요우커의 서울 관광이 일부에서 최근 보도한 엉터리 안내 수준을 넘어 역사왜곡의 현장으로까지 변질되고 있다.
지난 주말 서울 경복궁 앞. 길가에 늘어선 버스 행렬의 맨 뒤에 막 주차한 버스에서 요우커들이 우르르 내렸다. 동행한 가이드가 중국말로 뭔가를 설명한다. 경복궁의 내력을 소개하는 것 같았지만 중국어에 능통한 가이드 출신 B씨(35)에게 통역을 부탁했더니 완전히 딴 소리다.
“서울의 경복궁은 베이징의 자금성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작고 초라해 볼 것이라곤 전혀 없다. 그러니 후다닥 돌아보고 나와서 다음 코스로 옮기자.”
B씨는 “저 단체 관광객들은 곧 신촌에 있는 요우커 전용 상가로 옮겨 건강식품·고려인삼·화장품 등을 쇼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이드는 요우커 전용 상가에서 쇼핑을 하는 액수에 비례해 수당을 받기 때문에 관광은 대충대충 하고 쇼핑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일부 무자격 가이드는 처음 한국에 온 요우커들을 상대로 “물건을 사지 않으려면 버스에서 내려라” “이걸 10개 이상 사지 않으면 나는 집에 가겠다. 알아서 해라”며 압박도 서슴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관계를 중시하는 중국인은 며칠간 함께 다니며 애써준 가이드의 안면을 생각해서 물건은 사주지만 대개는 다시는 한국을 찾지 않는다고 한다. 일본 관광객의 경우 64%에 이르는 한국 재방문율이 요우커는 29.7%에 불과한 이유가 바로 이것일 수가 있다는 것이다.
여행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C씨(47)는 “흔히 요우커들은 역사·문화 관광은 외면하고 쇼핑만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이야기를 나눠 보면 사실은 문화에 관심이 상당하다”며 “여행사들이 제대로 된 프로그램과 이를 운영할 자격 있는 가이드를 갖추도록 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한국의 역사와 사회제도 등에 대한 정확한 안내를 위한 매뉴얼부터 만들고 이를 교육해야 한다. 관광 품질 향상은 국격과도 연결이 되는 중요한 문제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때다.
채인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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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만난 아모레퍼시픽 관계자의 관심은 면세점 계산대에 늘어선 유커(遊客), 즉 중국인 관광객들의 줄을 빨리 줄이는 것이었다. 계산대에서 신용카드를 받아 카드리더기에 긋고 서명하기까지 길게는 몇십 초가 걸린다. 중국 관광객들이 워낙 몰리다 보니 ‘카드를 긋는’ 시간조차 아깝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내 면세점과 주요 백화점, 화장품 업체 등은 알리바바가 개발한 ‘알리페이’와 같은 전자결제 시스템이 서둘러 한국에서도 대중화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스마트폰만 갖다대면 수초 만에 결제가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더 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려는 고민의 깊이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14년 한국 경제를 총결산하는 키워드는 여러 가지를 댈 수 있다.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한국 수출기업의 부진이 대표적일 것이다. 경기가 장기침체의 초입에 들어섰다는 분석과 긴축모드로 접어든 기업들로 세밑 풍경은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이런 와중에 표정관리를 하는 기업들은 하나같이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닿았던 곳이다. 면세점은 올해 사상 최대의 매출을 올렸다. 화장품 및 레저기업 관광업체 등의 주가도 ‘유커 수혜주’로 불리며 강세를 보였다. 올해 들어 10월 말까지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562만278명으로 처음으로 500만 명을 넘어섰다. 중국인 한 명은 평균 1738달러(약 190만 원)를 쓰고 갔다. 청계광장 광화문광장 명동거리 등 서울의 명소와 유통가를 점령한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불편한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한국 소비자들이 역차별당한다는 비판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한국 경제가 그나마 최악의 내수부진으로까지 치닫지 않은 것은 이들 덕분인지도 모른다. ‘2014년 한국 경제’의 키워드 가운데 하나로 당당히 ‘유커’를 꼽을 수 있는 이유다.
언제까지 중국인 관광객의 한국 방문 러시가 이어질지가 궁금해졌다. 정부는 평창 겨울올림픽이 열리는 2018년까지 전망치만을 내놓았다. 증가세가 지속돼 2018년에 10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해 30조 원을 소비해 지난해 국내 소매판매의 10%에 이르는 돈을 쓰고 갈 것이라는 증권사 보고서까지 나왔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장밋빛 전망이다. 일본인 관광객이 엔화 약세로 갑작스럽게 줄어든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거시경제 지표 등 중국인 관광객이 발길을 돌릴 수 있는 변수는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
기회는 주어졌을 때 잡아야 한다. 최근의 중국인 관광객 특수는 제조업 기반에서 성장해온 한국 경제가 외국인 관광객과 연계된 유통 의료 관광 등의 서비스 산업에서 충분히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부족한 호텔의 확충, 전시회와 연계된 관광객 유치 전략인 마이스(MICE·기업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회) 산업 육성 등 서비스 산업 활성화를 위해 산적한 과제를 풀 수 있는 더없는 시간이 될 수 있다.
공교롭게도 중국인 관광객 방문이 최고 절정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2018년부터 한국의 생산가능인구가 줄기 시작할 것으로 통계청 등은 내다보고 있다. 한국 경제의 변곡점이 될 수도 있을 그해까지 서비스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울 수 있는 싹은 틔워놓아야 한다. 중국인 관광객 특수를 한국 경제의 체질을 튼튼하게 할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면 과장일까. 이는 2018년 새롭게 들어설 차기 정부에 현 정부가 남겨줄 몇 안 되는 귀중한 선물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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