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왜곡하고 국방력을 키워가는 일본. 마치 또다시 냉전시대라도 온 듯 주변국들을 위협하는 러시아. 미국과 맞먹는 인공지능 무인정찰기와 스텔스 기능의 5세대 전투기를 개발하며 동시에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중국. 주변국들의 행동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매우 편하고 단순한 설명이 하나 있다. 일본인들은 본질적으로 나쁘다고! '더러운 중국' '무식한 러시아' 역시 믿을 만한 나라들이 아니라고! 이렇게 우리는 그냥 우리에게 '편리한' 설명 하나 던지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아무 준비 없이 살아볼 수 있겠다.
물론 단순히 우리에게 쉽고 편하다고 진실일 필요는 없다. 크리스마스에 사주겠다던 자전거.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는 사줄 수 없다고 한다. 화나고 분한 아이는 쉽게 말할 수 있겠다. 약속도 안 지키는 아빠는 나쁘다고. 하지만 아버지는 얼마 전 직장을 잃었고, 대기업 하도급업체였던 회사는 문을 닫았다. 대기업은 해외 바이어들의 주문 80%를 잃었고, 빼앗긴 주문량은 중국 경쟁사가 고스란히 가져갔다. 미국과 경쟁할 전략적 산업을 만들기 위해 경쟁사에 천문학적 혜택과 지원을 퍼붓고 있는 중국 정부…. 세상은 언제나 이렇게 인과관계들의 꼬리 물기다.
대한민국에는 제국적 마인드가 절실하다. 약한 나라를 침략하고 약탈하는 로마·영국·일본식 제국주의를 말하는 게 아니다. 나에게 지금 일어나는 사건들을 나, 그리고 나의 감정이라는 우연의 한계를 뛰어넘어 수백만개 역사·종교·정치·경제·과학적 변수들을 동시에 고려하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진정한 '제국적 마인드'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아픔을 컨트롤할 수 있는 냉철함. '내가 만약 북한·일본·중국·러시아라면?' 하고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는 인지적 객관성. 인정하고 싶지 않은 역사적 진실 역시 받아들일 수 있는 '쿨'한 태도. 이런 제국적 마인드 없는 대한민국은 앞으로도 계속 국제사회라는 서치라이트 앞에 눈부셔 얼어버리는 나약한 사슴 한 마리에 불과할 것이다.
김대식 KAIST 교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11/18/201411180443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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