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3. 7. 22:59

기술은 환경 파괴 아닌 환경 保全을 이끈다는 '에코 모더니즘' 확산
히말라야 계곡 입구에 수력발전소 세운다면 경제·생태 이득 아닐까
自然 그대로가 옳다는 근본주의서 벗어나야



어제로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가 끝났다. 164개국 2만여명이 모였다.

자연(自然)을 더 풍성하게 만들자는 국제회의가 국내에서 열린 걸 계기로 자연이란 우리한테 뭔가 하는 문제를 한번 생각해봄 직하다. 1990년대 후반 뉴욕에 갔다가 '지구상의 한순간(A Moment on the Earth)'이라는 책을 샀다. 환경 저널리스트가 쓴 두께 10㎝쯤의 책인데, 읽어 보니 자료 축적이 대단했고 관점도 의표를 찔렀다. 저자는 과학기술과 경제성장은 환경 파괴가 아니라 환경 보전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를 폈다. 예를 들어 농약은 환경 파괴를 막아주고 있다. 농약이 없다면 농지 생산성은 떨어진다. 그렇게 되면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숲을 더 베어내야 한다.

저자는 '뉴욕과 방글라데시 중 어느 쪽 환경이 더 잘 보전되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뉴욕이 방글라데시보다 수십 배를 소비하고 에너지도 많이 쓴다. 그러나 뉴욕은 공원이 넓고 하수 처리 시설이 잘 돼 있다. 방글라데시는 공장이 없는데도 강은 더럽고 도시는 쓰레기 천지다. 산은 땔감용 나무를 베어내는 바람에 헐벗었다. 자연에 생각하는 능력이 있다면 뉴욕과 방글라데시 가운데 어느 쪽을 원하겠느냐는 것이다.

미국·유럽엔 '에코 모더니즘' 또는 '에코 리얼리즘'이라고 해서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꽤 늘고 있다. '나무 껴안기(tree hug)' 방식의 환경 운동이나, 인간을 '지구의 저주'로 보는 관점은 한계에 왔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도시에 밀집해 사는 것도 자연엔 이롭다고 평가한다. 에너지 사용 효율이 높아서다. 그래야 땅이 남아돌고 그 '해방(解放)된 토지'를 생태 보호에 활용할 수 있다. 원자력·유전자조작 같은 기술에도 호의적이다. 지구의 지속 가능성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기술(technology)은 문제(problem)가 아니라 해결책(solution)이라는 관점이다. 다 맞는 것은 아니겠지만 취할 부분이 꽤 있다.

작년에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하면서 공상(空想)을 해봤다. 히말라야 짐꾼들은 외국인 트레커들의 무거운 짐을 대신 지고 산길을 올랐다. 그러고서 하루 10달러씩 받는다. 같이 다니면서 마음이 불편했다. 하나 더 안타까웠던 것은 히말라야 산을 덮은 계단식 밭이다. 고립된 자급자족 생활을 하는 현지인들은 산비탈 나무를 베어내고 계단밭을 조성해 먹고산다. 방글라데시의 잦은 홍수도 히말라야에 계단식 밭이 가득 찼기 때문이다.

히말라야 산속에 수력발전소를 몇 개 세우면 네팔 경제도 일으켜 세우고 히말라야 생태도 지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계곡 경사가 급해 좁은 입구만 막아도 낙차 큰 수력발전소가 가능할 것이다. 대량 전기 공급이 가능해지면 별 몇 개짜리 호텔이 들어가는 산악 휴양도시도 세울 수 있다. 호텔까지는 전기로 움직이는 로프웨이 구간을 몇 곳 만들어 이동하면 된다. 현재의 히말라야 숙박 시설은 사람 몸 하나 누울 정도의 나무 침상이 고작이고 숙박료는 우리 돈 2000원이다.

그럴듯한 휴양 단지가 생기면 선진국 부자들이 모여들 것이다. 현지인들에겐 짐을 지지 않고도 생계를 꾸릴 일자리가 생겨난다. 계단식 밭을 일구는 사람도 산악 도시에 모여 살면서 여러 형태의 경제적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댐으로 인한 생태 파괴도 무시할 순 없다. 그래도 가난을 해결하면서 계단식 경작도 없애는 플러스 효과가 훨씬 클 것 같다. 공상 차원이라서 검증을 하고 들면 허점이 많은 아이디어일 것이다. 그렇지만 자연은 여하튼 손 안 대고 내버려두는 게 맞는다는 천성산 도롱뇽류(類)의 근본주의에선 벗어나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에 다시 떠올려봤다.


한삼희 논설위원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10/17/2014101704075.html


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