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 19. 22:54

6월 27일 열릴 한·중 정상회담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한반도 그레이트 게임'의 일환이다. 박근혜·시진핑 회담은 김정은의 방중을 교섭했을 북한 특사 최룡해의 중국 방문과 갑작스레 결렬된 남북당국회담에 이어 한국·북한·중국 사이에 전개되어 온 국가 대(大)전략 게임의 중요한 한 수(手)다. 이 시점에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역사를 긴 호흡으로 차분하게 보는 태도다. 남북당국회담 개최 여부에 호들갑스럽게 반응하는 것은 개성공단 입주 업체와 이산가족들을 포함해 그 누구에게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대북 행보의 첫 단추를 냉철하게 끼우는 중이다.

한반도 그레이트 게임은 남북 외에 미국과 중국을 비롯해 일본·러시아·EU·UN까지 포함하지만 핵심 중 핵심은 한반도와 중국의 관계다. 극단적 가정이긴 해도 미국이 한반도에서 손을 떼는 건 얼마든지 가능한 시나리오인 데 비해 지정학적 이유에서라도 중국과 한반도의 관계를 단절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중화제국의 존재는 한반도 주민에게 운명과도 같다. 중국적 세계 질서인 조공(朝貢) 체제의 구성원이었던 2000년 한반도 역사가 그걸 웅변한다.

20세기에서 21세기에 걸쳐 70년 가까이 진행되어 온 현대 한반도 그레이트 게임의 본질은 남북 '이국(二國) 통일의 정치학'이다. 우리 역사에서 이는 결코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장장 700여년이란 세월이 걸려 7세기 후반에 신라가 이룬 '삼국 통일의 정치학'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삼국 통일 과정에서 신라의 노력과 함께 중화제국이 결정적 역할을 했음은 주지의 사실(史實)이다. 역사에서 배우지 않는 자는 역사에 보복당한다.

당 태종 이세민(599~649)이 돌궐의 위협을 제거한 640년대 이후 한반도 삼국 정립 상황에 본격적으로 개입한 중화제국은 삼국의 조공 사절들에게 '서로 평화롭게 지낼 것'을 주문한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피격 같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유관국들의 자제'를 촉구한 현대 중국과 판박이처럼 닮았다. 그러나 중원의 통일 왕조인 수와 당은 고구려가 중국과 전투를 거듭하는 와중에 조공을 계속했음에도 중화제국의 안보를 위협한다고 보았고, 결국 고구려를 멸망시킨다. 북핵이 중화제국의 국익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중국이 판단할 때에만 남북통일의 정치 동학(動學)이 시작될 수 있으며 자신의 안보에 위협이 될 통일 한반도를 중국은 절대 용인치 않을 것이다.

대륙의 정세를 정확히 읽고 군사력과 외교력을 결합해 고구려의 전성기를 연 장수왕에 비해 중원의 세력 판도를 오독한 연개소문은 선군 정책으로 국력을 소모해 멸망의 길을 간다. 한강 유역과 비옥한 호남을 차지해 삼국 경쟁에서 우월한 위치에 있던 백제는 중국의 힘을 빌려 고구려와 신라를 공격하려 했다. 그러나 그 노력에는 삼국사기가 기록한 대로 고구려와 백제의 연이은 침공에 맞서 '북쪽을 치고 서쪽을 막느라' 영일이 없던 신라의 절박감이 결여되어 있었다. 결국 신라의 삼국 통일을 가능케 한 것은 생사를 건 신라의 부국강병책과 중화제국의 의도를 꿰뚫은 나당 동맹의 외교력이었다. 이처럼 21세기에도 한반도 그레이트 게임 골격에는 변화가 없다.

역사는 반복된다. 한반도 그레이트 게임에 미국이 부가되었지만 중국의 사활적 중요성은 줄지 않는다. G2 미국과 중국이 북핵을 미·중 제국의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고 판정한 오바마·시진핑 정상회담은 남북통일의 정치학이 개시되었음을 뜻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그 흐름을 본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 경제 교류와 외교 동맹에 기초한 한·중 우호 관계가 한·중 군사 동맹의 가능성까지 타진할 때 한반도 판세가 일변할 것이다. 북한의 '핵 보검'은 아무것도 벨 수 없는 녹슨 칼이 된다. 그때에만 북한의 진정한 변화가 가능할 터이다.

중국이란 존재는 한반도의 운명이다. 하지만 중국의 대국굴기에도 팍스 아메리카나를 대체할 팍스 시니카 시대는 오지 않을 것이다. 일취월장하면서 강력한 국가를 자랑하는 중국이지만 진정한 의미의 '법치주의와 책임 정부'를 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대한민국은 강한 국가와 법치주의, 책임 정부를 시민의 힘으로 결합해 선진국으로 약진하는 중이다. 소프트 파워를 갖춘 매력(魅力) 국가로서 중강국(中强國)의 길을 힘차게 가고 있는 것이다. 결국 통일신라와 당처럼 한국과 중국도 한반도 그레이트 게임의 공동 승자가 될 수 있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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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19. 22:52

50대 허모씨를 만난 건 서울역 택시 승강장에서였다. 열차가 막 도착해 택시 승강장으로 큰 가방과 짐 꾸러미를 든 사람 30여명이 몰려오자 허씨의 몸놀림도 분주해졌다.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어서 오세요.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유니폼을 입은 그는 다른 직원들과 함께 쉴 틈 없이 택시 문을 열고 승객들의 짐을 실어 올렸다. 목줄기 위로 금세 땀이 흘러내렸다. 어린이 손님에게는 웃으며 손 흔들고, 택시 기사에게도 "안전 운전 하세요. 기사님"이라며 살갑게 인사를 했다. 가슴에서 반짝이는 금색 명찰만큼이나, 땀에 젖은 그의 얼굴이 빛났다. 허씨는 서울역 앞 택시 승강장에서 승객의 짐을 들어주거나 길 안내를 하는 '환승 도우미'다. 지금은 서울역이 허씨의 '일터'가 됐지만, 재작년까지만 해도 서울역은 그의 '집'이었다. 20년 넘게 액세서리 노점상과 공사장 막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오던 허씨는 2006년 공사장에서 떨어져 허리를 다치면서 일자리도 잃고, 모아둔 돈도 다 까먹었다. 2008년부터 서울역에서 노숙인으로 살았다.

"희망이 없었어요. 목표 없이 그냥 살아지는 대로 살았지요."

서울역에는 이런저런 사연을 안고 몰려든 노숙인들로 한때 북새통을 이뤘다. 승객들의 불만이 끊이질 않자, 코레일은 2011년 8월 허씨와 같은 노숙인들을 서울역에서 강제로 쫓아냈다.

하지만 눈앞에서 보이지 않는다고 노숙인들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코레일은 작년 4월부터 방향을 틀어 서울시와 함께 노숙인 일자리 사업을 시작했다. 6개월 단위로 자활 의지가 있는 노숙인들에게 역 주변을 청소하는 시간제 일자리를 주고, 주거비 25만원도 지원했다. 작년 9월엔 이들 중 성실한 노숙인 6명을 환승 도우미로 처음 채용했다. 환승 도우미는 코레일의 자회사 코레일관광개발의 계약직 직원으로, 연봉이 2000만원쯤 된다. 현재 서울역 환승 도우미 21명 가운데 11명이 노숙인 출신이다.

일자리 사업은 서울역 풍경도, 노숙인들의 삶도 바꿨다. 허씨는 이제 삶의 목표가 생겼다고 했다. 매달 50만원씩 저축하면서 내 집 장만하는 꿈을 꾼다. 팔순 어머니도 찾을 것이라고 했다. 이달 들어 코레일이 13명을 추가 모집하는데 허씨처럼 성공적인 재활을 꿈꾸며 노숙인이 40명 넘게 지원했다.

코레일 노숙인 일자리 사업은 삼박자가 맞아떨어져 성공한 것이다. 코레일은 일자리를, 서울시는 주거비를 제공했다. 서울시가 주거비로 지원한 월 25만원으로 노숙인들은 서울역 인근 고시원에서 살 수 있다. 매일 샤워하고 반찬 셋 나오는 밥을 먹는 생활을 6개월쯤 하고 나면 주거비 지원이 끊겨도 노숙인들이 고시원 삶을 이어가려고 애쓴다고 한다. 주거가 안정되니 노숙인들도 규칙적인 일에 적응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주거비와 일자리만 지원한다고 노숙인들이 다 재활에 성공하는 건 아니다. 6개월간의 지원이 끝난 후에도 이들이 재활 의지를 이어가도록 이들을 잘 아는 사회복지사들이 꾸준히 격려한 덕분이다. 일자리를 통해 자활 의지를 북돋워 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노숙인 대책인 것이다.



최종석 사회정책부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6/24/201306240360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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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19. 22:51

1㎞ 구간의 상점 대부분이 한글 간판을 달아 '한국의 거리'로 불리는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 웬징루(遠景路). 이란과 한국의 월드컵 예선 최종전이 열린 18일 저녁, 이곳에 늘어선 한식당 앞 보도(步道)는 야외 응원전을 펼치려는 한국 교민들로 가득 찼다.

한국인과 중국인 일색인 이 거리에 이날 따라 중동 젊은이들이 눈에 띄었다. 광저우에 사는 이란 청년들이었다. 미국의 경제 제재 영향으로 송금마저 제대로 받을 수 없는 데다 중국에서 이란 화폐 가치마저 폭락해 하루하루 고단하게 사는 이들이 이곳까지 왜 찾아왔을까. 이들은 "이란이 싫다고 모욕한 한국 대표팀 감독을 TV로 직접 보러 왔다"며 "4년 전과는 분명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 6월 이란 정부가 부정선거 논란 끝에 재집권한 직후 벌어진 한국과의 월드컵 예선 최종전에서 비겨 본선 진출이 좌절된 것을 두고 한 말이었다. 최근 이란 정권이 국민 기대대로 바뀐 것처럼 한국을 꺾고 월드컵 본선의 꿈도 이룰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이들은 "왜 한국 대표팀 감독과 일부 선수가 '이란에서 형편없는 대우를 받았다' '이란이 싫다' '피눈물을 흘리게 해주겠다'는 말을 해 이란 국민을 자극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란 현지에선 이 발언들이 이란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은 것으로 여겨져 한류 열풍으로 꾸준히 이어져온 한국에 대한 호감마저 갑자기 식었다고 한다. 한국인들과 함께 경기를 지켜보던 하메드 타비시씨는 "문화 차이에 따른 오해에서 비롯된 갈등이었지만, 만약 이란이 이번 경기에서 져 월드컵 본선에 못 나갔더라면 한국에 대한 비호감은 꽤 지속됐을 것"이라며 "신이 두 나라를 사랑해 이란인들의 상한 마음도 풀고 한국도 본선에 나가는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오늘날 외국의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 외교'에서 스포츠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나 코칭 스태프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다른 나라 국민에겐 상대 국가를 바라보는 창(窓)이 된다. 이번에 이란 축구 대표팀 감독이 한국에서 보인 추태(醜態)가 논란이 된 것도 대표팀 감독의 행동은 개인보다는 그가 대표하는 국가의 무례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는 국가 이미지와 평판을 실시간 대규모로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스포츠에서도 '외교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진 셈이다. 하지만 승리를 최우선 가치로 꼽는 관행 탓에 상대 국가와 문화에 대한 배려를 잊는 이들이 종종 있다. 구겨진 국가 이미지가 회복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가는 이들의 관심 밖이다.

이달 초 외교부가 발표한 '국민 모두가 공공 외교관' 프로젝트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 과제 중 하나인 '국민 참여형 공공 외교'에서 비롯됐다. 교포 대학생이나 의료봉사단 등이 캐나다·네팔·아프리카 등지에서 현지인들을 도와 국가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린다는 내용들이 담겨있다. 이렇게 우리 국민이 세계 곳곳에서 쌓을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스포츠 분야에서의 공공 외교 중요성을 강조해야 할 때가 아닐까.



곽수근 광저우 특파원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6/23/201306230224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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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19. 22:50

나는 1991년부터 아프리카를 정기적으로 방문해 연구하고 있는 고고학자다. 그런데 지난해 아프리카 방문 중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사건을 겪었다. 자동차를 타고 투르카나 호수 근처를 지나고 있을 때였다. 우리가 한 작은 마을에 도착하자,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자동차를 향해 뛰어왔다. 이전까지 케냐의 아이들은 항상 외국인들에게 환영의 의미로 "MZUNGU (음중구)!"라고 소리쳤다. '음중구'는 사전적으로는 유럽인을 뜻하지만, 일반적으로 외국인을 지칭할 때 쓰인다. 하지만 이번에 아이들은 "Chine(치느)!"라고 소리쳤다. 아프리카 시골 지역의 아이들이 이제는 백인 선교사나 국제구호 활동가들뿐만 아니라 중국인 사업가들을 접하는 것에도 익숙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투르카나 호수에 있는 중국 사업체들은 현재 국제시장에 수출하기 위한 석유를 얻으려고 시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10년간 아프리카의 중국 투자자들 수는 급격히 증가했다. 국제연합 무역개발협의회(UNCTAD)에 따르면,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중국의 투자가 2000년 9억1100만달러에서 2010년 680억달러로 증가했다. 아프리카인들은 새로 생긴 도로나 다리, 건물들이 중국이 만든 것임을 인식하고 있다.

중국이 아프리카에 많은 투자를 하는 동안, 나머지 국가들은 유럽과 북아메리카의 선진 경제에 '보수적 투자(safe bet)'를 했다.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아프리카 국가들의 연간 GDP 성장률이 80년대 중반 3%에서 2010년 5.5%로 증가했다. 2000년에서 2010년 사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경제 성장률을 보인 10대 국가 중 6개 국가가 아프리카다(나머지 4개국은 아시아에 있다). 반면, 같은 기간 유럽과 북미지역의 GDP는 2%를 밑돌았으며, 몇몇 국가는 감소하기도 했다.

아프리카는 여전히 효율적인 국가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방관하는 것은 아프리카 대륙에 투자하지 않는 사람들이 치러야 할 대가를 크게 만들 것이 분명하다. 삼성은 아프리카에서 모바일과 PC 기술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중국 경쟁사들을 따라잡으려 하고 있다. 동명, 태주 같은 건설회사 역시 이곳의 건설 시장에 발을 들여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프리카 시장에서 저가격 고품질 자동차에 대한 높은 수요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자동차 회사들은 도요타와 푸조에 의해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 중국은 저가의 제품 분야에서 실질적 독점을 지속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경제나 정치, 문화에 대한 지식의 부족은 한국의 투자 성공을 늦추고 있다. 또 유창하지 못한 영어는 한국 회사들의 시장 잠재력을 방해한다. 대부분의 중국 기업가나 기술자는 영어나 프랑스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스와힐리어나 다른 지방 언어들을 습득하기까지 한다. 한국인들은 먼저 아프리카 개발 경제가 어떻게 운용되는지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

이에 실패한다면, 한국인들은 중국이나 다른 국가들이 아프리카 투자 시장을 포화 상태로 만드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영어교육, 타문화 체험 방문 프로그램, 국제 연구 프로그램 등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세계가 한국에 먼저 다가오길 기다리는 것은 지극히 비현실적이고 불가능한 전략이다.


데이비드 라이트 David Wright·서울대 고고학과 교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6/17/201306170289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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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19. 22:47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창조경제의 모호함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 특히 정부 부처 수장들의 생각과 이해가 천양지차인 것 같아 그걸 바라보는 국민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서울대 토머스 사전트 교수가 최근 사석에서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를 가리켜 '헛소리'라 일갈했단다. 2012년 할리우드 영화 '프로메테우스'에 등장하는 안드로이드 로봇 데이비드는 "때로는 창조하기 위해 우선 파괴해야 한다"고 말한다. 창조의 '비롯할 창(創)'은 "칼(刀)로 상처를 내다(倉)"란 뜻을 지닌 글자다. 가지런히 정돈된 틀에서는 창조적 해법이 나오기 어렵다. 기존 질서의 휘장을 찢고 걷어내야 비로소 창조의 헛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복잡계 이론에 따르면 기발한 아이디어는 주로 혼돈의 가장자리에서 나온다. 정연과 혼돈의 경계, 그것도 혼돈 쪽 언덕에서 창조의 흙먼지가 이는 법이다.

1980년대 초 일본의 한 보안 경비 회사는 종종 현상금 100만원 정도를 걸고 사원들에게 업무 개선 아이디어를 내라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가 홀연 상금을 1000배 즉 10억원으로 올리고 미래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공모했다. 그랬더니 그동안 아이디어를 찾는답시고 책상 앞에 앉아 인터넷이나 뒤지던 사원들이 갑자기 대학 시절 지도교수를 찾아뵙고, 퇴근 후에는 집집마다 가족회의가 열리며 전국의 술집은 브레인스토밍 모임으로 문전성시를 이뤘단다. 단돈 10억원의 떡밥에 일본열도 전체가 들썩였다.

나는 창조경제의 모호함과 불안함이 바로 창조의 불씨를 지피리라 생각한다. 정부가 나서서 가지런히 설명해주고 모두가 그 지침에 따라 경제활동을 하면 그건 이미 창조경제가 아니라 관치경제 또는 종복경제(從僕經濟)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 모든 걸 예측하고 기획했다면 가히 천재적 발상이다. 장관들이 버벅거리는 덕에 5000만 국민이 덤벼들었다. 정부가 제시한 6개 추진 전략 중 첫째인 '창조경제 생태계'만 확실하게 조성해주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제발 완장 두르고 진두지휘하지 마시라. 창조 생태계에 확실한 떡밥만 던져주고 저만치 물러서서 5000만 두뇌가 만들어내는 집단 지성의 불꽃놀이를 지켜보시라. 창조경제계의 '나가수'들이 우후죽순처럼 일어날 것이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6/17/201306170280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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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19. 22:45

내가 사는 동네는 구획이 단순하다. 북에는 철길, 남에는 한강이라 동서로 2㎞ 정도 쭉 뻗은 큰길이 유일한 통로다. 이 길의 시작과 끝, 즉 동네 출입구에 큰 교회 두 곳이 있다. 중간에도 교회와 성당이 한 곳씩 있다. 네 곳 모두 성전은 크지만 주차장은 좁은 모양을 하고 있다. 이러니 주일만 되면 우리 동네는 대형교회의 주차장 노릇을 하기 바쁘다. 교인들의 불법주차 탓이다. 큰길은 물론이고, 아파트 골목길에도 교인들 차량이 들어찬다.

우리 동네엔 지하철이 다닌다. 간선버스도 한 대, 지선버스도 두 대 다닌다. 어디에서든 공공교통으로 접근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신도가 공공교통 대신 자가용을 몰고 교회에 온다. 주일엔 구청 단속요원도 쉬는지, 딱지를 떼이는 모습도 본 일이 없다. 동네 사람들 역시 교회 일이니 정색을 못 한다. 그저 "천국에 가겠다는 사람들이…" 하면서 혀를 찰 뿐이다.

만약 구청이 예외 없이 딱지를 끊으면 어떻게 될까? 이런 일로 신앙이야 흔들리지 않겠지만, 일부 신도는 집에서 가까운 개척교회로 옮길 것이다. 결국 우리 동네 대형교회는 주민들에게 민폐를 끼치면서 지금의 교세(敎勢)를 유지하는 것이니, 소소하긴 하지만 부조리라고 할 수 있다. 경제 용어로 표현하면, 어떤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비용을 발생시키는 '외부효과'가 주일마다 우리 동네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민폐는 흔히 궁색한 사람이 여유 있는 사람에게 끼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반대도 비일비재하다.

얼마 전 서울 도심의 한 대기업이 금연 빌딩을 선언했다. 빌딩 안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적발되면 승진에 불이익을 주는 규정도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자 골초 직원들이 회사 근처 골목에 모여들어 종이컵에 침을 뱉고 담배꽁초를 그득하게 비벼 끄기 시작했다. 그 골목엔 영세한 술집과 식당이 있다. 그동안 대기업이 치우던 직원들의 재떨이를 인근 영세 상인들이 치우는 것이니 이 역시 요즘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부조리한 일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도 생각했으면 한다. 얼마 전 서울시가 29개 전통시장 현대화를 위해 세금 162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어려움에 부닥친 상인을 돕는 일이니 손뼉을 쳐야 마땅하지만, 손뼉 치기 전에 "왜 세금으로 지원하지?"란 질문을 해봄 직하다. 전통시장이 침체한 것은 대형마트와 대형수퍼의 탐욕 탓이라고 얼마 전까지 흥분하지 않았나? 그런데 돈은 왜 내 주머니에서? 대기업의 경제활동이 발생시킨 외부비용을 결국 세금으로 충당하는 것이니 이 역시 부조리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일상에서 관찰하면 작지만 비슷한 부조리가 많이 눈에 띈다. 조용한 공간에서 큰 소리로 휴대전화를 걸어 여러 사람의 평안을 깨는 모습, 아이들이 노는 한강공원에서 사이클로 질주하는 위험천만한 모습, 택시를 잡고 있는데 바로 앞에 끼어들어 택시를 채 가는 모습, 인도를 점거하고 내 이익을 주장하는 시위대의 모습까지. 아직 우리 사회는 민폐가 많고 또 익숙한 편이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정의(正義)란 외부비용을 내부화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남에게 민폐를 안 끼치는 것이다. 그동안 주민에게 전가한 신도의 주차 문제는 대형 교회가 해결하고, 영세 상인에게 전가한 담배 연기와 꽁초 처리는 기업이 해결하는 것.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재원은 원인을 제공한 대기업이 책임지는 것. 정의란 결국 사회 구성원이 자기 책임을 다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선우정 주말뉴스부장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6/14/201306140305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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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19. 22:44

한 달 전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 본부를 방문했다. EU 이사회 사무총장 등은 2011년 출범한 한·중·일 협력사무국(TCS)에 관심을 보이며 "동북아 지역공동체 구축 노력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EU의 경험을 들려주고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귀국길엔 파리 근교의 장 모네 생가(生家)도 찾았다. 유럽통합의 아버지로 불리는 장 모네는 1·2차 세계대전 같은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전쟁 물자인 석탄과 철강을 유럽 국가들이 공동 관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오랜 적대국이었던 프랑스와 독일, 베네룩스 국가들이 이에 공감하여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를 출범시켰다. EU의 출발점이었다. 그 후 유럽은 놀랄 만한 통합을 이루었고, 27개 회원국 5억여명의 '유럽합중국'은 전쟁 위협이 사라진 평화의 대륙이 됐다.

'동북아의 EU'는 불가능할까? 동북아에도 협력과 통합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중·일 3국은 2008년부터 연례 정상회의를 시작했고, 환경 등 18개 분야에서 장관급회의도 정례화했다. 3국 투자보장협정이 체결됐고 FTA 협상도 시작됐다. 2년 전 출범한 3국 협력사무국은 안중근 의사가 100여 년 전 '동양평화론'에서 주장했던 한·중·일 간 상설기구다. 시작은 늦었지만 발 빠른 움직임이다.

동북아는 세계에서 원전이 가장 밀집된 지역이다. 반세기 전 유럽의 '석탄철강공동체'가 '경제공동체(EEC)'를 거쳐 EU로 발전했듯이, 한·중·일도 '동북아원자력안전공동체(NNSC)'로 시작해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북한도 포함돼야 한다. 최근 베이징에서 만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한·중·일 3국 협력은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6월 말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 시 동북아 평화 협력 구상에 관해서도 중국과 협의가 있을 것이다.

평화와 번영은 지역 협력과 통합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것이 EU가 주는 교훈이다. 이 과정에서 유럽이 '역사 화해'의 절차를 거쳤듯이, 동북아도 과거사를 털어내야 한다. 미래를 위해 과거 반성과 사죄가 선결 조건이란 점을 일본도 자각해야 한다. 유럽의 전쟁터였던 브뤼셀이 통합 유럽의 수도로 재탄생했듯이, 한 세기 전 강대국의 각축장이었던 서울이 동북아 평화와 번영의 허브로 우뚝 서길 기대한다. 그 역할을 한국이 할 수 있고, 또 해야 할 때이다.



 신봉길 한·중·일협력사무국(TCS)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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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겟업
2013. 9. 19. 22:39

미국 서부의 모하비 사막으로 가는 길에는 사람 사는 집 대신 성냥개비처럼 꽂힌 수백 개의 풍력발전기만 보였다.

LA에서 두 시간. 마침내 항공우주 공항과 격납고, 퀀셋 건물이 들어선 마을이 나왔다. 우주기술 벤처들이 모여있는 이른바 '스페이스 밸리'다. 거대한 소음과 폭발, 시험비행을 수용하기에는 사막밖에는 다른 선택이 없었을 것이다. 이곳으로 4000여 명이 출퇴근한다고 했다.

마을에는 햄버거 가게, 편의점, 유흥시설이 없었다. 단조로운 창고형 건물만 규격대로 있었다. 그 속에서 기술자들은 자기 일을 했고, 공간 절약을 위해 남녀 혼용 변기를 썼고, 첫 계약을 따낸 기념으로 '1달러'를 액자로 걸어놓았다. 여기 벤처 하나의 로켓 엔진 기술이 우리나라 전체가 갖고 있는 기술보다 앞섰다.

사막에 온 것은 '상업 우주여행'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지금껏 우주 영역은 정부의 대규모 프로젝트로만 접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막에 몰려든 자유로운 개인들은 우주가 정부의 독점 사업이 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벤처들은 어느 날 그냥 사막에서 선인장처럼 자라진 않았다. 이들을 자극하고, 창의력을 일깨우고, 미친 듯이 만들게 하는 동기 부여가 없었다면, 열정의 불을 지피는 누군가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모하비 사막은 단지 누런 흙 사막이었을 것이다.

1997년 두 여성 기업인이 다음과 같은 현상금을 내걸었다. "정부 자금이 아닌 순수 민간 자본으로 만들고, 세 명의 우주인이 고도 100㎞까지 여행하고, 귀환 2주일 뒤에 같은 우주선으로 다시 우주여행에 성공하면 1000만달러(120억원)를 주겠다."

수십 개의 우주 벤처가 달려들었다. 승자는 빌 게이츠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를 공동 창업했던 폴 앨런이 투자한 벤처였다. 그는 상금 1000만달러를 거머쥐기 위해 2600만달러를 썼다. 수지타산을 따지면 헛장사였다. 그가 추구한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긴 기술의 벽(壁)을 돌파했을 때의 성취감이었을 것이다.

그 뒤 우주와 무관해 보이는 구글(Google)에서도 '달 탐사 현상금'을 걸었다.

"로봇 탐사선을 달에 착륙시켜 표면에서 500m 이상 전진하면서, 동영상과 이미지를 지구로 전송하면 3000만달러(360억원)를 주겠다."

왜 우주 탐사에는 천문학적인 국민 세금을 들여야만 하는가. 엔지니어들에게 저가(低價)의 로봇 탐사 개발을 자극한 것이다. 현재 25개 팀이 달착륙 로봇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우주 분야 말고도, 공상과학영화'스타트렉'에 나오는 것처럼 환자 몸을 스캔해 15가지 병을 진단할 수 있는 무게 2.2㎏ 이하 의료기기를 만들어내면 1000만달러, 온실가스를 제거 및 이동시키는 상업적 기술에는 2500만달러의 상금이 걸려 있다.

이런 현상금은 인류를 위한 혁신적인 과학기술 개발을 촉진한다는 취지를 내걸고 있다. 실제 현상금으로 많은 기술적 과제가 해결됐거나 도약을 이뤘다. 1L당 42.5㎞를 달릴 수 있는 자동차에 10만달러, 바다에 유출된 기름을 빠르게 제거할 수 있는 기술에 건 140만달러 현상금에는 이미 주인들이 나타났다.

거액의 현상금은 대부분 자본가와 기업인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왔다. 이는 세상의 엔지니어들에게 불가능하다고 여겨온 영역을 향해 달려가도록 도전과 용기, 창의력을 자극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로 돌아오면 대부분 '자본'은 먹기 좋은, 이미 다 잡아놓은 먹이를 가로채는 데 능숙하다. 내부 일감 밀어주기, 빵집과 콩나물 업종 진출, 납품 단가 후려치기, 중소업체에서 개발한 기술 빼가기 등이 자본의 생존술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정 재벌의 '횡령' '비자금' '차명계좌' 수사 소식을 접하면, 몇 백 번 태어나고 다시 죽을 때까지도 다 쓰지 못할 돈을 깔고 앉은 이들이 그걸로 또 무엇을 하려는지 궁금할 때가 많다.

상업 우주여행의 선두 주자인 버진그룹의 회장 리처드 브랜슨은 자신의 얘기를 이렇게 썼다.

"평생 얼마를 벌었느냐로 기억되는 사람은 없다. 은행 계좌에 10억달러를 넣어둔 채 죽든, 베개 밑에 20달러를 남기고 죽든, 그런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인생에서 성취는 그런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무언가 특별한 것을 창조했는지, 다른 사람의 인생에 진정한 변화를 일으켰는지 여부다."

어제 정부가 40조원을 퍼붓겠다는 '창조경제'에 대해 발표했을 때, 나는 감흥이 없었다. 이는 수식어와 액수 규모만 달랐지 그전에도 수차례 봐왔던 풍경이다. 창조에는 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 대담한 상상력, 파괴와 융합, 획기적인 기술력 돌파가 요구되는 것이다. 현실에서 그 성패는 정부의 구호보다 자본과 기업인들이 과감하게 '현상금'을 내걸 수 있는 마음 자세에 더 달려있는 것이 틀림없다.


최보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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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19. 22:28

2013년 2월, 나는 하버드대에서 공중보건을 공부하는 젊은 마리사 릭스(Mariesa Lee Ricks)에게서 뜻밖의 편지를 받았다. 그녀는 어머니가 한국인이며 한국 문화에 깊은 관심을 가졌고, 한류의 잠재력을 찾고 싶다고 얘기했다. 마침 얼마 후 미국 출장을 가게 돼 보스턴에서 그녀를 만났다. 나도 아내가 한국 사람이라 막연히 내 딸을 마음속에 그리며 약속 장소에 나갔다. 그러나 그녀는 내 딸 레이첼과 달리 흑인의 모습을 하고 있어 순간 당황했지만, 그녀는 그로 인해 결코 불쾌함이나 불안감을 내비치지 않았다. 그녀는 매우 차분하고 성숙한 여성이었으며 한눈에 그녀만의 단단한 자아를 갖추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에게 편지를 보낸 이유는 한류에 대한 관심이 학문적인 면과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포함하는 것이고, 그녀가 겪었던 경험의 연장선에 있었다. 대화가 진행될수록 나는 마리사로부터 한류의 새로운 종(種)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에게 한류란 가수 싸이의 유행을 훨씬 초월하는 그 무엇이었으며 자기 자신을 수용할 수 있는 그릇임과 동시에 세계의 다양성을 엿볼 수 있는 창이었다. 예전부터 한국은 아프리카계 혼혈인에 대해서는 불친절한 나라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금 여기 내 눈앞에 있는 마리사로부터 나는 이런 인식이 산산이 조각나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우린 한국인'이라는 단일민족의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틀이 깨지는 광경이었다.

수시로 인터넷 등을 통해 한국 소식을 접한다는 마리사는 "한국 청소년들의 왕따나 자살 문제를 접할 때마다 마치 중학생인 제 조카가 실제 한국에서 그런 일을 겪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곤 해요"라면서도 "그러나 한국은 지금 민족과 문화가 아주 다양해지고 있으며 과학기술의 발전과 문화의 역동성이 살아 숨 쉬는 곳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녀는 한국이 어떻게 청소년 문제를 다루고 있는지, 그리고 한국의 역동성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배우고 싶어 했다. 한류는 그녀에게도 큰 관심사였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을 넘나들며 존재하는 한류, 마리사의 한류는 그저 자동차와 전자제품을 팔고 연예계에 유행을 일으키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형태와 문화를 창조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그녀는 설명했다. "아버지의 가족이 어머니를 만나기 전에는 한국 문화를 전혀 접해보질 못했어요. 다행히도 어머니와 외할머니는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 열심이셨어요. 한국의 재미있는 이야기와 속담을 말해주거나 김치찌개를 만들어 주셨죠. 그래서 전 자연스럽게 새롭게 조화된 음식과 문화를 찾게 되었고, 그것이 제가 경험한 한류의 매력이에요." 동시에 그녀는 "미국식 개인주의의 가치는 저에게 스스로 흥미를 추구하고 위험을 감내하는 법을 알려주었어요"라고 했다. 마리사는 미국과 한국 양쪽의 장점을 취할 줄 아는 지혜를 가진 사람이었다.

대화가 진행될수록 마리사는 그녀만의 해석으로 한류를 발전시켜 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는 한국인과 흑인에게는 공통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흑인들은 노예제도와 인종차별을, 한국인은 외세의 침략과 일제강점기를 겪었다. 그 고통이 그녀를 키운 원동력이었다. "그 고통 때문에 불굴(不屈)의 정신과 공동체 의식이라는 공통분모가 두 집단 모두의 삶에 녹아 있어요. 그 공통점이 제 가족의 두 문화를 쉽게 섞이게 해 주었죠." 두 문화의 융합에서 그녀는 한국의 중요한 가치를 보게 된다. 그녀는 세상이 좁아질수록 한류는 다양한 세계 인구가 한국 문화의 이해를 통해 하나의 교집합을 찾을 수 있게 해 주는 장이 될 것이라고 했다.

대화를 마치면서 마리사는 강조했다. "끊임없는 도전으로 불가능의 벽을 넘으려고 시도할 때마다, 제 머릿속을 채우는 것은 우리 가족의 불굴의 정신이고, 제가 한국인 혈통이라는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저는 언제나 소수민족일 거예요. 그래서 특권을 받은 한 사람으로서, 소수민족이 평등과 기회를 얻기 위해 불가능의 벽을 깨는 것은 제가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저는 평등을 부르짖는 이들의 목소리가 되어 주고 싶습니다. 그들이 자기 생각을 잘 펼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오늘날 한류는 정부 정책이나 문화체육관광부의 의지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 흐름은 비슷한 마음을 지닌 전 세계 사람들이 스스로 모여 만들어 낸 진실한 흐름이고, 이 흐름 속엔 전 세계 사람들의 한국 탐험에 대한 욕구가 들어 있다. 필자가 일본과 중국 문화에 대한 탐구를 거쳐 최종적으로 한국에 닻을 내린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경희대 교수·한국문화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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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19. 22:27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이 2일 기자 간담회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전망하면서 "서울시장은 원희룡·나경원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다 관심이 있는 것 같은데 현재로선 (민주당 소속인) 박원순 시장 인기를 추월할 만한 사람이 마땅치 않다"고 했다.

정권 중반에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반(反)여당 경향이 많이 반영된다. 2006· 2010년 모두 여당이 졌다. 이번에도 그런 조짐이 보인다. 서울 유권자들은 본사와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지지할 정당'을 묻는 항목에 새누리당 31.2%, 안철수 신당 23.4%, 민주당 11.1%로 응답했다. 대통령 지지 여부와는 무관하게 "야당 찍겠다"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이다. 선거를 책임진 사무총장이 이런 분위기를 걱정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오세훈 원희룡 나경원' 등을 거명하면서 "마땅치 않다"고 해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정치권과 언론에서 새누리당(과거 한나라당)에 붙여준 별명이 많다. 의원들이 편한 일만 하려 한다고 '웰빙당', 변화에 늦게 적응한다고 '공룡 정당', 이슈를 주도하지 못하고 끌려다니기만 한다고 '반응 정당' 등이다. 일부 정치 전문가는 한때 '자해(自害) 정당'이란 말을 한 적이 있다. 널리 퍼지진 않았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은 어떻게든 자기 당 사람을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민주당이나 과거 열린우리당에선 새 인물이 있다 싶으면 당내 어느 세력에선가는 '거물급' '스타급'으로 키워보려는 움직임이 나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그랬고 정동영 전 의원, 문재인 의원도 그랬다. 소문을 내주고 '신화(神話)'도 만들어준다. 송영길 인천시장이나 안희정 충남지사, 이광재 전 강원지사 등도 그렇게 '상품성'을 높여가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에선 누군가 '뜬다' 싶으면 어떻게든 끌어내린다. "술을 많이 먹어서" "공주병이 있어서" "집에 돈이 많아서" "이기적이어서" 등 별별 이유를 다 붙인다. 누가 자기보다 잘나가는 '꼴'은 절대 못 본다. 이번에 최경환 원내대표가 경선에서 고전한 데 대해, 당내에선 "자기도 나도 3선인데" "어디 3선 따위가 감히"라는 이유로 3~4선 의원들이 무더기 반대표를 던진 것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오 전 시장이나 나 전 의원 측은 3일 홍 사무총장 발언에 대해 "왜 가만있는 사람 두 번 죽이느냐"는 반응이었다. 원 전 의원은 유학 중이어서 국내에 있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을 얼마나 괜찮은 재목으로 보는지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과거 선거에서 새누리당 출마자들은 박근혜 대통령 다음으로 이들에게 지원 유세를 많이 요청했다는 점이다. 큰 선거 경험이 많은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날 "우리끼리는 뭐라고 욕을 하든, 밖에 나가선 우리 사람을 무조건 키워줘야 한다"며 "어려울 때 그중에 누가 우리 전체를 살릴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내년 선거가 다가오면서 새누리당에선 다시 '자해(自害)'가 시작된 듯하다. 역시 새누리당스럽다.



권대열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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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19. 22:25

나는 요즘 몹시 황망하다. 압구정동 번화가에 밤마다 동양하루살이가 떼로 날아들어 시민들이 고통을 호소한단다. 다짜고짜 "박멸해야 할 해충"으로 낙인을 찍는 것은 물론, "혐오스러운 생김새에 보기만 해도 끔찍하다"며 몸에 달라붙자 비명을 지르며 울음을 터뜨린 여성도 있단다. 독자들로부터 종종 색다른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며 참신한 글을 쓴다는 평을 듣곤 하지만 이번만큼은 내가 정말 이렇게 다른가 싶어 황망하다.

하루살이는 내가 풀잠자리 다음으로 좋아하는 곤충이다. 일찍이 '과학자의 서재'에서 밝힌 대로 나는 방황의 심연에서 허우적거리던 대학 시절 마침 한국을 방문하셨던, 당대 세계 최고 하루살이 전문가인 미국 유타대학의 조지 에드먼즈 교수님의 조수 역할을 하며 드디어 인생의 목표를 찾아 오늘에 이르렀다. 하루살이는 내게 삶의 길을 밝혀준 '팅커벨'이었다. 조지훈 시인의 표현을 빌리면, 꼬리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날개는 마치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 올린 외씨버선" 같이 생긴 우아한 곤충이다. 내겐 더할 수 없이 아름다운 천사 같은 곤충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라니….

오랫동안 물속에서 유충으로 살다가 우화하여 물 밖으로 나오면 그저 며칠밖에 못 사는 하루살이는 입이 퇴화하여 물지도 못한다. 병균을 옮긴다는 보고는 단 한 번도 없는, 비교적 깨끗한 물에서 살다 나온 깔끔한 곤충이다. 다만 최근 들어 한꺼번에 너무 많이 날아들어 징그러운 모양이다. 고려대 생명과학과 배연재 교수의 연구진에 따르면 동양하루살이는 원래 우리나라에서 1년에 세 차례에 걸쳐 우화했다. 4월 말에서 5월에 산란한 무리는 그해 8~10월, 6~7월에 산란한 무리는 이듬해 4~5월경, 그리고 9~10월에 산란한 무리 역시 이듬해 6월쯤 성충이 되었다. 그러던 것이 아마도 지구온난화에 따른 수온 상승 때문에 따뜻한 시기에 발생 과정을 거치는 무리가 상대적으로 빨리 발육하면서 결국 우화 시기가 서로 겹치게 된 것이 아닐까 추정된다.

기후변화의 추세를 되돌릴 수 없다면 이런 일은 앞으로 더욱 자주 벌어질 것이다. 약을 뿌려 없애기보다 공존할 방도를 찾았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최고의 번화가 로데오 거리의 하루살이 생태 축제를 기획해보고 싶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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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겟업
2013. 9. 19. 22:24

최근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 공약 재원 마련을 위해 향후 5년 동안 신규 도로·철도 사업에 대해서는 재정 투입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국토 면적 대비 우리나라의 도로 연장은 OECD 회원국 가운데 이미 상위권이라, 기존의 투자 계획도 전면 재검토할 방침이라고 한다. 그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사실 지방을 다녀보면 차량이 거의 다니지 않는 도로가 많다.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챙기기나 지자체 단체장들의 업적 과시에 의한 것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SOC 투자를 일률적으로 중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SOC 투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구상되어야 할 국가 전략이라, 복지 정책의 희생양이 될지 말지는 매우 신중히 논의되어야 한다. 또한 과거 고도성장기에 건설된 사회 인프라의 노후화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온난화 등 새로운 환경 변화에도 SOC 정책은 선제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그런 만큼 국가가 SOC 사업으로부터 멀어지는 모습은 무언가 아쉽고 허전하다.

프랑스의 철학자 들뢰즈와 정신분석학자 가타리에 의하면 국가 권력의 본질은 "공간에 홈을 파는 것", 곧 길을 관리하는 일이다. 그래서 국가는 부단히 철길을 내고 도로를 닦는다. 속도의 사상가 비릴리오에 따르면 특히 오늘날은 더 빠른 속도가 세상을 지배하는 사회, 곧 '질주정(疾走政)' 시대다. 그것의 대표적 총아가 고속도로와 고속철도인데, 고속성장을 추구해 왔던 우리나라도 이런 추세의 예외가 아니라 오히려 전형이었다.

물론 빠르고 편리한 고속 교통망 나름의 가치는 인정되어야 한다. 세계로 열린 바닷길과 하늘길과 합쳐져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사실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그 이면의 폐해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고속도로와 고속철도는 일종의 컨베이어 벨트가 되어 국토를 공장같이 만들 뿐만 아니라 여행을 마치 작업 공정처럼 다룬다. 몇 년 전부터 시민 스스로 올레길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사이 공간과 사람 공간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당연한 저항이다. 그렇다면 차제에 박근혜 정부는 SOC 정책을 새로운 각도에서 구상할 필요가 있다. 국도(國道)의 재인식이 바로 그것이다.

도로와 철도가 고속으로 질주하는 동안, 국도나 지방도와 같은 일반도로는 경시하거나 방치하는 경향이 많았다. 그 결과, 주행의 안전성이나 편의성, 그리고 경관의 쾌적성이나 심미성의 측면에서 도무지 국도라고 말하기 민망하고 무색한 곳이 크게 늘었다. 이것만으로도 더는 미루기 어려운 국책사업이 아닐 수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국도 자체가 문화적 자산이자 지역 발전의 거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국도는 우리 시대의 핵심 가치인 행복과 안전, 소통과 화합, 그리고 자치와 다양성의 보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도 업그레이드 정책은 따라서 결코 단순한 토건사업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문화정책이나 지역정책에 가깝다. 가령 고속도로는 과학성과 동질성의 최전선이라, 전국 어디를 가도 기하학적 공간일 뿐이다. 프랜차이즈 휴게소가 그렇고 표준화된 도로안내판도 마찬가지다. 이에 비해 국도는 인간 중심의 유기적 장소가 될 수 있다. 말하자면 국도는 도로 자체가 명소화되어 여행의 목적을 창출하기도 한다. 국도 주변의 풍광이나 취락 또한 훌륭한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길에 관하여 문화적 선진국과 후진국을 따진다면 기준은 국도다.

이 점에 관련하여 일본의 사례는 시사점이 많다. 국도 본연의 성능이나 경관에도 부러운 점이 많지만 특기할 만한 것은 국도의 역, 곧 '미치노에키'다. 이는 단순한 휴게소를 넘어 온천이나 숙박시설은 물론, 경우에 따라 미술관이나 공연장까지 갖춘 복합공간이다. 건물의 미관도 수려한 편인데, 문화재로 지정된 주변 마을의 전통가옥을 모티브로 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덧붙여 주목할 것은 그곳의 직판장이다. 주변 지역에서 생산되는 채소, 과일, 생선 등 신선물과 더불어 각종 토산물이나 특산품을 취급하는데, 현재 전국적으로 1000개를 넘어선 미치노에키 직판장의 총매출액은 일본 최대의 편의점 체인 훼미리마트에 버금간다고 한다. 그곳만 찾아다니는 동호회가 활성화될 정도다.

박정희 시대에는 '고속도로의 성장경제학'이 풍미했다. 그 이후 고속철도에 부심한 정부도 있었고, 세계적 허브공항에 몰두한 정부도 있었다. 최근에는 4대강에 올인한 정부도 있었다. 이러한 역대 정부의 SOC 사업을 통해 우리는 많은 것을 얻기도 했고 잃어버리기도 했다.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의 화두로서 경제와 문화 그리고 지역을 함께 배려하는 '저속(低速)국도의 문화경제학 내지 인문사회학'이 어떨까 싶다. 국도는 길이면서 길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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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19. 22:11

베이징의 한인 밀집 지역인 왕징(望京)에 ‘대성산관’이란 북한 음식점이 있다. 미모의 북한 여성들이 가무 공연을 펼쳐 인기다. 지난주 베이징 방문 길에 지인 몇 명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 베이징에 주재하는 한 친구가 맥주를 시켰다. 북한 맥주 중에선 대동강 맥주, 그중에서도 2번 표시가 붙은 맥주가 가장 맛이 있다는 설명과 함께다.

한데 종업원이 갖고 들어온 게 달랑 두 병이다. 사람은 여럿인데 더 갖다 달라 하니 난색을 표한다. 나중에 사정을 알아보고 놀랐다. 중국의 북한 압박 조치가 여기에서도 작용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중국이 최근 대북 강경 정책을 펴는 건 주지하는 바다. 중국이 북한 금융기관에 제재를 가한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손님에게 맥주를 제대로 내놓지 못하는 북한 식당의 현실을 보니 그 강도가 피부로 느껴졌다.

베이징에서 만난 한국인 중국 전문가는 “중국이 이젠 북핵에 반대한다는 걸 공개적으로 말한다”며 “과거와는 분명 다른 행태”라고 말했다. 중국인 학자는 “예전엔 마음에 담고만 있던 걸 지금은 밖으로 표출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대북 정책에 근본적 변화가 있는 것인가. 중국인들은 이런 질문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왜 그럴까. 일부 변화가 있지만 한국이 생각하는 것과 같은 한·미·중 공조 차원은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시진핑(習近平)의 중국이 현재 추구하는 건 중국꿈(中國夢)이다. 중국꿈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한 대외 정책 중 미국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신형대국관계(新型大國關係)’가 가장 중요하다. 지난달 미 캘리포니아의 랜초미라지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열심히 설명했지만 동의는 얻지 못한 정책이다.

신형대국관계란 간단히 말해 미·중 양국이 상호의 핵심이익을 존중하는 가운데 협력하자는 것이다. 글로벌 리더로서의 미국의 지위는 인정하겠지만 적어도 아시아 역내에선 중국의 위치를 이젠 미국이 존중해 줬으면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중국은 신형대국관계 구축이라는 큰 틀에서 주변국가와의 관계도 조정 중이다. 북한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과거엔 진영 논리, 또는 전통적 우호관계라는 측면에서 북한 편을 든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신형대국관계에 따라 중국이 아시아의 리더로 자리 잡으려면 그에 걸맞은 행동을 해야 한다. 북한의 잘못에 대해서도 준열하게 따질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 중국의 옌쉐퉁(閻學通) 칭화대학 교수가 말하는 중국 외교의 세 가지 변화가 눈길을 끈다.

첫째, 중국 외교가 과거 경제이익을 주로 따졌다면 이젠 정치이익을 더 생각한다. 둘째, 국제사회에서 보다 책임을 지려 한다. 셋째, 안보 문제에 더 적극적이다.

 

중국이 현재 북한에 대해 취하고 있는 단호한 정책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 이해돼야 한다. 중국이 추구하는 국가발전 전략,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외교정책의 변화에 따라 북한에 대한 정책 또한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이 한·미의 북한 압박에 동참하고 있다고 해석하는 건 무리다. 이는 앞으로 평생 중국과 이웃해 살 수밖에 없는 운명체의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 하나를 던져주고 있다.

중국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의 필요성이다. 중국은 크다. 넓고 또 깊다. 광대한 영토를 무대로 수천 년의 역사가 종횡으로 펼쳐진 까닭에 평생 읽어도 다 읽을 수 없는 두꺼운 책이라고 이야기된다.

그런 중국을 어떻게 연구할 것인가. 이젠 국가적 차원에서 국내 정권의 변화에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중국을 연구·분석할 ‘중국전담기구’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전략적 높이에서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중국을 다룰 기구가 요구된다.

신설 기구는 두 가지 기능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하나는 ‘중국 컨트롤 타워’ 기능이다. 어떤 한 기구가 방대한 중국 전체를 상대할 수는 없다. 그보다는 국내에 산재한 여러 중국연구기관이나 중국교류단체를 활용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신설 중국전담기구는 이들 단체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이들이 얻는 각종 정보를 취합·축적하는 한편 이들의 중국 연구를 국내 수요에 맞게 유도해야 한다. 또 이들이 각각 확보하고 있는 거대한 인적 네트워킹을 국가의 필요에 따라 동원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하나는 ‘중국 서비스 센터’ 기능이다. 축적한 중국 정보를 기밀사항 외엔 일반에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똑같은 중국 정보를 얻기 위해 중복 투자하는 낭비를 막을 수 있다. 이는 하찮은 중국 정보 하나 얻기 힘든 현실을 감안할 때 매우 중요하다.이럴 때 우리의 대중 연구는 불필요한 힘의 낭비를 막고 효과적으로 그 깊이를 더할 수 있다. 이는 우리가 한정된 중국 관련 인적·물적 자원을 갖고 앞으로 열리게 될 ‘중국의 시대’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이 될 것이다.

지난주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은 대성공이었다. 그렇다고 앞으로의 중국 관련 일이 술술 풀릴 것이라 기대하는 건 너무 순진하다. 새로운 한·중 20년을 열기 위해선 새로운 대중 대비가 이뤄져야 한다. 준비하는 자만이 미래를 얻을 수 있다.


유상철 중국전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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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19. 22:03

한때 일본에서 ‘원론 찬성, 각론 반대’라는 말이 유행했다. 여당이 제시한 새로운 정책에 대해 야당이 근본적 취지에는 찬성하지만 구체적 정책수단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경우를 일컫는 말이다. 정책 시행과정에서 원론의 취지에는 쉽게 동의하면서도 정책을 집행하려고 하면 많은 논란이 빚어지곤 한다. 우리 국회도 이런 이유 때문에 여야 간에 종종 충돌한다.

박근혜정부의 상징적 국정이념이 ‘창조경제’가 됐다. 김영삼정부의 세계화, 김대중정부의 규제완화, 노무현정부의 정부혁신, 이명박정부의 녹색성장처럼 정부마다 상징적인 국정철학이 있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4개월 동안 정부 출연연구소와 민간연구소, 그리고 각종 포럼의 화두는 단연 창조경제였다. 많은 정책사업에도 창조경제가 수식어처럼 따라붙는다. 새로운 창조경제시스템 구축이 박근혜정부의 가장 큰 숙제가 된 것이다.

일본이 지난 20여 년간 경기불황에서 탈피하지 못한 것은 새로운 경제시스템을 창출하지 못한 탓이다. 반면에 미국과 영국은 1980년대 말 제조업 경쟁력에서 일본에 밀려 2등 국가로 전락하기 직전 경제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 정보기술(IT)과 금융으로 전 세계 시장을 다시 석권했다. 21세기 새로운 산업의 창출과 경제시스템의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극적으로 부활한 것이다. 일본도 금융시장 재편 등 경제시스템 개혁을 위해 노력했다. 2001년에는 정부부처를 통폐합해 거의 절반으로 줄였지만 경제시스템 개혁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원론은 알고 있는데 각론에서 실패했기 때문이다. 우정공사 민영화 등이 발목을 잡았고 각종 공사(公社)의 민영화나 국립대학의 에이전시화(독립행정법인화)도 집행과정에서 반쪽짜리 개혁에 그치고 말았다.

21세기는 새로운 경제시스템을 요구한다. 이미 이명박정부에서도 지식경제를 주창했지만 뿌리내리지 못했다. 유럽연합도 세계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들어가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모두가 세계경제의 지각변동을 예견하고 있고, 대응할 필요성도 공감하고 있지만 막상 각론으로 들어가면 변화를 맞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창조경제를 하려면 사회시스템 혁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아직도 경직된 노동시장을 유지하면서 창조경제를 논의하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것과 같다. 시간제 근로, 유연 노동계약, 탄력적 고용 등 다양한 노동 시스템에 대한 국민적 대타협을 이루지 못하면 창조경제와 같은 유연한 혁신은 이뤄내기 어렵다. 정부도 제조업 중심의 대기업에 정규직 고용의 확대를 강요하는 것보다 중소기업 위주의 창의적 노동시장 활성화에 힘써야 한다. 정년까지 보장하는 고용의 안정성보다는 유연 노동시장에서도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정부가 보장해주는 것이 창조경제에 더 걸맞다. 이런 원론적 논의에 대한 합의도 어려운데, 각론에서 각 사회집단의 이익이 충돌하면 국민적 대타협은 더욱 지난한 일이 되고 만다.

정부 조직이나 기능도 창조경제에 맞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1960, 70년대 경제시스템에 필요했던 부처가 예산이나 인력 측면에서 아직도 주요 부처로 남아 있는 곳이 많다. 지난 50여 년간 우리의 경제규모가 거의 300배 정도 증가했는데 50년 전 부처가 창조경제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난센스다.

창조경제 시스템에서는 학력 위주의 교육제도도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아직도 일류대 진학을 위한 입시 때문에 초중고교생의 사교육비가 공교육 비용과 맞먹는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대학 졸업만으로 일생의 커리어가 결정되는 것도 20세기 패러다임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21세기에는 50대도 대학을 다시 다닐 수 있고, 30대에 처음으로 대학에 들어가도 된다. 100세 시대에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에만 대학을 다녀야 한다는 인식은 이제 20세기의 유산으로 남겨 둬도 족하다.

창조경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모든 분야에서 획기적인 사회변혁이 필요하다. 지식도 형식지가 아니고 암묵지가 중요하고, 노동도 스페셜리스트보다는 프로페셔널이 중요하고, 조직도 경직된 계층제 조직보다는 유연한 팀조직이 중요하다. 변화에 대한 위기의식은 크지만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몰라 사회 전체가 방황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김대중정부의 신지식인과 벤처산업 육성, 이명박정부의 지식경제와 국가 R&D전략기획 등 다양한 정책 시도가 별로 성공하지 못했던 것도 원론적인 문제의식은 있었지만 각론에서 지혜와 용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가 창조경제를 성공시키려면, 아니 5년 뒤 다음 정부에서 창조경제를 밀어내고 또 다른 국정이념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는 것을 보지 않으려면, 보다 치열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획기적인 변혁을 이뤄내야 할 것이다.


염재호 객원논설위원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http://news.donga.com/3/all/20130625/560913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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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19. 21:40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강대한 나라로 꼽는 데 주저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최근 중국의 급부상으로 주요 2개국(G2)이라는 용어가 나왔지만, 미국의 강대함은 쉽게 퇴색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미국을 더욱 강대한 나라로 만드는 프로젝트가 있다는 말을 듣고 귀가 번쩍 뜨였다. 우리나라가 주요 20개국(G20)의 반열에 든 것에 자만하지 말고, 다시 G10으로, G8로 도약하기 위한 성장동력을 얻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이 프로젝트를 살펴봤다.

무엇이 나라를 강대하게 할까? 경제력, 군사력, 천연자원 등을 꼽기 쉬운데, 필자는 뜻밖에도 ‘독서’라고 답변한 미국인들이 참 ‘희한하게’ 생각됐다. 그들이 내건 슬로건은 ‘독서가 나라를 강대하게 만든다(Reading makes a country great)’는 것이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한 단체가 ‘딕셔너리 프로젝트(The Dictionary Project)’다. 이들은 해마다 전국 초등학교 3학년생에게 ‘국어(영어)사전’을 선물하고 있다. 어휘력과 독해력을 향상시켜 공부를 하게 함으로써 나라를 더욱 강대하게 만드는 초석을 다지자는 것이다. 

두 번째로 의아하게 여긴 것은 독서가 중요하다면서 ‘왜 책(book)이 아니라 사전(dictionary)을 주는 것일까’였다. 이는 이 단체의 연혁을 살펴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다. 

1992년 조지아 주에 사는 한 할머니가 집 근처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사전 50권을 기부했다. 사전을 받은 학생들이 어휘력과 독해력이 향상돼 공부에 재미를 느끼게 됐다는 소문이 이웃 마을로 퍼지면서 사전 기부 운동이 널리 확산됐다. 1995년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메리 프렌치 씨가 남편 아노 씨와 함께 ‘딕셔너리 프로젝트’라는 장학재단을 결성했다. 이 단체의 후원자들이 해마다 늘어나 전국으로 확산됐으며, 15개 국가에까지 보급됐다고 한다. 1995년 이후 총인원 1825만5644명의 학생이 혜택을 받았고, 2012년 한 해에만 239만7306명에게 사전을 선물했다고 한다(미국 초등학교 3학년생은 모두 417만여 명이다). 

사전 기부 활동의 양적 팽창과 성장은 물론이거니와 그들의 이론적 무장에 더욱 놀랐다. 초등학교에서 대학에 이르는 16년간의 학업 과정에서 초등학교 3학년이 가장 큰 분수령이 된다고 한다.

초등학교 1, 2학년은 읽을 줄 알기 위하여 공부하는 단계이고, 3학년 이후 대학 4학년까지는 지식 축적을 위하여 많은 책을 읽어야 하는 단계인데, 이때 가장 강력한 학습도구가 바로 사전이라는 것이다. 

세 번째로 놀란 것은 우리가 무상급식으로 학생들의 ‘배’를 채우게 하는 일에 골몰하는 사이에, 미국은 사전 선물로 학생들의 ‘머리’를 채우는 일에 몰입한 것이다. 동물이 아니라 만물의 영장인 인간에게는 ‘먹여 기르는’ 사육(飼育)이 아니라 ‘가르쳐 기르는’ 교육(敎育)이 더욱 중요함을 이제라도 깨달아야겠다. 

미국은 ‘다(多) 대 다’ 방식으로 사전 장학 프로젝트를 선구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초등학교 3학년생이 45만여 명이라고 한다. 매년 120억여 원의 투입으로 ‘강대한 나라’를 만드는 프로젝트는, 선발주자를 추월하는 지름길일 것 같다. 학비를 지급하는 재래 방식에 그치지 말고 교구(敎具)를 지원하는 선진국형 장학제도를 도입할 때가 됐다.

물고기를 주는 것보다 물고기를 잡는 도구를 주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최영록 성균관대 홍보전문위원



http://news.donga.com/3/all/20130625/560914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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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19. 21:39

단순 과격하게 말한다면, 유럽 남자는 마리오 계(系)와 실비오 계로 나눌 수 있다. 이탈리아 정치가 경제를 말아먹었다는 다큐멘터리 ‘혼수상태에 빠진 여자 친구’를 유튜브에서 보며 한 생각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 출신의 이탈리아 전 총리 마리오 몬티(70)는 유능하고도 근면 성실한 것으로 이름난 남자다. 본인도 “경제학자 사이에서 나는 독일인으로 간주돼 왔다. 칭찬은 아니겠지만…” 하고 고백할 만큼, 밝고 화려한 라틴 기질과 거리가 멀다.

그는 2011년 11월 국가채무가 치솟고 신용등급이 뚝뚝 떨어져 백척간두에 선 나라를 떠맡아 경제개혁을 과감히 해낸 ‘슈퍼 마리오’였다. “이탈리아가 좀 지루한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는 그는 같이 살고 싶은 남자다. 지루할 순 있겠지만 또박또박 통장 불려 가며 살 수 있을 것 같다.

여자한테 추파 보내는 걸 예의로 아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76)는 연애하면 딱 재미있을 전형적 마초다.

국가채무를 감당 못 하게 쌓아 올려 EU 압력에 쫓겨나다시피 했으면서도 그는 남유럽 태양처럼 언제나 짱짱했다. 2월 총선을 앞두고는 자기가 소유한 TV의 정치토크쇼에 나와 스물일곱 살짜리 새 애인을 어떻게 홀렸는지 떠벌려 남녀 시청자에게 꿈과 낭만을 선사했다.

그래도 그렇지, 미성년자와의 스캔들에 뇌물 횡령, 마피아 연루까지 23가지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정치인을 세 번이나 총리로 뽑아 준 이탈리아에 의문이 생겼다. 잠깐 놀기만 해야 할 남자와 살림 차렸다가 자식 세대까지 실업자로 만든 형국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나라를 구해 낸 마리오의 중도연합은 실비오의 중도우파연합(29.18%)의 절반(10.56%)도 표를 얻지 못했다.

의문은 벨기에에서 6월 내내 입고 다니던 경량 패딩 점퍼를 밀라노 공항에서 벗어 드는 순간 풀려 버렸다.

괴테는 이탈리아 밤이 독일 낮보다 밝다고 했다. 눈부신 햇살, 뜨거운 몸을 식혀 주는 달고 관능적인 아이스크림, “인생 별거 있나”(이탈리아 말로 치면 “돌체 비타”) 소리가 절로 나오는 요리를 온몸으로 체험하니 실비오가 손을 내밀면 팽그르르 탱고라도 출 것 같다.

날씨가 너무 좋아 주로 집 밖에 나와 노는 이탈리아 사람들은 첫 월급 타면 옷과 자동차부터 장만한다. 시각문화와 패션은 그래서 발전했다. 과장과 아부, 사기(詐欺) 또는 연기(演技)는 예술의 경지다. 

수천 년 역사도 국민성에 작용했다. 서로마제국 멸망 이후 이민족에게 당한 오랜 침략 때문에 이 나라에서 믿을 건 핏줄밖에 없다. 정직과 신뢰 같은 공적 미덕은 가족에게만 바칠 뿐이다. 비효율적 관료주의에 복종하는 척하면서 법과 제도를 외면해 ‘통치 불가능’이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맘마 미아’를 쓴 이탈리아 언론인 베페 세베르그니니는 “실비오는 이런 이탈리아인의 본능과 약점을 파고드는 비범한 능력을 지녔다”고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들 알림장에 숙제를 써 주고 간식비를 번 장사꾼 감각으로 정치판에 뛰어들어서는, 일흔이 넘어 섹스 스캔들까지 일으킨 실비오를 이 나라 사람들은 ‘그’가 아닌 ‘우리’로 본다는 거다.

실비오와는 딴판으로 정치적 좌고우면 없이 나라를 구하고도 국민에게 버림받은 마리오는 그래도 국익을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TV 프랑스24와의 인터뷰에선 “어떻게 지내느냐”는 질문에 “아주 잘 지낸다”며 “긴축재정이 인기 없다는 것은 잘 알지만 꼭 해야 하는 개혁이었고 쭉 계속돼야 한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마리오와 실비오는 이성 대 감정, 유능한 테크노크라트 대 포퓰리즘 정치인을 극명하게 대비해 준다. 르네상스 시대처럼 인간의 악한 면까지 인정하고 현세를 즐기는 라틴 문화의 상징 같은 인물이 실비오다. 국민 정서와 지도자의 배짱이 딱 맞았던 것이다.

마리오는 실비오와 같은 이탈리아 북부 상업지역 출신이면서도 독일 슈피겔지에서 “직업윤리를 강조한 막스 베버 같은 인물”이라는 평을 들었다. 게르만 정신에선 부와 경제성장을 근면 검소한 도덕적 행동의 보상이라고 본다. 유로 위기 속에서도 정치와 경제가 안정적인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등은 게르만 기질이지, 노세노세 라틴 기질은 아니었다. 

이탈리아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은 유로 위기의 본질을 게르만 문명과 라틴 문명의 충돌로 분석했다. 잠자는 공주를 깨우려면 공공지출과 정치비용 감축, 노동유연성과 사법독립, 세제개혁 등 다섯 개의 대담한 키스가 필요하다는 연구보고서도 나왔다.

이탈리아 사람에게 “우리나라도요, 열정적이고 식구들 끔찍이 여기고…” 하다가 놀란 적이 있다. 남유럽 기질과 너무나 비슷하다는 걸 깨달아서다. 늦게나마 이탈리아에선 나라를 혼수상태에 빠뜨렸던 실비오를 단죄할 태세다. 우리나라에선 다 지난 정치논쟁을 또 하느라 나라를 혼수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그 소식이 더 짜증스러운 건 이탈리아에서 듣고 있어서인가.―밀라노에서

김순덕 논설위원



http://news.donga.com/3/all/20130624/560644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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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19. 21:33

1920년 5월 16일 서울용산연병장(현 전쟁기념관 자리)에선 조선체육회 주최의 첫 육상대회가 열렸다. 종목은 단거리, 중장거리, 마라톤, 높이뛰기 등 15개 분야. 아무나 마음만 먹으면 나갈 수 있었다. 서울, 평양은 물론 조선팔도 곳곳에서 들썽들썽 몰려들었다. ‘흥, 그까짓 거!’ 퉤퉤 손바닥에 침 묻히며 에멜무지로 나온 어중이떠중이가 대부분이었다.

단거리, 멀리뛰기 등에선 깍짓동만 한 일본인들이 우승을 휩쓸었다. 그런 종목은 체계적 훈련 없이 무턱대고 나선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그 대신 굴때장군 같은 조선인들은 장거리에서 단연 뛰어났다. 10마일(16.09km) 레이스에서 1, 2, 3위를 싹쓸이하더니, 25마일(40.23km)에서도 1, 2위에 올랐다. 

문제는 입상자들의 직업이었다. 25마일 1, 2위 임일학 조창환과 10마일 우승자 최홍석은 인력거꾼, 10마일 2, 3위 김상동 김용만은 신문배달원이었다. 1929년 10월 제5회 조선신궁대회 마라톤 우승자 이성근도 인력거꾼이었다. 그는 2시간39분57초로 당시 조선최고기록을 세웠다. 그뿐인가. 그는 이듬해 제6회 대회에서도 2시간36분50초로 자신의 기록을 깨며 우승했다. 2위는 약 105m 뒤져 결승선에 닿은 남승룡.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동메달리스트인 그 남승룡이었다. 

한마디로 ‘인력거꾼 전성시대’였다. 북청물장수, 신문배달원들이 각종 장거리대회를 주름잡았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했다. 느닷없이 조선체육회가 ‘각력(脚力-다리 힘)을 사용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자는 (육상대회) 참가를 부득(不得)한다’고 발표했다. ‘인력거꾼, 물장수, 등짐장수, 신문배달원은 ‘직업 달리기꾼’이어서 아마추어리즘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푸하하! 소가 웃을 일이었다. 참으로 옥생각에 푸접 없는 짓이었다. 이로써 인력거꾼 장거리 우승자는 사라졌다. 더이상 신문배달원 달리기 꿈나무는 나올 수 없게 됐다. 이성근도 1932년부터 백마육상구락부라는 클럽유니폼을 입고 대회에 참가했다. 

도대체 한국근대육상은 언제 시작됐을까. 보통 1896년 5월 2일 영어학교의 화류회(운동회)를 그 첫발로 본다. 서울 동소문 밖 삼선평(현 삼선교 부근) 공터에서 300보, 600보 달리기, 공 던지기, 대포알 던지기(투포환), 멀리뛰기, 높이뛰기 등의 경주를 했다. 당시 한창 서양문명에 구쁘던 조선 사람들에겐 ‘얼씨구나! 별천지’였다. 난생 처음 듣도 보도 못한 경주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종목 이름도 ‘너무나 시적(詩的)’이었다. 소년단거리는 ‘어린 제비가 나는 것을 배울 때’라 해서 ‘연자학비(燕子學飛)’, 넓이뛰기는 ‘비어섬랑(飛魚閃浪)’이라 해서 ‘물고기가 물결 사이를 빠르게 뛰어오른 것’에 비유했다. 높이뛰기는 ‘큰 물고기가 높이 뛰어오르는’이라는 뜻의 ‘대어발호(大魚跋扈)’라 했다. 입상자들에겐 자명종, 회중시계, 수첩, 주머니칼, 연필, 물부리(담배파이프), 장갑, 은병, 명함갑, 서양먹통 등 값비싼 외국 제품들이 주어졌다. 

최근 ‘한국육상경기 100년사’(832쪽·대한육상경기연맹)가 책으로 나왔다. 이제야 비로소 번듯한 한국육상의 족보 뼈대가 세워졌다. 육상인들의 피와 땀과 눈물의 발자취가 오롯하다. 도끼날을 100년 동안 갈아 마침내 바늘을 만들었다. 그 바늘로 자갈밭에서 꽃우물을 파냈다. 그것은 우리 민족이 반만년 뭉치고 다지어 꽃피운 ‘오래된 미래’다. 

그렇다. 육상은 모든 스포츠의 주춧돌이다. ‘달리고, 높이 뛰고, 던지는’ 동작 없이 이루어지는 스포츠는 거의 없다. 원시시대 인간의 달리기는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였다. 사냥감보다 ‘더 빨리’ 달려야 먹이를 얻었다. ‘더 오래’ 달려야 목숨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현대 육상은 자신과의 피 말리는 싸움이다. 보이지 않는 시간과의 몸부림이다. 고통의 축제다.

나는 던진다, 고로 두둥! 심장이 뛴다. 나는 펄쩍 뛰어오른다, 고로 자글자글 피가 끓는다. 나는 달린다, 고로 우렁우렁 난딱 살아있다.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인간은 달린다(에밀 자토벡).

‘육상이라는 이름의 민둥산/육상인이라는 이름의 나무들 덕분에/일백 년 동안 푸른 산으로 와짝 자랐다//산을 키워 온/권태하 김은배 남승룡 서윤복 손기정 함기용/최충식 한승철 주형결 백옥자 정봉수/반 백년 금강송/황영조 이봉주 김재룡 장재근 이진일 이진택/이영선/십 년생 이십 년생 어린 꿈나무들’ (서상택 ‘꿈꾸는 산’에서)

김화성 스포츠레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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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19. 21:18

나치 독일 치하에서 수백만 명의 유대인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카를 아돌프 아이히만.

그는 패전 후 성형까지 하고 잠적했지만 15년이나 끈질기게 추적한 이스라엘 정보부 요원들에 의해 1960년 5월 11일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인근에서 체포됐다. 예루살렘으로 압송된 아이히만은 곧 재판에 회부됐다. 이 역사적인 재판을 정치철학자인 해나 아렌트는 빠짐없이 참관하고 이후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을 썼다. 아렌트가 최종적으로 던진 결론은 ‘악의 평범성’이라는 단어였다. 

아이히만은 ‘괴물’이 아니었다. 조금 생각이 이상할 뿐, 그에게서 거악(巨惡)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아내를 사랑하며, 매우 긍정적인, 그리고 평범한 사람이었다. 살인의 충동과는 거리가 멀었고, 유대인을 혐오하지도 않았다. 그 스스로도 자신은 안보경찰국 과장으로 조직에 복종할 수밖에 없었고, 이미 근본적으로 잘못된 오류의 희생자일 뿐이며, 직접적으로 사람을 살상하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살상 도구를 자신의 손으로 사용한 사람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책임이 크다”고 사형을 선고했다.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학살을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깨닫지 못하는 상태에서’ 저지른 모순 앞에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이라는 말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행위자의 작은 동기와 거대한 비극, 그리고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반복되는 인간의 부조리를 생각하면서, 최근 반복되는 원전 비리가 떠올랐다. 벌써 몇 년 동안 비리가 터져 나왔는데도, 그게 바로잡아지기는커녕 동네 구멍가게 납품 비리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연속되어 왔다. 원전의 비리 소식이 근래 처음 보도된 것이 2009년이었는데, 그 후 4년 동안 동아일보 뉴스면에 나타났던 원전 비리 소식만 해도 총 29회에 달한다. 

이 29라는 숫자는 대단히 엄중한 숫자다. 하인리히 법칙에 따르면, 재앙에 대비할 수 있는 관용의 기간이 다 끝났다는 의미의 숫자다.

1920년대 중반 미국의 보험회사 손실통제국에 ‘H W 하인리히’라는 부장이 일하고 있었다. 그는 7만5000건의 사고통계를 분석한 후 흥미로운 결과를 얻었다. 하나의 거대한 재앙이 발생하기까지는, 그 전에 29회의 작은 사고가 발생하고, 그 과정에 300회의 경미한 사고가 나타난다는 법칙을 발견했다.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재앙은 그렇게 오는 법이다.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천둥이나 번개 같은 경고를 앞세우고 오는 법이다. 우리는 이제 원전사고와 관련된 경고성 유예기간을 거의 소진했다는 사실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국무총리가 뒤늦게 ‘천인공노할 일’이라고 말했지만, 그것으로도 부족하다. 이 거대한 재앙을 담보로 하는 비리가 4년이나 지속되도록 방치한 정부의 무책임과 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의 위험 불감증에 소름이 끼친다. 원자력발전이 바람직하냐, 혹은 바람직하지 않으냐 같은 한가한 논쟁 이전에, 이런 비리가 인간과 사회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행위로 인식되고 교정되지 않는 것이 의아스럽다. 부패의 발생 그 자체보다도, 그것을 교정하는 사회적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것이 놀랍다는 말이다. 

우리 사회의 수많은 조직에는 부조리가 하나의 관성으로 자리 잡고, 정상적인 사유와 행동을 못 하도록 구속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상화된 부조리에 가책을 느껴 공익 제보를 하는 사람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보면 그것을 알 수 있다. 양심선언을 한 사람들을 우리는 오히려 배신자로 낙인찍고, 쫓아내며, 파탄을 선사하기 일쑤다. 

원전 비리로 구속된 한국수력원자력의 송모 부장과 황모 과장도 평범한 직장인이었을 것이다. 가정을 위하고, 자녀의 과외비 때문에 돈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각자는 1000만 원대의 돈을 받고 선후배의 편의를 봐주었지만, 그 결과는 엄청나다.

당장 원전의 가동을 중단하는 바람에 사회적으로는 2조4000억 원의 손실이 초래되고 있다. 이것은 그래도 약과다. 1986년 옛 소련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수천 명의 희생자를 발생시켰고, 반경 30km를 죽음의 땅으로 만들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도 여의도 면적의 11배에 달하는 땅을 버려진 땅으로 만들어 놓았다. 주변에 누출된 플루토늄이 반감되기까지는 2만4000년이 걸린다고 한다.

악은 괴물의 모습을 하고 우리에게 나타나지 않는다. 일상적 삶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도 않다. 평범한 일상의 디테일 속에 거대한 악도, 커다란 선도 숨어 있는 듯하다. 대통령도 민초도, 이 평범한 사실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개인은 지금 자신이 하는 행위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분별하는 사고를 하고, 공동체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공공성이 민감하게 논의되는 시스템을 가꾸는 일이 중요하다.

이종수 연세대 교수·행정학



http://news.donga.com/3/all/20130622/56035440/1



Posted by 겟업
2013. 9. 19. 21:16

어제는 세계 난민(難民)의 날이었다. 난민은 인종이나 종교, 정치적 신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가해지는 박해를 피해 삶의 터전을 버리고 외국으로 탈출한 사람들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4520만 명의 난민이 세계 곳곳을 떠돌고 있다. 4.1초마다 한 명씩 난민이 발생한다고 할 정도로 증가세도 가파르다. 중견국 반열에 들어선 한국도 외면해서는 안 될 국제 현안이다.

한국은 21년 전인 1992년 ‘난민지위에 관한 협약’에 가입했다. 지난해 2월 제정된 난민법이 다음 달 1일 발효된다.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뿐 아니라 난민 지위를 신청한 사람들도 신청 6개월 후에는 국내에서 취업할 수 있다. 이런 법은 아시아에서 최초다. 법체계는 갖춰진 듯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다르다. 지금까지 모두 5485명이 난민 신청을 했으나 인정을 받은 사람은 329명(5.9%)에 불과하다. 세계 평균인 37.8%의 6분의 1 수준이다. 생계와 의료 문제에 대한 대책 없이 국내에서 난민 승인이 나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만 1442명이다. 법무부 기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엄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난민을 후진국에서 온 성가신 불법 체류자 정도로 여기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난민법이 발효된다 해도 현재의 예산 구조로는 난민에 대한 처우 개선은 그림의 떡이다. 올해 법무부 난민 관련 예산이 20억6900여만 원이지만 이 가운데 19억8000만 원은 인천 영종도에 문을 여는 ‘난민지원센터’의 운영비, 시설비 등으로 쓰인다. 난민들의 주거와 생계를 위해 쓸 돈은 거의 없는 셈이다.

난민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내전(內戰)을 포함한 전쟁이다. 한국 역시 6·25전쟁을 거치면서 수많은 난민이 발생했다. 우리의 처지를 딱하게 여기고 도왔던 외국의 손길이 없었다면 오늘날 경제 기적과 민주화는 훨씬 힘들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중국과 동남아 일대를 떠도는 탈북자들이 난민 지위를 얻지 못해 정치적 처벌이 기다리고 있는 북한으로 강제 북송되고 있다. 한국에 들어온 수천 명 난민의 눈물도 닦아주지 못하면서 국제사회에 탈북자 문제 해결에 협조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체면이 서지 않는 일이다.



http://news.donga.com/3/all/20130620/56011969/1



Posted by 겟업
2013. 9. 19. 21:15


*One of my dreams


미국의 최연소 대통령인 존 F 케네디의 아버지, 조지프 케네디 시니어는 1938년부터 2년간 주영 미국대사를 지냈다. 지명자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아일랜드계 사업가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그는 장남인 조지프 케네디 주니어에게는 정치를 권했고, 차남인 존 F 케네디에게는 군인이 되라고 했다. 장남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하는 바람에 차남이 정치에 투신해 대통령의 자리까지 올랐다. 케네디 대통령 아버지처럼 미국 대통령은 직업외교관이 아닌 ‘정무형 인물(Political appointee)’을 대사로 지명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 외교부에 해당하는 미국 국무부의 경우 외교 공무원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고위층(Senior level)으로 진급할 수 있는 길을 택할지, 아니면 국무부 평직원으로 남을지를 선택한다. 시니어 레벨에서는 승진하지 못하면 계급정년에 걸려 중간에 옷을 벗을 수도 있다. 평직원으로 남으면 잘릴 위험 없이 1등서기관까지는 올라간다. 우리의 고참 서기관쯤 된다.

▷미국 대통령이 정무형 인물을 대사로 내보낼 수 있는 것은 직업 외교관인 차석대사(deputy chief) 제도가 있어서다. 누가 대사가 되더라도 시스템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다. 미스 USA 출신이나 대선캠프에서 일한 사람, 문화계와 언론계 출신 등이 주요국 대사로 나갈 수 있는 것도 이런 정치 문화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어제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주베트남 대사 신임장을 받은 전대주 씨는 1973∼2001년 LG화학 베트남법인장을 지냈다. 베트남어를 자유롭게 구사하고 베트남 정관계와 재계에도 두꺼운 인맥을 갖고 있다. 민간 기업인 출신 대사로는 상하이 총영사를 지낸 김양 씨(김구의 손자)와 칠레 대사를 지낸 기현서 씨(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출신)에 이어 세 번째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해외 공관장 자리는 113개. 직업 외교관이 두세 번씩 돌아가면서 맡는 대사 자리에 우리도 각계의 민간 전문가를 보내는 것을 생각해 볼 때가 됐다. 임지(任地)가 마음에 안 든다며 낙담하는 직업 외교관과 현지 사정에 밝고 의욕이 넘치는 민간인 중 누가 더 국익에 도움을 줄 것인가.

최영해 논설위원



http://news.donga.com/3/all/20130618/559307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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