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강대한 나라로 꼽는 데 주저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최근 중국의 급부상으로 주요 2개국(G2)이라는 용어가 나왔지만, 미국의 강대함은 쉽게 퇴색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미국을 더욱 강대한 나라로 만드는 프로젝트가 있다는 말을 듣고 귀가 번쩍 뜨였다. 우리나라가 주요 20개국(G20)의 반열에 든 것에 자만하지 말고, 다시 G10으로, G8로 도약하기 위한 성장동력을 얻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이 프로젝트를 살펴봤다.
무엇이 나라를 강대하게 할까? 경제력, 군사력, 천연자원 등을 꼽기 쉬운데, 필자는 뜻밖에도 ‘독서’라고 답변한 미국인들이 참 ‘희한하게’ 생각됐다. 그들이 내건 슬로건은 ‘독서가 나라를 강대하게 만든다(Reading makes a country great)’는 것이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한 단체가 ‘딕셔너리 프로젝트(The Dictionary Project)’다. 이들은 해마다 전국 초등학교 3학년생에게 ‘국어(영어)사전’을 선물하고 있다. 어휘력과 독해력을 향상시켜 공부를 하게 함으로써 나라를 더욱 강대하게 만드는 초석을 다지자는 것이다.
두 번째로 의아하게 여긴 것은 독서가 중요하다면서 ‘왜 책(book)이 아니라 사전(dictionary)을 주는 것일까’였다. 이는 이 단체의 연혁을 살펴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다.
1992년 조지아 주에 사는 한 할머니가 집 근처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사전 50권을 기부했다. 사전을 받은 학생들이 어휘력과 독해력이 향상돼 공부에 재미를 느끼게 됐다는 소문이 이웃 마을로 퍼지면서 사전 기부 운동이 널리 확산됐다. 1995년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메리 프렌치 씨가 남편 아노 씨와 함께 ‘딕셔너리 프로젝트’라는 장학재단을 결성했다. 이 단체의 후원자들이 해마다 늘어나 전국으로 확산됐으며, 15개 국가에까지 보급됐다고 한다. 1995년 이후 총인원 1825만5644명의 학생이 혜택을 받았고, 2012년 한 해에만 239만7306명에게 사전을 선물했다고 한다(미국 초등학교 3학년생은 모두 417만여 명이다).
사전 기부 활동의 양적 팽창과 성장은 물론이거니와 그들의 이론적 무장에 더욱 놀랐다. 초등학교에서 대학에 이르는 16년간의 학업 과정에서 초등학교 3학년이 가장 큰 분수령이 된다고 한다.
초등학교 1, 2학년은 읽을 줄 알기 위하여 공부하는 단계이고, 3학년 이후 대학 4학년까지는 지식 축적을 위하여 많은 책을 읽어야 하는 단계인데, 이때 가장 강력한 학습도구가 바로 사전이라는 것이다.
세 번째로 놀란 것은 우리가 무상급식으로 학생들의 ‘배’를 채우게 하는 일에 골몰하는 사이에, 미국은 사전 선물로 학생들의 ‘머리’를 채우는 일에 몰입한 것이다. 동물이 아니라 만물의 영장인 인간에게는 ‘먹여 기르는’ 사육(飼育)이 아니라 ‘가르쳐 기르는’ 교육(敎育)이 더욱 중요함을 이제라도 깨달아야겠다.
미국은 ‘다(多) 대 다’ 방식으로 사전 장학 프로젝트를 선구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초등학교 3학년생이 45만여 명이라고 한다. 매년 120억여 원의 투입으로 ‘강대한 나라’를 만드는 프로젝트는, 선발주자를 추월하는 지름길일 것 같다. 학비를 지급하는 재래 방식에 그치지 말고 교구(敎具)를 지원하는 선진국형 장학제도를 도입할 때가 됐다.
물고기를 주는 것보다 물고기를 잡는 도구를 주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최영록 성균관대 홍보전문위원
http://news.donga.com/3/all/20130625/560914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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