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씨 46도를 오르내린 날씨만큼이나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서니랜즈 1박2일 회동’은 기록적이었다.
480분간의 마라톤 만남은 벌써 기록으로 남았다.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의 새로운 접근법, 냉전시대의 미국·소련 관계와는 다른 미·중 관계의 설정 등도 먼 훗날 역사책에 등장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부상하는 강대국’ 중국과 ‘기성 강대국’ 미국의 두 정상이 만난 1박2일은 거대한 국익의 충돌장이기도 했다.
8일 오후 2시20분(현지시간). 오바마와 시진핑이 만난 서니랜즈로부터 5㎞ 남짓 떨어진 웨스턴 미션힐스 호텔의 앰배서더 룸에는 100여 명의 기자들이 몰렸다. 회동 결과와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 급히 마련된 자리였다.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벤 로즈 국가안보 부보좌관과 함께 나타났다. 도닐런 보좌관은 이번 회동을 사전에 기획하고 연출한 주인공이다.
“아주 특별하고 중요했던 오바마 대통령과 시 주석의 회동 결과에 대해 설명하겠다”는 말과 함께 시작된 도닐런 보좌관의 모두발언 뒤 문답 시간이 이어졌다.
AP통신과 CNN 등 미국 기자들의 질문은 대부분 한 가지에 집중됐다. 미국 기업과 정부를 괴롭히는 중국의 사이버 해킹에 대해 어떤 얘기가 오갔느냐였다. 미국 기자들에게 둘의 만남은 미국의 지적재산권을 훔치는 중국의 행위로부터 미국의 국익을 얼마나 방어할 수 있었느냐가 관심이었다.
미국 기자들의 궁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된 뒤 일본 기자들이 나섰다. 그들의 관심사는 또 달랐다.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영토 분쟁이 제대로 거론됐는지였다. 그 틈바구니에서 한국 기자들도 예외일 수 없었다. 북한 핵 문제, 탈북자 북송 문제 등이 어떻게 논의됐는지를 물어야 했다.
그러다 보니 브리핑은 한국·미국·일본 등 3국 기자들이 서로 다른 관심사를 묻는 경연처럼 진행됐다.
마지막 답변을 마친 도닐런 보좌관이 단상을 내려가던 중이었다. 기자석 한편에서 갑자기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에 중국이 문제 제기를 했느냐”는 외침이 울려 퍼졌다. 대만 기자였다. 도닐런이 그냥 퇴장하려 하자 그 기자는 다시 소리를 쳤다. 멈칫하는가 했던 도닐런은 백악관 직원에게 e메일로 답변해 주라고만 한 뒤 떠났다.
특파원 생활을 하면서 세계 각국 기자들이 모이는 공동 기자회견장에 가면 늘 체감하는 게 있다. 그 나라의 국력만큼 언론도 발언권을 갖는다는 점이다. 중국이 커질수록 작아질 수밖에 없는 대만 기자의 상기된 얼굴이 자꾸 눈에 밟혔다.
랜초미라지(캘리포니아)
박승희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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