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이 2일 기자 간담회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전망하면서 "서울시장은 원희룡·나경원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다 관심이 있는 것 같은데 현재로선 (민주당 소속인) 박원순 시장 인기를 추월할 만한 사람이 마땅치 않다"고 했다.
정권 중반에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반(反)여당 경향이 많이 반영된다. 2006· 2010년 모두 여당이 졌다. 이번에도 그런 조짐이 보인다. 서울 유권자들은 본사와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지지할 정당'을 묻는 항목에 새누리당 31.2%, 안철수 신당 23.4%, 민주당 11.1%로 응답했다. 대통령 지지 여부와는 무관하게 "야당 찍겠다"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이다. 선거를 책임진 사무총장이 이런 분위기를 걱정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오세훈 원희룡 나경원' 등을 거명하면서 "마땅치 않다"고 해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정치권과 언론에서 새누리당(과거 한나라당)에 붙여준 별명이 많다. 의원들이 편한 일만 하려 한다고 '웰빙당', 변화에 늦게 적응한다고 '공룡 정당', 이슈를 주도하지 못하고 끌려다니기만 한다고 '반응 정당' 등이다. 일부 정치 전문가는 한때 '자해(自害) 정당'이란 말을 한 적이 있다. 널리 퍼지진 않았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은 어떻게든 자기 당 사람을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민주당이나 과거 열린우리당에선 새 인물이 있다 싶으면 당내 어느 세력에선가는 '거물급' '스타급'으로 키워보려는 움직임이 나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그랬고 정동영 전 의원, 문재인 의원도 그랬다. 소문을 내주고 '신화(神話)'도 만들어준다. 송영길 인천시장이나 안희정 충남지사, 이광재 전 강원지사 등도 그렇게 '상품성'을 높여가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에선 누군가 '뜬다' 싶으면 어떻게든 끌어내린다. "술을 많이 먹어서" "공주병이 있어서" "집에 돈이 많아서" "이기적이어서" 등 별별 이유를 다 붙인다. 누가 자기보다 잘나가는 '꼴'은 절대 못 본다. 이번에 최경환 원내대표가 경선에서 고전한 데 대해, 당내에선 "자기도 나도 3선인데" "어디 3선 따위가 감히"라는 이유로 3~4선 의원들이 무더기 반대표를 던진 것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오 전 시장이나 나 전 의원 측은 3일 홍 사무총장 발언에 대해 "왜 가만있는 사람 두 번 죽이느냐"는 반응이었다. 원 전 의원은 유학 중이어서 국내에 있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을 얼마나 괜찮은 재목으로 보는지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과거 선거에서 새누리당 출마자들은 박근혜 대통령 다음으로 이들에게 지원 유세를 많이 요청했다는 점이다. 큰 선거 경험이 많은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날 "우리끼리는 뭐라고 욕을 하든, 밖에 나가선 우리 사람을 무조건 키워줘야 한다"며 "어려울 때 그중에 누가 우리 전체를 살릴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내년 선거가 다가오면서 새누리당에선 다시 '자해(自害)'가 시작된 듯하다. 역시 새누리당스럽다.
권대열 정치부 차장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6/03/201306030316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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