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4. 16:28

일본의 한 경제학자가 전후(戰後)에 일본이 경제발전을 할 수 있었던 원인으로 '자원이 없었다는 점'을 드는 것을 보았다. 이 말은 우리나라에도 적용되는 게 아닐까? 만일 우리나라에 석유가 풍부하게 나서 거액의 석유 수출 대금이 유입되었다면 많은 석유 수출국이 그러하듯 소박한 소득수준에 만족하고 그 이상으로 올라서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말하자면 사회 전체가 불로소득에 의지하는 지대수취인으로 살아갔을 것이다. 그리고 만성적인 불경기 상태에서 국제 원자재 가격의 등락에 따라 국가 경제가 널뛰기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 생각지 않았던 큰 유산을 받았을 때 자칫 삶이 망가지는 것처럼 천연자원 개발의 수익이 생겨날 때 오히려 국가 경제가 혼란에 빠지는 현상을 두고 '자원 저주(resource curse)'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아프리카의 많은 빈곤 국가가 이 저주에 빠져 있다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 논리가 원조에도 적용된다. 이 경우에도 역시 갑자기 생겨난 돈이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원조가 원래 의도대로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정반대 효과를 내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정치가 불안정한 후진국에 거액의 원조가 들어가면 부패한 정치인과 관리가 원조 재원에서 거액을 빼돌리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예컨대 과거 차드의 재무부가 지역 보건소를 지원하기 위해 집행한 예산 가운데 실제로 최종 목표 지점에 도달한 예산은 채 1%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상태에서 2005년에 EU가 차드의 위생 개선에 사용하라고 지원한 2000만 유로의 금액이 원래 목적에 맞게 제대로 쓰였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국민이 하루 평균 1달러 정도로 살아가는 나라를 극빈국으로 보는데, 전문가들은 이런 나라들이 나쁜 통치와 빈약한 경제 정책의 덫에서 벗어나는 데 걸리는 예상 기간을 60년 정도로 추산한다. 그나마 실제 극빈국 상태에서 벗어날 확률은 2%가 채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되돌아보건대 아마 우리나라가 바로 그 2%에 속하는 희귀한 사례가 아니었을까 싶다. 우리의 역사 경험은 이제 우리에게만 소중한 게 아니라 세계 시민이 주목하는 중요한 내용이 되었다. 후진국에 물질적 원조를 제공할 뿐 아니라 우리의 경험을 알려주는 것도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이다.



주경철 서울대 교수·서양근대사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1/30/2013013002838.html



Posted by 겟업
2013. 4. 4. 16:26

통상 업무 산업자원부 이관 등 제조업 중시 정부 조직 개편안
달라진 우리 경제와 동떨어져… 
제조업 비중 선진국보다 높은 한국은 서비스산업 더 키워야 
비제조업·금융업 홀대는 금물


120여년 전 일본 메이지(明治) 왕이 오사카를 방문했다. 오사카는 '검은 연기에 뒤덮인 우중충한 마을'이었다. 섬유 공장 등에서 내뿜는 매연이 하늘을 덮었다. 메이지 왕은 "일본도 드디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고 만족스러운 소감을 내놓았다.


당시 유럽과 미국에선 산업혁명이 한창이었다. 전기·엔진·전화가 발명됐고 석유화학산업이 첫발을 내딛고 있었다. 공장 굴뚝에서 코끝이 따가운 검은 연기가 치솟고 '시속 10㎞로 달리는 괴물(자동차)'이 마차와 충돌해 사망 사고를 내던 시절이었다. 일본의 왕에게 퀴퀴한 검은 연기와 선진국은 동일어였다.

세월이 흘러 작년 가을, 미국 경제학계의 논쟁거리 중 하나는 정보통신기술(ICT)을 둘러싼 것이었다. 컴퓨터·인터넷·휴대폰 같은 정보화 혁명의 발명품들이 과연 미국의 성장을 얼마나 이끌어 갈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번 논쟁을 촉발한 첫 질문자인 로버트 고든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이렇게 물었다.

"당신은 '페이스북과 휴대폰은 있지만 상수도가 없는 생활'과 '상수도는 있지만 페이스북과 휴대폰이 없는 생활'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거냐." 그는 산업혁명 시절 탄생한 상수도가 정보화 시대의 산물인 휴대폰·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보다 인류의 생활에 더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했다.

성장에 ICT 산업이 얼마나 공헌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공방은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정보통신산업은 지난 40여년간 성장의 불쏘시개 역할을 잘했을망정 나라 경제를 앞에서 끌고 가는 주력(主力) 엔진은 되지 못했다는 것을 많은 통계가 증명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정부 조직 개편안을 보면서 우리는 한국 경제의 현 위치를 다시 짚어봐야 한다. 우리는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는가. 정보통신 혁명에 나라의 미래를 맡길 수 있는가. 그리고 무엇이 한국 경제의 성장을 견인할 것인가.

인수위는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했다. 신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정보통신 혁명의 물결을 확산시키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행정부 내 부처 간 서열도 기획재정부 다음으로 2번 좌석을 받았다. 여기까지는 좋다. 문제는 산업통상자원부다.

인수위는 통상 협상 교섭권을 오랜 세월 제조업을 관장해온 부서에 붙였다. 제조업을 중시하는 시각에서 보면 국산 공산품의 수출 시장을 열어줄 통상 협상 업무는 제조업 담당 관청이 맡아야 한다. 2008년 위기 이후 미국·프랑스에 이어 일본까지 제조업 중시 정책을 채택하고 있으니 얼핏 보기엔 새 정권의 제조업 챙기기는 선진국의 흐름과도 일치한다.

그러나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제조업 비중은 19.2%(2011년)이다. 프랑스는 18.7%, 일본은 27.3%다. 한국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면적은 39.2%로 훨씬 높다. 선진국들이 꺼져가는 제조업 엔진에 불을 다시 지펴보겠다고 할 때 우리는 그들과 같은 방향으로 달려갈 필요가 없는 나라다. 우리 제조업은 그런대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관심과 투자를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한다.

한국 경제는 한쪽 날개에선 제조업 엔진을 완전 가동한 채 반대쪽 날개에서는 서비스 산업의 엔진에 불을 하나 더 댕겨야 할 시점이다. 갤럭시 휴대폰을 수출하는 것과 동시에 싸이·소녀시대를 키운 연예 기획사를 디즈니처럼 세계적인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키워야 한다. 10조원짜리 해양 플랜트를 생산하면서도 심장 수술을 받으려고 전 세계 심장병 환자가 몰려드는 일류 병원을 운영해야 한다. 우리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두 날개로 비상(飛上)해야 하는 것이다.

노무현·이명박 정부는 서비스업의 날개를 펼치려는 노력이 부족해 저성장의 수렁에 빠져들었다. 이명박 정부 5년의 평균 성장률은 고작 2.9%에 머물렀다. 역대 대통령 중 최악의 성적표다. 큰 우물을 하나 더 팔 생각은 하지 않고 수출 기업과 제조업, 대기업을 우선하는 정책을 펴면서 과거 정권이 파놓은 우물에서 물을 퍼내 쓰기만 했다.

새 정권의 인수위도 낯익은 우물물에 친근감이 가는 모양이다. 우리 경제가 과거와는 딴판으로 달라진 줄도 모르는 것 같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통상 협상은 공산품의 관세(關稅)를 다투는 줄다리기가 대부분을 차지했으나 지금은 고용 노동 분야부터 문화, 교육, 의료 건강, 환경 등 비(非)제조업을 둘러싼 개방 협상이 중요해졌다.

제조업 등쌀에 금융산업도 밀려난 듯하다. 우리나라 금융의 자금 중개 기능이 허약해 벤처기업이 탄생하기 힘든 현실을 외면한 채 금융 행정 조직에는 일절 손을 대지 않았다. 우리는 언제까지 굴뚝 연기를 '선진국 아지랑이'로 여기고 ICT만이 번영으로 가는 직행 티켓인 줄 착각하고 살아야 하는가.

송희영 논설주간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1/25/2013012500903.html



Posted by 겟업
2013. 4. 4. 16:22

'국가 요리사' 선발하는 美 국무부 자국 이미지 높이는 역할 맡겨…
19세기 佛, 유명 셰프로 회의 주도… 日 재외공관, 日食 세계화에 기여
음식과 외교가 서로 도와준 셈… 韓食도 한국 외교 히든카드 돼야



요리사들이 외교관으로 활동하게 됐다. 미국의 일이다. 미 국무부는 유명 요리사 80여명을 '국가 요리사(State Chef)'로 선정했다. 국가 요리사로 임명된 이들은 미국 국기와 국무부 문장이 수놓인 감청색 요리복을 입고 국가 행사 때 내놓을 음식을 만들거나 해외에 파견돼 미국 문화를 알리고 미국의 이미지를 높이는 역할을 맡게 된다. 전세계적으로 '요리 외교'를 펼치겠다는 말이다.

힐러리 클린턴 전임 미 국무부 장관은 지난해 9월 열린 국가 요리사 임명장 수여 행사에서 "요리는 가장 오래된 외교 수단"이라고 말했다. "국무장관으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상대국 관계자들과 나눈 가장 의미 있는 대화는 식사하면서 나눈 것이었다. 음식을 나눔으로써 우리는 장벽을 뛰어넘어 서로 간에 다리를 놓을 수 있다." 또 힐러리 장관은 워싱턴포스트에 "다른 이들의 입맛과 격식과 가치를 고려하는 것은 간과되고 있지만 외교의 강력한 일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인도 외교사절이 찾아왔을 때 그들에게 익숙한 향신료인 카르다몸(cardamom)이 들어간 차(茶)를 내놓는 등의 배려가 대화를 더욱 부드럽게 진행되도록 이끌었다는 것이다.

클린턴 장관이 요리를 가장 오래된 외교 수단이라고 말했을 때, 1814년 9월부터 1815년 6월까지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회의(Congress of Vienna)를 떠올린 건 아닐까. 세계사를 조금만 배웠다면 알겠지만, 빈 회의는 프랑스혁명과 나폴레옹전쟁을 수습하기 위해 열린 국제회의였다. 회의를 주도한 건 연합을 결성해 나폴레옹을 격파한 오스트리아·영국·러시아·프로이센 등 4대국과 프랑스였다. 어떻게 패전국인 프랑스가 승전국들과 함께 회의를 주도할 수 있었을까. 프랑스 대표이자 외무장관이었던 샤를 모리스 탈레랑-페리고르가 탁월한 외교 수완을 발휘해 4대국과 똑같은 지위를 얻었기 때문이었다.

프랑스가 강대국에 의해 쪼개지는 비운을 막고 승전국들과 동등한 지위에서 협상하도록 만든 탈레랑에겐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 당시 유럽 최고 요리사였던 마리-앙투안 카렘이었다. 카렘은 '세계 최초의 스타 셰프'로 불린다. 나폴레옹은 물론 러시아 황제 알렉산더 등 유럽 왕실과 지도자들을 위해 요리했고, 지금 우리가 아는 프랑스 요리는 물론 서양 요리의 맛과 모양을 확립한 인물이다. 카렘은 다양한 프랑스 소스를 큰 범주 4개로 분류했는데, 그가 정한 소스 체계는 여전히 서양 요리의 기본이다. 요리사의 상징인 토크(toque·높고 흰 모자)와 흰색 유니폼도 권위와 위생을 강조한 카렘이 처음 주방에 도입했다.

노회한 외교관이자 까다로운 미식가였던 탈레랑은 매일 아침 한 시간씩 그날 먹을 음식들을 검토했다고 한다. 그는 음식과 접대가 얼마나 외교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 프랑스의 운명이 달린 빈 회의에 그는 카렘을 데려갔다. 빈으로 떠나기 전, 프랑스 왕 루이 18세가 이런저런 주문으로 탈레랑을 귀찮게 했던 모양이다. 탈레랑은 왕에게 "전하, 저에게는 지시보다 냄비가 더 필요합니다. 제가 저의 일을 하게 하옵시고, 카렘을 믿으시옵소서" 하고 말했다.

빈 회의는 정식 총회가 열리지 않았다. 강대국 대표끼리 비공식적인 1대1 회담을 통해 사안 대부분을 논의하고 결정했다. 오늘날의 비즈니스 미팅도 그렇지만, 이런 회담에서는 어떤 음식과 술로 어떻게 대접하느냐가 특히 중요했을 것이다. 패전국인 프랑스로서는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면 상대방을 기쁘게 하고 감동시킬 필요가 있었다. 카렘은 여기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금도 유명 요리사의 음식을 맛보기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는데, 당시 유럽에서 가장 이름난 카렘의 요리가 나오는 탈레랑의 초대를 어떤 외교관이 거부할 수 있었을까.

이처럼 음식이 외교에 기여해 왔지만, 외교가 음식에 기여하기도 한다. 일본 음식이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얻을 수 있었던 건 일본 외교부의 노력이 컸다. 일본 정부는 일식(日食) 교육을 받은 요리사를 재외공관에 전속 요리사로 파견했다. 일본 대사관에서는 그 국가의 상류층 인사들을 초대해 일본 고유의 식재료를 이용한 음식을 대접했다. 이를 통해서 일식을 그 국가에 알리고 친숙해지게 했다. 일식 세계화를 위해 해외 각국의 일본 대사관을 전진기지로 삼았던 것이다.

한국 정부도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해서 한식 세계화에 활용하고 있다. 요리사들에게 한식을 교육해 해외 공관에 파견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유명 한식당의 요리사를 보내 한식을 홍보하는 행사를 열기도 한다. 탈레랑이 카렘이 만든 프랑스 요리로 프랑스를 구한 것처럼, 미국이 자국 요리사들을 외국에 파견해 미국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있는 것처럼, 한식이 한국의 외교를 돕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한국 대중음악과 영화·드라마에 이어 한식(韓食)이 해외에서 인기를 빠르게 얻고 있으니 아마 곧 그렇게 될 듯싶다.


김성윤 대중문화부 기자




Posted by 겟업
2013. 4. 4. 16:21

1980년대 중반 네덜란드는 '선진 자본주의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고용 실패를 한 곳'이자 동시에 '노동 없는 복지'의 전형적인 사례로 지목되었다. 소위 '네덜란드 병'의 발생지였던 이 나라는 그로부터 10년 뒤 이번에는 '네덜란드의 기적'이라 불릴 정도로 성공적인 경제 회복을 이룩했다. 1984년 14%에 달했던 실업률이 1997년엔 6%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이는 11%에 달하는 EU 평균 실업률에 비해 거의 절반 수준이었다. 경제가 거의 붕괴될 뻔한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은 결국 노사 간 합의였다. 1982년의 바세나르 협약이 그것이다.

이 조약의 가장 큰 특징은 기업의 투자와 고용 활성화를 위해 노조가 임금 인상 억제를 수용했다는 점이다. 노동시장 회복을 위해서는 산업의 수익성 제고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기업들은 노동시간 단축에 합의하는 것으로 화답했고, 정부는 노사간에 도출된 타협안을 존중하여 정치적 추인 절차를 밟는 한편, 공무원 임금과 사회보장 수당을 삭감하는 등의 재정 절감 정책을 추진했다. 이후 네덜란드 경제는 활력을 되찾았고, 무엇보다도 일자리 창출에 크게 성공했다.

사실 이 나라의 일자리 창출 실상을 보면 결코 완벽한 것이 아니다. 시간제 근로와 탄력 근로가 고용 증가의 4분의 3을 차지하며, 또한 시간제 근로의 4분의 3을 여성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노·사·정 3자 간의 대타협은 결국 정규직 남성 노동자의 임금 억제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여성 파트타임 노동자가 증가한 노동력 재배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정작 네덜란드인들 자신은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비정규직 취업자 중 '풀타임 일자리를 얻을 수 없어서'라는 답이 4.3%에 불과한 반면 '풀타임 일자리를 원하지 않아서'라는 답이 72%라는 조사가 이를 말해 준다. 이는 가족 중 한 사람의 풀타임과 한 사람의 파트타임(소위 '1+0.5')을 통해 일과 가정을 함께 지키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이는 가족의 가치를 대단히 높이 여기는 이 나라의 문화에서 나온 결과이다.

네덜란드 방식은 분명 참고할 만한 사례지만 그렇다고 곧바로 도입할 수 있는 모델은 아니다. 결국은 우리 사회·문화에 맞는 자체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주경철 서울대 교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1/23/2013012302577.html



Posted by 겟업
2013. 4. 4. 16:20

# 1990년대 초였다. 프랑스 중부 소도시 앙부아즈에서 프랑스어 회화를 익히며 혼자 하숙을 했다. 내가 자는 곳은 계단을 올라 이층 첫 방이었는데 독일 회사원 토마스와 함께 썼다. 하숙을 치는 60대 프랑스 아줌마가 어느 날 부엌에서 잠깐 보자고 했다. "쾅일 킴, 미안하다. 독일인과 한방을 쓰게 해서." 아무리 괜찮다고 했지만, 그녀는 동양인의 겸양쯤으로 알아들었는지 한사코 '독일인과 한방을 쓰게 해 미안하다'고 했다. 아줌마는 대신 와이셔츠를 자기가 다려주겠다고 했다. 평범한 프랑스인의 마음자리에 놓인 독일인에 대한 불편한 이미지는 그랬다.

# 1970년 12월 브란트 서독 총리가 폴란드 바르샤바에 갔다. 그는 유대인 거주지였던 게토의 봉기(蜂起) 전몰자 묘지에 헌화하다 갑자기 차가운 돌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현장에 있던 수행원들이 당황했다. 한 나라의 총리가 무릎을 꿇는 일은 '사고(事故)'였다. 누군가 쉰일곱 살 총리가 현기증 때문에 쓰러졌다고 수군댔다. 하지만 브란트는 고개를 숙여 오랫동안 묵념했다. 잔뜩 흐린 날씨에 바람이 매서웠다. 브란트는 무릎 밑에 아무것도 깔지 않아 양복바지가 젖었다. 브란트는 "역사의 무게에 눌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때 행동을 했을 뿐"이라고 했다. 세계 언론은 "그날 무릎을 꿇은 것은 한 사람이었지만 일어선 것은 독일 전체였다"고 했다. 독일인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독일인의 41%는 "적절했다"고 했지만, 48%는 "너무 심했다"고 했다.

# 헤어초크 독일 대통령은 1994년 8월 바르샤바 게토 봉기 기념비 앞에서 또 잘못을 빌었다. "독일 사람이 폴란드 사람들에게 저지른 행위에 대해 용서를 빈다"고 했다. 헤어초크는 '독일' 혹은 '독일 정부'라고 하지 않았다. 24년 전 회의적 반응을 보였던 '48% 독일인'을 재우치듯 '독일 사람'이 저지른 행위를 사죄한다고 말했다. 훨씬 개별적이면서 포괄적이고 통세대(通世代)적인 언급이었다. '독일 정부'가 아닌 '독일 사람'이라고 하는 순간, 반성의 의무는 다음 세대로 대물림됐다. 프랑스 하숙집 아줌마의 마음까지 읽은 듯했다.

# 1984년 9월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과 콜 독일 총리가 베르됭 국립묘지에 나란히 섰다. 1차 대전 때 두 나라 젊은이 80만명이 몰살됐던 격전지다. 가을비가 내리고 있었다. 오른편에 선 미테랑이 왼손을 내밀었고, 콜이 오른손을 뻗어 맞잡았다. 덩치가 산(山)만 한 두 정상은 행사 내내 팔짱을 끼고 다녔다. 1962년 7월 아데나워 독일 총리가 프랑스 랭스를 방문하고, 1963년 1월 아데나워·드골 두 정상이 엘리제 조약으로 화해했던 역사가 이미 쌓여 있었다. 2005년 독일·프랑스·폴란드 세 나라 젊은이 100여명이 3000㎞에 이르는 역사·문화 탐방 행사를 마쳤을 때 슈뢰더 독일 총리가 "우리 독일인은 이제 다시 유럽 대륙의 일원으로 돌아오는 행운을 잡았다"고 말하기까지 독일인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이어졌다. 그런 바탕이 있었기에 2006년부터 우리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독일 김나지움, 프랑스 리세 학생들이 독·불 공동 역사 교과서로 공부할 수 있었다.

# 메르켈 독일 총리가 엊그제 홀로코스트 유대인 대학살 추념일을 맞아 자기 웹사이트에 사죄의 글을 또 올렸다. 메르켈은 두 가지를 말했다. 첫째 "인종차별과 반(反)유대주의가 다시 발붙일 수 없도록 '모든 개인'이 용기를 갖고 기여해야 한다"고 했다. 둘째 "우리는 이 점을 '세대를 이어가며' 분명히 말해야 한다"고 했다. 메르켈은 '모든 개인'이 '세대를 이어가며' 반성하겠다는, 영원한 책임의 짐을 스스로 어깨에 얹었다.



김광일 논설위원




Posted by 겟업
2013. 4. 4. 16:17

지난 연말 삼성경제연구소(SERI)가 선정·발표한 '2012년 10대 히트 상품'에서는 여느 해와 다른 특징이 눈에 띈다. 유튜브 조회 수 신기록을 여전히 갈아치우고 있는 '강남스타일'과 스마트폰 사용 연령을 획기적으로 높여준 국민 게임 '애니팡'이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여기에 '관객 1억명 시대의 한국 영화'를 더하면 10개 히트 상품 중 문화 상품이 세 개나 된다. '문화가 대세'인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것이다.

문화는 인간의 감성과 창의적 상상력을 모태로 탄생해 오랜 시간 인간의 가슴에 영혼을 불어넣어 주는 기능을 담당해 왔다. 문화는 또 인간의 열정, 장인 정신과 만나 문화 예술로 발전했다. 최근에는 지식재산권이란 개념과 결합하며 고유의 생태계를 갖는 콘텐츠 산업으로 재탄생했다. 창의적 상상력이 스토리텔링으로 승화돼 문학 작품으로 태어나 영화·게임·캐릭터·테마관광으로까지 발전하며 막대한 수익을 내는 '해리 포터'가 좋은 예다.

곧 출범할 새 정부는 '창조경제'의 구현을 정책 기조로 천명했다. 이 창조경제론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토론토 대학의 리처드 플로리다 교수는 창조적 변화를 위해서는 재능(Talent)·기술(Technology)·관용(Tolerance), 즉 3T의 결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창조적 인재, 이들이 가져올 새로운 세상에 대한 개방적 태도, 그리고 이들의 창의력 발휘를 도와줄 기술 발전이 결합하여야 창조경제가 성공한다는 것이다. '강남스타일'도 싸이의 끼(재능)와 이를 문화적으로 수용하는 포용력(관용)이 유튜브(기술)와 결합해 탄생한 창조경제의 성과물로 풀이할 수 있다. 창조경제의 핵심에 창조산업이 있고, 창조산업은 바로 콘텐츠 산업이다. 그리고 콘텐츠 산업은 문화적 다양성과 소통, 공존과 공생의 가치를 구현하려는 인간의 문화적 창조물을 기반으로 한다. 콘텐츠 산업은 문화가 국력인 소프트파워 시대의 진정한 무기이기도 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창조경제와 문화가 직접적으로 만난다.

새 정부 조직의 큰 그림이 발표됐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 전담 조직은 미래창조과학부 산하에 두기로 했다. 이제 기능 배분 문제가 본격 논의, 추진되고 있다. 어떤 형태이든 문화에 기반을 둔 콘텐츠 산업의 독자성과 타 산업의 성장 촉매제 역할을 수행하는 콘텐츠 산업의 본령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지혜가 절실히 필요하다.



홍상표 한국콘텐츠 진흥원 원장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1/22/2013012202437.html



Posted by 겟업
2013. 4. 4. 16:16

"힘들죠. 그래도 잘해야죠. 결국 잘하게 될 거고요." 지난해부터 미국에서 영어 공부를 하고 있는 '한국 탁구의 여왕' 현정화 감독과 통화를 하다 그녀의 말투 때문에 그만 웃고 말았다. 현역 시절 말투와 너무나 닮아서였다. 서울올림픽 금메달과 세계선수권 단식·복식·혼합복식·단체전 등 그랜드슬램을 이룬 지독한 승부사인 현정화는 "힘들죠. 그래도 이겨야죠. 결국 이기게 될 거고요"라는 말을 되풀이하곤 했다. 자기 세뇌하듯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대여섯 점 차로 뒤지던 경기를 뒤집곤 했다.

현정화 감독은 지금 영어 공부에서 승부욕을 불태우고 있다. 지난해 8월 그녀는 미국으로 떠났다. 탁구 여자 대표팀 총감독으로 런던올림픽을 마치자마자 남편, 두 아이와 함께 로스앤젤레스로 갔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다섯 시간씩 랭귀지스쿨에 다니고 있다. "왜 이리 숙제도 많고 테스트도 많은지 모르겠다"고 푸념하면서도 이제 마흔네 살인 현 감독은 "처음엔 1년을 생각하고 왔는데 1년 가지고는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녀는 힘든 훈련 중에도 틈틈이 영어 책을 읽을 정도로 공부의 끈을 놓지 않았고, 외국 선수들과 토막 영어로 대화를 나눈 경험도 많았다. 이런 그녀가 영어의 벽을 느낀 것은 2년 전이었다. 대한탁구협회 전무를 맡았던 그녀는 국제탁구연맹 총회에서 미디어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됐다. 현정화는 "탁구 실력은 중국과 한국이 훨씬 낫지만 영어에 능숙하고 공부를 제대로 한 선수가 많은 유럽 출신들이 연맹을 주도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녀는 탁구 국제 행정가의 길을 걷겠다는 큰 꿈을 갖게 됐다. 그러려면 우선 말이 통해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네 차례 올림픽에 출전했던 한국 썰매 종목의 개척자 강광배 한국체육대 교수는 "성적만 확인되면 서둘러 짐을 싸서 대회장을 떠나는 한국 선수단과 달리 유럽과 미국 선수들은 각종 회의나 모임에 참석해 의견을 나누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게 바로 가장 효율적인 스포츠 외교라고 그는 강조했다. 세계적인 탁구 스타였던 현정화가 젊은 시절 이런 국제회의에 참석했다면 일찌감치 국제무대에 대한 꿈을 키우고 말이 통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을 것이다. 학창 시절 조금만 더 공부할 시간이 주어졌어도 더 높은 단계에서 영어를 익히고 있을 것이다.

학교 수업을 듣는 학생 선수들이 늘고 있지만 그들은 다른 엄두를 내기 힘들 만큼 엄청난 훈련량을 소화해야 한다. 공부는 여전히 뒷전이다. 그래서 고등학교 야구 선수가 일반 학생들과 경쟁해서 서울대 체육교육과에 입학한 게 뉴스가 된다.

현정화 감독은 훗날 탁구 아카데미를 세우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선수에게는 하루에 훈련 4시간, 공부 4시간, 여가활동 4시간씩 배정하겠다고 했다. 자신의 경험으로 볼 때 4시간 이상 훈련해도 효과를 거두기 힘들고, 하루에 4시간만 필요한 공부를 하면 큰 밑천이 된다는 생각에서다. 듣고 보니 이 '4·4·4 시간표'가 어린 시절부터 운동 부담이 너무나 큰 학생 선수들에게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민학수 스포츠부 차장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1/21/2013012102459.html



Posted by 겟업
2013. 4. 4. 16:12

초등학교 시절, '장발장'과 '레미제라블'이 같은 작품임을 아는 데 한참이 걸렸다. '장발장'이 한국 이름이 아니라 프랑스 이름 '장(Jean)'에 성이 '발장(Valjean)'이라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 '레미 제라블'이 아니라 '레 미제라블이란 것도 후에 알았다. 그리고 이 책이 완역하면 2300페이지가 넘는 대작이라는 것은 최근에야 알았다.

'독자 여러분이 아시는 대로, 장발장은 빵 한 조각을 훔치고 억울하게 19년간이나 옥살이를 했다'. 이 문장에는 오류가 있을까, 없을까.

막노동으로 살아가던 장발장이 빵을 훔친 것은 누이의 일곱 아이에게 먹일 빵이 없어서였다. 그는 총을 소지하고 있었는데, 이게 불리하게 작용해 '야간에 가택에 침입해 절도 행위를 한 혐의'로 5년형을 받았다. 죄수번호 '24601번'장발장은 수감 4년째 탈옥했고 이틀 만에 잡혔다. 이걸로 3년이 추가됐다. 6년째 또 탈옥했고 잡히면서 강하게 저항하는 바람에 5년이 더 추가됐다. 10년째 또 탈옥하다가 3년 추가, 13년째 또 탈옥해 3년을 추가했다. 이렇게 해서 도합 19년이다.

작가 빅토르 위고는 죄에 비해 징벌이 과도했기 때문에 '범죄자의 잘못을 억압으로 바꾸고, 죄인을 희생자로, 채무자를 채권자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썼다.

여기까지 읽으면 "그깟 빵 한 덩이 훔친 죄는 그냥 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그런데 정말 그랬다면, 한밤중에 총 든 남자가 자기 집 유리를 깨는 걸 목격한 빵집 주인의 불안은 누가 해소해줄까. 탈옥 누범에게 형을 추가하지 않으면 누가 얌전히 감옥에서 형기를 채울까. 그래서 작가는 이렇게 썼다. '장발장은 자기가 받은 징벌은 사실 부당한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불공정한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대부분 '장발장의 죄는 빵 한 조각을 훔친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 한다. '우리 편' 장발장이 무고할수록 저쪽 권력의 폭압성이 부각되기 때문이다. 이성을 잠재워놔야 피가 빨리 끓는다.

이런 사고 패턴은 흔하다. 얼마 전 인터넷에 '4만원 훔쳐 징역 1년 6개월, 현대판 장발장?'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왔다. 예상대로 '있는 자들은 몇억을 해먹어도 집행유예로 나온다' '법이 썩었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9년 전 그의 첫 절도는 70만원 벌금형에 불과했다. 그러나 집행유예 기간 중 또 절도를 했고, 경찰 행세를 하며 돈을 뺏는 등 범죄 두 번에 이어, 이번에도 잠자는 이의 찜질방 열쇠를 빼내 옷장에서 돈을 훔쳤다는 구체적인 범죄 사실과 이에 대한 징벌의 균형 여부를 고민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직도 관련자들의 농성이 이어지는 용산 참사, 쌍용차 문제를 대하는 방식도 비슷하다. 한쪽은 '우리는 완전한 약자'라고 주장하면서 '명예 회복'을 주장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벌어진 위법·불법성과 타인에 대한 공격은 언급하지 않는다. 여기에 '약자 마케팅' 전문 정치인들이 끼어든다. 다른 쪽도 오직 상대의 '불법성'에 주목할 뿐 '사람'을 보려 하지 않는다. 두 주장이 평행을 이루며 국민도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보려는 경향이 더 강해졌다.

용산과 쌍용차 사건의 발단부터 현재까지 '팩트'를 챙겨본 장관과 정치인·경찰은 몇이나 될까. '레미제라블' 완역본보다 더 필요한 건 '구호'만 남은 사건에 관한 객관적 백서다.



박은주 문화부장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1/18/2013011802332.html



Posted by 겟업
2013. 4. 4. 15:57

사무실엔 책상이 있고 책상 위엔 당연히 컴퓨터가 놓였다. 책상에 앉는다는 것은 컴퓨터 앞에 앉는다는 의미다. 컴퓨터를 밀쳐놓고 새삼 종이책을 펼치거나 펜글씨를 쓸 수는 없다. 종일 모니터 안에서 내가 읽어 치우는 활자가 도대체 얼마만한가. 그러나 정작 머리에 입력되는 정보는 많지 않다. 마음을 울리는 내용은 더욱이 드물다.

연초에 서로들 푸짐하게 복을 빌었다.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은 미쁘고 고맙지만 남발되면 의미가 증발해 버린다. 복이 과연 뭔가? 돈인가? 건강인가? 잘난 자식인가? 편한 친구인가? 기분 좋은 마음인가? 그 모든 것이 한꺼번에 뭉친 것이라면 좋기야 하겠지만 설령 그렇다 해도 그런 항목의 속성이 한결같을 수야 없다는 걸 우린 이미 알고 있다. 지금 가졌다 하더라도 지키기 위해서는 줄곧 긴장해야 한다. 긴장과 노력과 정성을 바쳐 돈과 건강과 기분 좋음을 유지하는 것이 행복인가. 과연 그렇게 불러도 괜찮은 것인가?

내가 하도 복이 뭔지를 캐묻고 다니니까 누군가 한자를 풀어보면 답이 의외로 명료해진다고 일러줬다. 간단하게 말하면 넓게(<7550>) 보는(示)는 것이 복(福)이란다. 반대 개념을 알면 뜻이 더 뚜렷해지니 화(禍)는 허물(過)을 보는(示) 것이란다. 호모 사피엔스는 지상에 생명을 받은 이래 수만 년간 바로 이 ‘넓게 보기’ 위한 방향으로 필사적으로 진화해온 것 같다. 덕분에 우리는 포털의 검색 창에 단어 하나만 치면 사람이든 사물이든 뼛속까지 깡그리 검색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시공을 자유자재로 뛰어넘는 것도 가능해져 싸이의 말춤을 수억 명이 동시에 따라 한다. 그러나 넓게 본다는 건 온 세계의 소식과 지식과 기술을 시시콜콜하게 안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세상과 이웃의 허물을 들여다보는 대신 멀찍이 밀어놓을 줄 아는 ‘광폭시각’을 복으로 규정했다는 지적은 의미심장하다.

서양인들의 복은 우리와는 좀 다르다. 영어의 happiness는 happen에서 온 말로 ‘예상치 않는 시점에서 쏟아지는 신의 은총’이고 불어의 bonheur는 bon(좋은)+heur(시간)이다. 둘 다 시간과 신이 연관된 단어다. 현대 한국인이 자주 쓰는 ‘행복’은 다른 여러 추상어가 그렇듯이 일본을 거쳐 수입된 말이다. 메이지 시대 일본이 서양의 happiness나 bonheur를 번역하면서 마땅한 단어를 찾지 못해 일본어 ‘사치’에 해당하는 幸과 중국과 한국이 오랫동안 사용했던 복(福)을 묶어 ‘행복’이란 말을 급조해냈다. 일본어 사치는 경계를 나타내는 ‘사(さ)’와 영력을 의미하는 ‘치(ち)’가 합성된 말이다. 원래는 수렵에서의 풍부한 사냥감이 ‘사치’였다. 지금도 일본인은 바다에서 나는 해산물을 우미노사치(海の幸), 산에서 잡은 짐승·산나물·열매들을 야마노사치(山の幸)라고 부르고 있다. 자연의 정령들이 경계를 허물고 인간에게 뭔가를 쏟아부어 주는 것을 ‘행’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동양은 시간보다는 공간 개념에 가까웠다고 볼 수 있다(나가자와 신이치의 『대칭성 인류학』에서 읽었다). 중국과 우리가 자주 쓰던 복도 일본과 흡사하다. 세상 바깥과 인간세를 잇는 귀신들이 인간이 원하는 생명이나 곡식을 갖다 줬다고 여겼다. 부뚜막을 지키는 조왕신, 집안을 지키는 성주신, 아기를 낳고 길러주는 삼신, 집터를 지키는 터주신이 수만 년 동안 한국인의 복을 관장해 왔다.

 매일 컴퓨터 앞에 앉는 나의 행복도 본질은 거기서 멀지 않다. 어제 통인시장 어물전에서 내 손바닥 둘만 한 가자미를 샀다. 한 마리에 8000원이다. 내 뒤를 걷던 아주머니는 ‘뭔 가자미가 이렇게 비싸?’ 타박을 놓지만 나는 8000원이 비싸다고 여길 수가 없다. 내 살림이 아주머니보다 나아서가 아니라 한창 바다에서 헤엄치던 이 굵직한 놈이 내 손에 닿기까지의 기나긴 여행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배에 드는 기름값이며 차에 싣고 올라오는 차비며 수족관의 전기 값이며 어부와 운전기사의 일당이며 생선 가게 아줌마의 이문이며! 가자미 한 마리를 내 입에 넣기까지 이렇게 여러 사람의 노고와 기술이 총동원되었다는 것이 새삼 신기하지만 문제는 거기 있지 않다. 아무리 여러 사람이 아무리 전력을 다해도 이렇게 큼직한 가자미를 만들어낼 재간은 없다. 누군가 내가 알지 못하는 손길이 가자미를 바다에 둥둥 띄워놓지 않았다면! 나의 일상 안에 공으로 던져지는 ‘행(幸)’이 어디 가자미 한 마리뿐이랴. 일단 내 입에 들어가는 곡식과 열매와 생선이 어디서 온 것인지를 폭넓게(<7550>) 들여다보기(示)! 새해 내가 받을 복(福)은 여기서부터다!

김서령 오래된 이야기 연구소 대표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0440715&cloc=olink|article|default

Posted by 겟업
2013. 4. 4. 15:56

미래는 도둑처럼 온다. 예고하지 않은 채 쥐도 새도 모르게 스스로를 감추며 느닷없이 온다. 그래서 우리는 늘 번번이 미래에 당한다. 더구나 사람들은 미래에 대해 무방비하거나 속수무책이다 보니 갈수록 미래를 두려워한다. 미래가 두려운 까닭은 그것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출몰하고 기습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미래를 예측하려 애쓰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미래는 단지 예측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것은 창조의 대상이다. 어제가 오늘을 만들었듯이 오늘이 내일을 만들기 때문이다. 결국 어제와 다른 오늘, 오늘과 다른 내일이 곧 살아있는 미래다.

집에 도둑이 들었을 때 사람들은 “도둑이야” 하고 소리를 지르거나 야구방망이를 들고 도둑과 맞설지 모른다. 하지만 도둑같이 오는 미래를 잡으려면 밋밋한 야구방망이로는 안 된다. 적어도 ‘삼·지·창’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삼·지·창’은 『서유기』에 등장하는 저팔계가 썼을법한 ‘끝이 세 갈래로 갈라진 창[三枝槍]’을 말하는 게 아니다. 체인지·시너지·크레이지의 ‘~지’로 끝나는 세 개의 날로 된 창 이름이다. 아울러 이것은 각각의 날이 웅변하는 ‘깊은 변화’와 ‘거침없는 융합’과 ‘미친 듯한 몰입’이 창의·창조·창발의 근원임을 일깨워주는 아주 날 선 창이다.

우리가 마주할 미래는 산업시대를 거쳐 정보시대를 넘어 펼쳐지는 콘텐트시대다. 그것은 대형공장과 정보화 플랫폼이 아니라 스토리와 놀이 그리고 상상력의 융합이 새로운 생산력이 되는 시대다. 아울러 물건 담은 컨테이너가 아니라 이야기 담은 콘텐트가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대다. 롤프 옌센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것은 ‘드림소사이어티’, 곧 ‘꿈의 사회’다. 따라서 미래를 잡을 삼·지·창의 첫 번째 날인 ‘체인지’는 ‘컨테이너 산업에서 콘텐트 산업으로의 깊은 변화’를 함축한다.

“하이 컨셉트 국가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경제를 갖게 될 것이다.” 영국의 애널리스트 존 호킨스의 전망이자 진단이다. 하이 컨셉트의 핵심은 하이테크와 하이터치, 즉 고(高)기술과 고(高)감성의 융합이다. 하지만 방점은 하이테크가 아니라 하이터치에 찍혀야 마땅하다. 하이테크 시장은 레드오션 즉 경쟁과포화상태이지만 하이터치 시장은 경쟁미포화 내지 경쟁불포화상태의 블루오션이기 때문이다. 미래엔 하이테크와 하이터치가 결합하되 하이터치에 더 방점이 찍힌 하이 컨셉트 국가가 살아남는다. 따라서 미래를 잡을 삼·지·창의 두 번째 날인 ‘시너지’는 ‘하이테크과 하이터치의 융·복합’을 통해 확보된다.

“세상 돌아가는 방식을 결정하는 몇몇의 거대한 트렌드가 있다는 개념은 이제 무너졌다. 우리 모두를 휩쓸고 몰아가는 메가트렌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 대신 이 세계는 얽히고설킨 미로와 같은 선택들에 의한 마이크로트렌드들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의 책사로도 활약했던 마크 펜의 이야기다. 결국 미래를 잡으려면 앨빈 토플러나 존 나이스비트 류의 벙벙한 메가트렌드(거시경향)를 좇아갈 것이 아니라 쫀쫀한 마이크로트렌드(미시경향)를 더듬듯이 훑어내야 한다. 그러려면 작고 사소한 것에서부터 미쳐서 몰입하는 크레이지 파워를 키워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미래를 잡는다. 따라서 미래를 잡을 삼·지·창의 세 번째 날인 ‘크레이지’는 ‘작고 사소한 것들에 대한 미친 듯한 몰입’을 통해 벼려진다.

 총리내정자를 발표한 후 내각 및 비서실 인선으로 새 골조를 지어 갈 박근혜 정부가 정녕 우리의 미래 먹거리를 만들고 21세기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해 국민 모두가 행복해지는 꿈의 대한민국이 되게 하려면 체인지·시너지·크레이지의 ‘삼·지·창’으로 ‘깊은 변화’와 ‘거침없는 융합’과 ‘미친 듯한 몰입’이 가능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위에 창의·창조·창발에 바탕한 새 미래의 지평을 펼쳐내야만 한다. 이것이 바로 미래 잡는 ‘삼·지·창’이다.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0520650&cloc=olink|article|default

Posted by 겟업
2013. 4. 4. 15:56

“새로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는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강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성장과 복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느냐?”

얼마 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한·미 재계회의에서 만난 외국 기업인들이 필자에게 던졌던 질문이다. 최근 우리 경제는 일본형 저출산·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그들이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한국으로서는 유럽형 복지를 추구하기가 녹록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아니었을까 싶다. 필자는 일단 “문제없다(No problem)”고 답했다. 경제민주화는 시장의 공정성을 확립하고 동반 성장을 추진하면 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붙여서다. 하지만 복지 문제는 자신 있게 대답하기 힘들었다. 복지재원 마련이 걱정인 데다 복지를 추구하다 좌초한 외국 선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과연 성장 신화에 이어 복지 신화까지 완성할 수 있을까.

복지 사회는 힘든 과제임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시작도 않고 미룰 수는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성장과 복지의 두 마리 말이 쌍두마차를 잘 끌도록 조련하는 것이 급선무다. 여기서 순서와 역할을 잘 정해 줘야 하는데 성장의 말이 먼저 힘차게 달리게 하고, 이 힘으로 복지를 펼쳐야 한다. 그 역순은 곤란하다.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고용 의무나 복지 부담을 기업에 강요하면 본업인 성장도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처럼 세계적 불황이 되풀이되는 상황에선 현재의 성장 기조를 유지하는 일도 벅차다. 새 정부가 출범해 부양책을 펴면 경기가 호전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고, 복지 재원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더 큰 힘이 절실하다. 성장 신화의 원동력이었던 기업가 정신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점에서 사회 전반에 안정 추구 성향이 만연하면서 기업가 정신이 쇠퇴하고, 경제의 역동성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경제위기가 진행형인지라 기업도 살아남는 데 주력하고 있다. 새 도전에 나서는 것 자체가 무모한 선택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일정한 공식에 따라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던 뉴턴의 유클리드 기하 체계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과거처럼 정해진 경영 기법에 따라 투자한다고 적정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지구촌 곳곳에서 시장 파괴형 혁신이 상시화하면서 새로운 기술과 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보물찾기 게임처럼 남보다 먼저 발굴하지 못하면 탈락하는 시대가 됐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이루려면 적극적으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애컬로프 미 버클리대 교수는 경제를 움직이는 3대 핵심 요인으로 야성적 충동과 자신감, 그리고 이야기를 꼽았다. 이것들이 잘 발현될 때 기업가 정신이 꽃핀다고도 했다. 정주영 회장이나 이병철 회장같이 자신감을 갖고 야성적 충동을 발휘해 성공 스토리를 써주실 분들이 절실하다. 시장의 절대 강자가 두려운가. 그러나 넘을 수 없는 절대 장벽은 없다. 삼성의 반도체나 현대의 자동차 역시 첫 출발은 매우 무모했고 미약했다. 기술력이 미약하고 자본도 부족한가. 그러나 문제없다. 시장에 울림을 주는 아이디어가 있고, 비즈니스 모델만 좋으면 정부가 지원하고 각종 펀드에서 앞다퉈 투자하기 때문이다.

기업가 정신만으론 부족한 2%도 채워야 한다. 성공하려면 달라야 한다. 시베리아 내륙의 강에서 운항할 호화 요트를 판매하는 식으로 창의성을 발휘해야 한다. 미국에선 창조와 혁신의 대부분이 중소기업에서 나온다. ‘난세에 영웅 난다’는 말이 있다. 급변하는 환경과 반복되는 위기는 기업 성장의 호기일 수 있다. 장기 불황으로 힘들겠지만 더욱 많은 중소기업이 삼성과 현대를 넘어서려는 용기를 갖고 도전해 주었으면 한다.

때가 되면 봄이 오듯 경기가 호전되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러나 그 봄을 어떻게 맞이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불황이 풀릴 날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창조적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불황 극복의 주역으로 나서는 기업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 다행히 새로 출범하는 정부는 창조 경제 활성화를 중요한 국정 과제로 삼고 있다. 아무쪼록 창조와 혁신의 분위기가 만들어져 기업가 정신의 르네상스가 꽃피길 기대한다. 국민도 월드컵 대표팀과 김연아 선수에게 보냈던 격려의 박수를 기업인에게 보내 주었으면 좋겠다.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0539318&cloc=olink|article|default

Posted by 겟업
2013. 4. 4. 15:55

중국은 현실적이다. 한국에 어느 대통령이 들어서건 환영한다. 그가 권력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평가도 후한 편이다. 그러나 이번 경우엔 단순한 예의 차원이 아니다.

중국이 박 당선인을 좋아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크게 네 가지다. 우리도 이를 잘 분석해 자신, 또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의 입장에 맞춰 각색한 뒤 중국과 거래할 때 응용하면 적지 않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내력(來歷)이다. 박 당선인은 중국에서 ‘황제의 딸’로 비쳐진다. 중국은 봉건왕조를 타파한 사회주의 국가다. 그러나 중국인의 의식이 아직도 황제 시대의 전통에서 자유로운 건 아니다. 편한 저녁 자리에서 중국인과 이야기하다 보면 마오쩌둥(毛澤東)의 큰아들 마오안잉(毛岸英)이 한국전쟁에서 전사만 하지 않았다면 당연히 마오 주석의 자리를 계승하지 않았겠느냐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중화권 언론도 그렇다. 1998년 주룽지(朱鎔基)가 총리에 오르자 홍콩 언론들은 주룽지의 집안 내력부터 따져 그가 명(明)을 세운 주원장(朱元璋)의 후손일 것이란 기사를 실었다. 중국의 새 지도자 시진핑(習近平)도 마찬가지다. 그의 앞에 늘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그가 부총리까지 지낸 시중쉰(習仲勳)의 아들이라는 점이다. 중국인은 왜 내력을 따질까. 훌륭한 이는 태생부터 뭔가 다르다는 점을 듣고 싶어 한다. 지도자의 천부적 자질에 기대고 싶은 소박한 마음이 있다. 보통사람에 머무르고 있는 자신의 처지를 위로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우리는 이 점을 응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인과 만날 때 나는 왜 남다르며, 우리 회사는 왜 다른 회사보다 뛰어나고, 우리나라는 왜 특별한가 등의 논리를 잘 다듬어야 한다.

두 번째는 중국어다. 박 당선인이 중국어를 한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다. 그의 중국어 실력은 ‘중국어를 못하면서도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중국통’이라는 구상찬 전 의원의 경험담이 설명 해 준다.하루는 중국 출장을 갔다가 엘리베이터 안에 박근혜, 구상찬,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대외연락부 부장 등 세 사람만이 남게 됐다. 이때 구 전 의원과 왕 부장 간의 말을 통역해 준 게 박 당선인이었다고 한다. 언어는 문화다. 중국어를 구사한다는 건 중국과 중국문화에 존중을 표시한다는 것과 진배없다. 설령 떠듬거리는 중국어라 할지라도 중국인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드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세 번째는 겸손이다. 중국은 1840년 아편전쟁 이래 100여 년 동안 서구 열강의 침탈에 시달려 왔고, 지금도 서방이 중국의 부상에 딴죽을 걸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피해의식이 강하다. 상대가 중국을 깔본다고 느낄 때 중국의 분노는 극에 달한다. ‘몐쯔(面子·체면)’를 목숨처럼 중시하는 중국의 전통과도 관련이 있다. 박 당선인은 이제까지 중국인들과의 만남에서 몸에 밴 겸손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중국인들은 말한다. 중국인 체면만 잘 살려주면 짭짤한 이득을 보는 에피소드가 있다. 중국에 체류하는 한 한국인 사업가는 여러 번 교통위반을 하고도 단 한 차례도 벌금을 물지 않았다. 비결은 겸손에 있다. 그는 단속에 걸리면 양복 옷깃을 여미고 차에서 내려 두 손으로 공손하게 운전면허증을 제시한다. 물론 중국어는 떠듬거려야 한다. 외국인임을 알려야 하기에.
그러면 구경하던 중국인들이 한마디씩 거든다. “아, 저 외국인은 사람이 됐어.” 사람이 일단 됐다는데 규칙 위반이 무슨 대수인가. 공손한 태도에 어깨가 으쓱해진 교통경찰은 훈방을 한다. “다음부터 조심하라”가 최대의 과태료다.

네 번째는 좋은 인상이다. 중국에 ‘선한 자는 오지 않고 오는 자는 선하지 않다(善者不來 來者不善)’는 말이 있다. 그만큼 낯선 이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이를 풀어줄 수 있는 건 호감을 주는 좋은 인상이다. 중국인들은 박 당선인이 우아하며, 특히 기품이 있어 보인다고 말한다. 좋은 인상과 관련해선 지난해 초 실각한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와 얽힌 이야기가 있다. 1990년대 후반 보시라이가 다롄(大連) 시장으로 있을 때 한·중 간에 한 무역 관련 행사가 열렸다. 한국에선 국회의원이 와 참석했다. 행사가 끝난 뒤 보시라이가 보인 최대 관심은 한국의 의원들은 어떻게 머리 관리를 하느냐는 점이었다. 중국의 많은 여성이 한류(韓流) 드라마를 본다. 내용이 재미있기도 하지만 드라마 속 우리 여배우들의 헤어스타일과 패션 등에 특히 관심이 많아서다. 중국인과 만날 때는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도록 외모를 단정히 할 필요가 있다.

내력을 잘 다듬고 중국어도 다소 구사하며, 겸손한 태도로 좋은 인상을 준다면 당신의 중국 거래는 이미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절반은 무얼까. 실리(實利)를 둘러싼 줄다리기다.

현실적인 사고를 하는 중국과의 거래에서 실리 주고받기는 필수다. 대중 외교도 마찬가지다. 박 당선인은 이미 절반은 중국의 마음을 사고 있다. 앞으로 박근혜 정부의 대중 외교 성패는 중국과의 실리 주고받기 게임에서 중국의 수를 얼마나 잘 읽고, 이에 맞춰 한·중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손익계산표를 짜느냐에 달려 있다.



유상철 중국전문기자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0430065&cloc=olink|article|default




Posted by 겟업
2013. 4. 4. 15:52

인상 깊게 본 광고가 있다. 회사 동료에게 한없이 친절하던 남자는 아내에겐 무뚝뚝하기 그지없고, 손님에게 상냥하던 여자는 남편에겐 퉁명스럽고, 친구들과 재미있게 수다를 떨던 아이는 집에서는 말이 없다. 정말, 왜 우리는 가까운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오히려 더 짜증을 내는 것일까?

“스님, 임신한 아내에게 저도 모르게 짜증을 부리고 나니까, 저 스스로가 너무 싫고 한심한 거예요. 사랑하는 가족에게 왜 이렇게 짜증을 내는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하면 이 짜증을 다스릴 수 있을까요?”

최근에 만난 삼십대 초반의 남자가 내게 질문을 해왔다. 가족에게 짜증을 부리고 스스로가 어처구니없고 한심해지는 순간. 소중한 이에게 상처 줬다는 사실에 오히려 내가 더 힘들어지는 상황. 누구나 이런 비슷한 경험이 있지 않은가? 혹은, 지금 이 순간에도 소중한 사람에게 못난 모습을 보여 찜찜해하고 있지는 않은가?

최근에 공감하며 읽은 『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라는 에세이집을 보면 엄마에게 짜증을 부리고 뒤돌아 후회하는 작가의 마음(혹은 우리 모두의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엄마는 혼자 사는 딸이 걱정돼 당신 몸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반찬 한 꾸러미를 준비해 놓는다. 싸준 반찬이 너무 많아 못 먹고 버리는 상황이라고 몇 번을 말해도 소용이 없자 딸은 결국 쏘아붙인다. “내가 반찬 하지 말라고 백번도 넘게 말했는데 맨날 또 하잖아. 나 진짜 안 가져가. 아무것도 안 가져가!” 엄마가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고, 고생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나가서 친구들과 운동도 하고 놀았으면 좋겠다는 딸의 마음. 하지만 정작 이 마음은 짜증으로 표현되고 마는 것이다.

마음 수행이 아직 덜돼서 그런 것이겠지만, 승려인 나도 때때로 올라오는 짜증을 제어하지 못할 때가 많다. 한번은 아주 친한 도반 스님과 배낭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우리는 평소에 사이가 무척 좋았기 때문에 여행 내내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이라 예상했다. 그런데 웬걸, 일주일쯤 지나자 순간순간 짜증이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스님, 그건 아까 제가 다 말씀드렸잖아요. 왜 자꾸 같은 질문을 또 하고 또 하고 하세요.” 이 말이 나가자마자 나는 곧 후회했다. 나에게 둘도 없는 도반인데, 이렇게 착하고 좋은 분에게 내가 지금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나는 곧 내 안을 곰곰이 들여다보았다. 왜 짜증을 내는지. 내 안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외부의 어떤 상황 때문에 영향을 받은 것인지. 가만히 들여다보니, 내 몸이 평소보다 많이 피곤한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오래 걷다 보니 몸은 피로했고, 낯선 환경에서 영어가 서툰 도반 스님을 책임지고 세세한 것까지 챙겨야 하니 마음 역시 긴장 상태였다. 그렇게 지친 몸과 마음 상태에 있는 나에게 도반 스님께서 궁금한 것을 이것저것 물으니, 순간 왈칵 짜증이 올라온 것이다.

결국, 내 문제였던 것이다. 상대방은 똑같은데 내가 피로한 상태인지라 짜증스러운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는 ‘내가 힘들어서’ 짜증을 낸다. 내가 힘든 것일 뿐인데 마치 가까운 이들이 나를 귀찮게 하고, 화나게 만든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나 좀 내버려 둬!”라고 외치고 싶고, 정작 자신이 짜증을 내놓고도 “왜 가만히 있는 사람 건드려서 내가 이런 말까지 하게 만드느냐!”고 핑계를 대기도 한다. 내 안의 문제를 가까운 이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가장 고운 어투로 행복의 말을 전해야 할 소중한 이들에게 말이다.

이런 이들에게 나는 혼자만의 치유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조용히 혼자 산책이나 운동을 해도 좋고 기도나 명상을 해도 좋다. 좋아하는 책이나 재미있는 영화를 혼자 보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우리는 마음이 나빠서, 아니면 가족이나 친구를 사랑하지 않아서 짜증을 내는 것이 아니다. 혼자만의 치유 시간이 필요해서 짜증을 내는 것이다. 바쁘고 힘들수록 고요히 혼자 보내는 시간이 그리워서 짜증을 내는 것이다. 짜증 내고 후회하고 아파해본 적 있다면, 혼자만의 치유의 시간을 나 자신에게 선물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혜민 스님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0417954&cloc=olink|article|default




Posted by 겟업
2013. 4. 4. 15:52

행동이 느리다 보니 주위 다른 사람들보다 스마트폰을 비교적 늦게 사용하기 시작했다. 한국을 비롯한 디지털 분야 선진국들에서는 디지털 기기의 과도한 이용 때문에 아이들의 인지나 정서 발달에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디지털기기는 참 큰 이익을 갖다 준다. 처음 휴대폰을 가지게 되었을 때, 오래 전 타자기를 이용하다가 컴퓨터를 이용했을 때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 시간이 절약되고 작업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상승하는 것을 체감했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기술 혜택이 모든 사람들에게 골고루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보격차' 개념이 대두되었다. 정보기술을 잘 이용할 수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생산성 차이가 나고 결국 소득격차가 더욱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소득이 높은 사람들은 정보기기 및 기술의 혜택을 많이 받게 되고 소득이 낮고 가난한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경향이 있기 때문에, 결국 소득격차가 정보격차를 유발하고 정보격차가 다시 소득격차를 초래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 때문에 소득격차와 더불어 정보격차를 줄이는 것은 현대 사회의 중요한 정책 목표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통계청에서는 정보취약계층과 일반국민의 정보격차가 얼마나 되는가를 매년 발표하고 있다. 다행히도 2009년 30.3%, 2010년 28.9%, 2011년 27.6%로 우리나라의 정보격차 지수는 점점 작아지고 있어 최근 소득격차가 증가하는 것과는 다르게 나타났다. 물론 이는 인터넷 등 교육기회의 확대 및 스마트폰 등의 정보기기 보급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정보격차는 한 국가 내에서뿐 아니라 국가간 격차도 문제가 된다. 이에 따라 유엔전문기관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서도 관련 데이터를 매년 발표하고 있다. 필자는 최근 이들 자료를 이용하여 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국제 정보격차에 대해 분석한 바 있다. 연구결과 아시아 국가들 사이의 '상대적인' 정보격차는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문제는 절대적인 격차이다. 후발국들의 성장률이 더 높기는 하지만 선발국과 후발국들 사이의 절대적 수치 차이는 오히려 더 벌어지고 있다.

국가 간 정보격차를 현장에서 생생하게 느낀 경험이 있다. 얼마 전 '정보기술 발달과 교육'이라는 국제학술회의 참석차 네팔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회의를 마치고 주최 측의 안내로 카트만두 근교의 초등학교를 방문하였다. 컴퓨터 방이라는 명패가 붙은 초라한 교실에는 소위 100달러 컴퓨터로 알려진 낡은 컴퓨터 몇 대가 고작이었다. 유엔과 MIT에서 공동으로 전개한 '저개발국 어린이들에게 컴퓨터 보내주기' 운동의 도움으로 지원받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컴퓨터라고 하기에는 장난감 수준이었고 더욱 흥미로운 것은 컴퓨터 부팅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탓에 수업 시작 전에 미리 컴퓨터를 켜놓고 준비를 해야만 수업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카트만두 근교의 학교가 이 정도이고 조금 더 시골로 가면 이마저도 어렵다고 했다.

유엔은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유엔개발계획을 중심으로 최빈개발도상국의 정보화를 돕는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각종 방안과 기관을 통해 이를 지원해 오고 있지만 이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디지털 강국의 일원으로서 이 사업에 대한 능력과 당위성을 함께 갖고 있다. 특히 한국은 컴퓨터, LCD, 휴대폰 등 정보통신 산업의 상품을 외국에 수출하여 경제 성장을 이루어 왔다는 점에서 디지털 시대의 큰 수혜자이다. 이렇게 얻은 이익의 일부를 한국을 닮고 싶어 하는 국가들의 정보격차 해소에 쓰는 것은 넓은 의미로 사회적 책임의 하나가 될 것이다.

정보통신 분야의 개도국 지원은 컴퓨터와 같은 하드웨어의 지원뿐만 아니라 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노하우까지 같이 보내줄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이 분야의 국가적 관심증대와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해 본다. 디지털 강국으로서 한국의 위상 강화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오근엽 충남대 경상학과 교수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301/h2013011320345424370.htm




Posted by 겟업
2013. 4. 4. 15:51

최근 중국 남부 광둥(廣東)성에서 발행되는 주간지 남방주말(南方週末)의 파업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사실 사회주의 일당독재 체제인 중국은 강력한 언론통제를 통해 인민들의 눈과 귀를 장악하고,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담당하는 당의 선전부가 매체의 기사를 검열하고 편집에 개입하는 것은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여진다. 신문과 방송은 당의 선전도구로 전락, 사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없고 나팔수와 앵무새만 넘쳐나는 것이 현실이다. 언론의 자유가 먼 나라 이야기인 이런 환경에서 남방주말 기자들이 신년 특집기사의 제목과 내용이 수정된 데 반발, 언론의 자유를 외치며 파업까지 벌였으니 그야말로 일대 사건이라 할 만했다. 깜짝 놀란 중국공산당은 광둥성의 1인자인 후춘화(胡春華) 서기가 직접 중재에 나서도록 해 파업 기자들을 처벌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뒤 간신히 사태를 봉합한 상태다. 

이번 사안을 보며 가장 흥미로웠던 대목은 중국 언론개혁의 목소리가 처음 나온 곳이 바로 중국 개혁개방의 성지인 광둥성이라는 사실이다. 남방주말이 발행부수 160여만부의 유력지로 성장, 언론자유의 투사로 나설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광둥성의 경제발전이란 배경이 있었기에 가능했단 얘기다. 광둥성은 중국에서 경제개혁과 대외개방을 가장 먼저 실시한 곳이다. 덩샤오핑(鄧小平)이 1978년 개혁개방을 선언한 뒤 가장 먼저 특구로 지정한 지역이 바로 이곳이다. 그가 1992년 제2의 개혁개방 선언으로 불리는 남순강화(南巡講話)를 시작한 곳도 광둥성이다. 이 덕분에 이 곳은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 중 하나가 됐다. 중국 중앙정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티베트나 위구르의 자치독립이 아니라 광둥성의 분리독립이란 말도 있다. 경제가 든든한 뒷심이 되면서 그 만큼 자유로운 사상과 언론이 싹 트고 자랄 수 있었던 셈이다. 

남방주말 사태가 한창일 때 베이징에 상주하는 외국 특파원들은 한편으론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의 방북 행적을 쫓느라 한바탕 법석을 떨었다. 전혀 연관성이 없을 것 같은 남방주말의 파업과 구글 회장의 방북은 우리에게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준다. 아직 평가하긴 이르지만 슈미트 회장의 방북은 북한에 어떤 변화도 가져오지 못하면서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그럼 과연 북한의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남방주말 사태에서 확인할 수 있는 교훈은 폐쇄적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은 바로 경제성장에서 온다는 것이다. 북한의 변화는 경제가 발전할 때 비로소 가능해 질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가 정말 북한의 변화를 원한다면 북한의 경제가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서 변화가 생길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게 급선무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 정부에선 북한이 붕괴할 것을 상정해 고강도 압박을 펴 왔다. 그러나 배가 고파 망하는 사회는 없다. 오히려 빈부격차 등이 커져 배가 아픈 구성원이 많아질 때 그 사회는 위기를 맞는다. 

더구나 북한의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은 북한에 대한 우리의 영향력을 키우는 길이기도 하다. 최근 베이징에서 만난 한 중국인 교수는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은 중국의 북한에 대한 지원에서 생기는 것"이라며 "한국은 늘 중국에게 북한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고 요청하면서도 왜 스스로 영향력을 키우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성장을 돕는 것은 남북한 격차를 줄여서 미래 통일한국의 부담을 덜어주는 일이기도 하다. 

열강들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이미 슈미트 회장의 방북에서 볼 수 있듯 그 동안 우리의 입장을 감안해 북한과 직접 접촉하는 것을 자제했던 미국은 이제 북한과의 직접 접촉이 공개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모양새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이 가야 할 길은 점점 더 분명해진다. 남방주말 같은 매체가 북한에도 생기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박일근 베이징 특파원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301/h2013011402320584900.htm




Posted by 겟업
2013. 4. 4. 15:50

요즘 일본에서는 동아시아 미래 질서에 대한 각종 전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 때문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외교 가정교사’로 불리는 오카자키 히사히코(岡崎久彦) 전 태국 주재 일본 대사는 ‘21세기를 어떻게 살아남을까’라는 책에서 중국의 미래에 대해 5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①일본처럼 장기침체에 빠지거나 ②옛 소련 식으로 해체되거나 ③군국주의에 나섰다가 일본처럼 패망하거나 ④미국 진영과 신냉전을 시작하거나 ⑤미국과 세계를 나눠 가져 아시아를 고스란히 영향권에 편입한다는 가정들이다. 조공과 책봉에 의한 과거 중화질서를 의미하는 마지막 시나리오를 일본이 ‘악몽’으로 여긴다는 점은 말할 나위도 없다.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가 작년 말 내놓은 2030년 미래전략 보고서도 해를 넘겨 주목받고 있다. NIC는 보고서에서 2020년대면 ‘팍스 아메리카’는 끝나고 중국이 경제적으로 세계 1위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어 동아시아 질서를 예측한 4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중국을 정점으로 상의하달식 폐쇄적인 세력권이 형성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해외의 일부 아시아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국과 ‘경제적 공존관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미일 안보동맹을 걸림돌로 여길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경제 위기에 처한 미국의 아시아 회귀가 중국 봉쇄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 내 반전 여론이 강하다는 분석까지 겹치면서 ‘유사시 미국이 일본을 위해 중국과 싸워 주겠느냐’는 회의론마저 일본에서 나오고 있다. 다나카 히토시(田中均) 일본총합연구소 전략연구센터 이사장은 최근 한 일본 언론에 “미국은 점점 내향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어느 때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인 일본 위기감의 근원은 중국의 패권주의 성향이나 인권에 대한 태도 때문이다. 과거사에 대한 부채 의식도 밑바탕에 깔려 있다. 자식들을 위해 군대 보유에 반대했던 일본의 어머니들이 최근 자식들을 위해 생각이 바뀌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것은 그런 위기감의 한 단면이다.

대조적으로 한국은 요즘 보라는 듯이 중국과 부쩍 가까워지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일본의 심사는 복잡하다. 현재 일본의 상황을 고소하다고 여길 한국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중국 패권주의에 대한 우려는 사실 ‘남의 일’만은 아니다. 고구려와 발해사를 중국사로 편입하려는 동북공정이나 이어도 영유권을 둘러싼 중국의 억지 주장은 한국에도 악몽의 전조일 수 있다. 동아시아 힘의 균형이 깨지는 순간 중국의 패권주의는 노골화할 가능성도 있다. 그때 한국은 누구와 손을 잡고 맞설 것인가. 한중 관계가 강화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일본을 따돌리는 모습으로 비쳐서는 곤란한 이유다.

지난해 여름 이후 촉발된 동아시아 긴장 국면을 이제는 냉정하고 중층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감정적인 반일(反日)로 잠깐 속이 후련할지 모르지만 장기적인 국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본의 한반도 전문가 사이에서는 ‘습관적 대일 회의(懷疑)의식’이라는 표현이 최근 유행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이 어떤 말을 해도 믿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런 표현이 생긴 데는 일본의 책임도 크다. 하지만 ‘한일 우호’라는 한국 외교의 중요한 카드 하나를 스스로 버릴 필요는 없다. 과거사를 잊어선 안 되지만 일본을 활용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지금이야말로 국익을 위한 균형 감각이 필요한 시기다. 

다음 달 출범하는 새 정부는 지난해 여름 이후 묻어둔 양국 간 현안을 서랍에서 꺼내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멀리 보고 크게 보라.’ 요즘 한일 관계에 필요한 말이다.


배극인 도쿄 특파원



http://news.donga.com/3/all/20130113/52274066/1



Posted by 겟업
2013. 4. 4. 15:49

《 “랜드연구소가 1960년대에 예측했던 미래 기술이 얼마나 실현됐는지 2000년대 초에 자체 점검할 기회가 있었다. 우리가 예상한 트랜지스터 컴퓨터 등 모든 게 현실이 됐다. 더 놀라웠던 건 우리가 예측하지 못했던 인터넷과 구글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미국 랜드(RAND)연구소 출신으로 ‘미래학자 1세대’로 분류되는 테드 고든 퓨처스그룹 설립자(82)는 2030년에 도래할 기술과 관련해 1000명의 의사보다 뛰어난 ‘슈퍼컴퓨터 의사’와 전 세계 인구의 지능을 합친 것보다 더 뛰어난 ‘브레인 파워 컴퓨터’ 등 공상과학영화에나 나올 법한 기술이 사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말 가능하냐’고 묻자 고든은 “여든을 넘으며 깨달은 것은 다가오지 않을 것 같던 미래가 어김없이 옆에 와있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허먼 칸(1922∼1983), 앨빈 토플러(85), 존 나이스비트(84) 등과 함께 미래학을 태동시킨 인물. 미래학자들의 모임인 세계미래사회(WFS)는 2010년 ‘올해의 미래학자상’을 제정하면서 초대 수상자로 고든을 선정했다. WFS는 “미래학자 1세대 가운데 지금도 가장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그와의 인터뷰는 지난해 12월 14일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진 코네티컷 주 뉴타운에서 불과 50분 거리에 있는 ‘올드라임’ 자택에서 진행됐다. 》
―앞으로 다가올 가장 큰 인류의 도전과 위협은 무엇인가.

“같은 얘기를 세 분야에서 해보겠다.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같은 얘기다. 북한 이란 등 이른바 ‘불량국가(Rogue State)’의 국가 단위 핵 확산이 큰 위협이다. 현재의 경제 정치적 제재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전문가들이 이들의 태도를 바꿀 방법을 찾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또 다른 도전과제는….

“여러 과제가 있겠지만 최근 미래학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이른바 ‘개인대량살상무기(SIMAD)’ 문제다. 당신은 지금 뉴타운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현장을 들렀다고 했는데…. 범인이 6, 7세 초등학생을 죽인 무기는 미군이 사용하는 ‘부시마스터’라는 반자동 소총이다. 10∼20년 뒤 개인이 획득할 수 있는 무기는 이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우려된다. 핵무기는 어렵겠지만 개인이 생화학무기 등으로 많은 사람을 살상하는 시기가 올 것이다. 나머지 분야는 개인이 시스템을 파괴하는 위험 문제다. 모든 방화벽에 침입해 금융시스템을 다운시킬 수도 있다.”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얘긴데….

“그게 영화 속 얘기라고 생각하나. 지금도 해커라면 내 컴퓨터에 침입해 내 서명이 담긴 중요한 문서를 수백만 명에게 메일로 보낼 수 있다. 영화에서 많이 본 장면이지만 이미 그런 세상은 다가오고 있다.”

―이런 위협에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뉴타운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이 불안정하다는 것을 모친뿐 아니라 주위에서 모두 알았다. 대량살상 사건을 일으킬 수 있는 개인을 모니터링하고 예방하는 것이 각 정부뿐 아니라 시민사회의 톱 이슈가 될 것이다.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지만 더 큰 인류 평화를 위해 필요한 일이다.”

―다가올 가장 큰 기술 변화는 무엇일까.

“눈에 보이는 것은 컴퓨터의 발전 속도가 기하급수적이라는 점이다. 단위 면적당 칩의 용량은 물론이고 모든 분야에서 로켓의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컴퓨터가 인간의 지능을 갖게 될 시대가 곧 올 것이다. 컴퓨터가 모든 인구의 지능을 합친 것보다 뛰어난 브레인파워를 갖는 순간 우리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상상하기 쉽지 않다. 과연 그런 시대가 온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우리가 현재 가고 있는 길과 가고자 하는 길의 격차를 줄이는 게 정말 중요하다. 컴퓨터가 인간 지능을 갖는 시대가 인류에게 재앙이 아니라 도움이 되도록 미리 준비해야 한다. 강력한 컴퓨터 파워는 인간이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를 풀어줄 수 있다.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세계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그런 시대엔 정부의 역할도 변해야 하나.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다. 부패 안전 국방 문제에 안전장치를 갖춰야 한다. 북한에 대한 제재 결과도 컴퓨터를 활용하면 훨씬 잘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각국 정부는 미래 예측과 대비에 컴퓨터 등 첨단기술을 더 많이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인간 지능 컴퓨터 외에 눈길을 끌 만한 기술은 뭔가.

“‘제퍼디’(미국 퀴즈 프로그램)에서 최고 점수를 얻은 사람과 IBM 컴퓨터가 대결했는데 IBM 컴퓨터가 이겼다. 이런 컴퓨터의 능력 확장이 의료산업에 대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각종 진단자료를 바탕으로 어떤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지, 어떻게 예방할지 미리 알려주는 시대가 올 것이다. 1000명의 의사보다 더 잘 진단하는 ‘컴퓨터 의사’가 나올 것이라는 얘기다.”

―아직 찾아오지 않은 기술 중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방대한 자료를 모아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이 현실화될 것이다. 최근 빅 데이터(Big data)에서 그 가능성이 보인다. 인과관계가 분명한 물리학은 예측 가능 단계에 도달했지만 사회 현상은 예측하기 어렵다. 앞으론 대용량 데이터를 바탕으로 데이터 상관관계를 분석해 사회 변화를 미리 조망할 수 있는 기술이 나올 것이다. 또 하나 관심을 가질 기술은 극소형 카메라와 카메라에 찍힌 이미지를 인공지능 기술로 분석하는 소프트웨어의 등장이다. 영국 런던 시내에 카메라 50만 개가 있다. 이것을 100배, 1000배, 1만 배로 늘리면 어떤 세상이 올까. 누가 어디에서 뭘 하고 어디로 가는지 모두 알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다.”

―프라이버시가 사라진다는 얘긴가.

“그때엔 프라이버시의 의미가 달라질 것이다. 내 프라이버시를 보호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할 수도 있을 것이다.”

―조지 오웰의 ‘빅 브러더(Big Brother)’ 시대가 도래하는 것처럼 들린다.

“오웰은 ‘빅 브러더’를 인간을 통제하는 부정적 의미로 묘사했다. 내가 말하는 것은 ‘좋은(Good) 빅 브러더’다. 똑같은 정보를 사회 개선에 쓰자는 것이다. 경찰서와 소방서가 관할 지역을 소형 카메라와 소프트웨어로 면밀히 관찰하면 각종 사고를 조기에 예방할 수 있다.”

―한국은 이런 기술 실현에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나.

“한국은 첨단기술 개발에 크게 기여했다. 세계 기술이 매우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선두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이익 창출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필요에 의한 R&D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기술이 나쁘게 사용될 가능성과 그 결과를 미리 시스템에 입력해 이를 예방하는 기술을 개발하라고 한국 기업들에 제안하고 싶다.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나는 이미 미 정부와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즉 기술이 잘못 사용될 것에 대비한 ‘백신 기술’을 준비하라는 얘기다. 나는 이를 ‘책임 기술 개발(RTD)’이라 부른다. 기술 오용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막을 기술을 한국 기업이 앞서 개발한다면 당장은 아니겠지만 10∼20년 뒤에 큰 이익을 누릴 수 있다.”

―삼성 등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2030년에도 세계를 선도할 수 있을까.

“그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당장의 이익을 생각하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어떤 기술이 인류와 세계를 더 풍요롭게 만들 것인지 고민해야 살아남는다.”

―한국 기업의 글로벌화를 위한 박근혜 새 정부의 과제는 무엇인가.

“당연한 얘기처럼 들리겠지만 기초기술 개발은 국가의 몫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 이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한국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나.

“가장 큰 과제인 통일은 상당한 경제적 부담이 될 것이다. 한국 정부는 경제적 역사적 분석, 게임 모델 등 동원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남북통일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가져다줄 경제적 부담과 혜택을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게임 모델’로 ‘한국이 만약 북한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싱크탱크를 정부 또는 정부 산하 기구로 꾸릴 필요가 있다.”

―향후 떠오를 나라는….

“이미 중국은 부상하고 있다. 다음 주자는 브라질이 될 것이다. 상당한 천연자원에 인적 자원도 뛰어나다. 인도는 확신할 수 없다. 인구와 종교의 문제가 발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최근 저서에서 기후변화, 에너지 고갈 등 인류의 도전과제 15개를 제시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어느 하나를 우선시하면 다른 과제에서 누수가 생긴다. 서로 밀접하게 얽혀 있는 과제들이어서 총체적인(holistic)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한꺼번에 이 문제들을 다루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런 접근이 필요하다.”

―미래학 1세대인데….

“미래의 방향을 미리 바꿀 수 있다면 인류는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 우리는 매 순간 그런 기회를 모른 채 지나간다. 명백한 건 단 하나의 미래는 없다는 것이다. 인류가 현재 가고 있는 방향과 정말 가려는 방향의 격차를 메우는 것이 미래학자들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미래학자 1세대로서 인류에게 중요한 변화의 기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2030년을 내다본다면….

“매우 빠른 속도로 변하는 글로벌 사회에서 미래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중요한 기점은 5년 뒤 또는 2020년, 2025년에도 찾아올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세계 인구가 90억∼100억 명의 정점을 찍은 뒤 그 이후 급격히 감소할 2050년이 매우 흥미로운 기점이라고 생각한다.”

―왜 흥미롭다고 보는가.

“섹스가 없는 사회가 올 수 있다. 일본에선 이미 휴머노이드 로봇이 이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웃음)”

:: 테드 고든은 ::

노벨상 역대 수상자만 30명이 넘는 미국 최대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에서 15년간 일하면서 국방전략에서 미래학으로 눈을 돌렸다. 그는 랜드연구소가 국방전략을 짜기 위해 개발한 ‘델파이 기법’을 사회과학 분야와 접목해 대중화한 주인공. 전문가 의견을 모아 사회현상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델파이 기법’에 온라인을 활용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한 ‘리얼타임 델파이 기법’을 2004년에 개발해 내놓았다. 미국 내 첫 미래연구 회사에 해당하는 ‘퓨처스그룹’을 1971년 설립한 그는 20년간 최고경영자(CEO) 및 이사회 의장을 지냈다. 그는 1996년 유엔의 지원을 받는 비정부기구(NGO)인 유엔미래포럼을 만들었다. 그는 이 포럼에서 진행하는 유엔 밀레니엄 프로젝트에 현재 선임연구원으로 참여 중이다. 비행기 조종과 ‘무선 햄(HAM)’을 취미라고 말하는 그에게선 공대 출신의 이력이 자연스레 묻어난다. 저서로는 ‘미래’ ‘갈등하는 아이디어’ ‘시간에 앞서서’ ‘수명을 연장하는 기술’ 등이 있으며 주요 매체에 활발하게 기고하고 있다.

올드라임=박현진 특파원



http://news.donga.com/3/all/20130113/52274345/1



Posted by 겟업
2013. 4. 4. 15:48

지난 몇 년간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핵안보정상회의 등을 주최하고 개발 원조 등을 통해 국제사회의 리더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케이팝이나 한국어, 한국 음식은 물론이고 ‘한강의 기적’을 만든 한국적 발전모델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것은 그동안 꾸준히 투자하고 노력한 결과다. 원조 수혜국(受惠國)에서 공여국(供與國)으로 전환하게 만든 경제적 기반뿐 아니라 한국국제협력단(KOICA), 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 등을 통해 원조를 하고 한국을 알리는 사업을 해왔기 때문이다.


중복 지원-고압적 자세 문제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노출되기도 했다. 정부 부처 간 불필요한 경쟁과 업무 중복은 물론이고 상황이 바뀌었음에도 과거의 원조방식이 그대로 남아 있는 사례도 있다. 또 고압적 자세를 보여 수혜자들이 불쾌감을 갖기도 하고 국내 관료적 시각과 잣대를 적용함으로써 불협화음을 일으키기도 한다. 

한국이 선진국으로 올라서면서 개발외교와 공공외교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지만 이에 걸맞은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경제나 군사력 등 하드 파워(Hard Power) 면에서는 세계 10위권이지만 문화적 파워나 국가브랜드 가치는 한참 못 미친다. 대표적 평가지수인 안홀트 국가브랜드지수(NBI)를 보면 한국은 현재 49위로 국가브랜드위원회가 출범하였던 2009년의 39위에서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다.

21세기 외교는 정치 안보나 경제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공공외교나 개발외교가 더욱 중시되는 것이 국제사회의 추세다. 공적개발원조(ODA)나 해외 한국학 진흥 사업 등도 외교 차원에서 추진되어야만 국력에 걸맞은 이미지와 역할, 그리고 브랜드 파워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우선 여러 사업을 조정하고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공공외교의 경우 외교통상부 내에 이를 담당할 3차관직을 신설하거나 공공외교청을 설치하여 외교부, 문화체육관광부, 교육과학기술부, 농림수산식품부 등에 분산되어 있는 한류 확산, 한국학 진흥, 한식 세계화 등을 통합하여 업무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개발외교의 경우도 외교부 내에 개발협력 차관이나 본부장직을 설치하여 외교부 개발협력국, KOICA, 그리고 각 부처에 분산되어 있는 ODA 업무를 관장하여야 한다.

현재 무상원조와 유상원조로 이원화되어 있는 구조도 대다수 선진국처럼 하나로 통합하고 무상원조의 비율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불필요한 경쟁과 중복을 피하기 위해 분명한 업무 분담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학 진흥 사업의 경우 현재 국제교류재단과 한국학중앙연구원으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으나 재단은 원래의 역할인 해외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학술회의 개최 등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연구원은 고유 기능인 연구와 학술활동에 집중하고 해외 지원 사업은 재단으로 이관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고 효율적일 것이다. 


단순 원조보다 한국적 모델 개발을

아울러 공공외교와 개발외교를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한다. 저개발국 지원은 공공외교적 성격이 강하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결합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실례로 해외 개발 원조의 경우 단순한 경제적 지원을 넘어서 한국적 모델과 결합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위해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인들이나 한국학을 연구하는 외국인 전문가들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개발외교나 공공외교를 할 때 수혜자의 마음을 얻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관료적 타성에 젖어 고자세를 보인다면 지원을 해주고도 마음의 상처를 남기거나 한국을 위해 뛰는 이들의 사기를 저하시킬 수 있다. 겸손과 나눔의 미덕을 발휘해 한국이 진정한 리더임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신기욱 미국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장



http://news.donga.com/3/all/20130114/52276918/1



Posted by 겟업
2013. 4. 4. 15:48

폴란드의 겨울은 잿빛이다. 유대인 강제수용소의 해방 기념일인 1월 27일이 되면 독가스실로 끌려간 희생자들의 발걸음을 재현하는 ‘죽음의 행진’으로 아우슈비츠의 거리는 더욱 음울해진다. 행진에 참가한 사람들은 이런 기도를 드린다고 한다. “자비로운 신이여, 유대의 어린이들을 학살한 자들에게 자비를 베풀지 마소서. 이 수용소를 만든 자들과 이곳에서 학살을 자행한 자들을 결코 용서하지 마소서.”

유신 시절에 10대 초반의 소녀였던 어느 대중작가가 대통령 당선인을 겨냥해 “나치 치하의 독일 지식인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유신 치하의 지식인들은?”이라는 독설을 쏟아냈다. 수백만 명을 학살한 홀로코스트에 세계대전까지 일으킨 나치를 유신에 비교하는 것 자체가 뒤틀린 의식의 억지에 지나지 않지만 말이 나온 김에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극적으로 살아난 엘리 위젤이 자전적 소설 『밤(La Nuit)』에 쓴 일화 하나를 인용해야겠다.

나치 수용소에서 어린 소년이 교수형으로 죽어가는 현장을 목격한 주인공은 ‘도대체 신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분노에 이어 마음속에서 신비한 음성을 듣는다. ‘신은 지금 저 소년과 함께 교수대에 매달려 있다….’ 신의 죽음 같은 절망 속에서 불멸(不滅)의 신성(神性)에 담긴 소망이 눈을 뜨는 순간이었다. 수용소의 문이 열리고 자유의 몸이 된 위젤은 분노의 보복 대신에 인간성 회복과 인종 간 화해를 위한 일에 헌신해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밤의 기억을 안고 그는 새벽빛의 여생을 살았다.

수용소에서 온 가족을 잃고 홀로 살아남은 시몬 비젠탈은 50년 동안 1100여 명의 나치 전범을 추적해 잡아낸 ‘나치 사냥꾼’이다. 수용소에 갇혀 있던 어느 날 비젠탈은 중상으로 죽음에 임박한 나치 친위대원의 병상 앞으로 불려간다. 숨을 헐떡거리던 친위대원은 비젠탈의 손을 붙잡고 눈물로 참회의 고백을 한다. “유대인 학살에 가담한 저의 죄를 용서해 주십시오.”

한참을 망설이던 비젠탈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 채 그 자리를 떠나고 만다. 비록 죽어가는 사람이었지만 그의 흉악한 범죄를 쉽사리 용서할 수는 없었다. 참회와 용서 사이에서 방황했던 이 특이한 경험은 비젠탈의 영혼에 깊은 충격으로 남는다. 훗날 살인마 아이히만이 남미에서 체포됐을 때 즉각적인 처형을 요구하는 유대인들에게 비젠탈은 이렇게 호소했다. “용서하자. 그러나 잊지는 말자.” 복수의 처형대가 아니라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는 뜻이었다.

스스로 나치 수용소에 걸어 들어가 동족과 함께 가스실에서 죽은 유대인 여성 에티 힐섬은 일기에 이런 글을 남겼다. “우리마저 증오심을 이 세상에 보탠다면 이미 살기 힘든 세상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아무리 작은 증오심일지라도….”

나치의 만행을 온 몸으로 겪은 위젤과 비젠탈과 힐섬의 엄숙한 지성에 비하면 철없는 나이에 유신 시절을 보냈을 독설 작가의 지식이란 것이 어떤 차원의 것일지는 묻지 않아도 알 만하다. 어제의 날들에도 낮과 밤이 있었고 빛과 어두움이 있었건만 굳이 어두웠던 밤의 기억만 더듬는 것은 성실한 지성의 태도가 아니다. 어제의 아픔만을 헤집는 ‘입술의 진보’로 내일의 가치를 지향하는 진보의 지성을 대신할 수 없다.

찌들도록 가난했던 시절 숙명처럼 단단히 달라붙은 궁핍의 세월을 처연(悽然)하게 살아낸 어른 세대도 4·19 혁명에 거리를 내달리고 유신 독재에 분노를 터뜨리던 저항의 젊음이 있었다. 그러나 누천년을 이어온 절대빈곤을 이 땅에서 몰아낸 열정과 지도력에는 겸허히 머리를 숙일 줄 안다. 이것이 어제의 낮과 밤을 고르게 품어 안은 균형의 역사의식이 아닐까. 1970년대 초반까지 남한보다 경제력이 앞섰던 ‘주체’의 북한은 식량원조로 근근이 연명하는 비(非)주체의 빈곤국으로 전락했다. ‘이밥에 소고기국’은 3대 세습체제의 60년 단골 구호다.

위젤이라면 1월의 행진에서 ‘자비로운 신’에게 ‘자비를 베풀지 말 것’을 기도하지는 않을 것이다. 비젠탈이나 힐섬이라면 아마도 ‘잊지 않되 용서할 수 있기를’ 기원하지 않을까. 새해 첫 달을 ‘생명의 행진’이 아닌 ‘죽음의 행진’으로 시작할 수는 없는 일이기에.

우리의 1월도 희망찬 생명의 행진으로 시작되기를 바란다. 신임 대통령의 임기 5년 내내 연좌제를 떠올리는 유신의 논란으로 지샐 수야 없지 않겠는가. 증오는 평화의 밑거름이 되지 못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탈리오 법칙을 그대로 실천한다면 세상에는 장님과 이빨 빠진 사람들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마하트마 간디의 경고다.



이우근 법무법인 충정 대표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0407818&cloc=olink|article|default



Posted by 겟업
2013. 4. 4. 15:47

오는 17일 서울 한 호텔에선 흔한 듯하되 결코 범상치 않은 모임이 열린다. 국내 기업인과 서울 주재 중국·일본 회사 임원 200여 명이 모이는 첫 3국 기업인 신년 교류회다. 필경 굳은 악수와 덕담이 오가고 푸짐한 음식에 웃음꽃이 필 게다. 지극히 평범한 새해 풍경이다. 하나 특별함은 그 시작에 있다.

지난해 11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으로 중·일 관계가 최악이던 때였다. 중국에선 격렬한 반일데모와 함께 일본 상점과 회사가 습격을 당한다. 정부 간 채널은 물론 양국 간 상거래마저 꽁꽁 얼어붙었다.

이 무렵 서울에 위치한 한·중·일 협력사무국에 중국 측 제안이 들어온다. 서울에서 중·일 기업인들 간 교류의 장을 열어 달라는 거다. 꽉 막힌 양국 간 숨통을 한국이 나서 틔워 달라는 부탁이었다.

옛날엔 턱없는 일이었다. 주변 강국에 치일 뿐 한국이 이들 분쟁에 나설 힘이라곤 없었다.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 이게 한국의 서글픈 자화상이었다. 얼마나 자학해댔는지 ‘한국 새우론’은 수많은 외국 언론과 미 교과서에 실릴 정도였다. 오죽하면 열혈청년단체 ‘반크’가 “한국은 새우가 아니다”며 이미지 개선운동을 벌였을까.

이런 한탄 속에서도 한국의 국력은 무럭무럭 자랐다. 시선도 조금씩 변했다. 2006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당선은 중대 계기였다. 당시 뉴욕 외교가를 누비던 최영진 유엔대사(현 주미대사)는 이랬다. “전에 새우였다면 이젠 바닷가재는 된 느낌”이라고.

7년 지난 요즘, 한국은 가재에서 고래 사이를 유영하는 돌고래로 진화된 분위기다. 최근 국제회의에 다녀온 이들의 소감은 한결같다. 하품 해대기 일쑤인 참석자들이 한국만 나오면 귀를 쫑긋한다고.

그럴밖에. 세계적 불황 속에서 괜찮은 경제 성적에 삼성·현대의 성공, 거기에다 한류, 김연아, 싸이 등 경이로운 성과를 내는 거의 유일한 나라가 한국 아닌가. 이젠 ‘애플·삼성 싸움에 일본 기업 새우등 터진다’는 기사가 나와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박근혜 당선인의 ‘중견국 외교론’도 이런 자신감 위에 세워졌을 터다. 한국도 당당한 중견국으로 국제사회에 기여하자는 거다. 사실 중견국은 꽤 된 개념이다. 16세기 이탈리아 정치가 지오바니 보테로는 모든 나라들을 제국·중견국·소국으로 나눴다. “타국 도움 없이 자립할 국력을 지닌 나라”가 그의 중견국 정의였다.

이를 제2차 세계대전 후 재등장시킨 건 캐나다였다. 루이 생로랑 전 총리는 “이해관계 많은 강대국도, 힘없는 약소국도 아닌 중견국만이 국제문제를 풀 수 있다”고 주장, 공감을 끌어낸다. 1956년 수에즈운하 분쟁이 터지자 유엔평화유지군 창설을 제안한 것도 캐나다였다. 그 덕에 레스터 피어슨 당시 외무장관은 노벨평화상을 받는다.

그렇다면 중견국 한국은 뭘 해야 하나. 전문가들의 제안은 우선 강대국 간 소통과 타협을 끌어내는 ‘교량국가’ 역이다. 요즘 중·일이 한국에 손 내미는 경우가 잦다 한다. 한·중·일 자유무역협정 체결 건이 단적인 예다. 적극적인 일본은 한국에 망설이는 중국을 설득해 달라고 요청한다 한다.

다음은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들에 경험과 지식을 나눠주는 거다. 이들은 한국의 성공을 거버넌스와 부패 척결의 승리로 파악한다. 전직 대통령들이 법정에 선 건 한국인들에겐 더없는 수치다. 하나 이들에겐 엄정한 사법제도의 상징으로 비춰진다는 거다. 그래서 한 해 4000명 이상의 후진국 관리들이 한국을 배우자며 날아온다.

경계할 건 과욕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3년 ‘동북아 균형자(balancer)론’을 들고 나왔다. 미·중 가운데에서 세력의 균형추 노릇을 하겠다는 선언이었다. 뜻은 갸륵하나 힘이 모자라도 한참 모자랐다. 균형자 외교가 뭔가. 19세기 최강의 영국이 폈던 정책이다. 막강한 해군력을 지렛대로 유럽 열강 중 한쪽이 세지면 반대편과 손잡아 균형을 되찾곤 했다. 게다가 요즘 서구 학계에선 초강대국 미국의 확대를 막으려는 러시아·중국 같은 반미 세력을 균형자로 부른다. 그러니 오해와 웃음을 살밖에.

다행한 건 부끄러운 경험이 교훈도 준다는 사실이다. 외교정책을 세울 때 정치하게 생각하고 오버하지 말라는 가르침 말이다.



남정호 순회특파원·글로벌협력 담당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0407893&cloc=olink|article|default



Posted by 겟업
2013. 4. 4. 15:45

요즘 일본 공영방송 NHK에는 후쿠시마(福島)의 관광 명소 아이즈와카마쓰(会津若松)시의 자연 풍광, 역사 유적, 지역 축제 등이 거의 매일 등장한다. NHK가 지난 6일부터 방송을 시작한 '야에의 사쿠라'라는 역사 드라마를 소개하기 위해서이다. 이 드라마는 19세기 말 아이즈와카마쓰가 배경이다.

NHK가 52번째 역사 드라마의 배경으로 이 지역을 선택한 것은 원전 사고로 고통받고 있는 후쿠시마를 돕기 위해서다.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져 울상을 짓던 후쿠시마는 관광 특수(特需)에 대한 기대로 오랜만에 웃음을 되찾고 있다. 지역 주민은 신품종 벚꽃에 드라마 주인공 여배우의 이름을 붙이는 등 특수를 극대화하기 위해 분주하다. 대하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과 소품을 소개하는 드라마 전시실도 곧 문을 연다.

후쿠시마가 잔뜩 기대를 하는 것은 그동안 입증된 역사 드라마의 관광 효과 때문이다. 역사 드라마에 등장했던 지역은 어김없이 전국적인 관광 명소로 떠올랐다. 1년간 방영되는 역사 드라마에는 그 지역의 유적과 자연 풍광 등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NHK는 매주 드라마 말미에 등장인물과 관련된 장소와 유적을 교통편 등과 함께 소개한다. NHK 드라마를 보면 외국인도 그 지역에 한 번은 가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든다. 드라마 자체가 그 지역에 대한 거대한 간접광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라마가 지역의 운명을 바꿔놓기도 했다. 1997년 방영된 '모리 모토나리(毛利元就)'의 경우 드라마 배경이 된 히로시마·야마구치·시마네현을 드라마와 관련해 방문한 관광객이 900만명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방자치단체와 주민은 드라마 관광 효과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시청률에 울고 웃는다. 2008년 방영된 '아쓰히메(篤姫)'의 경우 가고시마에 10여개의 관광투어 상품이 만들어졌다. 철도회사도 관련 유적지를 돌아보는 관광열차를 운영하고 지역의 음식점은 관련 음식과 특색 있는 기념품을 만들어낸다.

지역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를 찍기는 쉽지 않다. 유명배우들의 스케줄 조정이나 제작 비용도 걸림돌이다. 그런데도 NHK가 매년 거액을 들여 역사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것은 그만큼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배우들도 역사 드라마 출연을 최고의 영광으로 생각한다. 광고 모델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아이돌 스타 고리키 아야메(剛力彩芽)는 조연으로 출연하는데도 감격해 눈물을 보였다. 그녀는 "아버지가 즐겨 보는 대하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은 큰 영광"이라고 했다. NHK는 아침 드라마도 전국을 골고루 돌면서 촬영지로 선택한다.

한국도 역사 드라마의 지역 관광 활성화 효과를 기대해 지방자치단체가 거액의 자금을 지원, 세트장을 짓는다. 하지만 드라마가 끝난 후 사후 관리가 되지 않아 폐허가 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NHK 역사 드라마는 세트장보다는 숨겨진 유적과 풍광을 전국에 알리는 역할을 한다. 또 오픈세트는 다른 드라마 촬영에 재활용한다. 한국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역사 드라마의 제작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차학봉 도쿄특파원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1/13/2013011301238.html



Posted by 겟업
2013. 4. 4. 15:45

'아시아문제? 일단 리콴유에게 상의하라!' 미국 역대 대통령들이 지켜온 불문율의 하나다. 베트남전에 올인 하던 존슨 대통령이 리콴유를 백악관으로 초청, 그로부터 한 수를 배운다. "월남과의 전쟁에서 과연 미국이 이길 수 있는가?"라는 존슨의 질문에 리콴유의 답변은 짧되 따끔했다. "군사적 견지에서만 보자면 베트남 전쟁의 승산은 희박하다." 

닉슨도 리콴유를 백악관에 초청, 역시 베트남 해결의 대안을 묻자 그는 우선 중국으로 향한 미국의 모든 문호를 개방할 것과 비 전략상품들에 대한 교역의 시작을 제의했다. 닉슨은 바로 그 다음 해 베이징을 방문, 본인의 말대로 "세계를 뒤바꾼 7일"이 되었다.

중국을 방문하려던 레이건 대통령이 가는 길에 타이완을 방문해도 괜찮겠냐고 리콴유에게 묻자 "타이완을 방문해서는 절대 안 된다. 중국에 가기 전에 중국의 총리인 자오쯔양이나 총서기 후야호방을 워싱턴으로 먼저 초대해야한다"고 답변. 이 역시 그대로 실현됐다.

아시아 여러 나라의 구석구석을 살피는 그의 눈은 이토록 신산(神算)에 가까워, 이웃집 숟가락 수효까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1998년 3월 미 부통령 먼데일이 클린턴의 메시지를 인도네시아 수하르토에게 전달 후 귀로에 싱가포르에 기착, 리콴유에게 물었다. "당신 생각에 마르코스는 영웅인가 악한인가? 또 수하르토는 어떤가?" 다음은 리콴유의 답변. "마르코스는 영웅으로 시작했지만 악한으로 끝났다. 수하르토는 다르다. 지금의 그를 인도네시아의 대 술탄으로 보면 정확하다. 부인도 그곳 술탄 왕가의 공주다. 수하르토는 따라서 자녀들의 특권을 술탄이 누릴 당연한 권리로 여길 뿐, 전혀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리콴유의 총기는 고르바초프를 만난 후 크렘린 궁 밖으로 걸어 나오면서 그가 남긴 기록으로 더욱 빛난다. "이처럼 존경할 만한 인물이 그토록 사악한 체제에서 정상의 자리에 오르다니…이 얼마나 행운인가! 그가 다른 크렘린 지도자처럼 군사력을 동원, 소련문제를 해결하려 들었던들 세계의 여타 지역에 막대한 손상을 야기했을 것이다."

흥미로운 건 이 고르바초프도 중국의 '거인' 덩샤오핑에 비하면 한 수 처지는 걸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천안문 사태의 해결사 덩샤오핑을 만난 후 리콴유가 남긴 언급을 보자. "전쟁과 혁명의 베테랑으로서, 그는 천안문 학생시위가 중국을 다시 혼란과 무질서로, 또 그 여파가 향후 100년에 미칠 위험한 사태로 판단한 것이다. 한평생을 혁명 속에 살아온 그는 천안문사태에서 혁명의 초기징후를 감지한 것이다. 책으로만 혁명을 접해왔던 고르바초프와는 바로 이점에서 달랐다."

귀신이 귀신을 알아보듯 그 덩샤오핑이 리콴유를 먼저 알아봤다는 점도 흥미롭다. 통일베트남이 캄보디아를 침공하자 덩은 인근 국가에 미칠 '도미노 논리'를 우려, 74세의 노구를 끌고 싱가포르를 찾은 것이다. 

"내가 어떻게 하였으면 좋겠소?"덩샤오핑의 질문에 리콴유가 비장의 해법을 제시한다. "동남아 화교를 상대로해온 중국의 라디오방송을 당장 중단하면 됩니다. 혈연적 유대를 너무 노골적으로 호소하면 인근 국가들의 의심을 증대시킬 뿐입니다." 

동남아 공산당에 대한 중국의 방송은 즉시 중단됐다. 어디 그 뿐인가. 세계 3,000만 명의 화교를 상대로 화상(華商)이 결성된 것도 그 자리에서 나온 리콴유의 아이디어를 덩이 살린 덕이다. 화상이 매년 중국에 투자하는 돈은 세계 각국이 중국에 투자하는 해외투자 전체 액의 60~70%에 달하는 거액이다. 

리콴유를 자랑하려는 글이 아니다. 박근혜 당선인더러 어서 그를 만나 사회적 통합과 일자리창출의 해법을 묻도록 권하고 싶어서다. 리콴유가 평소 개탄해온 대로 '만사 끝장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한국인의 속성에 비춰, 지금처럼 국내에서 아무리 지지고 볶아야 뾰족한 해법이 나오지 않기에 하는 말이다. 고맙게도 그는 아직 살아있고, 선친 박대통령을 존경했던 인물이 아니던가.




김승웅 전 한국일보 파리특파원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301/h20130111210214115780.htm



Posted by 겟업
2013. 4. 4. 15:43

최근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환자가 부쩍 늘었다. 2010년에 8만 명이라고 하더니 2011년에는 12만 명이 넘었다. 러시아와 몽골·중국 등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의 환자들이 대부분인데, 최근에는 중동지역의 환자가 빠르게 늘어 2010년 950명, 지난해 1800명을 기록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정부는 자국 국민을 대상으로 장기이식·심장수술 등 고치기 힘든 병을 치료하기 위해 국가 예산으로 해외 치료를 보내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그 숫자가 연간 6000~7000명에 이른다. 대상 국가는 독일·영국·싱가포르 등 의료 선진국과 서비스가 좋은 태국으로 한정돼 있다. 한국은 1년 동안의 끈질긴 협의와 설득 끝에 2011년 UAE와 보건협력 약정을 체결했고 이를 바탕으로 그해 12월 환자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의뢰받은 환자가 100명을 넘어서는 등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려면 좀 더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우리를 알리는 노력이다. 최근 양국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졌지만 UAE 사람에게 한국은 아직도 미지의 나라, 먼 나라라고 할 수 있다. 비행 거리로 8시간여에 불과하지만 심리적으로 느끼는 거리는 그 배가 넘는다. 자동차와 휴대전화 등 한국 상품의 품질이 선진국을 넘어 세계 수위를 다투고 있는 것은 UAE 국민이 대부분 알고 있다. 하지만 환자와 그 가족들이 여행하기에 얼마나 안전하고 편리하며 믿을 만한 나라인지에 대한 확신은 아직도 부족하다. 한 번이라도 한국에 다녀온 사람이라면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지만 이것이 입소문으로 UAE 사람들에게 인식될 때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부터는 현지 언론과의 협력, 의료 관광화하기 위한 복합상품의 개발, 우리의 의료 수준과 서비스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 등 관계기관과 의료계의 전방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우리의 문화적 수용성을 키우는 일이다. 중동에서 가장 개방된 UAE 국민은 대부분 영어를 잘하지만 자신의 아픈 부분을 정확하게 의사에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능숙한 아랍어 통역이 필요하다. 통역 서비스가 원활하게 지원돼야 하는 것이다. 생소한 나라인 한국을 치료지로 선택한 사람에게 도착해서 떠날 때까지 전 기간에 걸쳐 친절하고 상세한 안내 서비스도 제공해야 한다. 교통수단 제공은 필수다. 또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에게는 먹는 음식과 기도실 여부가 여행지를 결정할 때 아주 중요한 요소다. 필요할 때 언제든지 기도할 수 있는 공간과 ‘할랄’이라는 특수한 방식으로 요리한 음식을 접할 수 있어야 한다. 아랍 사람들은 한 가족이 함께 여행하는 것이 관행으로 돼 있다. 환자가 치료받을 때 다른 가족들이 쇼핑센터나 놀이공원에 갈 수 있도록 복합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

셋째, 환자 유치(inbound)뿐만 아니라 우리 병원의 현지 진출(outbound)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UAE는 그동안 구미 선진국의 병원들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부분적인 성공에 그친 것으로 평가된다. 세계 유명 병원이 진출했지만 의료진의 구성과 의료의 질 부분에서 미흡한 점이 많았다. 그래서 최근에는 의료 수준이 높으면서도 파견의사 비중도 높일 수 있는 한국 병원의 진출을 기대하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시장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적절한 파트너 선정 등 신중한 준비가 필요하지만 나름 중동의 의료 허브를 꿈꾸는 UAE에서 우리 의료산업의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다.

UAE와 우리나라의 관계는 원전 수출과 유전 개발 등을 계기로 최근 전략적 동반자로 발전하고 있다. 와중에 의료 협력은 양국 국민·비즈니스의 접촉면을 더욱 넓히는 중요한 촉매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권태균 주아랍에미리트 대사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0360681&cloc=olink|article|default



Posted by 겟업
2013. 4. 4. 15:42

지난 연말 신세를 많이 진 이웃의 초등학생 아이에게 물감을 선물하려고 문구점에 갔다. 제법 규모가 큰 문구점엔 물감의 종류가 꽤 다양했다. 미술 문외한인 기자에게 좋은 물감의 기준은 색상의 종류가 다양해서 값이 좀 나가는 것이다. 한국에선 대개 18가지나 24가지 색(色) 물감 세트를 산 기억이 있다. 하지만 프랑스 문구점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물감은 10가지 색을 넘는 것이 없었다. 주인아저씨께 물었더니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섞어서 색을 만들면 되잖아요. 어릴 때는 그게 더 좋아요." 물감을 사서 집에 와 보니 검정·파랑·노랑·초록 등 가장 기본적인 색 10가지만 들어 있었다. 하얀색 물감 튜브만 다른 것보다 컸는데, 색의 명도나 채도를 조절할 때 가장 많이 쓰이기 때문인 것 같았다.

한국에선 어릴 때부터 훨씬 다양한 종류의 색상으로 구성된 물감을 쓰는 경우가 많다. 녹색도 초록·진한 초록·연두·청록 등으로 세분화돼 있고, 파란색도 파랑·하늘색·군청 등으로 나뉘어 있다. 이런 '맞춤식 색깔'이 아이들의 상상력과 개성을 가로막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 속 하늘을 색칠할 땐 무심코 '하늘색'이라는 이름의 물감만 사용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고개를 들어 바라보는 하늘은 십중팔구 우리가 어릴 때부터 '하늘색'이라고 알던 그 색은 아닐 것이다.

이 이야기를 프랑스 화단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화가에게 했더니 그는 "프랑스 아이들은 나무 하나를 그려도 그 형태와 색이 너무 다양해서 놀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나뭇가지는 갈색, 잎은 초록색으로 정형화된 한국 아이들의 그림과 달리 프랑스 아이들은 검은색 나뭇잎, 붉은색 나뭇가지, 거꾸로 선 듯한 나무둥치를 그린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아이는 그림도 학원에서 주입식으로 배워서 그런가 보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프랑스는 미술 분야에선 세계 최고다. 전문 화방(畵房)에 가면 수십 가지 색상으로 된 물감을 판다. 그런 프랑스가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10가지 색 물감을 쓰도록 하는 이유는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과 프랑스의 차이점이 드러나는 것이 옷차림이다. 우리나라에는 유행이라는 것이 있어서 어느 해엔 미니스커트, 어느 해엔 롱 부츠로 '복장 통일'을 하곤 한다. 하지만 정작 '패션의 도시'라고 하는 파리에는 이런 유행이라는 게 없다. 오히려 비슷한 스타일은 '촌스럽다'며 기를 쓰고 피하려고 한다. 그러면서 머플러 하나로 자신만의 멋을 내는 게 파리지앵들이다. 프랑스가 세계 명품 시장을 이끄는 것은 최신 유행을 만들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획일적인 유행을 거부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명품이란 결국 희소성이 중요한 가치일 것이고, 남과 다른 개성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비단 미술이나 패션만이 아닐 것이다. 우리 사회의 품격이 올라가기 위해서는 개성과 독창성, 차별화 같은 가치가 좀 더 잘 드러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이성훈 파리특파원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1/07/2013010702700.html



Posted by 겟업
2013. 4. 4. 15:42

일본 뉴스가 늘어나봤자 좋을 일이 없다더니 요새가 꼭 그렇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아베 신조 총리의 등장 이후 한일관계를 좀 아는 사람치고 말하지 않고, 글 쓰지 않은 이가 없다. 그렇다고 똑 부러지게 해결된 것도 없다. 이번 갈등은 왠지 오래갈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일본이 달라져서다.

가장 큰 변화는 한국의 불만이나 항의를 달가워하지 않는 일본 지식인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또 그 얘기냐”고 불평하면서도 듣는 척은 했는데 요즘은 응대에 짜증이 묻어난다. ‘우경화(右傾化)’라는 말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아베의 총선 압승을 한사코 “민주당에 실망해 자민당을 택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극우(極右)라는 말에 특히 거부감이 심하다. G2(주요 2개국)라는 용어에도 불만이 많다. 한국이 중국만 우대하고(속으로는 중국에 아부한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홀대한다는 섭섭함을 감추지 않는다. 한국이 경계할 나라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공유하는 일본이 아니라 공산당 일당독재에다 국방비를 펑펑 써대는 중국 아니냐고 되묻는다.

내 갈 길을 가겠다는 일본, 키워드는 ‘폐색감(閉塞感)’이란 단어다. ‘고립감’이나 ‘무력감’ 정도의 뜻이다.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장기 불황에 추락하는 국제적 위상, 엎친 데 덮친 대지진, 초고령화로 활기를 잃어가는 사회, 일본은 몹시 외로움을 타고 있다. 희미하나마 아베에게서 옛 시절의 영화(榮華)를 보고 몰표를 던진 것은 아닌지, 하고 분석해 본다. 20, 30년 전 잘나가던 일본이 아니라 요즘의 프레임으로 일본을 봐야 하는 이유다. 그래야 제대로 된 답이 나온다.

아베 총리가 준비한다는 ‘아베 담화’는 파란을 일으킬 것이다. 한일이 얽힌 쟁점은 크게 독도, 교과서, 일본군 위안부, 보통국가론, 우경화 등이다. 아베 담화는 이 모든 사안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다. 일본의 침략을 사과한 무라야마 담화(1995년), 일본군 위안부의 국가 관여를 인정한 고노 담화(1993년), 교과서를 편찬할 때 이웃국가를 배려한다는 미야자와 담화(1982년)는 나름대로 완충 역할을 해왔다. 우리는 독도, 교과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일본제국주의에서 빚어진 일란성 다생아로 보지만 일본은 쪼개서 대응한다. 독도는 국제법으로, 교과서는 문부과학성의 권한으로, 일본군 위안부는 개인의 선택으로 접근한다. 결론은, 그래서 아무것도 해줄 게 없다는 거다. 추정컨대 ‘아베 담화’는 미래와 화해를 얘기하면서도 3대 담화의 취지마저 후퇴시킬 가능성이 크다. 안 해도 될 일을 해서 오는 평지풍파다. 한국으로서는 타협할 수 없는 이들 사안에 대해 하나하나 줄기차게 일본의 부당함을 지적할 수밖에 없다.

보통국가론은 재단이 복잡하다. 헌법을 고쳐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개편하고, 방어만 한다는 전수(專守)방위개념을 없애며, 동맹국이 공격을 받으면 자국이 공격받은 것으로 간주해 반격할 수 있는 집단적자위권을 확보하겠다는 게 보통국가론의 요지다. 언뜻 들으면 무섭다. 하지만 어느 나라나 갖고 있는 권리인 데다 하겠다면 마땅히 제어할 방법도 없다. 문제는 일본이 또다시 패권주의로 달려갈 가능성이다. 일본은 절대로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패전 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일본은 주변국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실패했다. 개학이 다가오는데 너무 오래, 너무 많은 숙제를 미뤄왔다. 우경화 논란에 대해 일본은 “일본 전체가 우경화된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억울하다”고 말한다. 여론조사를 보면 일리가 없지 않다. 문제는 사회지도층이다. 아베 총리는 요즘 자신의 발언들이 “우익은 극소수”라는 기존의 주장을 얼마나 무색하게 만들고 있는지, 알까 모르겠다. 

일본과의 관계를 단칼에 회복시킬 수술방법은 없다. 산업구조는 노동집약적인 중후장대(重厚長大)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경박단소(輕薄短小)로 옮아가는 게 대세다. 그러나 한일관계는 거꾸로 가야 할 듯하다. 두 나라 모두 말과 행동을 신중히 하고(重), 정치가 삐걱대도 사람-물건-돈의 교류는 두텁게 하며(厚), 일본의 가치를 남북통일 때까지 길게 내다보고(長), 중국의 급격한 부상에 공동 대응한다는 대국적인 견지에서(大) 함께 갈 수밖에 없다. 병을 다스리며 함께 사는 한방적 해법이다.

이지메(집단괴롭힘)와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라는 일본어는 이미 국제공용어다. 일본은 전쟁을 통해 주변국을 이지메하다 비싼 대가를 치렀다. 그런데 요즘은 뉴욕타임스가 아베의 과거사 부정을 ‘수치스러운 충동’이라고 질타할 정도로 국제사회의 기대를 저버리고 히키코모리가 되려 하고 있다. 우리는 일본이 골방을 박차고 나와 ‘공기를 읽길’(분위기를 파악하길) 희망한다. 현실에 걸맞은 일본을 만들자는 ‘일본의 리얼리즘’이라는 논의도 과거회귀나 현상타파에 머물지 말고 국제사회에서 존중받는 미래상을 상정해야 맞다. 그게 진정한 리얼리즘이다. 일본은 여전히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며 국제사회에 숱한 기여를 해온 선진국이다. 마음만 잘 먹으면 ‘보통국가’가 아니라 모든 면에서 존경받는 ‘보통이상의 국가’가 될 수 있다. 우리는 그런 훌륭한 이웃과 더불어 살고 싶다.


심규선 논설위원실장



http://news.donga.com/3/all/20130107/52094834/1



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