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이 느리다 보니 주위 다른 사람들보다 스마트폰을 비교적 늦게 사용하기 시작했다. 한국을 비롯한 디지털 분야 선진국들에서는 디지털 기기의 과도한 이용 때문에 아이들의 인지나 정서 발달에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디지털기기는 참 큰 이익을 갖다 준다. 처음 휴대폰을 가지게 되었을 때, 오래 전 타자기를 이용하다가 컴퓨터를 이용했을 때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 시간이 절약되고 작업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상승하는 것을 체감했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기술 혜택이 모든 사람들에게 골고루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보격차' 개념이 대두되었다. 정보기술을 잘 이용할 수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생산성 차이가 나고 결국 소득격차가 더욱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소득이 높은 사람들은 정보기기 및 기술의 혜택을 많이 받게 되고 소득이 낮고 가난한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경향이 있기 때문에, 결국 소득격차가 정보격차를 유발하고 정보격차가 다시 소득격차를 초래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 때문에 소득격차와 더불어 정보격차를 줄이는 것은 현대 사회의 중요한 정책 목표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통계청에서는 정보취약계층과 일반국민의 정보격차가 얼마나 되는가를 매년 발표하고 있다. 다행히도 2009년 30.3%, 2010년 28.9%, 2011년 27.6%로 우리나라의 정보격차 지수는 점점 작아지고 있어 최근 소득격차가 증가하는 것과는 다르게 나타났다. 물론 이는 인터넷 등 교육기회의 확대 및 스마트폰 등의 정보기기 보급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정보격차는 한 국가 내에서뿐 아니라 국가간 격차도 문제가 된다. 이에 따라 유엔전문기관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서도 관련 데이터를 매년 발표하고 있다. 필자는 최근 이들 자료를 이용하여 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국제 정보격차에 대해 분석한 바 있다. 연구결과 아시아 국가들 사이의 '상대적인' 정보격차는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문제는 절대적인 격차이다. 후발국들의 성장률이 더 높기는 하지만 선발국과 후발국들 사이의 절대적 수치 차이는 오히려 더 벌어지고 있다.
국가 간 정보격차를 현장에서 생생하게 느낀 경험이 있다. 얼마 전 '정보기술 발달과 교육'이라는 국제학술회의 참석차 네팔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회의를 마치고 주최 측의 안내로 카트만두 근교의 초등학교를 방문하였다. 컴퓨터 방이라는 명패가 붙은 초라한 교실에는 소위 100달러 컴퓨터로 알려진 낡은 컴퓨터 몇 대가 고작이었다. 유엔과 MIT에서 공동으로 전개한 '저개발국 어린이들에게 컴퓨터 보내주기' 운동의 도움으로 지원받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컴퓨터라고 하기에는 장난감 수준이었고 더욱 흥미로운 것은 컴퓨터 부팅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탓에 수업 시작 전에 미리 컴퓨터를 켜놓고 준비를 해야만 수업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카트만두 근교의 학교가 이 정도이고 조금 더 시골로 가면 이마저도 어렵다고 했다.
유엔은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유엔개발계획을 중심으로 최빈개발도상국의 정보화를 돕는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각종 방안과 기관을 통해 이를 지원해 오고 있지만 이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디지털 강국의 일원으로서 이 사업에 대한 능력과 당위성을 함께 갖고 있다. 특히 한국은 컴퓨터, LCD, 휴대폰 등 정보통신 산업의 상품을 외국에 수출하여 경제 성장을 이루어 왔다는 점에서 디지털 시대의 큰 수혜자이다. 이렇게 얻은 이익의 일부를 한국을 닮고 싶어 하는 국가들의 정보격차 해소에 쓰는 것은 넓은 의미로 사회적 책임의 하나가 될 것이다.
정보통신 분야의 개도국 지원은 컴퓨터와 같은 하드웨어의 지원뿐만 아니라 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노하우까지 같이 보내줄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이 분야의 국가적 관심증대와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해 본다. 디지털 강국으로서 한국의 위상 강화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오근엽 충남대 경상학과 교수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301/h201301132034542437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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