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4. 16:44

어려운 시대입니다. 희망을 상실한 청년들의 삶에 대해 길을 묻는 당신의 편지를 읽으며 내내 미안했습니다. 그리고 부끄러웠습니다. 지금도 어디선가 취업 원서를 작성할 당신을 떠올리며 솔직히 고통스러웠습니다. 당신의 편지는 몽매하고 오만한 기성세대 모두에 대한 엄중한 비판인 동시에, 인간과 사회문제에 대해 해답을 모색해온 노력과 지식들에 대한 통렬한 분노였기 때문입니다.

인간들의 무지와 탐욕에 대해 오늘의 세계현실보다 더 적나라한 고발장은 없다고 봅니다. 인간문제가 어느 한 시대인들 명쾌한 해답을 가진 적이 있었겠습니까만, 기술과 문명이 가장 발달하고,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최고 수준이라는 오늘날조차 이토록 심각할 줄은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저는 세계를 휩쓸고 있는 실업·불평등·빈부격차·특권고착·도덕해이·경제위기를 보며 인간문제에 대한 인간지혜의 한계를 절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인간문제, 즉 나와 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정을 멈출 수도 없고, 멈춰서도 안 됩니다. 모든 인간문제는 보편적이며 일반적입니다. 즉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인간문제들은 모든 시대의 누구에게나 존재했었던 것들입니다. 동시에 모든 인간문제는 현재적이며 개별적입니다. 즉 오늘의 문제는 우리 시대, 특히 그 안의 한 사람 한 사람의 전체 개별문제입니다. 바로 지금 여기의 나 한 사람이 힘든 것입니다. 그 많은 ‘나’의 문제가 모여 ‘사회’문제가 되고 ‘전체’문제가 되고 ‘세계’문제가 됩니다.

따라서 일반성과 보편성은 곧 전체적 개별성입니다. 즉 한 시대의 보편성은 곧 그 시대 전체 한 시민 한 시민의 개별 삶을 통해 나타나야 합니다. 반대 논리 역시 진실입니다. 나의 문제, 나의 아픔은 앞선 모든 인간들도 누구나 겪었던 고통이라는 점입니다. 그 때문에 나만의 개별문제로 여기고 낙망하고 좌절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전자에서 인간의 한계를 깨닫고, 후자에서 인간으로서의 위로를 받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에서 자기문제와 인간문제의 희망을 찾아야 합니까? 저는 바로 당신 자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곧 세계문제와 사회문제 해결의 출발을 이룰 것입니다. 오늘의 당신 문제야말로 세계문제이자 사회문제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겪고 있는 고통스러운 인간문제의 총합이 곧 세계문제와 사회문제입니다. 개별 삶들은 시대적 보편성의 응축이며, 시대문제는 곧 그 시대 인간문제의 다른 표현인 것입니다.

때문에 당신은 무엇보다 당신 자신 문제의 해결을 위해 좌절하고 낙망해 있을 틈이 없습니다. 당신이 당신 자신 문제를 버려둔다면 아무도 당신 문제를 위해 먼저 나서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일어선다면, 또 다른 당신도 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어설 것이고, 그 두 당신은 점점 퍼져나가 마침내 더 많은 당신들과 우리들로 확산되어 사회와 나라를 바꿀 것입니다. 세계인들로 확산되어 간다면 끝내는 세계를 바꿀 것입니다.

당신의 편지를 받은 이후 저는 수십 년 만의 폭설이 내렸다는 파리에서 일부러 팡테옹을 찾았습니다. 그러고는 제가 좋아하는 볼테르, 루소, 빅토르 위고의 삶을 만났습니다. 거기에서 저는 자기 나라는 물론 전체 인류의 사상과 제도, 학문과 문학, 영혼과 역사, 교육과 예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그들의 궤적이 과연 조실부모, 방랑, 가난, 고독, 자녀사망, 배신, 금서조치, 수배, 탄압, 추방, 망명, 투옥, 은둔, 반정부투쟁, 살해 위협…과 같은 극한적인 개인적 고난과 시대적 상황에의 정면 맞섬 없이도 가능했었을지를 물었습니다. 그들의 삶·사상·영향은 개인적 고난과 사회적 부조리, 둘 모두와의 결연한 맞섬을 위한 자기결단과 투쟁의 산물이었던 것입니다. 팡테옹에서 저는 당신과 저를 위한 위안을 발견하였습니다.

우리는 우리 삶이 고통스럽기에 자신의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남을 위한 희망의 징표가 되기 위해, 그리고 세계를 변화시키기 위해 내 영혼과 정신의 혁명이 필수적입니다. 그것이 없다면 어떤 것도 불가능합니다. 인간혁명과 사회혁명과 세계혁명에 앞선 정신혁명과 영혼혁명을 말합니다.

처음 우리는 자기문제의 해결을 위한 꿈을 꿉니다. 그것은 작은 밀알처럼 가슴속에 자리 잡습니다. 그리고 자라납니다. 그리하여 나중에는 마침내 내가 꿈을 꾸는 것이 아니라 꿈이 나를 이끌어갑니다. 정신과 영혼의 혁명이 일어난 것이지요. 저는 당신과 제가 자신과 사회와 세계문제의 해결을 향한 꿈, 그 뜨거운 불꽃을 갖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함께 위로가 되었기를 소망하며 이만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 프랑스 고등사회과학원 초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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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