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8. 9. 13:53

잘 사는 나라, 일류국가, 선진국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그 공통점은 분명한 목표와 전략에 있습니다. 전략을 가지고 국민의 힘을 모았기 때문에 선진국가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어떤 경로를 거쳐 일류국가가 되었을까요. 나라별로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미국은 세계 강대국입니다. 세계 1등이 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링컨’ 때문입니다. 오바마 대통령까지 포함한 44명의 대통령 중 넘버원은 링컨입니다. 노예해방을 이루어서가 아닙니다. 노예해방은 링컨의 목표달성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을 뿐입니다. 링컨의 목표는 미국 통일이었습니다. 미국 남쪽은 버지니아계로 영국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고요. 북쪽은 네덜란드로 갔던 청교도들이 동경을 가지고 정착 한 곳입니다. 미국은 건국 때부터 마찰의 소지를 가지고 있었던 거지요. 남북전쟁은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전쟁 이었습니다. 링컨 이전의 대통령은 어떻게 해서든 전쟁을 막아보기 위해 다독이고 들어줬습니다. 하지만 링컨은 전쟁이 필요하면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노예제도를 통해서 통일을 할 수 있다면 노예제도를 유지하겠지만, 반대로 노예제도를 없애야 통일을 할 수 있다면 없애겠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통일이 필요했던 거죠. 미국은 전쟁을 통해 국가의 토대를 만들었고, 지금의 강대국이 될 수 있었습니다. 링컨이 전쟁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지금 미국은 남아프리카 대륙처럼 수많은 50개 국가로 갈라질 수도 있었겠죠. 50개 주가 하나 된 미국은 강대국입니다. 현재 미국이 가지고 있는 군사력은 전체 유럽, 아시아를 다 합친 것과 대등합니다. 앞으로 100년까지 미국은 강력한 국가로 나아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은 늙어가는 제국이라고 하지만 영국 역시 세계를 제패한 경험이 있지요. 아직도 영국 국기를 쓰고 있는 나라가 40~50곳 됩니다. 대영제국은 해질 날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단한 나라였습니다. 여기에는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 있었습니다. 여왕은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고 생각 했습니다. 강력한 해군을 만들었고, 영국 함대는 세계최강이라는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무찌르고 해상권을 장악합니다. 해군강국이 국가 전략이었던 거죠.

유럽에서 요즘 제일 잘나가는 나라, 독일입니다. 독일은 18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유럽의 3류 국가였습니다. 독일의 주식이 감자인데요. 감자가 구황식품입니다.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감자를 먹는 거죠. 통일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프랑스의 멸시를 받던 가난한 나라였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독일은 부강한 나라가 되었을까요. 바로 비스마르크라는 재상 때문입니다. 그는 독일의 통일을 강하게 밀어 붙였죠. 나폴레옹, 비스마르크 등 많은 사람들이 통일된 제국을 원했습니다. 권력이 좋아서였을까요. 통치자가 되고 싶어서였을까요. 독일 통일을 보면 단순히 권력에 대한 욕심만으로 통일을 추진한 것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통일은 정치보다 경제 네트워크 때문에 필요합니다. 비스마르크는 정치적인 이유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경제적인 이유로 통일을 이룩했습니다. 통일 이후 독일은 강력한 세력으로 등장해서 승승장구를 합니다.

 

금융위기를 맞은 나라를 가리켜 ‘PIGS’ 라고 하죠. 여기서 P는 포르투갈, I는 이탈리아, G는 그리스, S는 스페인입니다. 이들의 특징은 씨에스타를 실시하는 낮잠 자는 나라라는 것입니다. 그래도 이 중 이탈리아는 G7에 속하고 굉장한 파워를 과시하는 나라입니다. 그 힘은 가리발디 장군에 의한 이탈리아 통일에서 나왔습니다. 하지만 통일 후 지금도 이탈리아의 지역색은 강합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이탈리아 국민이라고 믿을 때는 월드컵밖에 없다고 합니다. “당신은 어느 나라 사람입니까?” 물어보면 이탈리아 사람들은 나라와 함께 꼭 출생 도시명을 말합니다. 이탈리아 통일 당시 초대 수상이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우리는 이탈리아를 만들었다. 이제는 이탈리아인을 만들고자 한다.” 그만큼 통일된 이탈리아를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는 거죠.

 

이제 러시아로 가 볼까요. 강대국 하면 러시아 보다는 소련이 떠오르죠. 소련이 전 세계 3분의 1을 좌지우지 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볼셰비키 혁명을 통해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잘 살자는 이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누구나 잘 사는 이상 국가를 만들겠다는 꿈은 현실을 무시한 이상주의였습니다. 빵장수가 아침부터 부지런히 빵을 만드는 것은 자부심이 아니라 이익을 얻기 위해서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간은 욕심을 가지고 있는 동물이죠. 이것을 소련은 간과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곡식이 쌓여서 넘치는데 기차가 고장 나서 허허벌판 시베리아까지 갈 수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분배가 안되고, 이런 비효율 때문에 소련은 몰락하고 러시아가 됩니다.

 

이제 아시아로 넘어와서 일본과 중국, 한국을 보죠.

일본은 1853년 미국인들이 끌고 온 배에 의해 허겁지겁 나라 문을 엽니다. 일본은 섬나라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외부에서 들여와야 합니다. 그래서 일본 사람들은 다른 문화를 잘 받아들입니다. 앞선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요. 여기에 자신들에게 잘 맞추어서 변형시키는 능력도 있습니다. 이 당시 영국이 세계패권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군대가 작았습니다. 그래서 동인도회사, 서인도회사를 만들어 일반 민간인들에게 군사권을 줍니다. 영국 상인들은 인도에 가서 인도의 용병을 고용하고, 인도를 지배했는데요. 영국인들은 군사력을 유지하기 위한 자본이 필요했습니다. 이때 옆에 있던 큰 시장이 중국이었습니다. 중국에게 모직, 담배, 차를 팔려고 했지만 잘 안됐죠. 그러자 영국 사람들은 비겁한 방법으로 아편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이로 인해 아편전쟁의 계기가 됐고, 중국은 영국에 패배하고 말죠. 이 전쟁을 계기로 중국, 일본은 개혁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두 나라가 개혁을 하는 모습은 달랐습니다. 일본은 국가 목표를 ‘서양 따라잡기’로 정했습니다. 1868년 국가의 전략을 ‘탈아입구(脫亞入歐)’로 세웠습니다. 아시아를 버리고 유럽으로 들어간다는 뜻입니다. 일본은 모든 제도를 서양식으로 바꿉니다. 또 하나의 국가 전략이 ‘화혼양재(和魂洋才)’입니다. 일본의 정신을 유지한 채, 서양의 학문을 받아들여서 더 우수하게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일본은 불과 20년 만에 강국이 되어서 우리나라를 침략했고요. 청일전쟁에서 승리하고, 러일전쟁에도 승리합니다. 세계열강에 진입한거죠.

 

그럼 이번엔 중국을 살펴볼까요. 이제 중국이 일본을 넘어섰습니다. 앞으로 중국이 성장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하죠. 중국과 일본의 가장 큰 차이점은 중국은 단 한 번도 중화사상을 버린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중국은 자신들의 시스템을 유지하고 서양의 학문만 받아들였습니다.

 

일본인들은 세계 진출을 해도 Japan Town을 만들지 않습니다. 그들은 외국에 나가면 그 나라에 동화를 하지요. 그러나 중국 사람은 어디를 가나 China Town을 만들어서 그들만의 공동체를 만듭니다. 중국의 목표는 중화사상을 통한 세계으뜸국가 건설입니다. 그래서 중국은 대만, 티벳을 독립국가로 인정하지 않지요. 두 개, 세 개의 중국은 피바람이 분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이라는 나라가 존재하는 한 티벳 독립은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중국의 발전과 움직임이란, 세계제패가 아니라 세계으뜸나라로 올라서는 겁니다.

 

그럼 그렇게 잘나가던 일본이 왜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을까요. 저는 국가전략의 부재라고 생각 합니다. 지금까지는 서양을 따라 잡자는 것이 국가 전략 이었습니다. 즉 ‘탈아입구(脫亞入歐)’를 했는데,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는 거죠. 뒤집어 이야기 하면 자기 거부 내지는 자기 부정입니다. 황인종이 황인종이지 어떻게 백인이 됩니까. 자기 정체성 부정입니다. 일본에서는 동양인이 쓴 책은 잘 안 팔립니다. 서양인이 쓴 책만 베스트셀러가 됩니다. 아시아에 대한 폄하가 있는거죠. 이제 아시아로 돌아가자고 하지만 역부족입니다. 이미 일본에는 서구적인 사고방식이 뿌리내려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 만든 세계적인 발명으로는 뭐가 있을까요. ‘워크맨’과 ‘가라오케’라고 하죠. ‘워크맨’은 단지 서양에서 만든 녹음기를 작게 만들었을 뿐입니다. ‘가라오케’ 역시 서양에 있던 것을 반주기 형태로 바꾼 것뿐입니다. 정체성 부재가 일본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우리 국민이 국가전략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잘 살아 보세’입니다. 이 슬로건만큼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것이 없습니다. 외국에서는 대한민국을 인정해 주는데 우리만 모릅니다. 동구권 몰락이 대한민국 때문에 시작됐다는 것 아세요? 코리아에서 올림픽을 한다고 했을 때 동구권에서는 코웃음을 쳤습니다. 코리아를 거지들이 넘쳐나는 폐허의 나라로 알고 있었던 거죠. 하지만 올림픽 때 보니 서울 거리에는 자동차가 넘쳐나고 사람들이 옷도 잘 입고, 굉장히 발전해 있는 겁니다. 동구권이 넘어지기 시작한 시기가 올림픽이 끝난 1989년부터입니다.

 

저는 <먼 나라 이웃 나라>를 쓰면서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길 꿈꾸었습니다. 그 꿈이 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 실현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우리는 세계변방국가에서 세계중심국가가 되는 것을 꿈꾸었고, 이제 이루었습니다. 오케스트라로 치면 저 끝에서 탬버린만 치다가 지휘자가 된 것입니다. 모든 것의 중심이 됐습니다. 우리나라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나라입니다. 1960년대 1인당 국민소득이 60달러에서 현재 2만 달러로 올라섰습니다. 세계 10대 무역국에 들어갑니다. 세계 220여개 나라 가운데 남의 나라의 도움을 받다가 도움을 준 유일한 나라입니다. 이번 G20정상회담이 큰 성과를 낼 것으로 믿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과거의 G7은 백인과 기독교 국가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G20에는 신흥국이 참석하기 때문에 모두의 의견을 아울러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 반열에 섰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선진국으로 가야 할까요. 미국처럼 힘만 세고 미움 받는 나라, 일본처럼 잘 살아도 업신여김을 받는 나라, 이런 나라들은 우리가 원하는 선진국이 아닙니다. 한국은 한류가 있는 나라입니다. 일류, 중류는 없습니다. 즉 콘텐츠가 풍부한 나라라는 거죠. 독일을 가면 피아노 있는 가정이 100군데 가정 중 1곳이 있을까 말까인데요. 우리나라는 아무리 못살아도 집집마다 피아노가 있어요. 엄마들의 욕심이 아이들을 르네상스적인 인간으로 만들었습니다. 때문에 우리나라는 콘텐츠가 다양한 나라가 될 수 있었던 겁니다.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저력을 잘 활용해야 합니다. ‘한글’ 역시 정말 대단한 글자입니다. 자기 언어에 맞는 문자를 직접 만들어 쓴 민족이 한민족 밖에 없습니다. 인도네시아의 소수 민족이 한국어를 배운다고 하지요. 여기서 조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수많은 민족이 사는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통일입니다. 다양함 속의 통일인거죠. 우리가 문화적 자존심을 내세우면 안 됩니다. 한글을 쓰는 것으로 고맙게 여겨야 합니다. 그들의 문화적 자존심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 합니다.

 

독일 친구들이 와서 제일 놀라는 것이 깨끗한 서울 거리입니다. 담배꽁초 하나 없다는 거에요. 프랑크푸르트 같은데 가보면 길거리에 마약이 깔려 있고, 파리 거리는 더럽기로 유명하죠. 그에 반해 대한민국 참 깨끗합니다. 선진국은 무엇보다 사랑받는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사랑받는 나라, 존경받는 나라 대한민국이 되어야 합니다. 왜 미국과 일본이 미움 받을까요. 물건을 팔기만 했지 베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공존을 국가적 목표로 만든다면 누가 우리를 미워할까요.

 

세계에서 사랑받는 나라 중 한 곳이 캐나다입니다. 사랑을 장담하지는 못하겠지만 미움은 안 받습니다. 캐나다는 남에게 폐를 끼친 적이 없습니다. 자연을 보호하고 난민을 보호하고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제일 먼저 달려가는 나라가 캐나다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나라로 꼽지요. 캐나다는 우리나라의 100배나 되는 땅에 인구는 우리나라의 3분의 1 밖에 안됩니다. 인구는 적은데 자원은 풍부해서 돈도 많습니다. 게다가 베풀 줄 알고 끌어안을 줄 아는 나라이기 때문에 캐나다를 미워하는 나라가 없습니다.

 

남북통일을 하면 우리는 8천만 인구가 되고 엄청난 힘을 가지게 됩니다. 이제는 사랑받는 국가를 선진국 목표로 세워야 합니다. 우리가 선진국이 된 것은 기정사실입니다. 이번 G20 정상회담을 계기로, 어떤 선진국이 될 것이냐에 대해 다함께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