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나비축제를 활성화 시킬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축제는 하루아침에 성공하지 않습니다. 제가 처음 간부회의에서 제안 했던 것이 청와대를 나비로 점령하자였는데요. 4월 25일 지구의 날, 청와대 녹지원에 나비 날리기를 계획했습니다. 처음에는 반대도 많았지만, 결국 청와대 녹지원에서 나비를 날렸습니다. 故 노무현 대통령, 故 김대중 대통령이 돌아가셨을 때도 나비를 날렸고, 현충일에도 영령들을 위로하기 위한 나비를 날렸습니다. 당시 5,000여 마리를 날렸는데,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나비가 높이 날아서 묘역 주위를 날아가는데 영령들의 혼이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오늘 저의 주제는 기업이 아닌 공무원들이 어떻게 해서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고 성공할 수 있었을까 입니다. 제 이야기가 대한민국 선진화에, 공무원들의 도전정신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함평은 왜 나비로 돈을 벌 생각을 했을까요? 함평은 노인인구가 30%가 넘는 초고령 사회 입니다. 귀향하는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지역을 대표하는 유명인물도 없고, 심지어 특산물도 없습니다. 신이 공평하다면 우리에게도 어떤 선물을 줘야 하는데 우리 지역에는 하나도 주지 않았다는 서운함마저 들었습니다. 그러나 함평만이 가진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지 못하면 대한민국 지자체에서 결코 1등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함평에 맞는 컨셉은 뭘까? 1998년 7월에 첫 취임을 한 저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21세기는 문화, 환경, 여러 키워드가 있습니다. 저는 KBS 피디 시절에 ‘나비’ 다큐멘터리를 다룬 적이 있습니다. 문득 나비가 떠오른 겁니다. 나비를 통해 친환경 이미지를 제고하고, 어린이들을 위한 생태 체험 학습의 장을 만들면 사람들이 모일 것이고, 곧 새로운 관광 상품이 만들어 지지 않을까 생각 했습니다. 그런데 현 공무원들이 관심을 가져 주지 않았습니다. 저는 나비 전도사가 되어 고군분투 했습니다. 공직자, 의원, 군민들을 만나서 나비축제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그리하여 1999년 5월 5일 세계 최초의 나비축제가 만들어졌습니다. 인기는 대단했습니다. 차들이 다 못 들어와서 줄을 서 있을 정도였습니다. 잔잔한 호수에 큰 돌이 떨어 진 것입니다. 우리 함평도 뭔가 되려나 보다하고 희망이 생겼습니다. 저희는 너무 황홀해서 눈물이 났습니다. 그 후로 공무원들은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군민들은 자원해서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대한민국은 축제 공화국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이 남의 축제를 따라하죠. 존재하지 않고 있던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저희 역시 한 자리에 머물 수 없었습니다. 축제가 10회째를 맞이했을 때 다시 사고를 쳤습니다. 세계 최초의 나비 곤충 엑스포를 정부에 제안했습니다. 정부의 반대는 컸습니다. 하지만 저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 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엑스포가 많이 개최되는 곳이 프랑스입니다. 그곳은 브래지어 하나로도 축제를 합니다. 일본은 작은 시골 마을이 연극 엑스포를 치러서 부를 창출 했습니다. 이런 사례를 본다면 우리 대한민국이 선진화로 가는 길도 234개의 지방자치가 창조 마인드로, 창조 도시로 만들어서 경쟁력을 창출하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나비 엑스포는 합리적인 아이디어라고 생각 합니다.”
함평에는 아직도 큰 호텔이 하나 없습니다. 이런 지역에서 엑스포를 하려다 보니, 참 힘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엑스포가 열리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의 관광객과 국내외 곤충학자들이 참여를 했고, 성공적으로 대회를 치렀습니다.
저는 12년 동안 블루오션, 창조 경영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황금박쥐가 세계에 2-30만 마리밖에 남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함평 지역에 황금박쥐 60여 마리가 발견 된 겁니다. 저는 주민들에게 황금박쥐를 보물로 만들기 위해 사유지를 보호구역으로 양보해 줄 것을 부탁 했습니다. 모든 주민들이 동의를 해 주었고 생태보호구역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보호구역이 자칫 잘못하면 주민들에게 귀찮은 존재가 됩니다. 저는 어떻게 하면 군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 줄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큰 순금으로 된 황금박쥐 조형물 계획을 세웠습니다. 당시 금이 1돈 당 4만 원 정도였는데요. 이 계획을 말씀드렸더니 또 중앙정부는 반대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아이디어로 성공하겠다며 30억 원을 부탁드렸고, 10억 원을 받게 됐습니다. 그리고 의회에 부탁해 20억 원을 확보해 조형물을 만들었습니다. 황금박쥐 조형물은 함평군민들의 자부심이 되었습니다.
함평에는 한때 레슬링으로 유명했던 농업학교가 있습니다. 이 학교를 어떻게 하면 살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문득 골프가 떠올랐습니다. 농업학교다 보니까 잔디가 많았고 관리도 잘하고 있었습니다. 농업학교에서 변신을 해서 본격적으로 골프를 육성하기 시작했고 이 학교에서 신지애 선수, 장수연 선수가 배출 됐습니다.
함평군은 임시정부에서 재무장을 지낸 김철 선생이 태어난 곳입니다. 저는 우리의 인물이 계시기 때문에 기념청사를 만들자고 했습니다. 김철 선생의 생가 터에 기념관을 건립하고, 바로 옆에 김철 선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임시정부청사를 재현했습니다.
저는 돈 없다고 하지 말고, 권한 없다고 하지 말고, 제도가 안 된다고 하지 말고, 돌파 하자고 이야기 합니다. 이곳 해치마당 바로 위에 계신 이순신 장군 역시 독창적이고 창조적인 리더십으로 일본을 이겼습니다.
함평을 찾은 관광객은 98년 12만 명에서 현재 450만 명으로 늘었습니다. 농업이 영어로 agriculture입니다. 즉 농업은 땅의 문화인 것이죠. 그래서 농업을 생각할 때는 디자인을 접목하고, 기능성을 더하고 문화를 함께 떠올려야 합니다. 가장 함평스러운 것, 가장 농촌스러운 것으로 농업 외 소득을 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도시보다 잘 살 수 있는 농촌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신안 앞바다에서 괴물이 나왔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저는 밋밋한 생태 체험장에 괴물을 설치하면 다양해 지지 않을까 생각 했습니다. 뱀을 전시하기 시작했는데, 파충류에 그렇게 관심이 많을 줄 몰랐습니다. 한 줄은 나비를 보러가고, 한 줄은 괴물을 보러가더라구요. 블루오션이자 창조오션입니다.
이것을 산업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세 가지 전략을 세웠습니다.
첫째, 세계최대의 뱀 생태관입니다. 아마존강 주변 같은 인공생태관을 만들어서 볼거리와 학습의 장은 만드는 것입니다. 둘째, 뱀을 통한 신약 개발입니다. 태국만 가도 뱀의 독을 이용한 약이 있습니다. 화학, 중금속치료 등 신약을 개발 하는 것입니다. 셋째, 뱀을 키우는 것입니다.
현재 함평군은 뱀 생태관이 들어서고 신약도 개발 중이며 뱀도 육성하고 있습니다. 하면 됩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즐겁게 일하는 것만큼 효율적인 방법이 없습니다.
애정을 갖고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뜻은 이루어집니다. 이러한 마인드로 가면 블루오션은 이루어집니다. 20세기는 아담스미스가 말한 국부론의 시대였습니다. 이제는 지방의 시대, 풀뿌리 민주주의의 시대입니다. 민주주의가 잘 뿌리를 내려서 작은 정부들이 제각기 색깔을 갖고 정체성을 가진다면 이것이야 말로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생각 합니다. 중앙정부에서는 교육자치, 지방자치를 밀어 주면서 지방만이 갖고 있는 장점에 집중하고 세계화할 수 있는 지원을 해주어야 합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모든 지자체가 각자의 색깔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제가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이 <불씨>입니다. 일본의 에도 막부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요. 17살 주인공이 한 마을에 양자로 들어오면서, 서구화 시대가 열리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개혁으로 성공해서 잘살게 된 스토리를 담고 있습니다. 불 꺼진 불씨를 살려서 큰 불을 만들어 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 합니다.
저는 대한민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3’이 필요하다고 생각 합니다.
첫째 3은 3대가 공을 들여야 합니다. 할아버지, 아버지, 본인까지 말이죠.
둘째 3은 공가, 처가, 애가, 나라와 처가, 가족에게 애정을 가져야 합니다.
셋째 3은 친구, 선후배, 조직 간에 서로 잘해야 한다는 겁니다.
저는 군수시절 같은 차를 11년 동안 탔습니다. 리더가 솔선수범을 보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솔선수범, 언행일치 하는 곳만이 희망이 있습니다. 우리가 초심으로 돌아가 나라를 발전시키고, 지역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질 때 대한민국은 선진화의 길을 걸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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