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역사는 해방 직후 65년입니다. 신생 조국 대한민국 이라는 것이죠. 새로 태어난 나라입니다. 우리는 65년 동안 수많은 국제적인 행사를 치렀습니다. 그 많은 행사 중 세계적인 규모를 꼽으라고 한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첫째, 88 올림픽, 둘째 2002 월드컵, 셋째 G20 정상회의입니다.
현재 국민소득이 2만 달러이지만 88 올림픽 당시 우리의 국민소득은 5천 달러였습니다. 당시 5천 달러밖에 되지 않던 나라가 올림픽을 개최한다고 했을 때, 많은 나라들이 실패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성황리에 올림픽을 마무리 했습니다. 그 증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단 한차례의 실수 없이 완벽하게 경기를 치러냈습니다. 둘째, 약물테스트를 할 때 국제적인 기술을 통해 금메달리스트 후보를 떨어트렸습니다. 셋째, 단 한 번의 교통사고도 유발되지 않았습니다. 넷째, 개최국의 이점을 통해 우리 선수들은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당시 저는 우리의 성공을 실감 못했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대하소설 <아리랑>을 쓰기 위해서 1990년, 중국으로 취재를 갔는데요. 당시만 해도 중국과 우리나라가 정식수교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출입제한이 있었습니다. 상인들만 입국이 가능했고 작가, 기자는 금지가 됐었지요. 저는 상인이라고 거짓말을 해서 중국을 갔습니다. 중국 사람들이 한국을 굉장히 좋은 나라로 알고 있더라고요. 바로 88 올림픽 중계를 봤기 때문이지요. 만주에 우리 동포 2백만 명이 삽니다.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 99%가 남한, 북한을 자신의 나라라고 생각 합니다. 길림, 연변은 함경도 사람들이 터를 잡았죠. 그 후 경상도 사람들이 강제이주를 하면서 만주 두만강 근처까지 올라가서 살게 됐습니다. 이분들은 해방 이후 줄곧 북한의 정치공세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텔레비전 중계를 보니까, 북한에서 말하던 남한의 모습이 아닌 거에요. 발전한 도시, 우수한 시민들의 질서의식을 본 것 입니다. 88 올림픽의 힘이 대단하죠. 1988년은 한국의 기업들이 세계적인 브랜드를 갖지 못할 때였습니다. 하지만 올림픽 개최를 통해 기업들은 엄청난 프리미엄을 갖게 되었죠. 88 올림픽은 세계에 우리의 저력을 보여준 대회였습니다.
2002 월드컵을 볼까요. 일본과 공동주최를 했는데요. 당시 많은 국가들이 실패할 것이라며 악담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월드컵 4강까지 올라가면서 저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응원은 어떻습니까. 붉은악마가 700만 명이었습니다. 그런데요. 그들이 응원을 하고 떠난 자리, 어땠습니까. 깨끗하게 청소를 하고 갔습니다. 대한민국의 국민선진화를 보여준 모습입니다. 브라질에서 삼바축제 할 때, 몇 백 명의 사람이 다치고 거리는 쓰레기통이 된다고 합니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얼마나 멋집니까. 훌륭한 시민의식을 보여줬습니다. 국민들의 응집력은 나라에 대한 사랑의 표현입니다. 응집력을 통해 일체감을 갖게 되는 것이죠. 응집력은 국가적인 행사를 할 때마다 실력을 발휘합니다.
G20 정상회의는 엄청난 국제행사입니다. 경제올림픽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우리는 이미 두 번의 행사를 잘 해냈기 때문에, 이 역시 잘 치룰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정상회의를 잘 해내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이 더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올림픽, 월드컵 때 보다 더 잘해서 나라의 품격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오늘의 강의 주제, ‘인간적인 삶과 경제와 우리의 미래’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는 소설가입니다. 대개 소설가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 합니다. 물론 소설은 재미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재미만 있어서는 안 됩니다. 내용이 있어야 합니다. 민족 공동체, 동시대 사람들이 겪은 중요한 사건들,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문제들에 대해서 함께 생각하고 공동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길을 소설이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소설이 재미있는 연애담이라고 생각 한다면 큰일 납니다.
대한민국 소설 중 가장 재미있는 연애소설은 <춘향전>입니다. 일곱 번쯤 영화를 만들었는데 사람들은 보고 또 봅니다. 춘향전은 단순한 사랑이야기가 아닙니다. 양반과 상놈의 계급문제를 이야기 하면서 사회변혁을 꾀했습니다. 춘향이와 이몽룡의 사랑뿐만 아니라 인간존중, 인간평등 사상을 봐야 소설을 제대로 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 문학평론가가 필요합니다. 소설은 우리 공동체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그 임무를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문화사가’란 인간이 만들어 놓은 역사, 철학, 종교, 문화, 풍습, 전통을 총체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그들은 소설을 ‘산소’라고 합니다. 우리는 산소가 없으면 2분을 넘기지 못합니다. 소설이 인간의 삶에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죠. 인간은 서로 다른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갈등과 모순이 있기 마련입니다. 비인간적인 것을 인간적인 것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작가의 사회적 임무라는 것입니다. 세계 위대한 소설 100편을 뽑았는데요. 90%가 산소의 역할을 한 작품이었습니다. 산소 역할을 제대로 한 사람은 인류의 스승으로 존경 받습니다.
저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태어난 필연, 숙명, 운명에 대해 끝없이 생각 합니다. 우리 근 현대사 100년을 보면요. 세계 200여 개가 넘는 나라 가운데 가장 비참하게 살아온 민족이 우리입니다. 그 질곡의 역사를 어떻게 소설로 쓰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태백산>, <아리랑>, <한강>을 써서 여러분의 주머니를 축내게 했습니다. 10년 전 교보문고에서 강의를 했습니다. 한 할아버지께서 <아리랑>을 읽고 작가의 나이가 80세 즈음 된 줄 알았다고 하셨습니다. 어떻게 젊은 나이에 이런 소설을 썼냐고 하셨는데요. 그러면서 앞으로는 소설을 좀 짧게 써달라고 하셨는데 저는 그 후 <한강> 10권을 썼습니다.
소설은 민족 언어의 자산입니다. 같은 언어를 쓰고 있는 동시대의 사람들의 슬픔과 애환을 문학으로 쓰는 것이 작가의 책임입니다.
서울에서는 하늘의 은하수가 안보여요. 조명이 너무 밟아요. 오염이 심합니다. 은하수의 별은 대충 1,000억 개라고 합니다. 우주에 은하수는 하나만 있을까요. 아닙니다. 그런 은하수가 또 1,000억 개가 있습니다. 많은 별 중 왜 하필이면 지구에 태어났을까요. 왜 하필이면 대한민국에 태어났을까요. 왜 하필이면 지금 이 자리에 있을까요. 여러분과 저는 수 만년의 인연에 의해 만난 것입니다. 소설은 소소한 이야기라는 뜻이에요. 백성들이 사는 이야기, 저잣거리에서 사는 이야기를 엮어 내는 것이 소설의 기원입니다. 그래서 소설가들은 잡다한 것을 많이 알아야 합니다.
OECD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 자살률이 1위입니다. 원인이 무엇일까요. 국민소득 2만 달러인 나라가 이래서 될까요. 삶의 만족도가 10위권 안에는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 원인은 두 개 권력에 있습니다. 정치권력과 경제 권력이죠. 그 두 개의 권력에 비해서 소설은 권력이 없습니다. 그것은 작가가 시대를 바라보는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입니다. 우리가 공통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 합니다.
박정희 대통령께서 경제성장을 추진했습니다. 70년대 초, 중반 정부가 축적의 시대를 부르짖었습니다. 민족 자본을 만들어서 세계와 싸워야 한다는 것이죠. 여기에는 국민여러분 참고 기다리시면 언젠가 분배해 드릴 것입니다라고 하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우리 국민들은 세계 강국의 하청업자로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정권이 몇 차례 바뀌었지만 분배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여전히 그 약속을 기억하고 있는데 말이죠. 우리 경제는 배신을 하면서 발전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작가의 눈으로, 작가의 양심으로 경제의 모순을 써왔습니다. <한강>을 통해 남북한 정권들이 분단을 어떻게 생각했는가를 이야기 했습니다. 경제 발전 40년 과정이 어떠했으며, 그 주역은 누구인가를 이야기 했습니다. 그 주역은 국민입니다. 그들의 삶을 기록해 놓은 것이 <한강>입니다. 그러면서 기업의 측면을 생각하게 됐고 <허수아비춤>을 집필하게 됐습니다.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잇습니다. 작가가 하나의 작품을 만들 때는 이처럼 끝없이 축적을 시킵니다.
우리는 왜 삽니까? 우리는 즐겁고 행복하기 위해 삽니다. 우리 인생은 무엇 입니까. 인생이란 연습도 재공연도 할 수 없는 단 1회의 연극입니다. 연극을 연출하는 사람, 시나리오를 쓰는 사람, 주인공은 다 여러분입니다. 여러분 하나하나가 모아져서 민주국가를 이루는 겁니다. 민주주의란 모든 사람들이 공평하게 행복을 추구하며 사는 것이라고 헌법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선거를 통해 확인하죠. 백성의 하늘은 땅입니다. 임금의 하늘은 백성입니다. 백성을 굶주리게 하는 임금은 반드시 몰락합니다. 한반도의 오천년 역사를 보면 수없이 많은 왕들이 있었습니다. 그 중 백성을 굶주리게 한 왕은 몰락했습니다. 우리뿐만 아니라 모든 세계의 왕이 그러했습니다.
최근에 조사한 바에 의하면 국민의 85%가 나는 서민이라고 답했습니다. 서민이라는 말 속에는 ‘나는 가난해’, ‘나는 별 볼일 없는 사람’이런 회한이 들어 있습니다. 반면에 1980년대 ‘나는 중산층이야‘ 하는 사람이 75%였습니다. 지금의 4분의 1밖에 안 되는 국민소득을 가지고 말이죠. 그렇지만 그때 우리는 잘 살 거라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즉 지금의 우리사회는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겁니다.
요즘 제 소설을 입증이라도 하듯이 대기업의 비리가 폭로되고 있습니다. 탈세, 불법상속을 통해 축척된 엄청난 비자금을 보며 국민들은 얼마나 절망했을까요. 이제는 기업도 투명경영을 하고 세금을 제대로 내야 합니다. 정부에서는 그 세금을 통해 복지기반을 만들어야 합니다. 혜택 받지 못하는 7, 80대 어르신들에게 연금을 줘야 합니다. 지하철 무료로 타는 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국민은 사회를 이룩하는데 공헌했습니다. 사회가 톱니바퀴처럼 얽혀있듯 아무리 하찮은 직업도 경제발전의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대한민국이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모두가 도둑질 하고 사기 치지 않고 국민으로서의 역할을 다 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복지국가가 될 수 있는 여건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국민들은 절망했습니다. OECD 자살률 1위의 불명예를 안았습니다. 국가는 국민에게 세금을 거둬서 운영하는 조직체입니다. 그래서 나라가 제일 무서워하는 것이 시민단체의 세금거부 운동입니다. 기업들은 상품불매운동 제일 무서워합니다. 국가는 기업이 잘 되도록 북돋아 주고 그들이 이윤을 창출하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세금을 받는 겁니다. 그런데 왜 기업들은 세금을 다 내면 사업을 못한다고 생각할까요. 다른 나라들이 200년에 걸쳐 만든 민주주의를 우리는 단 50년 만에 이룩했습니다. 경제발전도 마찬가지죠. 압축 성장을 했습니다. 그 사이 거대 기업들은 엄청난 부자가 됐습니다. 제가 <허수아비춤>이라고 제목을 정한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는 기업이 잘 되어야 잘 산다는 맹신 내지는 환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업의 범죄에 대해 너무 관대했습니다. 대기업들이 저지르는 반사회적인 행동을 허수아비 춤이 되게끔 만들어야 합니다.
다른 선진국을 볼까요. 그들이 우리나라처럼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가 되었을 때, 기업이 불법상속이나 탈세를 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4만 달러 시대로 갈 수 있었던 겁니다. 기업들의 행태를 제대로 바꾸지 않으면 우리는 4만 달러로 갈 수 없습니다.
저는 기업에게 피해를 입히기 위해서 책을 쓴 것이 아닙니다. 국민 80% 이상이 대기업들이 불법으로 돈을 벌었다고 생각 합니다. 저는 기업들이 국민으로부터 존경받고 사랑받고 신뢰받는 길을 열어주기 위해 글을 썼습니다. 1차적인 감정으로 저를 미워하겠지만요. 기업인들은 결단력이 빠릅니다. 이 때문에 이성을 회복해서 저를 바라보면 저에게 감사할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가을을 맞아 회사 전 사원들에게 이 책을 사 줄 것을 기대 합니다.
여러분과 제가 지금 함께 있는 이 필연은 누구도 거부할 수 없습니다. 사람 일이 뜻대로 되지는 않습니다. 그것을 우리는 운명, 숙명이라고 말 합니다. 사람은 유한한 인생을 살다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믿고 행복하게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소설은 어떤 사실을 제시만 하지 해결은 못합니다. 하지만 저는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모든 국민이 시민단체 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공무원 권력, 법조계 권력 전부다 국민들이 감시해야 합니다. 이것을 막는 것은 법이 아니라 시민입니다. 시민의 힘이 국가를 만듭니다. 독일, 프랑스의 시민단체가 오만 개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민주화 투쟁 이후 시민단체가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국민이 무관심하기 때문입니다.
시민단체에 후원하는 돈은 크지 않아도 됩니다. 십시일반이라고 했습니다. 남성동포 여러분, 한 달에 다섯 번 마시는 술, 두 번 줄이고 시민단체에 보내면 됩니다. 여성 동포 여러분, 하루에 다섯 번씩 바르는 립스틱 두 번씩만 바르시면 됩니다. 립스틱은 화학약품입니다. 몸에 좋지 않아요. 그 돈 아껴서 시민단체에 기부하세요. 시민단체 활동비가 한 달에 40-50만원입니다. 그들은 이 돈으로 좋은 사회를 위해 헌신합니다. 직접 시민단체 활동 할 수 없다면 그들이 잘 하도록 토대를 만들어 주면 됩니다. 자녀교육 따로 필요 없습니다. 아이 손잡고 시민단체 시위에 나가서 함께 소리 질러 보세요. 이것이 산 공부입니다.
멀리 보세요. 책도 읽으시고 읽으신 만큼 생각 하세요. 그러면 우리 사회는 빛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대통령은 이제는 삶의 질을 높여야 할 때라고 했습니다. 저는 <허수아비춤>을 통해 여러분에게 삶의 질을 높이는 길을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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