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로된 아들 석방 위해 5년 헌신
탈레반 마음 얻으려 외모도 바꿔
풀려난 아들 구금 탓 모국어 잊어
그 전쟁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끝났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아프가니스탄 반군 탈레반에 포로로 잡혀 있던 보 버그달(28·사진) 병장의 무사 귀환을 알렸다. 오바마는 이날 백악관에서 “전장에 어떤 병사도 남겨두고 나오지 않겠다는 미국의 변치 않는 의무를 재확인한 것”이라 고 말했다. 보는 탈레반에 붙잡힌 유일한 미군 포로다.
쿠바 관타나모 기지에 수감 중이던 탈레반 지도자 5명과의 교환 조건으로 구해낸 것이다. “테러리스트들이 미국민과 미군을 적극적으로 납치할 빌미를 제공한다”는 논란을 무릅쓰고 내려진 결정이었다.
보의 석방 뒤에는 아버지의 숨은 헌신이 있었다. 그의 대응은 초기부터 남달랐다. 군 수색작전이나 협상이 틀어질 것을 우려해 소수의 가족에게만 이 사실을 알렸다. 2009년 7월 탈레반이 버그달 병장의 첫 생존 동영상을 공개하자 아버지는 아프간어인 파슈툰어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각종 군사 게시판과 인터넷을 샅샅이 뒤졌다. 아프간과 파키스탄 국경지대의 역사와 문화, 아들의 석방에 변수가 될 만한 국제 정세를 파고들었다.
감정적 대응은 자제했다. 미국 정부에 적극 협조하는 동시에 탈레반에겐 적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버그달은 유튜브에 전쟁 중 사망한 탈레반에 대한 위로의 말을 올리기도 했다. 파슈툰어를 섞어 말하며 이슬람 문화에 대한 존중감을 표했다. “아이다호와 아프가니스탄은 공통점이 많다”고도 했다. 수염을 길러 연대감을 보여줬다. 그는 탈레반과 직접 접촉하기도 했다. 아이다호의 산골, 인구 6000여 명의 소도시에서 쉽지 않은 일이었다.
버그달은 2012년 5월 보의 26번째 생일을 앞두고 인터뷰를 자청했다. “미국 정부는 아들과 탈레반 죄수의 맞교환을 하루빨리 실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탈레반 내부에서 보와 탈레반 죄수 맞교환에 대한 반발이 일어난 것을 알게 돼 조급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미국 역시 대선을 앞두고 있어 정치적 압력에 따라 맞교환이 무산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의 인터뷰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보 이야기는 순식간에 전국적 이슈로 떠올랐다.
31일 아들이 석방돼 특수부대가 보호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서야 버그달은 비로소 마음껏 감정을 드러냈다. “ 우리의 외아들과 포옹할 순간만을 고대하고 있다.” 독일로 이동해 치료 받는 보의 건강 상태는 양호하지만 오랜 구금으로 영어를 거의 잊었다. 그는 미군이 아프간 국경지대에서 헬기에 태우자 종이에 ‘SF(Special Force·특수부대)?’라는 글자를 썼다.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오자 울음을 터뜨렸다고 군관계자는 전했다.
전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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