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1 : 영화 ‘노아’를 봤습니다. 대홍수에서 살아남은 노아의 방주 이야기입니다. 구약성경의 스토리를 상업적으로 각색한 영화더군요. 성경 이야기의 역사적 재현을 기대한 기독교인 관객이라면 실망감이 컸을 겁니다. 영화는 선과 악의 경직된 이분법적 시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래도 군데군데 가슴에 꽂히는 대사가 있었습니다. 가령 “세상은 뜨는 것과 가라앉는 것으로 나뉜다”는 대목입니다. 영화의 시각적 클라이맥스는 대홍수 장면입니다. 폭우가 퍼붓고, 홍수가 나고, 세상이 몽땅 물속에 잠깁니다. 영화관을 나서면서 생각했습니다. 정말 물에 뜨는 건 무엇이고, 물에 가라앉는 건 무엇일까.
#풍경2 : 예수는 물 위를 걸었습니다. 그걸 본 베드로는 배에서 내려왔습니다. 예수를 따라서 물 위를 걷기 시작합니다. 멀리서 풍랑이 일자 두려움이 생깁니다. 베드로는 그만 물에 빠지고 맙니다. ‘젖지 않는 베드로’가 ‘젖는 베드로’가 되고 말았습니다. 대체 뭘까요. 젖는 것과 젖지 않는 것의 차이 말입니다. 사람들은 “하느님(하나님)을 믿는 것과 믿지 않는 것의 차이”라고 말합니다. 노아도 신을 섬겼다는 이유로 방주를 탈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부터 묵상의 영역입니다. 베드로는 왜 물 위를 걸을 수 있었을까. 적어도 60~80kg은 나갔을 성인 남자의 몸무게는 어디로 갔을까. 그리고 폭풍이 몰려오고 두려움이 생기는 순간, 그의 몸무게는 왜 다시 돌아왔을까. 그리고 물에 푹 잠겼을까.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삶이 힘겨울 때 우리는 일상 속에서 허우적댑니다. 일종의 홍수입니다. 어쩌면 우리에겐 그게 더 위협적인 홍수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베드로 일화를 유심히 짚어봅니다. 그 속에는 ‘홍수 속에서도 젖지 않는 열쇠’가 녹아 있으니까요.
물 위를 걷는 베드로는 가볍습니다. 왜 그럴까요. 자신의 모든 걸 예수에게 맡겼기 때문입니다. 그때 베드로라는 에고의 무게는 얼마일까요? 0㎏입니다. 그래서 물 위를 걷는 겁니다. 그런데 바람이 거세집니다. 베드로는 덜컥 겁이 납니다. ‘이러다 내가 진짜 죽는 건 아닐까?’ 두려움이 생겨납니다. 놓았던 에고를 다시 움켜쥡니다. 그 순간, 베드로의 몸이 물속에 쑥 빠집니다. 무엇 때문일까요. 맞습니다. 에고의 무게입니다. 베드로는 그 무게로 인해 뜨기도 하고, 가라앉기도 합니다.
불교에도 그런 순간이 있습니다. 무아(無我). 붓다는 그걸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이라고 불렀습니다. 사람들은 따집니다. 에고의 무게를 어떻게 0kg으로 줄이느냐고. 그게 어디 사람이냐고. 그렇다면 자신의 다이어트 경험을 돌아보세요. 몸무게가 1~2kg만 줄어도 가뿐합니다. 날아갈 것 같습니다. 에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걸 위한 구체적인 방법이 뭘까요. 사람들은 이 대목에서 주로 오판합니다. 엉뚱한 해법을 시도합니다. 보기 싫은 그물을 피하거나 짜증나는 진흙을 파내서 없애려고 합니다. 이런 방식은 승부가 나질 않습니다. 끝이 없습니다. 자신의 삶에서 그물과 진흙은 끝없이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문제가 정말 그물이나 진흙일까요. 그걸 만드는 공장이 아닐까요. 그 공장이 “좋다, 나쁘다” 따지고 있는 나의 잣대와 고집입니다. 그걸 무너뜨리면 어떻게 될까요. 그럼 ‘싫은 그물’이 아니라 ‘그냥 그물’이 됩니다. ‘싫은 사람’이 아니라 ‘그냥 사람’이 됩니다. 그런 뒤에는 더 이상 걸리지 않습니다. 고집이 무너진 만큼 우리는 그물을 뚫고 지나가는 바람이 됩니다. 노아는 자신의 고집을 꺾고 신의 메시지를 따랐습니다. ‘내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 뜻대로 하소서.’ 그때 이미 방주를 탄 겁니다. 에고가 무너질 때 우리는 늘 방주를 타니까요. 물에 젖지 않는 연꽃을 말입니다.
백성호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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