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이신중'씨와 '김모험'씨라고 해두자.
이신중씨는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완벽하게 자료를 준비하고, 업무 처리는 꼼꼼해서 실수를 찾아볼 수 없다. 일을 할 때 그의 우선순위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것'이다.
김모험씨는 사뭇 다르다. 그의 프레젠테이션 자료에는 종종 구체적 수치나 데이터가 부족하다. 하지만 회의 때마다 가장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 바로 그다. 그는 새로운 도전이나 기회를 보면 일단 뛰어들고 본다.
컬럼비아대 심리학 교수이자 동기과학센터 소장인 토리 히긴스(사진) 교수는 이신중씨와 김모험씨를 각각 '안정 지향적(prevention focus)' '성취 지향적(promotion focus)' 인간으로 분류했다. 그는 최근에 낸 책 '어떻게 의욕을 끌어낼 것인가(Focus: Use Different Ways of Seeing the World for Success and Influence)'에서 자신과 상대가 두 부류 중 어떤 형이냐에 따라 인생과 업무의 모든 전략을 어떻게 달리 짜야 하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위클리비즈는 최근 뉴욕 컬럼비아대 연구실에서 히긴스 교수를 만났다.
①안정 지향적인 사람과 성취 지향적인 사람에게 광고를 한다면 어떻게 달리해야 하나?
"러닝머신을 판다고 하자. 성취 지향적인 사람에겐 이렇게 해야 한다. '운동 효과가 높은 유산소운동 기구! 왜 이 기구로 운동을 해야 하느냐고요? 심혈관계 운동을 통해 신체 건강을 높이고, 멋진 몸매를 가꿀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광고 문구는 안정 지향적인 사람을 설득하기엔 부족하다. 그런 사람에겐 이렇게 말해야 한다. '최적 기능을 갖춘 궁극의 유산소운동 기구! 왜 이 기구로 운동을 해야 하느냐고요? 충격을 완화한 스테퍼로 걸을 때 발바닥에 닿는 충격이 줄어들고, 특허를 받은 다중 경사면 설정이 걸음걸이를 정밀하게 보정해 줍니다."
②사람은 누구나 성취 지향과 안정 지향 속성을 함께 갖고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안정 지향적인 사람인데 성취 지향이 더 필요한 상황에 부닥칠 땐 어떻게 해야 하나?
"책의 핵심이 되는 질문이다. 당신이 말한 것처럼 우리는 각자의 역할을 하거나 사회적 지위를 누릴 때 또는 사회생활을 할 때 각각 다른 동기가 필요하다. 성취 지향적 목적을 설정하고 그 방향으로 가려면 위험을 줄이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인 안정 지향적인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예를 들어 '나의 의무는 무엇인가?' '이걸 못 해낼 경우엔 어떤 위험이 따르는가?' 같은 생각은 잠시 우선순위에서 뒤로 미뤄야 한다."
③상황에 따라 성취 지향성이 중요할 때와 안정 지향성이 필요할 때가 있다고 했는데, 어떻게 구별할 수 있나?
"당신이 지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이기는 것인지 아니면 지지 않는 것, 즉 실패하지 않는 것인지를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만약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면 성취 지향성이 더 강하게 요구되고, 지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할 경우엔 안정 지향성이 필요하다. 스포츠를 예로 든다면 농구처럼 높은 득점을 해야 하는 스포츠는 무조건 공을 골대에 던져 보는 성취 지향성이 중요하다. 반면 피겨 스케이팅이나 체조는 실수를 하지 않는 것, 안정 지향성이 더 중요하다. 만약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이 더 정확함을 요구하고, 더 분석적으로 되고, 안전성을 생각해야 하는 일이라면 안정 지향 동기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항공사 같으면 특히 비행기를 안전하게 만들어야 하니까 안정 지향 동기가 강하게 작동한다. 굳이 이렇게 구분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매우 자연스럽게 자신이 진정으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자신이 목표로 삼는 것에 따라서 다른 동기를 부여하고, 다른 행동 양식을 선택한다. 즉 '내가 어떻게 하면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가 가장 큰 목표가 될 경우엔 성취 지향적 동기가, '나는 절대로 지금 실패해선 안 돼'라는 것이 우선순위일 경우엔 안정 지향적인 동기가 우리를 지배한다."
④인간관계와 협상 측면에선 어떤 사람이 유리한가
"성취 지향이 강한 사람들은 항상 사물의 좋은 점을 바라본다. 그것이 인간관계 형성에 좋은 쪽으로 작용하곤 한다. 안정 지향성이 강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이들은 이미 맺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는 큰 비중을 둔다. 그렇기 때문에 안정 지향성이 강한 사람들은 관계에 대한 헌신이 강하다. 협상을 할 경우에 안정 지향적인 사람들은 관계를 깨뜨리지 않기 위해서 항상 상대방과 내가 윈윈(win-win)할 방법을 찾으려 할 것이다. 반면 성취 지향성이 강한 사람은 윈윈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자신이 가장 커다란 파이를 차지하는 것이다. 단기적인 관계에서 보자면 성취 지향성이 더 큰 결과물을 얻는 데 성공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점이 크다고 볼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계 유지가 필요한 협상에서는 반드시 그렇다고 볼 수 없다."
⑤만약 한 팀에 두 부류 사람이 섞여 있는 경우 갈등을 줄이고 팀워크를 발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만약 성취 지향이 강한 사람이 '우리가 우선해야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혁신적이고, 참신한 것, 전에 없던 것을 만드는 거야. 그 밖의 것은 중요하지 않아'라고 주장하고, 반면 안정 지향이 강한 사람이 '그렇지 않아. 우리가 우선 해야 하는 것은 사람들이 믿고 쓸 수 있는 제품, 품질이 탁월하고 안전한 제품을 만드는 거'라고 주장하면서 서로가 한 치도 양보하지 않을 경우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서로 의견을 절충하고 한 목표를 향해 나간다면 서로가 훌륭한 보완책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대단히 우수하고 안전하면서도 창의력이 큰 제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각자가 잘하는 부분을 인정하면서 역할을 분담할 수 있다. 안정 지향이 강한 사람은 실수를 줄이고 질이 뛰어난 제품을 만드는 데 치중하고, 성취 지향이 강한 사람은 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부분에 집중하면서 말이다. 단, 공통 비전이 확실히 설정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업무 환경에서 그런 확실한 비전이 서 있을 경우엔 사람들은 그 비전을 위해서 때로는 안정 지향적인 전략을 쓰고, 때로는 성취 지향적인 전략을 번갈아 가며 사용할 수 있다."
⑥성취 지향과 안정 지향은 외향성·내향성과 비슷한 것 아닌가
"맞다. 서로 연관성이 있다. 하지만 다른 점도 있다. 예를 들어 성취 동기를 이루기 위해선 굳이 외향성을 따르지 않더라도 다른 여러 가지 방법을 취할 수가 있다. 내가 성취 동기가 강한 사람이고, 현재 가지고 있는 것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무언가를 성취하고자 한다고 치자.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사람들과 어울리고, 인맥을 넓힐 필요는 없다. 현재 위치보다 더 나은 자리로 가기 위해 특정 시험을 준비한다거나, 무언가를 배운다거나 할 수도 있다. 외향성은 그저 성취 동기를 현실화하는 데 필요한 방법의 하나일 뿐이다. 한마디로 외향성과 내향성은 우리를 지배하는 동기를 뒷받침해 주기 위한 하나의 전략이고 전술이다."
⑦"한국과 일본은 세계적으로 안정 지향 동기가 강한 나라로 손꼽힌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들이 어떻게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나
"일본이 한 것은 그 전까지 세상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것을 독창적으로 만들어냈다기보다는 이미 있던 것을 '더 잘' 만들어낸 것이었다. 이것은 엄밀히 말하자면 대단히 혁신적이라거나 위험을 수반하는 것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일본은 더 신뢰할 만한 것, 더 예측 가능한 것을 만들어 냈다. 이것은 성취 동기가 아닌 안정 지향 동기가 있어서 가능한 것이었다. 발전이라는 것이 항상 성취 지향적 동기와 함께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 사례가 바로 인텔이다. 인텔의 창업자인 앤드루 그로브의 책이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였는데 제목처럼 책 전체가 안정 지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것을 반드시 나쁘다고 할 순 없다. 그로브는 인텔의 운영자였고, 당시 인텔은 전체 컴퓨터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었다. 그는 굳이 그 상황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위험을 무릅써야 할 필요가 없었다. 한국은 안정 지향적 동기에 추진력(locomotion)이 결합된 사례다. 추진력이라는 것은 당신이 현재 있는 위치에 안주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 습성이다. 안정 지향적 동기가 강한 사람이 강한 추진력을 가질 수도 있다. 그로브가 그런 사람 가운데 하나다."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5/16/201405160153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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