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직전 미국 강타한 태풍 샌디, 기후변화 무시한 공화당에 악재
미 국민, 정부 개입 쪽 손들어줘… 탄소 규제, 미국 주도로 재편되고
미·중 탄소협력 강화될 가능성… 우리 다음 정부도 적극 대처해야
미국 대선 직전 뉴욕과 뉴저지 주를 강타한 태풍 샌디는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공화당에 악재로 부각되며 오바마 대통령의 승리에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샌디의 피해지역 정치인 중에서 정치적 중립파인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물론 공화당 소속인 크리스티 뉴저지주지사마저 기후변화 대응을 주장하는 오바마를 전격적으로 지지하며 살얼음판 경합을 벌이던 롬니 후보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지난 9월 예일대는 지구온난화를 확신하는 미국인의 비율이 2년 전에 비해 13%나 증가한 70%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롬니는 이를 무시하였다. 샌디는 기후변화가 사실이라는 것을 미국인에게 각인시켜 주었다. 미국인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 롬니의 시장경제 체제가 아닌 오바마의 정부 개입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집권 1기 때부터 '탄소 카드'를 끌고 가려던 오바마는 자신에 대한 지지가 감소하고 탄소정책이 친(親)사회주의 정책으로 몰리자 이를 포기해야 했다. 그러나 오바마는 자서전에서 공화·민주 양당의 기후변화 정책 차이가 자신을 민주당으로 가게 만들었다고 말할 정도로 지구온난화에 관심과 의무감을 갖고 있다. 이제 한숨 돌린 오바마 2기에는 공화당 내에도 기후변화 지지자가 많은 데다 미국인들의 기후변화 인식 제고로 한층 강력한 정책을 밀어붙일 걸로 보인다. 지난 7일 선거 승리 연설에서 오바마가 "우리의 자녀들이 국가 재정부채, 사회적 불균형, 지구온난화로 인한 재해로부터 부담을 지거나 위협받지 않는 미국으로 재건하겠다"고 강조한 것이 그 징후이다.
미국은 교토체제의 골격인 유엔 규제와 감독을 피해 국가 단위의 탄소감축 제도를 제안했고, 지역탄소협정으로 알려진 미국·캐나다·멕시코 간 탄소거래제도 협상을 진행해왔다. 이제 탄소 규제도 미국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지역화될 확률이 높아졌다.
오바마의 또 다른 카드는 미·중 탄소협력 체제 강화이다. 세계 탄소배출 1·2위인 중국과 미국은 전 세계 탄소의 50% 이상을 방출하면서도 유엔 쿄토체제하에서 탄소감축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지난 15년간 두 나라는 서로를 핑계 대며 탄소감축을 거부해 왔다. 탄소규제의 심각성을 몰라서가 아니라 충분한 준비 후에 좀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밀고 당기기를 해온 것이다. 지금의 중국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미국과 유럽의 탄소감축 요구를 들어주면 경제발전에 심각한 지장이 오고 이를 무시하면 관세 보복을 당하는 진퇴양난이다. 눈치 빠른 중국은 경제 전반적인 탄소 협정이 아닌 일부 산업별 쌍무협정을 미국과 맺을 가능성이 있다. 미·중이 철강 등 경쟁력 있는 몇 개 부문에서만 탄소감축에 합의하면 중국 핑계를 대며 미국의 탄소감축에 반대하는 공화당은 물론 러시아·인도 등 탄소감축 의무를 피하려는 국가들도 명분을 잃어버린다.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은 2008년 150조원 규모에서 2020년 3600조원으로 늘어나 어떤 자원보다도 큰 시장 규모로 성장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중국·유럽연합이 주도하게 될 탄소관세 등으로 세계경제는 재편성될 것이고 탄소정책이 각국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저탄소녹색성장으로 세계적인 이목을 끌고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의 국제기구화와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의 유치에 성공한 MB 정권이 다가올 탄소전쟁의 준비를 위한 초석을 깔아놓았다면 다음 정부의 역할은 과연 무엇일까? 그런데도 유력 대선 후보들은 한결같이 기후변화 정책에는 입을 다물고 있다.
김성일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1/18/201211180121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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