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있는삶/사설 노트'에 해당되는 글 715건

  1. 2013.04.04 [삶의 향기] 한국 정치엔 유머가 없다
  2. 2013.04.04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192] '인터넷의 역설'과 책
  3. 2013.04.04 [김철중의 생로병사] '스마트'한 문명 속에서 '퇴화'하는 현대인들
  4. 2013.04.04 [사설] '동반 성장' 대기업 규제 果實 중소기업이 차지하려면
  5. 2013.04.04 [한겨레 프리즘] 함께 행복해지자
  6. 2013.04.04 [문화산책/12월 15일] 대선 후보의 숨어 있는 본질을 보자
  7. 2013.04.04 [메아리/12월 15일] 누가 '문화대통령'인가?
  8. 2013.04.03 [삶의 향기] 개천에서 용 나기
  9. 2013.04.03 [기고] 한글, 성장의 발판에서 경제의 품격으로
  10. 2013.04.03 [동아광장/박명진]사교육에 의존하는 예술교육의 악순환
  11. 2013.04.03 [아침논단] 투키디데스의 경고
  12. 2013.04.03 [노트북을 열며] 패배자가 역사에 남는 길
  13. 2013.04.03 [왜냐면] 시장이 인권 변호사로 바뀌어도 욕먹고 눈치보는 우린 비정규직
  14. 2013.04.03 [아침을 열며/12월 11일] 안철수의 상식과 비상식
  15. 2013.04.03 [논설위원이 만난 사람/허승호]‘개혁 전도사’ 이석채 KT 회장
  16. 2013.04.03 한류에 목마른 아랍, 그리고 공공외교
  17. 2013.04.03 한국 검찰의 티핑 포인트
  18. 2013.04.03 [강천석 칼럼] 정치가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면
  19. 2013.01.04 [김수길 칼럼] 이명박, 어떤 대통령으로 남을까
  20. 2013.01.04 [윤희영의 News English] 나비 효과 : Butterfly effect
2013. 4. 4. 14:00

지지율 1% 내외의 여성 후보가 잘못 만들어진 공직선거법 때문에 대선 후보 TV토론에 끼어들어 지지율 50%에 육박하는 여성 후보에게 “나는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습니다. 반드시 떨어뜨리고 말겠습니다”라며 오만불손하게 대드는 장면을 보고 정말 놀랐다. 한국 정치판이 어쩌다 이 정도로 살벌해졌는지 모르겠다.

지난달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 대통령이 투표일을 10여 일 앞두고 NBC TV 심야 토크 쇼에 출연했을 때 진행자인 커미디언 제일 레노는 그에게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 부동산 재벌 다널드 트럼프가 오바마의 대학입학지원서와 성적표, 그리고 여권발급신청서를 공개하면 오바마가 지정하는 자선단체에 500만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제안했는데 어떻게 할 거냐는 것이었다. 오바마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며 “트럼프와 나는 아프리카 케냐에서 태어났습니다. 우린 어릴 때부터 자주 다투곤 했답니다”라는 조크로 트럼프의 제안을 일소에 부쳤다. 트럼프는 오바마가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헌법 규정에 따라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미국 정치에는 유머가 있다. 1984년 레이건 대통령이 재선에 출마했을 때 나이가 73세였다. 56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의 상대 후보 먼데일 전 부통령은 TV토론에서 레이건의 고령을 문제 삼았다. 그러자 레이건은 “나는 후보의 나이를 문제 삼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먼데일 후보의 ‘젊음’과 ‘무경험’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습니다”라는 조크로 역공했다. 정책 대신 대통령의 나이를 걸고 넘어진 먼데일은 자기 출신 주를 제외한 나머지 49개 주에서 완패하는 치욕을 당했다.

가장 위대한 미국 대통령으로 존경받는 링컨은 가장 유머가 있는 대통령이기도 했다. 링컨은 정적을 공격할 때도 조크를 했다. 젊은 변호사 링컨이 하원의원으로 출마했을 때였다. 정견발표회에서 상대 후보는 링컨이 신앙심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고 비난하고 청중을 향해 “여러분, 천당에 가고 싶은 분들은 손을 들어보세요”라고 소리쳤다. 물론 모두들 높이 손을 들었으나 링컨만은 손을 들지 않았다. 그러자 그 후보는 “미스터 링컨, 당신은 손을 들지 않았는데, 그럼 지옥으로 가고 싶다는 말이오?”라고 다그쳤다. 그러자 링컨은 빙긋이 웃으며 “천만에요. 나는 지금 천당도, 지옥도 가고 싶지 않소. 나는 국회로 가고 싶소!”라고 응수해서 청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자기 연설 차례가 되었을 때 링컨은 “나의 상대 후보는 피뢰침까지 달린 호화저택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벼락을 무서워할 정도로 죄를 많이 짓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조크를 해서 또 청중을 웃겼다. 물론 링컨은 당선되었다.

유머 감각이 없는 정치인은 매력이 없다. 그래서 미국 정계에서 출세를 하려면 조크를 잘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1996년 1월 23일 클린턴 대통령이 국회에서 새해 국정연설을 할 때였다. 클린턴은 연설을 하기 위해 상원-하원 합동회의 의장단석 밑에 마련된 연단에 오르자마자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뒤에 앉아 있는 깅그리치 하원의장에게 건네주었다. 그것을 받아본 깅그리치는 웃음을 터뜨리며 뭔지 한마디 했고, 클린턴 대통령도 미소를 지으며 돌아서서 국정연설을 시작했다.

클린턴이 준 종이에는 ‘State of the Union. Thank you and good night(국정연설문.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라고 적혀 있었다 한다. 바로 전날 깅그리치 하원의장(공화당 소속으로 클린턴의 최대 정적이었다)은 한 기자로부터 “클린턴 대통령의 국정연설에서 무슨 말을 듣고 싶으냐?”는 질문을 받고 “연설은 그만두고 인사만 하고 갔으면 좋겠다”고 농담을 했었다. 이것을 클린턴이 전해 듣고 깅그리치의 말을 그대로 쓴 가짜 연설문 원고를 그에게 주었고 깅그리치는 웃으며 “이것을 액자에 넣어 걸어놓겠습니다”라고 대꾸했던 것이다. 얼마나 멋있는가!

한국에서는 언제나 이런 유머 있는 정치를 볼 수 있을까? 한국 정치가 살벌하고 잘 풀리지 않는 건 유머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영어속담에 ‘Laughter is the best medicine(웃음이 최고의 약이다).’이라는 게 있다. 웃으면 몸도 마음도 건강해진다. 한국도 이제는 좀 웃으면서 정치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조 화 유 재미 칼럼니스트·소설가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0199608&cloc=olink|article|default

Posted by 겟업
2013. 4. 4. 13:59

올 초에 번역된 '오! 이것이 아이디어다'라는 책에는 우리 인간이 고안해낸 가장 위대한 아이디어 50가지가 소개되어 있다. 수천 명의 영국인들이 설문에 참여하여 작성된 이 목록에는 음악(4위), 불(5위), 민주주의(14위), 전기(22위), 자본주의(42위) 등 쟁쟁한 아이디어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그런데 피임은 당당히 3위에 올랐건만 결혼은 겨우 50위로 아슬아슬하게 턱걸이했다.

가장 큰 격세지감은 지상 최고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문자를 제치고 인터넷이 1위에 등극한 것이다. 문자가 없다면 인터넷은 소용이 없을 텐데.

십여 년 전 일본에 갔을 때 도쿄 지하철 안에서 사람들이 제가끔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보며 무척 부러웠던 기억이 난다. 우리도 지하철이 점차 편리해지며 한때 제법 많은 사람이 책을 펼치기 시작했었다. 잠시 그러는가 싶더니 웬걸, 지하철 독서가 미처 뿌리를 내리기 전에 그만 스마트폰이 등장해버렸다. 요즘 지하철 안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열 명 중 족히 예닐곱은 모두 스마트폰에 얼굴을 박고 있다. 스마트폰은 황소개구리이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우리나라 출판문화 생태계를 초토화시켰다.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책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하는 미래학자들이 있었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인터넷은 이른바 '지식 부자'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이롭지만 정보의 진위나 가치를 판단할 능력이 없는 '지식 빈자'에게는 오히려 해가 되기 쉽다. 움베르토 에코는 이를 두고 '인터넷의 역설'이라 일컫는다. 세상은 점점 더 스마트해져 가는데 정작 사람들은 점점 덜 스마트해지는 것 같다. 스마트폰을 깜빡 집에 두고 나오면 자기 집 전화번호도 기억하지 못하고, 어느덧 내비게이션 없이는 여행을 떠날 엄두도 못 낸다. 필요한 정보를 찾는답시고 인터넷 바다에서 파도타기(internet surfing)를 하느라 허우적거리는 사람을 보면 지식을 얻기 위해 책을 읽겠다면서 실제로는 직접 책을 쓰느라 생고생을 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책이란 나름 검증된 전문가가 우리 대신 많은 시간을 들여 정보를 검색한 다음 유용한 지식들만 한데 묶어 놓은 것이다.

내일 우리 모두 투표 마치고 책방에 들러 책 한 권씩 삽시다. 책 읽는 사람이 성공하고 책 읽는 나라가 번영합니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2/17/2012121702632.html


Posted by 겟업
2013. 4. 4. 13:58

뇌는 근육과 같은 속성 있어 머리 안 쓰면 금세 굳고 가늘어져
신체 활동 부족한 요즘 사람들 일부러 헬스클럽 가서 운동하듯
노년까지 싱싱한 머리 쓰려면 '브레인 피트니스' 꾸준히 해야

나이 쉰줄이 넘어가면 다들 "이제 내 머리가 굳었나 봐"라고 한탄하듯 말한다. 예전 같으면 뭔가를 떠올릴 때 0.5초도 안 걸려 나오던 것이 요즘은 머릿속에서만 맴돌 때가 잦다고 푸념한다. 애써 외웠던 것도 돌아서면 까먹고, 머리를 흔들면 떨어져 나가는 기분이라고 씁쓸해한다. 기실 나이가 들면 새로운 것을 외우는 암기력이나 알았던 것을 떠올리는 회상 능력은 감소하기 마련이다. 뇌는 시냅스라는 신경 줄기가 얽히고설킨 전자 네트워크를 통해 기억을 저장하고 불러낸다. 전자 제품의 연식이 오래되면 구동 능력이 떨어지듯, 전자회로 덩어리인 우리의 뇌도 그렇게 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노화 현상은 되돌리기 어렵다고 믿었다. 어렸을 때라면 몰라도 성인의 뇌 기능이 쉽게 바뀌겠는가. 뇌 조직은 나이를 먹을수록 위축되어 줄어들 뿐 다시 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고무지우개가 닳아 없어지듯 말이다. 하지만 최신 연구에 따르면 뇌는 자신이 하기에 따라서 조형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됐다.

2004년 과학 잡지 네이처에 소개된 연구 결과는 이를 증명한다. 신경과학 연구진은 신체 건강한 20대 자원봉사자에게 양손으로 3개의 공을 순차적으로 잡아 돌리는 저글링(juggling) 훈련을 3개월 동안 시켰다. 그러고 나서 저글링 훈련 전에 찍은 뇌 MRI와 석 달 훈련 후에 찍은 MRI 사진을 비교했다.

그러자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신경 줄기가 모여 있는 뇌 피질이 두꺼워진 것이다. 저글링 훈련을 통해 양손과 뇌의 조화 기능만 향상된 것이 아니라 뇌 구조가 바뀐 것이다. 뇌도 훈련하기에 따라서는 성형이 된다는 의미다.

이런 변화가 그래도 뇌가 싱싱한 젊은 사람이니까 가능했겠지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독일 함부르크 신경과학 연구진은 60세 이상의 나이 든 사람에게 저글링 훈련을 시키고 앞서 연구처럼 뇌 조직의 변화를 관찰했다. 물론 그들은 20대처럼 저글링을 능숙하게 잘 해내지 못했지만, 결과는 젊은 사람과 같았다. 기억을 관할하는 뇌 조직인 해마(海馬)의 두께가 커졌다.

흥미로운 것은 그다음이다. 저글링을 통해 뇌 조직이 두꺼워졌던 사람들에게 이번에는 저글링 훈련을 3개월 동안 하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다시 뇌 MRI를 찍었더니 커졌던 그 부위가 원상태로 돌아왔다. 뇌 훈련을 하면 뇌 조직이 커지고, 안 하면 다시 줄어든다는 얘기다. 헬스클럽에서 역기를 드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수개월 하면 팔 근육이 커지고, 몇 달 쉬면 팔 근육은 다시 줄어든다. 뇌도 그런 골격근과 같은 속성을 가진 것이다(그래서 머리를 쓰면 진땀이 났나 보다). 이런 현상을 두고 뇌 기능 연구의 권위자인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나덕렬 교수는 "뇌에 알통이 있다"고 표현한다.


요즘 자동차로 낯선 길을 갈 때 흔히 내비게이션을 이용한다. 그것이 안내하는 대로 기계적으로 운전하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와 있다. 길 찾기의 번거로움을 내비게이션이 덜어줬다. 하지만 나 교수가 머리 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소개하는 연구를 보면 내비게이션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영국에서의 실험이다. 런던에서 택시 운전사가 되려면 길 찾기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수천개의 장소와 길목을 헤매지 않고 다닐 수 있어야 자격을 준다. 통상 2년의 훈련이 필요하다. 런던대 신경과학 연구팀이 택시 운전사들을 데려와 뇌 MRI를 찍어 봤더니 기억을 관할하는 해마가 일반인보다 훨씬 커져 있었다. 그만큼 뇌 세포의 수가 늘었다. 경력이 오래된 운전기사일수록 그런 경향이 뚜렷했다. 머리를 쓰면 쓸수록 뇌기능도 좋아지고, 뇌도 커진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암기와 연산 훈련, 새로운 학습과 배움을 끊임없이 실천한 사람일수록 치매에 적게 걸린다. 그들에게는 설사 치매가 오더라도 더디게 오고, 치매를 앓더라도 약하게 앓게 된다.

우리는 일상처럼 멍하니 TV를 지켜보고, 궁금한 게 생기면 즉시 인터넷을 돌리고, 스마트폰을 누른다. 생각이 사라졌다. 베개 벨 때와 모자 쓸 때 말고는 내 머리를 대신 해줄 것들이 많아졌다. 접하는 정보의 양은 늘었지만 사고를 구체화하고,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능력은 나이가 들수록 줄어들고 있다. 현대인은 뇌를 잊어버린 채 살아가는 셈이다.

미국에서는 요즘 헬스클럽처럼 기억 훈련을 시키고 연산 기능을 향상시키는 이른바 '브레인 피트니스 센터'가 속속 생기고 있다. 뇌를 자극하라는 뜻의 '바이브란트(vibrant) 브레인' 교육 센터들도 나온다.

인류가 농경 사회와 산업화 사회를 거쳐 정보화 사회로 넘어오면서 우리의 신체 활동은 급속히 줄었다. 이에 일부러 몸을 움직이는 헬스클럽이 등장했다. 스마트한 문명 속에 머리 쓸 일이 줄어들면서 이제 억지로라도 브레인 헬스클럽에 다녀야 할 판이다.


의학전문기자·의사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2/17/2012121702613.html

Posted by 겟업
2013. 4. 4. 13:56

정부가 지난 3월 공공기관 구내식당 급식 사업에 자산 5조원 넘는 대기업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했다. 대기업 계열 급식업체에 밀려 중소 급식업체들이 벼랑에 섰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 밖의 사태가 벌어졌다. 세계 3위 급식업체인 프랑스 아라마크가 한국 법인을 내세워 서울시 다산콜센터, 신용보증기금 등 공공기관 4곳의 운영권을 잇달아 따낸 것이다.

조달청이 작년 10월 문구 등 소모성 행정용품의 구매대행(MRO) 사업을 입찰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국내 대기업 참여를 배제하자 세계적 사무용품업체인 미국계 오피스디포가 시장의 80%를 가져갔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작년 9월 재생타이어 사업을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하고 나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위원회가 한국타이어·금호타이어에 대해 사업 축소를 권고한 이후 세계 1·2위 타이어업체 브리지스톤과 미쉐린이 국내 시장을 빠른 속도로 삼키고 있다.

과거에도 조명기구 산업을 중소기업 고유업종으로 지정해 대기업 참여를 막았더니 GE·오스람·필립스 등 외국 기업이 시장의 60~70%를 휩쓸어갔다. 우리 중소기업 경쟁력으로 세계 톱 기업과 겨룬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대로 가면 중소기업 적합 업종을 비롯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 역시 외국 기업 배만 불려줄 공산이 크다.

중소기업이 동반 성장을 위한 대기업 규제의 과실(果實)을 자기 몫으로 만들려면 소비자들의 제품에 대한 신뢰를 높여야 한다. 결국은 중소기업이 품질과 가격 경쟁력으로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보호·육성책만으론 해결하기 힘든 숙제다. 그렇다고 중소기업이 스스로 알아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높이라고 주문하는 것도 과거 경험에서 보듯 별무(別無) 효과다. 한국 풍토에 맞는 중소기업 대책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처럼 대기업 참여를 막아서 외국기업만 득(得)을 본다면 공공조달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되 중소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중소기업에 일정한 몫을 보장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그러나 그것도 일시적 방편일 뿐이다. 중소기업 육성이란 구호보다 '어떻게' 육성하느냐 하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2/16/2012121601540.html



Posted by 겟업
2013. 4. 4. 13:56

‘국가는 국민들을 위한 좋은 집이 돼야 한다.’

이 말은 복지천국 스웨덴의 복지이념인 ‘국민의 집’을 한마디로 정의한다. 지난해 <한겨레>가 6차례의 현장취재를 통해 기획연재한 ‘보편적 복지, 스웨덴의 길’을 보면 입이 딱 벌어진다. 의료, 주거, 보육, 연금, 노동정책에 이르기까지 촘촘하게 마련된 사회안전망은 단 한명의 국민이라도 낙오돼 절망 끝에 내몰리도록 방치하지 않는다. 이 복지모델의 기틀을 닦았던 사회민주당이 2006년 정권을 내줬지만 이런 복지제도의 근간은 전혀 흔들림이 없다. 스웨덴 국민들은 소득의 3분의 1을 꼬박꼬박 세금으로 낸다. 그러면서도 ‘세금을 더 낼 의향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59%나 된다.

물론 스웨덴 사람들이 처음부터 복지에 대한 굳건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국민의 집’이 탄생하고 완성되기까지는 엄청난 저항과 혼란이 있었다. 하지만 스웨덴 사람들에게는 이런 갈등을 풀어나갈 수 있는 ‘마법의 지팡이’가 있었다. 대화와 합의다. 그 한가운데 스웨덴의 ‘키다리 아저씨’ 타예 엘란데르가 있다.

사민당 소속의 그는 1946년 10월부터 1969년 10월까지 무려 23년이나 총리를 역임했다. 총리 재임 중 11번의 크고 작은 선거에서 그는 모두 승리했다. 그리고 아직 정정한 68살의 나이에 젊은 후계자 올로프 팔메에게 총리 자리를 물려주고 고향으로 내려갔다. 사민당이 총선에서 과반을 차지하는 역사적인 대승을 거둔 바로 이듬해, 정치적으로 최정점에 있을 때 내린 결정이었다. 그는 재임기간뿐 아니라 키(192㎝)도 커서 ‘가장 긴 총리’라는 별명으로 불려왔다.

2차 세계대전의 혼란이 끝나지 않은 1946년 그는 전임 총리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총리 자리에 올랐다. 45살로 젊은데다 지명도도 낮은 그가 23년이나 총리를 계속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는 공공부문이 수많은 사회적 요구를 해결해주는 ‘강한 사회’를 꿈꿨다. 그 핵심은 복지정책의 확대였다. 당연히 세금 인상이 뒤따랐고 기업이나 이익집단들로부터 강한 반발이 있었다.

이를 돌파한 엘란데르의 무기는 경청과 대화였다. 그는 매주 목요일 저녁 이른바 ‘목요일 클럽’(1948~1955)을 열어 기업과 노조 대표들을 초대했다. 참석자들은 속에 있는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서로를 이해했다. 이런 대화의 정치는 총리의 여름휴가 별장인 하르프순드에서 매년 열린 ‘하르프순드 콘퍼런스’(1955~1964)로 이어졌다. 여기에서 경제, 노동, 환경, 복지 등 거의 모든 사안이 논의되고 또 합의됐다. 서로 죽일 듯 미워했던 사람들도 함께 밥을 먹고 호수에서 노를 저으며 대화를 나누는 동안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가 대화와 합의로 스웨덴을 이끄는 동안 스웨덴은 주요 10개국(G10)에 포함된 부자국가로, ‘함께 잘사는’ 복지국가로 발전했다.

우리나라는 지금 벼랑에 서 있다. 세계경제가 여전히 위기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가운데, 우리 서민의 삶은 경제집중화와 빈부격차 심화로 백척간두로 몰렸다. ‘자신들의 공을 인정해달라’는 기성세대와 ‘당신들이 만든 질서를 바꾸고 싶다’는 젊은 세대 간의 세대갈등도 심각하다. 성, 지역, 이민자 등 서로를 나누고 싸울 거리는 차고 넘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마지막 역전의 기회가 남아 있다. 바로 19일 대선에서 행사할 ‘한 표’다. 누가 대화와 타협의 적임자인가. 누가 ‘국민의 집’을 만들 사람인가. 함께 행복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이형섭 국제부 기자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65587.html



Posted by 겟업
2013. 4. 4. 02:54

17세기에서 18세기에 걸쳐 살았던 이탈리아의 작곡가이자 바이올린의 거장 안토니오 비발디의 이야기다. 그가 세계 최고의 명품 바이올린 스트라디바리우스로 연주를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콘서트홀은 대만원을 이루었다. 연주가 시작되면서 청중들은 앞을 다투어 찬사를 내놓았다. '명품 악기니까 저렇게 기막힌 소리가 나는구나.' 늘 있던 일이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갑자기 비발디가 연주를 멈췄다. 그리고 바이올린을 들어 바닥에 내리쳤다. 악기는 산산조각이 나고 청중들은 놀라 기함을 했다.

그 경악과 동요가 가라앉기 전에 진행자가 앞으로 나왔다. "놀라지 마십시오. 저 바이올린은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아닙니다. 비발디 선생은 훌륭한 음악이란 악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님을 보여드리려 한 것입니다." 청중들은 홀이 떠나갈 듯한 박수로 그 놀라운 사태에 응답했다. 가히 협주곡의 아버지 비발디였다. 사진기가 좋아서 사진이 훌륭하다면 사진작가는 어디로 갈까. 재료나 그릇이 좋아서 음식이 훌륭하다면 일류 셰프는 또 어디로 갈까. 문제는 겉으로 보이는 현상이 아니라 속에 숨은 본질인 것이다. 

서양 미인의 대명사는 클레오파트라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파스칼이 그의 〈팡세〉에서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아졌더라면 지구의 표면이 달라졌을 것이다'라고 쓴 것은, 이집트 제국의 마지막 여왕으로서 로마의 역사적 인물들에 미친 영향력을 말한다. 실제로 클레오파트라는 그렇게 대단한 미인이 아니었다고 한다. 2001년 런던 브리티시박물관에서 열린 '클레오파트라 특별전'의 기록을 보면, 150cm의 작은 키에 통통한 몸매와 매부리코를 가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집트 고대사의 종막을 감당했던 이 여왕이 무슨 수로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의 마음을 사로잡고 그들의 자식을 생산했으며 후대에까지 미인의 이름을 떨치게 되었을까. 그 답은 외형의 용모보다 풍부한 교양과 뛰어난 화술, 곧 지성적 매력에 있었다. 거기에다가 음성이 무척 감미로웠고 외국어에도 능통했다고 전한다. 고고학자들에 의하면 그리스어·라틴어·히브리어·아랍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학자의 수준에 도달했고, 어려서부터 이집트 왕실 도서관에서 책을 탐독하여 어떤 권력자와도 막힘없이 대화할 수 있는 현명한 여자였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정은 동양의 절세미인 양귀비의 경우에도 유사하다. 양귀비는 원래 당나라 현종의 아들 수왕의 비였으나 현종이 가로챘다. 얼마나 미모가 뛰어났으면 아들을 겁박하여 며느리를 취했을까. 초상화를 통해서 볼 수 있는 양귀비는 풍성한 몸매의 소유자이나 키가 작고 쌍꺼풀 없는 눈을 하고 있다. 하지만 춤과 음악에 남다른 재능이 있었고 총명한 언행을 보였다고 하니, 역시 당대의 군주를 매혹한 힘은 따로 있었던 셈이다. 양귀비와 더불어 중국의 4대 미인으로 통하는 서시·초선·왕소군도 모두 자기만의 특별한 매력을 따로 가졌던 여인들이다. 

조선조 제21대 왕 영조의 계비였던 정순왕후 김씨는, 15세의 어린 나이에 66세에 이른 왕의 배필로 간택되었다. 후궁 가운데 장희빈을 중전 자리에 앉혔다가 온갖 곡절을 다 치른 아버지 숙종의 유언을 따라, 영조는 후궁이 아닌 양반집 규수 가운데서 왕비를 직접 선발했다. 50세의 나이 차를 넘어 영조가 정순왕후를 선택한 것은, 지혜로운 답변 때문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깊은 것은 물이나 산이 아니라 인심이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은 목화라고 대답하는 어린 처녀는, 할아버지 나이 뻘의 영조를 감탄하게 했다.

그렇다. 참으로 중요한 것은 현상이 아니라 본질 가운데 숨어 있다.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세월이 가도 바뀌지 않는 근본적 가치를 가진 이야말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다. 며칠 앞으로 다가온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우리는 이 본질이 제대로 된 후보를 뽑아야 한다. 각자가 바라보는 본질의 가치는 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그 다양한 시각들이 올곧고 충실하게 모여 일정한 값을 형성한다면 그것이 곧 민주주의의 본령에 해당한다.

강의실을 버리고 거리로 나선 교수, 창작실을 버리고 선동가가 된 작가는 여기에 자격 미달이다. 대선 후보들도 지금은 목전의 운명에 겨를이 없겠으나, 결정이 난 이후에는 자칫 선거판에 휩쓸렸을지도 모르는 자신의 본질에 대해 다시 성찰해 보아야 한다. 그래야 상식과 본질 위에 나라를 바로 세우는 미래를 다시 꿈꿀 수 있겠기에 하는 말이다.



김종회 경희대 국문과 교수 문학 평론가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12/h20121214210134121770.htm


Posted by 겟업
2013. 4. 4. 02:25

문화대통령. 멋있는 말이다. 문화를 즐기고, 문화를 알고, 문화인과 소통할 줄 아는 대통령이란 얘기다. 역대 모든 대통령들이 후보시절부터 이를 자처했다. 선거유세 때면 무리들과 우르르 극장이나 무대로 몰려가서는 영화나 공연 한 편 관람하고는 제작자, 배우들에게 덕담 한마디하고 감동스런 표정으로 사진을 찍는다. 아니면 어린 아이를 안는 것이 국민 사랑의 대명사라도 되듯, 문화 사랑의 상징인 양 독서하는 모습을 선거홍보물에 자랑스럽게 담는다.

그것으로 문화대통령이 된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문화를 알고, 사랑하고, 즐기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책 읽고, 그림 감상하고, 공연 보고, 극장에 간다고 문화대통령이 되는 것 아니다. 자신을 지지하는 문화인들에 둘러싸여 지키지도, 내용도 모르는 온갖 지원을 약속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프랑스의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을 흉내 내 작가나 감독, 배우를 장관에 앉힌다고 문화대통령이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 역시 한 표라도 긁어 모으려는 선거운동이고, 정치쇼일 뿐이다.

이런 문화대통령에게는 '창의'도, '문화강국'도, '창조'도 오로지 자기 세력화의 수단이나 돈으로만 취급될 뿐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랬고, 이명박 대통령이 그랬다. 그들에 의해 문화는 순수성을 잃고 이념으로 덧칠 되었고, 문화까지도'돈이 최고'인 경제논리에 빠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복지가 세상의 화두가 된 지금, 말로는 문화가 미래, 기본권이라고 하면서 그 사은품쯤으로 생각하고 있다.

틀린 것은 아니다. 문화도 복지다. 그러나 물질적인 혜택에 의한 육체적 복지가 아니다. 문화는 우리의 정신적 삶의 복지다. 그것은 문화의 예술적 아름다움, 감동, 자부심, 보편적 가치와 현실의 확인, 미래에 대한 상상력이다. 문화복지는 돈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억만 금으로도 1,200만 국민의 마음을 울린 영화 <광해>의 가치를 대신할 수는 없다. 영화가 준 무형의 복지인 감동과 깨달음의 재미를 무시하고 흥행수익으로만 <광해>의 가치를 평가하고 계산하는 것은 문화장사꾼들이나 하는 짓이다. 한글과 아리랑에 대한 자부심도 마찬가지다.

문화의 힘은 이런 것이다. 작품 하나로 수 백, 수천 만 국민을 웃게 하고, 위로하고, 소통할 수 있게 만든다. 그럼 점에서 프랑스의 문화정책을 분석한 장 미셀 지앙의 책 제목처럼 <문화는 정치다>. 좋은 정치가 국민의 삶을 윤택하게 하듯, 좋은 문화는 국민의 삶을 따듯하고 풍요롭게 한다. 모든 국민이 차별 없이 누릴 수만 있다면 문화만큼 보편적인 복지도 없을 것이다. 또 좋은 문화에는 돈도 절로 따라온다.

때문에 무엇보다 어떤 문화인가가 중요하다. 그런데 이번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여전히 문화는 경제다. 문화가 아닌 문화예술인의 일자리와 생활에 대한 약속들이다. 예술인복지법을 손질하고, 창업과 고용을 지원하고, 스태프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고, 문화상품 수출에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나마 박근혜 후보와 달리 문재인 후보의 공약에는 수요자인 국민을 위한 문화접근성 확대방안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창작여건을 개선하고, 문화예술인의 생계를 보장하는 일도 물론 시급하고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엄밀히 말해 문화예술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적 복지'일 뿐이다. 결국은 돈으로 선거에서 그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속셈이다. 그보다는 먼저 "문화는 이래야 한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그것을 위한 정책방향을 내놓아야 한다. 일본작가 다자이 오사무는 인간을 불행하게 만드는 예술은 예술이 아니라고 했다. 적어도 문화대통령을 자임한다면 문화의 본질적 가치와 방향부터 잡아야 한다. 문화예술인들 역시 어떤 길을 선택하듯 그곳으로 가야 할 책임이 있다.

먹고 사는데 힘들다 보니 문화는 늘 뒷전이다. 그러나 미래 세상과 인간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문화라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내일(16일) 마지막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누가 진짜 '문화대통령'인지 한번 확인해보자.



이대현 논설위원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12/h2012121421082124380.htm



Posted by 겟업
2013. 4. 3. 16:02

때로는 좋은 의미로 하는 말이라도 그중에 부적절한 용어가 들어 있어 본래의 취지를 부정적으로 해석할 빌미를 주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지금은 작고한 여류 작가가 20여 년 전에 쓴, 한 시인의 시구에서 빌려온 『나는 왜 사소한 일에만 분노하는가』라는 제목의 책이 있었다. 작가는 사회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사소한 일상사에 매몰되는 자신을 반성하는 의미에서 책을 썼을 것이다. 아니 내용을 보면 작가의 진심이 그렇다. 그러나 한편으로 제목만 본다면 그러한 자신을 합리화하는 용도로 사용되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을 품음 직도 하다. 그리하여 그 당시 나는 농 반 진 반으로 “나는 지금까지 사소한 일에만 분노하였는데 이러한 잘못을 반성하고 앞으로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에 분개하고 이를 고치려고 노력하겠다”로 제목을 바꾸어야 한다고 지껄였던 기억이 난다.

요즘에도 나는 상식적으로 통용되는 명제 중에 비틀고 싶은 것이 있다. 이른바 ‘개천에서 용이 안 나는 세상’ 운운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양극화가 심해지고, 부의 대물림이 이어지면서 이제는 교육마저도 계층을 고착화하는 합법적인 수단이 되었다고 하는 한탄이다. 부모의 학력 수준, 소득 수준, 심지어는 아파트의 평수와 가격, 지역에 따라 대학 진학률(아니 90%에 이르므로 대학 진학률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이 아닌 ‘명문대’ 진학률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실증적으로 뒷받침하는 근거도 많이 있다.

나 역시 이러한 한탄에 동조한다. 실증적인 자료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생활을 하면서 직감한다. 내가 생활하고 있는 지역은 도시가 크게 양분화되어 있다. 이른바 신도시라고 하는 아파트촌과 ‘잡다한’ 개인주택, 상가주택, 상가 위주로 이루어진 구도시로 구분된다. 강의나 상담 등 이런저런 사유로 양 지역에 다니는 학생들을 가끔씩 만나게 되는데 학생들의 ‘분위기’와 ‘학구열’, 그리고 차림새에서도 차이가 난다. 물론 ‘명문대’ 진학률에서도 차이가 난다.

이러한 현상을 보면서도 개천이니 용이니 하는 말을 뒤틀고 싶은 마음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기본적으로 개천과 용이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쓰는 것이 과연 올바른가 하는 데서 오는 것 같다. 그다지 예민한 감수성을 가지고 있지 못함에도 위와 같은 용어 자체에 대하여는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지금의 장년 세대가 학생 시절을 보낼 때에는 우리 사회에 권력과 부, 명예 등 세속적인 의미에서 선호하는 가치를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이 남아 있었다. 식민지 통치와 전쟁을 겪는 과정에서 사회의 모든 질서와 가치가 사실상 제로 상태로 평균화되어 있었으므로, 그리하여 선호하는 가치를 표상하는 지위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었으므로 누구라도 약간의 ‘능력’만 있다면 선착의 효를 누릴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러한 ‘능력’을 재는 가장 중요한 잣대가 바로 교육이었다. 그리고 그때만 하더라도 아직 부모 세대의 학력이나 소득 수준 등 자식 세대의 교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 덜 ‘세팅’되어 있었으므로 자녀들은 부모들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고 교육을 통하여 ‘신분’의 이동을 활발하게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한 세대가 지난 지금 상황은 바뀌었다. 사회적 가치에 대한 배분이 거의 완료됨으로써 새로운 참가자의 폭과 수준이 매우 제한된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는 개천에서 용이 안 난다는 한탄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잘난 소수가 ‘용’이 되면 다수는 ‘지렁이’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인가. ‘용’과 ‘지렁이’ 그리고 ‘개천’과 그 무엇을 구분한다는 자체가 그 본래적인 선의에도 불구하고 이미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정당화하는 데 한 줌을 보태는 것은 아닐까.

버젓이 펼쳐져 있는 현실에 눈감는 것인지는 몰라도, 이제는 거의 ‘세팅’이 완료된, 대다수가 선호한다는 지위가 있다는 것을 과연 당연한 것으로 전제하여야 할까. 대신 그러한 지위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가, 존재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물음을 던질 수는 없을까. 이런 물음에 어떤 실천적인 의미가 있는지는 불확실하다고 하더라도.


이영직 변호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0500314&cloc=olink|article|default

Posted by 겟업
2013. 4. 3. 15:59

한글날이 22년 만에 다시 공휴일이 된다. 경제계는 한글날 공휴일 지정에 반대 입장을 밝혔었다. 일하는 날이 하루 줄면 그만큼 경제가 나빠진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그렇게 눈앞의 손익 계산만 따질 일은 아니다. 스타벅스는 커피가 아니라 문화를 판다는 말처럼 세계시장에서 문화가 만들어내는 마케팅 효과는 날로 커지고 있다. 한류가 그렇지 않은가? 한류의 뿌리인 한글과 한국말에 세계인의 관심이 쏠리는 지금, 한글날의 공휴일 지정은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특별한 힘을 우리 경제에 실어 줄 수 있다.

종교개혁부터 시작된 서구의 근대화 과정은 자국어 발전 및 문자 대중화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중세 교회가 1000년 동안 유럽을 지배할 수 있었던 비결은 '신의 힘'보다는 '신을 독점하던 힘'에 있었다. 교회가 성서 해석을 독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지술과 인쇄술이 발전하고 독일의 루터와 영국의 틴들 등이 라틴어 성서를 자국어로 번역하여 보급하자 교회 권력은 맥없이 무너졌다.

이들의 번역 작업은 종교개혁이라는 성과에 그치지 않았다. 당시까지 변두리 언어였던 영어·독일어 등이 정비되고 셰익스피어나 괴테 같은 대문호가 나타나 변두리 민족의 품격을 올려놓은 것이다. 그리고 세속 학문의 성과가 자국어 문헌으로 보급되면서 유럽은 과학혁명을 거쳐 산업혁명으로 나아간다. 여기에다 언어 교육을 중시했던 보통교육이 발전하면서 서양과 동양의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근대 서구의 문자 교육은 시민의 지식을 키우는 동시에 생산력을 높이는 데 꼭 필요한 수단이었다.

6·25전쟁 뒤에야 보통교육이 자리 잡은 한국이 세계가 놀랄 만큼 빠르게 성장한 이유 중 하나도 한글이라는 문자였다. 어느 나라 글자보다 익히기 쉬운 한글이라는 축복 덕분에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짧은 시간에 문맹률이 가장 낮은 나라가 되었고, 양질의 노동력이 산업현장과 손쉽게 결합했다. 이런 점에서 한글은 분명 경제성장의 발판이었다.

이제 한류 시대가 오면서 한글의 지위가 달라지고 있다. 세계인에게 한글은 문맹 퇴치의 상징을 넘어서서 한류 문화를 대표하는 시각적 상징이 되고 있다. 세계인의 눈길은 그 존재조차 몰랐던 변두리 언어인 한글과 한국말에 쏠리기 시작했고 관심은 폭발적이다.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보급하는 세종학당은 2009년 6개국 17개소였던 것이 2012년에는 43개국에 90개소로 늘었다. 2011년 조사에 따르면 세종학당에 배우러 오는 외국인의 동기는 한류(34.3%)와 한국어에 대한 관심(27.2%)이 이전의 주요 동기였던 취업과 같은 경제적 요인(14.9%)보다 훨씬 높다. 이런 관심을 반영하듯 한국학과를 설치한 외국 대학은 2010년 57개국 688개에서 1년 만에 81개국 810개로 크게 늘었다.

한글이 과학과 애민사상의 융합이고 한국이 한글날을 공휴일로 기린다는 사실은 외국인에게 분명 문화 충격으로 다가갈 것이다. 그 충격은 세계인이 구찌의 장인 정신에서 느끼는 신뢰나 재패니메이션(일본 애니메이션)의 정신세계에 갖는 호기심과는 차원이 다른 가치, 즉 '사람 사랑'의 향기를 맡도록 자극할 것이다. 한글을 소중히 생각하고 발전시키려는 우리의 노력이 성공한다면 세계인은 한국 상품에서 가격이나 품질보다 품격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경제 효과는 기업이 붓는 마케팅 비용에 비할 바가 아니리라. 기업들도 자기 글자 만든 날을 공휴일로 기념하는 우리 민족의 문화 품격을 세계시장에서 경제 효과로 이어내길 바란다. 변두리 언어였던 영어와 독일어가 강대국을 만들었듯이 우리말과 글이 한국을 더욱 강한 나라로 만드는 시대가 오고 있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상임대표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2/12/2012121202788.html

Posted by 겟업
2013. 4. 3. 15:59

시중에 나도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탈리아 유학 출신 음악가들은 피자나 스파게티 가게, 미국 유학 출신은 커피숍, 독일 유학 출신은 휴대전화 대리점을 한다는 이야기다. 팔자 좋은 사람들의 한가한 조크가 아니다. 외국 유학까지 한 고학력 전문 예술인들조차도 전공을 살려 취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핵심이다.


고학력 예술가, 일자리 없어 방황

이탈리아나 독일의 경우 국립음악원에 입학하는 외국인 중에는 한국 학생이 가장 많고 뉴욕의 음악, 미술 관련 학교가 한국 학생 덕분에 호황이라고 한다. 외국에서 열리는 국제콩쿠르도 한국 학생끼리 경쟁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다. 이쯤 되면 해외 유수 기관에서 수학해 국제적 인증을 받은 전문예술가 수는 한국이 최고라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다수의 고학력 예술가가 안정적인 일자리가 없어 방황하고 있다. 문화관광연구원의 한 통계에 따르면 음악 분야 정규직은 교육직과 국공립 오케스트라 단원 정도다. 이 중 교육직은 전 연령대를 통틀어 교수 13%, 정교사 4.5% 정도다. 강사도 16.5%를 차지하는데 그나마 하늘의 별 따기다. 최근 모 음대에서 계약직 강사를 8명 공모했는데 쟁쟁한 실력을 갖춘 후보자 130명이 몰려 화제가 됐다. 정규직에 가지 못한 사람들은 개인 레슨이나 전공과 상관없는 부업을 두세 가지 하면서 생계를 꾸린다.

예술 분야는 사교육 의존도가 다른 어느 분야보다 높다. 예술고에 진학 중인 학생 1만6000여 명을 제외한 10만 명이 훨씬 넘는 대학의 예술 관련 학과(정원 3만4000여 명) 입시준비생들은 학원이나 개인 레슨 같은 사교육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예술교육은 참고서나 문제집도 없고 인터넷 강의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사교육에 의존해 예술가가 되면 다시 개인 레슨이나 학원 등 사교육 시장의 불안정한 일자리에 의존해 살아가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이지 않는다.

유럽은 대개 공공기관이 예술교육을 맡고 있다. 특히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의 경우는 지역의 시, 구 단위의 국공립 음악원과 아카데미가 많아 실기교육을 담당한다. 10여 년간 음악교육 비용이 사교육 없이 연간 5만∼50만 원 정도여서 대학 졸업 때까지 600만∼700만 원 정도로 가능해 서민에게도 금전적인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 우리나라는 학자금만 계산해도 대학 졸업 때까지 1억 원이 넘어 유럽의 15배 정도가 드는 셈이다. 서민층 지원자들은 특별히 뛰어난 재능을 보여 독지가나 지자체의 도움을 받기 전에는 진출이 원천 봉쇄될 수밖에 없다.


지자체 문화원 적극 활용해 볼 만

몇 년 전부터 합리적인 비용으로 양질의 예술 실기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공인된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시청이나 구청 단위에서 방과후 전문적인 실기교육을 전담할 시립·구립 예술원을 만들자는 것이다. 음악 미술 무용 같은 순수 예술의 경우 설비투자 비용보다는 교육공간 확보가 절실하다. 시, 군, 구 단위에서 이미 많은 비용을 투자해 설치한 400개가 넘는 문화원이나 문예회관을 활용하면 된다. 여성가족부 산하 청소년문화의집도 전국에 200개가 넘는다. 대부분의 문화시설이 성인들의 취미나 교양강좌에 제공되고 청소년 시설도 동아리 모임이나 음악·영화감상 등에 주로 활용되고 있으니 오히려 문예회관의 설립 목적에 충실한 활용 방안일 수도 있다.

굳이 종합예술원이 아니라 지자체별로 특정 전공 분야를 선택하고 수요에 맞추어 규모를 정해도 될 것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유능한 교수진의 확보인데 국가적으로 공인된 안정적인 교육직을 양산하는 셈이니 고학력 전문예술인들의 실업률이 높은 요즘에 실행을 검토해 볼 여지가 크다고 생각된다. 이미 상당한 규모의 수요와 공급이 존재하기 때문에 시스템의 도입만으로도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 같다.

지자체 문화시설의 실기교육에 국가의 인증 체제가 뒷받침되면 대학 예술교육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전망도 해본다. 요즘 대학생 중에는 자신의 전공 분야와 상관없이 예술 분야를 부전공으로 택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예체능 전공이 있는 학교들조차 전공 학생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도 어려운 사정이라 비전공자들을 위한 문턱은 높고도 좁다. 공학, 사회과학, 인문과학 전공자들이 국가의 인증이 주어지는 실기교육을 저비용으로 받을 수 있다면 창의적 인재를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예술과 타 전공 간 융합 및 교류를 원활하게 하는 밑거름이 돼 우리 성장동력의 하나인 콘텐츠산업의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된다.

안정된 일자리가 없어 방황하는 고학력 예술가들과 척박한 예술교육 현장의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정책 묘안이 심도 있게 논의되기를 바란다.



박명진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http://news.donga.com/3/all/20121213/51582367/1

Posted by 겟업
2013. 4. 3. 15:12

어떤 전쟁은 이미지로 기억된다. 배 13척을 울돌목에 띄워놓고 수백 척 적군(敵軍)을 기다리는 이순신이나 코끼리 부대를 끌고 눈 덮인 알프스를 넘는 한니발의 비장함 앞에 말로 된 분석은 뭐든 사족(蛇足)이 되고 만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정반대이다. 27년간 지루하게 계속된 전쟁은 극적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지만 전 세계의 대학 초년생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읽느라 밤을 밝힌다. 2500년 전 역사책이 현재에 던지는 의미심장함 때문이다.

아테네의 장군이었던 저자 투키디데스는 신흥 강국으로 떠오른 아테네가 기존 강국 스파르타에 불러일으킨 두려움이 전쟁의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새로운 힘이 부상하고 기존 세력이 이를 두려워할 때 형성되는 소용돌이가 주변을 집어삼키는 '투키디데스의 덫(Thucydides's trap)'이다. 신흥 강국 독일의 호전성과 기존 강국 영국의 대응은 1914년과 1939년의 두 차례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 하버드대학 앨리슨 교수에 따르면 서기 1500년 이후 세계지도상 힘의 축(軸)이 이동했던 15번 중 11번이 전쟁으로 귀결됐다.

지금 투키디데스가 다시 회자한다. 올 초 시진핑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과 미국은 과거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글로벌 경제 속에서는 기존 강국 미국과 부상하는 중국이 상호 존중하고 협력하는 '신형 대국 관계'라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미국이 '아시아로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이라는 기치 아래 중국을 배제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를 추진하고, 중국은 미국을 배제한 '역내(域內)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진행하는 등 양국의 상호 견제는 더 치열해지고 있다. 이들이 오래된 덫을 슬기롭게 피해갈 수 있을지를 세계는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주변국들은 어느 한쪽에 붙을 것을 강요받았고 결국 살상(殺傷)과 파괴로 치달았다. 우리는 지금 미국에 이어 중국과 FTA를 협상하고 있다. 나라 크기와 교역 규모가 어지간한 국가 중 두 나라 모두와 FTA를 맺는 것은 우리가 처음이다. 체결이 안 될지도,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들에게 우리가 중요한 존재임은 틀림없다. 더구나 이제 우리는 강대국이 결정해주는 운명을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보다 나름의 영향력으로 공존의 길을 찾는 데 기여하겠다는 신호를 바깥 세계에 보내고 있다.

문제는 그 신호가 과연 먹힐 수 있을지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영향력을 갖기 위해서는 우리가 내실을 가져야 한다. 우리 자신 잘 먹고 잘살아야 존중받는 것이다. 근래 우리가 제대로 대접받게 된 것은 지난 50년간 경제 발전의 결과이지만, 그 위상이 유지될지는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달렸다. 그리고 국가 위상의 기본 잣대는 경제가 가진 경쟁력이다. 지난 수백년간 인류 문명의 꽃이라 자부했던 유럽이 암울함에 빠진 것은 독일 등 일부를 제외한 주요국이 경쟁력을 상실한 데다 이를 재건하기 위한 구조 개혁을 이루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이 나라들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지금이 한국 역사의 꼭짓점이자 기나긴 쇠락의 시작점이 될 가능성이 커지는데도 만연한 안이함이 성찰과 모색을 차단하고 있다. 고성장 시대의 성장 동력이 꺼져가고 고령화가 본격화하는데 정작 절실한 구조 개혁에 대해서는 침묵한 채 대선 정국은 온통 표심(票心) 낚기로 채워졌다. 칼날 같은 경쟁 환경과 긴장이 고조되는 정치 환경을 돌파하기 위해 스스로를 어떻게 단련할지에 대한 계획이 없으니 대선 주자들이 유권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며 살갑게 굴수록 더 불안하다.

구조 개혁에 왕도(王道)는 없다. 노동시장과 상품·서비스 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하여 재능과 자본이 움직이는 걸 돕고 경쟁 장벽을 없애는 것이 최우선이다. 다음은 인적 자본과 기술 기반에 투자하고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이다. 경제의 적응력이 유연함에서 나오는 이상 복지와 경제정책은 약자를 보호하되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을지라도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구조 개혁 구상이 없는 복지 확대 약속이나 고용 규제를 강화해 경직성을 심화시켜 잘살 수 있다는 공약은 무책임보다 무지에 가깝다. 나라는 변방을 벗어난 지 오래인데, 대선 후보들은 세계와 격리돼 있는 것이다.

오래도록 한반도는 대륙에 달린 작은 땅덩어리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돌아서 눈을 들면 반도는 대양의 시작이며 대륙의 입구이다. 우리 국민은 이미 멀리 바라볼 능력을 갖추었으니 이에 걸맞은 지도자가 선출되길 바라마지 않는다. 혹여 그렇지 않다면 더 나은 내일을 향해 지도자를 인도하는 국민이 되는 수밖에 없다.



윤희숙 KDI 연구원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2/12/2012121200989.html

Posted by 겟업
2013. 4. 3. 14:58

쌍둥이 형제를 보면 거의 모든 사람이 “누가 형이니?”라고 묻는다. 불과 몇 분 차이인데도 대접은 형이 받는다. 그래서 동생이 의기소침해 한다는 이야기를, 앞으로는 꼭 “누가 동생이니?”라고 물어달라는 이야기를 쌍둥이 부모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일주일 뒤면 대선 승자와 패자가 드러난다. 당선과 낙선은 그 표차가 아무리 적다 한들 박근혜와 문재인, 문재인과 박근혜를 하늘과 땅으로 가른다. 승리를 거머쥔 자의 능력과 인품에 대한 찬사가 세상을 덮는다. 패자는 허탈함과 좌절감 속에서 뒤꼍으로 물러설 수밖에 없다.

패배자가 스스로를 치유하는 손쉬운 방법은 미련을 버리고 위안거리를 찾는 것이다. ‘그래, 이런 어려운 시기에 내가 대통령이 됐다 해도 위기를 극복하고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되기는 쉽지 않았을 거야. 이제 그 무거운 책임을 짊어지지 않게 됐네.’ 아무리 대선 후보라도 이런 생각이 조그만 위안을 가져다줄 수 있는 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가슴 한편의 진한 응어리를 다 풀어버릴 수 있을까.

대선 패배자가 더 큰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있다. 역사가 주는, 역사로부터의 위안이다. 바로 모든 걸 훌훌 털고 정계은퇴 또는 향후 대선 불출마를 명백하게 선언하는 것이다. 그리고 평생 동안 그 약속을 실천하는 것이다. 2000년 미국 대선 때 엘 고어는 전체 득표수에서 조지 W 부시를 앞서고도 선거인단 수에 밀려 분패했다. 플로리다주에선 법정까지 가는 재검표 소동이 있었다. 많은 미국인이 고어를 안타깝게 여겼다. 그런데도 고어는 2004년 대선에 나서지 않았다. 대신 기후변화 등 환경분야에 몰두했다. 노벨평화상은 그에 따른 보상이었다.

사실 고어가 대단한 결정을 한 건 아니었다. 한 번 국민의 심판을 받았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겸허한 마음, 그래야만 더욱 참신하고 유능한 인재가 등장해 사회를 새롭게 이끌어 갈 수 있다는 믿음이 미국 정치의 전통이 된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엘 고어 외에도 월터 먼데일, 마이클 듀커키스, 밥 돌, 존 케리, 존 매케인 등 1980년대 이래 그 어떤 패배자도 ‘대통령이여, 다시 한번’을 외친 사람은 없었다. 지난달 오바마에게 패한 밋 롬니의 운명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역대 한국 대선을 돌이켜보면 대통령 자리를 노리고 김대중은 4회, 이회창은 3회, 김영삼과 이인제는 2회 대선에 출마했다. 한 번 출마한 정동영은 아직 대권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

미국과 한국을 똑같은 잣대로 재단할 수는 없다. 과거 온전한 민주주의가 아니었던 한국의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공감이 간다. 그러나 우리가 언제까지 거대 선거를 치른 패배자의 경험과 조직이 새로운 인물의 등장을 막고 ‘재수’ ‘삼수’를 외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지를 곱씹어 본다면, 2012년도 결코 빠른 게 아니다. 한 번이라도 기회를 준 국민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흔쾌히 물러서는 새 전통을 세우게 될 첫 번째 패배자의 모습이야말로 우리 역사가 소중하게 기억할 것이다.



김정욱 정치국제부문 차장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0143583&cloc=olink|article|default

Posted by 겟업
2013. 4. 3. 14:54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진행한 ‘2012 비정규노동 수기 공모전’에 당선된 조혜순씨의 글을 싣습니다. 편집자

2011년 5월 다산콜센터에 입사해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외주업체에서 채용만 하는 줄 알았는데, 교육을 받고 나서야 각 업체 정직원으로 채용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산콜센터를 구성하는 3개 업체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시민들에게는 우리가 각 업체 소속임을 밝히면 안 된다.

6주간의 교육은 구청·보건소·시청의 업무 내용을 소화하느라 바쁘게 지나갔고, 그 밖에 수도·교통·일반 상담의 내용까지 소화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교육에 참가하는 공무원들은 다산콜센터가 생겨 피곤해졌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하소연했다. 다산콜센터로 ‘편리하게’ 신고를 하는 덕에 할 일이 많아졌고, 상담원들의 잘못된 안내로 곤란했다는 것이다. 이는 상담원들이 전문 분야 없이 어떤 민원이든 모두 응대해야 하는데다, 업무에 익숙해질 만하면 퇴사하여 그 자리가 ‘신입’들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마침 상담석이 비어 몇 사람은 일주일 빨리 투입이 되었으나, 업체에서 노동부에 이미 교육시간으로 신고를 했기 때문에 실제 계약일은 조기 투입과 상관없이 일주일 뒤부터란다. 그나마 다행인 건가. 상담석이 없는 일부 교육자들은 2개월간 가택 대기자라는 이름으로 교육만 받고, 대기 후에 입사하거나 다른 곳에 가기도 하고, 교육만 받고 잘리기도 한다.

우리들의 업무는 모두 점수로 평가받고, 그 점수에 따라 급여도 달라진다. 출근시간 20분 전 출석체크, 점심시간 5분~10분 단축, 한달에 한번 있는 업무 테스트를 위한 약 5일간의 업무시간 외 교육, 업체에 따라 한달에 한번, 일주일에 한번 업무시간 30분 전 큐에이(QA)교육 등. 기본급 최저임금 수준에서 콜 수, 시험, QA, 그 밖의 가점과 감점에 따라 5만원씩 추가되어 차등으로 지급되는 성과급을 받는다. 명절 보너스는 3만원짜리 상품권. 업체 정직원인 나는 3만원짜리 상품권으로 구정과 추석을 보낸다. 부모님 돌아가시면 5만원, 생일엔 3만원이나 5천원을 주는 업체도 있다. 육아수당도 보육시설도 없다.

출근해서 퇴근까지 모든 순간이
점수로 평가돼 급여에 반영된다
힘들어 울면 돌아오는건 조롱뿐

그러나 노동조합을 설립한 지 약 2개월 만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자유로운 휴식 보장, 20분 전 출근 아닌 정시 출근, 업무시간 내 교육, 매달 하던 테스트도 분기별로 바뀌었다. 그래서 서울시와 업체에선 업무 여건이 개선되었으니, 화장실 못 간다는 소리 좀 그만하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의 콜 경쟁은 계속되고 있다. 내 급여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전순옥 민주통합당 의원이 참여한 간담회에서 콜센터 노동자들이 자유로운 연차와 병가, 보건휴가를 사용하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러나 11월21일 목이 아파 12월 연차로 하루를 쉰 상담원이 다음날엔 아예 말이 안 나올 정도가 돼서 병가를 써야 한다고 하니, 병가는 병원 진단서가 있어야 쓸 수 있다고 한다. 온종일 목으로 일하는 상담원들인데, 목이 아파도 병가는 안 된다고 한다.

또 민원인에게 시달려 울고 있는 상담원한테 해당 팀장은 “울지 마, 왜 울어. 또 상담 중에 우는데 못 쉬게 한다고 신고할래?” 하고 지나간다. 울고 있는데, 힘이 든다는데…. 서울시는 자기들 소속이 아니니 업체와 협상하라고 하는데, 업체는 힘든 상담원을 이렇게 조롱한다.

11월22일 전국버스조합의 파업으로 21일 저녁 6시부터 일한 상담원들은 1시간에 30여콜을 받았다. 귀가 멍하고 머릿속이 윙윙거린다고 하는데도 업체에선 야간 상담원을 추가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서울시는 상담원들이 힘들다고 해서 다른 콜센터를 방문해 보았으나 모두 똑같은 상황이고 오히려 다산콜센터는 임금이 높아 이직률이 낮은 편이라고 한다. 그렇다. 콜센터 노동자는 상황이 다 똑같다. 다들 힘들다. 통신사, 카드사, 보험사, 콜택시 콜센터를 거친 나는 다산콜센터 노동조합을 만들기 전까지 업무시간 5분 전 대기, 업무 외 교육이 모두 당연한 것인 줄만 알았다. 이 모든 시간이 근로시간에 포함되는 줄도 몰랐다. 콜이 많고, 다른 상담원들보다 더 많은 콜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화장실도 바쁜 시간에는 가지 않아야 하는 걸로 알았다.

우리 콜센터 노동자들은 그렇게 바보였다. 아플 때 병가를 써도 되는 건지, 보건 휴가라는 게 있는지도 모르고 살았다. 외주업체 정직원이니 모두들 정직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힘이 들면 퇴직금이 나오는 1년이 지난 뒤에 퇴사하고 또 다른 콜센터로 이직한다. 이렇게 경력이 늘어도 그건 인정받을 수 없는 경력이다. 다시 신입으로 돌아가 교육받고, 수습 거치고, 다시 신입이 된다. 상담원에서 교육강사나 팀장이 되면 상담원보다 일찍 나오고 늦게 퇴근해야 한다. 콜을 안 받는 대신 그들은 상담원들을 관리하며 회사와 상담원들 사이에서 고통받는다. 그것이 상담원들의 미래다.

아파서는 안되고 병가도 못썼다
우린 그저 숨만 쉬는 앵무새였다
노동조합을 만들기 전까지는…

대부분이 여성 근로자인 콜센터 상담원들은 어머니이고 아내다. 팀장이나 교육 강사로 관리자가 되더라도 아이를 돌보고, 남편을 위해 저녁을 준비할 시간은 없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돌아온 상담원들은 돌쟁이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허겁지겁 출근하고, 또 허둥지둥 퇴근하여 아이를 찾아온다. 두 돌까지 분리불안 증세가 있는 아이들은 밤에 잠을 잘 못 자고, 불안해하지 않을 리가 없다. 아이들이 어머니를 제일 필요로 하는 시기인데도 어린이집은커녕 육아수당도 지급되지 않는다. 그것이 콜센터 노동자들의 현실이다.

그런데 서울시는 우리가 원래 그런 노동자들이라고 한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주면 그나마 다행이다. 늘 이렇게 힘들고 바쁘게 일하는데도 서울시는 우리가 160만~180만원을 받기 때문에, 다른 콜센터보다 많은 임금이 주어지므로 이직률이 낮다고 한다. 연평균 4%의 이직률은, 그들이 보기에 당연한 수치인 듯하다. 보통은 세금 빼고 실수령액이 평균 150만원이다. 그러나 주말에 아이를 맡기며 추가 근무하고, 목이 터져라 남들보다 더 많은 콜을 받아야 실수령액이 160만~180만원 정도일 것이다. 내 아이를 남에게 맡기고, 내 목이 터져라 일한 대가다.

11월20일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이 입수한 다산콜센터 상담원 직무스트레스와 정신 심리검사 결과를 한번 보자. 상담원들은 일반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체화(억압된 감정이 통증 등 몸의 이상으로 나타나는 증상), 강박증, 우울, 적대감 등에서 높은 수치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응답자 중 약 9.3%가 위험군에, 13.7%가 2가지 영역 이상에서 비정상으로 조사됐다. 고객으로부터 욕설과 폭언을 당했다고 답한 직원은 82.3%, 인격모독을 당했다고 답한 직원도 71%에 달했다. 고객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응답한 직원도 20%로 조사됐고, 업무와 관련해 신체적 폭력을 당했거나 당할 뻔했다고 응답한 직원도 1.2%였다.

서울시는 다산콜센터 노동자들의 근무조건 등에 대해 실태 조사를 하고도 정작 결과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다산콜센터 노동자의 강박증과 우울증은 일반인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아 발표하기 어려울 정도의 내용이 나오자 감추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노동조합 설립 이후, 2주간 30분씩 주어졌던 형식적 심리 상담시간이 1시간으로 늘고, 횟수도 늘어난 것 같다. 그렇다고 해도 업체당 약 150~180명인 우리 상담원들이 한번씩이나마 심리상담을 받으려면 얼마가 걸릴지 모르겠다. 게다가 서울시는 실태 조사 자료를 감춰두고 있으니, 우린 누구를 믿고 일해야 하며,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는 걸까. 업체를 위해 콜 수를 늘려야 하는 것인지, 서울 시민들을 위해 정성껏 알아보고 도와줘야 하는 것인지.

“서울시에 관한 모든 것은 120 다산콜센터로 문의하세요”라는 말은 결국 “서울시에 관한 모든 것은 위탁업체에 문의하세요”가 되고 만다. 그에 따른 어떤 책임도 서울시는 지지 않는다. 그러면서 구청 직원들이 민원인과 싸우다 지치면 서울시 120으로 전화하라고 했다는 걸 보면 참 아이러니하다. 우리는 위탁업체 직원일 뿐 아무런 힘도 없는데, 도와주고 싶어서 공무원 연결해주면 욕먹고 무시해도 되는 민원을 떠넘긴다는 식의 대답이 돌아온다. 내가 공연히 추가 콜 수 희생해가며 오지랖 넓은 짓을 했구나 후회하는 일이 반복된다.

서울시와 2년에 한번씩 재계약을 해야 하는 업체들은 서울시의 눈치만 살피고, 우리의 점수를 더욱 높이려고 안간힘을 쓴다. 우리는 공무원한테 욕먹고, 시민한테 욕먹고, 업체에서 욕먹고. 입사 후 몇 개월간 지켰던 시민을 위한 상담원이라는 내 자부심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보잘것없는, 아무것도 못하는, 말하는 앵무새가 되어 버린 나는, 그래도 노조를 설립하며 희망을 걸어 본다. 삶이 힘들어 허덕이는 시민들을 감싸주고, 도움을 줄 수 있기를. 그러한 마음의 여유를 우리 모두가 되찾게 되기를. 나 같은 바보 상담원들도 자기의 권리를 찾을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해 본다.



조혜순 희망연대노동조합 다산콜센터 지부 부지부장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565060.html

Posted by 겟업
2013. 4. 3. 14:48

<상식>(Common Sense)'. 1776년 1월 발간된 토머스 페인의 이 한 권의 책은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당시 영국의 폭정에 시달리던 식민지 미국은 독립전쟁을 일으켰다. 그러나 개전 초기 만해도 미국의 식자층들은 영국으로부터 독립에 회의적이었다. 세계 최강의 국력을 지닌 대영제국으로부터 독립한다는 것은 한 마디로 어불성설이란 체념의 분위기가 팽배해 있었다.

토머스 페인은 <상식>을 통해 "지금부터 나는 지극히 단순한 사실, 평범한 논의, 그리고 상식을 말하겠다"면서 영국의 군주제는 특권층을 인정하기 때문에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상식에 어긋난다며 미국의 독립과 공화정의 수립을 주창했다. 책이 발간된 지 반년후인 1776년 7월 4일 미국은 독립을 선포했다. 기득권층의 반발을 극복하고 결국 페인의 '상식'이 이긴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년 동안 '안철수 바람'에 큰 홍역을 치렀다. 세상을 이념의 잣대가 아닌 '상식 대 비상식'의 기준으로 본다는 안철수의 말 한마디는 토머스 페인의 상식을 훌쩍 뛰어넘고도 남았다. 적대적 공존관계 속에서 견고한 기득권의 벽을 치고 있던 기성 정치권이 먼저 손을 들었다.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민주당은 민주통합당으로 스스로를 해체하지 않으면 안 됐다.

안철수 현상이 남긴 유산은 크고도 강하다. 정치권이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이면서 60년 넘게 우리 사회를 지배해왔던 패러다임에 혁명적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이 먼저 재벌을 공격한다. 검찰개혁 또한 거침없이 요구한다. 기득권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던 한 축을 흔드니 나머지 축들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쉬운 일을 왜 그동안 하지 못했을까. 우리들 대부분은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사회에 대해서 벙어리 냉가슴 앓듯 끙끙거리고 투덜대기만 할 뿐이었다. 세상을 '상식 대 비상식', 보다 정확하게는 '상식 대 몰상식'의 잣대로 판단하며 몰상식에 결연하게 맞서지는 못했던 것이다. 국민들에게 당연히 주어진 천부인권의 권리를 잠시 잊었던 것은 아닐까.

'안철수 바람'은 더 이상 나와 내 가족과 나의 노후를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하는 낡고 시들고 병든 국가운영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라는 시대적 경고다. 물론 북아프리카의 재스민혁명, 월스트리트를 강타한 어큐파이(occupy) 운동 등 외부적 충격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우리 내부의 혁명적 변화에 대한 욕구가 안철수란 분화구를 통해 분출된 것이다.

문제는 안철수 본인이 안철수 바람의 진원지인 줄 착각하면서 시작됐다. 우리들 중 어느 누구도 안철수에게 안철수 바람의 독점적 사용권을 허락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안철수는 점점 나르시시즘에 빠졌다. 상식에서 출발했던 안철수가 점점 보통사람들의 상식에 어긋나는 일들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바로 상식이라는 독선적 모습으로 변질되어갔다.

모든 사람이 한 생각일 수는 없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공감하는 간(間) 주간적인 상식은 있다. 안철수는 상식을 뛰어넘는 초인적 행보로 일관했다.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상식에 바탕 하여 한 걸음 앞서 나가는 지도자다. 구름 위에서 군림하려드는 초월적 존재가 아니다. 비극이다. 안철수 본인에게는 물론이고 안철수 바람을 통해서 새로운 변화를 갈망했던 우리에게도 비극이다. 

여드레 후면 대통령선거가 있다.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 중 한 사람이 승리할 것이다. 하지만 혁명적 변화를 통해 판이 뒤집히는 것을 보고자 했던 뜨거운 열망은 싸늘하게 식어만 갈 것이다. 그래도 다행이다.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는 앞 다투어 개혁을 말하고 소통과 민관의 협치를 약속하고 있으니 말이다. 안철수는 사라져가고 있지만 바람은 그 흔적을 남기고 있는가 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12/h2012121021003224370.htm

Posted by 겟업
2013. 4. 3. 14:22

몇 년 전까지만 해도 KT는 죽어가던 기업이었다. 전체 이익의 70∼80%를 창출하던 유선전화의 매출이 매년 10%씩 줄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내몰렸다. 휴대전화 자회사 KTF는 1위와 격차가 큰 만년 2등이었다. 새로 시작한 인터넷TV(IPTV) 사업의 앞날도 불투명했다. ‘나는 갑(甲)’이라는 거만함, 무사안일, 무(無)경쟁의 철밥통 풍토가 조직의 바닥에 두껍게 침전돼 있었다. 임원진의 절반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왔다. 간부들은 가자미눈으로 바깥을 바라봤다. 승진하려면 역량과 성과를 입증하는 것보다 외부의 힘을 동원하는 쪽이 더 확실했기 때문이다.

관료 시절 ‘개혁 전도사’라고 불리던 이석채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2009년 1월 KT 회장으로 취임했다. 취임 직후 직원 3만여 명 중 6000명을 내보내는 인력 구조조정부터 시작했다. 인재경영을 내세우며 인사 외풍을 차단했다. 스마트폰을 들여와 스마트혁명의 불을 댕겼고 KTF와의 합병을 통해 유무선 융합을 시도했다.

조직의 변화가 알려지면서 작년부터 국내외에서 각종 상(賞)을 28회(법인 19회, CEO 9회)나 받았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집무실에서 만난 이 회장은 “기업엔 상보다 실체가 중요하다. 실상은 기대에 많이 못 미친다. 사실 ‘뛰어난 기업’이라기보다 경영혁신과 인재경영을 평가받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첫 질문으로 ‘취임 직후 단행한 6000명 구조조정은 너무 가혹하지 않았나’ 하고 물었다. 그는 “청년실업 해결을 위해”라는 거대담론으로 대답했다. 


○ 청년실업 해결 위해 노동시장 유연성 높여야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지만 일자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좋은 일자리가 없다는 뜻이다. 노동시장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양분돼 있기 때문이다. 좋은 일자리는 선점됐고 진입구가 너무 좁다. 젊은이 중 극소수만 통과한다. 나머지는 ‘을(乙)의 일자리’로 가야 한다. 일자리를 갖고 있는 사람들도 행복하지 않다. 정년이 되면 생산성이 떨어진 상태에서 밀려 나간다. 미래가 막막하다. 젊은이들이 안 들어오니 회사는 노쇠해진다. 물에 비유하면 순환이 안 되고 썩는다. 해법이 있다. 생산성이 떨어진 사람들이 자리를 비워주고, 젊은이들이 그 자리를 채우는 구도로 바꾸는 것이다. 젊은이 몫이던 ‘을 일자리’를 퇴직자들이 채우는 것이다. 젊은이들은 희망을 찾고, 나가는 사람들도 비록 예전 같지는 않지만 생산성에 맞는 대우를 받으며 계속 일할 수 있다. 기업은 경쟁력을 되찾는다. 사회 전체가 ‘위너’가 된다. 우리 사회가 가야 할 길 아닌가. 우리는 한국을 지금의 모습으로 만든 세대다. 젊은이들이 이런 좌절을 겪으라고 우리가 땀 흘린 것 아니다. 청년들이 미래에 대해 희망을 품고 신나게 도전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려 했던 것이다. 이런 구상을 가지고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

청년실업과 관련해 그는 최근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며 “정치권이 뻔히 알면서도 기득권 노조의 조직화된 표를 잃을까봐 눈치만 보고 있다. 이들이 청년 일자리의 적(敵)”이라며 작심하고 정치권을 질타했다. 그는 “이 문제는 궁극적으로 법과 제도로 풀어야 하지만 안 되고 있다. 그래서 KT 모델을 본 후 ‘저렇게 하면 되겠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결국 법 제도가 따라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후 KT에는 과거보다 6∼7배 많은 청년이 입사한다. 그중 30%는 고졸이다. 퇴직자 6000명 중 2500명은 재취업했다. 

그는 공무원으로 정책적 판단을 할 때 ‘나라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잣대를 매번 들이대던 사람이다. 요즘 그는 2개의 잣대를 쓴다. 하나는 나라에 도움이 되느냐. 다른 하나는 KT가 돈 버느냐다. 

―이 회장은 경제공무원으로 출발했지만 장관은 정통부에서 했고, 이제 전문경영인으로 변신했다.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청년들에게 어떤 얘기를 해주고 싶나.


○ 정보-통신 융합해 새 성장동력 창출할 것

“세상이 힘들 것이다. 하지만 미래는 현재의 연장이 아니다. 미래는 스스로 만드는 거다. 현실에 짓눌리지 말고, 스스로 그리는 꿈을 위해 도전하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다. 우리가 출발할 때는 더 암담했다. ‘엽전은 별 수 없다’는 자조(自嘲)가 만연했고 패배주의적 종속이론이 횡행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미래가 열렸다. 현재의 족쇄에 묶이지 말라. 현재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단하지 말고 나름대로 인생설계를 해서 힘들더라도 도전하라. 그러면 새로운 미래가 열린다. 젊은이가 있는 자리에서는 항상 이런 얘기를 하고 다닌다.”

―KT는 신입사원 퇴사율이 높은 회사로 알려졌다. 

“어느 회사든 기업문화가 있다. KT의 조직문화가 자유롭고 창의적인 직장생활을 원하는 사람에게 안 맞을 수도 있다. 혹은 ‘아, 내가 이렇게 힘들고 빛 안 나는 일을 하러 왔나’ 하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중 후자, 즉 기대했던 일이 아니어서 실망했다면 나는 ‘감수하라’고 말한다. 어디든 현장은 고되며 고객을 위해 땀을 흘려야 한다. 문제는 전자, 즉 선배나 조직의 행태에 실망해 나가는 것이다. 이를 고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실인지 최근에는 KT 신입사원의 퇴사율이 이른바 초일류 기업보다 낮다. 퇴사자를 줄이는 수준이 아니라 신입사원이 보람을 느끼고 정열을 불태울 수 있도록 조직문화를 업그레이드하는 게 목표다.”

―올해 초 연임해 2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이번 임기의 중점 목표는…. 

“취임 직후엔 죽어가는 기업을 되살리는 게 중요했다. 아직 성공한 건 아니고 돌파구만 열었다. 이번 임기 때는 스마트 혁명, 즉 ICT(정보통신기술) 융합에 의해 새로 태어나려 한다. 이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려 한다. 가상재화(Virtual Goods·전자책 음원 동영상 게임 앱 등 네트워크 위에서 생산 유통 소비되는 디지털 상품) 시장에 주목해야 한다. 이 시장이 형성되면 젊은이들이 취업보다 창업을 많이 할 수 있게 된다. KT는 물론이고 한국이 재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KT로서는 한국의 ICT 컨버전스 리더가 아니라 글로벌 리더로 재탄생한다.”


○ 제3의 물결은 스마트네트워크 통해 시작

―스마트 혁명의 본질이 뭔가.

“보는 각도에 따라 스마트다, 네트워크다, 컨버전스다 하고 달리 부르지만 결국 동일한 현상이다. 지금까지 생각하지 않았던 산업과 활동이 온라인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컴퓨터와 인터넷, 휴대전화가 보급되면서 IT(정보기술) 혁명이라고 했는데 그것은 맛보기일 뿐이다. 책상에 앉았을 때만 컴퓨터를 썼고 책상을 떠나면 멀어졌다. 이 때문에 일부는 실망도 했다. 이제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연결된다. 이것이 진짜 혁명이다. 쇼핑 학습 의료 에너지 등 어디까지 확산될지 모른다. 1980년대 앨빈 토플러가 말한 ‘제3의 물결’, 정보화 혁명이 이제 제대로 시작되고 있다. 스마트화는 정보화 혁명의 완성이 아니라 시작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IT라는 말이 일반적이었다. 컨버전스에 대한 공감이 확산되면서 용어도 정보(Information)와 통신(Communication)을 병기한 ICT로 변화한 것 같다. ICT 산업이 맞은 가장 큰 도전은 뭐라고 보나.

“첫째, 네트워크다. 정보화 진전으로 디바이스(기기) 사용자인터페이스 운영체제(OS) 등은 아주 발전했다. 이 모든 것이 연결돼야 제대로 기능한다. 스마트TV라고 하지만 스마트 네트워크에 연결돼야 스마트하지, 그렇지 않으면 바보상자에 불과하다. 에너지 절약을 위한 스마트그리드도 네트워크 위에 있을 때만 의미를 갖는다. 제3의 물결은 스마트 네트워크를 통해 일어난다. 그래서 네트워크 혁명이다. 하지만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사람들이 잘 못 느낀다. 누가, 얼마나, 어떻게 네트워크를 가꿔야 할지 생각지 않는다. 인프라를 주어진 것으로 보며 내가 해야 한다는 생각을 못한다. 둘째, 보안이다. 네트워크를 잘못 다루면 프라이버시가 무너진다. 예컨대 국방도 ICT로 옮겨갈 텐데 보안이 가능할지가 중요한 과제다. 네트워크의 보안성을 시험해보고 싶어 하는 ‘철없는 천재’가 너무 많지 않나.” 

―네트워크가 너무 잘 깔려 있어 사용자들이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생각할 필요조차 없는 상황이 가장 좋은 것 아닌가. 마치 수돗물이 어떻게 생산되고 운반되며 배분되는지 알 필요 없이 물이 필요하면 그저 수도꼭지를 트는 것처럼….

“그게 오래 못 간다. 당장의 전력 부족 문제를 봐라. 안일하게 생각하다 보니 문제가 왔다. 원하는 대로 쓰기만 해서는 위기에 봉착한다. 네트워크도, 주파수도 마찬가지다. 결코 무한하지 않다. 개발을 위해서는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 LTE(롱텀에볼루션)망 하나 건설하려면 4조 원이 들어간다. 이 투자비가 회수도 안 됐는데 또 다른 망을 건설해야 한다면 어떻게 되겠나. 또 지금 주파수를 맘대로 나눠주면 나중에 쓸 게 없다.” 

이 회장은 거대담론뿐만 아니라 디테일에 매우 강하다. 기술적인 내용도 KT 엔지니어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철저하게 공부한다. 그리고 거대담론과 디테일을 교직(交織)해서 조리 있게 설명하는 재주가 있다.

―KT는 작년 2월 BC카드를 인수했다. 금융업을 하겠다는 건가. 

“BC카드는 다른 카드회사와 다르다. 카드 발행은 회원은행이 하고 BC카드는 거래처리만 해준다. 즉 금융-통신의 융합을 통해 회원금융사를 제대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 KT선 충성도 아닌 능력과 됨됨이가 중요

―경제민주화 논의의 핵심에 대기업집단, 이른바 재벌 문제가 있다. 재벌 체제가 문제되자 기아자동차, 유한양행 등의 모델이 주목받았다. 하지만 결국 대안이 되지는 못했다. 

“KT가 있잖나. KT의 경우 매년 경력자를 350명씩 뽑는다. 임원도 40%가 외부 출신이다. 대주주가 있는 회사, 재벌 경제에서는 힘든 일이다. (기업 내에) 충성도가 중요한 섹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KT에는 (재벌식 약점이 없기 때문에) 충성도가 아니라 능력과 됨됨이가 중요하다.”

―KT를 주목하는 시선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석채가 떠나면 함께 사그라질 ‘이석채 바람’이 아닌가 궁금해한다. 개혁성과가 정착될 것이라 보나. 

“밖에서 흔들지만 않으면 된다. 믿어 봐라. KT의 성공에 그치지 않고 한국 경제에 새 바람을 일으킬 수도 있다. 청년실업과 재벌 문제에서.”

―정보통신부 부활에 찬성하나.

“당연하다. 국무회의에서, 국회에서 전문적 식견과 책임을 가지고 얘기할 수 있는 전담 부처가 있어야 한다. 변화를 내다보고,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얘기하는 부처가 필요하다. 규제도 해야겠지만 대변하고 대비하고 필요할 경우 지원하는 기능이 있어야 한다. 소프트웨어 산업이 한국에서 크지 않는 데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부처가 꼭 필요하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치에 바라는 게 있다면….

“정치는 기본적으로 현실이지만, 또한 미래를 열어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 정치를 희화화하는 일이 많은데 정말 우리 정치가 그렇게 불량품이었다면 지금의 한국은 없다.”



허승호 논설위원



http://news.donga.com/3/all/20121210/51453839/1

Posted by 겟업
2013. 4. 3. 14:08

막이 내리자마자 히잡을 쓴 관객들이 무대 위로 몰려들었다. V자형으로 손가락을 펴고서 우리 공연자들을 모델 삼아 사진 찍기에 정신이 없다. 인파가 얽히고 설켜서 북새통을 이룬다. 아프리카 시골에서도 중동의 도시에서도 반응은 마찬가지. 5회째를 맞는 한-아랍 친선 카라반 공연에서 목격한 장면이다. 이번 공연단에 한류 스타가 포함된 것도 아니었다. 조금 과장하자면, 하나의 '현상' 혹은 '신드롬' 이랄까.

한류 열기는 어딜 가나 뜨겁다. 객석은 이미 동이 났고, 계단을 채우고도 자리가 모자라 많은 사람들이 되돌아 갔다. 한국말도 곧잘 한다. "한국 너무 너무 사랑해요, 정말로!" 해맑게 미소 짓는 아랍 여학생이 건네는 인사다. 그들은 한국 것이면 무조건 좋단다. K팝도, 드라마도, 한식도, 그리고 끈끈한 한국인 정이. 한국산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자랑하며, 이제는 한국산 자동차를 갖는게 꿈이란다. 

요즘 '공공외교'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전통적 외교는 정부간에만 이루어지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는 정부가 외국인을 상대로 직접 소통에 나서고 있다. 문화, 예술, 드라마, 스포츠 분야에서의 소프트파워가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민주화, 개방화, 글로벌화, 그리고 인터넷의 발달로 국민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자국 정부든 상대국 정부든 이를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미국은 일찍이 국무부에 공공외교 전담조직을 두고 그 예산과 조직을 확대해 왔다. 중국 역시 공공외교를 주요 외교 전략의 하나로 삼고 있다. 각국에 공자학원을 설립하여 중국문화와 중국어 보급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의 공공외교도 이와 다르지 않다. 외국인들에게 호감을 주는 나라, 또 방문하고 싶은 나라로서의 매력적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요컨데 공공외교의 핵심은 외국인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그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몇 가지 방안을 살펴보자.

첫째, 공공외교는 쌍방향 소통을 기본으로 한다. 우리 문화를 전파하고자 한다면 당연히 상대방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이번 우리 공연단이 아랍에서 우리 음악과 춤을 소개하는 가운데 간간이 현지 음악을 연주하자 관객의 반응은 더욱 뜨거워졌다. 거듭되는 박수와 앵콜이 공연의 진행을 방해할 정도였다. 그들 역시 자신들의 문화를 응원함으로써 우리가 자신들의 문화에 반응해 주기를 원했던 것이다. 이렇듯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전제가 된 문화교류는 시너지 효과를 가져온다.

둘째, 한류는 단순히 오감을 즐겁게 하는 차원을 넘어 세계인들 속에 하나의 문화로서 정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지화 과정이 필수적이다. 한류의 거품이 이내 꺼질 것이라는 우려가 기우만은 아니다. 문화란 시간이 지나면 참신성이 떨어져 식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아직은 여유가 있다. 전세계 한류 팬클럽이 약 800개, 회원이 약 700만명에 달한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뜨기 전 통계이니, 지금은 수 천만 명으로 늘어났을 것이다. 한류가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능동적으로 반응해야 한다. 한류공연을 기획하고 주관하는 것 역시 이들 외국인 팬들이 주도해야 할 것이다.

셋째, 공공외교란 국민들과 함께 하는 것이다. 정부보다는 국민이 앞장서야 자연스럽고 외국인도 쉽게 마음을 연다. 그렇다 치더라도, 국민들이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생각보다는 할 수 있는 일이 많고 또 어렵지도 않다. 스스로 민간외교관이 되어 국내외에서 마주치는 외국인과 마음의 소통을 하면 된다. 

공공외교는 외국인의 마음을 얻기 위한 과정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이 스스로 변해야 한다. 평소에 남을 배려하는 자세가 몸에 배도록 하여야 한다. 국민이 참다운 모습으로 변화는 과정, 이게 바로 진정한 공공외교다.



마영삼 공공외교대사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301/h2013011615135124060.htm

Posted by 겟업
2013. 4. 3. 14:06

이제는 때가 된 듯하다. 매사 때가 있는 법인데 한국 검찰도 이제 일에 때를 찾은 것 같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한국 사회에는 '3대 성역'이 있다는 말이 떠돌았다. 혹자는 그것을 '재벌, 언론, 검찰'이라고 했고, 혹자는 그게 무슨 소리냐며 '종교, 대학, 검찰'이야말로 우리 사회에 남은 마지막 성역이라고 했다. 누가 무슨 기준으로 한국사회 3대 성역을 꼽든 검찰은 거기 포함됐다. 검찰이 대단한 조직이라는 현실의 반증이다.

재벌이 성역이라는 걸 실감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세상이 돈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한 그것은 당분간은 불변의 진리다. 하지만 경제민주화가 운위되는 현실에서, 또 최근 몇몇 재벌의 사례에서 보듯 오너가 검찰과 법원에 의해 단죄를 받는 상황에서 그 성역도 상당부분 위축된다. 언론이 성역이다? 성역인 척하려는, 성역으로 남아있고 싶어 발버둥치는 언론사가 있을지 모르지만 기자가 언론 현실을 보기에 이건 철지난 소리다. 종교도 이제는 성역에서 벗어나 세속으로 내려오실 때가 됐다. 대학도 더 이상 상아탑이라는 미명이 내홍이나 외풍을 막아주는 무풍지대가 아닌 것은 누구나 안다. 

이렇게 따지면 검찰이야말로 우리사회에 여전히 남아있는 유일의 성역인 셈이다. 설사 재벌 언론 종교 대학이 아직 성역임을 강변하더라도, 그들도 검찰 앞에 서면 한없이 왜소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왜 검찰이 성역이 됐는지를 따져보면 사실 간단한 이유 때문이다. 형사소송법에 나와 있는 기소독점주의나 검사동일체의 원칙은 그 성스러움의 기본이 됐다. 인신을 구속하고 재판에 넘길 수 있는 무시무시한 힘, 1,800여명의 엘리트 검사들이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상명하복의 관계 하에서 일체불가분의 유기적 통일체로 움직인다는 어마어마한 조직원리다. 한국의 역대 정권이 이런 막강한 검찰을 이용하려 하지 않을 리 만무했다. 정치검찰이니 검찰의 정권 눈치보기라는 말은 그래서 나왔다. 과거 변호사 출신의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내걸고 평검사들과의 대화라는 자리를 만들어 설전을 벌이다 집중 공격을 받고는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죠"라고 말하던 장면은, 성역이 된 한국 검찰의 모습을 역으로 보여준 하나의 삽화였다.

그런데 그렇게 어려울 듯했던 검찰의 탈성역화, 일반적인 표현으로 검찰개혁이란 것이 이제는 검찰조직 스스로도 수긍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사회의 초미의 과제가 됐다. 그 계기는 엉뚱한 데서 생겼다. 서울고검의 부장검사급 검사가 무려 10억원대의 뇌물을 받은 사실이 평소 검찰과 앙앙불락하던 경찰의 사건 추적으로 불거지고, 서울동부지검에서 수습 중이던 나이 서른살의 검사가 마흔세살의 여성 피의자와 검사실 안에서 사실상 위력으로 성관계를 가진 사건이 잇달아 터진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스폰서 검사니 그랜저 검사니 벤츠 검사니 하는 사건이 벌어져도 그저 검사 한두 명의 일탈이려니 하고 꿈쩍도 않던 검찰은 이들 사건 앞에서 입을 열 수 없게 됐다. 이 서울고검 검사는 수사 결과 10여년 동안 임지를 옮겨다닐 때마다 금품과 향응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성추문 검사 사건이 불거진 후에는 다른 검사 10명과 14명의 검찰 직원이 피해 여성의 사진을, 아마 호기심에서, 불법 열람한 사실이 드러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검찰이라는 성역 내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들이 앞으로는 칼을 들고 뒤로는 무슨 일을 저지르고 있는지 우리는 생생하게 목도하게 됐다.

티핑 포인트라는 개념이 아마 지금 한국 검찰에 들어맞지 않을까 싶다. 상황의 균형이 깨지고 단번에 모든 것을 바꿔놓을 수 있는 변수가 생긴 순간, 세상을 바꾸는 시간이다. 그 순간은 그냥 오지 않는다. 물이 끓듯 안에서 끓어오르다 마침내 임계점에 달해 폭발하는 순간이다. 한국 검찰은 성역의 내부에서 곪아오다 마침내 '돈 검사'와 '성 검사' 두 명으로 인해 변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시기에는 무엇보다 변화에 저항하려 하지 말고 스스로 체질을 바꿔 나가려는, 성역을 깨고 나오려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



하종오 부국장 겸 사회부장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12/h2012120802365924380.htm

Posted by 겟업
2013. 4. 3. 14:04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에게 이제 남은 날은 열하루다. 넉넉잡아도 이백 몇십 시간 후 한 사람은 대통령 당선자, 다른 한 사람은 낙선자로 갈린다. 낙선자는 퇴장이다. 패자부활전은 없다. 대선 주연들만 가차없는 운명을 맞는 게 아니다. 조연(助演)들도 시간의 흐름에 떠밀려 무대 뒤로 사라진다.

문 후보가 낙선하면…. 안철수씨는 그 순간부터 책임 추궁에 쫓긴다. 그를 중심으로 야당이 재편(再編)되리라는 건 순진한 기대다. 문 후보가 당선되면…. 그땐 길이 둘로 나뉜다. 하나는 대통령을 장식하는 '추종적(追從的) 2인자'의 길이고, 다른 하나는 대통령과 권력을 다투는 '경쟁적 2인자'의 길이다. 대통령중심제에서 '추종적 2인자'는 잠시 반짝하다 빛이 바래면서 태풍의 기억처럼 소멸(消滅)한다. '경쟁적 2인자'로 생존하는 건 선대(先代)로부터 거대한 고정 지지층을 유산으로 받은 박근혜 후보쯤 돼야 누리는 혜택이다. 구름 모였다 흩어지듯 하는 안씨 지지층은 구름 사다리나 한가지다. 이렇게 주연과 조연의 운명이 정해져도 국민 운명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후보들의 미래 설계 한 번 제대로 듣지 못한 채 기표소로 향해야 하는 게 우리 팔자라서다.

일본은 22년 전과 완전히 다른 나라였다. 정치인도 국민도 그때 그 모습이 아니었다. 거기도 선거판이었다. 독도를 되찾겠다며 정부 행사로 '다케시마(竹島)의 날'을 선포하고, 센카쿠열도(중국명·댜오위다오)를 지키겠다는 결사적 자세를 공약으로 내건 자민당이 과반수에 육박하는 제1당이 되리라고 했다. 전직 소설가인 '망언(妄言) 제조기'가 이끄는 당이 제2당, 집권 민주당은 제3당으로 내려앉는다고 했다. 지난 20년간 연평균 성장률 0%를 기록한 장기 불황은 국민을 바꿔놓고, 바뀐 국민은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에게 무방비(無防備)로 휘둘리고 있었다. 눈덩이 덮치듯 일본을 덮친 초고속 고령화(高齡化) 앞에선 백약(百藥)이 무효라고 했다.

미국의 대표적 일본 옹호론자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일본 현상'을 중국 부상(浮上) 앞에서 갈피를 못 잡는 자신감 상실로 진단했다. 지난 20년 동안 일본 수뇌부는 미국의 점진적 쇠퇴와 중국의 급속한 대두를 놓고 불길한 예언만 늘어놓을 뿐 손을 놓아 버렸다. 강대국으로 떠오르는 중국 속에서 기회와 위기의 가능성을 함께 보면서 기회를 활용하고 위기에 대비하는 국가 전략의 새 판을 짤 기회를 놓쳤다.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을 유식한 학자들은 '자기 실현적 예언(self fulfilling prophecy)'이라고 한다. 꼭 그 케이스다.

내놓는 제품마다 세계 시장을 제패하던 '소니'와 '파나소닉' 등 일본 대표 기업들이 요 몇년 해마다 최대 적자(赤字) 기록을 경신하고있다. 일본 경제의 세 가지 비밀 병기(兵器)라던 '종신고용제' '연공서열(年功序列)' '기업별 노동조합'은 혹이 된 지 오래다. 어제 성공했고 오늘 성공하고 있으니 내일도 성공하리라는 성공 신화(神話)의 덫에 걸려 현실을 읽지 못한 탓이다.

우리가 내일의 운명을 염려한다면 일본의 오늘을 직시(直視)해야 한다. 한국 사회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신기록 보유 국가였던 일본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 다음, 다음 대통령 무렵 손을 써봤자 이미 늦다. 지금 어느 대선 후보가 고령화 사회의 경종을 울리고 있는가.

20년 전 한국은 소련과 통하고(通蘇) 중국과 새로 벗하며(通中) 김일성으로 하여금 이대로 갇히고 마는(封北) 게 아니냐는 두려움에 전전긍긍하게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미국을 한국 북방(北方) 외교의 최대 협력자로 묶어둘 수 있었다. 군사정권의 때를 벗지 못했다던 노태우 정권 시절의 한국 외교가 이랬다. 그랬던 우리 외교가 북한이 미국과 통하면서(通美) 대한민국을 고립시킬까(封南) 걱정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중국을 움직여 북핵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하려면 중국을 열 열쇠를 찾아야 한다. 큰 문이라고 꼭 큰 열쇠로 여는 게 아니다. 외교적 상상력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어느 대선 후보가 이런 한국 외교의 대방략(大方略)을 논하고 있는가.

20년 전 일본 반도체 산업에 황혼이 내리리라고 예측한 전문가는 한 사람도 없었다. 그 일본 반도체 산업이 폐허가 됐다. 우리 기업이 5000만 국민을 먹여 살릴 미래의 쌀 같은 신수종(新樹種) 제품을 내놓았다는 이야기를 언제 들은 적이 있는가. 대선 후보 가운데 누가 이런 사태를 앞당겨 근심하고 있는가.

복지를 퍼올린다고 고령화가 멈추고,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중지한다고 나라의 새 길이 뚫리고, 한·미 FTA를 재협상한다 해서 미래가 환해지는 게 아니다. 일본 국민은 20년 전 '경제는 1류지만 정치는 3류'라고 겸손해했다. 그러나 끝내는 '1류 경제'가 앞 못 보는 '3류 정치'에게 잡혀먹히고 말았다.

오는 19일은 대선 후보 운명만 결정짓는 날이 아니다. 그보다 몇 백배 중한 국민 운명을 국민 손으로 결정짓는 무서운 날이다.


 강천석 주필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2/07/2012120701384.html

Posted by 겟업
2013. 1. 4. 13:42

어느 정치 평론가와 대화를 나누다 질문을 하나 던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떤 대통령으로 기억될까.”

돌아온 답은 ‘일’이었다. ‘일한 대통령’으로 기억되리라는 것이었다. 이어서 그가 내놓은 역대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수긍할 만했다. 김영삼-사명, 김대중-비전, 노무현-꿈, 이명박-일.

지금 누가 될까 하는 참에 무슨 평가냐 할지 모른다. 그러나 누구를 뽑느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대통령을 뽑고 나서 어찌 대하고 평가하고 떠나보내느냐다. 반쪽 대통령, 아니 반쪽도 안 되는 대통령을 뽑아놓고 내내 흔들면 남아날 대통령이 없고 피해는 우리 모두에게 온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랬고 이명박 대통령이 그렇다.

대선 막바지에 박·문 두 후보 측이 노무현·이명박 두 정권의 실정을 강조하며 반사 이익을 얻고자 하는 것은 눈꼴사납다. 두 후보는 그렇게도 미래 비전이 궁한가? 유권자를 끌어들이는 게 고작 노무현·이명박인가?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들이 전직 대통령을 제물로 삼으면 자신도 곧 제물로 전락함을 모르는가? 통합을 이야기하며 분열로 대통령이 되려 하는가?

‘노무현-꿈, 이명박-일’이라고 평가한다 해서 꼭 좋은 소리만은 아니다. 노무현의 ‘꿈’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주의자의 그것이라고 폄하할 수 있고, 이명박의 ‘일’은 본인만 열심히 밀어붙였지 주변을 돌아보았느냐고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노무현의 꿈을 당대에 좌절시킨 사람들은 누구일까. 노무현을 대통령이 아닌 ‘도구’로 간주했던 이념파들이 노무현의 실용주의를 흔든 것은 그의 무덤 앞에서 떳떳한가? 이명박의 일에 대해 후세의 평가가 어찌 나올지 길게 보는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 당장 금강·영산강가에 서서도 ‘토건 대통령’을 외칠 것인가?

한국 정치는 전 정권에 대한 극단적 부정을 통해 정당성을 구축하는 후진 정치라는 지적이 이미 여럿 있었다. 정당성 부정을 통한 정당성 구축이라는 것인데, 이는 이미 잘 먹히지도 않는다는 것이 올해 총선·대선을 치르며 잘 나타났다. 시민이, 유권자가 더 영특한 것이다. 새로운 비전과 리더십을 보이면 확 쏠릴 터인데, 그 빈자리를 안철수라는 인물이 채우기에는 아직은 여러모로 역부족임을 다들 보았다.

사명·비전·꿈·일이라는 평가에 대해 나는 토를 달 생각이 별로 없다. 물·불·흙·바람처럼 다 절실하면서도 또 모두 다가 아니다. 대통령은 만병통치하는 완전한 인격체가 아니고 그러나 다 한몫을 했다. 사실은 정권에 의한 역사의 단절이란 없었다. DJ가 외환위기를 물려받았듯 새 대통령 당선자도 저성장 추세 속에 일자리·복지 욕구를 물려받는다.

어느 대통령이 성장을 내팽개쳤을까. 노무현도 이명박도 다 애를 썼다. 다만 그 성적표를 보면 ‘한국경제성장률 > 세계경제성장률’이란 면에서 이명박 정권이 조금 낫다.

어느 대통령이 복지를 중시하지 않았을까. 노무현도 이명박도 다 애를 썼다. 나라가 복지에 쓴 돈은 매년 늘어났고 그 비중도 매년 높아졌으며, 당연히 이명박 정권의 복지예산 규모나 비중은 역대 최고다.

어느 대통령이 정부 곳간을 지키려 하지 않았을까. 그 누적된 결과로 이명박 정권 때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 유독 한국만은 국가신용등급이 올라갔다. 대단한 일이다.

어느 대통령이 소득 분배에 신경을 쓰지 않았을까. 일자리는 어려워졌지만 꾸준히 복지가 늘어난 결과 이명박 정권 때 소득 분배는 조금 나아졌다.

성장·복지·재정·분배가 세계적 추세 속에서 우리 역대 정권이 노력한 결과였다면, 녹색성장 패러다임을 전 세계에 처음 제시하고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녹색기술센터(GTC)에 이어 녹색기후기금(GCF)을 한국에 유치해 전략·기술·재원의 ‘녹색 트라이앵글’을 구축한 것은 온전히 이명박 정권의 공이다.

정권 초기 쇠고기 촛불 시위가 벌어졌을 때, 동방신기 팬클럽 사이트에서 우연히 붙은 불이 요리·육아 사이트에서 번져 유모차 부대를 불러낸 것을 알았다면. 젊은 주부들이 왜 절망하고 무엇에 분노하는지 알았다면. 그 배후로 괜스레 시민단체를 지목하고 자금줄을 끊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민간인 사찰로까지 이어지지 않았다면.

4대강 사업을 운하로 시작하지 않았다면. 환경으로 바꾼 뒤에도 수질 개선이 급한 곳부터 하나하나 했더라면.

4대강 대신 보육에 처음부터 집중했더라면.

5년 내내 사람 쓰는 데서 더 좋은 소리를 들었더라면.

여러 아쉬움이 있지만, 이제 5년 임기를 열심히 마치고 물러나는 대통령이다.

헐뜯고 내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그 예의는 유권자인 우리 스스로에 대한 자존이다.



 

 

 

김수길 주필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0077983&cloc=olink|article|default

 



 

Posted by 겟업
2013. 1. 4. 13:40
'나비 효과'란 나비가 날갯짓한(flap its wings) 것이 지구 반대편에 태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이론이다. 미세한 변화(a subtle change)가 나중 어떤 단계에선 큰 차이를 야기한다는(result in large differences to a later state) 얘기다. 중국 웨이보에 소개된 한 초등학생 글이 나비 효과를 연상케 해 화제가 되고 있다.

"시간이 화살처럼 어느덧 지나간다(steal by like an arrow).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 그러지 않으면 점수가 올라가지 않을 것이고, 점수가 오르지 않으면 부모님께 꾸중을 듣게 된다. 꾸중을 들으면 자신감을 잃게 된다(lose self-confidence). 그러면 성적이 더 떨어져 대학에 못 갈 것이다. 대학을 못 가면 좋은 직업을 얻을 수 없고, 돈을 벌 수 없게(won't be able to make money) 된다.

돈을 못 벌면 세금을 못 낸다. 그러면 나라에서 선생님들 월급 주기가 어려워진다. 그렇게 되면 선생님들은 교육에 전념하지(devote themselves to teaching) 못 하게 되고 나라 발전이 영향을 받게 된다. 나라가 발전하지 못 하면 야만 인종으로 퇴화되고(degenerate into a barbaric race), 그리되면 미국은 야만적인 중국이 대규모 살인무기를 보유할(have large-scale murderous weapons) 것이라며 전쟁을 일으켜 제3차 세계대전이 촉발될 것이다.

세계대전이 벌어져 힘에 부치게 되면(be beyond their powers) 양국은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다. 핵무기 사용은 지구 환경을 파괴해(destroy the global environment) 대기층에 큰 구멍이 생기고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가 급격히 진행될(drastically escalate) 것이다. 그리되면 남·북극 빙하(the glaciers at both poles)가 녹을 것이고, 빙하가 녹으면 지구의 수위(the global water level)가 높아지고, 그러면 전 인류가 물에 빠져 죽게(drown and die) 될 것이다.

내가 공부하는 것은 전 인류의 생존·안전과 관련돼(relate to the survival and security of the entire human race) 있다. 따라서 시험을 잘 보기 위해 남아 있는 며칠을 시험공부에 쏟아부어야(spend the remaining next few days on cramming for the exam) 한다. 내가 점수를 잘 받아야 비극이 일어나는 것을 막을(prevent a tragedy from happening) 수 있다."

이 초등학생 과제물 말미에 담당 교사는 "큰소리로 웃었단다(laugh out loud)"라고 적었다. 외신들의 반응은 달랐다. "어린이는 좀처럼 비꼬아 말하지 않는다(rarely speak ironically). 어린이들이 불쑥 하는 말(off-hand comments)은 잠재의식 차원에서 사회에 배어들고(pervade a society at a subconscious level) 있는 현상을 반영한다. 자신의 행위가 인류 미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 어린이의 생각은 중국인 의식 속에 움트기 시작한 변화를 방증하는(throw a sidelight on a shift coming into bud in Chinese consciousness) 것이다."

 

 

 http://www.theatlantic.com/international/archive/2012/11/why-the-fate-of-humanity-rests-on-a-chinese-middle-schoolers-test-scores/265638/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2/04/2012120402645.html

 

 

 

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