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있는삶/사설 노트'에 해당되는 글 715건

  1. 2013.04.04 [조선데스크] 현정화의 영어 공부 분투기
  2. 2013.04.04 [태평로] 장발장은 100% 희생자인가
  3. 2013.04.04 [정진홍의 소프트파워] 미래 잡는 삼·지·창
  4. 2013.04.04 [경제 view &] 난세에 영웅 난다 … 중소기업 용기를 내자
  5. 2013.04.04 [삶의 향기] 우리는 왜 가까운 사람에게 짜증을 낼까?
  6. 2013.04.04 [아침을 열며/1월 14일] 개도국 정보격차 해소에 기여해야
  7. 2013.04.04 [특파원 칼럼/1월 14일] 개혁은 왜 남쪽에서 시작될까
  8. 2013.04.04 [특파원 칼럼/배극인]반일(反日)이 능사 아니다
  9. 2013.04.04 [2030미래전략 세계 석학에게 듣는다]<3>테드 고든 퓨처스그룹 설립자
  10. 2013.04.04 [시론/신기욱]해외 원조, 컨트롤타워 필요하다
  11. 2013.04.04 [중앙시평] 1월의 행진
  12. 2013.04.04 [서소문 포럼] 새우, 돌고래, 그리고 박근혜 외교
  13. 2013.04.04 [특파원 칼럼] 역사 드라마로 지역 살리기
  14. 2013.04.04 [토요에세이/1월 12일] 박근혜가 먼저 만나야 할 사람
  15. 2013.04.04 [시론] UAE 환자, 더 유치하려면
  16. 2013.04.04 [특파원 칼럼] 유행 없는 '패션의 도시'
  17. 2013.04.04 민주당 ‘SNS정치’와 ‘골목정치’를 소통시켜라
  18. 2013.04.04 [광화문에서/천광암]용어설명: 웰에이징(well-aging)
  19. 2013.04.04 [세상읽기] ‘한국 사례’ 전 세계가 주시한다
  20. 2013.04.04 [특파원 칼럼] '테리 존스' 대처법
2013. 4. 4. 16:16

"힘들죠. 그래도 잘해야죠. 결국 잘하게 될 거고요." 지난해부터 미국에서 영어 공부를 하고 있는 '한국 탁구의 여왕' 현정화 감독과 통화를 하다 그녀의 말투 때문에 그만 웃고 말았다. 현역 시절 말투와 너무나 닮아서였다. 서울올림픽 금메달과 세계선수권 단식·복식·혼합복식·단체전 등 그랜드슬램을 이룬 지독한 승부사인 현정화는 "힘들죠. 그래도 이겨야죠. 결국 이기게 될 거고요"라는 말을 되풀이하곤 했다. 자기 세뇌하듯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대여섯 점 차로 뒤지던 경기를 뒤집곤 했다.

현정화 감독은 지금 영어 공부에서 승부욕을 불태우고 있다. 지난해 8월 그녀는 미국으로 떠났다. 탁구 여자 대표팀 총감독으로 런던올림픽을 마치자마자 남편, 두 아이와 함께 로스앤젤레스로 갔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다섯 시간씩 랭귀지스쿨에 다니고 있다. "왜 이리 숙제도 많고 테스트도 많은지 모르겠다"고 푸념하면서도 이제 마흔네 살인 현 감독은 "처음엔 1년을 생각하고 왔는데 1년 가지고는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녀는 힘든 훈련 중에도 틈틈이 영어 책을 읽을 정도로 공부의 끈을 놓지 않았고, 외국 선수들과 토막 영어로 대화를 나눈 경험도 많았다. 이런 그녀가 영어의 벽을 느낀 것은 2년 전이었다. 대한탁구협회 전무를 맡았던 그녀는 국제탁구연맹 총회에서 미디어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됐다. 현정화는 "탁구 실력은 중국과 한국이 훨씬 낫지만 영어에 능숙하고 공부를 제대로 한 선수가 많은 유럽 출신들이 연맹을 주도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녀는 탁구 국제 행정가의 길을 걷겠다는 큰 꿈을 갖게 됐다. 그러려면 우선 말이 통해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네 차례 올림픽에 출전했던 한국 썰매 종목의 개척자 강광배 한국체육대 교수는 "성적만 확인되면 서둘러 짐을 싸서 대회장을 떠나는 한국 선수단과 달리 유럽과 미국 선수들은 각종 회의나 모임에 참석해 의견을 나누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게 바로 가장 효율적인 스포츠 외교라고 그는 강조했다. 세계적인 탁구 스타였던 현정화가 젊은 시절 이런 국제회의에 참석했다면 일찌감치 국제무대에 대한 꿈을 키우고 말이 통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을 것이다. 학창 시절 조금만 더 공부할 시간이 주어졌어도 더 높은 단계에서 영어를 익히고 있을 것이다.

학교 수업을 듣는 학생 선수들이 늘고 있지만 그들은 다른 엄두를 내기 힘들 만큼 엄청난 훈련량을 소화해야 한다. 공부는 여전히 뒷전이다. 그래서 고등학교 야구 선수가 일반 학생들과 경쟁해서 서울대 체육교육과에 입학한 게 뉴스가 된다.

현정화 감독은 훗날 탁구 아카데미를 세우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선수에게는 하루에 훈련 4시간, 공부 4시간, 여가활동 4시간씩 배정하겠다고 했다. 자신의 경험으로 볼 때 4시간 이상 훈련해도 효과를 거두기 힘들고, 하루에 4시간만 필요한 공부를 하면 큰 밑천이 된다는 생각에서다. 듣고 보니 이 '4·4·4 시간표'가 어린 시절부터 운동 부담이 너무나 큰 학생 선수들에게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민학수 스포츠부 차장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1/21/2013012102459.html



Posted by 겟업
2013. 4. 4. 16:12

초등학교 시절, '장발장'과 '레미제라블'이 같은 작품임을 아는 데 한참이 걸렸다. '장발장'이 한국 이름이 아니라 프랑스 이름 '장(Jean)'에 성이 '발장(Valjean)'이라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 '레미 제라블'이 아니라 '레 미제라블이란 것도 후에 알았다. 그리고 이 책이 완역하면 2300페이지가 넘는 대작이라는 것은 최근에야 알았다.

'독자 여러분이 아시는 대로, 장발장은 빵 한 조각을 훔치고 억울하게 19년간이나 옥살이를 했다'. 이 문장에는 오류가 있을까, 없을까.

막노동으로 살아가던 장발장이 빵을 훔친 것은 누이의 일곱 아이에게 먹일 빵이 없어서였다. 그는 총을 소지하고 있었는데, 이게 불리하게 작용해 '야간에 가택에 침입해 절도 행위를 한 혐의'로 5년형을 받았다. 죄수번호 '24601번'장발장은 수감 4년째 탈옥했고 이틀 만에 잡혔다. 이걸로 3년이 추가됐다. 6년째 또 탈옥했고 잡히면서 강하게 저항하는 바람에 5년이 더 추가됐다. 10년째 또 탈옥하다가 3년 추가, 13년째 또 탈옥해 3년을 추가했다. 이렇게 해서 도합 19년이다.

작가 빅토르 위고는 죄에 비해 징벌이 과도했기 때문에 '범죄자의 잘못을 억압으로 바꾸고, 죄인을 희생자로, 채무자를 채권자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썼다.

여기까지 읽으면 "그깟 빵 한 덩이 훔친 죄는 그냥 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그런데 정말 그랬다면, 한밤중에 총 든 남자가 자기 집 유리를 깨는 걸 목격한 빵집 주인의 불안은 누가 해소해줄까. 탈옥 누범에게 형을 추가하지 않으면 누가 얌전히 감옥에서 형기를 채울까. 그래서 작가는 이렇게 썼다. '장발장은 자기가 받은 징벌은 사실 부당한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불공정한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대부분 '장발장의 죄는 빵 한 조각을 훔친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 한다. '우리 편' 장발장이 무고할수록 저쪽 권력의 폭압성이 부각되기 때문이다. 이성을 잠재워놔야 피가 빨리 끓는다.

이런 사고 패턴은 흔하다. 얼마 전 인터넷에 '4만원 훔쳐 징역 1년 6개월, 현대판 장발장?'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왔다. 예상대로 '있는 자들은 몇억을 해먹어도 집행유예로 나온다' '법이 썩었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9년 전 그의 첫 절도는 70만원 벌금형에 불과했다. 그러나 집행유예 기간 중 또 절도를 했고, 경찰 행세를 하며 돈을 뺏는 등 범죄 두 번에 이어, 이번에도 잠자는 이의 찜질방 열쇠를 빼내 옷장에서 돈을 훔쳤다는 구체적인 범죄 사실과 이에 대한 징벌의 균형 여부를 고민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직도 관련자들의 농성이 이어지는 용산 참사, 쌍용차 문제를 대하는 방식도 비슷하다. 한쪽은 '우리는 완전한 약자'라고 주장하면서 '명예 회복'을 주장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벌어진 위법·불법성과 타인에 대한 공격은 언급하지 않는다. 여기에 '약자 마케팅' 전문 정치인들이 끼어든다. 다른 쪽도 오직 상대의 '불법성'에 주목할 뿐 '사람'을 보려 하지 않는다. 두 주장이 평행을 이루며 국민도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보려는 경향이 더 강해졌다.

용산과 쌍용차 사건의 발단부터 현재까지 '팩트'를 챙겨본 장관과 정치인·경찰은 몇이나 될까. '레미제라블' 완역본보다 더 필요한 건 '구호'만 남은 사건에 관한 객관적 백서다.



박은주 문화부장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1/18/2013011802332.html



Posted by 겟업
2013. 4. 4. 15:56

미래는 도둑처럼 온다. 예고하지 않은 채 쥐도 새도 모르게 스스로를 감추며 느닷없이 온다. 그래서 우리는 늘 번번이 미래에 당한다. 더구나 사람들은 미래에 대해 무방비하거나 속수무책이다 보니 갈수록 미래를 두려워한다. 미래가 두려운 까닭은 그것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출몰하고 기습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미래를 예측하려 애쓰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미래는 단지 예측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것은 창조의 대상이다. 어제가 오늘을 만들었듯이 오늘이 내일을 만들기 때문이다. 결국 어제와 다른 오늘, 오늘과 다른 내일이 곧 살아있는 미래다.

집에 도둑이 들었을 때 사람들은 “도둑이야” 하고 소리를 지르거나 야구방망이를 들고 도둑과 맞설지 모른다. 하지만 도둑같이 오는 미래를 잡으려면 밋밋한 야구방망이로는 안 된다. 적어도 ‘삼·지·창’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삼·지·창’은 『서유기』에 등장하는 저팔계가 썼을법한 ‘끝이 세 갈래로 갈라진 창[三枝槍]’을 말하는 게 아니다. 체인지·시너지·크레이지의 ‘~지’로 끝나는 세 개의 날로 된 창 이름이다. 아울러 이것은 각각의 날이 웅변하는 ‘깊은 변화’와 ‘거침없는 융합’과 ‘미친 듯한 몰입’이 창의·창조·창발의 근원임을 일깨워주는 아주 날 선 창이다.

우리가 마주할 미래는 산업시대를 거쳐 정보시대를 넘어 펼쳐지는 콘텐트시대다. 그것은 대형공장과 정보화 플랫폼이 아니라 스토리와 놀이 그리고 상상력의 융합이 새로운 생산력이 되는 시대다. 아울러 물건 담은 컨테이너가 아니라 이야기 담은 콘텐트가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대다. 롤프 옌센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것은 ‘드림소사이어티’, 곧 ‘꿈의 사회’다. 따라서 미래를 잡을 삼·지·창의 첫 번째 날인 ‘체인지’는 ‘컨테이너 산업에서 콘텐트 산업으로의 깊은 변화’를 함축한다.

“하이 컨셉트 국가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경제를 갖게 될 것이다.” 영국의 애널리스트 존 호킨스의 전망이자 진단이다. 하이 컨셉트의 핵심은 하이테크와 하이터치, 즉 고(高)기술과 고(高)감성의 융합이다. 하지만 방점은 하이테크가 아니라 하이터치에 찍혀야 마땅하다. 하이테크 시장은 레드오션 즉 경쟁과포화상태이지만 하이터치 시장은 경쟁미포화 내지 경쟁불포화상태의 블루오션이기 때문이다. 미래엔 하이테크와 하이터치가 결합하되 하이터치에 더 방점이 찍힌 하이 컨셉트 국가가 살아남는다. 따라서 미래를 잡을 삼·지·창의 두 번째 날인 ‘시너지’는 ‘하이테크과 하이터치의 융·복합’을 통해 확보된다.

“세상 돌아가는 방식을 결정하는 몇몇의 거대한 트렌드가 있다는 개념은 이제 무너졌다. 우리 모두를 휩쓸고 몰아가는 메가트렌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 대신 이 세계는 얽히고설킨 미로와 같은 선택들에 의한 마이크로트렌드들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의 책사로도 활약했던 마크 펜의 이야기다. 결국 미래를 잡으려면 앨빈 토플러나 존 나이스비트 류의 벙벙한 메가트렌드(거시경향)를 좇아갈 것이 아니라 쫀쫀한 마이크로트렌드(미시경향)를 더듬듯이 훑어내야 한다. 그러려면 작고 사소한 것에서부터 미쳐서 몰입하는 크레이지 파워를 키워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미래를 잡는다. 따라서 미래를 잡을 삼·지·창의 세 번째 날인 ‘크레이지’는 ‘작고 사소한 것들에 대한 미친 듯한 몰입’을 통해 벼려진다.

 총리내정자를 발표한 후 내각 및 비서실 인선으로 새 골조를 지어 갈 박근혜 정부가 정녕 우리의 미래 먹거리를 만들고 21세기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해 국민 모두가 행복해지는 꿈의 대한민국이 되게 하려면 체인지·시너지·크레이지의 ‘삼·지·창’으로 ‘깊은 변화’와 ‘거침없는 융합’과 ‘미친 듯한 몰입’이 가능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위에 창의·창조·창발에 바탕한 새 미래의 지평을 펼쳐내야만 한다. 이것이 바로 미래 잡는 ‘삼·지·창’이다.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0520650&cloc=olink|article|default

Posted by 겟업
2013. 4. 4. 15:56

“새로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는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강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성장과 복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느냐?”

얼마 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한·미 재계회의에서 만난 외국 기업인들이 필자에게 던졌던 질문이다. 최근 우리 경제는 일본형 저출산·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그들이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한국으로서는 유럽형 복지를 추구하기가 녹록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아니었을까 싶다. 필자는 일단 “문제없다(No problem)”고 답했다. 경제민주화는 시장의 공정성을 확립하고 동반 성장을 추진하면 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붙여서다. 하지만 복지 문제는 자신 있게 대답하기 힘들었다. 복지재원 마련이 걱정인 데다 복지를 추구하다 좌초한 외국 선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과연 성장 신화에 이어 복지 신화까지 완성할 수 있을까.

복지 사회는 힘든 과제임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시작도 않고 미룰 수는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성장과 복지의 두 마리 말이 쌍두마차를 잘 끌도록 조련하는 것이 급선무다. 여기서 순서와 역할을 잘 정해 줘야 하는데 성장의 말이 먼저 힘차게 달리게 하고, 이 힘으로 복지를 펼쳐야 한다. 그 역순은 곤란하다.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고용 의무나 복지 부담을 기업에 강요하면 본업인 성장도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처럼 세계적 불황이 되풀이되는 상황에선 현재의 성장 기조를 유지하는 일도 벅차다. 새 정부가 출범해 부양책을 펴면 경기가 호전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고, 복지 재원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더 큰 힘이 절실하다. 성장 신화의 원동력이었던 기업가 정신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점에서 사회 전반에 안정 추구 성향이 만연하면서 기업가 정신이 쇠퇴하고, 경제의 역동성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경제위기가 진행형인지라 기업도 살아남는 데 주력하고 있다. 새 도전에 나서는 것 자체가 무모한 선택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일정한 공식에 따라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던 뉴턴의 유클리드 기하 체계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과거처럼 정해진 경영 기법에 따라 투자한다고 적정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지구촌 곳곳에서 시장 파괴형 혁신이 상시화하면서 새로운 기술과 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보물찾기 게임처럼 남보다 먼저 발굴하지 못하면 탈락하는 시대가 됐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이루려면 적극적으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애컬로프 미 버클리대 교수는 경제를 움직이는 3대 핵심 요인으로 야성적 충동과 자신감, 그리고 이야기를 꼽았다. 이것들이 잘 발현될 때 기업가 정신이 꽃핀다고도 했다. 정주영 회장이나 이병철 회장같이 자신감을 갖고 야성적 충동을 발휘해 성공 스토리를 써주실 분들이 절실하다. 시장의 절대 강자가 두려운가. 그러나 넘을 수 없는 절대 장벽은 없다. 삼성의 반도체나 현대의 자동차 역시 첫 출발은 매우 무모했고 미약했다. 기술력이 미약하고 자본도 부족한가. 그러나 문제없다. 시장에 울림을 주는 아이디어가 있고, 비즈니스 모델만 좋으면 정부가 지원하고 각종 펀드에서 앞다퉈 투자하기 때문이다.

기업가 정신만으론 부족한 2%도 채워야 한다. 성공하려면 달라야 한다. 시베리아 내륙의 강에서 운항할 호화 요트를 판매하는 식으로 창의성을 발휘해야 한다. 미국에선 창조와 혁신의 대부분이 중소기업에서 나온다. ‘난세에 영웅 난다’는 말이 있다. 급변하는 환경과 반복되는 위기는 기업 성장의 호기일 수 있다. 장기 불황으로 힘들겠지만 더욱 많은 중소기업이 삼성과 현대를 넘어서려는 용기를 갖고 도전해 주었으면 한다.

때가 되면 봄이 오듯 경기가 호전되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러나 그 봄을 어떻게 맞이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불황이 풀릴 날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창조적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불황 극복의 주역으로 나서는 기업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 다행히 새로 출범하는 정부는 창조 경제 활성화를 중요한 국정 과제로 삼고 있다. 아무쪼록 창조와 혁신의 분위기가 만들어져 기업가 정신의 르네상스가 꽃피길 기대한다. 국민도 월드컵 대표팀과 김연아 선수에게 보냈던 격려의 박수를 기업인에게 보내 주었으면 좋겠다.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0539318&cloc=olink|article|default

Posted by 겟업
2013. 4. 4. 15:52

인상 깊게 본 광고가 있다. 회사 동료에게 한없이 친절하던 남자는 아내에겐 무뚝뚝하기 그지없고, 손님에게 상냥하던 여자는 남편에겐 퉁명스럽고, 친구들과 재미있게 수다를 떨던 아이는 집에서는 말이 없다. 정말, 왜 우리는 가까운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오히려 더 짜증을 내는 것일까?

“스님, 임신한 아내에게 저도 모르게 짜증을 부리고 나니까, 저 스스로가 너무 싫고 한심한 거예요. 사랑하는 가족에게 왜 이렇게 짜증을 내는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하면 이 짜증을 다스릴 수 있을까요?”

최근에 만난 삼십대 초반의 남자가 내게 질문을 해왔다. 가족에게 짜증을 부리고 스스로가 어처구니없고 한심해지는 순간. 소중한 이에게 상처 줬다는 사실에 오히려 내가 더 힘들어지는 상황. 누구나 이런 비슷한 경험이 있지 않은가? 혹은, 지금 이 순간에도 소중한 사람에게 못난 모습을 보여 찜찜해하고 있지는 않은가?

최근에 공감하며 읽은 『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라는 에세이집을 보면 엄마에게 짜증을 부리고 뒤돌아 후회하는 작가의 마음(혹은 우리 모두의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엄마는 혼자 사는 딸이 걱정돼 당신 몸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반찬 한 꾸러미를 준비해 놓는다. 싸준 반찬이 너무 많아 못 먹고 버리는 상황이라고 몇 번을 말해도 소용이 없자 딸은 결국 쏘아붙인다. “내가 반찬 하지 말라고 백번도 넘게 말했는데 맨날 또 하잖아. 나 진짜 안 가져가. 아무것도 안 가져가!” 엄마가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고, 고생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나가서 친구들과 운동도 하고 놀았으면 좋겠다는 딸의 마음. 하지만 정작 이 마음은 짜증으로 표현되고 마는 것이다.

마음 수행이 아직 덜돼서 그런 것이겠지만, 승려인 나도 때때로 올라오는 짜증을 제어하지 못할 때가 많다. 한번은 아주 친한 도반 스님과 배낭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우리는 평소에 사이가 무척 좋았기 때문에 여행 내내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이라 예상했다. 그런데 웬걸, 일주일쯤 지나자 순간순간 짜증이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스님, 그건 아까 제가 다 말씀드렸잖아요. 왜 자꾸 같은 질문을 또 하고 또 하고 하세요.” 이 말이 나가자마자 나는 곧 후회했다. 나에게 둘도 없는 도반인데, 이렇게 착하고 좋은 분에게 내가 지금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나는 곧 내 안을 곰곰이 들여다보았다. 왜 짜증을 내는지. 내 안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외부의 어떤 상황 때문에 영향을 받은 것인지. 가만히 들여다보니, 내 몸이 평소보다 많이 피곤한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오래 걷다 보니 몸은 피로했고, 낯선 환경에서 영어가 서툰 도반 스님을 책임지고 세세한 것까지 챙겨야 하니 마음 역시 긴장 상태였다. 그렇게 지친 몸과 마음 상태에 있는 나에게 도반 스님께서 궁금한 것을 이것저것 물으니, 순간 왈칵 짜증이 올라온 것이다.

결국, 내 문제였던 것이다. 상대방은 똑같은데 내가 피로한 상태인지라 짜증스러운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는 ‘내가 힘들어서’ 짜증을 낸다. 내가 힘든 것일 뿐인데 마치 가까운 이들이 나를 귀찮게 하고, 화나게 만든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나 좀 내버려 둬!”라고 외치고 싶고, 정작 자신이 짜증을 내놓고도 “왜 가만히 있는 사람 건드려서 내가 이런 말까지 하게 만드느냐!”고 핑계를 대기도 한다. 내 안의 문제를 가까운 이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가장 고운 어투로 행복의 말을 전해야 할 소중한 이들에게 말이다.

이런 이들에게 나는 혼자만의 치유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조용히 혼자 산책이나 운동을 해도 좋고 기도나 명상을 해도 좋다. 좋아하는 책이나 재미있는 영화를 혼자 보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우리는 마음이 나빠서, 아니면 가족이나 친구를 사랑하지 않아서 짜증을 내는 것이 아니다. 혼자만의 치유 시간이 필요해서 짜증을 내는 것이다. 바쁘고 힘들수록 고요히 혼자 보내는 시간이 그리워서 짜증을 내는 것이다. 짜증 내고 후회하고 아파해본 적 있다면, 혼자만의 치유의 시간을 나 자신에게 선물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혜민 스님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0417954&cloc=olink|article|default




Posted by 겟업
2013. 4. 4. 15:52

행동이 느리다 보니 주위 다른 사람들보다 스마트폰을 비교적 늦게 사용하기 시작했다. 한국을 비롯한 디지털 분야 선진국들에서는 디지털 기기의 과도한 이용 때문에 아이들의 인지나 정서 발달에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디지털기기는 참 큰 이익을 갖다 준다. 처음 휴대폰을 가지게 되었을 때, 오래 전 타자기를 이용하다가 컴퓨터를 이용했을 때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 시간이 절약되고 작업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상승하는 것을 체감했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기술 혜택이 모든 사람들에게 골고루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보격차' 개념이 대두되었다. 정보기술을 잘 이용할 수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생산성 차이가 나고 결국 소득격차가 더욱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소득이 높은 사람들은 정보기기 및 기술의 혜택을 많이 받게 되고 소득이 낮고 가난한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경향이 있기 때문에, 결국 소득격차가 정보격차를 유발하고 정보격차가 다시 소득격차를 초래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 때문에 소득격차와 더불어 정보격차를 줄이는 것은 현대 사회의 중요한 정책 목표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통계청에서는 정보취약계층과 일반국민의 정보격차가 얼마나 되는가를 매년 발표하고 있다. 다행히도 2009년 30.3%, 2010년 28.9%, 2011년 27.6%로 우리나라의 정보격차 지수는 점점 작아지고 있어 최근 소득격차가 증가하는 것과는 다르게 나타났다. 물론 이는 인터넷 등 교육기회의 확대 및 스마트폰 등의 정보기기 보급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정보격차는 한 국가 내에서뿐 아니라 국가간 격차도 문제가 된다. 이에 따라 유엔전문기관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서도 관련 데이터를 매년 발표하고 있다. 필자는 최근 이들 자료를 이용하여 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국제 정보격차에 대해 분석한 바 있다. 연구결과 아시아 국가들 사이의 '상대적인' 정보격차는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문제는 절대적인 격차이다. 후발국들의 성장률이 더 높기는 하지만 선발국과 후발국들 사이의 절대적 수치 차이는 오히려 더 벌어지고 있다.

국가 간 정보격차를 현장에서 생생하게 느낀 경험이 있다. 얼마 전 '정보기술 발달과 교육'이라는 국제학술회의 참석차 네팔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회의를 마치고 주최 측의 안내로 카트만두 근교의 초등학교를 방문하였다. 컴퓨터 방이라는 명패가 붙은 초라한 교실에는 소위 100달러 컴퓨터로 알려진 낡은 컴퓨터 몇 대가 고작이었다. 유엔과 MIT에서 공동으로 전개한 '저개발국 어린이들에게 컴퓨터 보내주기' 운동의 도움으로 지원받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컴퓨터라고 하기에는 장난감 수준이었고 더욱 흥미로운 것은 컴퓨터 부팅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탓에 수업 시작 전에 미리 컴퓨터를 켜놓고 준비를 해야만 수업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카트만두 근교의 학교가 이 정도이고 조금 더 시골로 가면 이마저도 어렵다고 했다.

유엔은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유엔개발계획을 중심으로 최빈개발도상국의 정보화를 돕는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각종 방안과 기관을 통해 이를 지원해 오고 있지만 이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디지털 강국의 일원으로서 이 사업에 대한 능력과 당위성을 함께 갖고 있다. 특히 한국은 컴퓨터, LCD, 휴대폰 등 정보통신 산업의 상품을 외국에 수출하여 경제 성장을 이루어 왔다는 점에서 디지털 시대의 큰 수혜자이다. 이렇게 얻은 이익의 일부를 한국을 닮고 싶어 하는 국가들의 정보격차 해소에 쓰는 것은 넓은 의미로 사회적 책임의 하나가 될 것이다.

정보통신 분야의 개도국 지원은 컴퓨터와 같은 하드웨어의 지원뿐만 아니라 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노하우까지 같이 보내줄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이 분야의 국가적 관심증대와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해 본다. 디지털 강국으로서 한국의 위상 강화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오근엽 충남대 경상학과 교수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301/h2013011320345424370.htm




Posted by 겟업
2013. 4. 4. 15:51

최근 중국 남부 광둥(廣東)성에서 발행되는 주간지 남방주말(南方週末)의 파업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사실 사회주의 일당독재 체제인 중국은 강력한 언론통제를 통해 인민들의 눈과 귀를 장악하고,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담당하는 당의 선전부가 매체의 기사를 검열하고 편집에 개입하는 것은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여진다. 신문과 방송은 당의 선전도구로 전락, 사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없고 나팔수와 앵무새만 넘쳐나는 것이 현실이다. 언론의 자유가 먼 나라 이야기인 이런 환경에서 남방주말 기자들이 신년 특집기사의 제목과 내용이 수정된 데 반발, 언론의 자유를 외치며 파업까지 벌였으니 그야말로 일대 사건이라 할 만했다. 깜짝 놀란 중국공산당은 광둥성의 1인자인 후춘화(胡春華) 서기가 직접 중재에 나서도록 해 파업 기자들을 처벌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뒤 간신히 사태를 봉합한 상태다. 

이번 사안을 보며 가장 흥미로웠던 대목은 중국 언론개혁의 목소리가 처음 나온 곳이 바로 중국 개혁개방의 성지인 광둥성이라는 사실이다. 남방주말이 발행부수 160여만부의 유력지로 성장, 언론자유의 투사로 나설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광둥성의 경제발전이란 배경이 있었기에 가능했단 얘기다. 광둥성은 중국에서 경제개혁과 대외개방을 가장 먼저 실시한 곳이다. 덩샤오핑(鄧小平)이 1978년 개혁개방을 선언한 뒤 가장 먼저 특구로 지정한 지역이 바로 이곳이다. 그가 1992년 제2의 개혁개방 선언으로 불리는 남순강화(南巡講話)를 시작한 곳도 광둥성이다. 이 덕분에 이 곳은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 중 하나가 됐다. 중국 중앙정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티베트나 위구르의 자치독립이 아니라 광둥성의 분리독립이란 말도 있다. 경제가 든든한 뒷심이 되면서 그 만큼 자유로운 사상과 언론이 싹 트고 자랄 수 있었던 셈이다. 

남방주말 사태가 한창일 때 베이징에 상주하는 외국 특파원들은 한편으론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의 방북 행적을 쫓느라 한바탕 법석을 떨었다. 전혀 연관성이 없을 것 같은 남방주말의 파업과 구글 회장의 방북은 우리에게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준다. 아직 평가하긴 이르지만 슈미트 회장의 방북은 북한에 어떤 변화도 가져오지 못하면서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그럼 과연 북한의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남방주말 사태에서 확인할 수 있는 교훈은 폐쇄적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은 바로 경제성장에서 온다는 것이다. 북한의 변화는 경제가 발전할 때 비로소 가능해 질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가 정말 북한의 변화를 원한다면 북한의 경제가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서 변화가 생길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게 급선무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 정부에선 북한이 붕괴할 것을 상정해 고강도 압박을 펴 왔다. 그러나 배가 고파 망하는 사회는 없다. 오히려 빈부격차 등이 커져 배가 아픈 구성원이 많아질 때 그 사회는 위기를 맞는다. 

더구나 북한의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은 북한에 대한 우리의 영향력을 키우는 길이기도 하다. 최근 베이징에서 만난 한 중국인 교수는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은 중국의 북한에 대한 지원에서 생기는 것"이라며 "한국은 늘 중국에게 북한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고 요청하면서도 왜 스스로 영향력을 키우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성장을 돕는 것은 남북한 격차를 줄여서 미래 통일한국의 부담을 덜어주는 일이기도 하다. 

열강들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이미 슈미트 회장의 방북에서 볼 수 있듯 그 동안 우리의 입장을 감안해 북한과 직접 접촉하는 것을 자제했던 미국은 이제 북한과의 직접 접촉이 공개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모양새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이 가야 할 길은 점점 더 분명해진다. 남방주말 같은 매체가 북한에도 생기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박일근 베이징 특파원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301/h2013011402320584900.htm




Posted by 겟업
2013. 4. 4. 15:50

요즘 일본에서는 동아시아 미래 질서에 대한 각종 전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 때문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외교 가정교사’로 불리는 오카자키 히사히코(岡崎久彦) 전 태국 주재 일본 대사는 ‘21세기를 어떻게 살아남을까’라는 책에서 중국의 미래에 대해 5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①일본처럼 장기침체에 빠지거나 ②옛 소련 식으로 해체되거나 ③군국주의에 나섰다가 일본처럼 패망하거나 ④미국 진영과 신냉전을 시작하거나 ⑤미국과 세계를 나눠 가져 아시아를 고스란히 영향권에 편입한다는 가정들이다. 조공과 책봉에 의한 과거 중화질서를 의미하는 마지막 시나리오를 일본이 ‘악몽’으로 여긴다는 점은 말할 나위도 없다.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가 작년 말 내놓은 2030년 미래전략 보고서도 해를 넘겨 주목받고 있다. NIC는 보고서에서 2020년대면 ‘팍스 아메리카’는 끝나고 중국이 경제적으로 세계 1위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어 동아시아 질서를 예측한 4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중국을 정점으로 상의하달식 폐쇄적인 세력권이 형성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해외의 일부 아시아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국과 ‘경제적 공존관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미일 안보동맹을 걸림돌로 여길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경제 위기에 처한 미국의 아시아 회귀가 중국 봉쇄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 내 반전 여론이 강하다는 분석까지 겹치면서 ‘유사시 미국이 일본을 위해 중국과 싸워 주겠느냐’는 회의론마저 일본에서 나오고 있다. 다나카 히토시(田中均) 일본총합연구소 전략연구센터 이사장은 최근 한 일본 언론에 “미국은 점점 내향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어느 때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인 일본 위기감의 근원은 중국의 패권주의 성향이나 인권에 대한 태도 때문이다. 과거사에 대한 부채 의식도 밑바탕에 깔려 있다. 자식들을 위해 군대 보유에 반대했던 일본의 어머니들이 최근 자식들을 위해 생각이 바뀌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것은 그런 위기감의 한 단면이다.

대조적으로 한국은 요즘 보라는 듯이 중국과 부쩍 가까워지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일본의 심사는 복잡하다. 현재 일본의 상황을 고소하다고 여길 한국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중국 패권주의에 대한 우려는 사실 ‘남의 일’만은 아니다. 고구려와 발해사를 중국사로 편입하려는 동북공정이나 이어도 영유권을 둘러싼 중국의 억지 주장은 한국에도 악몽의 전조일 수 있다. 동아시아 힘의 균형이 깨지는 순간 중국의 패권주의는 노골화할 가능성도 있다. 그때 한국은 누구와 손을 잡고 맞설 것인가. 한중 관계가 강화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일본을 따돌리는 모습으로 비쳐서는 곤란한 이유다.

지난해 여름 이후 촉발된 동아시아 긴장 국면을 이제는 냉정하고 중층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감정적인 반일(反日)로 잠깐 속이 후련할지 모르지만 장기적인 국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본의 한반도 전문가 사이에서는 ‘습관적 대일 회의(懷疑)의식’이라는 표현이 최근 유행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이 어떤 말을 해도 믿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런 표현이 생긴 데는 일본의 책임도 크다. 하지만 ‘한일 우호’라는 한국 외교의 중요한 카드 하나를 스스로 버릴 필요는 없다. 과거사를 잊어선 안 되지만 일본을 활용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지금이야말로 국익을 위한 균형 감각이 필요한 시기다. 

다음 달 출범하는 새 정부는 지난해 여름 이후 묻어둔 양국 간 현안을 서랍에서 꺼내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멀리 보고 크게 보라.’ 요즘 한일 관계에 필요한 말이다.


배극인 도쿄 특파원



http://news.donga.com/3/all/20130113/52274066/1



Posted by 겟업
2013. 4. 4. 15:49

《 “랜드연구소가 1960년대에 예측했던 미래 기술이 얼마나 실현됐는지 2000년대 초에 자체 점검할 기회가 있었다. 우리가 예상한 트랜지스터 컴퓨터 등 모든 게 현실이 됐다. 더 놀라웠던 건 우리가 예측하지 못했던 인터넷과 구글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미국 랜드(RAND)연구소 출신으로 ‘미래학자 1세대’로 분류되는 테드 고든 퓨처스그룹 설립자(82)는 2030년에 도래할 기술과 관련해 1000명의 의사보다 뛰어난 ‘슈퍼컴퓨터 의사’와 전 세계 인구의 지능을 합친 것보다 더 뛰어난 ‘브레인 파워 컴퓨터’ 등 공상과학영화에나 나올 법한 기술이 사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말 가능하냐’고 묻자 고든은 “여든을 넘으며 깨달은 것은 다가오지 않을 것 같던 미래가 어김없이 옆에 와있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허먼 칸(1922∼1983), 앨빈 토플러(85), 존 나이스비트(84) 등과 함께 미래학을 태동시킨 인물. 미래학자들의 모임인 세계미래사회(WFS)는 2010년 ‘올해의 미래학자상’을 제정하면서 초대 수상자로 고든을 선정했다. WFS는 “미래학자 1세대 가운데 지금도 가장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그와의 인터뷰는 지난해 12월 14일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진 코네티컷 주 뉴타운에서 불과 50분 거리에 있는 ‘올드라임’ 자택에서 진행됐다. 》
―앞으로 다가올 가장 큰 인류의 도전과 위협은 무엇인가.

“같은 얘기를 세 분야에서 해보겠다.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같은 얘기다. 북한 이란 등 이른바 ‘불량국가(Rogue State)’의 국가 단위 핵 확산이 큰 위협이다. 현재의 경제 정치적 제재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전문가들이 이들의 태도를 바꿀 방법을 찾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또 다른 도전과제는….

“여러 과제가 있겠지만 최근 미래학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이른바 ‘개인대량살상무기(SIMAD)’ 문제다. 당신은 지금 뉴타운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현장을 들렀다고 했는데…. 범인이 6, 7세 초등학생을 죽인 무기는 미군이 사용하는 ‘부시마스터’라는 반자동 소총이다. 10∼20년 뒤 개인이 획득할 수 있는 무기는 이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우려된다. 핵무기는 어렵겠지만 개인이 생화학무기 등으로 많은 사람을 살상하는 시기가 올 것이다. 나머지 분야는 개인이 시스템을 파괴하는 위험 문제다. 모든 방화벽에 침입해 금융시스템을 다운시킬 수도 있다.”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얘긴데….

“그게 영화 속 얘기라고 생각하나. 지금도 해커라면 내 컴퓨터에 침입해 내 서명이 담긴 중요한 문서를 수백만 명에게 메일로 보낼 수 있다. 영화에서 많이 본 장면이지만 이미 그런 세상은 다가오고 있다.”

―이런 위협에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뉴타운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이 불안정하다는 것을 모친뿐 아니라 주위에서 모두 알았다. 대량살상 사건을 일으킬 수 있는 개인을 모니터링하고 예방하는 것이 각 정부뿐 아니라 시민사회의 톱 이슈가 될 것이다.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지만 더 큰 인류 평화를 위해 필요한 일이다.”

―다가올 가장 큰 기술 변화는 무엇일까.

“눈에 보이는 것은 컴퓨터의 발전 속도가 기하급수적이라는 점이다. 단위 면적당 칩의 용량은 물론이고 모든 분야에서 로켓의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컴퓨터가 인간의 지능을 갖게 될 시대가 곧 올 것이다. 컴퓨터가 모든 인구의 지능을 합친 것보다 뛰어난 브레인파워를 갖는 순간 우리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상상하기 쉽지 않다. 과연 그런 시대가 온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우리가 현재 가고 있는 길과 가고자 하는 길의 격차를 줄이는 게 정말 중요하다. 컴퓨터가 인간 지능을 갖는 시대가 인류에게 재앙이 아니라 도움이 되도록 미리 준비해야 한다. 강력한 컴퓨터 파워는 인간이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를 풀어줄 수 있다.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세계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그런 시대엔 정부의 역할도 변해야 하나.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다. 부패 안전 국방 문제에 안전장치를 갖춰야 한다. 북한에 대한 제재 결과도 컴퓨터를 활용하면 훨씬 잘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각국 정부는 미래 예측과 대비에 컴퓨터 등 첨단기술을 더 많이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인간 지능 컴퓨터 외에 눈길을 끌 만한 기술은 뭔가.

“‘제퍼디’(미국 퀴즈 프로그램)에서 최고 점수를 얻은 사람과 IBM 컴퓨터가 대결했는데 IBM 컴퓨터가 이겼다. 이런 컴퓨터의 능력 확장이 의료산업에 대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각종 진단자료를 바탕으로 어떤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지, 어떻게 예방할지 미리 알려주는 시대가 올 것이다. 1000명의 의사보다 더 잘 진단하는 ‘컴퓨터 의사’가 나올 것이라는 얘기다.”

―아직 찾아오지 않은 기술 중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방대한 자료를 모아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이 현실화될 것이다. 최근 빅 데이터(Big data)에서 그 가능성이 보인다. 인과관계가 분명한 물리학은 예측 가능 단계에 도달했지만 사회 현상은 예측하기 어렵다. 앞으론 대용량 데이터를 바탕으로 데이터 상관관계를 분석해 사회 변화를 미리 조망할 수 있는 기술이 나올 것이다. 또 하나 관심을 가질 기술은 극소형 카메라와 카메라에 찍힌 이미지를 인공지능 기술로 분석하는 소프트웨어의 등장이다. 영국 런던 시내에 카메라 50만 개가 있다. 이것을 100배, 1000배, 1만 배로 늘리면 어떤 세상이 올까. 누가 어디에서 뭘 하고 어디로 가는지 모두 알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다.”

―프라이버시가 사라진다는 얘긴가.

“그때엔 프라이버시의 의미가 달라질 것이다. 내 프라이버시를 보호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할 수도 있을 것이다.”

―조지 오웰의 ‘빅 브러더(Big Brother)’ 시대가 도래하는 것처럼 들린다.

“오웰은 ‘빅 브러더’를 인간을 통제하는 부정적 의미로 묘사했다. 내가 말하는 것은 ‘좋은(Good) 빅 브러더’다. 똑같은 정보를 사회 개선에 쓰자는 것이다. 경찰서와 소방서가 관할 지역을 소형 카메라와 소프트웨어로 면밀히 관찰하면 각종 사고를 조기에 예방할 수 있다.”

―한국은 이런 기술 실현에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나.

“한국은 첨단기술 개발에 크게 기여했다. 세계 기술이 매우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선두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이익 창출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필요에 의한 R&D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기술이 나쁘게 사용될 가능성과 그 결과를 미리 시스템에 입력해 이를 예방하는 기술을 개발하라고 한국 기업들에 제안하고 싶다.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나는 이미 미 정부와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즉 기술이 잘못 사용될 것에 대비한 ‘백신 기술’을 준비하라는 얘기다. 나는 이를 ‘책임 기술 개발(RTD)’이라 부른다. 기술 오용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막을 기술을 한국 기업이 앞서 개발한다면 당장은 아니겠지만 10∼20년 뒤에 큰 이익을 누릴 수 있다.”

―삼성 등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2030년에도 세계를 선도할 수 있을까.

“그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당장의 이익을 생각하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어떤 기술이 인류와 세계를 더 풍요롭게 만들 것인지 고민해야 살아남는다.”

―한국 기업의 글로벌화를 위한 박근혜 새 정부의 과제는 무엇인가.

“당연한 얘기처럼 들리겠지만 기초기술 개발은 국가의 몫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 이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한국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나.

“가장 큰 과제인 통일은 상당한 경제적 부담이 될 것이다. 한국 정부는 경제적 역사적 분석, 게임 모델 등 동원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남북통일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가져다줄 경제적 부담과 혜택을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게임 모델’로 ‘한국이 만약 북한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싱크탱크를 정부 또는 정부 산하 기구로 꾸릴 필요가 있다.”

―향후 떠오를 나라는….

“이미 중국은 부상하고 있다. 다음 주자는 브라질이 될 것이다. 상당한 천연자원에 인적 자원도 뛰어나다. 인도는 확신할 수 없다. 인구와 종교의 문제가 발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최근 저서에서 기후변화, 에너지 고갈 등 인류의 도전과제 15개를 제시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어느 하나를 우선시하면 다른 과제에서 누수가 생긴다. 서로 밀접하게 얽혀 있는 과제들이어서 총체적인(holistic)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한꺼번에 이 문제들을 다루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런 접근이 필요하다.”

―미래학 1세대인데….

“미래의 방향을 미리 바꿀 수 있다면 인류는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 우리는 매 순간 그런 기회를 모른 채 지나간다. 명백한 건 단 하나의 미래는 없다는 것이다. 인류가 현재 가고 있는 방향과 정말 가려는 방향의 격차를 메우는 것이 미래학자들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미래학자 1세대로서 인류에게 중요한 변화의 기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2030년을 내다본다면….

“매우 빠른 속도로 변하는 글로벌 사회에서 미래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중요한 기점은 5년 뒤 또는 2020년, 2025년에도 찾아올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세계 인구가 90억∼100억 명의 정점을 찍은 뒤 그 이후 급격히 감소할 2050년이 매우 흥미로운 기점이라고 생각한다.”

―왜 흥미롭다고 보는가.

“섹스가 없는 사회가 올 수 있다. 일본에선 이미 휴머노이드 로봇이 이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웃음)”

:: 테드 고든은 ::

노벨상 역대 수상자만 30명이 넘는 미국 최대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에서 15년간 일하면서 국방전략에서 미래학으로 눈을 돌렸다. 그는 랜드연구소가 국방전략을 짜기 위해 개발한 ‘델파이 기법’을 사회과학 분야와 접목해 대중화한 주인공. 전문가 의견을 모아 사회현상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델파이 기법’에 온라인을 활용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한 ‘리얼타임 델파이 기법’을 2004년에 개발해 내놓았다. 미국 내 첫 미래연구 회사에 해당하는 ‘퓨처스그룹’을 1971년 설립한 그는 20년간 최고경영자(CEO) 및 이사회 의장을 지냈다. 그는 1996년 유엔의 지원을 받는 비정부기구(NGO)인 유엔미래포럼을 만들었다. 그는 이 포럼에서 진행하는 유엔 밀레니엄 프로젝트에 현재 선임연구원으로 참여 중이다. 비행기 조종과 ‘무선 햄(HAM)’을 취미라고 말하는 그에게선 공대 출신의 이력이 자연스레 묻어난다. 저서로는 ‘미래’ ‘갈등하는 아이디어’ ‘시간에 앞서서’ ‘수명을 연장하는 기술’ 등이 있으며 주요 매체에 활발하게 기고하고 있다.

올드라임=박현진 특파원



http://news.donga.com/3/all/20130113/52274345/1



Posted by 겟업
2013. 4. 4. 15:48

지난 몇 년간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핵안보정상회의 등을 주최하고 개발 원조 등을 통해 국제사회의 리더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케이팝이나 한국어, 한국 음식은 물론이고 ‘한강의 기적’을 만든 한국적 발전모델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것은 그동안 꾸준히 투자하고 노력한 결과다. 원조 수혜국(受惠國)에서 공여국(供與國)으로 전환하게 만든 경제적 기반뿐 아니라 한국국제협력단(KOICA), 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 등을 통해 원조를 하고 한국을 알리는 사업을 해왔기 때문이다.


중복 지원-고압적 자세 문제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노출되기도 했다. 정부 부처 간 불필요한 경쟁과 업무 중복은 물론이고 상황이 바뀌었음에도 과거의 원조방식이 그대로 남아 있는 사례도 있다. 또 고압적 자세를 보여 수혜자들이 불쾌감을 갖기도 하고 국내 관료적 시각과 잣대를 적용함으로써 불협화음을 일으키기도 한다. 

한국이 선진국으로 올라서면서 개발외교와 공공외교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지만 이에 걸맞은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경제나 군사력 등 하드 파워(Hard Power) 면에서는 세계 10위권이지만 문화적 파워나 국가브랜드 가치는 한참 못 미친다. 대표적 평가지수인 안홀트 국가브랜드지수(NBI)를 보면 한국은 현재 49위로 국가브랜드위원회가 출범하였던 2009년의 39위에서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다.

21세기 외교는 정치 안보나 경제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공공외교나 개발외교가 더욱 중시되는 것이 국제사회의 추세다. 공적개발원조(ODA)나 해외 한국학 진흥 사업 등도 외교 차원에서 추진되어야만 국력에 걸맞은 이미지와 역할, 그리고 브랜드 파워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우선 여러 사업을 조정하고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공공외교의 경우 외교통상부 내에 이를 담당할 3차관직을 신설하거나 공공외교청을 설치하여 외교부, 문화체육관광부, 교육과학기술부, 농림수산식품부 등에 분산되어 있는 한류 확산, 한국학 진흥, 한식 세계화 등을 통합하여 업무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개발외교의 경우도 외교부 내에 개발협력 차관이나 본부장직을 설치하여 외교부 개발협력국, KOICA, 그리고 각 부처에 분산되어 있는 ODA 업무를 관장하여야 한다.

현재 무상원조와 유상원조로 이원화되어 있는 구조도 대다수 선진국처럼 하나로 통합하고 무상원조의 비율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불필요한 경쟁과 중복을 피하기 위해 분명한 업무 분담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학 진흥 사업의 경우 현재 국제교류재단과 한국학중앙연구원으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으나 재단은 원래의 역할인 해외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학술회의 개최 등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연구원은 고유 기능인 연구와 학술활동에 집중하고 해외 지원 사업은 재단으로 이관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고 효율적일 것이다. 


단순 원조보다 한국적 모델 개발을

아울러 공공외교와 개발외교를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한다. 저개발국 지원은 공공외교적 성격이 강하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결합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실례로 해외 개발 원조의 경우 단순한 경제적 지원을 넘어서 한국적 모델과 결합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위해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인들이나 한국학을 연구하는 외국인 전문가들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개발외교나 공공외교를 할 때 수혜자의 마음을 얻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관료적 타성에 젖어 고자세를 보인다면 지원을 해주고도 마음의 상처를 남기거나 한국을 위해 뛰는 이들의 사기를 저하시킬 수 있다. 겸손과 나눔의 미덕을 발휘해 한국이 진정한 리더임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신기욱 미국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장



http://news.donga.com/3/all/20130114/52276918/1



Posted by 겟업
2013. 4. 4. 15:48

폴란드의 겨울은 잿빛이다. 유대인 강제수용소의 해방 기념일인 1월 27일이 되면 독가스실로 끌려간 희생자들의 발걸음을 재현하는 ‘죽음의 행진’으로 아우슈비츠의 거리는 더욱 음울해진다. 행진에 참가한 사람들은 이런 기도를 드린다고 한다. “자비로운 신이여, 유대의 어린이들을 학살한 자들에게 자비를 베풀지 마소서. 이 수용소를 만든 자들과 이곳에서 학살을 자행한 자들을 결코 용서하지 마소서.”

유신 시절에 10대 초반의 소녀였던 어느 대중작가가 대통령 당선인을 겨냥해 “나치 치하의 독일 지식인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유신 치하의 지식인들은?”이라는 독설을 쏟아냈다. 수백만 명을 학살한 홀로코스트에 세계대전까지 일으킨 나치를 유신에 비교하는 것 자체가 뒤틀린 의식의 억지에 지나지 않지만 말이 나온 김에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극적으로 살아난 엘리 위젤이 자전적 소설 『밤(La Nuit)』에 쓴 일화 하나를 인용해야겠다.

나치 수용소에서 어린 소년이 교수형으로 죽어가는 현장을 목격한 주인공은 ‘도대체 신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분노에 이어 마음속에서 신비한 음성을 듣는다. ‘신은 지금 저 소년과 함께 교수대에 매달려 있다….’ 신의 죽음 같은 절망 속에서 불멸(不滅)의 신성(神性)에 담긴 소망이 눈을 뜨는 순간이었다. 수용소의 문이 열리고 자유의 몸이 된 위젤은 분노의 보복 대신에 인간성 회복과 인종 간 화해를 위한 일에 헌신해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밤의 기억을 안고 그는 새벽빛의 여생을 살았다.

수용소에서 온 가족을 잃고 홀로 살아남은 시몬 비젠탈은 50년 동안 1100여 명의 나치 전범을 추적해 잡아낸 ‘나치 사냥꾼’이다. 수용소에 갇혀 있던 어느 날 비젠탈은 중상으로 죽음에 임박한 나치 친위대원의 병상 앞으로 불려간다. 숨을 헐떡거리던 친위대원은 비젠탈의 손을 붙잡고 눈물로 참회의 고백을 한다. “유대인 학살에 가담한 저의 죄를 용서해 주십시오.”

한참을 망설이던 비젠탈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 채 그 자리를 떠나고 만다. 비록 죽어가는 사람이었지만 그의 흉악한 범죄를 쉽사리 용서할 수는 없었다. 참회와 용서 사이에서 방황했던 이 특이한 경험은 비젠탈의 영혼에 깊은 충격으로 남는다. 훗날 살인마 아이히만이 남미에서 체포됐을 때 즉각적인 처형을 요구하는 유대인들에게 비젠탈은 이렇게 호소했다. “용서하자. 그러나 잊지는 말자.” 복수의 처형대가 아니라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는 뜻이었다.

스스로 나치 수용소에 걸어 들어가 동족과 함께 가스실에서 죽은 유대인 여성 에티 힐섬은 일기에 이런 글을 남겼다. “우리마저 증오심을 이 세상에 보탠다면 이미 살기 힘든 세상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아무리 작은 증오심일지라도….”

나치의 만행을 온 몸으로 겪은 위젤과 비젠탈과 힐섬의 엄숙한 지성에 비하면 철없는 나이에 유신 시절을 보냈을 독설 작가의 지식이란 것이 어떤 차원의 것일지는 묻지 않아도 알 만하다. 어제의 날들에도 낮과 밤이 있었고 빛과 어두움이 있었건만 굳이 어두웠던 밤의 기억만 더듬는 것은 성실한 지성의 태도가 아니다. 어제의 아픔만을 헤집는 ‘입술의 진보’로 내일의 가치를 지향하는 진보의 지성을 대신할 수 없다.

찌들도록 가난했던 시절 숙명처럼 단단히 달라붙은 궁핍의 세월을 처연(悽然)하게 살아낸 어른 세대도 4·19 혁명에 거리를 내달리고 유신 독재에 분노를 터뜨리던 저항의 젊음이 있었다. 그러나 누천년을 이어온 절대빈곤을 이 땅에서 몰아낸 열정과 지도력에는 겸허히 머리를 숙일 줄 안다. 이것이 어제의 낮과 밤을 고르게 품어 안은 균형의 역사의식이 아닐까. 1970년대 초반까지 남한보다 경제력이 앞섰던 ‘주체’의 북한은 식량원조로 근근이 연명하는 비(非)주체의 빈곤국으로 전락했다. ‘이밥에 소고기국’은 3대 세습체제의 60년 단골 구호다.

위젤이라면 1월의 행진에서 ‘자비로운 신’에게 ‘자비를 베풀지 말 것’을 기도하지는 않을 것이다. 비젠탈이나 힐섬이라면 아마도 ‘잊지 않되 용서할 수 있기를’ 기원하지 않을까. 새해 첫 달을 ‘생명의 행진’이 아닌 ‘죽음의 행진’으로 시작할 수는 없는 일이기에.

우리의 1월도 희망찬 생명의 행진으로 시작되기를 바란다. 신임 대통령의 임기 5년 내내 연좌제를 떠올리는 유신의 논란으로 지샐 수야 없지 않겠는가. 증오는 평화의 밑거름이 되지 못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탈리오 법칙을 그대로 실천한다면 세상에는 장님과 이빨 빠진 사람들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마하트마 간디의 경고다.



이우근 법무법인 충정 대표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0407818&cloc=olink|article|default



Posted by 겟업
2013. 4. 4. 15:47

오는 17일 서울 한 호텔에선 흔한 듯하되 결코 범상치 않은 모임이 열린다. 국내 기업인과 서울 주재 중국·일본 회사 임원 200여 명이 모이는 첫 3국 기업인 신년 교류회다. 필경 굳은 악수와 덕담이 오가고 푸짐한 음식에 웃음꽃이 필 게다. 지극히 평범한 새해 풍경이다. 하나 특별함은 그 시작에 있다.

지난해 11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으로 중·일 관계가 최악이던 때였다. 중국에선 격렬한 반일데모와 함께 일본 상점과 회사가 습격을 당한다. 정부 간 채널은 물론 양국 간 상거래마저 꽁꽁 얼어붙었다.

이 무렵 서울에 위치한 한·중·일 협력사무국에 중국 측 제안이 들어온다. 서울에서 중·일 기업인들 간 교류의 장을 열어 달라는 거다. 꽉 막힌 양국 간 숨통을 한국이 나서 틔워 달라는 부탁이었다.

옛날엔 턱없는 일이었다. 주변 강국에 치일 뿐 한국이 이들 분쟁에 나설 힘이라곤 없었다.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 이게 한국의 서글픈 자화상이었다. 얼마나 자학해댔는지 ‘한국 새우론’은 수많은 외국 언론과 미 교과서에 실릴 정도였다. 오죽하면 열혈청년단체 ‘반크’가 “한국은 새우가 아니다”며 이미지 개선운동을 벌였을까.

이런 한탄 속에서도 한국의 국력은 무럭무럭 자랐다. 시선도 조금씩 변했다. 2006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당선은 중대 계기였다. 당시 뉴욕 외교가를 누비던 최영진 유엔대사(현 주미대사)는 이랬다. “전에 새우였다면 이젠 바닷가재는 된 느낌”이라고.

7년 지난 요즘, 한국은 가재에서 고래 사이를 유영하는 돌고래로 진화된 분위기다. 최근 국제회의에 다녀온 이들의 소감은 한결같다. 하품 해대기 일쑤인 참석자들이 한국만 나오면 귀를 쫑긋한다고.

그럴밖에. 세계적 불황 속에서 괜찮은 경제 성적에 삼성·현대의 성공, 거기에다 한류, 김연아, 싸이 등 경이로운 성과를 내는 거의 유일한 나라가 한국 아닌가. 이젠 ‘애플·삼성 싸움에 일본 기업 새우등 터진다’는 기사가 나와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박근혜 당선인의 ‘중견국 외교론’도 이런 자신감 위에 세워졌을 터다. 한국도 당당한 중견국으로 국제사회에 기여하자는 거다. 사실 중견국은 꽤 된 개념이다. 16세기 이탈리아 정치가 지오바니 보테로는 모든 나라들을 제국·중견국·소국으로 나눴다. “타국 도움 없이 자립할 국력을 지닌 나라”가 그의 중견국 정의였다.

이를 제2차 세계대전 후 재등장시킨 건 캐나다였다. 루이 생로랑 전 총리는 “이해관계 많은 강대국도, 힘없는 약소국도 아닌 중견국만이 국제문제를 풀 수 있다”고 주장, 공감을 끌어낸다. 1956년 수에즈운하 분쟁이 터지자 유엔평화유지군 창설을 제안한 것도 캐나다였다. 그 덕에 레스터 피어슨 당시 외무장관은 노벨평화상을 받는다.

그렇다면 중견국 한국은 뭘 해야 하나. 전문가들의 제안은 우선 강대국 간 소통과 타협을 끌어내는 ‘교량국가’ 역이다. 요즘 중·일이 한국에 손 내미는 경우가 잦다 한다. 한·중·일 자유무역협정 체결 건이 단적인 예다. 적극적인 일본은 한국에 망설이는 중국을 설득해 달라고 요청한다 한다.

다음은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들에 경험과 지식을 나눠주는 거다. 이들은 한국의 성공을 거버넌스와 부패 척결의 승리로 파악한다. 전직 대통령들이 법정에 선 건 한국인들에겐 더없는 수치다. 하나 이들에겐 엄정한 사법제도의 상징으로 비춰진다는 거다. 그래서 한 해 4000명 이상의 후진국 관리들이 한국을 배우자며 날아온다.

경계할 건 과욕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3년 ‘동북아 균형자(balancer)론’을 들고 나왔다. 미·중 가운데에서 세력의 균형추 노릇을 하겠다는 선언이었다. 뜻은 갸륵하나 힘이 모자라도 한참 모자랐다. 균형자 외교가 뭔가. 19세기 최강의 영국이 폈던 정책이다. 막강한 해군력을 지렛대로 유럽 열강 중 한쪽이 세지면 반대편과 손잡아 균형을 되찾곤 했다. 게다가 요즘 서구 학계에선 초강대국 미국의 확대를 막으려는 러시아·중국 같은 반미 세력을 균형자로 부른다. 그러니 오해와 웃음을 살밖에.

다행한 건 부끄러운 경험이 교훈도 준다는 사실이다. 외교정책을 세울 때 정치하게 생각하고 오버하지 말라는 가르침 말이다.



남정호 순회특파원·글로벌협력 담당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0407893&cloc=olink|article|default



Posted by 겟업
2013. 4. 4. 15:45

요즘 일본 공영방송 NHK에는 후쿠시마(福島)의 관광 명소 아이즈와카마쓰(会津若松)시의 자연 풍광, 역사 유적, 지역 축제 등이 거의 매일 등장한다. NHK가 지난 6일부터 방송을 시작한 '야에의 사쿠라'라는 역사 드라마를 소개하기 위해서이다. 이 드라마는 19세기 말 아이즈와카마쓰가 배경이다.

NHK가 52번째 역사 드라마의 배경으로 이 지역을 선택한 것은 원전 사고로 고통받고 있는 후쿠시마를 돕기 위해서다.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져 울상을 짓던 후쿠시마는 관광 특수(特需)에 대한 기대로 오랜만에 웃음을 되찾고 있다. 지역 주민은 신품종 벚꽃에 드라마 주인공 여배우의 이름을 붙이는 등 특수를 극대화하기 위해 분주하다. 대하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과 소품을 소개하는 드라마 전시실도 곧 문을 연다.

후쿠시마가 잔뜩 기대를 하는 것은 그동안 입증된 역사 드라마의 관광 효과 때문이다. 역사 드라마에 등장했던 지역은 어김없이 전국적인 관광 명소로 떠올랐다. 1년간 방영되는 역사 드라마에는 그 지역의 유적과 자연 풍광 등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NHK는 매주 드라마 말미에 등장인물과 관련된 장소와 유적을 교통편 등과 함께 소개한다. NHK 드라마를 보면 외국인도 그 지역에 한 번은 가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든다. 드라마 자체가 그 지역에 대한 거대한 간접광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라마가 지역의 운명을 바꿔놓기도 했다. 1997년 방영된 '모리 모토나리(毛利元就)'의 경우 드라마 배경이 된 히로시마·야마구치·시마네현을 드라마와 관련해 방문한 관광객이 900만명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방자치단체와 주민은 드라마 관광 효과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시청률에 울고 웃는다. 2008년 방영된 '아쓰히메(篤姫)'의 경우 가고시마에 10여개의 관광투어 상품이 만들어졌다. 철도회사도 관련 유적지를 돌아보는 관광열차를 운영하고 지역의 음식점은 관련 음식과 특색 있는 기념품을 만들어낸다.

지역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를 찍기는 쉽지 않다. 유명배우들의 스케줄 조정이나 제작 비용도 걸림돌이다. 그런데도 NHK가 매년 거액을 들여 역사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것은 그만큼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배우들도 역사 드라마 출연을 최고의 영광으로 생각한다. 광고 모델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아이돌 스타 고리키 아야메(剛力彩芽)는 조연으로 출연하는데도 감격해 눈물을 보였다. 그녀는 "아버지가 즐겨 보는 대하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은 큰 영광"이라고 했다. NHK는 아침 드라마도 전국을 골고루 돌면서 촬영지로 선택한다.

한국도 역사 드라마의 지역 관광 활성화 효과를 기대해 지방자치단체가 거액의 자금을 지원, 세트장을 짓는다. 하지만 드라마가 끝난 후 사후 관리가 되지 않아 폐허가 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NHK 역사 드라마는 세트장보다는 숨겨진 유적과 풍광을 전국에 알리는 역할을 한다. 또 오픈세트는 다른 드라마 촬영에 재활용한다. 한국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역사 드라마의 제작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차학봉 도쿄특파원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1/13/2013011301238.html



Posted by 겟업
2013. 4. 4. 15:45

'아시아문제? 일단 리콴유에게 상의하라!' 미국 역대 대통령들이 지켜온 불문율의 하나다. 베트남전에 올인 하던 존슨 대통령이 리콴유를 백악관으로 초청, 그로부터 한 수를 배운다. "월남과의 전쟁에서 과연 미국이 이길 수 있는가?"라는 존슨의 질문에 리콴유의 답변은 짧되 따끔했다. "군사적 견지에서만 보자면 베트남 전쟁의 승산은 희박하다." 

닉슨도 리콴유를 백악관에 초청, 역시 베트남 해결의 대안을 묻자 그는 우선 중국으로 향한 미국의 모든 문호를 개방할 것과 비 전략상품들에 대한 교역의 시작을 제의했다. 닉슨은 바로 그 다음 해 베이징을 방문, 본인의 말대로 "세계를 뒤바꾼 7일"이 되었다.

중국을 방문하려던 레이건 대통령이 가는 길에 타이완을 방문해도 괜찮겠냐고 리콴유에게 묻자 "타이완을 방문해서는 절대 안 된다. 중국에 가기 전에 중국의 총리인 자오쯔양이나 총서기 후야호방을 워싱턴으로 먼저 초대해야한다"고 답변. 이 역시 그대로 실현됐다.

아시아 여러 나라의 구석구석을 살피는 그의 눈은 이토록 신산(神算)에 가까워, 이웃집 숟가락 수효까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1998년 3월 미 부통령 먼데일이 클린턴의 메시지를 인도네시아 수하르토에게 전달 후 귀로에 싱가포르에 기착, 리콴유에게 물었다. "당신 생각에 마르코스는 영웅인가 악한인가? 또 수하르토는 어떤가?" 다음은 리콴유의 답변. "마르코스는 영웅으로 시작했지만 악한으로 끝났다. 수하르토는 다르다. 지금의 그를 인도네시아의 대 술탄으로 보면 정확하다. 부인도 그곳 술탄 왕가의 공주다. 수하르토는 따라서 자녀들의 특권을 술탄이 누릴 당연한 권리로 여길 뿐, 전혀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리콴유의 총기는 고르바초프를 만난 후 크렘린 궁 밖으로 걸어 나오면서 그가 남긴 기록으로 더욱 빛난다. "이처럼 존경할 만한 인물이 그토록 사악한 체제에서 정상의 자리에 오르다니…이 얼마나 행운인가! 그가 다른 크렘린 지도자처럼 군사력을 동원, 소련문제를 해결하려 들었던들 세계의 여타 지역에 막대한 손상을 야기했을 것이다."

흥미로운 건 이 고르바초프도 중국의 '거인' 덩샤오핑에 비하면 한 수 처지는 걸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천안문 사태의 해결사 덩샤오핑을 만난 후 리콴유가 남긴 언급을 보자. "전쟁과 혁명의 베테랑으로서, 그는 천안문 학생시위가 중국을 다시 혼란과 무질서로, 또 그 여파가 향후 100년에 미칠 위험한 사태로 판단한 것이다. 한평생을 혁명 속에 살아온 그는 천안문사태에서 혁명의 초기징후를 감지한 것이다. 책으로만 혁명을 접해왔던 고르바초프와는 바로 이점에서 달랐다."

귀신이 귀신을 알아보듯 그 덩샤오핑이 리콴유를 먼저 알아봤다는 점도 흥미롭다. 통일베트남이 캄보디아를 침공하자 덩은 인근 국가에 미칠 '도미노 논리'를 우려, 74세의 노구를 끌고 싱가포르를 찾은 것이다. 

"내가 어떻게 하였으면 좋겠소?"덩샤오핑의 질문에 리콴유가 비장의 해법을 제시한다. "동남아 화교를 상대로해온 중국의 라디오방송을 당장 중단하면 됩니다. 혈연적 유대를 너무 노골적으로 호소하면 인근 국가들의 의심을 증대시킬 뿐입니다." 

동남아 공산당에 대한 중국의 방송은 즉시 중단됐다. 어디 그 뿐인가. 세계 3,000만 명의 화교를 상대로 화상(華商)이 결성된 것도 그 자리에서 나온 리콴유의 아이디어를 덩이 살린 덕이다. 화상이 매년 중국에 투자하는 돈은 세계 각국이 중국에 투자하는 해외투자 전체 액의 60~70%에 달하는 거액이다. 

리콴유를 자랑하려는 글이 아니다. 박근혜 당선인더러 어서 그를 만나 사회적 통합과 일자리창출의 해법을 묻도록 권하고 싶어서다. 리콴유가 평소 개탄해온 대로 '만사 끝장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한국인의 속성에 비춰, 지금처럼 국내에서 아무리 지지고 볶아야 뾰족한 해법이 나오지 않기에 하는 말이다. 고맙게도 그는 아직 살아있고, 선친 박대통령을 존경했던 인물이 아니던가.




김승웅 전 한국일보 파리특파원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301/h20130111210214115780.htm



Posted by 겟업
2013. 4. 4. 15:43

최근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환자가 부쩍 늘었다. 2010년에 8만 명이라고 하더니 2011년에는 12만 명이 넘었다. 러시아와 몽골·중국 등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의 환자들이 대부분인데, 최근에는 중동지역의 환자가 빠르게 늘어 2010년 950명, 지난해 1800명을 기록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정부는 자국 국민을 대상으로 장기이식·심장수술 등 고치기 힘든 병을 치료하기 위해 국가 예산으로 해외 치료를 보내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그 숫자가 연간 6000~7000명에 이른다. 대상 국가는 독일·영국·싱가포르 등 의료 선진국과 서비스가 좋은 태국으로 한정돼 있다. 한국은 1년 동안의 끈질긴 협의와 설득 끝에 2011년 UAE와 보건협력 약정을 체결했고 이를 바탕으로 그해 12월 환자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의뢰받은 환자가 100명을 넘어서는 등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려면 좀 더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우리를 알리는 노력이다. 최근 양국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졌지만 UAE 사람에게 한국은 아직도 미지의 나라, 먼 나라라고 할 수 있다. 비행 거리로 8시간여에 불과하지만 심리적으로 느끼는 거리는 그 배가 넘는다. 자동차와 휴대전화 등 한국 상품의 품질이 선진국을 넘어 세계 수위를 다투고 있는 것은 UAE 국민이 대부분 알고 있다. 하지만 환자와 그 가족들이 여행하기에 얼마나 안전하고 편리하며 믿을 만한 나라인지에 대한 확신은 아직도 부족하다. 한 번이라도 한국에 다녀온 사람이라면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지만 이것이 입소문으로 UAE 사람들에게 인식될 때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부터는 현지 언론과의 협력, 의료 관광화하기 위한 복합상품의 개발, 우리의 의료 수준과 서비스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 등 관계기관과 의료계의 전방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우리의 문화적 수용성을 키우는 일이다. 중동에서 가장 개방된 UAE 국민은 대부분 영어를 잘하지만 자신의 아픈 부분을 정확하게 의사에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능숙한 아랍어 통역이 필요하다. 통역 서비스가 원활하게 지원돼야 하는 것이다. 생소한 나라인 한국을 치료지로 선택한 사람에게 도착해서 떠날 때까지 전 기간에 걸쳐 친절하고 상세한 안내 서비스도 제공해야 한다. 교통수단 제공은 필수다. 또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에게는 먹는 음식과 기도실 여부가 여행지를 결정할 때 아주 중요한 요소다. 필요할 때 언제든지 기도할 수 있는 공간과 ‘할랄’이라는 특수한 방식으로 요리한 음식을 접할 수 있어야 한다. 아랍 사람들은 한 가족이 함께 여행하는 것이 관행으로 돼 있다. 환자가 치료받을 때 다른 가족들이 쇼핑센터나 놀이공원에 갈 수 있도록 복합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

셋째, 환자 유치(inbound)뿐만 아니라 우리 병원의 현지 진출(outbound)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UAE는 그동안 구미 선진국의 병원들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부분적인 성공에 그친 것으로 평가된다. 세계 유명 병원이 진출했지만 의료진의 구성과 의료의 질 부분에서 미흡한 점이 많았다. 그래서 최근에는 의료 수준이 높으면서도 파견의사 비중도 높일 수 있는 한국 병원의 진출을 기대하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시장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적절한 파트너 선정 등 신중한 준비가 필요하지만 나름 중동의 의료 허브를 꿈꾸는 UAE에서 우리 의료산업의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다.

UAE와 우리나라의 관계는 원전 수출과 유전 개발 등을 계기로 최근 전략적 동반자로 발전하고 있다. 와중에 의료 협력은 양국 국민·비즈니스의 접촉면을 더욱 넓히는 중요한 촉매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권태균 주아랍에미리트 대사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0360681&cloc=olink|article|default



Posted by 겟업
2013. 4. 4. 15:42

지난 연말 신세를 많이 진 이웃의 초등학생 아이에게 물감을 선물하려고 문구점에 갔다. 제법 규모가 큰 문구점엔 물감의 종류가 꽤 다양했다. 미술 문외한인 기자에게 좋은 물감의 기준은 색상의 종류가 다양해서 값이 좀 나가는 것이다. 한국에선 대개 18가지나 24가지 색(色) 물감 세트를 산 기억이 있다. 하지만 프랑스 문구점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물감은 10가지 색을 넘는 것이 없었다. 주인아저씨께 물었더니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섞어서 색을 만들면 되잖아요. 어릴 때는 그게 더 좋아요." 물감을 사서 집에 와 보니 검정·파랑·노랑·초록 등 가장 기본적인 색 10가지만 들어 있었다. 하얀색 물감 튜브만 다른 것보다 컸는데, 색의 명도나 채도를 조절할 때 가장 많이 쓰이기 때문인 것 같았다.

한국에선 어릴 때부터 훨씬 다양한 종류의 색상으로 구성된 물감을 쓰는 경우가 많다. 녹색도 초록·진한 초록·연두·청록 등으로 세분화돼 있고, 파란색도 파랑·하늘색·군청 등으로 나뉘어 있다. 이런 '맞춤식 색깔'이 아이들의 상상력과 개성을 가로막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 속 하늘을 색칠할 땐 무심코 '하늘색'이라는 이름의 물감만 사용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고개를 들어 바라보는 하늘은 십중팔구 우리가 어릴 때부터 '하늘색'이라고 알던 그 색은 아닐 것이다.

이 이야기를 프랑스 화단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화가에게 했더니 그는 "프랑스 아이들은 나무 하나를 그려도 그 형태와 색이 너무 다양해서 놀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나뭇가지는 갈색, 잎은 초록색으로 정형화된 한국 아이들의 그림과 달리 프랑스 아이들은 검은색 나뭇잎, 붉은색 나뭇가지, 거꾸로 선 듯한 나무둥치를 그린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아이는 그림도 학원에서 주입식으로 배워서 그런가 보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프랑스는 미술 분야에선 세계 최고다. 전문 화방(畵房)에 가면 수십 가지 색상으로 된 물감을 판다. 그런 프랑스가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10가지 색 물감을 쓰도록 하는 이유는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과 프랑스의 차이점이 드러나는 것이 옷차림이다. 우리나라에는 유행이라는 것이 있어서 어느 해엔 미니스커트, 어느 해엔 롱 부츠로 '복장 통일'을 하곤 한다. 하지만 정작 '패션의 도시'라고 하는 파리에는 이런 유행이라는 게 없다. 오히려 비슷한 스타일은 '촌스럽다'며 기를 쓰고 피하려고 한다. 그러면서 머플러 하나로 자신만의 멋을 내는 게 파리지앵들이다. 프랑스가 세계 명품 시장을 이끄는 것은 최신 유행을 만들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획일적인 유행을 거부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명품이란 결국 희소성이 중요한 가치일 것이고, 남과 다른 개성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비단 미술이나 패션만이 아닐 것이다. 우리 사회의 품격이 올라가기 위해서는 개성과 독창성, 차별화 같은 가치가 좀 더 잘 드러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이성훈 파리특파원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1/07/2013010702700.html



Posted by 겟업
2013. 4. 4. 15:41

[토요판/리뷰&프리뷰] 다음주의 질문
복덕방·노인정은 보수강경파 독무대
진보 생활논객 못 키우면 희망 없어

“자네, 나 좀 보세. 연말 선거 때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하네. 젊은 사람들은 안철수를 좋아하는데 그게 말이 되는가.”지난해 8월 경북 상주의 한 시골마을인 고향을 찾았을 때였다. 동네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김 할아버지(88)가 마을 어귀에서 정치부 기자를 불러세워놓고는 박근혜 대통령론을 역설했다. 자신의 정치 강연에 대해 가타부타 반응 없이 듣기만 하자, 그는 “이 나라가 어떻게 발전했는데 요즈음 젊은 사람들이 철이 없다”면서 언성을 높였다. 정치권 돌아가는 얘기나 전망 등을 듣고 싶어하던 과거 태도와는 완전 딴판이었다.

“아저씨, 안철수는 연말 대선에 나오겠죠? 안철수와 민주당 후보가 단일화하면 박근혜를 이길 수 있을 거예요. 엠비가 워낙 인기가 없잖아요.”

지난 7월 서울 인사동 한 음식점에서 만난 친구의 중3 아들(15)이 똘망지게 말했다. 이 녀석도 정치판 돌아가는 소식을 줄줄이 꿰고 있었다. 녀석은 아빠를 따라 지난 3년간 중부 아프리카에서 지낸 뒤 당시 막 귀국한 참이었다. 친구는 “얘는 아프리카에 있을 때 나꼼수를 매회 내려받아서 다 들었지. 지금은 나보다 정치 뉴스를 더 많이, 또 깊이 안다네”라면서 허허 웃었다.

돌이켜보면 이 두 장면은 2012년 대선을 상징하는 듯하다. 18대 대선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인 세대대결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청년층의 야당 후보 쏠림은 10년 전인 2002년 대선 때보다도 더 강해졌다. 20대만 보더라도 투표율은 56.5%(2002년)에서 65.2%(2012년)로 8.7%포인트, 야당 후보 지지율은 59.0%에서 65.8%로 6.8%포인트가 올랐다. 변화에 대한 청년층의 갈망과 정치 각성이 그만큼 강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청년층의 야당 성향화는 나꼼수를 비롯한 각종 팟캐스트와 트위터,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등장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학생도 팬이 될 정도의 쉬운 언어로 재미있게 정치를 설명함으로써 정치를 외면해온 젊은층을 단기간에 정치 주체로 변화시킨 것이다.

반면에 50대 이상 노년층의 여당 성향화 역시 눈부시다. 이들은 이제 과거처럼 ‘깬’ 자녀들의 안내대로 한 표를 던지는 손쉬운 포섭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상당수는 김 할아버지처럼 자기 확신을 지닌 ‘노인 전사’로 탈바꿈했다. 노년층의 이런 변화는 종편 등 24시간 방송 채널의 등장과 연관이 깊다. 서울 지역의 새누리당 한 재선 의원은 “은퇴한 장년층들은 종편 등의 시사 프로그램을 종일 본다. 그래서 완전히 우경화됐다. 이들을 섣불리 설득하려 했다가는 큰코다친다”고 말했다.

청년층의 정치의식 강화로 일상생활의 모습이 바뀐 것은 거의 없지만, 우경화된 장년층의 등장은 생활 터전인 골목 풍경을 바꾸어 놓았다. 동네 사랑방인 복덕방이나 노인정, 찜질방은 보수 강경파 노인들의 독무대가 됐다. 팔순이 가까운 노모를 통해 가끔 듣는 아파트 경로당의 분위기도 똑같다. 야당이 강한 가난한 동네임에도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문재인이 대통령 되면 북한에 또 퍼주기 한다. 이정희 때문에 박근혜를 찍어야 한다’는 등의 여당 정치선전이 노인정 담론을 주도했다. 여기에 반박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대선에 패배한 민주통합당이 9일 비상대책위원장을 선출하기로 하는 등 전열 재정비에 한창이다. 친노가 물러나고 비노 쪽 인사가 맡아서 당을 잘 수습하면 5년 뒤가 보장될까? 안철수 영입이나 진보세력과의 합체 등 야권 재편이 되면 미래 비전이 있을까?

안 하는 것보다야 도움이 되겠지만, 갈수록 기울어지는 ‘골목 정치’ 환경의 변화를 깨닫지 못하면 2014년 지방선거,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도 별 희망이 없다. 시공간의 경계가 없는 청년들과 달리 골목 안에 사는 노년층과 장년층에게는 에스엔에스가 닿지 않기 때문이다.


마을에서는 골목 정치가 필요하다. 동네의 보수 정치꾼들과 얼굴을 맞대고 논쟁을 벌일 생활의 진보 논객들이 있어야 한다. 각종 동네 사랑방에서 ‘왜 북한과의 교류가 퍼주기가 아닌지, 이정희와 문재인이 어떻게 다른지’를 반박하고, 진보가 실생활에 얼마나 큰 이익과 도움이 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생활정치다. 동네 논객인 풀뿌리 당원을 끊임없이 조직하고 재교육해야 한다. 소멸되고 있는 뿌리를 방치한 채 상부조직과 얼굴만 예쁘게 꾸민다고 될 일이 아니다.

김종철 정치부 기자




Posted by 겟업
2013. 4. 4. 15:35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을 한방에 모아놓고 가수 이은미의 ‘애인 있어요’를 들려준다면 머릿속에서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인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중국인은 ‘아내가 있다’, 일본인은 ‘불륜상대가 있다’는 뜻으로 노래제목을 이해할 것이다. 같은 한자문화권에서 ‘愛人(애인)’이라는 똑같은 한자를 놓고도 이처럼 뜻이 다르다.

미국의 문화비평가 해럴드 블룸은 “모든 번역은 오역(誤譯)”이라고 말했다. 한 나라 국민의 오랜 역사와 경험, 고유한 정서가 축적된 언어를 다른 나라말로 바꾼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는 의미다.

근대가 시작되기 전까지 문화는 항상 중국에서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전해졌다. 이 순서가 뒤집어진 것은 일본이 메이지(明治)유신을 한 1868년부터다. 메이지유신 직후 일본에서는 철학 과학 문학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대대적인 번역 붐이 일어난다. 한자는 중국에서 만들어졌지만 우리가 지금 쓰는 현대 한자어의 상당 부분은 이 시기 일본에서 만들어졌다. 개인, 신혼여행, 철학, 과학, 시간 등과 같은 한자어도 이때 처음으로 등장한 신조어들이다.

‘대번역시대’를 거치면서 급속한 서구화를 이룩한 일본은 이후 러시아를 꺾고 열강(列强) 대열에 합류한다. 그 후 100년 이상 유지된 한중일의 문화헤게모니 서열은 번역력(力)의 차이에서 나온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의 번역력은 일본과 비교하기가 부끄러운 수준이다. 서양문화의 뿌리에 해당하는 그리스-로마 고전조차도 대개 일본어나 영어로 된 것을 재번역했다. 두 번의 ‘오역’을 거치다 보니 뜻이 잘 통하지 않거나 생경한 표현투성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올해 74세의 천병희 단국대 명예교수는 ‘국보급’ 번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독보적인 그리스-로마 원전 번역가다. 단국대 독어독문학과 교수 시절인 1990년대 중반부터 번역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그가 지금까지 번역해낸 그리스-로마 고전은 60여 종에 이른다. 플라톤의 국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 헤로도토스의 역사, 호메로스의 일리아드,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등 고전 중에서도 고전으로 꼽히는 책들이다.

대단한 점은 이 같은 역작의 절반이 그가 2004년 단국대에서 정년퇴임을 한 이후 나왔다는 것이다. 이미 70대 중반에 접어든 지금도 천 교수는 건강을 위해 일주일에 세 번 등산을 하는 것을 빼고 나면, 대부분의 시간을 자택에서 번역작업을 하는 데 보낸다. 그가 하루에 평균적으로 번역해내는 그리스-로마 원전의 분량은 1페이지에서 1페이지 반 정도. 매우 더디면서 인내심과 체력이 필요한 작업이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는 비결을 그에게 물어보니 “쉬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1개월가량 번역작업을 쉰 적이 있는데, 마음도 불안해지고 건강도 오히려 나빠져 이후로는 절대 손에서 책을 놓지 않게 됐다”는 것이었다.

한 인문학자는 그를 “정말 번역 외에는 아무 관심도 없는 순수한 분”이라고 평하면서 다음과 같은 일화 한 토막을 전했다.

인문학 연구 지원활동을 하는 단체인 재단법인 플라톤아카데미가 2년 전 천 교수에게 연구교수 직을 제안했다. 연 3600만 원씩 2년간 7200만 원을 지원받으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를 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천 교수는 “인문학 분야에는 어렵게 생활하는 젊은 학자들이 많으니 나 대신 그들을 지원하라”며 고사했다. “그럼, 행사에 잠시 와서 자리를 좀 빛내 달라”는 재단 측의 거듭된 요청에, 천 교수는 너무나 미안하다는 어조로 이렇게 말끝을 흐렸다.

“거기에 다녀올 시간이면 원전을 스무 줄 이상 번역할 수 있는데….”

‘웰에이징’은 멋지게 나이를 먹는다는 뜻이다.


천광암 경제부장



http://news.donga.com/3/all/20130101/51990018/1



Posted by 겟업
2013. 4. 4. 15:35

성탄 휴가 기간 중에 투자 분야에서 근무하는 한 미국인 동료로부터 한국에 대해 묻는 전화가 걸려왔다. 그의 질문은 간단했다. 어떻게 한국이 국제사회의 환영을 받지 못하던 부패하고 불투명한 시스템에서 상당히 개방되고 투명한 비즈니스 환경의 모범으로 변모하게 됐는가 하는 내용이었다. 중국에서 사업하는 많은 미국인처럼 그는 부패로 인한 변덕과 일관성 없이 오락가락하는 규칙 적용에 실망하고, 중국이 언제쯤, 어떻게 이른바 ‘한국 사례’를 따르게 될 것인가를 알고 싶어 했다.

‘한국 사례’는 최근 들어 부쩍 더 자주 들리는 용어다. 국제 원조 전문가들은 어떻게 다른 나라들이 개발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바뀐 한국의 길을 따를 것인가를 궁금해한다. 아프리카의 전문가들은 자기 나라가 그렇게 갈망하는 올림픽·월드컵·월드엑스포 같은 글로벌 이벤트를 개최한 한국의 사례에 감탄한다. 중국이 이른바 소프트파워 확산 실패에 난처해하고 있는 동안 한국의 ‘강남스타일’은 전 세계 10억 명 이상의 이목을 끌고 있다.

‘한국 사례’는 여러 요인에 기인하겠지만 그중 두 가지 요소가 가장 두드러진다고 생각한다. 1987년의 민주화와 97년의 외환위기가 그것이다. 전자는 한국인이 일상적인 생각에선 이젠 거의 떠올리지 않는 요소다. 후자는 아이로니컬하게도 평균적인 한국인은 거의 잊어버리고 싶은 것이다. 97년 외환위기는 한국인의 경제와 가계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줬으며 이전까지 성장을 견인했던 경제체제의 결함을 보여줬다. 한국인은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고통스러운 개혁방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 덕분에 경제체질을 개선해 미국 등이 5년 전 말려들어간 글로벌 재정 몰락위기를 피할 수 있었다.

민주화는 지금과 같은 한국의 탄생에 매우 중요하다. 이는 대통령 직선제를 채택해서가 아니라 개방성과 준법, 투명성을 한국 사회의 목표로 삼게 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물론 88년 올림픽이나 중산층의 출현 같은 다른 요인도 있지만 민주화와 외환위기가 없었다면 지금 전 세계가 ‘한국 사례’를 입에 올리는 시대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는다.

한국인은 미국인과 마찬가지로 일상 생활에서 민주주의를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상당수 한국인은 아마 이번에 독재자의 딸을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한 자국의 정치 시스템을 원망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또다시 새로운 사례를 하나 더 만들었다.

동아시아의 어떤 나라도 여성을 자국의 최고위직으로 선출한 전례가 없다. 아시아 정치에선 스캔들이 하나의 규범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필리핀·한국 같은 민주주의 국가에선 최근 선거에서 당락을 좌우할 만한 부정은 없었다. 미국에서와 같은 투표소의 혼란도 없었다.

한국인은 자신들의 후보를 그렇게 보지 않았겠지만, 전 세계는 의무감에서 마지못해 출마한 것 같아 보이는 조용한 신사를 주목했다. 이 후보는 전직 대통령에게 충성하며 더욱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그의 정치적 비전을 따르려고 했다. 아울러 세계는 정치라는 추악한 세계에 들어갈 아무런 필요도 없었으나 97년 이 나라가 외환위기에 빠지자 정치 입문을 결심했던 한 여성도 주목했다. 이 여성 후보는 정치적으로 분열된 국가를 통합하겠다는 공약으로 이 나라의 가장 높은 자리로 올라서게 됐다.

대선 후보의 성격을 이렇게 순진하게 묘사한다면 한국인들이 웃겠지만 인식은 종종 현실을 구현한다. 실제로 전 세계는 두 대선 후보가 정치 권력을 쥐고 휘두르는 것보다 국민을 위한 공직 봉사에 진실로 관심이 더 많아 보이는 것으로 인식했다.

여기에 더해 다음달 대통령에 취임할 박근혜 당선인은 한국의 이전 대통령들과 달리 이미 청와대에 거주한 적이 있다. 정치에서는 권력에 굶주린 사람이 더 권력을 갈망한다. 이를 위해 다른 가치를 포기하기까지 한다. 그러므로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주는 권력에 취하지 않고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더욱 초점을 맞추는 대통령을 가지는 것은 신선한 일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이미 북한을 방문해 그 나라의 지도자를 만나본 사람 가운데 최초의 청와대 주인이 될 것이다. 이는 전임 대통령들처럼 평양에 꼭 가야겠다는 외곬의 생각에 매달려 고통스러워할 가능성이 별로 없을 것을 의미한다. 물론 박 당선인이 한국을 최근의 경제 불황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 필요한 경제 관련 경험이 없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설혹 대통령 당선인이 그런 경험이 있다고 해도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다.

대화가 마지막에 이르자 내 친구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러한 한국의 경험은 중국이 앞으로 갈 길이 얼마나 먼지를 잘 보여준다. 일부 한국인은 대통령 선거 결과에 실망해 있겠지만 한국은 다시 한번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에서 하나의 새로운 사례가 되고 있다.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0315452&cloc=olink|article|default



Posted by 겟업
2013. 4. 4. 15:33

'"저는 테리 존스 목사라고 합니다. 9·11에 대해 여러분에게 가르쳐 드리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한낮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평화가 깨졌다. 백발 스포츠 머리에 콧수염을 기른 이 유명 극우 백인 목사는 광장 한가운데를 차지하고는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9·11 테러를 '급진 이슬람의 공격'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인'으로서 이슬람 공동체에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연설이 계속되면서 '급진 이슬람'이라던 그의 타깃은 어느새 슬쩍 이슬람 전체로 바뀌고 있었다. "이슬람은 억압의 종교, 거짓과 속임수의 종교, 폭력을 조장하는 종교입니다."

한 백인 여성이 듣다못해 "노(No)!"라고 소리쳤지만, 목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폭언을 이어갔다. 다양한 종교와 인종이 어울리는 광장에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히잡을 쓴 한 무슬림 여성은 아이들의 손을 잡아끌고 도망치듯 발길을 돌렸다. 사람들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바로 그때, 찌푸린 표정으로 연설을 듣고 있던 한 백인 남성이 갑자기 노래를 웅얼거리기 시작했다. 목사의 연설과 남성의 노래가 허공에서 뒤섞였다. 노래는 비틀스의 '당신에게 필요한 건 오직 사랑'(All you need is love)이었다. 노래가 후렴구에 다다르자 남성이 소리쳤다.

"여긴 자유의 나라예요, 여러분. 다 함께 노래를 불러요!"

노래하는 목소리가 하나 둘 늘어나는 듯싶더니, 이내 합창을 이뤘다.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났고, 광장을 짓눌렀던 '충돌'의 공포는 사라졌다. 저주(詛呪)의 연설은 노래에 묻혀 이제 들리지 않았다. 연설을 제지한 이들이 목사와 같은 전형적인 백인 미국인이었기에 그 울림은 더욱 컸다.

한 다큐멘터리 작가가 촬영했다가 얼마 전 뉴욕타임스의 독자 코너에 올리면서 세상에 알려진 이 영상을 보면서 최근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 목소리를 높였던 수많은 '테리 존스'들이 떠올랐다. 한쪽에 투표하면 '반(反)대한민국 세력이고 대한민국을 공산화시키려는 세력'이라고 말한 어느 '언론인', 다른 쪽에 투표하면 '독재자에게 열광하는 이웃'이라고 주장한 어느 '소설가'가 그들이다. 불행히도 그때 우리는 각자 자기 진영을 향해 "노"라고 외치지 않았다. 긍정의 노래로 저주를 덮으려는 노력도 없었다. 대신 우리는 침묵하거나, 심지어는 SNS로 이러한 주장을 퍼 나르며 적개심과 분열을 키웠다. 용기가 없었거나 상대방을 찌르는 독설이 주는 쾌감을 즐긴 것이다.

그래 놓고 "너만 옳으냐" "말이 안 통한다"고 서로를 꾸짖었다. 헛된 소리다. 내가 옳으면 상대가 반대한민국·공산화 세력이 되고, 상대가 옳다면 내가 독재자에 열광하는 이웃·'꼰대'가 되는 상황에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진정 '대통합'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침묵을 깨고 먼저 '우리 편'을 향해 용기 있게 외쳐야 한다. "노"라고. 필요한 건 '저주'가 아니라 '사랑'이라고.



장상진 뉴욕특파원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2/31/2012123102106.html



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