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취임사의 상당 부분을 교육과 문화에 할애해 가며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교육과 문화 부문의 창달(暢達)에서 찾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박 대통령은 "어릴 때부터 모든 학생의 잠재력을 찾아내는 일이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면서 "희망의 새 시대를 여는 일은 교육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21세기는 문화가 국력인 시대이며 국민 개개인의 상상력이 콘텐츠가 되는 시대"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인종과 언어, 이념과 관습을 넘어 세계가 하나 되는 문화, 인류 평화 발전에 기여하고 기쁨을 나누는 문화, 새 시대의 삶을 바꾸는 '문화 융성'의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했다.
교육은 미래를 여는 열쇠다. 교육은 사람을 키우고, 사람은 그 나라의 운명을 개척하는 주인이다. 세계 각국을 석유·석탄·철광석·희귀금속 등 천연자원의 부존량(賦存量) 순서대로 배치해보면 세계 각국의 선진화 서열과 일치하지 않는다. 오히려 역비례(逆比例) 관계가 눈에 띈다. 자원이 풍부한 나라일수록 국민 간에 부(富)가 불공평하게 분배되고 자유는 억압받는 경우가 더 많다는 말이다. 세계의 선진화 서열은 그 나라의 교육 수준, 그 교육이 배출한 국민의 역량(力量)과 비례관계에 있다. 오늘의 세계에서 진짜 강국(强國), 진짜 선진국은 교육이 앞선 나라라는 말이다. 그래서 세계 각국의 21세기 국가 전략은 교육 혁신으로 모이고 있다.
미국·영국 같은 나라는 경쟁 교육 체제 속에서 뒤처진 학생들의 학력을 어떻게 끌어올리느냐를 과제로 삼고 있고, 복지 선진국 북유럽국은 전인적(全人的) 교육 체제 아래서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인재를 어떻게 길러내느냐를 고심한다. 나라마다 처한 환경과 여건이 모두 달라 정답도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지식 습득을 중시하는 한국 교육이 그동안 큰 성과를 냈고 세계 많은 나라가 한국 교육을 부러워하는 것도 사실이다. 전쟁의 폐해를 딛고 성공적인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한 데는 교육의 힘이 컸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이 1949년 초등학교 의무교육 제도를 실시한 지 10년 만에 초등학교 취학률이 50%에서 95%로 사실상 완전 취학이 이뤄졌다. 같은 기간 문맹률이 80%에서 20%로 떨어졌고 대학생 숫자는 8000명에서 10만명으로 12배가량 늘었다. 이 대통령의 집권 기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문물을 배우고 돌아온 유학생이 4800여명, 단기 연수 기술 훈련생이 2300명, 군 장교와 하사관이 1만명이다. 이 대통령이 1950년대 구축한 교육 인프라를 통해 배출된 인재들이 1970년대의 고속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2010년대 대한민국 교육의 모습은 2030년대 이후 나라의 미래를 결정짓게 될 것이다. 우리가 그리는 20년 후, 30년 후 나라 청사진에 맞춰 교육 철학과 목표, 방법론을 재정비해야 한다. 산업화 시대엔 중등교육의 대중화를 통해 산업 현장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 국가 경제에 필요한 창의적 인재를 키우려면 학교에선 획일적인 교과 교육을 벗어나 학생의 소질과 적성을 찾아내는 교육을 하고 사회에선 학벌보다 능력을 중시하는 풍토를 다져야 한다.
문화는 수원지(水源地)와 같다. 수원지가 풍요로워야 논밭이 기름지고 온갖 곡식이 무럭무럭 자란다. 오늘날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가 된 것은 경제력이나 군사력 같은 하드 파워가 월등해서만은 아니다. 팝송·영화·청바지 등 문화라는 소프트 파워가 뒷받침해준 덕이다. 우리 역사를 돌아봐도 조선시대 세종 때나 영·정조 때처럼 문화가 약동하고 새로운 창조가 이루어졌을 때 나라도 안정되고 발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한국은 경제 면에서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모범생 국가가 됐다. 수출과 수입이 엇비슷한 규모를 이루며 교역량이 1조달러를 넘어선 세계 여덟째 무역 대국이다. 그러나 문화 면에선 여전히 발신(發信) 규모가 수신(受信) 규모에 턱없이 못 미치는 '역조(逆調)' 상태다. 백범 김구 선생은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면서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 나라의 교육 개혁과 문화 융성은 예산을 집중 지원하고 제도를 바꾼다고 대통령 임기 5년 안에 결실(結實)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단기적인 성과를 위한 투자보다는 작은 묘목을 크고 튼튼한 나무로 키워낼 기름진 토양을 만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50년 후 장래를 결정지을 씨앗을 오늘 심는다는 마음으로 나라 교육과 문화의 토대를 다져나가야 한다.
'교양있는삶 > 사설 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삶의 향기] ‘서울해법 ’이 뜨는 이유는 (0) | 2013.04.05 |
---|---|
[박해현의 문학산책] 작가 200번 초대해 밥 먹인 佛 미테랑 (0) | 2013.04.05 |
[서소문 포럼] 일본제 사주기가 독도를 지킨다 (0) | 2013.04.05 |
[조용헌 살롱] [875] 方外之士의 섬―제주도 (0) | 2013.04.05 |
[강명구 칼럼] “그 사람 참 쿨하잖아” (0) | 2013.0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