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프랑스 문화원, 독일의 괴테 인스티투트, 스페인의 세르반테스 문화원 등 선진국들이 운영하는 문화원 활동을 눈여겨보면 그들의 문화 국력을 가늠할 수가 있다. 우리나라도 해외에 문화원을 운영하고 있지만 대부분 주요 선진국 수도에만 위치하고 있다. 운영에 많은 예산과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최근에는 터키에 이어 헝가리에도 문화원이 설치된다고 하니 반갑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원의 양적 증가만이 대수는 아닐 것이다. 문화는 물이 높은 곳에서 아래로 흐르듯 자연스럽게 생활에 녹아들어야 한다. 학술대회나 세미나 개최, 한국영화 상영, 한식홍보 등 일회성 행사로는 충분하지 않다.
일전에 볼리비아 중부의 수크레를 방문한 적이 있다. 스페인 식민지풍의 흰색 건물이 많이 남아있어 ‘하얀 도시’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헌법상 수도다. 유럽의 배낭여행 청소년들이 많이 찾아 거리는 언제나 붐빈다.
그곳의 독일문화원은 수도 라파스에 있는 괴테 인스티투트와 달리 큰 건물이 아니라 일반 가정집과 다름없는 아담한 건물이다. 현관 옆에 베를린 카페를 운영해 주민들이 언제라도 부담 없이 한가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여행객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서너 개의 객실이 있는 숙박시설도 갖췄다. 문화원은 독일명예영사가 운영하며 독일대사관으로부터 약간의 운영비만 지원받고 있다고 한다. 지역 커뮤니티 속에서 자연스럽게 독일의 문화를 심고 있는 모습에 감명받았다.
이제 세계 도처에 한국인이 진출하지 않은 곳은 없다. 이름 없는 어느 조그마한 마을에도 우리 국민이 있다. 그들을 우리 문화 홍보의 첨병으로 참여하게 한다면 대도시에서 활동하는 문화원의 역할을 큰 재정적 부담 없이 지방 소도시에서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일정 수준의 규격과 격식을 갖춘 교민의 가정집이나 가게, 또는 교민 시설의 한쪽을 한국 문화 홍보를 위한 장소로 활용할 수 있다면 현지인들에게 피부에 와 닿는 느낌을 주면서 한류를 전 세계에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다. 교민을 우리 문화 홍보 활동에 자발적으로 동참하게 함으로써 자긍심 고취는 물론 관민이 함께하는 진정한 의미의 공공 외교활동의 한 전형을 이룰 수도 있다.
지난해 한국 영화·방송프로그램·음반 수출액이 7억9400만 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한다. 그 배경에는 세계 도처로 뻗어가고 있는 한류의 힘이 있다. 이러한 한류의 맥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야 할 것이다.
김홍락 전 주 볼리비아 대사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7463362&ctg=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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