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문제를 취재한 지 10년쯤 됐다. 과연 해법을 찾았을까. 안타깝게도 못했다. 그건 정부나 기업도 마찬가지다. 손쉬운 방법이 있긴 하다. 매년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면 된다. 하지만 사람들이 웃겠다. ‘뉴 노멀(New Normal) 시대’에 접어들었는데 가당하기나 하냐고. 뉴 노멀은 2008년 금융위기 때 등장한 새 경제질서다. 대표적인 게 저(低)성장과 고(高)실업이다. 그런데 저성장은 그렇다 치고, 마냥 고실업마저 당연시해서는 안 될 일. 다들 경기 대침체를 전망할 때 “내년 봄엔 살아난다”는 제러미 시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의 예측이 있는 것처럼 역발상적 고실업 해법은 없을까.
얼마 전 대기업 CEO의 고민을 들었다. “신입사원 연봉이 너무 높다.” 아닌 게 아니라 그 기업은 웬만한 곳 초봉을 훨씬 능가한다. 잡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올해 4년제 대졸 신입사원 평균연봉은 대기업이 3581만원. 27세 대졸 남자사원 기준으로 상위 10%에 해당하는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순간 엉뚱한 생각을 해봤다. 신입사원 연봉을 조금이라도 낮춰 그만큼 사람을 더 뽑는다면? 첫 번째 과격 제안이다. 중국 고전과 역사를 맛깔스럽게 강의하는 이중톈(易中天) 교수는 “공산주의의 산(産)은 재산의 산이 아니라 생산의 산”이라고 했다. 이를 취업에 적용해봤다. 연봉을 깎아 사람을 더 뽑는 것. 그것은 재산을 나눠 갖자는 게 아니라 생산활동을 분담하자는 것. 웬 공산주의 방식이냐고? 생각을 확 바꾸지 않고는 해법이 없기에 하는 얘기다.
자, 그럼 이제 기업 반응을 떠볼 차례. 몇몇에 의견을 물었다.
삼성=“뭐라고 답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LG=“직원 사기와 역량을 고려해야 한다. 연봉을 조율해서 채용에 집중하는 건 어렵다.”
롯데=“연봉이 전부는 아니지만 연봉 경쟁력이 있어야 좋은 인재가 온다.”
대체로 부정적이었지만 “사회적 합의가 있고 지속적으로 한다면…”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연봉이 조정되더라도 인원을 늘린다는데 마다할 구직자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고액 연봉을 받겠다는 사람은 그런 곳을 찾아가면 될 테고.
질문을 추가했다. “면접 인원이라도 크게 늘린다면.” 대답은 엇갈렸다. “사실 스펙이 천편일률적이다. 업무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겠으나 두 배 늘리는 것을 검토 중.” “기회 보장 측면에서 좋은 방법이나 뽑는 인원을 늘리지 않고는 조삼모사.” 경쟁률 기본이 수백 대 일이다 보니 구직자들은 “면접 기회만이라도 달라”고 하소연한다. 그렇다면 기회를 확 늘려보자. 뽑고 싶은 사람이 더 많아질 테고, 그만큼 채용인원이 늘 수도 있다.
과격 제안 두 번째는 상생자금 활용이다. 처우 때문에 인재가 중소기업에 안 간다는 미스매치 해법으로 요즘 활발한 대기업-중소기업 상생을 이용하자는 것이다. 자발적이든 정부가 밀어붙이든 간에 대기업은 협력업체에 수천억원씩 지원한다. 어차피 쏟아붇는 돈이라면 3분의 1 가량 채용에 써 보자. 대기업이 채용을 늘린 뒤 일정 인력을 중소기업에 파견하는 식이다. 파견된 인력은 대기업 봉급으로 중소기업에서 일하게 된다. 그들은 대기업에서는 보지 못하는 중소기업의 장점을 익힐 수 있고, 대기업은 파견 인력을 순환시킴으로써 인재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다. 광야로 보낸 자식 콩나무가 되었고 온실로 보낸 자식 콩나물이 되었다고 하지 않는가(시인 정채봉의 ‘콩씨네 자녀교육’).
세 번째 과격안은 될성부른 나무 ‘일감 몰아주기’다. 이건 창업을 통한 구직에 해당된다. 위 제안들과는 달리 자본주의적 시각에서 봐야 한다. 창업은 위험성이 크고 철저히 자기 책임이기 때문이다. 창업 희망자들을 만나 보면 공공기관 창업지원의 가장 큰 문제점이 천편일률적 소액 배분이다. 이래서는 모두 망한다. 과감한 차등이 필요하다. 에인절 투자자가 하는 방식이다.
결국 실업률 해소의 열쇠는 대기업이 갖고 있다. 가뜩이나 장사 안되는 마당에 부담이 된다면 미안한 일이지만 제시된 방법들은 현재도 대기업이 들이는 비용에서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발상만 전환하면 된다. impossible(불가능)에 점 하나만 찍으면 I’m possible(가능)이다.
정선구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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