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대상이 된 '프랜차이즈 1등' 기업 어떻게 성장했는진 무관심
파리바게뜨, 본죽, 미스터피자… 부단한 노력과 혁신으로 성공해
자영업자 돕는다는 미명 아래 토종 전문기업 성장을 막아서야
만약 레이 크룩과 맥도널드 형제가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했다면 어땠을까? 세계적인 성공은 고사하고, 국내 1등도 어려웠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1등이란 시기와 질투는 물론 규제의 대상이다.
최근 대선 정국과 경제 불황이 맞물리면서 자영업자 보호를 위한 프랜차이즈 규제 논의가 한창이다. 프랜차이즈는 국내총생산(GDP)의 9%를 차지하고 관련 종사자만 150만명에 달하는 국가 경쟁력의 중추 산업이다. 소비자 열 명 중 여덟 명이 일반 점포보다 프랜차이즈 점포를 선호한다고 한다. 그러나 브랜드가 널리 알려진 상품을 좋아하면서도 프랜차이즈 1등 기업을 향한 시선은 곱지 않다.
문제는 어떤 기업이 '얼마나 성장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성장했느냐'이다. 재벌에서 물려받은 자본과 규모의 힘으로 성장했는지, 아니면 스스로의 노력과 부단한 자기 혁신으로 성공을 일구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기업가 정신으로 성장한 전문 기업은 격려해주고, 소비자로부터 존경받는 게 마땅하다.
CJ나 대상 같은 대기업을 제치고 두부시장에서 1위를 지키고 있는 풀무원은 설립 때 직원 10명의 영세 기업이었다. 당시는 두부가 중소기업 고유 업종이었다. 이 때문에 영세업체가 만든 석회두부나 화학응고제 두부 같은 불량 두부가 사회 문제로 거론됐다. 이때 풀무원은 철저한 위생관리로 포장 두부라는 혁신적인 상품을 출시해 성공했다. 파리바게뜨 허영인 회장은 빵의 상태만 봐도 '공장 오븐의 윗불이 뜨겁다. 반죽 발효시간이 좀 길다'는 세밀한 부분까지 집어낸다. 그는 학창 시절부터 빵에 미쳐서 작은 동네 빵집을 차려 고려당·태극당·신라명과 같은 선발 주자와 경쟁해 지금의 파리바게뜨를 키웠다. 본죽 김철호 사장은 IMF 당시 무역업을 하다 부도가 나서 숙명여대 앞에서 호떡장사를 했다. 그렇게 어려운 가운데서도 한국의 죽(粥)을 연구, 현재는 전국에 1300개의 죽 전문 매장을 일궈냈다. MPK 그룹 정우현 회장은 미스터피자라는 토종 브랜드로 피자헛이나 도미노 피자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를 밀어내고 피자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다. 김선권 사장이 시작한 블랙스미스는 미역국 파스타 같은 한국인 특성에 맞는 메뉴 개발로 외국계 브랜드 일색이던 이탈리안 음식점 시장에서 차별화를 이뤄냈다.
물론 재벌이 압도적인 자본력과 기존 유통망을 무기로 손쉽게 자영업자의 터전을 침범하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고, 규제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기업의 성장 과정은 보지 않고 단순히 크기만 가지고 사업 행태를 비난하는 것은 문제다. 또 자영업자를 돕는다는 미명 아래 토종 전문기업의 성장을 가로막아서도 안 된다.
동반성장이란 중소기업을 영원히 중소기업으로 남게 하는 것이 아니다. 중소기업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맥도널드처럼 경쟁력 있는 글로벌 전문기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누구나 전문성을 가지고 공정하게 노력하면 존경받는 1등이 될 수 있다는 선례를 보여주는 것이 강력한 기업가 정신의 촉매제이다.
김영수 조선경제i 대표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1/12/201211120101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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