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있는삶/사설 노트'에 해당되는 글 715건

  1. 2013.01.03 [김호의 궁지] ‘진생쿠키’가 성공하려면
  2. 2013.01.03 [사설/10월 27일] 막말하는 판사들 그냥 넘겨선 안 된다
  3. 2013.01.03 [분수대] 얼굴 두껍고 목소리 큰 사람이 좌우하는 TV 토론은 이제 그만
  4. 2013.01.03 [조한욱의 서양사람] 아버지의 편지
  5. 2013.01.03 [편집국에서/10월 23일] 웹비디오 시대의 '강남 스타일'
  6. 2013.01.03 [광화문에서/이진구]미래는 바뀔 수 있다
  7. 2013.01.03 [권석천의 시시각각] ‘착한 판사’는 없다
  8. 2013.01.03 [세상 읽기/ 진중권] 알에 갇힌 혁거세?
  9. 2013.01.03 [기고] 서울시민 복지기준선 의의와 한계
  10. 2013.01.03 [논설위원이 만난 사람/김순덕]진보정의당 대선후보 심상정
  11. 2013.01.03 [취재일기] 나로호 수업료 2000억원의 교훈
  12. 2013.01.01 [세상 읽기] 소외자 인권을 생각하는 따뜻한 복지
  13. 2013.01.01 [송호근 칼럼] 경제민주화, 대기업-노조 담합이 문제다
  14. 2013.01.01 [이철호의 시시각각] 대선 후보, 애니팡 혁명에 주목하라
  15. 2013.01.01 [김철중의 생로병사] 시집살이 꾹 참은 착한 며느리는 병 나기 쉽다
  16. 2013.01.01 [노트북을 열며] 반값 등록금보다는 무료 직업훈련비
  17. 2012.12.26 [한겨레 프리즘/ 이형섭] 민주정치는 우월한가
  18. 2012.12.26 [토요에세이/10월 20일] 범죄의 가공할 양면성
  19. 2012.12.26 [메아리/10월 20일] 안철수의 실험 '정당이 싫다'
  20. 2012.12.26 [대학생 칼럼] 페이스북! 너는 지금 무슨 생각 하니?
2013. 1. 3. 12:07

‘성공사례’란 ‘예외사례’다. 성공사례를 제시하며 ‘당신도 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상 오류다. 마치 복권 1등 당첨으로 수억원의 돈을 거머쥔 성공사례를 제시하며 ‘당신도 열심히 복권 사면 1등 될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성공이란 것은 항상 극소수만이 달성할 수 있다. 사회적 차별과 부당한 제도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공한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보면, 그들은 수십만, 수백만명 중에 하나 생길까 말까 하는 극히 예외적인 ‘아웃라이어’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사례가 제한된 언론 지면에 ‘성공사례’로 소개되는 것이다.

 

최근 새누리당 김성주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여성·청년들의 일자리 문제와 관련해 ‘주도적인 자세’를 강조하면서 “정부야, 일자리 창출해라, 이런 수동적인 자세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또한 “애 젖 먹이면서… ‘웰빙 진생쿠키’를 만들어 구글에 올리면 전세계에서 주문을 받을 수 있는데… 왜 젊은이들은 수동적으로 대응하느냐”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일자리로 고민하는 여성들과 청년들이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을 하면 성공은 제쳐두고라도 최소한의 사람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을까? ‘진생쿠키’가 성공하려면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운이다. 아무리 좋은 환경에서 열심히 노력해도 운이 없으면 성공을 거두기 힘들다. 하지만 이는 그야말로 하늘의 뜻일 테니 오늘 논의에서 일단 제외하자. 둘째, 김성주 공동선대위원장이 말한 대로 주도적인 자기 노력은 필요하다. 당연한 말이다. 셋째는 시스템 혹은 정책이다. 그녀가 ‘진생쿠키’를 만들어 ‘구글’에 올리면 전세계에서 주문을 받을 수 있다고 했는데, ‘진생쿠키’가 개인의 노력을 상징한다면 ‘구글’이란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적 인프라와 정책을 상징한다.

 

‘진생쿠키’ 발언이 나온 날, <한겨레> 독자로부터 문의를 받았다. 그녀의 발언 자체가 딱히 문제가 있지는 않은 것 같은데 왜 그녀의 발언이 비판을 받는지 궁금하다고. 사실 그녀가 스스로의 힘으로 무언가를 이룩한 기업인으로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면 별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현재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집권당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다. 대선 후보와 함께 국민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고 관련된 시스템과 정책을 내놓아야 하는 위치를 고려했다면 그녀는 이렇게 말했어야 했다. “여성, 청년 여러분. 일자리 문제로 힘드시지요? 노력하는 만큼 목표를 성취하고 행복해질 수 있는 정책과 사회 구조를 만들기 위해 이 기회에 힘써 보겠습니다”라고.

 

한때 “힘들어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후배에게도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서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개인의 노력만큼이나 그 노력이 제대로 발현될 수 있는 정책과 구조가 중요하니까 말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일부 성공사례를 놓고 개인의 노력을 다그칠 것이 아니라, 기득권자에게만 기회가 더 돌아가는 불공정 경제 구조를 혁신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에게 좀더 균등한 기회가 돌아가는 ‘제대로 된 정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성공적인’ 정치와 정책은 극소수에게 최대한의 성공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대다수 시민에게 최소한의 안정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지금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누가 변화를 완성까지는 못하더라도 제대로 된 방향과 기반이라도 잡아줄까? 여성과 청년의 입장에서 ‘가장 적은 노력’으로 자기계발의 유리한 발판을 마련할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5797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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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 3. 12:05

서울 동부지법의 40대 부장판사가 사기ㆍ사문서위조 사건 재판에서 60대 증인을 앞에 두고 "늙으면 죽어야 해요"라고 막말을 했다. 부장판사는 증인이 말을 모호하게 하자 직접 심문에 나섰으나 진술이 여전히 불명확하자 이같이 말했다는 것이다. 증인은 부장판사에게 한 마디 항의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해 5월 인천지법에선 판사가 이혼소송 중인 여성 원고에게 "입은 터져서 아직도 계속 말이 나와요?"라고 말해 소송 당사자가 법관기피신청을 냈다. 2010년 4월 서울중앙지법의 40대 판사는 69세 원고가 허락을 받지 않고 발언하자 "어디서 버릇없이 툭 튀어나오느냐"고 질책했다. 올해 1월 발표된 서울지방변호사회 자료에는 "당신이 알지 내가 알아!" "20년간 맞고 살았으니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라" "모르면 좀 아는 사람한테 물어보고 준비서면을 내라" 등 일부 판사들의 부적절한 언사가 소개되기도 했다.

대법원은 판사들의 막말 파문이 빚어질 때마다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한다고 강조했지만 그때뿐이다. 법관 언행 개선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느니, 모니터링을 강화하느니 했지만 판사들의 오만하고 몰지각한 언행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번 재판이 있던 날 바로 그 동부지법에선 법관의 언행개선을 위한 세미나가 열렸다고 하니 얼마나 형식적이고 겉치레인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사회 각 분야에서 특권의식과 권위의식이 상당히 사라졌으나 유독 사법부만 예외로 남아있다는 지적이 많다. 사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부 젊은 판사들이 공부만으로 사법시험을 통과해 인성이 부족하고 세상물정을 모른다고 개탄하는 선배 판사들도 적지 않다. 막말 판사에 대한 징계 등 강력하고 확실한 제재가 필요하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이번 파문이 커지자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여론이 들끓으면 징계하겠다고 말하고는 어물쩍 넘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일반 시민과 검사, 변호사 등의 의견을 물어 재판과정을 평가하고 이를 법관 연임심사에 반영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10/h201210262104267607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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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 3. 11:59

챔피언과 도전자가 링 위에서 맞붙었다. 공이 울리자마자 도전자는 저돌적인 공격으로 기선 제압에 나섰다. 챔피언은 방어에 급급한 나머지 주먹 한번 제대로 날리지 못했다. 첫 라운드는 챔피언의 완패. 상대를 얕보고 방심한 탓이 컸다. 챔피언은 태도를 확 바꿨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전략으로 거칠게 몰아붙였다. 그 결과 2, 3라운드에선 어느 정도 실점을 만회했다. 버락 오바마와 밋 롬니가 맞붙은 미국 대선 후보 TV 토론은 주먹 대신 말로 싸운 명승부였다.

토론(debate)의 목적은 자신과 다른 주장을 가진 상대를 논리와 언변으로 제압하는 것이다. 의견 차이를 좁혀 합일점을 찾는 토의(discussion)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다. 토론은 내가 옳다는 신념에서 출발하지만 토의는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가정에서 성립한다. 토의에는 결론이 있지만 토론에는 결론이 없다. 지켜보는 청중이 우열과 승패를 판정할 뿐이다. 토의와 토론을 혼동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대선이 5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텔레비전마다 정치 토론 프로그램이 줄을 잇고 있다. 카메라 앞에서 갑론을박하는 토론자들을 볼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어쩌면 그렇게 말들을 잘하는지, 나같이 어눌한 사람으로서는 놀랍고 신기할 뿐이다. 가끔 “(너도 언론사 논설위원인데) TV 토론 같은 데 안 나가느냐”고 묻는 친구들이 있다. 정말 세상 물정 모르는 답답한 친구들이다. 논설위원이면 다 같은 논설위원인가. TV 토론에 나가는 분들은 자타가 공인하는 내공을 갖춘 무림(武林)의 고수(高手)들이다. 그런 분들끼리 모여 일합을 겨루는 것이 TV 토론이지, 개나 소나 다 나가면 시청률은 누가 지키나.

논리로 승부하는 토론은 머리싸움이고, 말싸움이고, 기싸움이다. 토론하는 걸 보면 그 사람의 지적 수준과 성격까지 다 드러난다. 보통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나가기 힘들다. TV 토론에 나온 사람들을 보면 토론하는 쟁점에 관한 한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잘 안다는 자신감이 표정과 말투, 눈빛에서 묻어난다.

수많은 시청자 앞에서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게 자기 주장을 펼칠 수 있는 것은 그런 자신감 때문일 것이다. 상대의 발언 도중에 마구 끼어들고, 사회자가 말려도 계속 떠들 수 있는 것도 자신감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적절한 비유와 사례를 타이밍 맞게 동원하는 순발력, 상대의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는 집요함, 촌철살인의 한마디로 상대를 제압하는 재치도 감탄스럽다.

토론의 첫 계명은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다. 상대를 꼼짝 못하게 하는 열쇠도 거기에 있다. 서로를 존중하고, 예의를 지키면서도 수준 높은 논리가 불꽃을 튀기는 멋진 TV 토론을 보고 싶다. 얼굴 두껍고, 목소리 큰 사람이 좌지우지하는 TV 토론은 짜증이 난다.

배명복 논설위원·순회특파원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9713711&cloc=olink|article|default

 


 

Posted by 겟업
2013. 1. 3. 11:50

옥중의 아버지는 열세살 외동딸의 생일에 해줄 것이 없었다. 할아버지와 어머니마저 감옥에 있어 더 가여운 딸에게 아버지는 형무소의 높은 담도 가로막을 수 없는, 영혼으로 된 선물을 보냈다. 3년 동안 딸에게 보낸 196통 편지의 내용은 세계사였다. 인도의 독립을 위해 영국에 저항하며 아홉번 감옥에 갔던 네루는 세계사의 물결 속에 흐르는 신성한 임무에 대한 의식을 상기시키려고 딸에게 편지를 보냈던 것이다. 단적으로 그 임무란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을 용감하게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요구였다.

 

<세계사 편력>이라는 책이 된 그 편지를 쓰기 위해 네루는 자신의 기억에만 의존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문명의 출발점부터 자신이 살던 시대까지 망라하며 역사를 보는 원대한 안목을 드러냈다. 그는 학교에서 나라별로 역사를 가르치는 방식을 못마땅하게 여겨, 역사의 부분에 대한 이해를 돕는 세계 전체의 역사를 딸에게 설명했다. 그런 논지의 밑바닥에는 인도에서, 그리고 인도를 넘어 전 세계에서 억압받는 민중에 대한 애정이 깔려 있다.

 

그는 몽골 제국과 칭기즈칸을 강조하며, 아시아의 위대성을 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런 연유로 그 책은 유럽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난 최초의 시도라는 평가를 받는다. 유관순 열사에 대해서는 일제에 저항한 용감한 여성이라고 말하며 딸에게 “3·1정신을 본받으라”고 권했다. 한마디로 그는 오늘날 역사학의 흐름 가운데 하나인 ‘약자의 눈으로 보는 역사’를 이미 오래전에 실천했던 것이다.

 

아버지의 이런 가르침을 받은 딸 인디라 간디가 총리가 되어 인도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일본 장교 출신으로 헌정 파괴를 자행했던 아버지가 억압적으로 강탈한 것에 대해 변명으로 일관하는 이 땅의 어느 딸에게 <세계사 편력>의 일독을 권한다. 고통받는 민중과 그들의 역사에 대한 성찰은 딴 나라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57330.html

Posted by 겟업
2013. 1. 3. 11:49

놀랍다. 아니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는 측면이 적지 않다. 3개월여 동안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싸이의 뮤직비디오 ‘강남 스타일’광풍 말이다. 요즘 비즈니스맨들은 미국 유럽 아프리카를 막론하고 “말춤을 춰 보라”고 요구하는 사람들 때문에 난감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라고 한다. 독특하고 재미있는 콘텐츠가 유튜브를 타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전세계로 확산됐다거나, 불황의 시대에 즐거울 일 없는 지구인들이 말춤의 흥겨움에 빠졌다는 해석 만으로 광풍을 온전히 설명할 수 있을까? 끊임 없이 유튜브에 올라 오는 강남스타일 관련 동영상들을 보면 의문이 꼬리를 문다.

유튜브 상에 올라온 강남스타일 관련 동영상은 10만 건이 넘는다. 동영상은 크게 네티즌 반응을 담은 ‘리액션’, 혼자 또는 친구들과 춤을 따라 하는 ‘커버댄스’, 거리 광장 등 특정 장소에 모여 춤을 춘 뒤 흩어지는 ‘플래시몹’, 강남스타일을 모방한 ‘패러디’ 등으로 나뉘는데, 이들을 보면 웹 비디오 시대의 새로운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

우선 음악 소비 방식에 일대 전환이 일고 있다. ‘친구들끼리 비디오를 보며 웃고 떠드는 게 뭐 대단하다고 비디오로 찍어 유튜브에까지 올렸을까’하고 들여다 보면 조회수가 수백 만건에 달해 깜짝 놀라게 된다. 이런 리액션 동영상들은 바이러스처럼 네트워크를 통해 퍼져 강남스타일의 세계적 확산의 시발점이 됐다. ‘보는 음악’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네트워크로 연결된 사람과 동영상으로 함께 소비하며 공유하는 세대가 등장했다고 봐야 한다.

또 다른 특징은 동영상들이 끊임 없이 ‘진화’한다는 점이다. 플래시몹 동영상들은 서로 경쟁하며 규모가 갈수록 커진다. 이달 초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에서 벌어진 플래시몹에는 무려 9,000여 명이 참가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건 패러디다. 강남스타일의 일부를 코믹하게 변형한 것에서 출발해 나중에는 음원만 채택했을 뿐 기발한 발상으로 완전히 새롭게 제작한 풍자 비디오들이 등장해 폭발적 반응을 얻고 있다.

세계적인 지식컨퍼런스인 ‘테드(TED)’의 큐레이터 크리스 앤더슨은 2010년 7월‘웹 비디오가 어떻게 글로벌 혁신을 가속화하는가’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인터넷이 춤을 진화시킨다”고 말했다. 온라인 상에서 네크워크로 연결된, 춤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상호 경쟁하면서 각종 춤 기술을 개발하고 서로 학습하며 그 중 가장 잘하는 사람들에게 (조회수나 트위터, 구글 링크, 페이스북 등을 통한)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준다. 이렇게 누구나 혁신적인 춤으로 스타가 될 수 있다는 욕망을 자극해 춤을 진화시키고 더 많은 사람들을 춤의 세계로 끌여들여 이른바‘집단에 의해 가속화되는 혁신’의 사이클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의 강정수 박사는 “집단ㆍ빛ㆍ욕망, 이 세가지만 있으면 어떤 웹상의 플랫폼도 작동한다는 게 앤더슨의 설명”이라며 “대표적인 것이 유튜브이고, 그 공간에서 같은 방식으로 수 많은 집단들을 몰입시킨 콘텐츠가 다름 아닌 강남스타일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셈”이라고 말했다.

강남스타일 신드롬은 인터넷 시대에 우리가 어디쯤 와 있는지를 보여준다. 문자나 메시지 대신 동영상 등을 주고받을 수 있는 3G,4G 시대는 콘텐츠 소비 행태를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이것은 뮤직 비디오에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일부 선진 기업들은 이미 신기술과 이를 적용하는 시연 동영상을 SNS를 통해 해외 생산공장으로 전파ㆍ공유하고 있는데, 현지 언어로 번역해야 하는 복잡한 문서화 과정이 없어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현재 웹 공간 내 콘텐츠(데이터)의 50%는 동영상이다. 2014년쯤에는 전체의 90%에 달할 전망이라고 한다. 강남스타일과 관련 동영상들은 글로벌 시대에 새로운 차원의 변화가 경제 사회는 물론 문화 영역에서까지 일고 있다는 징표이자, 우리가 그런 시대에 본격 진입했음을 가장 떠들썩하게 알려주는 극적인 사례일 것이다.

 

 

박진용 산업부차장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10/h2012102221212424420.htm

Posted by 겟업
2013. 1. 3. 11:46

우리가 확률이 높다는 이유로 아직 저지르지 않은 일을 처벌할 수 있을까. 그것이 100%에 가깝다 하더라도.

우리는 인간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 얼마만큼이나 확신을 갖고 있을까. 그것이 0%와 다르지 않다 하더라도.

강력 성범죄와 정신질환자들의 ‘묻지 마’ 범죄가 잇따르면서 사회적으로 효과적인 제재 방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거세(去勢)-화학적 제재이지만-와 격리와 관련된 부분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사형제가 필요하고, 피해자가 억울하지 않을 정도로 형벌이 더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거세나 격리처럼 ‘미래 범죄’를 사전에 막기 위한 조치는 좀더 신중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이것이 가능성은 높을지언정 아직 일어나지 않은 행위를 선(先)처벌하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스스로 원한다면 별문제다).

재범 우려가 높은 성범죄자를 거세하고, 정신질환자를 격리하면 범죄는 확실히 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명암(明暗)이 존재한다. 범죄 감소와 함께 우리가 잃을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자율적 변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범죄예방 시스템 덕분에 살인 범죄율 0%를 달성한 한 도시의 이야기다. 3명의 예지자와 과학을 결합해 살인 발생 전에 범인 이름을 알려주는 시스템. 이 완벽한 결과 앞에 수사관들은 범죄를 아직 저지르지 않은 사람을 체포, 구금하는 데 추호의 거리낌도 없다. 특히 수사반장인 존 앤더턴(톰 크루즈 분)은 여섯 살 아들이 유괴돼 살해당한 후 범죄예방 필요성에 더욱 절대적인 신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어느 날 자신이 미래의 살인범으로 예고돼 쫓기면서 비로소 예고된 살인자가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수 있고, 예지자가 본 미래도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마지막 순간, 아들의 살인범 앞에 총을 들고 선 존에게 함께 도주한 예지자가 외친다.

“당신은 미래를 알고 있으니 원한다면 미래를 바꿀 수 있어요.”

효과적으로 범죄를 예방할 방법이 있다면 쓰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이 유혹은 범죄가 더 흉포해지고 빈번할수록, 예방 시스템이 더 효과적일수록 우리의 사고(思考)를 마비시키고 의심의 여지가 없게 만들 것이다. 더욱이 다수의 안전과 평생 한을 안고 살아야 할 유가족을 생각하면 반론조차 하기 어렵다.

그러나 아프지만 총을 내리고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통제할 수 있다면 이것은 점점 더 그 범위를 확산시킬 것이다. 통제가 강할수록 범죄는 줄 것이고, 범죄가 줄수록 그 방식의 유효성을 의심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리 가둬놓고 범죄가 줄었다고 말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일일까.

범죄 가능성이 높은 누군가가 교화(敎化)에 의해 실제로 변할지는 미지수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포기하면 안 되는 것은 ‘인간은 변화할 수 있으며, 우리는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이다. 이 믿음은 배신당할 때가 더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전쟁과 범죄를 겪으면서도 인류가 거꾸로 가지 않은 것은 ‘사람은 달라질 수 있고, 달라져 왔다’는 믿음 때문이 아닐까. 많은 비용이 들어감에도 그들을 교화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실제 교화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이 믿음을 잃지 않기 위해서가 아닐까.

 


이진구 사회부 차장

 

 

http://news.donga.com/3/all/20121024/50338714/1

Posted by 겟업
2013. 1. 3. 11:45

가끔 귀갓길에 서울 서초동을 지날 때면 언덕 위 법원 청사를 바라보곤 합니다. 사건의 홍수 속에 밤늦게까지 남아 재판기록을 펼칠 수밖에 없는 판사들의 고단함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평일엔 재판을 하느라 휴일에도 사무실에 나와야만 하지요. “판사들의 노동력을 착취해 그나마 대한민국 법원이 돌아간다.” 한 퇴임 대법관에게서 들은 말이 기억납니다.

그래서 법원 판결에 대해 거센 비난이 일 때마다 판사들이 느낄 당혹감을 이해합니다. 최선을 다해 재판하고 판결했는데 왜 반발을 하는 걸까. 무슨 이유로 판사를 신상털이 하고 보수니, 진보니 하는 특정 진영을 위해 판결했다고 의심하는 걸까. 답답한 심정들일 것입니다.

“그럼, 여론재판을 하라는 거냐”고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헌법에 규정된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가 아니라 ‘헌법과 법률에 근거해 여론에 따라’ 재판하라는 것으로 말입니다. 여론이 판결 하나 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에서 재판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왜 여론을 무시하느냐”는 지적과 “너무 여론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지난 4월 경기도 수원에서 20대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우위안춘(오원춘·42)에 대한 2심 판결이 지난주 나왔습니다. 1심에서 선고됐던 사형이 무기징역으로 낮춰졌습니다. 감형 이유로 “‘인육 제공 목적으로 범행했다’는 1심 판단의 근거가 약하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제가 아는 판사들에게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판사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생명을 영원히 박탈하는 사형은 극히 예외적인 형벌로 최대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피해자 수도 중요하다. 최근엔 피해자가 한 명인 살인범에 사형이 확정된 적이 없다. 잔혹하고 엽기적이긴 하지만 사체 훼손은 피해자를 살해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방법이 사용된 것과 다르지 않느냐.

피해자 유족과 시민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얼마나 더 끔찍해야 사형을 내리는 것이냐. 인육 제공 목적이 아니라는 판단이 잔인한 살인범의 형량을 감형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피해자가 한 명이라도 그 죄질에 따라 다르게 봐야 한다. 판사들은 “무기징역은 종신형”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교도소에서 20년 정도 복역하면 가석방으로 나올 수 있지 않느냐.

국민과 판사들의 인식 사이에 큰 괴리가 느껴집니다. 저는 그것을 법 논리와 법 감정의 차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위안춘 판결문을 보면 논리적으로 빈틈이 보이지 않습니다. 친절한 각주까지 붙어 있습니다. 다른 강력범죄자에 대한 판결들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판례와 법리의 오솔길을 따라갑니다. 다만 결론에 이르면 한결같이 피고인의 불우한 환경, 반성하는 태도, 교화 가능성에 주목합니다.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흉악 범죄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야 할 필요성은 그 뒤에 가려집니다.

아무래도 법정에서 피고인을 직접 대면하고 있으면 측은한 마음이 들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법관의 양심(良心)’이란 것이 착한 마음, 어진 마음만 뜻하는 건 아니라고 믿습니다. 양심은 ‘옳고 그름, 선과 악을 구별하는 도덕적 의식’을 가리킵니다. 그렇다면 법관의 양심엔 범죄로부터 국민을 지키려는 단호한 의지와 악(惡)에 대한 냉정한 분노도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판사들이 격렬한 트위터나 댓글에 상심하지 말고 그 밑에 흐르는 법 감정이 무엇인지 고민해주길 바랍니다. 국민의 법 감정은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그 결론에 맞지 않는다고 몰아세우는 여론과는 다르다고 봅니다. 제 아무리 정교하고 훌륭한 법 논리도 국민의 법 감정과 동떨어져 있다면 울림을 얻을 수 없습니다.

이제 많은 이들이 판사들에게 묻습니다. 피고인뿐 아니라 피해자 입장에도 서본 뒤 판결을 내리고 있는가. 법원 청사의 스크린도어에 갇혀 거리와 골목의 한숨 소리를 듣지 못하는 건 아닌가. 그리고 이 물음에 답할 책임은 전국의 2715명 판사 모두에게 있습니다.

 

 

 

권석천 논설위원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9678312&cloc=olink|article|default



 

Posted by 겟업
2013. 1. 3. 11:43

“그분은 세상과 단절된 삶을 너무 오래 살아오셨다.” 박근혜 후보의 기자회견을 보며 지인이 내게 한 말이다. 신문만 보고 살았어도, 정수장학회의 헌납에 강제성이 없었다는 얘기를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 사안은 박 후보 자신이 관련된 문제다. 게다가 그는 검증을 앞둔 대통령 후보가 아닌가. 그런 분이 어떻게 이런 기초적인 사실조차 모를 수가 있단 말인가.

 

너무 어처구니가 없는 실수(?)이기에, 일각에서는 “박 후보가 알아듣게 판결문을 좀더 쉽게 써야 한다”며 농으로 사법부를 성토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게다가 이게 어디 처음이던가? 지난번 인혁당 사건에 관해서도 “두 개의 판결” 운운하며 역사적 문제에 관해 철저한 무지를 드러낸 바 있다. 세상이 다 아는 얘기를 박 후보 혼자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의 근원은 유신 시절에 형성된 박 후보의 이 ‘개인 이데올로기’다. 그는 아예 처음부터 자신이 정치를 하는 목적이 “부모님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라 밝히며 정치에 나섰다. 한마디로 ‘부친이 이룬 업적을 바탕으로 그가 채 이루지 못한 유업을 자신이 대를 이어 완성한다’는 사명의식, 이것이 그가 삶을 사는 이유이자, 동시에 정치를 하는 목적이다.

 

박 후보가 과거사에 대한 사과와 반성을 그토록 힘겨워하는 것은 이 허황한 자의식 때문이다. 아버지 박정희는 그의 존재이유 자체이기 때문에, 5·16과 10월 유신을 부정하는 것이 그에게는 곧 자기부정이 되는 셈이다. 그래서 공식적으로는 마지못해 사과를 했지만, 자꾸 강박적으로 사과하기 이전의 스탠스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박근혜 후보는 아버지 박정희 속에 자신을 유폐해 버렸다. 이 정치적 자폐가 특정한 맥락에서 그의 자산이기도 했다. ‘박근혜=박정희’라는 동일시 기제가 1970년대의 고도성장을 그리워하는 보수층으로부터 흔들리지 않는 지지를 끌어내는 토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분들이 (그에게는 불행하게도) 국민의 전체가 아니라는 데에 있다.

 

사실 박근혜 후보의 리더십은 정상적인 당적 지도력이라 하기 힘들다. 그것은 차라리 아버지와의 동일시 기제에 근거한 개인의 카리스마에 가깝다. 후보에 대한 당적 통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은 그와 관련이 있다. 우리가 보는 것은 새누리당의 박근혜가 아니라, 박근혜의 새누리당이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그는 아버지의 후광 속에 살아왔다.

 

경제적으로는 어떤가? 그가 관계한 재단이 얼마나 많은가? 육영재단, 정수장학회, 영남대학, 한국문화재단 등에서 이사로 활동한 것이 자연인 박근혜의 거의 유일한 경제활동이라 할 수 있다. 현재의 가치로 수십억원에 이르는 전두환의 6억, 전두환 정권이 마련해준 것으로 보이는 성북동 자택 등은 정상적 경제활동의 성과가 아니었다.

 

우리를 경악하게 하는 것은, 박 후보가 사과나 반성은커녕, 피해자인 고 김지태씨를 공격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설사 그가 친일을 하고 부정축재를 했더라도 친일파를 왜 친일파가 단죄하며, 부정축재를 왜 군인이 강탈하나? 법에 따라 적절히 처벌하고, 적법하게 환수할 일이다. 박근혜 후보가 강제헌납이라는, 헌법을 무시한 초법적 조처를 정당화하는 것은, 그가 여전히 5·16이 ‘혁명’이라는 생각을 벗어버리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국민이 기대한 것은 그가 과거를 반성하고 피해자에게 사과하며, 문제의 해결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는 국민의 소박한 기대를 무참히 짓밟았다. 혁거세는 알을 깨고 나와 왕이 되었다. 그 역시 아비의 알을 깨고 세상으로 나와야 하나, 알 속이 따뜻해 영 부화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진중권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57114.html

 

 

Posted by 겟업
2013. 1. 3. 11:40

시장 취임 일성을 무상급식 확대로 시작해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 서울시와 산하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이어가던 박원순 시장의 복지행보가 “서울시민 복지기준”으로 결실을 맺고 있다.

 

목이 터져라 외쳐도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던 복지확대가 지금 서울시민의 눈앞에서 현실정책이 되고 있다. 한강에 콘크리트 덩어리를 띄우고, 서울을 디자인하겠다며 벌여놓은 전시성 토건사업을 위해 쓰이던 눈먼 시민의 세금이 새 생명의 탄생을 위해 고향으로 돌아오는 연어처럼 시민을 위한 복지로 되돌아오고 있다.

 

서울시민 복지기준은 시민이 낸 세금이 시민을 위한 복지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해줄 것이다. 사실 한국 사회에서 복지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은 보수언론의 포퓰리즘 공세도, 4대 강을 치적으로 내세우는 존재감 없는 이명박 정부도, 조직화되지 않은 노동자들과 시민들도,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북한문제도 아니다. 진짜 범인은 수십년 독재정권 동안 켜켜이 쌓인 국가에 대한 국민의 끝도 모를 불신이다.

 

복지국가는 국가에 대한 시민의 신뢰로부터 정당성을 부여받는다. 그리고 복지국가는 국민이 부여한 정당성만큼 성장한다. 국가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한국 사회에서 서울시민 복지기준이 주는 의미는 분명하다. 복지기준은 국가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를 복원해 나가는 큰 걸음이 될 것이고, 복원된 신뢰는 한국 사회가 더 큰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든든한 정치적 자산이 될 것이다. 일부에서 보편적 복지국가를 위한 보편적 증세를 주장하지만, 국가에 대한 신뢰가 없는 증세는 정치적 자살행위이다. 보편적 복지를 할 터이니 증세에 동의해 달라는 말은 국민에게 늑대가 나타났다고 소리치는 양치기 소년을 믿으라는 것과 같다. 누가 대한민국에서 정부를 신뢰하는가? 누가 대한민국에서 세금이 공정하게 걷히고 있다고 믿나? 아무리 좋은 명분이 있다고 해도 신뢰받지 못하는 정부가 추진하는 증세를 기다리는 것은 분노한 국민들의 저항뿐이다. 미국 독립전쟁으로부터 영국 보수당의 인두세 도입과 일본의 소비세 도입에 이르기까지 세금을 둘러싼 근현대사는 국민의 예고된 저항을 반복적으로 확인해주고 있다. 누군가, 언젠가는 국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의 사슬을 끊어야 한다고 발을 구르는 사이 쥐구멍에도 볕이 들 것 같다. 서울시민 복지기준이 국민의 불신을 신뢰로 바꾸어나가는 시작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시민 복지기준”의 한계 또한 분명하다. 세출구조 조정으로는 더 큰 복지국가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빈곤층 일부에게 얼마간의 경제적 도움을 주고, 보육비와 주거비의 일부를 지원해줄 수는 있겠지만 그 이상은 불가능하다. 더욱이 서울시의 실험은 서울특별시니까 가능한 일이다. 재정자립도가 10%를 조금 넘는 여타 지방정부에서 세출구조를 조정한다고 해서 될 수 있는 성질의 일이 아니다. 결국 결정적 한계는 서울시민 복지기준이 서울특별시라는 아주 특별한 지방정부의 특산품이라는 점과 중산층의 복지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없다는 점이다.

 

박원순식 서울시민 복지기준으로는 중산층 시민의 주거불안, 교육불안, 일자리불안, 노후불안, 의료불안을 잠재울 수 없다. 더 많은 콘크리트가 복지로 복원되어야 하고, 더 많은 재원이 필요하고, 더 많은 국민의 삶을 따뜻하게 보듬어야 한다. 더 큰 복지국가를 위한 현실이 그리 녹록하지 않은 이유이다. 그렇다고 주눅들 이유는 없다. “서울시민 복지기준”이라는 특별한 시작이 2012년 12월 “대한민국 복지기준”이라는 보편적 희망으로 되돌아올 것을 알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대한민국에 “복지”라고 말을 걸기 시작했다.

 

 

 

윤홍식 인하대 교수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57120.html

Posted by 겟업
2013. 1. 3. 11:39

“나는 社民主義者이지만 몰락한 사회주의는 우리가 갈 길 아니다”

 

대통령선거 후보 등록일(11월 25∼26일)까지 앞으로 28일.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가 문재인 안철수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창당한 지 8일된 진보정의당의 심상정 대선후보는 빠져 있다. 그는 “두 사람만 단일화해선 정권교체가 힘들다”며 “심상정이 포함돼야만 국민이 믿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상정 빼고 단일화’는 소용없다는 뜻이냐고 묻자 그는 “소용없는 건 아니지만… 위험하다”며 하하 웃었다.

―진보정의당 대선후보 출마 수락을 한 지도 8일 됐다. 하프마라톤 뛰려고 나오진 않았다고 했는데….

“완주 여부는 진보적 정권교체를 위한 연대 연합 과정에서 결정될 것이다. 야권후보 단일화 방안을 논의하기 전에 각 후보의 비전 및 정책과 실천에 대한 공통분모가 마련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단일화 논의前비전 등 공통분모 필요

―진보에 가까운 쪽에 설 것인가.

“그건 진보의 역할과 관계가 없다. DJP(김대중-김종필 단일화) 때도 권력을 잡는 데는 성공했지만 국민이 원하는 정치에는 실패했다. 총리 자리를 주고 자리를 나누자는 게 아니라 어떤 정책을 어떻게 실천해서 성공한 정권을 만들겠다는 건지가 중요하다. 두 후보에게 현대차 쌍용차의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대한 공동성명과 비례대표 확대 같은 정치 개혁에 대한 국민회의도 제안해 놓았다. 이런 내용들이 먼저 합의돼야 각각을 지지하는 세력들이 누가 후보가 되더라도 신뢰할 것이다.”

―문 후보는 쌍용차를 중국자본에 매각하도록 한 노무현 정부에서 비서실장을 했다. 그런 사람과 단일화할 수 있나.

“그래서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 의지와 정책에 대한) 분명한 확인이 필요한 거다.”

―안 후보의 정치개혁안에 대해 ‘공부 좀 더 해야 한다’는 식의 비판을 했는데….

“안 후보는 정당정치에 불신을 가진 국민이 불러낸 것이다. 안 후보의 정치개혁 열망도 매우 크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국회를 기업처럼 보고 법안을 하루에 몇 개 이상 생산 못한다고 감원하고 해고하는 식이면 결국 권위주의나 소수 엘리트 통치로 갈 수밖에 없다, 정치개혁으로는 번지수가 잘못된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단일화) 물밑접촉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물이 아직 안 흐른다. 국민의 정권교체 열망이 크므로 문이든 안이든 심이든 공동 책임주체라고 생각한다. 역사적 책임이 따르는 문제니까 다들 깊은 고민 속에서 결단하지 않겠나.”

지금은 가시가 더 도드라지지만 한때 ‘진보의 붉은 장미’로 불렸던 통진당 이정희 대선후보까지 치면 세 사람의 여성 대선주자가 뛰는 셈이다.

“세계적으로 여성 리더십이 부각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아이들 교육, 어르신 복지, 새집 증후군 같은 환경 문제처럼 여성들의 과제였던 일들이 이젠 정치의 중심의제가 되지 않았나. 이런 미래지향적 의제들은 진보의 태내(胎內)에서 나온 것들이고, 그래서 최초의 여성대통령은 진보에서 나오는 것이 좋다고 본다.”

―이 후보도 야권 단일화의 대상인가.

“유능한 여성정치인이라고 생각했다. 통합진보당을 만들 때도 이 대표를 믿고 결심했다. 국민의 기대와 사랑을 받았으면서도 특정 정파의 틀에 갇힌 모습이 너무나 안타깝다.”

―박 후보에게 ‘대통령이 되려면 역사에 대해 분명하면서도 명쾌한 화답을 하라’고 촉구한 적이 있다. 화답이 됐다고 보는가.

“5·16과 유신에 대한 사과를 보고 잘했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그 후 정수장학회를 둘러싼 논란이나 ‘노이즈 마케팅’이다 싶을 만큼 경제민주화를 놓고 몇 번씩 말 바꾸는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면서 실망이 컸다. ‘100% 대통령’ 되겠다더니 통합은 뒷전이고 오히려 보수색채 강화에 주력하지 않는가. 국민도 박 후보의 진의가 뭔지 실망할 것 같다.”

―진보(進步)는 앞으로 나아간다는 의미인데 우파는 진보가 될 수 없다는 말 같다. 심 후보가 말하는 진보란 뭔가.

“진보는 한마디로 하면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다. 우리 사회에서 보편화하고 당연시되는 것보다 앞서 변화를 말하고 앞장서 실천해 나가는 것이 진보이므로 보수와 대척점을 이룰 때도 있다. 진보의 가치는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사회에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진보정치를 통해 만들고 싶은 사회는 ‘삶이 피어나는 사회’다. 생명의 존귀함이 충만하도록 일할 권리, 노동권을 바로 세우는 것이 국가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진보는 얼리 어답터… 앞장서 변화 실천

진보정의당은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평등하며, 더불어 사는 세상을 이룰 것’이라고 천명한 정당이다. 강령에는 ‘누구도 성별, 경제력, 나이, 출신지역, 학력과 학벌, 고용형태 등으로 인해 차별받지 않고 평등한 생활을 영위하도록 적극적 정책을 실시한다’고 명시돼 있다.

“국민이 느끼는 고통과 피로감이 두 가지다. 하나는 ‘(노력)해도 안 된다’는 점이다. 지금은 신랑 신부 스펙도 중요하지 않고 그 아버지가 누구냐가 중요하다고 한다. 자신의 노력과 능력에 따라 평가받는다는 믿음이 있어야 건강한 사회다. 그렇지 못하니까 젊은이들이 부모를 원망하고 사회에 대한 원망으로 가고 있다. 또 하나는 ‘모든 짐을 개인이 짊어진다’는 점이다. 외동아들딸이 결혼하면 자기자식뿐 아니라 부모님 네 분을 모시고 살아야 한다. 누구나 다 짊어져야 할 짐은 좀 내려놓고, 그걸 사회가 해결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보편적 복지의 개념이다.”

―브라질의 ‘볼사 파밀리아’는 빈곤층에 초점을 맞춘 복지정책이어서 효과가 컸다. 우리도 재원이 한정돼 있으므로 사회안전망 확충 같은 복지 사각지대부터 해소해야 하지 않겠나.

“당연히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야 하고, 교육 의료 주거에서도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

―우리나라 예산이 300조 원 정도로 제한돼 있는데 어떻게 무상의료도 하고….

“왜왜왜왜(심 후보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제한돼 있나. 왜 예산이!”

―예산을 어떻게 더 만들겠다는 건가.

“국민이 낸 세금을 놓고, 정책순위를 어떻게 하느냐가 노선 차이고 정당 차이다. 그동안 보수정당이 해온 기준을 정상으로 보는 것은 편향된 시각이다. 우리가 집권하면 예산을 아이들 교육, 무상의료를 위해 우선적으로 쓰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부자감세를 통해 90조 원을 부유층에게 주었고, 4대강 사업으로 30조 원 이상을 써서 국민이 분노했다. 그래서 박 후보조차 복지를 얘기하고 있는 것 아닌가.”

―정부가 모든 것을 떠맡을 만큼 유능하다고 보나.

“그게 기득권 세력의 불안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가가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일이 자본 간의 경쟁을 조정하는 것이고, 시장에서 탈락하는 사람들에게 보호망을 만들어 주는 두 가지다. 우리나라는 재벌 독점체제의 불공정 사회를 만드는 데 국가가 역할을 했고, 시장에서 탈락한 사람들에게 되레 시장논리를 들이밀었으니 정상화를 해야 한다.”

진보정의당 강령은 ‘궁극적으로 재벌지배 경제체제를 해체한다’, ‘사회적 재분배 강화를 뒷받침해 자산 불평등을 해소한다’고 약속하고 있다. ‘진보정의당이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떠봤다.

집권땐 교육-무상의료에 예산 우선 쓸 것

“진보정당이 고난의 행군을 하는 이유는 유럽의 복지국가를 부러워만 할 게 아니라 우리도 그런 사회를 이룩할 수 있는 좋은 정당을 만들자는 바람 때문이다. 보편적 복지를 하고 있는 유럽형 복지국가들이 대부분 사회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그런 의미라면 나는 사민주의자(社民主義者)라고 할 수 있다. 사민주의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KBS 여론조사에서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가 돼야 하느냐는 질문에 67%가 스웨덴식 복지국가를 들었다.”

―진보정의당이 추구하는 노선이 사회민주주의라고 써도 괜찮은가.

“아직은 아니다. 대선 이후 우리 당의 노선과 운영, 정책에 대해 지식인 사회나 진보진영 전체가 참여하는 토론과정을 거칠 것이다. ‘자산 재분배’를 놓고 사회주의가 아니냐고 질문한 것 같은데 몰락한 현실사회주의 이외에 어떤 사회주의가 또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 길은 우리 길이 아닌 게 분명하다.”

―대선공약 1호인 ‘노동자 경영참여 위한 5대 공약’을 보면 세계화에 맞지 않는 해법 같다. 독일이 노사합의로 해고를 자제한다고만 소개했지, 임금 인상도 자제했다는 언급은 하지 않았다.

“보수적인 틀에서 나온 질문이다. 한국 보수가 우물 안 개구리다. 진보가 글로벌하다. 유럽도 노동자 경영참가제도를 채택하는 나라가 생산성도 높다. 기업에 있는 돈을 돌리는 것이 경제민주화다. 내수에 기초한 탄탄한 중소기업을 키우고, 고기술 고단가 고임금으로 가도록 정부가 지원하자는 얘기다.”

진보정의당 창당대회 때 애국가는 왜 안 불렀느냐고 물어봤다.

“오해다. 후보수락 연설 TV중계가 오후 4시에 맞춰져 있어 진행자가 약식으로 국민의례를 진행한 것인데, 나도 강하게 잘못을 지적했다.”

北을 악마化하거나 온정주의로 보면 안돼

―애국가로 상징되는 정체성 때문에 심 후보가 통진당과 갈라진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편향적 친북행위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강하게 피력했다. 북한의 세습과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말했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에 ‘남북은 통일을 지향하는 관계에서 형성된 잠정적 특수관계’라고 돼 있다. 다만 전쟁과 분단으로 인해 한쪽에선 북을 악마화(化)하고 한쪽에선 온정주의적인 태도로 북한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있는데 둘 다 남북 평화와 통일에 긍정적이지 않다고 본다. 남북합의에 기초한 인식 위에서 유능하고 정교한 외교활동을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

―심상정이나 진보는 좋은데 종북(從北)은 싫다는 사람들이 있다. 민노당 일심회 사건도, 통진당 이석기 의원과 관련해서도 ‘해당(害黨)행위’, ‘패권주의’라고만 지적했지 종북을 비판하지는 않았는데….

“나는 종북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는다. 종북이란 북한 정부나 노동당을 추종한다는 뜻인데 그런 분들은 사법 당국에서 처벌하면 될 것 같다. 사상적으로 말하자면, 북에 대해서 편향적이고 온정적인 입장을 가진 분이 많이 있다. 그런 입장에 대해선 저희가 비판적으로 바로잡아 왔다고 생각한다.”

―현충원 참배 때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 묘소도 찾았나.

“현충원 현충탑에 참배했다.”

―함께 노동운동을 하던 남편이 지금은 모 주식회사 부사장으로 인명정보에 나오던데….

“기업인도 경영자도 아니고 그냥 열심히 사는 사람이다. 남편과 아들의 격려와 헌신 덕에 어려운 진보정치를 하고 있다.”

―진보정의당은 학력과 학벌 차별을 반대하는데 아들은 재수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본인이 선택한 것이고, 나는 엄마노릇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아이의 교육과 인생에 대해 발언권이 없다. 대한민국 엄마들은 다 이해할 거다.”

김순덕 논설위원

 

http://news.donga.com/3/all/20121029/50456117/1

Posted by 겟업
2013. 1. 3. 11:38

우주 발사체 나로호(KSLV-1)가 작은 고무 링(ring) 하나에 발목이 잡혀 발사가 미뤄지고 있다. 현재 상황에선 3차 발사의 새 ‘점지일’이 다음 달 중순 이후가 될 것 같다. 고무 링은 발사체에 주입하는 헬륨이 새어나가지 못하게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동전 크기보다 약간 크다. 금방 갈아 끼우면 될 듯 보였다. 기술진이 27일부터 정밀검사를 하고 있는데 정밀점검과 발사 절차 등을 종합해보니 간단한 문제만은 아닌 듯하다.

작은 고무 링의 이면에는 나로호 발사가 러시아에 질질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기술 약소국의 서러움이 투영돼 있다. 동전 크기만 한 링 하나도 우리 기술진이 주도적으로 갈아 끼울 권한이 없는 사실이다. 1단 로켓의 뭐가 잘못됐는지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2002년 우리나라가 러시아와 맺은 나로호 공동 개발 계약서에 1단 로켓은 우리가 손도 대지 못하도록 규정한 게 족쇄가 됐다. 러시아는 기술유출을 이유로 그런 조항을 주장했고, 관련 기술이 없는 우리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예스’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불평등 조항은 1, 2차 발사 실패 원인 분석 때도 우리 연구진을 비참하게 만들었다. 2008년 1차 발사 때 실패 원인을 분석하려니 러시아가 발사체 비행 기록을 넘겨주지 않았다. 2009년 2차 시도에서 공중 폭발했을 때도 제주도 앞 공해상에 추락한 잔해조차 수거할 수 없었다. 실패 원인과 책임 소재 규명에도 러시아의 일방적인 주장을 대부분 수용하거나 의존했다. 그러자 “한국은 러시아의 ‘봉’이다” “한국 과학자들은 허수아비다”라는 쓴소리가 나왔다.

우리나라가 나로호에 10여 년간 들인 돈은 총 8500억원이 넘는다. 나로우주센터 건설비 3314억원, 나로호 개발비 5205억원(러시아의 1단 로켓 값 약 2000억원 포함) 등이다. 모두 국민의 소중한 세금이다. 우리 땅에서, 우리 기술로, 우리가 쏘아 올려 세계 열 번째 ‘스페이스 클럽’에 가입하자는 국민 염원이 담겨 있다. 우주 선진국들이 연간 수조원을 우주 개발에 쏟아붓는 점을 감안하면 예산도 더 늘려야 한다.

지금 우리 연구진에게 필요한 것은 끊임없는 도전정신과 오기다. 특히 러시아에 지불한 2000억원의 수업료 교훈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1단 로켓 기술을 곁눈질할 수밖에 없게 만든 한·러 우주기술보호협정은 우리의 기술력이 열세여서 벌어진 일이다. 15만 개가 넘는 나로호 부품 중 3만여 개는 우리 손으로 만든 것이다. 발사는 성공해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결과에 관계없이 우주 기술 약소국의 서러움을 씻을 수 있는 독자 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것이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9722641&cloc=olink|article|defa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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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 1. 13:48

첫눈이 하얗게 덮인 캠퍼스를 뒤로하고 강의실로 들어선다. 오늘도 여느 때와 같이 제일 앞에 장애 학생이 앉아 있다. 계단식 강의실이라 휠체어를 탄 이 학생은 항상 맨 앞줄에 앉는다. 필기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사정을 알기에 수업 하루 전 강의 내용을 미리 보내주고, 그래서 학생은 수업을 쉽게 소화하는 모습이다.

청각장애를 지닌 학생을 위해선 두 명의 수화통역자가 교대로 강의 중 앞에 나와 수화를 한다. 그 학생은 화상으로 보이는 내 강의노트 자료와 수화통역자를 번갈아 쳐다보며 진지하게 수업을 듣고 있다. 세미나 시간에도 이 두 수화통역자는 그림자처럼 붙어다니며 그 학생이 토론에 참가하도록 도와준다. 스웨덴어에 능숙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선 ‘언어정비소’라는 제도를 도입해 논문 쓰기, 문법 등에 도움을 준다. 단체 발표, 논문 제출, 토론 위주로 진행되는 강의를 따라가려면 언어가 필수적이므로 적응이 덜 된 이민자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2011년 스웨덴 대학행정처의 통계자료를 보면, 스웨덴에서 공부하는 대학생 중 장애 학생의 비율은 전체 학생의 12%에 이른다고 한다. 전국 대학 학생복지 서비스과에는 장애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지원전담 상담원이 배치되어 있다. 이 직원의 업무는 장애 학생들이 학업을 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세심한 행정지원을 해주는 데 있다. 예를 들어 난독증 학생들을 위해선 담당 교수에게 필기시험 기간 연장 등의 배려와 강의 노트 사전제공 등을 요청한다. 필기시험도 일반 학생들보다 1주일 정도 시간을 더 할애해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행정지원을 해준다. 난독증 학생들의 경우 사전 허가를 받기만 하면 필기시험 당일 시험장에 비치된 특수 컴퓨터로 시험을 볼 수 있게 한다. 물론 수화통역 서비스, 장애인 보조, 특수차량이나 교재 구입 등은 학기 중 국민이 낸 세금으로 국가에서 지원해 준다.

우리 사회에도 경제적 능력이 없거나 외관상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무관심과 냉대를 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따뜻한 복지는 이런 사람들을 세심하게 배려해 주는 데서 출발한다. 그늘에 있는 사람들이 양지로 나올 수 있게 인도해 주는 장치다. 복지가 없다면 그들은 그 그늘에서 사회를 한탄하며 일생을 살아가게 된다. 그런 사회일수록 그들이 영원한 낙오자로 떨어지게 수수방관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 사회일수록 사회의 갈등과 폭력에 쉽게 노출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이젠 우리 자신도 언제든지 그런 위치에 설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로 외국에 나가면 바로 자신이 언어장애인이 되기도 하고, 멀쩡히 학교에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화재를 당해 화상을 입거나 하면 바로 나 자신이, 그리고 내 자식이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처지가 된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지금 음지에 있는 사람들도 우리와 같은 국민, 우리의 가족이라는 인식이 절실한 것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선 복지가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지만, 사회에서 소외받고 신음하며 냉대받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권을 생각하는 정책은 어느 후보도 아직 구체적으로 내놓질 못하고 있다. 큰 틀에서 약속만 하지 말고,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통합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장애인의 인권, 한국에서 새 삶을 위해 찾아온 이주민을 위한 따뜻한 배려, 공부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불우아동들을 위한 따뜻한 복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강조할 필요가 있을까?

복지는 장기적으로 돈이 들어가는 사회공학 사업이다. 하지만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의 인권을 존중해 주는 일이다. 복지에 충실할수록 민주주의가 더 성숙하게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연혁 쇠데르퇴른대학 정치학 교수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5784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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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 1. 13:30

"경제민주화가 뭐예요?” 아침 식탁에서 명랑세대의 대학생 딸이 묻는다. ‘글쎄…’ 잔잔한 바다에 삼각파도가 몰아치듯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10초, 간결명료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기성세대 아빠가 망설이는 동안 화제는 벌써 저만치 달아난다. 실패다. 줄임말과 단문으로 세상을 재단하는 신세대 일원에게 위키피디아식 설명도 번거롭다. 중간고사 벼락치기에 정신없는 딸은 ‘경제민주화란 말이야’로 시작하는 아빠의 진지함을 뿌리치고 현관문을 박차고 나갔다.

대상을 지정했더라면 답은 5초 안에 나왔을 것이다. 재래시장, 골목상인들에겐 ‘대규모 유통기업의 확장을 막는 것’이 그것이다. 생계가 막막한 건설 잡역부들에겐 주택경기 활성화와 함께 쏟아지는 잡일이 경제민주화다. 농어민들은? MB정부가 과감하게 취소해 버린 비료, 농자재 보조금, 저리 영농자금을 재개하는 것, 빈 배로 귀항해도 호구지책은 걱정 안 해도 되고, 태풍에 망가진 양식장을 값싸게 보수하는 일, 그런 것들이다. 생업전선에 선 사람들은 당장이 더 급하다. 청년들에겐 부모 기대에 근접하는 좋은 일자리, 실직자는 재취업, 퇴직이 닥친 700만 베이비부머들에겐 가방 들고 나갈 수 있는 작은 사무실, 그게 경제민주화에 투영된 서민들의 바람이다. 뭐 그리 거창한 개념이 필요한 게 아니다. 양극화의 원인을 두고 옥신각신하는 지식인 담론은 당장의 생계 걱정과 별 관계가 없다.

그런데 대선 주자들과 캠프 브레인들은 이 모든 것을 하나의 극약처방으로 수렴시켰다. 이른바 ‘재벌 때리기’다. 5년마다 한 차례씩 치도곤을 치렀던 재벌들이 어지간히 맷집을 길러왔건만 이번만큼은 사정이 좀 다르다. 국민들은 선명하게 알아차렸다. 100대 대기업의 총매출액이 100만 개 중소기업을 합한 것보다 더 크고,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4대 재벌의 비중이 50%를 넘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일감 몰아주기, 납품가 후려치기, 기술·인재 빼가기 같은 착취성 관행이 중견기업을 괴롭혔으니 국민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노무현 정권 때 재벌 군기잡기에 실패한 민주통합당이 독전대를 다시 규합해 보국안민의 깃발을 올린 이유다. ‘다시는 실수하지 않으리’-재벌에 재갈을 물리는 것이 구국의 선약임을 만방에 고한 것이다. 그 여파가 거셌던가, 경제계의 생리를 조금 맛본 안철수 후보가 우물쭈물 따라 나서더니 재벌개혁위원회, 계열분리명령제 같은 극단 처방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그러니 ‘어떡하지?’- 지난 총선에서 경제민주화로 재미를 본 새누리당은 수위조절에 고민 중이다. 길 건너 식당에서 매일 특선메뉴를 쏟아내는 판에 새누리당 주방장 김종인은 새 요리를 개발하느라 정신이 오락가락할 것이다.

‘재벌 때리기’에 온 힘이 모아지는 마당에 재벌 모임인 전경련의 반응은 조금 생뚱맞다. ‘경제민주화 같은 개념은 없다’는 원론식 대응, ‘성장동력이 훼손되면 서민들만 피해 본다’는 식의 위협성 발언이 국민정서 달래기에 어떤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경제학 공식으로 국민을 달래기는 이미 글렀다. 쓸데없이 ‘공공의 적’으로 지목되기 전에 자발적 혁신 프로그램을 내놓는 적극적 동참 의지가 필요하다.

대선 후보들이 경제민주화 정책 제1조에 써야 할 문구가 있다. ‘대기업-노조 담합구조를 폐기하는 것’이 그것이다. 양극화의 또 다른 주범은 숨어 있다. 경제민주화는 생산시장과 노동시장에서 독점세력을 규제하는 것이다. 생산시장의 독점 주역이 대기업임은 잘 알려져 있지만, 노동시장은 강성노조가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은 가려져 있다. 특히 민주노총 중심의 독점이 하청기업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에 고착시켰다는 사실을 공공연히 지적하는 사람은 없다. 그걸 규탄하는 정치인은 정치생명이 끝장날 위험에 처한다. 그러나 거두절미하고 5초 안에 말하면, 민주노총은 80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공공의 적’이다.

 왜냐고? 민주노총 출범 이후 16년 동안 강성노조는 노동자들의 일사불란한 정치세력화를 위해 문을 닫아걸었기 때문이다. 경쟁력 있는 사업장을 규합해 민노당을 중앙무대에 진출시키는 데 성공했다. 지도부 몇몇은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대기업 노조원들이 잔업을 독점했고, 해고 불가, 임금 인상이란 온갖 특혜를 누리는 동안 하청 기업 비정규직은 삭풍이 몰아치는 들판으로 내몰렸다. 대량해고와 구조조정 때 그들은 노조원들의 희생양이 됐다. 재벌기업주와 결성한 단단한 담합구조 때문이었다. 그런데 민주노총은 800만 비정규직을 딛고 세웠던 민노당을 주사파에 헌납했다. 그리고 재벌 때리기로 일관되는 경제민주화 논쟁의 뒤편에서 결말을 기다리고 있다. 국민의 공분을 낚아채기 위해. 담합구조가 버티는 한 양극화·비정규직 해소를 위한 어떤 정책도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송호근 서울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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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 1. 13:28

우리 논설위원실 여직원의 별명은 ‘애니팡 처녀’다. 간단히 30만 점을 넘긴다. 애니팡의 박용후 이사는 “우리 직원 30명의 점수도 고작 17만~20만 점”이라며 “하트를 교환할 빵빵한 인맥에다 콤보가 높을 때 폭탄을 뻥뻥 터뜨려야 30만 점이 된다”고 부러워했다. 40대 후반의 대학 동아리 여자 후배는 ID를 ‘애니팡 부인’으로 바꿨다. ‘마지막 게임의 추억’을 남기고자 손댄 애니팡에 꽂혀버린 것이다. 사방팔방에 하트를 구걸하느라 굽실거리고, 스마트폰 LCD 필름도 고급으로 바꾸었다. “보는 눈이 많아야 한다”는 충고에 남편까지 끌어들였지만 좀체 10만 점을 넘지 못한다.

애니팡이 국민 게임으로 우뚝 섰다. 간단한 게임방법과 귀여운 캐릭터로 불과 석 달 만에 가입자 2000만 명을 끌어 모았다. 동시 접속자 300만 명이 하루 평균 한 시간씩 머무는 전국구 놀이터가 됐다. 슬그머니 얌체족까지 생겨났다. 컴퓨터에 자동수행 프로그램을 몰래 설치해 마우스 조작 몇 번으로 100만 점 이상의 고득점을 간단히 올린다. 요즘 애니팡이 업그레이드를 할 때마다 얌체족 퇴치에 신경을 곤두세울 정도다.

애니팡은 1분 게임을 하고, 다시 하트가 형성될 때까지 8분을 기다려야 한다. 애니팡의 박 이사는 “게임 중독을 막고, 쉴 동안 하트 교환으로 우정을 북돋우자는 매우 인간적인 원칙”이라 자랑했다. 하지만 은근한 경쟁심리에다 ‘빨리빨리’의 DNA에는 8분 휴식이 너무 길다. 하트를 동냥하며 마냥 친구들에게 민폐를 끼치기도 어렵다. 결국 100원을 내고 하트를 사고 만다. 이런 하트 판매가 하루 평균 2억원에서 지난주엔 3억5000만원까지 치솟았다. 한마디로 대박이다. 덩달아 자릿세를 떼는 카카오톡도 신이 났다. 카카오톡의 이수진 팀장은 “그동안 무료 문자가 돈 먹는 하마였는데 이제야 한숨을 돌린다”며 반색했다.

빛이 밝으면 그늘도 짙다. 반대편의 포털 사이트들은 잔뜩 긴장한 표정이다. 포털 강자인 네이버는 재빨리 스마트폰 앱을 선보여 구글을 따라잡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컴퓨터에 비해 스마트폰 화면이 너무 작아 돈 되는 검색광고를 우겨 넣기 어려운 게 문제다. 웹은 검색이 대세지만 스마트폰 세상은 커뮤니케이션이 중심이다. 인터넷 환경이 컴퓨터에서 모바일로 빠르게 옮겨가는 흐름은 포털엔 재앙이다. 돈줄인 검색광고가 언제 폭삭 주저앉을지 모른다.

개인적으로 눈여겨 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드래곤 플라이트’다. 게임의 집중도와 아이템 구매 빈도가 압도적이다. 가입자는 애니팡보다 적지만 하루 매출액이 5억원을 넘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1인 회사인 넥스트플로어의 김민규 대표가 혼자 이 게임을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 SNS 게임은 대개 개발자가 매출액의 절반을 독차지하는 구조다. 지금의 추세가 1년간 지속된다면 김 대표는 혼자서 웬만한 중견기업 뺨치는 영업이익을 남기게 된다.

 그렇다고 이 세 업체의 성공 스토리가 세계를 휩쓸지는 의문이다. 이들이 틈새시장에서 성공한 것은 문자메시지에 비싼 돈을 받는 통신회사들 때문이었다. 이에 비해 미국 통신업체들은 데이터 사용량을 중심으로 요금 체계를 바꿨다.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는 거의 공짜나 다름없다.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는 것도 위기의 하나다. 시가총액 10조원을 넘보던 SNS 게임 최강자 ‘징가’는 올 들어 주가가 70%나 폭락했다. 그 유명한 페이스북도 “모바일 전략에서 몇 가지 실수를 했다”며 고해성사를 했다.

 그럼에도 국내 신생 모바일 업체들의 도전은 거침이 없다. 카카오톡과 애니팡은 “문자메시지가 공짜라서, 또 게임만 하느라 찾는 게 아니라 이제는 SNS가 하나의 문화가 됐다”고 자신했다. 모바일 플랫폼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으면 비즈니스 기회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것이다. 요즘 대선 후보들의 일자리와 복지, 경제민주화 공약이 화려하다. 하지만 새롭게 떠오르는 모바일 분야에서 배웠으면 한다. 대기업보다 강한 중소기업과 좋은 일자리는 정부가 아니라, 참신한 아이디어와 끊임없는 도전정신이 만든다는 사실을….



이철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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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 1. 13:26

성공 지향적인 급한 성격은 심장 관상동맥 질환 많아
억울한 일 잘 참는 성향이면 암 발생 확률 높아질 위험
제 성질이 자기 질병 유발… 병 키우며 사는지 돌아봐야


한국 드라마에서 공분과 연민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단골 장면이 있다. 모진 시어머니의 고된 시집 생활을 견디는 착한 며느리, 남편의 바람까지 참아내는 순한 아내라는 설정이다. 그러다 어느 날 그런 주인공이 암(癌)에 걸려 세상을 마치는 대목까지 나오면, 시청자들의 분개와 안타까움은 극에 달한다. 뻔한 스토리이지만 매번 짠하다. 그런데 이런 도식은 나름대로 의학적인 근거를 갖고 있다. 당하고도 참는 성격은 암 발생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그동안 성격과 질병의 상관관계에 대한 의학 연구는 활발히 이뤄져 왔다. 미국의 저명한 심장 전문의 하워드 프리드먼은 어느 날 자신의 환자 대기실 소파 천이 다른 과의 대기실보다 유독 빨리 닳고 해진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환자들의 행태를 유심히 살펴보니, 심장병 환자들은 느긋하게 소파에 깊숙이 기대어 앉지 않았다. 다들 소파 끝에 걸터앉아 안절부절못하는 모양새였다. 양손은 팔걸이를 움켜쥐고 당장에라도 튀어나갈 듯한 태세였다. 좌불안석(坐不安席)의 모습이었다.

그는 심근경색을 일으키는 관상동맥 질환자들의 성격을 분석해보니, 많은 사람이 타입 A였다는 결과를 내놨다. 사람의 성격은 크게 A·B·C의 3가지 타입으로 나눈다. A형은 소유욕이 강하고, 성공 지향적이다.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초조해한다. 매사에 의심과 불만이 많다. 적개심을 잘 표출하고 참을성이 적다. 이들은 모든 일을 경쟁적으로 보고 결과가 빨리 나오지 않으면 불안하다. 항상 데드라인(dead line)에 자신을 몰아넣는다. 하지만 이런 성격의 사람들은 에너지가 왕성해서 많은 성취를 이룬다. 목표가 뚜렷하고 승리욕이 강한 탓이다. 역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물 중에는 타입 A가 많다.

이들에게 심장병이 많은 이유는 성격 자체가 혈압을 상승시키기 때문이다. 분노와 적개심을 느낄 때, 스트레스 호르몬인 아드레날린이 쏟아져나와 혈압을 올리고 혈관 안쪽 벽을 상처 낸다. 그것이 일상처럼 반복되고 거기에 비만·동맥경화·흡연 등 심혈관 질환 위험요소까지 겹치면 증폭 효과로 심장병이 일어날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이는 여러 나라 연구에서 일관되게 나온다. '호통 회장님'이 "아이고! 혈압이야" 하며 뒷목을 잡고 쓰러지는 장면은 나름 일리 있는 설정이다. 이들에게는 하루 세 번 식후(食後) 30분, 법정 스님의 '무소유' 읽기가 심장약이다.

그와 정반대 성격이 타입 C다. 항상 잘 참는 순응형이다. 남에게 착하다는 말을 들으려 하고, 남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를 자주 의식한다. 우울감이 바탕에 깔렸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담아둔다. 사회적으로는 공손하고 정중하다. 우리나라에 많은 유형이다. 점쟁이가 손님에게 다짜고짜 "당신, 내성적인 성격이구먼!"이라고 하면, 열에 아홉은 "어떻게 알았느냐"고 좋아한단다.

타입 C는 암 발생 위험이 큰 것으로 나온다.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불만 표출이 적고 모욕적인 상황에서도 아무 소리 않고 잘 견디는 타입 C에서 암 발생이 많았다. 피부암 두께도 더 두꺼웠다. 또 암 치료를 해도 재발이 많았다. 지나치게 억제된 감정이 면역 기능을 떨어뜨렸다는 분석이다. 우리 몸에서는 하루에도 몇 개씩 암세포가 생기지만, 면역세포가 순찰기능을 하며 암세포를 잡아먹기에 암에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내적 스트레스의 축적으로 면역세포의 활성이 떨어지면 암 발생 위험이 커진다. 이들에게는 감정 표출이 항암효과를 갖는다.

타입 B는 천하태평 유형이다. 항상 느긋하고 급한 게 없다. 남의 일보다는 자기 것에 몰두한다. 성취보다는 취미에 관심이 많다. 경쟁에서 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시간 개념도 적다. 사회적으로 성공하기 어려운 성격이다. 이런 사람들이 정치하면 나라가 망한다. 하지만 이들은 창의적이고, 사색을 즐긴다. 대개 시인·음악가·화가 등 예술에 종사한다. 급한 게 없는 이들이 심장병에 걸릴 위험은 타입 A보다 4~5배 낮다. 그러나 자신의 기분에 너무 관대한 탓일까. 타입 B에게는 조증(躁症)과 우울증이 교대로 나타나는 조울증이 많다.

우리는 왜 아플까? 아플 짓을 했으니까 아픈 것은 아닐까. 많은 질병이 삶의 파생물이다. 정신은 몸을 바꾸고, 몸의 병은 마음을 바꾼다. 요즘 힐링 서적들이 베스트셀러를 독차지한다. 그만큼 우리가 치열하게 갈등하고 서로 부딪치는 '질병 생산 시대'를 살고 있다는 방증일 게다. 자신이 질병 발생의 핑계거리를 만들며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돌아봤으면 한다. 나는 100% 타입 B이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의사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0/22/2012102202943.html

Posted by 겟업
2013. 1. 1. 13:18

‘반값’은 달콤하다. 여기 착한 빵집 주인이 있다. 그가 어느 날 빵값을 절반으로 낮췄다. 배고파하는 사람이 없도록 하겠다는 결단이다. 소비자들은 환호했다. 빵을 살 수 없었던 사람도 빵을 쥘 수 있게 됐다. 기존 고객들은 구입량을 늘렸다. 빵집 주인은 빵이 더 팔린다며 웃었다. 파는 쪽과 사는 쪽은 반값의 황홀한 매력에 빠져들었다.

이런 매력, 영원히 계속되지 않는다. 안 사도 될 빵을 사는 소비자가 생겼다. 두 개면 충분한데 값이 싸다는 유혹에 넘어가 빵을 더 샀다. 다 먹지 못한다. 남는 건 쓰레기통 신세다. 파는 이도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편치 않다. 빵이 더 팔리긴 했지만 장사는 밑져서다. 이 상태가 지속하면 파산하게 된다. 결국 착한 결단은 오래갈 수 없다.

이제 빵을 대학 등록금으로 바꿔 보자.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치솟는 등록금의 문제를 모르는 바 아니다. 비싼 등록금 때문에 가난한 집안의 학생들은 좌절한다. 설령 대학에 진학하더라도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다. 등록금 걱정 않고 공부에 매진하는 부유한 집안의 학생들과 출발선부터 다르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렇다고 등록금을 절반으로 낮추는 착한 정책을 편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부작용이 속출할 거다. 정부가 사립대에 등록금을 낮추라고 강제할 수는 없다. 대신 나랏돈을 써서 부족분을 메워줘야 한다. 여기서 불공평이 생긴다. 대학 문을 연 학생들만 세금 혜택을 받는다. 진학을 포기한 친구들의 몫은 없다. 이건 작은 불공평을 해소한다면서 더 큰 불공평을 양산하는 꼴이다. 이러니 너도 나도 대학에 진학하겠다고 나선다. 올해 고교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은 71.3%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문제는 대학을 나와도 일자리가 없어 ‘88만원 세대’로 전락하는 학생이 부지기수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박근혜·문재인·안철수 후보는 ‘반값 등록금’ 공약을 똑같이 내세웠다. 이런 포퓰리즘 공약, 언짢다. 그래서 이런 제안을 한다. 반값 등록금을 위해 쓰려는 국민의 세금을 ‘청년 직업훈련비’에 사용하라. 제빵 명인이나 용접 장인이 되고 싶은 꿈을 가진 청년도 많다. 이들이 돈 걱정 안 하고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국민 세금을 제대로, 그리고 공평하게 쓰는 방식이다.


화제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에서 주인공은 밑바닥에서부터 출발해 온갖 시련과 역경을 이겨내고 제빵 고수로 우뚝 섰다. 만약 청년들이 체계적인 직업훈련을 받는다면 굳이 시련과 역경 겪지 않아도 탁월한 김탁구로 성장할 것이다. 나는 납세자가 낸 세금을 ‘반값 등록금’이 아니라 ‘공짜 직업훈련비’에 쓰겠다는 후보에게 표를 줄 것이다. 대학생의 등록금 부담은 장학금 같은 교육 인프라를 확대해 덜어주는 게 맞다.



김종윤 뉴미디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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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겟업
2012. 12. 26. 12:09

모든 면에서 뛰어난 ‘철인’이 이끄는 전제정치가 더 뛰어난가, 턱도 없는 사람이 당선될 수도 있지만 민의를 모아 이끄는 민주정치가 더 뛰어난가.

 

일본 공상과학(SF)소설의 걸작 <은하영웅전설>을 관통하는 주제는 바로 이것이다. 줄거리를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머나먼 미래, 다른 우주로 거주공간을 옮긴 인류는 다시 전제정치 시대로 접어든다. 하지만 일부 민주주의자들은 탈출해 공화정 동맹국가를 세운다. 시간이 흘러 두 체제의 부작용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시기에 각 체제에는 한 명씩의 걸출한 군인이 등장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처지는 확연하게 다르다. 제국군의 라인하르트는 ‘황제 후궁의 동생’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마음껏 전략·전술을 펼칠 수 있지만, 동맹군의 양웬리는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인들의 견제 속에 늘 “군인은 명령에 따라야 하는 존재”라고 말하며 전투에는 이기지만 전쟁에서는 패배하는 길을 걷다가 결국 비명에 간다.

 

어찌보면 유치할 수도 있는 공상과학 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놓는 것은 다음달 초 동시에 국가의 최고지도자를 뽑는 두 개의 세계 최강대국(G2), 미국과 중국의 상황을 보면서 이 소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11월8일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를 여는 중국의 차기 지도자가 누구인지 궁금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미 시진핑 부주석으로 확정된 지 오래기 때문이다. 공산당 내 3대 파벌 간 조정의 결과로 차세대 중국 지도부는 이미 인선이 완료됐고 별다른 혼란 없이 현재의 정책기조를 이어갈 것이다.

 

중국은 2008년 1인당 국민총생산(GNP)이 3000달러를 넘어섰다. 대부분의 독재국가에서 민주화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기준선이다. 한국 역시 1987년 이 고개를 넘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공산당의 부패 문제에 대한 공박은 있을지언정, 공산당 일당독재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학계에서는 이를 공산당이 당내 민주화를 통해 성공적으로 체제를 개량해온 덕분으로 분석한다. 중국 최고지도층은 장쩌민(상하이방), 후진타오(공청단), 시진핑(태자당)을 거치며 비록 당내에서지만 일종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뤄왔다. 일종의 ‘공산당 철인정치’로 진화한 셈이다. 곧바로 민주정치로 체제를 변환한 러시아가 사실상 블라디미르 푸틴 독재 상태로 되돌아가 혼란이 계속되는 것과 비교하면 이런 차이점은 더욱 두드러진다.

 

11월6일 대선을 치르는 미국의 경우는 판세가 완전히 안갯속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대 밋 롬니 공화당 후보 중 누가 미국의 조타수가 될지는 투표함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큰 변화는 없겠지만 롬니가 당선된다면 미국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 짐작이 쉽지 않다. 롬니가 텔레비전 토론에서의 ‘한방’ 덕분에 미국 대통령으로 결국 당선되는 것 또한 민의의 일부겠지만 최선의 결과라고 하기는 힘들 듯하다. 공화당은 최근 성폭행을 포함한 어떤 경우에도 낙태를 금지하고 동성 간의 결혼도 인정하지 않는 강령을 통과시켰다. ‘다양성’을 말살하려고 하는 공화당의 집권이 ‘역사의 진전’일 수는 없다.

 

사실 처음에 한 질문은 우문이다. 말할 것도 없이 민주정치가 더 뛰어난 체제다. 하지만 그 전제조건은 ‘깨어 있는 시민’이다. <은하영웅전설>에서 양웬리는 “민중을 해칠 수 있는 권리는 민중 자신만이 가진다”며 민주정치를 옹호하면서도 “정치는 자신을 경멸하는 사람에게 반드시 보복하는 법”이라며 그 부정적인 면을 숨기지 않는다. 우리나라 대선도 이제 채 두 달이 남지 않았다.

 

 

 

이형섭 국제부 기자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5676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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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2. 26. 12:08

아우슈비츠수용소는 2차 대전 당시 650만 유대인을 한줌의 연기로 날린 상징적 건물이다. 폴란드 오스비에침 마을소재의 관광지로 아우슈비츠는 그 마을의 영어식 발음. 집채더미처럼 쌓인 안경테, 곳간마다 그득한 유대여인들의 머리다발, 검디검은 독가스실의 콘크리트 벽은 수용소 '관광'을 마친지 20수년이 넘는 이 시점까지도 악몽으로 되살아나는 장면들이다.

그림에 그토록 소질을 보여, 비엔나 숲 속을 곧잘 스케치하던 눈 큰 소년 아돌프 히틀러를 무엇이 그토록 바꿔 놓았단 말인가. 히틀러의 생모가 남편과 사별 후 유대인 간부(姦夫)를 갖게 됐고, 따라서 매일 밤낮으로 어머니와 뒹구는 유대인 사내한테 히틀러가 독을 품던 시기를 바로 이때부터로 기산(起算)하는 분석도 있다. 히틀러의 생모 클라라가 남편 알로이스 히틀러와 일찍 사별한 것은 틀림없다. 아들 히틀러의 나이 열네 살 때다.

클라라는 남편과 22세나 나이 차가 있는데다, 실은 남편의 사촌여동생이었다. 그녀가 사촌 오빠와 남녀관계를 맺은 것은 오빠의 둘째 처가 병이 들어 죽기 직전으로, 둘 관계는 그런 의미에서 불륜관계였다. 아돌프는 그런 범죄가운데 잉태한 아이였다. 아돌프의 청소년기는 이런 반유대정서 속에서 자아를 굳혀간다. 히틀러는 나중에 쓴 <나의 투쟁>(Mein Kampf)에서 유대인에 대해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수 천 수만의 순수 독일 피를 이어 받은 소녀들이 이 역겨운 안짱다리 유대사생아들의 배 밑에 깔려있는 악몽에 시달렸다."

이런 표현은 당시 유행하던 반 유대정서와 히틀러 개인의 성적강박관념의 합작으로 볼 수 있다.

아우슈비츠를 돌아보고 10여년 지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제작한 영화 '쉰들러 리스트'를 관람하면서 나는 거듭 봤다. 저벅대던 나치대원들의 군화소리, 군견들의 울부짖음 속에 섬뜩하게 다가서는 미래의 재앙과 그 그림자를 분명히 본 것이다. 신통력이나 영험(靈驗)없이는 결코 만들 수 없는 작품, 그런 의미에서 영화 '쉰들러 리스트'는 아우슈비츠를 먼저 '관광'후 관람해야 진가를 느낄 영화였다고 영화평을 쓰고 싶다.

그리고 가장 경악했던 일은, 그런 목불인견의 만행이 자행되는 와중에도 수용소 한켠의 별채에서 나치장교들은(영화에서처럼) 관현악을 즐겼다는 점이다. 죄악과 문명의 공존…그것이 무엇보다도 무서웠던 것이다.

죄악은 평범이나 정상과도 공존한다. 그 아우슈비츠의 대학살에서 살아남은 에힐 다이누라는 생존자의 이야기다. 1961년 유대인 학살을 총지휘했던 부총통 아이히만이 체포되어 재판을 받을 때 다이누도 증인으로 참석했다. 그런데 재판장에서 다이누가 흐느껴 울다가 실신하고 만다. 사람들은 그가 수용소에서 체험한 죽음의 공포 때문이려니 짐작했으나 며칠 후 다이누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이유는 너무 놀라운 것이었다.

"저는 아이히만이 악마와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허나 그가 너무 평범한 한 남자로 음악 좋아하고, 손자 손녀의 재롱을 즐기고, 저처럼 황혼의 강가 산책을 좋아하고…. 이런 평범한 인간 속에 650만 명의 생명을 죽이는 악마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고 놀랐던 겁니다. 모든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악을 생각할 때 너무 두렵고 절망적인 마음이 들어 쓰러진 것입니다."

범죄는 의술과도 공존한다. "나는 온화하고 자비롭다." 지난 16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국제유고전범재판정에 선 피고 라도반 카라지치 전 스르프스카 공화국 대통령(67)의 자기변호다. 그는 보스니아 내전 당시 8,000명의 무슬림 주민을 죽인 '스레브레니차 대학살'의 주범이다.

"전쟁을 피하고 고통을 줄이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했다"는 이 전직 정신과 의사의 시술(施術)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범죄의 이 가공(可恐)할 양면성이여…. 나는 그게 두려운 것이다.

 

 

김승웅 언론인·전 한국일보 파리특파원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10/h2012101921015211578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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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2. 26. 12:07

2004년 9월 미국 정부 초청으로 워싱턴D.C.에서 미국 언론의 저명한 기자들을 만났을 때였다.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지만 그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한국에서는 초등학생들도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냐'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한국의 인터넷이 노무현 대통령을 탄생시킨 것이 맞느냐'는 것이었다. 미국인들의 눈에는 우리나라 휴대폰 시장의 확장 속도가 엄청나다는 것이 특이하게 비춰진 모양이었다. 또 땅 덩어리가 크다 보니 전화선을 통해 연결하던 미국의 느린 인터넷과는 달리 초고속 인터넷망이 깔려있어 '클릭과 동시에 화면이 뜨는' 수준의 한국 빠른 인터넷 환경을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실 그 당시는 '애니콜'로 대변되던 삼성전자 휴대폰은 물론, LG전자와 팬택의 휴대폰이 국내 시장에서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을 때였다. 너무도 빠른 휴대폰 시장의 변화로 멀쩡한 휴대폰까지 버리고 새로운 기능이 장착된 휴대폰을 구입하던 시절이었다. 당시만해도 초등학생은 다소 과장이라 할지라도 중학생 정도면 휴대폰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한국의 초등학생도 상당수가 휴대폰을 가지고 있다. 당시 미국의 경우 휴대폰은 집안의 가장 정도만 가지고 있을 때였다. 미국의 눈으로 볼 때는 우리가 휴대폰에 대한 일종의 실험실이었던 것이다. 그 삼성전자가 지금은 애플과 세계 휴대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실험실은 정치분야였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승리 요인이 독특하게 보였던 모양이다. 그들은 보수언론의 힘을 깨는 인터넷언론의 대두에 주목하고 있었다. 그들은 한국의 정치와 선거를 주도했던 보수언론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오마이뉴스 등 인터넷언론의 부상에 대해서 계속 질문을 해댔다. 오연호가 어떤 사람이냐는 것이었다. 당시 영국 신문 '가디언'의 경우 노무현 대통령을 세계 최초의 '넷 대통령'이라고 불렀다. 실제로 인터넷언론은 수단에 불과했고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과 같은 자발적 참여그룹의 작전 승리였을 것이다. 적은 비용으로 인터넷망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수만, 수십만명의 참여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 선거역사상 혁명적인 실험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는 안철수의 위험한 실험이 시작됐다. 이는 정당정치에 대한 저항적인 실험이다. 이는 어쩌면 세계 역사상 최초의 실험일 수 있다. '과연 정당이 없는 무소속 대통령이라는 것이 가능할까.' 정당정치에 익숙한 국민들이 거부감을 갖고 있는데다 안철수를 지지하는 세력조차도 의문을 갖는다. '그 친구가 괜찮은 것 같은데, 당이 없이 어떻게 대통령을 할 수 있겠나'라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그가 민주당과의 단일화 조건으로 내세운 정치개혁 요소를 보면 무소속출마에 대해 다소 납득이 간다. 국회가 특권을 내려놓고 자신의 역할을 하도록 스스로 변해야 한다는 것이 전제다. 또 대통령이 하겠다면 여당은 거수기가 되고, 야당은 문 걸어 잠그는 관행이 더 이상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당의 목표는 정치권력의 획득이다. 따라서 정당은 정치개혁이나 국민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조직이 아니다. 원칙적으로 정당은 일반적(국민적) 이익을 증진시켜야 하지만, 우리 정당의 역사를 볼 때 그들은 자신이나 당의 이익에 너무 충실했다. 더욱이 대부분의 국민이 정당에 소속되어 있지 않다, 극히 일부만 당원이고 정당 혐오증을 가진 국민들이 대다수다. 국회에서 최루탄이나 터트리고, 확실하게 통과되는 법안은 국회의원 세비 올리는 것밖에 없다. 따라서 정당의 이익이 국민의 이익을 대변할 수 없고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공약이 국민 대다수의 주장을 담았다고 볼 수도 없다. 그래서 앞으로는 정당정치의 패러다임이 계속 유효할 것 같지도 않다. 당이 민의를 담지 못하고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때 대중이 당을 외면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곳이 안철수가 존재하는 공간이다.

 

조재우 논설위원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10/h201210192107352438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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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2. 26. 12:06

“나는 불을 끄고 떡을 썰 테니 너는 글을 쓰거라.” 어머니의 말씀에 석봉은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페이스북(페북)을 연다.

“울 엄마 지금 떡 써는 중 ㅋ(웃음 표시) 내일 아침 메뉴는 떡국! 근데 아직 과제 안 한 사람 있니. 손(들어)?”

이렇게 글을 올리니 금세 댓글이 달렸다. 석봉은 더는 글씨를 쓰지 않는다. 대신 글을 올린다.

이처럼 요즘은 글을 ‘쓴다’는 술어 대신 글을 ‘올린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북 이용자 수가 10억 명을 돌파한 덕분이다.

“페북 안 한다고? 좀 그렇지 않아?” 얼마 전만 해도 친구들에게 자주 듣던 말이다. 우리는 주변 사람에게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SNS를 하며 서로의 일상을 엿본다. 친한 친구든 이름만 아는 사이든 일단 ‘페친’(페북 친구)만 되면 우리는 관음의 권리에 암묵적인 동의를 한 셈이니까. 그렇게 오늘도 우리는 내 앞으로 오기로 한 택배가 있는 것처럼 페북에서 친구의 소식을 기다린다.

그런데 여기 글들을 보며 난 친구들에게 이렇게 되묻고 싶다. “페북을 한다고? 여기 글들, 좀 그렇지 않아?” 이 공간에서 우리는 행복한 일상만을 이야기한다. 그렇다 보니 페북을 자주 하면 수명이 단축된다는 농담이 진담처럼 들리기도 한다. 잘 꾸민 셀카,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사진, 미국으로 교환학생 간 친구의 소식은 “어때? 나 잘살고 있지?”라고 우리에게 묻는다. 신나고 재미있는 그들의 ‘페북 스타일’에 우리는 습관적으로 ‘좋아요’ 버튼을 누른다. 한숨 섞인 웃음이다.

나는 행복을 과시하는 ‘페북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글들엔 우리만의 스타일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을 여기에 올리며 행복한 이미지를 강조한다. 보여주기식 ‘페북 스타일’은 소통의 정답이 아니다. 내 일상이 아닌 생각을 페북에서도 말해야 한다.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

페북에서 글쓰기 버튼을 누르면 나오는 메시지다. 그런데 많은 이들의 글들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문구는 ‘얼마나 재미있게 살고 계신가요’다. 우리가 오늘 누구와 어디에서 무엇을 먹었나 보다 중요한 건 우리의 생각이다. 친구와 어디서 어떤 영화를 봤는지를 ‘기념’하기보다 그 영화를 보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나는 그 ‘기록’이 더 중요하다.

남들의 행복한 글에 주눅 들고 침묵할 필요 역시 없다. 페북의 가이드라인에 쓰여 있는 대로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솔직히 말하면 된다. 어렸을 때 일기를 쓰면서 부모님과 선생님의 눈을 신경 쓰지 않았던 것처럼 내 글을 보는 사람들의 눈에서 벗어나자. 대신 눈을 감고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에 집중하자. 어쩌면 ‘페친’들 역시 나의 진짜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솔직 담백한 글이라면 우리 모두 진심으로 ‘좋아요’를 외칠 테니까.



윤주영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3학년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9645867&cloc=olink|article|defa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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