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다. 아니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는 측면이 적지 않다. 3개월여 동안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싸이의 뮤직비디오 ‘강남 스타일’광풍 말이다. 요즘 비즈니스맨들은 미국 유럽 아프리카를 막론하고 “말춤을 춰 보라”고 요구하는 사람들 때문에 난감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라고 한다. 독특하고 재미있는 콘텐츠가 유튜브를 타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전세계로 확산됐다거나, 불황의 시대에 즐거울 일 없는 지구인들이 말춤의 흥겨움에 빠졌다는 해석 만으로 광풍을 온전히 설명할 수 있을까? 끊임 없이 유튜브에 올라 오는 강남스타일 관련 동영상들을 보면 의문이 꼬리를 문다.
유튜브 상에 올라온 강남스타일 관련 동영상은 10만 건이 넘는다. 동영상은 크게 네티즌 반응을 담은 ‘리액션’, 혼자 또는 친구들과 춤을 따라 하는 ‘커버댄스’, 거리 광장 등 특정 장소에 모여 춤을 춘 뒤 흩어지는 ‘플래시몹’, 강남스타일을 모방한 ‘패러디’ 등으로 나뉘는데, 이들을 보면 웹 비디오 시대의 새로운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
우선 음악 소비 방식에 일대 전환이 일고 있다. ‘친구들끼리 비디오를 보며 웃고 떠드는 게 뭐 대단하다고 비디오로 찍어 유튜브에까지 올렸을까’하고 들여다 보면 조회수가 수백 만건에 달해 깜짝 놀라게 된다. 이런 리액션 동영상들은 바이러스처럼 네트워크를 통해 퍼져 강남스타일의 세계적 확산의 시발점이 됐다. ‘보는 음악’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네트워크로 연결된 사람과 동영상으로 함께 소비하며 공유하는 세대가 등장했다고 봐야 한다.
또 다른 특징은 동영상들이 끊임 없이 ‘진화’한다는 점이다. 플래시몹 동영상들은 서로 경쟁하며 규모가 갈수록 커진다. 이달 초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에서 벌어진 플래시몹에는 무려 9,000여 명이 참가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건 패러디다. 강남스타일의 일부를 코믹하게 변형한 것에서 출발해 나중에는 음원만 채택했을 뿐 기발한 발상으로 완전히 새롭게 제작한 풍자 비디오들이 등장해 폭발적 반응을 얻고 있다.
세계적인 지식컨퍼런스인 ‘테드(TED)’의 큐레이터 크리스 앤더슨은 2010년 7월‘웹 비디오가 어떻게 글로벌 혁신을 가속화하는가’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인터넷이 춤을 진화시킨다”고 말했다. 온라인 상에서 네크워크로 연결된, 춤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상호 경쟁하면서 각종 춤 기술을 개발하고 서로 학습하며 그 중 가장 잘하는 사람들에게 (조회수나 트위터, 구글 링크, 페이스북 등을 통한)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준다. 이렇게 누구나 혁신적인 춤으로 스타가 될 수 있다는 욕망을 자극해 춤을 진화시키고 더 많은 사람들을 춤의 세계로 끌여들여 이른바‘집단에 의해 가속화되는 혁신’의 사이클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의 강정수 박사는 “집단ㆍ빛ㆍ욕망, 이 세가지만 있으면 어떤 웹상의 플랫폼도 작동한다는 게 앤더슨의 설명”이라며 “대표적인 것이 유튜브이고, 그 공간에서 같은 방식으로 수 많은 집단들을 몰입시킨 콘텐츠가 다름 아닌 강남스타일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셈”이라고 말했다.
강남스타일 신드롬은 인터넷 시대에 우리가 어디쯤 와 있는지를 보여준다. 문자나 메시지 대신 동영상 등을 주고받을 수 있는 3G,4G 시대는 콘텐츠 소비 행태를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이것은 뮤직 비디오에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일부 선진 기업들은 이미 신기술과 이를 적용하는 시연 동영상을 SNS를 통해 해외 생산공장으로 전파ㆍ공유하고 있는데, 현지 언어로 번역해야 하는 복잡한 문서화 과정이 없어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현재 웹 공간 내 콘텐츠(데이터)의 50%는 동영상이다. 2014년쯤에는 전체의 90%에 달할 전망이라고 한다. 강남스타일과 관련 동영상들은 글로벌 시대에 새로운 차원의 변화가 경제 사회는 물론 문화 영역에서까지 일고 있다는 징표이자, 우리가 그런 시대에 본격 진입했음을 가장 떠들썩하게 알려주는 극적인 사례일 것이다.
박진용 산업부차장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10/h201210222121242442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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