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 25. 21:06

한국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만 달러를 넘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자살률 1위, 합계출산율 34위와 같이 부끄러운 지표들도 있다. 살기도 싫고 아이 낳기도 싫다는 것은 한국인으로 산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없는 사람은 없는 대로 불안하고, 있는 사람은 있는 대로 불안한 것이 우리 현실이다. 대선주자들이 공통적으로 들고나오는 것이 일자리, 복지, 경제민주화지만 이 문제들에 대한 처방을 들어봐도 국민의 근심 걱정이 시원하게 해소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대한민국이 직면한 불안요소에 대해 대선후보들이 제대로 된 대응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 중 가장 큰 것은 아무래도 경제 문제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는 세계경제가 순항해야 안심할 수 있는데 글로벌 리스크가 심상치 않다. 2008년 금융위기가 여전히 진행형인 가운데, 그리스에 이어 유로존의 재정위기가 어디서 폭발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난해는 인플레이션 압력에, 올해는 경제침체로 신음하고 있다. 미국의 달러화 양적완화 방침으로 주식시장이 잠시 반등 기미가 있었지만 약효가 오래갈 것 같지 않다. 1929년의 대공황까지는 아니더라도 세계경제 상황이 예사롭지 않은 것은 틀림없다. 

세계 금융위기와 국내 경기침체 

국내 사정은 더 심각하다. 버블 세븐 지역부터 시작된 부동산 가격 하락이 가계부채 문제를 촉발하고 있고 정부가 백방으로 노력해도 회생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경제성장률은 2%대로 하락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현재의 부동산 가격 하락과 경기침체가 20여 년 전 일본의 버블 붕괴에 이은 장기 경제침체 현상을 닮았다. 

한반도의 주변 사정도 긴박하다. 최근 중국과 일본이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두고 물대포 싸움을 벌인다. 일본은 엄연히 우리 영토인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고, 중국은 한국의 이어도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자원전쟁’이라는 책을 집필한 일본의 시바타 아키오 소장은 최근의 자원 가격 상승은 석유와 석탄 등 지하자원에 의존한 20세기형 성장모델에 한계가 오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지적했다.

춘하추동 날씨 변화도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볼라벤 덴빈 산바에 이어 제17호 태풍 즐라왓이 예상과 달리 한반도에 영향을 줄 것이라 한다. 지난겨울엔 이상한파, 올여름엔 가뭄을 동반한 이상고온 등 극에서 극으로 치닫는 날씨 변화는 지구온난화가 가져오고 있는 또 하나의 리스크다. 세계 각지에서 나타나는 물 부족이나 식량안보와 관련된 우려도 남의 일이 아니다.

이 와중에 1980년대 말 분출했던 노사갈등 이상의 계층갈등이 폭발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에서 불평등한 배분 상태에 대한 분노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과 가장 빠른 고령화 현상으로 요약되는 인구변화 리스크는 우리의 경제적 사회적 지속 가능성을 위협한다. 

마지막으로 우리에게는 민족분단 리스크가 있다. 핵실험, 미사일 시위는 60년간의 경제적 번영을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만들 수 있는 초대형 리스크다. 남북 분단이 종식돼 통일이 온다 해도 해결해야 할 수많은 난제가 기다리고 있다.

글로벌 경제침체, 버블 붕괴, 자원전쟁, 기후변화, 계층 갈등, 인구변화, 분단 대치 등과 같이 국가 존망을 좌우할 수 있는 7대 리스크로 미래를 호언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선주자들은 이러한 리스크를 극복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적어도 7대 리스크와 같이 국가 안위와 관련된 리스크에 대해서 지도자는 명확한 비전과 구체적인 전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지난 200년 동안 서구 사회는 전례 없는 경제적 번영을 구가했고 한국은 이를 단 60년 만에 따라잡았다. 7000년 인류 역사를 반추해 보면 200년은 짧고 유한하다. 찬란했던 로마제국이 망하리라고는 그 당시에 아무도 예견하지 못하였듯이 영원한 문명도 영원한 국가도 없었다. 미래 리스크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철저하게 준비한 국가와 민족은 살아남았지만 그렇지 못한 국가는 예외 없이 무너졌다. 

미래 대비 못하면 무너진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그리고 유럽 각국은 단기적 현안에 대해서는 때때로 미흡하게 대처했지만 전체적으로는 국가 미래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면서 최악의 상황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만들고 대비했다. 그러나 과거 수치스러운 역사적 순간에 우리 지도자들은 근시안적 시각으로 눈앞의 이익과 권력을 유지하기에 급급했음을 본다. 2050년, 그리고 2100년, 3000년이 되는 미래의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 우리 국민과 지도자들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부끄럽지 않은 선조가 되기 위해서 현재의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깊이 통찰해야 할 시점이다.



김용하 객원논설위원·순천향대 교수


http://news.donga.com/3/all/20120928/497378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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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2. 25. 21:05

해오던 대로 하는 것, 쉽고 편하다. 관성의 안일함은 사과 꼭지에도 있다. 한국에서 파는 사과, 참 별나다. 꼭지가 없다. 1960년대에만 해도 꼭지 달린 사과는 흔했다. 꼭지가 사라진 건 골판지 박스가 등장한 70년대다. 당시는 사과를 세 개 층으로 쌓고, 그 사이에 종이를 깔았다. 꼭지가 종이를 뚫고 다른 사과에 흠집을 냈다. 그러자 과수원에선 수확 때 꼭지를 완전히 제거했다.

시대가 바뀌자 포장 방식이 변했다. 한 단짜리 소형 박스가 대세가 되면서 흠집 걱정은 줄었다. 꼭지 따는 노동을 줄이면 전국 사과 농가의 생산비는 연간 190억원이나 줄어든다. 꼭지를 보고 신선도를 판단할 수 있으니 소비자의 사과 고르기도 편해진다. 꼭지는 수분 증발을 억제해 저장성도 높인다. 답은 분명하다. 사과 꼭지를 없애지 않는 게 두루 이익이다. 이 답은 이미 2000년대 초반 제시됐다. 그러나 극히 일부를 빼곤 한국 사과에는 여전히 꼭지가 없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간 이 간단한 변화조차 해내지 못한 것이다. 사과 산업의 리더는 둔감했고, 생산자는 안주했다.

비단 사과뿐이겠는가. ‘내수가 미래다’ 기획 시리즈가 최근 본지에 연재됐다. 새로 찾아낸 답이 아니다. 답이 나온 건 족히 10년은 됐다. 그런데 다시 내수가 살아야 일자리가 생기고, 미래가 열린다는 걸 강조할 수밖에 없다.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도 관성이 있다. 하나는 기득권이다. 내수의 근간인 서비스업에는 이미 터잡고 있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자영업자는 600만 명이다. 표로 하면 600만 표다. 자영업자는 서민, 번듯한 서비스업은 반(反)서민이란 프레임까지 얹혀졌다. 변호사·의사·약사마저 경쟁력 얘기만 나오면 생존권을 내건다. 27일 출범한 서비스산업총연합회의 박병원 회장은 묻는다. “내 아들딸의 일자리가 중요한가, 아니면 계속 국민 정서만 탓할 것인가.” 대선 후보에게 묻고, 분명한 답을 들어야 할 물음이다.


둘째 관성은 규제다. 규제는 탄생과 동시에 강력한 관성이 생긴다. 공무원의 일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규제를 바꾸려면 관가의 일하는 방식부터 바꿔야 하는 이유다. 최근 만난 한 관료의 말이 인상 깊었다. 그는 “대안 찾는 게 내 직업”이라고 말했다. 이런 인식이 퍼지길 바란다. 시리즈에 소개됐듯 여수산업단지에서 규제 하나를 해결하면 일자리 5000개가 늘어난다.


며칠 전 한 대형마트에 꼭지 사과 기획세트가 나왔다. 꼭지 없는 것보다 10% 싸다. 10여 년 만의 변화라 반갑다. 하지만 씁쓸하다. 끝에 몰려서 나온 변화여서 그렇다. 1인당 연간 사과 소비량은 85년 13㎏에서 2011년 7.6㎏으로 급감했다. 그사이 전체 과일 소비는 36㎏에서 62.4㎏으로 늘었다. 뒷걸음질도 이런 뒷걸음질이 없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은 사과 꼭지만으로 충분하다.



김영훈 경제부문 차장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9455607&cloc=olink|article|defa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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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2. 25. 21:02

얼마 전 조선일보에 2010년 3월 비행훈련을 하다 순직한 고(故) 오충현 공군 대령이 생전에 쓴 일기가 실렸다. "내가 죽으면 우리 가족은 담담하고 절제된 행동을 보였으면 좋겠다. 조국이 나를 위해 장례를 치러주는 것은 나를 조국의 아들로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는 내용이었다. 유언 아닌 유언이 되어 버린 오 대령의 일기장 내용을 미리 본 것처럼 이를 행동으로 실천한 사람들이 있다. 육군 이기자부대 수색대대에서 군복무 중 순직한 고(故) 표종빈 병장의 부모님이 그들이다. 표 병장은 지난달 23일 1박 2일간 야외훈련을 마치고 복귀하던 중 차량이 전봇대를 들이받는 사고로 순직했다.

그는 훈련이 강하기로 유명한 이기자 수색대대에 자원했고 늘 수색대원임을 자랑스러워했다. 순직하는 그날까지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부대원들에게 웃음을 주며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한 군인이었다. 입대 전에는 막노동 아르바이트로 부모님의 결혼 20주년 여행 경비를 대 드릴 만큼 효자였다. 부대는 표 병장을 끝까지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죄스러운 마음으로 그의 고향 부산에서 부대장(葬)으로 장례를 치렀다. 그날 이후 부대의 분위기는 많이 가라앉았다. 힘든 천리행군 중에도 미소를 잃지 않았던, 그리고 유난히 축구를 좋아했던 표 병장. 그와 함께 시간만 나면 축구를 했던 생활관 전우들도 그에게 미안한듯 조용히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더 큰 화면으로 해당 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표 병장을 떠나보낸 지 사흘째 되는 날, 아직도 큰 슬픔 중에 계실 어머니께서 부대 인터넷 카페에 글<사진>을 남겼다. "우리 아들이 이기자부대 수색대대에 대한 자부심이 너무나 대단했기에 영원히 말뚝을 박았나 봅니다. 다친 동료, 후임들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종빈이 혼자만이라서 정말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이번 일로 더 많은 아들을 얻었습니다. 같이 했던 장병들이 빨리 용기를 되찾고, 힘을 내는 것이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 효도하는 길입니다." 어머니는 오히려 부대와 전우들을 격려해 주셨다. 사고에 대한 안타까움 속에서도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 그의 아버지도 부대장에게 당부의 말(이메일)을 전했다. "정말로 아까운 사람을 하늘이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마냥 비통에 젖어 있을 수만은 없는 것 아닙니까? … 이번 사고로 가라앉은 부대의 분위기가 하루빨리 예전처럼 되돌아왔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라며 조의금 일부를 부대의 사기 진작을 위해 보내겠다고 했다.

가장 위로받아야 할 사람들이 보여준 절제된 슬픔의 표현. 이는 인간만이 보여줄 수 있는 고귀함 그 자체이며, 성숙한 국민의식의 표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꽃다운 나이에 조국을 지키다 산화한 표종빈 병장의 숭고한 희생에 삼가 애도를 표하며, 아들을 명예롭게 조국의 아들로 승화시킨 두 분 부모님께 깊은 존경을 바친다.


임상석 육군 원사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9/27/201209270266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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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2. 25. 20:56


개고기 합법화, 어떻게 봐야 하나

개고기를 둘러싼 해묵은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최근 식용 개 사육 농가들이 개고기 합법화를 요구하며 이례적으로 집단행동에 나서면서다. 현행 축산물위생관리법의 가축 규정에는 ‘개’가 들어 있지 않다. 돼지·소·닭 등과 달리 도축이나 식용과 관련된 규정이 없는 상태다. 개고기는 ‘무법지대’에 놓여 있는 셈인데, 국민건강을 위해 도축·유통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위생적으로 관리하자는 것이 개고기 합법화론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동물 학대를 부추기고 동물보호 정책에 어긋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양쪽의 견해를 들어봤다.

국민건강 지키려면 합법화 필요

개고기 식용 막을 수 없다면 
도축·유통 위생관리 위해 
관련법에 개고기 포함시켜야

안용근 충청대 식품영양학부 교수

개고기 문제는 여름철 단골 메뉴다. 여름만 되면 시끄러워지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잠잠해진다. 그런데 올해는 추석을 앞두고 식용 개를 기르는 농민들이 개고기 합법화를 요구하며 궐기대회를 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만큼 농민들의 맘이 억울하고 분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축산물가공처리법(도축법)에서 개를 도축장에서만 잡도록 규제했다. 그러다 1978년 8월, 개를 삭제하고 농수산부 고시로 자가도축 대상으로 하여 누구나 아무 데서나 잡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애완견을 잡든 식용견을 잡든 상관없다. ‘개’로만 표기되어 있기 때문이다. ‘축산법’, ‘가축전염병예방법’,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도 ‘개’가 가축으로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도 농림수산식품부는 법에 없는 ‘식용 개’라는 용어를 만들어 농민들이 키우는 개는 식용 개이므로 사단법인도 허가할 수 없고 다른 가축과 같이 지원해줄 수 없다고 하였다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직권남용이고 위헌이다.

농민들의 요구는 축산물위생관리법(도축법)에 개를 포함시켜 정식 도축장에서 잡게 함으로써 도축과 유통을 위생적으로 관리해 달라는 것이다. 개를 보신탕집에 납품하는 것은 유통업자들이다. 이들이 개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병든 개, 실험에 쓰인 개, 물 먹인 개를 유통시키면서 문제가 되곤 하는데, 농민들이 이런 비양심적인 일을 하는 장본인으로 오해를 받는다는 이유에서다.

동물보호단체에서는 농민들의 요구를 ‘합법화’라며 반대하고, 담당 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에서도 이를 빌미로 축산물위생관리법에 개를 포함시킬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개고기 식용은 위생의 불모지에 놓여 있다.

동물보호란 멸종위기종만 해당된다.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통계를 보면 개는 연간 5만6000여마리나 버려지는데도 개를 보호하자는 사람들이 많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유기견은 동물보호소에 10여만원씩 주고 10여일 정도 맡겨졌다가 주인이 나타나지 않거나 분양되지 않으면 죽여서 폐기물로 버린다. 동물보호론자들은 이것을 ‘안락사’라고 하면서도, 식용으로 잡는 것은 ‘학살’이라고 한다.

동물보호법은 농림수산식품부 관할인데, 가축의 사육을 장려하고 지원해야 하는 부처가 가축을 보호동물로 규정하여 축산활동을 제한한다는 것은 잘못이다. 동물보호 업무는 환경부로 이관하여 멸종위기 동물만 다루고, 농림수산식품부는 가축의 사육만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개는 우리나라 음식물 쓰레기의 3분의 1을 먹이로 하여 연간 2100억원의 처리비용을 절약시켜 주고 있다. 반면 소, 돼지, 닭, 오리 등은 수입 사료로 키우느라 외화를 낭비하고 감염병을 발생시켜 연간 수조원을 소모시킨다. 개는 그런 일이 없으므로 적극 장려하고 지원해주어야 할 것이지만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개고기 식용은 선사시대부터 이어져 온 우리의 고유 문화다. 프랑스도 식용으로 한 적이 있고, 개고기 요리법 책도 나와 있다. 중국, 베트남, 북한 등에서도 식용으로 한다. 그러나 우리처럼 이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나라는 없다. 개고기 식용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현실적으로 식용을 금지하거나 막을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어차피 식용은 계속될 것이므로, 정부는 축산물위생관리법에 개를 포함시켜 국민의 건강을 지켜주어야 할 것이다.


공장식 개 사육 불 보듯 뻔해

고기 부족하지 않은 시대에
대량 사육된 개한테 가한 폭력은
결국 사람에게 돌아올 것

박병상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본디 육식동물인 개는 이가 날카롭다. 서열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사생결단으로 싸운다. 이 과정에서 상처를 심하게 입어 죽기도 한다. 그런 개를 집단 사육한다면 사육장은 난장판이 되고, 개 짖는 소리로 각종 민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의 눈과 귀를 피한 곳에서 개를 사육하는 이른바 ‘개 농장’은 지금도 민원 대상이다. 개는 한 마리가 짖으면 연쇄적으로 짖어대므로 많은 농장에서는 미리 개의 고막을 뚫지만 소용이 없다. 성대를 제거하지 않는 한, 예민한 코가 낯선 이와 사료 냄새들에 반응해 짖는 행동을 연쇄 유발하기 때문이다.

개 농장에서는 보통 철망으로 만든 좁은 공간에 개를 가둬 사육한다. 비용 절감을 위해서다. 두 마리 이상 넣으면 서로 물어뜯을 수 있으니, 이빨 몇 개를 미리 뽑기도 한다. 이런 폭력에 노출된 개는 심한 스트레스로 각종 질병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스트레스와 질병은 개고기를 먹는 사람에게 고스란히 전해질 수 있다.

일부에서는 개고기 도축 합법화로 위생적인 도축과 투명한 사업을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개고기 합법화는 명실상부하게 개를 식용으로 사육해 어린 상태에서 죽이겠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다. ‘고기’로서의 개가 목적이다 보니, 병이 들지 않게 하기 위해 항생제를 대량 투입하고, 엄청난 양의 사료를 먹여 빨리 살을 찌우게 하려고 들 것이다.

더욱이 개를 집단으로 사육하려면 이를 뽑아내거나 고막을 뚫는 식의 폭력으로도 모자라 더욱 가혹한 조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미리 부리 끝을 뭉툭하게 잘라내는 닭이나 꼬리와 고환을 뜯어내는 돼지처럼 말이다. 흐리멍덩한 시선으로 옥수수만 축내는 송아지처럼, 자본은 품종을 개량해 빠른 시간에 덩치 크고 순해터진 강아지만 꾸역꾸역 낳는 개를 만들려고 하지 않을까.

개고기 합법화는 결국 공장식 축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개 사육장은 자본에 의해 거대 집단화되고, 학대적 사육에서 동물복지는 무시될 것이다. 삼계탕 뚝배기 크기에 맞게 체계적으로 성장되고 도살되는 닭들처럼, 반려동물로 정을 나누던 개들의 생명도 자본에 종속될 가능성이 크다.

개 도축 합법화가 되면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겠다고 벼르는 이가 있다. 수육이나 전골 이외에 3분 개요리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고, 개 통조림이 대형 슈퍼마켓에 버젓이 진열돼 외국 언론의 주목을 받을 것이다. 인생을 반려하기 위해 개를 입양한 시민은 몰론, 대외 업무에 종사하는 이들은 외국의 부정적인 기사를 볼 때마다 참담한 심사를 달래기 어려울 것이다.

비위생적으로 사육할 뿐 아니라 혐오스럽게 도살하는 농장이 이따금 보도돼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그건 행정당국이 의지만 있다면 현행법으로 충분히 단속·계도할 수 있다. 고기용으로 허가받지 않은 이상, 목적에 맞는 시설을 갖추고 복지에 신경을 쓰며 사육한다면 민원은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과거 고기가 귀했던 시절, 동네의 개는 무더위에 모내기하다 지친 농민들의 보양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쉽게 고기를 구할 수 있고 먹을 수 있다. 오히려 과도한 고기 소비량을 줄이고, 동물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할 때다. 특정 부류의 상업주의가 ‘문화’로 둔갑해 개고기 합법화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argument/55371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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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2. 25. 15:28

12월 19일 수요일 오후 6시가 되면 차기 우리나라 국정의 최고 책임자를 선출하는 '18대 대통령 선거'가 마감이 되고, 다음날 아침에는 대한민국 18대 대통령 당선자가 화려하게 등장할 것이다. 이어서 인수위원과 국무위원의 하마평도 각종 언론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고, 또 차기 정부조직의 모습에 대한 다양한 논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1948년 8월 15일 정부 출범 이후 지난 64년간 무려 50여 차례의 조직개편이 이뤄졌다. 이렇게 정부조직의 평균수명이 2년이 채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가 '압축성장'과 '압축민주화'를 함께 달성했기 때문이다. 즉 정말 숨 가쁘게 달려왔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조직개편이 졸속적으로 이뤄져 왔다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결국, 인수위 출범 후 약 2개월 동안 차기 정부 정부조직 개편을 완수한다는 것은 또 다른 졸속 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대선 이전에도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논의와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정부조직 개편 논의는 우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시대적 요구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현재 가장 중요한 시대적 요구란 무엇일까. 필자는 국민들이 희망과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과 최저 수준의 출산율은 현재의 상황이 국민들에게 얼마나 절망적인지를 보여주는 지표이다. 

이러한 시대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들은 여야의 대통령 경선 후보들의 슬로건에서도 잘 나타난다. 집권당 대선 후보의 슬로건이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이고, 현재 진행 중인 야당 경선 후보들의 슬로건을 보면, "사람이 먼저다. 저녁이 있는 삶, 맘(mom) 편한 세상. 내게 힘이 되는 나라, 평등국가. 빚 없는 사회, 편안한 사회, 든든한 경제 대통령. 탐욕과 분노를 넘어 훈훈한 공동체 대한민국, 농민 같은 대통령" 등이 그것이다. 

대선 후보들의 슬로건은 이처럼 다양하지만,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자 한다는 메시지를 공통적으로 갖고 있고, 대체로 '경제민주화', '복지', '일자리 창출'로 귀결된다. 상식과 정의가 통하는 나라를 일자리 창출과 경제민주화로 이룩하겠다는 것은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차기 정부가 해결해야 할 시대적 사명일 것이다.

이러한 시대상황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정부의 개편방향은 최근 폭증하고 있는 사회 병리현상에 적극 대처하는 전담부처도 설치하고, 궁극적으로는 '고용창출형 복지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다. 고용은 경제적 가치 창출과 연계된 개념이다. 고용창출은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동력으로 작용함과 동시에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시장적 기회균등을 보장한다. 반면 복지국가적 가치는 부모의 소득이나 직업 같은 '사회적 우연성'을 완화하고, 천부적 능력 같은 '자연적 우연성'의 효과도 완화해 경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지닌다. 

'고용창출형 복지정부'는 정부가 직접적으로 일자리를 만들기보다 시장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데 초점을 두어야 하며, 분배적 가치를 추구하되 '정당한 근거에 기반을 둔 불평등'은 인정하면서도 '부당한 불평등'을 적극적으로 시정하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따라서, 근로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선 취업지원, 후 생계지원' 방식을 적용해 근로의욕이 고취되게 하고, 결국 국민 모두에게 '일하는 복지가 최우선'이라는 시그널을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변화하는 시대상황과 국민들의 요구가 차기 정부의 개편에 직접적으로 반영되어 암울한 현실 속에 꿈조차 잃은 이 시대의 청춘과 국민들이 희망을 갖게 되고, 또 일자리 창출과 경제민주화를 기반으로 상식과 정의가 통하는 나라가 이룩될 수 있다는 꿈을 갖게 되길 바란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09/h201209042106142437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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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2. 25. 15:26

필자의 지난 번 칼럼 제목은 '국민이 원하는 차기 정부'였다. 이어서 이번에는 '국민이 원하는 차기 대통령'을 주제로 글을 쓰고자 한다. 왜냐하면, 차기 정부의 리더는 당연히 차기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요즘 대한민국의 암울한 현실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바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과 최저 수준의 출산율일 것이다. 1년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1만5,000여 명, 하루에 42명꼴이다. 암담한 현실 속에 꿈조차 잃은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여성 1명의 합계출산율은 1.24명으로, 현재의 인구 규모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출산율인 '대체출산율' 2.10명에 멀리 떨어져 있다. 부부가 맞벌이를 해도 자녀 교육비 엄두가 나지 않으니 아예 출산을 기피한다. 

대한민국 많은 사람의 삶에서 꿈을 사라지게 한 원인을 그냥 '경제난'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기계적이다. 도리어 국민을 정말 좌절시키고 분노하게 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정말 공정하지 않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우리 사회의 상위 1%나 5%의 사람들, 소위 '지도층'과 '가진 자'들이 우리 사회에 기여한 것에 비해 지나치게 과잉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소위 '지도층'의 '부'나 '권력'이 정당하게 축적되었다고 믿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더욱이 '부'와 '권력'을 비정상적이고 교묘한 방법으로 세습하고자 하는 일부 '가진 자'들에게는 많은 사람들이 역겨움까지 느낀다. 공교육이 붕괴된 현실에서 부모의 경제력이 자식들에 대한 사교육으로 이어지고, 이것으로 자식의 학교가 결정되어, 결국 사회계층이 세습화되는 현실, "개천에서 용났다"는 이야기는 사라지고 "용은 강남 3구에서 나온다"는 우스개 소리에 많은 사람들이 좌절하고 분노한다.

차기 대통령은 국민들의 이러한 좌절과 분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땅에 떨어진 대한민국의 '공정성'을 어떻게 하든 높여야 한다. 외환위기 이후 중산층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농민과 도시근로자 소득 격차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현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를 위해 차기 대통령은 굳이 헌법 제119조 2항을 인용할 필요도 없이 경제양극화 해소를 위한 일자리 창출과 취약계층 대상 사회적 책임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 공공의 복리를 위한 규제, 경제적 약자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규제, 적정한 소득분배 유지를 위한 규제, 시장 지배와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 경제주체 간 조화를 통한 경제 민주화를 위한 규제, 환경 보존을 위한 규제 등은 효과적으로 세밀하게 시행되어야 한다.

학벌이 사회계층을 형성하는 망국병을 만들고, 이로 인해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로 중산층이 파괴되며, 대다수 국민을 빈곤화시키는 악순환 구조를 차기 대통령은 어떻게 하든 깨야 한다. 조변석개하는 입시정책으로 공교육은 날로 붕괴되고 있지만, 도리어 주식시장에 상장되는 사교육업체만 18개나 되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탈피하는 방법은 차기 대통령이 공교육이야말로 국가의 백년대계라는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공교육에 과감하게 투자를 하는 것이다.

차기 대통령이 국민들의 좌절과 분노에 귀를 기울여 땅에 떨어진 대한민국의 '공정성'을 한껏 높이고, 공교육 활성화로 "개천에서 용났다"는 이야기를 전국 방방곡곡 여기저기서 다시 들리게 하길 바란다. 한 세대 앞을 내다보는 지혜를 갖고 '원칙과 상식'을 존중하는 진정성 있는 차기 대통령이 '고소영 내각'이니 '강부자 내각' 같은 불합리한 인사를 다시는 반복하지 말기 바란다. 여기에 덧붙여 차기 대통령이 측근 및 친인척 비리를 원천적으로 막는 방책을 취임 전에 몸소 준비하고, 외부의 어떠한 도발과 횡포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고의 가치로 존중하는 정책을 수행한다면, 그러한 차기 대통령은 대한민국 건국 이후 국민들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09/h2012092521013724370.htm


Posted by 겟업
2012. 12. 25. 15:14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학생이 줄어 폐업하는 학원이 속출하고, 수천만원·수억원의 권리금을 주고도 얻기 힘들었던 학원 빌딩에 임대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다. 유입 인구가 줄어 원룸·월세·전세 시장도 위축되고 있다. 교육당국은 반색한다. 외고 입시 단순화, 입학사정관제, 저렴한 EBS(교육방송) 강의 같은 정책이 먹혀들어 마침내 사교육 열풍이 한풀 꺾이는 거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우리는 반세기 동안 사교육과 전쟁을 벌여왔다. 박정희 정부는 중·고교 평준화, 전두환 정부는 과외 금지라는 칼을 뽑아들었다. 다음 정부들도 입시제도를 숱하게 뜯어고치고 갖은 행정수단을 총동원했다. 그렇지만 사교육 시장은 끄떡도 하지 않고 줄곧 덩치를 키워왔다. 이 정부가 휘두르는 잔펀치 몇 방에 기세가 꺾일 사교육이었다면 이미 오래전에 생명이 다했을 것이다. 요사이 학원 숫자가 줄어들었다지만 그 이면에선 개인 과외업체가 2008년 6만1100개에서 작년 8만8400개로 급증했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한쪽이 튀어오르는 전형적인 풍선효과다.

사교육은 우리뿐 아니라 입시경쟁이 있는 나라에는 다 있다. 미국에선 초등학교 때부터 학과성적은 물론 펜싱·체스·바이올린 같은 예체능까지 전 분야 'A'를 목표로 하는 고액 과외가 성행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뉴욕 상위권 사립학교 학생의 절반 이상이 개인 과외를 받고 있고, 10년 새 사교육 시장이 2배로 커졌다. 신문에 소개된 한 학생은 SAT(수능) 대비 과외에 50분당 425달러, 선행학습 과목 과외에 100분당 750~1500달러씩 1년에 10만달러(1억1000만원) 이상을 과외비로 지출한다. 프랑스는 사교육 시장 규모가 연간 22억유로(3조2000억원)로 유럽에서 제일 크다. 정치·행정·상경계열 그랑제콜, 의과대학, 회계사 양성학교 등을 노리는 학생들이 학원에서 짧게는 1~2주, 길게는 1년씩 집중적으로 시험을 준비한다. 저널리즘 스쿨 준비반 수강료는 주 1회 수업 16주 코스에 2500유로나 된다. 독일에서는 과외 선생을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사설 교육기관이 호황이고, 학부모들이 갈수록 자녀 상담을 학교 교사보다 과외 선생에게 더 의지하는 추세다. 독일 사교육 시장은 연간 15억유로에 이른다.

사교육 열기만 놓고 보면 저들이나 우리나 별반 차이가 없다. 그렇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저들에게는 사교육이 극히 일부 계층, 일부 집단의 관심사일 뿐이다. 미국에 3500개의 대학이 있지만 입학 경쟁이 있는 대학은 상위 175개쯤이다. 일찍부터 성적 관리하고 스펙 쌓는 아이들은 이런 대학을 목표로 하는 극소수다. 프랑스나 독일도 마찬가지다. 공부에 흥미와 소질이 없는 아이들은 일찌감치 자기 적성을 찾아 다른 길을 간다.

반면 우리는 거의 모든 아이가 같은 출발선에 서서 일제히 대학 진학을 목표로 달려간다. 학부모들에게 왜 사교육을 시키느냐 물으면 10명 중 4명이 '남들이 하니까 불안해서'라고 대답한다. 공부도 운동·노래·그림·기계조립·목공 같은 수많은 재능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그런데도 많은 부모는 자녀의 재능이 어느 쪽인지 살펴볼 겨를도 없이 일단 사교육 대열에 뛰어들고 본다. 가정·학교뿐 아니라 우리 교육 시스템 자체에 아이들의 재능을 일찍 찾아내 진로를 설계해주는 기능이 없다. 저마다 잘할 수 있는 게 따로 있는데, 모두가 공부에만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건 비효율적일뿐더러 고통이다. 이 같은 구조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지금의 대치동이 일시 저문다 해도 이내 제2, 제3의 대치동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김형기 논설위원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9/24/2012092402640.html



Posted by 겟업
2012. 12. 25. 14:29


돈에도 서열이 있다. 현재 서열 1위는 물론 달러다. 처음부터 1등은 아니었다. 파운드화를 끌어내리고 쟁취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계기였다. 1944년 7월 미국 뉴햄프셔에서 전후(戰後) 세계 대표 화폐를 정하는 회의가 열렸다. 달러는 금 1온스당 35달러로 고정됐다. 다른 통화는 금 대신 달러를 기준으로 삼아야 했다. 그 유명한 브레턴우즈 체제다. 영국이 강하게 저항했지만 소용없었다. 돈의 서열은 국력이 결정한다. 미국의 국력은 당시 세계 1등이었다.

그 후 약 70년, 달러는 몇 차례의 통화전쟁을 모두 이겨냈다. 주로 강약 조절로 1등 자리를 지켰다. 나라 경제가 잘나가고 힘 좀 쓸 때는 강한 달러로, 빚이 늘고 경쟁력이 떨어지면 약한 달러로, 시절에 따라 능강능약(能强能弱)했다. 대개는 ‘약한 척’이 잘 통했다. 베트남 전쟁 후, 1차 석유 파동 때, 80년대 일본의 도전을 모두 ‘약한 달러’로 이겨냈다. 약한 달러는 만병통치약, 금세 미국의 수출을 늘리고 빚을 줄여줬다. 약한 달러를 만들기 위해 미국은 돈 풀기와 평가절하를 즐겨 썼다. 세계 각국이 비난했지만 들은 체도 안 했다. 유명한 일화도 있다. 닉슨 정부 시절 재무장관 존 코널리(John connally)는 ‘달러발 통화전쟁’을 걱정하는 각국 재무관료에게 “달러는 우리의 통화지만 (달러 가치 하락은) 당신들의 문제가 될 것”이라고 잘랐다. 당신들 걱정이나 잘 하라는 투다.

통화전쟁은 가끔 영토전쟁보다 격렬하다. 결과도 더 참혹하다. 이유도 없이 지는 건 물론이요, 지고도 진 줄 모른다. 일본 가나가와 대학 요시카와 모토타다(吉川元忠) 교수는 『머니패전(Money敗戰)』에서 “무형의 전쟁에서 패배하고는 기꺼이 자기 강산을 적의 손에 공손히 넘기고도 전혀 모르는 경우가 있다. 이런 패배야말로 더 비참하고 고통스럽다”고 썼다. 그는 1990년 일본 버블 붕괴를 ‘약한 달러’의 공격에 ‘강한 엔’이 패배한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제2차 세계대전 패배와 맞먹을 만큼 충격적”이었다고 돌아봤다.

요즘 다시 돈 전쟁이 불붙고 있다. 미국이 또 ‘약한 달러’를 꺼내들면서다. 지난주 미국은 한 달에 400억 달러씩, 기한 없이 돈을 풀기로 했다. 이른바 ‘양적 완화 시즌3(Q3)’다. 유럽·일본이 가세했고 곧 중국도 뛰어들 전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보름 사이에 미국·유럽·일본이 일제히 돈 풀기에 나섰다”며 “세계 금융사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당장 비난의 목소리가 크다. 경기는 못 살리고 인플레만 부추길 것이란 우려다. 브라질 재무장관 기도 만테가는 “미국의 돈 풀기는 신흥국 수출만 더 힘들게 만들 것”이라며 “브라질도 환율 방어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도 남의 일이 아니다. 벌써 외국인 자금이 몰려들고 있다. 미국이 돈 풀기를 발표한 다음 날,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채권을 1조6000억원어치 넘게 사들였다. 올 들어서만 40조원어치가 넘는다. 덕분에 주가는 2000을 넘어섰다. 원화 가치도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들어올 땐 좋지만 한꺼번에 빠져나갈 땐 큰 고통을 주는 게 외국인 자금이다. 이미 경험도 꽤 있다. 2010년 미국의 2차 돈 풀기 때도 그랬다. 오죽하면 “한국 시장은 외국인들의 현금자동출납기(ATM)” 소리까지 나왔을까. 주가·원화 값 오르는 것에만 취해 있어선 곤란하다. 필요하면 기준금리도 낮추고 자본 통제도 해야 한다.


그러나 이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금리를 동결했다. 기획재정부는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아직 손쓸 기색이 없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정권 입장에선 대선이 끝나는 연말까지 주가가 오르게 놔두는 게 낫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권 말, 유혹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없다. 원화가 몰락한 뒤엔 백약이 무효다. 하버드대 교수 니얼 퍼거슨은 『금융의 지배』에서 파운드화 몰락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1945년을 지나면서 영국인들은 한 가지 교훈을 얻었다. 국력이 강대해야만 그 나라의 화폐가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 아니면 결국 그 부담을 자신이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정재 경제부장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9406804&cloc=olink|article|default



Posted by 겟업
2012. 12. 25. 14:26

  • "마을 속에서 배운다, 생활 속에서 배운다, 주민들 협력해서 스스로 한다. 다른 곳에서 배우러 오면 제2의 풀무학교 제2의 홍동이 되지 말고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라고 해요."
풀무학교 대학과정도 설립
오전엔 교양, 오후엔 농사 배워… 20명이 공부… 20,30대 많아… 재능따라 미술·음악 가르치기도

유기농 첫도입 했는데…
도농 농산물 직거래 방식인 '꾸러미 조합'도 홍동서 시작… 年 매출 2배 이상 올라 의욕적

신협·생협 잘되고 있는지…
규모 커지며 아쉬운 점 생겨… 작고 소박해야 진짜 협동조합… 무이자 장기상환 신협 구상중


충청남도 홍성군 홍동면. 인구 3,700명의 시골마을이 심상찮다. 면사무소 옆으로 어린이집 도서관 출판사 생협가게 원예조합 비누공장 대안대학 등이 이어져 있다. 토요일이면 무료건강상담을 하는 곳에는 내년에 의료생협이 들어선다. 모두가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는 마을기업이거나 주민들이 직접 만든 공공시설. 전국 농촌에서 고령화가 걱정인데 저녁 어스름이 지자 젊은 주민들이 하나 둘 자녀를 데리고 이곳으로 모인다. 충남에서 홍성이 귀농인구가 가장 많고 그 중에서도 홍동면이 최고인 것은 바로 교육과 일자리와 문화가 협동조합 아래 어우려져 있기 때문. 홍동면은 한국에서 유기농 농사와 친환경 오리농법 논농사가 시작된 곳이며 최근 새로운 도농 직거래 방식으로 뜨는 '(농산물)꾸러미'도 여기서 시작됐다. 이곳이 이렇게 지역자치의 현장이 되기까지에는 지역에 뿌리내리는 건강한 평민 양성을 목표로 1958년 생겨난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풀무학교)가 큰 역할을 했다. 1960년부터 이 학교 교사를 하며 협동조합운동을 개척하고 2001년에는 2년제 대안대학인 풀무학교 전공부를 만든 홍순명(75) 밝맑도서관 이사장을 만났다. 

_이곳에는 젊은이도 아이들도 많이 보이네요.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 그러잖아요. 그런데 마을도 있으려면 아이가 필요해요. 아이가 있어서 마을이 윤기 나고 활력이 넘치고. 농촌에 정착하겠다며 이곳으로 옮겨오는 이들이 제법 있어요. 풀무학교(고등학교)를 만들 때도 지역에 뿌리 내리는 농민을 키우겠다는 것이었는데 갈수록 고등학교 교육만으로는 전문성을 갖추기가 힘들어졌어요. 대학에 가서 경쟁사회로 흩어지면 배운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싶고 요즘 대학은 대기업에서 일할 사람을 키워주는 하청공장처럼 됐어요. 그래서 풀무학교 전공부를 만들었어요. 오전에는 교양을 가르치고 오후에는 농사를 가르쳐요. 고등학교 정도의 학비에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여러 협동조합에서 일을 체험하고 농사도 직접 짓고요. 정원은 두 학년 30명인데 실제로는 20명 정도가 공부해요. 고등학교를 나오고 곧바로 오는 이들도 있지만 20, 30대가 많아요. 시골에는 농부만 필요한 게 아니거든요. 농사는 기본이지만 컴퓨터 전문가는 인터넷 농민장터를 운용할 수도 있고 화가는 그림을 가르칠 수 있어요. 풀무학교를 세우신 밝맑 이찬갑(1904~1974) 선생은 '현실주의자 이상주의자, 시인과 음악가 천문학자 지질학자 철학자를 모두 환영한다'고 했는데 그 말이 꼭 맞아요. 이들이 농사도 짓고 재능을 살려서 지역에서 가르치는 교사가 되면 학교에서만 교육이 이뤄지는 게 아니라 마을이 다 학교가 되는 거에요." 

_벌써 12년이 흐른 셈인데 졸업생들은 이곳에 농부로 정착을 하고 있습니까? 

"그럼요. 여기는 유기농 가르친다, 지역에 맞는 사람 키운다, 처음부터 알려주고 학생 모집하는데요. 매년 외지에서 10명 정도가 오면 다섯 이상은 이곳에 정착합니다. 여기 밝말도서관 사서도 초등학교 교사하던 부부가 와서 남편은 전공부를 마치고 농부로 농산물 유통에 나서고 부인이 도서관을 지켜요. 이 도서관은 책만 보는 곳이 아니라 아고라토론방도 있고 뿌리독서모임방 영사실도 있어서 주민들의 공부와 소통, 문화가 이뤄지는 중심이에요. 녹색당 충남지부당 결성식도 대전도 홍성읍도 아닌 바로 이 도서관에서 했어요. 서울대 작곡과를 나온 사람이 전공부를 마치고 채담이라는, 홍성유기농의 온실채소를 맡으면서 마을에 뻐꾸기합창단을 만들었어요. 할머니부터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 세대까지 20~30명이 매주 연습을 하니까 아주 잘해요. 마을에 행사가 있을 때마다 꽃이에요." 

_이곳으로 지역교사로 정착한 분도 많고요? 

"풀무학교 이사장이 되신 박완 선생님은 도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으신 분자생물학 권위자입니다. 이 분이 정년을 몇 년 남기고 풀무학교로 오시겠다고 하니까 경북대학교에서 극구 만류를 했어요. 전공부에는 교수 가운데 박사만 다섯 명이 됩니다. 그래도 다 학생들하고 일하고. 풀무학교 체육 선생님은 주민들이 참여하는 마을운동회를 만들었어요. 전국에서 가장 먼저 홍동면에서 지역신문이 생겼는데 자리가 잡히니까 '홍성신문'이 되어 읍으로 나갔어요. 전공부 졸업생이 인터넷으로 '마실학교'라는 지역신문을 만들었는데 인터넷 신문은 많이 보지 않잖아요. 그래서 집집마다 돌리는 진짜 마을신문을 만들자고 이 체육선생님이 나서서 주민들을 기자로 교육도 시키고, 드디어 나옵니다. 의정부에서 미술학원을 운영하던 분이 전공부 교사로 와서 주민들한테 풀과 꽃 생태그림을 그리는 걸 가르쳐서 전시회도 했어요. 어린이 그림을 그리는 류재수씨도 여기 살아요. 창밖에 별이 보이는 작업실이 소원이었는데 여기 지었어요. 출판사에서 맡은 일만 마치면 동네 어린이들을 가르치겠다고 하셔요. 홍익대 미대를 나오고 대안학교 교사를 하던 분이 오셔서 동네에 목공소를 만들더니 아이들한테 목공교실을 해요. 이런 거는 학교에서 가르치지도 않고 홍동 초등학교와 중학교도 있지만 공립학교 선생님들은 몇 년마다 바뀌잖아요.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우면 학급 애들하고만 어울리는데 이렇게 지역 학교에서 배우면 평생 배울 수 있고 다양한 연령층과 어울릴 수 있으니 여러 모로 좋습니다." 

_보통 농촌지역은 배타적이어서 외지 사람이 정착하기 어렵다던데요. 

"여기서는 온지 2, 3년 된 사람은 이주민이고 5, 6년 된 사람은 원주민이고 저처럼 60년부터 온 사람은 원시인이라는 말이 있어요.(웃음) 2004년에 조사해보니까 풀무학교 졸업생 가운데 150명 정도가 지역에 남았어요. 처음에는 진학공부를 안 시키고 노작교육이라고 해서 농사일을 시키니까 거부감이 많았지요. (박정희 정권 때나 군사독재정권 때는) 시류와 다른 이야기를 하니까 걱정하는 부모도 있었고요. 그러나 졸업생이 지역에서 활동을 하고 지역이 좋게 바뀐 걸 주민들이 인정하면서 이질감이 사라졌어요. 특히 유기농업은 1975년 풀무학교에 온 일본인을 통해 저희가 앞장서서 보급했고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벼나 과수 축산물을 관행농보다 나은 가격으로 다 팔아주니까 농민들이 사기가 살아났지요." 

_오리농법도 여기서 시작됐지요. 

"논에 오리를 넣어주면 제초제를 뿌리지 않아도 돼요. 일본 저자의 책을 읽고 창녕에 와서 하는 강의도 들었어요. 오리농법을 시작하고 그 분과 한일농민교류회를 8년째 계속 하고 있어요. 그런데 2008년에 조류독감이 크게 나자 오리가 조류독감 바이러스를 옮긴다고 확 줄었어요. 조류독감은 항생제 주면서 키우는 공장식 양계장에서만 나타나요. 그런데 과학자들은 이런 말을 안 해주고 정부는 양계장보다 오리 탓을 돌리는 게 충격이 적어서 그런지 오리농법을 자제하라 그러니까 농민이 자제인지 지시인지 아냐요. 대신 전국에서 우렁이를 쓰는데 이건 일급 해충이에요. 변종이 생기고 일본에 가보니까 우렁이가 벼를 다 먹어버려요. 오리농법을 되살리려면 오리를 소득원이 되게 해야 하는데 그동안 쓰던 청둥오리는 2,500원에 사넣고도 2,000원을 못 받아요. 몸집이 큰 흰오리로 품종을 바꾸고 5,000원만 받으면 농가수익이 되거든요. 오리가 논에서 먹고 크니까 사료수입 대체효과가 커요. 문제는 가공과 유통이라는 걸 홍성신문에 썼더니 농민들한테는 신품종 오리를 그냥 분양해주고 이익은 주민들과 나누겠다는 사람이 나타나 논의중이에요. 외국에서는 오리털이불이나 점퍼에 넣는 것도 다 가내수공업으로 해요." 

_지역활동에 어려움은 없습니까? 

"전에는 협동조합을 만들려고 해도 규제가 심해서 엄두를 못 냈어요. 햄과 소시지를 만들려고 외국에서 배우고 왔는데 100평짜리 시설을 반드시 갖추라고 해서 끝내 포기했어요. 그런데 금년에 협동조합법 시행령이 통과되어서 다섯 사람이면 협동조합을 할 수 있게 됐어요. 그걸 도와주는 인큐베이팅 조직인 '마을활력소'도 생겼어요. 먼저 10월에 할머니장터가 문을 열어요. 농촌이 고령화됐다고 문제를 삼는데 경험과 지혜가 있는 노인에게 일자리를 못 찾아주는 게 문제지 고령화 자체가 걱정은 아니에요. 농촌이라는 게 다 도시에서 20분 거리에 있어요. 그런데 홍동에서 만든 농산물이 생협 농협을 타고 다 서울로 갔다가 다시 재분배가 되어서 소비가 돼요. 홍동에서도 홍동에서 만든 걸 못 사요. 식품이 오락가락하면 온난화의 주범이잖아요. 지역농산물은 지역에서 팔자, 도시에 갔다 온 걸 사지 말고 20분 거리 지역 걸 사자. 할머니들이 텃밭에서 키운 걸 팔면 고스란히 할머니들 수익이 되고 된장 김치 한과도 팔 수 있어요. 내년에 가까이 내포신도시가 생기고 도청도 홍성으로 옮겨오니까 기대가 커요. 전공부 졸업생이 한의대를 졸업해서 유기농으로 한약재를 재배하는 조합을 만든다, 블루베리를 14집이 해서 전국 1등인데 이것도 집집이 생울타리를 해서 잼도 만들고 즐겁게 하자, 주민들끼리 의욕이 대단해요. 홍동에 귀농한 부부가 1년내 유기농 농사 지어봤자 수입이 500만원이더래요. 저축을 못하니까 아플까 걱정도 되어서 한달에 얼마씩 도시 사람들에게 받고 온갖 유기농채소 꾸러미를 정기적으로 보내주니까 연수입이 1,400만원으로 늘었어요. 제값을 받으니까요. 그래서 다섯집씩 모아서 이런 꾸러미 조합을 많이 만들려고 합니다." 

_풀무학교에서 선생님이 시작해서 지역으로 확산시킨 신협과 생협은 여전히 잘되고 있지요? 

"신협은 2,500명이 넘게 참여해서 출자금도 200억이 넘어요. 생협은 풀무학교에서 60년에 시작해서 79년에 동네에 넘겨줬거든요. 홍동면의 모든 농산물을 취급하니까 경리체계가 복잡해서 아이쿱에 위탁하게 됐어요. 둘다 커지고 전국조직에 들어가니까 아쉬운 점이 있어요. 수익을 지역에 환원해라 그래도 들어주기 어렵고. 학교만의 생협을 작게 만들었어요. 새로 생긴 생협이 10%를 지역에 내놓으면 원래 생협도 5%는 내놓지 않겠나.(웃음) 신협은 대출이자가 6.5%인데 고리채는 없앴지만 준은행 기능밖에 못해요. 이자 낮추라 그런다고 여기만 들어줄 수도 없고. 커지면 언제나 문제에요. 그래서 여기도 좋은 걸 또 하나 만들자. 전공부 졸업생이 농촌에 들어가려고 해도 땅값이 너무 올라서 먹지 않고 15년을 모아야 땅 1,000평을 살 수 있어요. 남의 땅을 붙여서 유기농으로 살려놓으면 주인이 내놓으라고 해서 비싸게 팔아요. 농노가 따로 없어요. 그래서 귀농할 사람이 땅 사는 걸 보태주고 이자 없이 장기상환 하는 신협을 구상하고 있어요. 신협도 생협도 더 주민중심으로 더 작게 하자." 

_뭐든 작게 하는 것이 중요한 건가요? 

"그렇죠. 작고 소박하게 지역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따라서. 그래야 진짜 협동조합이에요." 

_그런데도 홍동면의 인구 자체는 점점 줄고 있어요. 

"농촌의 기본적인 구조를 몇 사람이 바꿀 수는 없어요. 제가 그래요. 시골에서 50년을 있어보니까 악랄한 정권도 있고 학교를 핍박하는 때도 있고 농민이 떠나가는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썰물이 나가고 밀물이 오는 때가 되었다. 시골에 인구가 많은 게 아니라 질적으로 얼마나 생각하는 농민이 있느냐가 중요하고 도시사람들이 텃밭에 관심 가지면서 농촌적인 사고를 갖게 된 것이 중요해요. 이제 농촌과 도시가 협력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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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겟업
2012. 12. 25. 14:03

올해 초 인도네시아의 한 TV방송이 '갤럭시 슈퍼스타'를 인기리에 방영했다. 우리의 '슈퍼스타K'와 '위대한 탄생'을 본뜬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다. 한국의 대기업이 돈을 대고, 현지 한인방송 제작사와 기획사가 참여했다. 본선에 오른 11개 참가자(팀)이 서울을 방문해 9주 동안 머물면서 한국 멘토들의 지도를 받았고, 그 모습도 방송됐다. 베트남에서도 연말 방송을 목표로 같은 형식의 방송 프로그램 제작이 우리 자본과 인력에 의해 추진 되고 있다. 

■ 한류와 K-POP 덕분에 우리 TV 프로그램의 틀을 가져가 자국 출연자들로 다시 제작해 방영하는 나라가 늘어나고 있다. 중국과 베트남은 KBS '도전, 골든벨'을, 터키는 MBC'우리 결혼했어요'를 자국의 인기연예인들을 출연시킨'Just Married'로 제작해 방송했다. 기성가수들의 서바이벌 노래대결인 MBC '나는 가수다'는 지난해 말에 미국이 100만 달러를 주고 아이디어와 구성을 사갔다. KBS 'TOP 밴드'는 중국이 욕심을 내고 있다. 

■ 우리 방송도 예외는 아니다. 과거에는 일본 프로그램을 마구 베꼈지만, MBC의 '댄싱 위드 더 스타'나 KBS의'1대100'처럼 지금은 포맷을 사오고 있다. 수출보다는 수입이 훨씬 많다. 드라마와 다큐멘터리 자체뿐 아니라, 포맷이 중요한 문화전략상품인 시대가 됐다. 세계시장규모도 6조원으로 켜졌다. 지난해 BBC가 30여 개국에서 제작된'댄싱 위드 더 스타'하나로 1,680억 원이나 벌어들이면서 영국의 방송 포맷 수출은 110%나 늘었다. 

■ 포맷은 완성품에 비해 문화적, 정서적 이질감과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그래서 시장도 넓다. 방송 선진국들이 세계 어느 민족과 지역에도 통할 수 있는 새롭고 매력적인 오락프로그램과 드라마의 틀을 개발하는데 매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메인스트림>의 저자인 프레데릭 마르텔은 이를'포맷전쟁'이라고 부르면서 한국도 '참전국'으로 꼽았다. 이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방송들이 과감한 투자로 창의적 인재를 더 많이 길러내는 수밖에 없다.



이대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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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겟업
2012. 11. 5. 04:45

한 때 일부 가수가 '월드스타'라고 불린 적이 있었다. 그런데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들의 인기는 제한적인 지역에서 잠시 반짝했던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싸이는 다르다. 애플에서 운영하는 아이튠즈의 랭킹을 보면 북미, 남미, 유럽, 아시아 등 수십개 국가에서 상위권에 올라 있다. 유튜브의 2억번이 넘는 조회수와 기네스북 기록을 깨버린 "좋아요" 횟수도 이런 인기를 뒷받침한다. 그렇다면 과연 유례없는 인기의 비결은 무엇일까.

첫번째로 콘텐츠 요인을 들 수 있겠다. 일단 강남스타일은 댄스곡이므로 가사를 모두 알아들을 필요가 없다. 반복되는 후렴구 '예- 섹시 레이디'나 '오빤 강남 스타일' 정도만 따라할 수 있으면 된다. 로스 델 리오의 오리지날 '라 마카레나'에서 '헤이- 마카레나' 만 흥얼거려도 족했듯이.

댄스음악은 비주얼도 중요하다. 따라하기 쉬운 단순한 동작으로 사람들에게 '나도 따라해볼까'라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모던 테크노 음악의 고난도 댄스에 압도되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던 사람들에게 말타기를 연상케하는 싸이의 춤은 모처럼 해볼만 하다는 자신감도 부여했다. 그리고 이런 자신감은 군중들에게 쉽게 전염되어 집단화되기 마련이다. 인터넷에 올라온 수십편의 플래시 몹 영상이 이런 측면을 잘 보여준다. 

또한 싸이의 뮤직비디오에는 사람들이 주목하고 매력을 느끼는 대상이 다 녹아있다. 세련되고 아름다운 여인과 춤잘추는 꼬마와 거기에 대비되는 우스꽝스런 몸짓의 남자. 흔히 광고이론에서 얘기하는 세가지 매력요인 3B(미인 Beauty, 아이 Baby, 야수 Beast)가 모두 들어있는 셈이다. 이런 매력은 단시간에 사람들의 몰입도를 극대화시킨다. 

메시지의 소구 기제를 기준으로 본다면 유머와 성적 소구를 들 수 있겠다. 유머 측면에서는 '미스터 빈'의 무표정이 전세계인의 웃음보를 터뜨렸던 일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싸이의 곱게 벗어넘긴 머리와 검정색 정장, 그리고 선글라스는 그를 둘러싼 매력 만점의 사람들과 언뜻 조화를 이루는 것 같지만 갑자기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한심한' 동작으로 어필하는데 누가 넘어가지 않을 수 있을까. 싸이의 춤과 음악은 사람들을 무장해제시키는 묘한 매력이 있다.

성적 소구 부분은 양면성이 있다. 강남스타일이 여성의 동작과 몸매를 집중적으로 노출시키고 성관계를 연상시키는 동작을 통해 여성을 성적 대상화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미국 팝음악과 뮤직 비디오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이정도의 성적 소구는 '귀여운' 수준이다. 유머와 교묘히 배합된 성적 소구를 통해 싸이의 비디오는 사람들이 눈을 잠시도 떼지 못하게 한다.

두번째 요인은 확산 과정에서 누가 어떤 매체로 개입했느냐이다. CNN을 통해 해외로 노출된 것은 좋은 출발이었고 다른 주요 매체의 시선을 끄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싸이 열풍에 본격적으로 불을 당긴 계기는 서구 음악의 리더들이 줄줄이 싸이의 비디오를 소셜미디어 상에서 링크하고 소개했을 때였다. 그의 춤을 배워보고 싶다고 말했던 브리트니 스피어스, 미국 청소년의 우상 저스틴 비버와 매니지먼트 업체 대표 스쿠터 브라운, 유명 랩퍼 티페인, 심지어 엄숙하고 차분한 음악을 부르는 조쉬 그로반까지 이루 말할 수없이 많은 서구 셀레브리티들의 추천은 사람들에게 '한 번 들어보고 싶다'는 강한 동기를 부여했다. 외국 음악에 폐쇄적인 미국시장에서 싸이의 성공은 그들의 지원없이는 아마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콘텐츠 요인과 확산 네트워크만 갖춰지면 모두 성공할 수 있을까. 아마도 아닐성 싶다. 이런 요인들을 두루 겸비하는 것도 좋겠지만 오히려 어떻게 반죽하고 섞어내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리라 본다. 싸이는 예전에 '새'를 부를 때부터 강한 풍자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하는 음악과 춤을 특화시켜 왔다. 거기에 앞뒤 안가리고 몸을 던지는 싸이만의 캐릭터를 잘 구축해 왔기에 훌륭한 스타성이 갖추어졌다. 싸이는 '글로벌 스타'에의 도전을 꿈꾸는 이들에게 커다란 영감을 주고 있다.


김장현 미국 하와이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09/h2012092621011581920.htm

Posted by 겟업
2012. 11. 5. 04:38

이것은 모두 우연이다. 지난 9월9일 이탈리아 베니스영화제에서 김기덕 감독이 영화 <피에타>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그때 가수 싸이는 미국에서 자신의 트위터에 “나 또 〈ABC 뉴스〉에 나왔다”는 글을 올리고 있었다. 엽기발랄 싸이와 자칭 ‘열등감 괴물’ 김기덕 감독이 비슷한 시기 지구 반대편에서 떠오른 것은 무슨 조화일까? 공통점은 또 있다. 김기덕 감독은 몇 년 전부터 그러했듯 이번 베니스 시상식에서도 수상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아리랑>을 불렀다. 그보다 이틀 전 가수 싸이는 미국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VMA) 시상식 무대에 등장해 “기분이 너무 좋고 너무 행복하다. 이 무대에서 이렇게 한국말로 한 번쯤 말해보고 싶었다. 죽이지?”라고 한국어로 말했다. 그러나 그들이 갑작스레 한국 문화 대표선수로 떠오른 상황은 낯설고 어색하다. 우리의 질문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한국 비평계에서 어설픈 만듦세와 억지춘향식 상징체계로 비판했던 것이 서구에선 결함이 아닌 '에너지'로 사고된다는 인상이다. 김기덕 영화의 '불완전성'이 사회와 제도, 체제, 인간의 결핍을 더욱 강렬하게 드러낸다고 생각하는 듯하다.-영화평론가 장병원


자신을 초라하게 여겼던 자의 자기 구원

김기덕 감독은 1960년 경상북도 봉화의 산간마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상이군인이었고 어머니는 시각장애인이었다. 어려서는 매 맞는 것에, 14살부터는 고된 일에 단련이 됐다. 자신의 삶을 고백한 영화 <아리랑>에서 “폐차장에서 일할 때, 전자제품 공장에서 일할 때, 거리에서 그림을 그릴 때 내가 항상 초라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가장 먼저 그를 구원한 것은 영화였고 다음으로는 이국적인 문화였다. 1990년 김기덕은 가진 돈을 모두 털어 프랑스행 비행기에 오른다. 가난하고 배움이 짧았던 그는 파리에서 처음으로 영화를 보고 거리의 화가로 떠돌며 시나리오를 구상했다.

오랜 기원은 성취됐다. 9월14일 <피에타>는 누적 관객 수 20만 명을 넘어섰으며, 9월11일 열린 기자간담회 뒷자리는 그를 섭외하려는 방송사 제작진들과 그에게 지지의 변을 듣고 싶은 정치인들이 보낸 사람들로 북적였다. 영화 <아리랑>에는 여러 명의 김기덕이 나온다. 박해받는 김기덕, 세속적인 욕망에 가득 찬 김기덕, 광폭한 김기덕, 불쌍하고 하찮은 김기덕…. 영화 <아리랑>은 정말 끝난 걸까? <피에타> 홍보를 위해 오랜만에 대중 앞에 나선 김기덕 감독은 그중 한 명의 김기덕 감독인 듯 보이기 때문이다. 일체의 지면 인터뷰를 사절하고 <강심장> <두드림>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 <손석희의 시선집중>, 그리고 기자간담회 등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자리에 나온 그가 가장 많이 한 말 중 하나는 “나도 사람이다”라는 것이다. 영화가 불러일으킨 변태나 사이코 같은 비정상적 이미지, 관객과의 불화, 평단과의 불화로 짊어졌던 짐을 내려놓으려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아리랑>에서 “난 영화를 찍고 싶다고. 이렇게라도 해서 영화를 찍고 싶다고. 영화를 찍어서 계속 영화감독을 하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울부짖던 50대의 중년 남자는 분노에 지치면 이렇게 흐느낀다. “수많은 영화제들 그립습니다. 당신들의 영화제가 저를 발견해주지 않았다면 저는 아무것도 아니었겠죠. 그냥 흥행에 실패한 영화감독이겠죠. 당신들이 저를 선택해 저를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한국에서 어떤 성과도 내지 못했지만 김기덕을 인정해주는….” 사람들을 믿을 수 없어 오두막에서 혼자 벽을 보고 중얼거리던 그를 구해준 손길은 밖으로부터 찾아왔다. 18편의 영화 중 굵직한 해외 영화제 수상 기록만 30번이 넘는다. 이번에 수상한 이탈리아 지역에서 김기덕만을 다룬 평전과 분석서만 3권. 김기덕의 스타일에 영향을 받은 영화인들과 음악인도 많다.

» 배우 이정진은 <피에타>가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것을 두고 올림픽 경기 금메달에 비겼다. 한 예술인의 영광스러운 순간을 국가의 성과로 읽는 것은, 한국 사람들에겐 차라리 '상식'에 가까웠다.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수상 소식에 손을 흔드는 김기덕 감독. <씨네21> 최성렬

아시아의 거장에게 영화제가 없었다면?

서구 비평가들이 쓴 김기덕에 대한 글에서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그가 가난하고 많이 배우지 못했으며 파리에서 영화를 처음 접했다는 사실이다. 독일의 영화학자 토마스 쾨브너가 엮은 <영화감독. 전기. 작품 설명. 작품 목록>엔 이렇게 적혀 있다. “김기덕은 국제 영화 무대에서 인정받는 예술인으로 등극했지만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는 박찬욱 등의 감독과는 달리 자국에서 인정과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사회의 미천한 사람들이 등장하는 그의 사이코섹슈얼한 우화가 한국 영화 관객에게는 너무도 낯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김기덕의 인정사정 없고 비정한 관계의 자화상들이 고유한 예술작품의 지위를 갖는다.” 영화평론가 장병원씨는 “한국 비평계에서 어설픈 영화의 만듦새와 억지춘향식 상징체계로 비판했던 것이 서구에선 영화적 결함이 아닌 ‘에너지’로 사고된다는 인상이다. 김기덕 영화의 ‘불완전성’이 사회와 제도, 체제, 인간의 결핍을 더욱 강렬하게 드러낸다고 생각하는 듯하다”고 전한다. 김기덕 감독은 곧잘 한국 평단의 비판과 홀대를 이야기하지만, 우리 평단에도 김기덕을 지지하는 평론가와 그렇지 않은 평론가가 있는 것처럼 유럽도 그렇다. 프랑스 영화전문지 <카이에 뒤 시네마> 편집장은 “우리 잡지는 대부분의 프랑스 미디어와 달리, 겉만 번드레한 그의 영화에 결코 지지를 보낸 적이 없다. 칸에서 상영했던 <아리랑>은 정말 비극이다”라고 혹평했다. 중요한 것은 한국에서 국외자였던 김기덕 감독이 유럽에서는 아시아 영화의 한 조류를 형성했다는 사실이다. 홍상수 감독이 프랑스에서 ‘누벨바그’의 전통을 잇는 감독으로 여겨진다면 “김기덕은 프랑스 영화의 한 전통인 ‘시네마 뒤 룩’(내러티브가 아닌 이미지를 중심으로 영화를 사고하는 경향)의 긴밀한 영향 아래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영화평론가 마르쿠스 슈티글레거)고 한다.

지난해 열린 부산영화포럼에서 한 발제자는 “천카이거와 장이모 감독에게 영화제가 없었다면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라고 물었다. 그리곤 지금도 중국 공안 당국과 불화하는 자장커 감독은 물론 대만의 차이밍량과 허우샤오셴, 일본의 가와세 나오미와 고레에다 히로카즈, 한국의 김기덕 감독도 그 예로 들었다. 1970년대에는 구로사와 아키라 등 일본 영화감독들이 영화제를 통해 이름을 알리고 자국의 대표로 자리잡았다. 지금은 영화제가 발견한 아시아 여러 국가의 영화감독들이 ‘아시아 영화’라는 조류를 형성한다.

싸이에게 유튜브가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7월15일 발매된 싸이 6집 <싸이육갑(甲)>은 음원 공개 직후 주요 음원 사이트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국내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한국 대중음악 시장의 빠른 소비 구조와 10대 팬덤을 중심으로 한 아이돌 편대에 밀려 가온차트에서 발표한 7월 종합 순위는 4위를 찍었다. 여기까지는 싸이가 평소에 날려오던 기본타. 속속 발표되는 신곡들이 <강남스타일>을 치고 올라오려고 할 때쯤 예상치 못한 반전이 벌어졌다. “커피 식기도 전에 원샷 때리”며 무대 조명을 내리려던 싸이가 다시 사이키 조명을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마카레나>, <투낙투낙툰> 계보 잇는 음악

출발은 미국이다. 7월30일, 미국의 유명 래퍼 티-페인이 93만 팔로어에게 “이 영상이 얼마나 놀라운지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며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소개했다. 빠르게 번져나간 입소문은 8월2일 유튜브에서 1천만 조회 수를 기록하게 했고, 다음날 〈CNN〉에서는 <강남스타일> 열풍 조짐을 뉴스로 다뤘다. 지금도 그의 유튜브 조회 수가 경신될 때마다 미국 내 여러 매체에서 빠르게 기사로 다룬다. 영국에서는 <강남스타일>이 〈BBC 라디오1〉에 소개되기도 하고, 무가지인 <메트로> 문화면에서 비중 있게 보도되기도 했다. 9월10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1천 명의 사람들이 모여 <강남스타일> 플래시몹을 벌이기도 했다.

<강남스타일>은 애초에 내수용으로 기획된 음악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음악과 비디오는 이미 외래적이고 잡종이다. 서정민 <한겨레> 음악전문기자는 <강남스타일>을 스페인의 로스 델 리오 듀오의 <마카레나>나 ‘뚫흙송’으로 알려진 인도 가수 달러 멘디의 <투낙투낙툰>의 계보를 잇는 음악으로 본다. 다만 <마카레나>나 <투낙투낙툰>이 자국 스타일로 만들어져 세계의 돌림노래가 됐다면 중독성 강한 <강남스타일>은 국적불명이다. 처음에 타이 사람들은 ‘깜난 스타일’(동네 면장 스타일)로, 미국 사람들은 ‘오픈 콘돔 스타일이야’로 알아들었다고 한다. 김수정 충남대 교수(언론정보학)는 “전세계 클럽에서 유행하는 일렉트로닉 음악을 기본으로 하는데다 강남을 풍자하는 우리만의 문화 코드, 서구의 성적 코드, 심지어 인도 영화의 뮤지컬적 요소마저 지니고 있는 혼종성을 지닌 음악”이라고 분석한다. <강남스타일>은 투기를 통해 축적된 부로 강남에 입성한다고 곱잖은 시선을 보내지만 실은 모두가 강남에서 살고 싶은 우리들의 모순된 욕망을 우스운 제스처로 날려버린단다. 서구인들은 노홍철이 엘리베이터에서 싸이를 다리 아래에 깔고 춤추는 장면을 동성애 암시로 받아들인다. 김수정 교수는 “우리의 문화 경험은 이미 여러 나라의 문화적 혼종이다. 유튜브를 통해 여러 나라의 문화적 수용자를 만나는 순간 더 다국적인 문화 경험으로 해석되고 확장한다”고 했다.

싸이가 말춤을 타고 달릴 수 있었던 토양은 이렇다. “한국의 콘텐츠를 본다는 데 감격해 <강남스타일>을 한국 문화 진출로 인식하지만 외국의 한류 소비층은 대부분 일본을 통해 아시아의 문화적 체험을 거친 층이다. 프랑스에서 한국 드라마 시청자는 일본 만화 망가에 빠져들었던 30대가 대부분이다. 이미 동아시아 문화 경험이 있는 마니악한 층이다.”홍석경 프랑스 보르도대 교수의 진단이다. 10대는 유튜브를 통해 그보다 빠르게 케이팝과 <강남스타일>을 접한다. 속도는 빠르지만 휘발성이 강하다. 물론 한국 문화가 서구에 알려진 것은 최근의 현상이고 폭발적이고 단박에 드러나며 빠른 속도로 일본 문화를 대체하고 있다는 점은 눈에 띈다.

» 올여름 강남을 스스로 풍자하며 한국적인 재미를 추구한 <강남스타일>이 세계의 돌림노래가 됐다. 이 노래는 서구적인 웃음 코드, 세계적인 음악 추세인 일렉트로닉 팝과 훅송으로 만들어질 때부터 국적 불명, 혼종적인 노래였다는 분석이 많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근본 없음’이 오히려 케이팝의 저력

싸이의 <강남스타일> 흥행이 유튜브에서 뮤직비디오를 퍼나른 자발적 문화 전파자들에게서 시작됐다면 한국 아이돌 음악을 위시한 케이팝은 기획사라는 전략기지에서 출발한다. 첫 번째로 꼽히는 것이 JYP엔터테인먼트의 원더걸스의 미국 진출이다. JYP가 원더걸스로 미국 진출을 시도했을 때 1960년대 미국 대표 레이블인 모타운 걸그룹 사운드를 표방했으나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규모의 경쟁력을 내세워 유럽으로 출격했다. 홍석경 교수는 “서구 보수 중산층의 취향을 거스르지 않는 한류 아이돌 콘텐츠, 팬과 스타가 밀접한 관계를 갖는 한국 특유의 팬문화가 유럽인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신문과 방송> 2012년 6월)고 전했다. 물론 이는 다문화적 경험을 가진 유럽에서도 극소수의 경향일 뿐이다. 음악평론가 차우진씨의 진단은 이렇다.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는 길지 않고 아이돌 음악의 역사는 더 짧다. SM엔터테인먼트의 음악은 ‘전신’이라고 할 만한, 영향력 있는 무엇이 없었다. 이런 근본 없음이 오히려 플러스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이런저런 시도를 하며 색깔을 만들어오다가 해외 진출을 목표로 유럽 작곡가를 대거 기용해 함께 작업하는 과정을 통해 혼재된 어떤 것이 반응을 일으킨 것이다.” 강명석 <10아시아> 편집장은 ‘홍종’을 끄집어내며 이렇게 말했다. “싸이의 뮤직비디오는 미국 코미디 프로그램 〈SNL〉을 닮아 있다. 김기덕 감독은 영화제라는 오래된 방식을 통해 해외로 퍼져나갔고 싸이는 유튜브라는 새로운 형식을 탔지만 이력부터 이미 해외 대중문화적 요소가 침투해 있었다. 세대별로 교류하는 방식이 변화하는 건데 문제는 어떤 한국적인 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느냐가 아니다. 김기덕에게 영향을 끼친 에곤 실레의 그림, <강남스타일>에 포함된 미국의 코미디쇼 〈SNL〉과 〈LMFAO〉 등이 김기덕과 싸이에게 어떻게 흡수되고 다시 그들의 스타일을 입고 얼마나 어떻게 퍼져나갔느냐가 중요하다.” 물론 김기덕 감독의 뚝심과 즉물적 감각, 장갑차 퍼포먼스에서 흠뻑쇼까지 대중이 모인 곳이면 한바탕 놀아젖히는 싸이의 광대 기질은 필수적인 흥행 요소다. 김기덕과 싸이, 그들의 세계는 한국은커녕 어디서도 뿌리를 찾기 어려운 혼종 대표선수다.

김기덕에게 영향을 끼친 에곤 실레의 그림, <강남스타일>에 포함된 미국의 코미디쇼 〈SNL〉과 일렉트로닉 듀오 LMFAO 등이 김기덕과 싸이에게 어떻게 흡수되고 다시 그들의 스타일을 입고 얼마나 어떻게 퍼져나갔느냐가 중요하다.-강명석 <10아시아> 편집장

“동아시아라는 공동체는 어떨까?”

우리는 온갖 ‘근본 모를 것’들의 문화적 범람을 목도하고 있다. 케이팝이라는 장르를 한국 대중음악으로 해석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케이팝의 진출을 한국 문화의 진출로 볼 수 있을까? 프랑스에서 한류 드라마를 보는 30대와 케이팝을 듣는 10대처럼 세대적인 문화 소비 규칙이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은 확실해 보인다. 재미있는 건 이런 현상을 두고 한국에서만 유독 ‘한국의 콘텐츠’에 방점을 찍는다는 점이다. 2011년 부산영화포럼에서는 “미래에 우리 영화들은 다른 사람의 얼굴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대신 동아시아라는 넓은 공동체는 어떨까” 하는 질문이 던져졌다.



“싸이는 가가, LMFAO처럼 세상에 없던 사람” 
싸이 제작자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 인터뷰

» YG 엔터테인먼트 제공
싸이의 6집 앨범 작업 중 제작자로서 어떤 가이드라인을 잡았나. 
좀더 싸이다워지라고만 조언했다. 개인적인 풍파를 겪으며 음악이 예전보다 착해지는 느낌이었다. 싸이 전성기 때 모습의 재기를 바라며 이런저런 응원을 했던 게 힌트가 되지 않았을까. <새> <챔피언>에서처럼 대중이 가장 싸이답다고 생각했던 지점을 돌아보라고 했다.

유니버설뮤직과 해외 활동 매니지먼트 계약을 했는데. 
거대 매니지먼트와의 계약보다 더 중요한 지점이 있다. 스쿠터 브라운이라는 창의적인 제작자를 만났다는 사실이다. 그는 유명하지 않은 사람을 찾아서 스타를 만드는 탁월한 감각을 가진, 세계에서 가장 핫한 제작자다. 그와 함께 새로운 음악과 방송 패러다임을 만들어가는 데 싸이도 뛰어들게 됐다.

수익은 얼마나 되는가.
아직 수익 발생 단계가 아니다. 싸이가 미국 활동을 위해 홍보를 하는 처지이기 때문에 몇 달은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케이팝의 가장 큰 시장은 일본인데, 이번을 계기로 판도가 바뀔 수 있을까. 
일본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지리적으로 가까운데다 미국과 비등하게 시장이 크다. 아이돌 문화가 일본에서 건너오기도 했고. 그러나 아이돌 중심의 케이팝은 언젠가 한계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싸이의 미국 진출로 해외 전략에 변화가 생겼는가. 
미국이나 유럽은 전략을 짜서 들어갈 만한 시장이 아니다. 아이돌 중심의 한국 대중음악과 미국·유럽의 대중음악 자체가 다르다. 그러니 가장 기본적인 음악, 차별성, 개성이 화두가 되어야 한다. 대중은 싸이에게서 코믹한 것만 본 게 아니라 이런 세 가지를 느낀 듯하다. 레이디 가가나 LMFAO처럼 이 세상에 없던 사람들이 무대를 점령해왔다. 싸이는 지금 그런 계보를 잇고 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http://h21.hani.co.kr/arti/cover/cover_general/32965.html


Posted by 겟업
2012. 9. 23. 03:21

고등학교 1학년 때다. 아침엔 맑았는데 오후에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병환 중이던 아버지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우산을 들고 학교로 찾아오셨다. 정문 앞에 삐뚜름하게 서 계신 아버지를 발견하고 눈물인지 빗물인지 앞을 가려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그날 아버지와 아들은 우산 하나를 나눠 쓰고 겨드랑이에 서로 체온을 느끼며 집에 왔다. 아버지는 그해 돌아가셨다. 아버지를 떠올릴 때마다 검정 우산이 생각난다. 

중국 관리들은 자리가 높고 낮음을 떠나 다른 사람이 받쳐주는 우산을 쓴다. 시찰할 때, 연설할 때 곁에는 으레 우산 든 사람이 있다. 심지어 어린이 행사 때 어린이에게 우산을 들게 해 지청구를 듣는다. 중국인에겐 미국·러시아 대통령이 부인에게 우산을 받쳐주는 모습, 영국 여왕이 스스로 우산 든 모습이 신기하고 부럽다. 몇 해 전 원자바오 총리가 수해 현장 진흙탕에서 손수 우산을 든 사진이 그들을 감동시켰다. 

▶10년 전 서울에서 근무한 험프리 영국 대사는 초저녁 정동길을 산책하다 소나기를 만났을 때 말없이 우산을 건네준 젊은 남녀를 잊지 못한다. 관저에서 불과 10분 거리였지만 우산도 없고 비 피할 데도 없었다. 젊은 커플은 각기 우산을 갖고 있었고 그중 하나를 선뜻 내주고 사라졌다. 올여름까지 재직한 충북 음성경찰서 서장은 생일을 맞은 경찰관들에게 우산을 선물했다. 비바람을 막아주는 우산처럼 시민과 가정과 사회를 지켜 달라는 의미였다. 

▶태풍이 몰아친 그제 낮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40대 경찰관이 휠체어 탄 30대 남자 장애인에게 한 시간 동안 우산을 받쳐줬다. 이 장애인은 오전부터 비를 맞으며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다. '중증 장애인에게도 기본권을 보장해 달라'는 피켓을 든 채였다. 경찰관은 "오늘은 태풍 때문에 위험하니 이만 들어가고 다음에 나오시는 게 어떠냐"고 했다. 장애인은 "오늘은 내가 (시위) 담당이라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몸이 불편해 우산도 들 수 없었다. 경찰관은 아무 말 없이 제 우산을 펴 들었다. 

▶카메라 렌즈에도 빗방울이 맺혀 어제 신문에 흐릿한 사진이 실렸지만 우산 아래 묵묵히 앉고 선 두 사람 모습이 도드라져 보였다. 지난 7월 비 오는 날에도 일본 대사관 앞에서 40대 경찰관이 위안부 소녀상(像)에 우산을 씌워주는 사진이 사람들 마음을 적셨다. 여의도엔 국민이 비 맞을 때 우산을 내미는 지도자가 있고 거꾸로 우산을 뺏는 지도자도 있다. 그걸 가려내는 일이 쉽지는 않다. 우산은 저 혼자 쓰면 겨우 비를 가리지만 남에게 건네면 아름다운 감동이 된다.



김광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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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9. 23. 03:20

형량 강화만으론 범죄 줄어드는 효과 크지 않아…
가용 자원 모아 단기·중장기 대책 동시에 실행하고 시민단체·학교 등 범죄 예방 협력을

 이창무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범죄는 사회가 생긴 이래 사람들 곁을 떠난 적이 없다.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몰라 두려운 존재다. 그래서 범죄 문제는 빈곤 해결이나 남북통일보다도 어렵다. 범죄는 인류가 있는 한 사라질 리 없다.

범죄 문제 해결이 어려운 건 복잡하기 때문이다. 범죄는 수많은 요인이 결합해서 발생한다. 원인이 다양하고 복잡하니까 정확한 진단 또한 어렵다. 고려해야 할 변수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범죄는 본능적이다. 강한 욕망의 굴레에서 범죄는 발생한다. 사람들은 지금껏 뭔가 기막힌 해결 방안을 기대해왔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범죄를 한 방에 보낼 만병통치약은 없다고 역사는 증명한다.

그렇다고 손을 놓은 채 뒷짐을 지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범죄 억제를 위한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사람 생각을 바꾸거나, 아니면 환경을 바꾸는 것이다. 교육을 통하거나 겁을 줘서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게 하는 것이 사람 생각을 바꾸는 방법이다. 문명사회에서 인간은 누구나 끊임없이 범죄는 나쁜 것이고 저지르면 안 된다는 교육을 받는다. 때리거나, 가두거나, 심하면 처형하는 것과 같이 겁을 주는 방법도 사실 또 다른 코딩(coding)이다.

그러면 형량(刑量) 강화와 같이 겁을 세게 주면 범죄가 줄어들까. 요즘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여론의 질타가 잇따르지만 형량 강화만으로는 효과가 크지 않다. 17세기 영국 런던은 극심한 범죄로 몸살을 앓았다. 궁여지책으로 사과 한 개를 훔쳐도 사형에 처했다. 열 살짜리 소년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범죄는 줄어들지 않았다. 미국에서 1975~1989년 사이 평균 선고 형량을 3배 늘렸더니, 결과는 범죄율 증가로 나타났다. 요즘 문제가 되는 아동 음란물도 미국에서는 제작이나 광고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으면 최소 15년형을 받지만 그래도 아동 음란물은 범람한다.

범죄자들에게 미래 가치는 높지 않다. 범죄를 저질러 생기는 가치는 당장 지금이고 처벌은 훗날 얘기다. 그것도 잡힌다는 가정에서 말이다. 사람을 죽이면 극형(極刑)을 받는다는 걸 모르고 살인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살인이나 성폭행 모두 잡히면 크게 혼난다는 것을 알고도 저지른다.

물론 형벌은 법과 질서의 기본 조건이다. 형량 강화와 같은 처벌 위주 대책만으로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얘기다. 범죄는 사회문제의 부산물이다. 범죄를 유발하는 환경요인을 해결하지 않는 한 범죄는 크게 줄어들 수 없다.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자식을 굶겨 죽이는 부모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처벌 일변도의 대책은 한계가 있다.

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까닭이다. 만약 경찰이나 검찰 같은 법 집행기관의 노력만으로 범죄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범죄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이다. 단속 경찰관을 매달고 차량을 질주하는 세상인데 공권력만으로 범죄를 억제하겠다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고 어림없는 얘기다. 사회의 가용(可用) 자원을 모아서 단기와 중장기 대책을 동시에 강구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범죄로 이어지는 경로를 막아야 하는 것이다. 몇 곳이라도 막다 보면 그만큼 범죄는 줄어들게 된다.

또 시민단체, 학교, 보안업체 등이 경찰·검찰과 함께 범죄 예방에 나서야 한다. 이른바 '협력치안' '융합치안'이다.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시민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범죄 예방과 억제는 어렵다. 시민 참여가 필요한 부분은 정부 각 부처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줘야 할 것이다. 비용이 필요하면 예산 지원을 해야 하고, 봉사 실적을 원한다면 인정해줘야 한다.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이 없는 것처럼 범죄 대책 역시 마찬가지다. 문제는 의지고, 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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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9. 23. 03:20

지난주 중국 톈진에서 열린 제6차 하계 세계경제포럼(WEF·일명 서머 다보스) 회의에 참석했다. 포럼의 한 관계자가 필자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한국 정부가 WEF와 공동으로 추진해 온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가 이제 국제기구로 자리 잡게 되었으니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이냐는 이야기였다.

‘녹색성장’ 하면 4대 강 사업이나 원전 확대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다 보니 그의 칭찬이 바로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 GGGI도 같은 이유로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얼마 전 홍익표 민주통합당 의원이 이 기구를 “방만한 예산 운용과 사업집행 부진, 회계보고자료 조작, 각종 예산낭비 등 총체적 부실덩어리”라고 규정하고 “국제기구로의 전환에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든 의혹을 털고 가자”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물론 의혹이 있으면 털고 가야 하지만 GGGI 국제기구화 지연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사실 그동안 MB 정부가 외교 목표로 설정했던 ‘글로벌 코리아’의 성과는 미미했다. G20 정상회의나 핵안보정상회의 같은 이벤트는 모두 미국 주도의 행사였고, 우리가 순번제로 주최국을 맡은 것뿐이었다. 그러나 GGGI 구상은 다르다. 우리 정부가 먼저 아이디어를 냈고, 이를 국제사회에서 주도적으로 의제화한 데다 뜻을 같이하는 다른 나라들의 재정지원을 받아 새로운 국제기구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이만하면 대단한 외교적 업적이다.

2008년 8월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어젠다를 처음 꺼내들었을 때만 해도 국내외 분위기는 다분히 냉소적이었다. 70년대 초 로마 클럽이 ‘성장 한계론’을 공론화한 이래 성장을 위해서는 자원과 에너지 투입이 필수적이고, 따라서 자원 고갈과 환경 파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기술을 통한 자원한계의 극복’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허만 칸이나 줄리앙 사이먼 같은 소수의 풍요론자(Cornucopian school)들로 제한돼 왔다. 서구에서도 외면해 왔던 이슈를 한국 정부가 녹색성장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주도권을 잡은 셈이다.


그 결과가 6월 12일 리우 세계환경회의에서 채택한 GGGI의 국제기구화를 위한 합의의정서였다. 노파심에서 말해두자면 이 의정서에는 4대 강도 원자력 발전소도 없다. 첨단기술의 개발과 공유를 통해 성장과 환경 사이의 균형을 모색하고 빈곤퇴치, 고용창출, 사회통합, 지속가능한 환경보전 등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선진국과 후진국,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간에 가교 역할도 하겠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아이디어를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국제적 의제로 만들어 나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부터 시작해 유엔, G20, APEC 같은 다자회의는 물론 많은 양자회의에서도 녹색성장의 중요성과 긴급성을 꾸준히 설득했고, 세계경제포럼 같은 민간기구와 협력해 유수한 글로벌 기업인들의 동참을 유도해 낸 것도 의미가 깊다. 덴마크와 가이아나 등이 이미 이 의정서에 대한 비준을 끝냈고, UAE·노르웨이·카타르·필리핀·코스타리카·에티오피아 등의 비준 동의서도 곧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슷한 비전을 공유하는 중견 국가들에 공을 들인 정부의 노력이 한몫했음은 불문가지다.

내친김에 돈 문제도 살펴보자. 그동안 한국은 국제사회의 봉이었다. 부담금만 내고 권리는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나 GGGI의 경우 덴마크와 아랍에미리트, 호주, 영국 등 총 일곱 나라가 이미 연간 500만 달러의 사업비를 각각 다년간 약정했고, 일본과 독일 등도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을 사업비로 공여한 바 있다. 민간기업들도 기금 공여에 참여하고 있다. 그간의 ‘봉 노릇’에 비하자면 신선한 충격이라 할 만하다.

특히 가장 큰 소득은 한국이 장기적으로 녹색성장의 국제거점국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와 인천시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세계기후변화기금(Green Climate Fund) 유치에도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1세기의 IMF’로 불리는 기후변화기금까지 우리가 유치하게 되면 근무인원만 1500명에 달하는 국제기구가 송도에 자리 잡게 된다. 그쯤 되면 한국을 녹색성장의 메카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GGGI는 분명 매뉴얼로 만들어 두고두고 활용해도 좋을 만한 가치가 있는 외교적 성과다. 이제 국회는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조속히 비준에 나서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이 기구가 정파적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국가적 자산이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만의 하나 정치쟁점화돼 국내 승인이 지체된다면 손해보는 것은 우리 자신이 될 공산이 크다는 점에 유념해야 할 것이다.


문 정 인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aid/2012/09/17/8961722.html?cloc=olink|article|default

Posted by 겟업
2012. 9. 23. 03:18

앞으로 5년간 이 나라를 이끌 새 대통령 선거일이 90여일 밖에 남지않았다. 그러나 어려운 여건 속에서 매일의 생계를 꾸려나가야 하는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번 대통령 선거의 특별한 의미를 차분히 생각해볼 겨를조차 없었을 것으로 본다.

게다가 정치권은 종합적으로 정리된 정강정책 마련보다 인기영합적 정치흥행에만 급급하여 국민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대통령의 리더십은 항상 중요하다. 그러나 앞으로 5년간 다루어야할 주요국정과제를 곰곰히 생각해보면 대한민국의 발전사적 관점에서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먼저 성장과 복지의 균형 있는 경제·사회체제 구축으로 사회통합을 이루어야하는 어려운 국정과제가 있다. 소득분배의 악화와 양극화는 한마디로 세계화의 가속화와 지식사회의 심화에 수반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체제적 문제이다.

따라서 저소득층과 사회적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강화, 그리고 영세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지원 등 당장 필요한 대책과 함께 좀 더 중장기적 안목의 일자리 친화적 성장정책과 교육개혁 등 원천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교육개혁은 그 자체가 무엇보다 우선돼야할 국정과제임은 재론의 여지조차 없다. 지금 세계는 지식사회의 심화가 가파른 속도로 진행되는 와중에 있다. 자연자원과 자본보다 사람과 지식이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며 개인과 기업, 나아가 국가의 경쟁력은 새로운 지식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혁신(innovation)과 생산성(productivity)으로 연결시키느냐에 달려있다.

따라서 기존 교육제도와 교육방법의 근본적 개혁과 함께 탄력적인 평생교육과 훈련·재훈련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따라서 필자가 기회있을 때마다 주장해 온 바와 같이 이번에는 반드시 교육개혁에 국정의 우선순위를 둘 “교육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남북통일 준비는 또 하나의 주요국정과제이다. 앞으로 5년은 한반도 통일의 구체적 기틀을 마련해야할 중요한 시기로 봐야한다. 어떤 시나리오에 의한 통일이든 통일의 기회는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반도의 통일은 독일의 경우에서처럼 남북한 당사자 간의 합의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한다.

주변국들과 국제사회의 지원과 협력 없이 한반도 통일이 가능하겠는가. 따라서 평소 성숙된 외교를 통해 주변국들과 긴밀한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주변국과 국제사회가 통일된 한국이 이 지역과 나아가 전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도록 해야한다. 통일된 강한 독일을 두려워했던 이웃의 지도자들을 직접, 그리고 미국과 구소련을 통한 간접 외교로 설득해냈던 구서독 헬무트 콜 수상의 리더십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그리고 평소에 국제사회 전반과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의 호의(good will)를 꾸준히 쌓아야 한다. 특히 많은 개발도상국을 위한 공적개발원조(ODA)를 확대하는 등 이들 나라의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또한 기후변화 등 범지구촌적 문제해결에 솔선수범해야 한다.

이러한 차원에서도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에서 아직도 개도국 지위 유지를 고집하는 등 국제사회의 신뢰를 저버리는 외교는 하루 속히 끝을 내야 한다. 지난 2010년 서울 G20 정상회의 이래 많은 개도국과 선진국들이 한국의 적극적인 글로벌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다는 고무적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현재 계속 하락하고 있는 우리경제 성장잠재력을 제고하는 것도 시급하다. 과감한 규제개혁과 제도개선으로 유·무형 생산요소 투자촉진과 생산성 향상을 도모해야함은 물론이다. 아울러 미흡한 사회적 자본 축적 노력으로 우리경제 체제 전반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도 시급하다. 물론 이러한 범정부 차원의 노력은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과 강화된 정부 부처간 정책조정 기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는 IMF 등 국제기구의 계량적 기준에 의한 분류상 “선진국”에 속해 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일인당소득뿐 아니라 국민생활의 질적 측면에서 오늘날의 일류선진국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각종 사회제도의 선진화와 함께 성장잠재력의 극대화로 앞으로 상당 기간 높은 경제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이제부터라도 각 정당과 후보들은 이렇게 중차대한 국정과제를 효율적으로 다루어나갈 구체적 방안을 내놓고 전문가들의 검증과 국민의 심판을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우리국민 모두는 대한민국이 통일된 일류선진국으로 거듭나게할 국가 지도자를 선출한다는 역사적 의의를 깊이 인식하고 이번 선거에 임해야한다.


사공일 본사고문·전 재무부 장관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aid/2012/09/17/8961734.html?cloc=olink|article|default

Posted by 겟업
2012. 9. 23. 03:17

싱가포르 리콴유, 대만 장징궈(장제스 아들) 그리고 박정희는 대표적인 아시아 독재자였다. 세 사람은 가난한 신생 독립국이 경제발전을 이루려면 개발독재가 필수적이라고 확신했다. 리콴유는 1994년 유명한 ‘아시아적 가치’를 발표할 정도였다. “유교적 전통이 강한 아시아에서는 권위주의 통치가 경제개발에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3인은 독재를 통해 조국을 부국(富國)으로 만들어놓았다. 리콴유와 장징궈는 후손에게 존경을 받고 있다. 사후(死後) 33년이 됐지만 박정희는 여전히 반대세력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세 나라 중에서 한국이 가장 어려웠다. 가난의 역사가 길고, 참혹한 전쟁을 겪었으며, 안보위협은 여전했다. 60~70년대 북한 도발은 지금으로선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공비들이 양민을 학살하고, 게릴라들이 청와대까지 왔으며, 경비병들이 미군 장교들을 도끼로 죽였다. 항상 전쟁의 위험이 있었다. 71년엔 미 7사단이 철수했고 75년 4월엔 베트남이 공산세력에게 함락됐다.

박정희는 이중(二重)의 난제를 안고 있었다. 김일성의 적화야욕을 막아내면서 경제발전을 이뤄야 했다. 그런 그에게 개발독재는 종교였다. 사실 6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그가 그렇게 처절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71년 대선을 치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김대중과 신민당은 향토예비군 폐지를 주장했다. 북한 위협을 잘 아는 박정희에게 이것은 충격이었다. 박정희는 안보 혼란을 심히 우려했다. 그는 김정렴 비서실장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대통령 선거유세에 수십만이 몰립니다. 북한간첩이 몰래 야당 후보를 테러하고 정권이 했다고 유언비어를 퍼뜨리면 나라는 어찌 될까요. 내란이 일어나지는 않을까요.”

인생에는 욕구를 통제해야 하는 특정한 기간이 있다.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이 그러하다. 이성교제도, 영화도, 여행도, 달콤한 잠도 참아야 한다. 자신에게 독재 계엄령을 내리는 것이다. 이를 잘하면 성공하고 못하면 실패한다. 가난한 집 학생은 계엄령이 더 가혹해야 한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적잖은 나라가 개발독재를 택했다. 대입 수험생처럼 자유와 인권을 잠시 유보했다. 박정희·리콴유 그리고 장징궈가 그런 지도자였다. 가난한 집 학생, 박정희에게 개발독재는 더욱 필수적인 것이었다. 3인의 개발독재는 김일성이나 마오쩌둥, 마르코스, 남미 군부정권 그리고 중동의 후진국 독재 하고는 크게 달랐다. 개인적 탐욕이 없는 애국독재였다. 독재는 성공했고 국가는 부강해졌다.


흔히들 박정희가 경제발전은 이뤘지만 인권은 탄압했다고 비판한다. 이것은 대표적인 모순(矛盾) 논리다. 아름답고 부드러우며 달콤한 독재는 없다. 독재는 모두 추하고 가혹하다. 그런 독재 없이는 경제발전과 안보·국방이 어려웠는데 “왜 독재를 했느냐”고 비난한다. 명문대 입학에 성공한 가난한 학생에게 “여행도 다니고 영화도 좀 보질 그랬느냐”고 하는 것과 같다.

상대적으로 박정희 독재는 무혈(無血) 독재였다. 대만 국민당 정권은 1949년 2·28 사건 때 본토인 2만여 명을 죽였다. 아르헨티나 군부독재(77~80)에서는 2만여 명이 죽거나 실종됐다. 스탈린·마오쩌둥·김일성 독재에서는 수백만 명이 죽었다. 박정희는 집권(5·16) 때도, 퇴진(부마사태) 때도, 18년 통치 때도 반대세력을 거의 죽이지 않았다. 자신과 부인이 죽었다.

유일한 살인이 75년 인혁당재건위 8명을 사형한 것이다. 당시는 월남 패망 20여 일 전이었다. 정권이 비정상적 심리상태에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어쨌든 이는 정권이 저지른 가장 큰 잘못이다. 정보부는 고문으로 사건을 조작하고, 검찰은 협박했으며, 법원은 사형을 선고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권은 18시간 만에 사형을 집행했다. 집행만 미루었다면 비극은 없었을 것이다.

박정희는 천상(天上)에서 인혁당 8인에게 사죄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막걸리를 마시며 조국을 얘기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 유족을 껴안는 일은 이승의 딸에게 남겨져 있다.



김진 논설위원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aid/2012/09/17/8961725.html?cloc=olink|article|default

Posted by 겟업
2012. 9. 23. 03:15

얼마간 생각나는 것만 해도 수원 우웬춘 사건, 통영 아름이 사건, 서울 중곡동 주부 성폭행미수살해 사건, 나주 초등학생 납치성폭행 사건, 성남 발바리 사건, 그리고 엊그제 청주 20대 여성 성폭행살해 사건까지. 잇따르는 성범죄가 입에 담기조차 지겨울 정도다. 하지만 신문이 이걸 보도하지 않을 수는 없다. 이게 지금 한국사회, 한국사람들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진상을 드러내 원인을 찾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왜 이리 됐을까. 전자발찌 채워놓고 DNA 뽑아놔 봐야 성범죄는 계속된다. 외국 경우처럼 99년, 120년씩 징역형을 선고해도 새로운 성범죄자들은 나타날 것이다. 성범죄자 특히 아동과 미성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에 대한 정확하고 가혹한 처벌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처벌을 강화한다고 범죄가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은 상식이다. 처벌 강화를 소리 높여 외치지만 그것은 손쉬운 사후약방문일 뿐이다. 

말세다 싶을 정도로 지금 우리사회에서 성범죄가 횡행하게 된 이유를 따져봐야 한다. 최근 일련의 사건이 벌어지자 비교적 솔직한 의견이 하나둘 나오고 있는 것은 그래서 다행이다. 그 중에서도 한국사회의 성 문화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 성범죄를 사회계급적 시각에서 접근하는 논의는 핵심을 꿰뚫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주위를 보자. 길거리에서부터 인터넷, 케이블TV, 지상파 방송까지 우리는 온통 성을 부추기기에 혈안이 돼 있다. 누구는 그것을 가리켜 한국을 선진국 아닌 '성진국'이라 했다. 인터넷 사업 중에 성공한 것은 포르노와 도박밖에 없다고 하지 않는가. 케이블TV에서는 하루종일 포르노가 방송된다. 아직도 한국 방송이나 영화에서는 성에 대한 위선이 남아 있어 중요 부위는 뿌옇게 처리하는데, 오히려 그것이 그릇된 성 의식을 더 부추긴다. 차라리 그것도 '개방'하는 것이 허위의식의 가면을 벗기고 성의식의 왜곡을 바로잡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물론 아동 음란물 제작과 유포는 또다른 문제다. 지상파? 아이돌 운운하는 스타들의 성스러운 복장과 몸짓은 그대로 세계에서 가장 선정적이라고 외국인들이 평가한다는 한국의 하의실종 길거리 패션으로 전파된다. 이런 것들과 성범죄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나 검증이 있는지 모르지만, 이 모든 것들이 우리가 성을 상품화하는 데는 선진국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임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성의 상품화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그것이 바로 사회계급적 원인의 성범죄 발생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범죄사회학자인 김준호 고려대 명예교수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범죄는 결국 가난한 사람이 가난한(또 힘없고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계급 문제"라며 성범죄를 비롯한 범죄는 '괴물이 저지른 일'이 아니라 '사회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얼마 전 한국 최대 규모의 룸살롱이라는 어제오늘내일이라는 술집을 수사한 검찰은 룸 180개 종업원 500명인 이 룸살롱의 업주가 하루 평균 200여건, 1년10개월여 동안 8만8,000여건의 성매매를 알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이런 곳에서 한 번에 몇십만원씩 주고 성을 매매하는 범죄를 저지르는 계급이 있는 반면, 한쪽에서는 성욕구를 해소할 길도 성을 매수할 수도 없는 계급이 성폭력에 살인이라는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 바로 성범죄의 계급 문제다. 한국사회에 만연한 성의 상품화는 양쪽 모두의 범죄를 부추긴다.

비슷한 시각에서 김강자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성범죄를 줄이기 위해 제한적 공창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 눈길을 끌었다. 못가진 자들의 성욕구를 풀어줄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서울종암경찰서장 재직 당시 속칭 미아리텍사스로 불린 집창촌을 단속해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되는 계기를 만들었던 인물이니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현실을 인정한 발언이라 할 수 있겠다.

성범죄 이슈는 따라서 우리사회 구성원들에게 성 문제에 대한 거대한 위선과 가식에서 벗어나 좀더 솔직해지라고 요구하고 있다. 범죄자 개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곪았다고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범죄 피해자들과 가족들의 고통이 너무 크다.



하종오 부국장 겸 사회부장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09/h2012091502355824380.htm

Posted by 겟업
2012. 9. 23. 03:14

대한민국 미술계는 지금 한창 호황이다. 9월 내내 그럴 것이다. 여기서 호황은 작품을 팔고 사는 미술시장 경기가 좋다는 뜻은 아니니 그것을 기대했던 이에게는 미안하다. 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서울 국제미디어아트 비엔날레, 대구사진비엔날레 등 굵직한 국제미술행사가 거의 전국에 걸쳐 연이어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새롭게 선보인 '올해의 작가상' 같은 주요 프로젝트와 김수자, 이불 등 한국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의 중요 개인전이 동시다발적으로 개최된다는 의미에서 대한민국 미술계가 호황이라는 말이다. 

1995년 제1회 광주비엔날레를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비엔날레 붐이 일면서 이제 격년으로 한국의 9월은 축제처럼, 잔치처럼 좋은 의미의 예술 사건이 폭발하는 시기가 됐다. 해외 미술계의 관심과 국제 미술전문가들의 방문 또한 1년 중 이 시기에 가장 집중된다. 물론 그 효과와 의미도 크다. 재미있는 점은 이처럼 주요 미술행사들이 폭죽 터지듯 한 달 내내 연이어 이어지다보니 거기에 참석하는 소위 미술계 인사들의 만남이 대부분 겹친다는 사실이다. 며칠 전에는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개막식에서, 그 다음 날은 서울 한 상업 화랑의 한국 중견작가 개인전에서, 또 다음 날은 광주비엔날레 장에서, 곧 이어서는 국제미디어아트 비엔날레가 열리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같은 얼굴들을 계속 마주하는 식이다. 국내외 미술전문가 그룹이 확대, 다원화됐다고는 해도 한줌의 사람들이 좁게 네트워킹하면서 주요 일을 꾸려나가고 있는 현장이 국제 현대미술계임을 이때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참여 당사자들은 이렇게 만남이 겹치고 대화가 깊어지는 와중에 상대방의 국가, 소속, 직위, 유명세를 떠나 각자의 진짜 실력을 알게 된다. 어떤 교수는 전문적인 대화가 시작되면 그럴듯한 얼굴로 침묵하거나 자신이 예전에 쓴 책 내용만 반복하고, 어떤 큐레이터는 국제 비엔날레 예술 감독까지 맡았음에도 자신이 기획한 전시를 두고 정보적인 차원의 말밖에 못한다. 

자기 얘기를 하기가 불편하기는 하지만, 학부는 물론 석ㆍ박사까지 국내에서만 공부한 나는 미학을 전공한 학자이자 미술평론가로 살면서 꽤 오래된 질문 하나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테면 '왜 나는 여기서 수준 미달인 어느 영미권 비평가의 난삽한 주장이 담긴 책을 골머리를 앓아가며 읽고 인용해야 하는가?', '한국의 문화예술기관과 학회에 초청받아 강연하는 저 영국 사립대의 교수이자 미술사학자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몇 년 동안 똑같은 내용을 이곳에서 발표하는가? 누가 그에게 그런 중요한 기회를 주고, 이처럼 안하무인으로 낭비하도록 돕는가?' 같은 질문이다. 짧게 말해, 외국의 전문가라고 해서 모두가 동의할 실력이 있지도 않고, 최소한 학자 또는 비평가로서 지적으로 신뢰할만한 인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그에게 발언권을 넘겨주고, 결과야 어떻든 무조건적으로 존경과 감사를 표하는 국내 사정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이들의 책이 대단한 이론이라도 담은 양 반복해서 번역되고, 그렇게 지적으로든 실천적으로든 태만한 이들의 발표가 회전문처럼 국내에서 돌고 도는 데는 국내 전문가들의 능력 탓도 있다. 하지만 가령 우리 학계와 미술계가 국내 전문가들의 각종 성과를 그 값에 걸맞게 인정하고, 그것을 제대로 국내외 공론장에 노출시키기만 했다 해도 상황은 크게 다르게 진행돼 왔을 것이다. 무엇보다 여기에는 그에 합당한 실력을 가진 이들이 있다. 

짧은 만남을 통해서도 상대의 진면모를 파악하는 것이 전문가 세계다. 그러니 어떤 외국 전문가가 여기서 하나마나한 일들을 반복하지 않게 하려면, 우선 국내 전문가를 이유 없이 저평가하거나 역할을 축소시키는 비틀린 내부 역학부터 바꿔야 한다. 나아가 국내든 국외든 각자의 역량 및 성과를 생산적으로 교차 비교하고, 상호 수평적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동료가, 기관이, 관련 공동체가 지지해주어야 한다.




강수미 미술평론가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술연구교수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09/h2012091321010381920.htm

Posted by 겟업
2012. 9. 23. 03:11

근대 세계를 변화시킨 가장 큰 힘 중 하나는 분명 과학기술이다. 그것은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해 주었지만 동시에 자연환경과 공동체를 파괴하기도 했다. 과학기술이 사회와 자연을 착취하고 약탈하는 대신 가난한 이웃을 돕고 환경을 보호하는 선한 목적에 봉사하게 할 수는 없을까? 그런 사례로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을 들 수 있다.

적정기술은 '한 공동체의 문화적·정치적·환경적인 면들을 고려하여 만들어진 기술'을 말한다. 이는 개발도상국이든지 혹은 이미 산업화한 국가들 내에서도 소외된 빈한한 지역에 알맞은 기술로, 무엇보다 적은 자원을 사용하며, 유지하기 쉽고, 환경에 적은 영향을 미치는 단순한 수준의 기술이다.

현재 아프리카의 많은 지역에서는 식수가 부족하여 저소득층이 오염된 물을 마실 수밖에 없고, 많은 아동이 종일 먼 길을 오가며 물을 구해오느라 고된 일과를 보내고 있다. 이 문제의 해결에 도움을 준 적정기술 중 하나가 라이프스트로(Lifestraw)이다. 이것은 25㎝ 길이의 플라스틱 튜브 속에 설치된 필터와 화학물질을 이용하여 물을 정화하는 휴대용 정수기로, 웬만큼 오염된 물이라도 바로 마실 수 있게 해 준다. 플레이 펌프(Play Pump) 역시 물 부족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었다. 이것은 쇠바퀴를 돌리는 어린이 놀이기구와 수동식 펌프를 결합하여, 아이들이 쇠바퀴를 돌리며 노는 동안 지하의 물을 끌어올려 지상에 설치된 물탱크에 저장하도록 설계되었다. 바이실라바도라(Bicilavadora)는 전기가 없는 지역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세탁기이다. 드럼통에 자전거를 결합시켜 페달로 작동시키는 방식이고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어서, 여성들의 노동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런 것들은 모두 저개발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값싼 재료를 이용해 제작하였다.

미국의 MIT 대학에서는 저개발국과 저소득층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과학기술을 연구하는 '디랩(D-Lab)'이라는 교과목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특징 중 하나는 이론과 실습의 통합이다. 교실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개발한 후 방학에 현장 활동을 통해 현지에 적합한 설계를 완성하여 실제로 보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이실라바도라가 이 수업에서 개발된 사례이다. 과학기술 교육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따뜻한 이해와 연결되어야 한다.



주경철 서울대 서양근대사 교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9/12/2012091202955.html

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