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 3. 12:12

지난 8월까지 미국 하버드대에 방문교수로 가서 1년을 지냈다. 사무실이 있던 건물은 각각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전·현직 회장인 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가 기증했다.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도 그곳에서 공부했다. 석학을 많이 배출한 하버드대도 게이츠와 저커버그에 대해서는 특별한 자부심이 있었다. 자수성가로 미국 1위의 부자가 된 게이츠와 나이 20대에 큰 부자가 된 저커버그는 미국 경제체제의 역동성을 잘 보여주는 상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은 각각 3학년과 2학년 때 이 대학을 휴학했고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

며칠 전 문재인 대통령 후보는 “재벌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빌 게이츠나 마크 저커버그가 안 나온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 지금 ‘경제 민주화’가 모두의 화두인 것을 생각하면 똑같은 말을 안철수나 박근혜 후보가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우리나라에서 자수성가한 1등 부자가 생긴다면 현재 재벌이 야기하는 기회독점의 논란이 많이 수그러들 것이다. 그렇지만 ‘재벌 때문’이란 원인 분석은 틀렸다. 우선 소프트웨어나 콘텐트 분야는 자본집중적 산업이 아니기 때문에 대기업의 영향력이 비교적 작은 곳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게이츠와 저커버그는 매우 잘 준비되고 기회포착에 민첩했다.

게이츠의 경우 중학교 때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웠으며, 고등학교 때 자동차 통행량 분석기를 개발해 팔기 위해 기업을 세우기도 했다. 그는 하버드대 3학년 때 당시 마이크로컴퓨터가 나오자 그곳에 쓰이는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기 위해 학교를 휴학하고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세웠다. 그 또한 처음에는 소프트웨어의 무단 복제 때문에 무진 고생을 하며, 컴퓨터 잡지에 ‘무단 소프트웨어 복제는 도둑질’이라는 광고를 내 당시 컴퓨터 애호가들로부터 미움을 받기도 했다.

저커버그의 경우에도 중학교 때부터 프로그래밍을 배웠으며 그의 부모는 그에게 프로그래밍 과외를 시키기도 했다. 그도 고등학교 때 인공지능을 이용한 음악 재생기를 개발해 여러 회사에서 스카우트 제안을 받기도 했다. 저커버그는 하버드대1학년 때 멋진 학생을 투표로 찾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오히려 학교에서는 문제 학생 취급을 받았다. 그는 벤처회사 페이스북을 세우기 위해 결국 2학년 때 하버드대를 떠났다.

게이츠와 저커버그의 성공 요인은 명확하다. 그것은 자유로운 중·고등학교 교육과 기업가 정신이다. 이 두 사람이 중·고등학교 시절 단지 주어진 과목의 문제 풀이에 시간을 보냈다면 그렇게 젊은 나이에 기회를 발견할 수 없었다. 그리고 자기 성취와 모험심으로 대표되는 기업가 정신을 빼고는 이들의 명문대학 중퇴를 설명할 수 없다.

한국의 미래는 청년들의 성공에 달려 있다. 대통령 선거는 어느 후보가 청년들의 성공에 더 나은 방향을 제시했는가에 대한 판단기회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박근혜·안철수·문재인 후보 모두 평준화된 중·고등 교육을 고치겠다는 어떤 공약도 없다. 그리고 장밋빛 희망을 선거 공약으로 내놓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무엇을 희생해 이를 달성할 수 있는가를 말하지 않는다. 반값 등록금을 약속하기 전에 청년들의 학력과 스펙 쌓기 경쟁을 어떻게 멈출까에 대한 걱정이 있어야 한다.

게이츠와 저커버그의 성공 뒤에는 명문대 졸업장의 포기가 있었다.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는 쉬운 성공이 가능하다는 대권 후보들의 주장은 폰지 게임(허황된 금리를 약속하는 사기 수신행위)을 연상하게 한다. 우리가 아이들의 창의와 재능을 살리는 교육제도를 만들고, 청년들이 고시와 공무원 시험 준비 대신 창업과 도전으로 젊은 날을 불태울 때 그들 중에 게이츠와 저커버그가 나올 것을 나는 확신한다.

 


성원용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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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