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 3. 12:07

‘성공사례’란 ‘예외사례’다. 성공사례를 제시하며 ‘당신도 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상 오류다. 마치 복권 1등 당첨으로 수억원의 돈을 거머쥔 성공사례를 제시하며 ‘당신도 열심히 복권 사면 1등 될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성공이란 것은 항상 극소수만이 달성할 수 있다. 사회적 차별과 부당한 제도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공한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보면, 그들은 수십만, 수백만명 중에 하나 생길까 말까 하는 극히 예외적인 ‘아웃라이어’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사례가 제한된 언론 지면에 ‘성공사례’로 소개되는 것이다.

 

최근 새누리당 김성주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여성·청년들의 일자리 문제와 관련해 ‘주도적인 자세’를 강조하면서 “정부야, 일자리 창출해라, 이런 수동적인 자세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또한 “애 젖 먹이면서… ‘웰빙 진생쿠키’를 만들어 구글에 올리면 전세계에서 주문을 받을 수 있는데… 왜 젊은이들은 수동적으로 대응하느냐”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일자리로 고민하는 여성들과 청년들이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을 하면 성공은 제쳐두고라도 최소한의 사람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을까? ‘진생쿠키’가 성공하려면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운이다. 아무리 좋은 환경에서 열심히 노력해도 운이 없으면 성공을 거두기 힘들다. 하지만 이는 그야말로 하늘의 뜻일 테니 오늘 논의에서 일단 제외하자. 둘째, 김성주 공동선대위원장이 말한 대로 주도적인 자기 노력은 필요하다. 당연한 말이다. 셋째는 시스템 혹은 정책이다. 그녀가 ‘진생쿠키’를 만들어 ‘구글’에 올리면 전세계에서 주문을 받을 수 있다고 했는데, ‘진생쿠키’가 개인의 노력을 상징한다면 ‘구글’이란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적 인프라와 정책을 상징한다.

 

‘진생쿠키’ 발언이 나온 날, <한겨레> 독자로부터 문의를 받았다. 그녀의 발언 자체가 딱히 문제가 있지는 않은 것 같은데 왜 그녀의 발언이 비판을 받는지 궁금하다고. 사실 그녀가 스스로의 힘으로 무언가를 이룩한 기업인으로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면 별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현재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집권당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다. 대선 후보와 함께 국민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고 관련된 시스템과 정책을 내놓아야 하는 위치를 고려했다면 그녀는 이렇게 말했어야 했다. “여성, 청년 여러분. 일자리 문제로 힘드시지요? 노력하는 만큼 목표를 성취하고 행복해질 수 있는 정책과 사회 구조를 만들기 위해 이 기회에 힘써 보겠습니다”라고.

 

한때 “힘들어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후배에게도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서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개인의 노력만큼이나 그 노력이 제대로 발현될 수 있는 정책과 구조가 중요하니까 말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일부 성공사례를 놓고 개인의 노력을 다그칠 것이 아니라, 기득권자에게만 기회가 더 돌아가는 불공정 경제 구조를 혁신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에게 좀더 균등한 기회가 돌아가는 ‘제대로 된 정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성공적인’ 정치와 정책은 극소수에게 최대한의 성공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대다수 시민에게 최소한의 안정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지금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누가 변화를 완성까지는 못하더라도 제대로 된 방향과 기반이라도 잡아줄까? 여성과 청년의 입장에서 ‘가장 적은 노력’으로 자기계발의 유리한 발판을 마련할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57978.html

 

 

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