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부지법의 40대 부장판사가 사기ㆍ사문서위조 사건 재판에서 60대 증인을 앞에 두고 "늙으면 죽어야 해요"라고 막말을 했다. 부장판사는 증인이 말을 모호하게 하자 직접 심문에 나섰으나 진술이 여전히 불명확하자 이같이 말했다는 것이다. 증인은 부장판사에게 한 마디 항의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해 5월 인천지법에선 판사가 이혼소송 중인 여성 원고에게 "입은 터져서 아직도 계속 말이 나와요?"라고 말해 소송 당사자가 법관기피신청을 냈다. 2010년 4월 서울중앙지법의 40대 판사는 69세 원고가 허락을 받지 않고 발언하자 "어디서 버릇없이 툭 튀어나오느냐"고 질책했다. 올해 1월 발표된 서울지방변호사회 자료에는 "당신이 알지 내가 알아!" "20년간 맞고 살았으니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라" "모르면 좀 아는 사람한테 물어보고 준비서면을 내라" 등 일부 판사들의 부적절한 언사가 소개되기도 했다.
대법원은 판사들의 막말 파문이 빚어질 때마다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한다고 강조했지만 그때뿐이다. 법관 언행 개선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느니, 모니터링을 강화하느니 했지만 판사들의 오만하고 몰지각한 언행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번 재판이 있던 날 바로 그 동부지법에선 법관의 언행개선을 위한 세미나가 열렸다고 하니 얼마나 형식적이고 겉치레인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사회 각 분야에서 특권의식과 권위의식이 상당히 사라졌으나 유독 사법부만 예외로 남아있다는 지적이 많다. 사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부 젊은 판사들이 공부만으로 사법시험을 통과해 인성이 부족하고 세상물정을 모른다고 개탄하는 선배 판사들도 적지 않다. 막말 판사에 대한 징계 등 강력하고 확실한 제재가 필요하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이번 파문이 커지자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여론이 들끓으면 징계하겠다고 말하고는 어물쩍 넘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일반 시민과 검사, 변호사 등의 의견을 물어 재판과정을 평가하고 이를 법관 연임심사에 반영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10/h201210262104267607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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