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 22. 12:15

꿀처럼 맛이 달고 삼복(三伏) 무더위에 먹는다고 삼복꿀수박이 아니다. 이 품종을 만든 흥농종묘는 수박 재배 농민과 판매상, 소비자에게 모두 복이 온다는 뜻으로 ‘삼복(三福)’이라고 이름 붙였다. 하지만 삼복꿀수박의 운명은 복스럽지 못했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흥농종묘 서울종묘 중앙종묘 청원종묘 등 국내 1∼4위 종자업체가 모두 해외 다국적기업에 매각됐다. 삼복꿀수박 불암배추 청양고추 관동무 같은 우리 종자를 우리 땅에 심으면서 로열티를 내야 했다. ‘종자 식민지’ 시대가 됐다.

▷세계 종자시장에서 몬산토를 비롯한 10대 다국적기업의 점유율은 70%를 차지한다. 곡물 종자는 유전자 변형 기술을 앞세운 미국, 시설원예 종자는 선택과 집중이 뛰어난 네덜란드가 선두주자다. 갖가지 토질과 혹독한 자연조건을 견뎌 낼 수 있는 신품종 개발과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연간 90조 원대의 종자시장에서 지배력을 키워 간다. 올해부터 국제식물신품종보호연맹(UPOV)의 의무를 수행하는 한국은 앞으로 10년간 8000억 원의 로열티를 지불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산 정약용이 펴낸 속담집 ‘이담속찬(耳談續纂)’에 ‘농부는 굶어 죽어도 씨앗을 베고 죽는다’는 말이 있다. 당장 배를 곯더라도 수확한 열매 가운데 가장 잘 여문 것을 종자로 남긴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강수량이 많고 화강암 토질이 많은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식물이 분포한다. 종자 자원의 보고(寶庫)가 될 잠재력을 지녔으나 국가 차원의 보호 노력이 소홀했다. 근대 이후 외국인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밀 벼 콩 수목 화훼 할 것 없이 수많은 종자가 유출됐다. 콩의 원산지라는 한국의 콩 자급률이 5%에 불과한 것은 아이러니다. 

▷동부그룹이 흥농종묘와 중앙종묘를 사들였던 몬산토코리아를 인수했다. 배추 무 양파 수박 등의 종자 사업권을 넘겨받았다. 고추 토마토 파프리카 등은 못 가져왔다. 맵싸한 청양고추를 적진(敵陣)에 두고 온 건 속 쓰리지만 14년 만에 부분적이나마 ‘종자 주권’을 회복했다. 정부가 종자산업을 수출산업으로 육성하려고 추진 중인 프로젝트의 이름이 ‘골든 시드(Golden Seed)’다. 정확한 표현이다. 우량 토마토나 파프리카 종자의 국제 가격은 같은 무게 금값의 2배 수준이다.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씨앗 전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형삼 논설위원 hans@donga.com


http://news.donga.com/Series/List_70040100000002/3/70040100000002/20120915/494273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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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9. 22. 12:12

19세기 자동차가 등장하자 영국의 마차 제조업자들은 정부에 자동차 규제를 요구했다. “도로를 망친다” “말이 놀라 마차 운행이 위험하다”는 주장이 먹혀들어 1865년 적기(赤旗)조례(Red Flag Act)가 탄생했다. 적기조례란 빨간 깃발을 든 사람이 적어도 자동차 55m 전방에서 말을 타거나 걸으면서 통행인에게 경고해야 한다는 법령. 자동차 1대에 3명의 승무원이 있을 것, 마차보다 빠르지 않도록 최고속도를 시속 6.4km로, 시가지에서는 3.2km로 할 것 같은 규제도 덧붙였다. 이런 식의 대응으로 마차는 수명을 좀 연장했지만 결국 다 망했다.

▷2001년 7월 정부는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대형마트 등의 셔틀버스 운행을 금지했다. 이 조치 후에도 고객들은 시내버스를 타고 재래시장에 가지 않았다. 대신 승용차를 끌고 대형마트에 갔다. 이제 한꺼번에 많은 상품을 운반할 수 있게 되자 손님당 구입액(객단가·客單價)이 23∼29% 늘어났다. 고객 차량도 1.8∼2배로 늘어나 마트 주변 교통이 크게 혼잡해졌다. 반면 마트 소속 셔틀버스 운전사 3000여 명은 일자리를 잃었다. 

▷지식경제부의 용역조사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들이 대형마트를 상대로 월 2회 휴일을 강제했지만 휴일에 전통시장 매출이 거의 늘어나지 않았다. 일부 전통시장은 대형마트 휴일에 매출이 오히려 줄었다. ‘대형마트 영업을 제한하면 전통시장을 되살릴 수 있다’는 지자체의 예상이 잘 안 맞는 것 같다. 한편 AC닐슨의 이번 조사와 달리 최근 서울시 조사에선 대형마트 규제 이후 전통시장 상인 36.5%가 매출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혼란스럽다. 용역업체들이 돈을 주는 기관의 의도에 맞추어 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대형마트가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위협적인 것은 소비자에게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을 다양한 구색으로 제공하는 까닭이다. 유통혁신을 막으면 손해는 소비자가 본다. 대형마트 휴일 강제를 월 2회에서 4회까지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 개정안이 국회에 14건이나 발의돼 있다. 이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대형마트 규제만으론 전통시장이 살아나기 어렵다.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의 진입을 늦출 수는 있지만 막을 수는 없다. 어떤 업종이든 상황 변화에 적응해 자기 변신을 해야 생존 가능하다.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


http://news.donga.com/Series/List_70040100000002/3/70040100000002/20120913/493646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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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9. 22. 12:09

혹한이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고 유빙이 떠다니는 북극은 1909년 미국의 로버트 피어리가 걸어서 북극점을 밟기 전까지만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경지였다. 쉰셋의 피어리는 북극점을 정복한 감격에 겨워 “정복됨을 슬퍼하지 말라. 북극점이여, 나와 함께 눈물을 흘려다오”라고 외쳤다. 한국 원정대도 1991년 세계에서 11번째로 북극점을 밟았다. 

▷북극은 북극해를 포함한 북위 66.56도 이북 지역을 말한다. 면적은 지구 표면의 약 6%에 해당하는 2100만 km²에 이른다. 북위 90도의 북극점을 중심으로 약 1400만 km²의 얼음바다인 북극해가 펼쳐져 있다. 동토(凍土)와 얼음바다뿐인 북극은 접근이 어려워 과학연구나 탐험 목적 외에는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가 북극의 운명을 바꿨다. 얼음이 녹으면서 개발비용이 뚝 떨어졌다. 북극은 탐험 시대에서 개발 시대로 접어들었다. 광대한 시베리아를 거느린 러시아, 알래스카의 미국, 캐나다, 그린란드가 북극 해빙(解氷)의 최대 수혜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북극지역에 전 세계 미(未)발견 석유와 가스의 22%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2009년 덴마크에서 분리돼 자치정부를 수립한 그린란드는 국토의 80% 이상이 빙하로 덮여 있지만 최근 남서부 지역에서 농사를 지을 정도로 따뜻해졌다. 이곳에는 석유 외에도 세계 수요의 25%를 충당할 희토류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극해의 얼음이 사라지면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새로운 바닷길도 열린다. 북극 항로는 기존 인도양 항로보다 40%나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러시아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덴마크 등 북극해 인접 5개국은 2008년 그린란드 일룰리사트에서 북극해의 권리를 자신들이 보유한다고 선언했다. 일본 영국 중국도 북극 자원개발에 나섰다.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그린란드를 공식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9일 “그린란드의 ‘그린(녹색)’을 유지할 수 있도록 경제개발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고 자원개발의 물꼬를 텄다. 외교통상부 에너지·자원협력대사를 지낸 신재현 변호사는 “지난해 그린란드를 방문했는데 선진국은 물론이고 말레이시아 에너지기업까지 진출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한국 기업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뜻한 북극은 위기인 동시에 기회다. 



박용 논설위원 parky@donga.com 


http://news.donga.com/Series/List_70040100000002/3/70040100000002/20120911/492948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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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9. 22. 12:04

‘아이돌걸스’ ‘오케이뱅’ ‘캔디마피아’. 케이팝(K-pop·한국대중가요) 아이돌 그룹을 벤치마킹한 다른 나라 아이돌 그룹의 이름이다. 아이돌걸스는 ‘소녀시대’와 똑같은 옷을 입고 나오는 여성 9명으로 이뤄진 중국의 걸그룹이다. 오케이뱅은 이름부터 ‘빅뱅’을 어설프게 흉내 낸 티를 내는 중국의 보이그룹이다. 캔디마피아는 태국의 걸그룹으로, ‘2NE1’의 헤어스타일과 의상 그대로 무대에 선다. 아시아 각국에서 최근 우리나라 아이돌 그룹을 본뜬 ‘짝퉁 아이돌’이 등장해 한류에 영향을 줄까 우려된다고 한다.

▷20여 년 전만 해도 우리가 아이돌걸스나 오케이뱅의 처지였다. 주로 일본 것을 모방했다. 1987년 데뷔한 남성 3인조 댄스그룹 소방차는 역시 남성 3명으로 구성된 일본 댄스그룹 ‘쇼넨타이(少年隊)’를 따라했다. 1990년대 초반에는 일본 록그룹 ‘X-저팬’의 노래를 우리 가수나 그룹 서너 명(팀)이 동시에 베껴 불렀다. 자신의 노래가 일본 그룹 ‘튜브’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걸 알게 된 배우 김민종이 가수생활 중단을 선언한 게 불과 16년 전이다.

▷1980년대 중반 현대자동차 엑셀이 미국에서 잘 팔려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미국 CNN의 뉴스 앵커는 ‘Hyundai’를 ‘현다이’라고 발음했다. ‘현대’보다는 ‘혼다’에 가깝게 들렸다. 일본차의 아류 정도로 인식됐다. 소니의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인 워크맨과 삼성전자가 만든 마이마이를 비교하면서 ‘어휴, 언제 워크맨 같은 걸 우리가 만드나’ 하고 한숨지었던 것도 비슷한 시기였다. 물론 이제 미국인들은 현대를 ‘현대’라고 발음하고 삼성전자는 애플의 강력한 견제를 받는다. 

▷지금이야 격세지감을 느끼지만 과거에는 미래에 이런 날이 오리라고 상상하기 어려웠다. 기존 사고방식으로는 발생할 확률이 아주 낮기 때문에 벌어지고 나면 엄청난 놀라움과 파급효과를 불러오는 사건을 ‘X-이벤트’라고 한다. 9·11테러나 후쿠시마 원전사태 등이 대표적인 예지만 우리 가요를 전 세계인이 부르고, 삼성전자가 소니를 앞서며 현대자동차가 혼다를 제친 일은 우리에게 X-이벤트다. 3대 국제신용평가기관인 피치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일본보다 높게 매긴 일도 마찬가지다. 이런 X-이벤트가 한국 정치에서도 벌어진다면 나쁘지 않겠다.



민동용 주말섹션 O₂팀 기자 mindy@donga.com


http://news.donga.com/Series/List_70040100000002/3/70040100000002/20120910/49261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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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9. 22. 12:02

국내에서 진행되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재판에서 삼성의 소송대리인은 법무법인 광장, 애플의 대리인은 김앤장 법률사무소다. 김앤장은 규모 전문성 등 여러 면에서 국내 변호사 시장을 선도하는 업체로 꼽힌다. 특허 업무를 담당하는 변리사만 150명 안팎을 거느리고 있다. 올해 4월에는 세계적 법률전문지 ‘글로벌 아비트레이션 리뷰’가 선정한 아시아 지역 1위 로펌으로 뽑혔다.
▷국내 재판에서 애플이 한국인 변호사를 고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 외국의 법률회사는 한국 법정에서 소송 대리를 하는 일이 금지돼 있다. 2017년 송무(訟務) 시장이 개방된 후에도 국내법 체계를 잘 모르고 한국어도 서툰 외국인 변호사는 한국인 변호사의 보조 인력이 될 수밖에 없다. 같은 이유로 삼성-애플의 미국 재판에서 삼성은 미국의 최고 법률회사인 퀸 이매뉴얼 어쿼트 앤드 설리번에 소송을 맡겼다.

▷김앤장이 애플의 소송대리인이 된 것에 대해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하고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론도 곱지 않다. 하지만 한국의 법률회사가 외국 기업에 제대로 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한국이 대외적 신뢰를 얻는 길이다. 국내 로펌들은 이런 경험을 더 쌓아야 한다. 여론 눈치를 보느라 한국 변호사들이 소송 대리를 기피한다면 외국 기업은 ‘한국에서 소송으로 가면 필패(必敗)’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외국 기업들을 내쫓는 결과를 빚을 수도 있다. 재판도 마찬가지다. 당장은 ‘가재는 게 편’ 식의 판결이 속 시원할지 모르지만 긴 안목으로 보면 한국 법원이 객관적으로 판결하는 쪽이 국익에 보탬이 된다. 삼성-애플 소송에서 미국에선 실리콘밸리 주민들이 배심원이었지만 한국 법원의 재판장은 지식재산권 국제 소송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딴 판사였다. 판결 내용도 훨씬 전문적 객관적이었다. 

▷이 같은 논의는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논리와 아주 닮았다. 프랑스의 경제학자 클로드 바스티아는 “상대가 보호무역을 하기 때문에 우리도 보호주의로 보복하겠다는 것은 상대국이 암벽 해안이기 때문에 우리도 멀쩡한 항구를 파괴하겠다는 말과 같다”고 설명했다. 사실 경제학도들이 이 말의 이론적 타당성을 증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홍콩 싱가포르는 ‘상대의 태도와 무관하게’ 자유무역을 견지하는 전략으로 성공했다.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



http://news.donga.com/Series/List_70040100000002/3/70040100000002/20120907/491853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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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9. 22. 11:52

사흘간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연설을 들으면서도 내 마음은 줄곧 달 위에 인류의 첫걸음을 내디딘 닐 암스트롱에 머물렀다. 그의 죽음은 특히 이번 선거와 겹치면서 큰 여운을 남겼다. 암스트롱을 달에 보낸 당시의 미국은 위대하고 감동적인 여정을 시작한 국가였다. 과학 컴퓨터공학 물리학의 돌파구를 마련해 미국을, 나아가 세계를 더 나은 곳으로 이끌었다. 그런데 지금 미국은 어떤 여정에 있나. 예산 균형을 맞추는 일? 건강보험을 확대하는 길? 이들도 필수적인 도구이지만 어디로 가기 위한 건강이고 무엇을 위한 균형이라는 것인가.

공화당의 답을 듣기 위해 공화당 전당대회를 찾았다. 무엇보다 밋 롬니 대선후보의 새로운 구상을 기대했지만 내가 얻은 것은 허름한 티셔츠 한 장이 전부였다. 롬니 후보와 공화당의 정치적 기반에는 별다른 유기적 연관성이 없다. 롬니 후보는 당의 힘을 빌려 대통령 당선의 꿈을 이루려 하고, 당은 롬니 후보를 활용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제거하려고 한다.

그의 부인 앤은 남편이 결코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 연설했다. 하지만 무엇에 대한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실수가 아니었다. 폴 라이언 부통령 후보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거짓말이라도 할 사람이다. 라이언은 오바마 대통령이 고용과 적자 문제를 책임지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런 큰 구멍을 만든 부시 행정부의 책임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롬니 후보는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혹평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외교정책은 언급하지 않았다. 연설자 대부분은 이민자라는 가족 배경을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하지만 공화당이야말로 이민법 개혁을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는 정당이다. 부끄러움 없는 위선의 경쟁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거짓을 바탕으로 연설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가 전하는 진실도 매우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새로운 여정을 얘기하지도 않는다. 이번 선거는 두 후보 모두 “나는 그저 밋 롬니가 아닐 뿐이에요”라는 구호로 경쟁하는 선거인 셈이다.

기업 철학자 겸 LRN의 최고경영자인 도브 사이드먼은 “1962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달 탐사 구상을 발표할 때 10년 안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며 “이 강력하고 거대한 비전은 대통령이 죽은 뒤에도 계속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뒤로 자신의 임기 이후를 내다보는 감동적인 비전을 내놓은 정치인은 없었다. 사이드먼은 이번 선거를 두고 “경합주 유권자를 빼내려는 데 열성적이지만 그 누구도 우리 모두를 하나의 국민으로 고취해 도전적인 여정을 만들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런 여정은 단순한 연설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을 모을 전략을 세우고 이를 수행할 법규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어떤 목표가 그런 여정에 부합할까. 달에는 이미 인간을 보냈다. 10년 안에 모든 미국인이 고등교육, 즉 직업학교 전문대학 4년제 대학 등의 교육을 받도록 하면 어떨까.

또는 세계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발사대’로 미국을 바꾸면 어떨까. 10년 안에 미국에서 창업하는 기업을 현재의 50만 개에서 100만 개로 늘리는 일 같은 것 말이다. 이를 위해 이민법을 개정하고 과학연구에 새로 투자하고 인프라를 다시 구축해보면 어떨까.

롬니 후보는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예외론’을 내세우지 않았다고 맹렬히 비난했다. 하지만 그런 방식은 위대한 국가를 보통 수준의 국가로 만들 뿐이다. 위대한 여정은 포기하고 예외론만 제창하는 꼴이다. 만약 이번 선거가 두 정당이나 두 후보 중 하나를 선택하는 일이 아닌, 예외적인 비전의 여정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http://news.donga.com/Series/List_70040100000051/3/70040100000051/20120904/490928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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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8. 16. 18:07

시련을 이겨낸 100년을 지나… 새 100년을 이끄는 힘"한국인이 자랑스러워요" 88올림픽 전후로 탄생 글로벌 경쟁력으로 무장 맑고 밝고 낙관적인 세대'경술국치' 100년만에 "우린 뭐든지 할 수있다" 긍정의 힘으로 변화 주도자신감 충만한 G세대, '한국사회 신뢰도'를 처음으로 긍정 평가금기·좌절없이 커온 차세대 20대(代) 초반 사회 첫 발걸음 "한국국력 어느 정도냐"엔 20%가 "곧 세계5위권 진입"


하버드대 졸업생 이준석(25)씨는 2003년 서울과학고를 졸업한 뒤 대통령장학금을 받고 미국에 건너가 컴퓨터공학과 경제학을 전공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병역특례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에 근무하면서 3년째 자투리 시간을 쪼개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배나사)'이라는 봉사단체를 이끌고 있다. 국내외 명문대 재학생 300여명이 소외계층 중학생 200여명에게 공짜로 수학·과학 과외를 해주는 모임이다.그는 2007년 5월 서울과학고 동창생 10여명과 함께 배나사를 만들었다. 블로그 등을 통해 입소문 나면서 컬럼비아대·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국내외 대학 학생들이 "나도 시간을 내겠다"는 이메일과 인터넷 쪽지를 속속 보내왔다.이씨는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골라 우리 또래에 알맞은 방식으로 해왔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자기 또래 젊은이들을 "걱정이 줄어든 세대, 하고 싶은 일이 많고 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춘 세대"라고 정의했다."우리 또래는 의식주 걱정 크게 없이 다양한 경험을 하며 자랐어요. 영어와 컴퓨터에 익숙하고 상상력과 창조력이 뛰어나요. 부모님 세대는 '고생 모르고 자라 시련에 약하다'고 걱정하시지만 안심하셔도 될 거예요. 한국의 미래요? 더 많이 발전하고, 위상도 높아질 겁니다. 우린 경쟁력 있어요.


"새로운 인간형이 출현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전후에 태어나 한국이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로 항진한 2000년대에 성장한 젊은이들이다. 이들이 한 해 63만~70만명씩 속속 성년에 접어들면서 지난 100년간 고단하게 전진해온 한국사회에 새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1910년 경술국치 후 한국은 망국의 폐허에 부강한 국가를 건설했다.그 결과 '경제대국 대한민국'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성장해 'G20 의장국 대한민국'에서 20대가 된 이들이 바로 'G세대 한국인'이다. 


지나간 100년(1910~2009년)이 망국을 극복하는 세월이었다면, 다가올 100년은 당당한 선진국으로 세계를 앞서나갈 세월이다. G세대는 집단적 가난을 체험하지 않은 첫 세대다. 압축성장 시대, 민주화 운동 시대를 몸으로 겪는 대신 교과서로 배웠다. 절반 이상이 20대 초반까지 최소한 한 번 이상 해외에 나갔고 수만명이 조기유학·단기연수 등을 통해 밀도 있게 글로벌 사회를 경험했다.  윗세대와 확연히 다른 G세대의 특징으로 전문가들은 '자신감'을 꼽았다. 연세대 생명공학과 정형일 교수는 "강대국에 대한 열등의식이 없고 어떤 분야에서든 앞서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했다.G세대의 또 다른 특징은 '한국사회에 대한 신뢰'다. 본지 특별취재팀은 한국리서치를 통해 전국의 만20~24세 남녀 505명에게 "우리 사회가 매우 믿을 수 없다면 1점, 매우 믿을 수 있다면 10점을 줄 경우 당신은 몇 점을 주겠는가"라고 물었다.고려대 이명진 교수가 2004년 386세대(1960~69년생), 탈냉전세대(1970~78년생), 월드컵세대(1979~85년생) 1000명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 응답자들은 각각 4.1점(386세대), 4.4점(탈냉전세대), 4.7점(월드컵세대)을 매겼다. 어린 세대로 갈수록 한국사회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지만 전반적으로는 모든 세대가 부정적 평가에 머물렀다.이와 달리 G세대 응답자들은 한국사회에 5점을 줬다. 한국사회가 자기부정의 에너지를 동력 삼아 전진하는 사회에서 자기긍정의 에너지가 충만한 사회로 이행하고 있음을 선명하게 보여준다.이 교수는 "집단적 빈곤과 독재를 경험한 베이비붐 세대·386세대와 달리 G세대는 전반적으로 룰(rule)이 확립된 사회에서 성장했다"며 "이들은 더이상 한국사회를 '부정하거나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G세대의 긍정적인 국가관은 "지난 100년간의 역사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응답에서도 잘 나타났다. 응답자 다섯 명 중 세 명(60%·489명 중 303명)이 발전·성장·민주화·기적·불굴·전진·격동 등 한국 현대사의 성취와 변화에 주목하는 낱말을 골랐다. '빛 좋은 개살구' '절망' 등 부정적인 낱말을 택한 응답자(18.2%·92명)는 적었다."'한국인이라서 자랑스럽다'는 말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G세대 응답자 과반수(53.3%)가 '동의한다'고 했다. '그저 그렇다'는 사람은 36%, '동의하지 않는다'는 사람은 10.7%에 그쳤다. 한국이 자랑스러운 이유로는 ▲2002년 월드컵(78명) ▲스포츠 강국(39명) ▲국민의 단합(37명) ▲정감있는 국민(33명) ▲외국이 한국을 인정할 때(26명) ▲경제발전(25명) ▲IT강국(25명) 등을 꼽았다."한국을 부끄럽게 느낀 적이 있다면 언제 왜 그랬느냐"고 묻자 "한국인이 외국에서 예절과 공중도덕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것을 봤을 때"(94명)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강대국에 불리하게 당할 때"라는 응답, 다시 말해 실제로 우리 국력이 약해 서러웠다는 응답은 32명에 그쳤다. 오히려 "한국이 약소국을 차별할 때"라는 응답, 요컨대 한국이 '강자의 도덕'을 지켜야 한다는 응답이 18명이나 됐다.


G세대의 자기긍정은 앞날에 대한 낙관으로 이어졌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했을 때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어느 정도에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G세대 응답자들은 20위권(40.4%), 30위권(19.8%), 10위권(18.6%) 순으로 대답했다. "같은 기준으로 따졌을 때 미래의 대한민국이 어느 정도 위치에 있을 것으로 보느냐"고 묻자 10위권(36.3%), 5위권(19.8%), 20위권(17.6%) 순으로 대답했다.베이비붐 세대인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한경구(54) 교수는 "윗세대와 G세대 사이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며 "윗세대는 '지구는 넓고 외국은 멀다'고 느끼며 살아왔지만 G세대는 '지구는 좁고 외국은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카이스트 인문사회과학과 윤정로(56) 교수는 "금기와 좌절이 많던 윗세대와 달리 G세대는 '뭘 못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어디서든 어떻게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했다.일본 NHK방송의 기무라 요이치로 특파원은 "G세대 한국인들은 어느 정도 부유한 나라가 된 한국만 경험했다"며 "이들과 대화하다 보면 '내가 한국인과 대화하는 것이 맞나' 싶을 때가 있다"고 했다. 그는 G세대를 보면서 1964년 도쿄올림픽 이후 태어난 일본의 '신인류'를 떠올린다고 했다. 그들도 패전의 기억 없이 '세계 2위 경제대국 일본'만 알고 자랐다. G세대 한국인은 대한민국이 100년 걸려 키워낸 구김살 없는 차세대다. 그러나 걱정스러운 부분도 있다. 혹 그들도 일본의 신인류처럼 '개인'의 행복에만 침잠하는 건 아닐까.


G세대 한국인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해 태어나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 된 2000년대에 글로벌마인드(global mind)를 갖추고 자랐다. 'G20 의장국 대한민국'에서 어른이 된다. 88~91년생(10학번 새내기)으로 좁혀 잡으면 263만명, 86~91년생으로 넓혀 잡으면 389만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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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8. 15. 23:19

프랑스의 유명 파티시에(제빵제과사) 피에르 에르메씨는 서양과자 마카롱의 맛과 멋을 예술적 경지로 끌어올려 부와 명예를 얻은 인물이다. 런던·도쿄·두바이에 분점이 있어 출장이 잦지만 주말만큼은 철저히 가족과 함께 지낸다. 며칠 전 영국의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가 그의 주말 일과를 소개했다. 토요일 오전엔 중학생 딸, 아내와 함께 거리 장터에 가서 유기농 채소와 생선을 직접 사고,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는다. 토요일 오후의 주된 일정은 미술관 나들이다. 일요일 오전엔 집 근처 수영장에서 딸은 수영을, 부부는 사우나를 즐긴다. 일요일 저녁엔 집에 부부동반으로 손님을 초대해 자신이 직접 만든 음식을 대접하며 수다를 떤다….

서울 사람들의 주말 풍경은 어떤가. 강남에 사는 대기업 임원 A씨는 몇 달째 토요일에도 출근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매출이 떨어지면서 회사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여가가 없기는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피서철인 요즘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인 대치동의 교통체증은 평소보다 더 심하다. 중·고등학생 학원 수강생을 실은 차량 행렬이 수도권 각지에서 몰려와 꼬리를 물기 때문이다.

재정 위기 탓에 유럽 경제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는 있지만, 개인의 삶의 질로 보면 유럽은 여전히 지구촌 최고의 생활 선진국이다.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미국인들에 비해 '덜 일하고 많이 노는' 유럽식 사회경제 모델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정작 유럽인들은 해고가 자유롭고 끊임없이 경쟁에 내몰리는 미국인들보다는 자기네 삶의 질이 더 낫다고 본다. 유럽인들이 유럽식 사회경제 모델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근거 중 하나는 경제학자들이 약점으로 꼽는 바로 그 근로시간이다. 미국인의 연간 근로시간은 1681시간(2011년 기준)인 반면 프랑스·독일 근로자의 근로시간은 1400시간대에 그친다.

유럽인들은 일에서 자유로운 시간에 집에서 요리를 하고, 아이들과 놀아주거나 이것저것 직접 가르친다. 그런데 이런 가사노동과 보육활동이 생산하는 부가가치는 GDP(국내총생산)엔 반영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유럽인들은 GDP라는 지표를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컬럼비아대 스티글리츠 교수에게 의뢰해 '행복 GDP' 개념을 새로 만들어냈을까.

유럽인들이 주말을 맘껏 즐길 수 있는 요인은 뭘까. 다양한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적게 일하고도 많은 수익을 뽑아내는 고(高)부가가치형 노동에 그 비결이 있는 것 같다. 앞서 예로 든 피에르 에르메씨는 1개당 3000원을 웃도는 최고급 과자로 세계 시장을 석권했다. 유럽산 패션 명품은 원가(原價) 대비 수천 배의 가격표가 붙지만 불티나게 팔리고, 독일산 최고급 승용차는 전 세계 부유층의 필수품이 됐다. 이런 고부가가치 제품 덕에 독일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은 37달러로 미국 근로자(24달러)의 1.5배에 달한다.

민주당 손학규 대선 후보가 내세운 '저녁이 있는 삶'은 정치 구호로는 매력적이지만, 경제적으로 이를 구현하자면 사회경제 모델을 바꾸는 수준의 고강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김홍수 경제부 차장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8/09/201208090314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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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8. 15. 23:17

전 세계 203개국이 참여한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축제인 런던 올림픽이 12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한국팀이 금메달 13개, 종합순위 5위로 선전하면서 올림픽 기간 내내 신문·방송·인터넷 등에서 열기가 뜨거웠다. 런던 올림픽과 연계한 전 세계 기업들의 활동 역시 두드러졌다. 음료·패스트푸드·신용카드 등 많은 기업이 스폰서로 참여했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IT·통신·방송 관련 기업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이제는 방송과 통신 미디어가 융합돼 지구촌 사람들이 올림픽을 즐기는 방법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올림픽 중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1924년 파리 올림픽에서 최초로 라디오 중계가 도입됐고 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는 첫 TV 중계가 이뤄졌다. 64년 도쿄 올림픽에서는 통신위성을 이용한 국제 중계방송이 시도됐다. 한국 입장에서는 부러운 역사가 아닐 수 없다. 한국민은 70년대까지는 라디오 앞에 옹기종기 모여 중계방송을 듣다가 80년대 이후에야 온 가족이 TV 앞에 함께 모여 올림픽을 즐기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스마트폰 시대가 다가오면서 올림픽에 참여하고 즐기는 문화가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 과거 집에 함께 모여 시청하던 문화가 내 손안의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경기를 관람하고 사이버 공간에서 함께 응원하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전 세계 수십억 사람들과 경기의 감동과 의견을 나눌 수 있게 됐다. 스마트폰과 SNS, 그리고 올림픽이 결합한 ‘스마트 소셜림릭’이 본격화한 것이다.

하지만 런던 올림픽은 서막에 불과하다. 6년 뒤 평창 겨울올림픽에선 지금보다 월등히 발전된 스마트 세계를 보여주게 될 것이고 보여줘야만 한다. 바야흐로 다른 나라가 부러워할, 진화한 스마트 소셜림픽의 역사를 한국의 손으로 써야 하는 것이다. 현재의 4G 이동통신 서비스는 5G로 진화해 전 세계 최초로 위용을 드러낼 것이다. 유선망 속도는 10Gbps급으로 고도화돼 유·무선 인프라 모두 지금보다 10~100배 빠른 스마트폰 네트워크로 상용화가 가능해진다. 이러한 첨단 인프라를 기반으로 UD·3D 중계방송, 자동 통·번역기, 자원봉사 로봇, 증강현실 면세점 등 경기·교통·관광·생활 등 모든 분야에서 스마트 혁명이 일어날 것이다.

특히 2018년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데이터가 다양한 단말에서 생성되어 축적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장에 설치된 센서를 통한 선수 개개인의 세밀한 경기 기록, 평창 곳곳에 설치된 첨단 기상 센서,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올리는 멀티미디어 SNS 등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활용한 대용량 데이터의 분석과 스마트폰 단말을 통해 경기예측, 기상예측 등 각종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스마트 올림픽 무대의 진정한 주인공이 될 것이다.


평창올림픽은 한국 주도로 ‘미래형 스마트 사회’의 모델을 만들고 세계로 확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한국을 전 세계 스마트 사회의 모델로 각인시킬 수 있도록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 올림픽을 치러야 한다. 88올림픽과 2002월드컵을 점프의 기회로 삼았던 것처럼 한국이 또 다른 도약을 하기 위해선 ‘스마트 평창 겨울올림픽’을 차기 정부의 핵심 어젠다로 삼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스마트 사회를 완벽히 구현하려면 시간이 적지 않게 필요하다.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얼마 남지 않은 준비기간을 잘 계획하고 집약적으로 실천함으로써 평창 올림픽까지의 시간을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2018년 평창 올림픽을 미래형 스마트 올림픽으로 만드는 데 역량을 모으는 것은 차기 정부의 핵심 과제가 돼야 한다. 예비후보로 나선 정치인들은 이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한국의 미래 먹거리와 일자리가 있기 때문이다.


김성태 한국정보화진흥원장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aid/2012/08/14/8664887.html?cloc=olink|article|defa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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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8. 15. 23:15

2012 런던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대한민국은 12개 종목에서 메달 28개를 따내며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성적을 거뒀다. 우리 앞에 있는 나라는 미국 중국 영국 러시아 등이다. 고된 훈련과 가난, 부상, 좌절 등을 이겨내고 값진 성과를 일궈낸 선수와 지도자 모두 5000만 국민의 뜨거운 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다.

광복 후 처음 태극기를 앞세우고 참가한 1948년 14회 런던올림픽에서 우리는 동메달 2개를 따내 59개 참가국 중 32위였다. 당시 선수단의 공식 명칭은 '조선 올림픽 대표단'이었다. 일제 식민 통치에서 해방됐다고는 하지만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런던서 돌아오는 길에 대한민국의 탄생 소식을 들어야 했다. 그때 우리는 1인당 소득 75달러로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다. 그로부터 64년 만에 런던서 다시 열린 올림픽에서 우리 젊은이들은 205개 참가국 중 정상급에 당당히 자리 잡았다. 온갖 어려움을 딛고 오늘의 성취를 이룩한 대한민국의 역사를 떠올리게 하는 쾌거이기에 더욱 대견하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은 메달 수뿐 아니라 경기 내용 면에서도 대한민국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펜싱·사격 등 한국 스포츠의 불모지 같던 종목에서 각각 6개, 5개씩 메달을 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체조에서 양학선은 자신만이 구사할 수 있는 '양학선'이란 신기술로 사상 첫 금메달을 차지했다. 리듬체조의 요정 손연재는 사상 처음으로 결선에 진출, 5위를 기록했다. 우리 젊은이들이 실패할까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빛나는 결실을 이뤄낸 것이다.

대한민국 젊은이들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면 기뻐서 울고 메달을 놓치면 아쉬워서 울고 하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 경기 한 경기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지만 승패에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젊은 세대가 실패해도 낙망하지 않고 좋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대한민국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았다.

런던올림픽의 기억은 대한민국이 전 세계와 어깨를 겨루며 앞으로 나아가는 데 더없는 힘이 될 것이다. 64년 전 젊은이 67명이 신생(新生) 국가 대한민국에 조그만 희망의 불빛을 선물했던 것처럼 이번 우리 젊은 선수 245명도 대한민국의 앞날에 더 밝은 희망을 쏘았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8/12/201208120158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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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8. 15. 23:13

이번 올림픽에서 모두가 한국의 선전에 환호하고 오심 퍼레이드에 분노하고 있을 때 나는 우리가 가볍게 지나칠 만한 사건 하나를 유심히 관찰했다. 레이스 막판 무서운 스피드로 수영 금메달을 거머쥔 한 소녀 선수 얘기다. 16세인 중국의 예스원은 개인혼영 400m 결승에서 마지막 50m를 남자선수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질주하며 우승해 결국 세계기록마저 갈아 치웠다.

하지만 막상 그에게 쏟아진 건 박수갈채가 아닌 의심의 눈초리였다. 작고 어린, 무명에 가까운 선수가 도저히 낼 수 없는 기록이란 것이다. 의혹 제기에 앞장선 건 서방 언론이었다. 이들은 중국 선수들이 각종 대회에서 약물 파동으로 대거 실격된 역사를 다시 끄집어 내며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넘겨짚었다. 미국의 한 코치는 “수영에선 누가 ‘슈퍼우먼’으로 떠올랐다 싶으면 어김없이 약물 복용으로 밝혀졌다”며 의혹을 부채질했다.

중국인들은 흥분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중국의 성공에 대한 질투심의 극치”, “‘여우와 신 포도’의 전형적 사례”라는 글이 쏟아졌다. 나무 높이 달린 포도를 포기하면서 분명히 포도 맛이 나쁠 것이라 자기합리화를 한 여우(이솝우화)에 서방을 비유한 것이다. 급기야 논란은 중국의 국가주의 체육과 인권문제에 대한 비판으로까지 번졌다. 한 서방 기자는 예스원에게 “중국 선수들은 메달을 따기 위한 로봇이라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예스원 공방’이 흥미로운 건 지금 글로벌 경제의 본모습과 헤게모니 다툼 양상이 그대로 투영돼 있기 때문이다. 4년 전 개최국으로 세계의 이목을 모은 중국은 이번에도 가공할 경기력과 수많은 얘깃거리로 사실상 대회의 주인공 행세를 하고 있다. 어느새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신흥 슈퍼파워와 이를 불편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서방 간의 신경전이 스포츠라는 형식을 빌려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 서방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중국은 30년 전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 기적을 이뤄 냈지만 여전히 그 틀은 권위주의적인 국가 자본주의에 머물러 있다. 반면 민주주의를 기초로 한 정통 자본주의 국가들은 경제 버블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채 매년 8% 성장을 이어 가는 중국인들의 지갑에만 의존하는 꼴이 됐다. 중국이 예스원에 대한 문제 제기를 신 포도로 비꼰 것은 사실 중국 경제를 바라보는 서방의 부러운 (그리고 두려운) 시선을 정확히 지칭하고 있다. 약물 의혹은 환율 조작이나 인권 탄압 등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중국의 모든 면을 상징한다.

중국을 바라보는 서구의 마음은 복잡하다. 국민소득이 5000달러 정도 됐으면 자신들의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받아들일 만한데도 전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체제가 우월함을 증명하려는 듯 더 완고하게 변화를 거부하고 있다. 이런 자신감의 원천은 물론 자국 경제다. 중국이 올림픽을 국가 파워를 과시하는 경연장으로 여기고 밀어붙이는 것 역시 경제적 자신감에 토대를 두고 있다. 서구는 이 거대한 폭주 기관차가 언젠가 한계에 부닥치진 않을까 ‘기대 반, 우려 반’의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북한 경제 몰락의 이유는 분명하지만 중국의 성공은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중국은 북한보다도 더 신기한 나라다.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G2의 위상과 이웃나라 국민을 전기 고문하는 후진성도 상식적으로 도저히 양립하기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그런 나라가 이 세상에, 그것도 한반도 바로 옆에 보란 듯 자리 잡고 있다. 우리로선 벌써 반만 년째 이어지는 고약한 숙명이다.

유재동 경제부 기자



http://news.donga.com/3/all/20120807/484117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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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8. 15. 23:09

일본의 자매대학에서 여름방학 집중강의를 하고 돌아왔다. 찜통인 도쿄 거리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책을 읽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지하철에서도 손바닥만한 책을 들고 삼매경에 빠진 시민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한 마디로 독서천국 같았다. 일본서적출판협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약 7만6,000종의 새 책이 출간됐고, 모든 서적의 판매부수가 11억7,600만권에 달했다. 대략 3,800여개의 출판사들이 매년 1조8,000억엔(약27조원) 규모의 거대산업을 형성하고 있다.

전국 1만5,000여개의 크고 작은 서점들이 출판 시장의 모세혈관 역할을 수행한다. 서적출판협회를 이를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전철역이든 쇼핑몰이든 일본에서 서점을 찾기 어려운 곳은 없다." 요즘 들어 주춤해졌다곤 하나 여전히 출판대국인 나라의 깊이를 여러 곳에서 감지할 수 있었다. 우리가 한류니 K팝이니 하면서 하루아침에 문화국가가 된 듯한 착각에 빠져 있는 동안 무엇을 잊고 무엇을 잃었는지 자성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텔레비전, 인터넷, 모바일이 커뮤니케이션의 성격을 신속하고 수평적으로 만들었지만 아직도 인간 이성의 정수를 포착하는 데 있어 책 만한 도구가 없다. 부피와 무게에서 휴대용 전자기기에 약간 밀릴 뿐, 사용의 편의성이나 영구적인 보관성을 감안하면 아직까지도 책에 대적할 수단이 없다. 구형 플로피 디스크에 저장해 놓은 원고는 이제 그것을 읽을 수 있는 기계조차 없지만, 그 원고로 만들어진 책은 여전히 필자의 책장에 꽂혀 있다. 어느 쪽이 우월한 매체인가. 또 책 읽기는 단순히 개인의 문화적 취향 또는 여가활동만을 뜻하지 않는다. 근대 이후의 독서행위는 본질적으로 정치적인 행위가 되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을수록 개개인의 내면의 공간이 늘어난다. 그러므로 책 읽는 시민들로 이루어진 나라는 국토면적과 상관없이 엄청난 지성의 영토를 보유한 대국이 된다. 지성의 영토가 광대한 나라일수록 독재가 불가능하고 궤변이 설 자리가 없으며 프로파간다의 맨얼굴이 쉽게 폭로된다. 이런 점에서 책 읽는 행위는 인간의 권리문제로 접근해야 마땅하다. '우매한 대중이 되지 않을 권리'는 인간 자력화의 가장 강력한 요구에 속하는 권리다. 인권의 원칙으로 보아 책 읽을 권리에는 세 차원이 있다.

첫째, 가용성의 원칙. 일단 책의 종류가 다양해야 하고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야 한다. 저렴하되 출판사의 출혈을 방지할 정책이 필요하다. 도서정가 문제, 우수출판 지원제 등을 인권의 차원에서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문고판 도서의 활성화도 고려해 봄직하다. 문고판은 공간활용, 가격, 제작 등에 있어 장점이 많지만 출판사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분야다. 정책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서울역의 노숙인들도 문고판으로 성석제의 소설을 쉽게 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둘째, 적합성의 원칙. 다양한 책이 나오되 일정한 수준의 도서를 지향해야 한다. 도서시장은 악화가 양화를 쫓아낼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이와 더불어 금서니 불온서적이니 하는 사상검열을 원천적으로 없애야 한다. 책을 읽는 목적 자체가 인간사유를 넓히고 바꾸는 데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불온'하지 않은 책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

셋째, 접근성의 원칙. 동네의 작은 책방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가 있어야 하고, 전국 방방곡곡에 공립 도서관이 촘촘히 들어서야 한다. 이미 도서관 운동들이 있지만 이런 분야에 대폭적인 정부 지원을 하는 것은 그야말로 세금이 아깝지 않은 일이다. 또한 장애인들을 위한 도서제작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시각장애인용 도서 콘텐츠 생산은 시급한 인권문제이며 국가인권위에서 오늘이라도 당장 조사와 연구를 시작해야 할 사안이다.

올해는 '독서의 해'이다. 많은 아이디어들이 제시되어 있지만 책 읽기를 인권문제로 이해하는 관점은 아직 자리잡지 못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책이야말로 인간자유를 위한 강력한 무기"라 했다. 인권운동으로서의 독서운동이 일어날 때가 됐다.



조효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08/h201208072103592437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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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8. 15. 23:08



거북복(위)과 메르세데스벤츠 자동차. [메르세데스벤츠]
미국 북서부 사막지대에서 번식하는 잡초인 회전초(回轉草)는 행성 탐사 로봇을 개발하는 기술자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켰다. 가을바람에 의해 둥글게 뭉쳐서 날아가는 회전초를 본떠 로봇을 만들면 어떤 지형에서도 돌아다닐 수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2003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회전초처럼 바람이 불면 굴러다니는 행성 탐사 로봇을 만들어 그린란드에서 시운전에 성공했다. 이 로봇은 이틀 동안 128㎞를 이동하면서 30분마다 수집한 자료를 관제소로 보냈다. NASA는 바퀴 달린 로봇이 접근하기 어려운 구릉과 계곡이 많은 화성 탐사에 회전초 로봇을 활용할 예정이다.

연잎 표면의 나노 돌기 때문에 물은 방울 상태로 있다가 굴러떨어진다. [위키피디아]
일본의 의료기기 회사에서는 아프지 않은 주사, 곧 무통주사를 개발하기 위해 모기에 관심을 가졌다. 모기는 사람에게 아무런 고통도 주지 않고 피를 빨아먹는다는 사실에 주목한 것이다. 모기의 주둥이는 주삿바늘보다 끝이 훨씬 가늘고 길게 생겼다. 모기의 바늘처럼 생긴 주삿바늘을 만들면 사람이 통증을 느끼지 않게 될 것임에 틀림없었다. 일본의 의료기기 전문가는 모기 주둥이를 흉내 내서 끝이 점점 가늘어지는 주삿바늘을 만들어 2004년 특허 승인을 받았으며 대박을 터뜨렸다. 특히 날마다 주사를 맞아야 하는 당뇨병 환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자동차 명품인 메르세데스벤츠는 거북복을 본떠 설계한 미래형 자동차를 선보였다. 일본·필리핀·남아프리카 등지에 사는 열대어인 거북복은 머리가 작고, 주둥이가 돌출되어 있으며, 외피는 딱딱한 갑판으로 덮여 있다. 몸 빛깔은 황금색이며 눈동자 크기의 작은 점이 흩어져 있다. 거북복의 몸체는 각이 지고 매끈한 유선형은 아니지만 물속에서 날렵하여 수압을 최소한으로 받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거북복은 몸 전체로 만들어내는 소용돌이 덕분에 수류의 저항을 받지 않고 최소한의 힘으로 파도를 헤쳐 나가며 자유자재로 헤엄칠 수 있다. 이러한 거북복의 특성을 자동차에 적용하면 차체 구조와 공기역학적 특성이 우수한 자동차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 기술진은 거북복의 외형을 본떠 만든 자동차를 연료 절약과 환경 친화적인 측면에서 가장 이상적인 미래 자동차의 설계 개념으로 소개한 것이다. 

나노기술 발달로 생명 본뜬 물질 만들어
전 세계의 늪에 서식하는 무척추동물인 완보동물(緩步動物)은 길이가 1㎜ 정도인 작은 생물이지만 생김새가 곰을 닮아 물곰이라 불리기도 한다. 물방울 속에 사는 물곰은 물이 마를 경우 움츠러들면서 생명 활동이 일시적으로 멈추는 가사 상태에 빠진다. 이 상태에서 물곰은 물이 끓는 100˚C 이상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고 결빙 온도보다 훨씬 낮은 영하 200˚C에서도 얼어 죽지 않는다. 완보동물이 극한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는 것은 특수한 물질이 몸 안에서 생성되기 때문이다. 이 특수물질을 모방할 수 있다면 식량이나 의약품을 효과적으로 보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우주 공간으로 여행할 때 이 물질을 활용하면 극한 환경에서 건강을 유지하는 데 크게 보탬이 될 전망이다.

게코를 본뜬 로봇. [김상배 연구원]
21세기 초반부터 생물의 구조와 기능을 연구하여 경제적 효율성이 뛰어난 물질을 창조하려는 과학기술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 신생분야는 생물체로부터 영감을 얻어 문제를 해결하려는 생물영감(bioinspiration)과 생물을 본뜨는 기술인 생물모방(biomimicry)이다. 생물영감과 생물모방을 아우르는 용어가 해외에서도 아직 나타나지 않아 필자는 지난 5월 하순 펴낸 『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다』에서 ‘자연중심기술’이라는 낱말을 만들어 사용하였다.

자연은 위대한 발명가다. 지구상의 생물은 박테리아가 처음 나타난 이후 38억 년에 걸친 자연의 연구개발 과정에서 갖가지 시행착오를 슬기롭게 극복하여 살아남은 존재들이다. 이러한 생물 전체가 자연중심기술의 연구 대상이 되므로 그 범위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깊고 넓다. 이를테면 생태학·생명공학·나노기술·재료공학·로봇공학·인공지능·인공생명·신경공학·집단지능·건축학·에너지 등 첨단 과학기술의 핵심 분야가 거의 망라되어 있다.

21세기 들어 생물영감 또는 생물모방이 각광을 받게 된 까닭은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하나는 나노기술의 발달이다. 생물의 구조와 기능을 나노미터, 곧 10억분의 1m 수준에서 파악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생물을 본뜬 물질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도마뱀붙이(게코) 발바닥과 연잎 표면을 모방하여 만들어낸 신소재다.

야행성 동물인 게코는 몸길이가 꼬리를 포함해 30~50㎝, 몸무게는 4~5㎏ 정도인 작지 않은 동물이지만 파리 따위의 곤충처럼 벽을 따라 기어 올라가는가 하면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걷기도 한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거스르는 게코의 능력은 발가락 바닥의 특수한 구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밝혀졌다. 게코 발가락 바닥에는 사람의 손금처럼 작은 주름이 새겨져 있는데, 이 작은 주름들은 뻣뻣한 털(강모)로 덮여 있다. 작은 빗자루처럼 생긴 강모의 끝에는 잔가지가 나와 있다. 잔가지의 끝부분은 오징어나 거머리의 빨판처럼 뭉툭하게 생겼으며 지름은 200나노미터 정도다. 도마뱀붙이는 이런 나노 빨판을 10억 개 갖고 있다. 요컨대 발바닥의 나노 빨판 덕분에 게코는 벽이나 천장에서 밑으로 떨어지지 않고 기어다닐 수 있는 것이다. 2004년 게코의 나노 빨판을 모방한 접착제가 개발되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김상배 연구원은 게코처럼 미끄러운 벽면을 기어오를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여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2006년 최고의 발명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로봇 발바닥에는 게코 발바닥을 모방해 만든 나노 크기의 털이 붙어 있음은 물론이다.

생태시대 여는 혁신적 접근방법
연은 흙탕물에서 살지만 잎사귀는 항상 깨끗하다. 비가 내리면 물방울이 잎을 적시지 않고 주르르 흘러내리면서 잎에 묻은 먼지나 오염물질을 쓸어내기 때문이다. 연의 잎사귀가 물에 젖지 않고 언제나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는 자기정화 현상을 연잎효과(lotus effect)라고 한다. 연잎의 표면이 작은 돌기로 덮여 있고 이 돌기의 표면은 티끌처럼 작은 솜털로 덮여 있기 때문에 연잎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작은 솜털은 크기가 수백 나노미터 정도이므로 나노 돌기라 할 수 있다. 1999년 연잎 표면을 뒤덮은 나노 돌기의 자기정화 기능을 활용한 첫 번째 제품이 상용화되었다. 건물 외벽에 바르는 자기정화 페인트다. 때가 끼는 것을 막아주는 자기정화 표면은 자주 청소를 해야 하는 생활용품에 쓰임새가 많다. 연잎효과를 응용한 옷은 가령 음식 국물을 흘리더라도 손으로 툭툭 털어버리면 깨끗해진다.

자연중심기술이 각광을 받게 된 또 다른 이유는 파란 행성 지구의 환경위기를 해결하는 참신한 접근 방법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1997년 미국의 생물학 저술가인 재닌 베니어스가 펴낸 『생물모방(Biomimicry)』에서 명쾌하게 일갈한 대목에 그 이유가 함축되어 있다.

“생물들은 화석연료를 고갈시키지 않고 지구를 오염시키지도 않으며 미래를 저당 잡지 않고도 지금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을 전부 해왔다. 이보다 더 좋은 모델이 어디에 있겠는가?”

자연을 스승으로 삼고 인류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의 해법을 모색하는 자연중심기술은 녹색기술의 한계를 보완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녹색기술은 환경오염이 발생한 뒤의 사후 처리적 대응의 측면이 강한 반면에 자연중심기술은 환경오염 물질의 발생을 사전에 원천적으로 억제하려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자연중심기술이 발전하면 녹색경제의 대안으로 청색경제(blue economy) 시대가 개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2008년 10월 스페인에서 열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회의에서 ‘자연의 100대 혁신기술(Nature`s 100 Best)’이라 불리는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IUCN과 유엔환경계획(UNEP)의 후원을 받아 마련된 이 보고서는 생물로부터 영감을 받거나 생물을 모방한 2100개의 기술 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100가지 혁신기술을 선정하여 수록한 것이다.

이 보고서를 만든 사람은 재닌 베니어스와 군터 파울리다. 파울리는 벨기에 출신의 저술가, 기업가, 환경운동가다. 그는 1994년 일본 정부의 후원을 받아 생물영감 연구조직인 제리(ZERI·Zero Emissions Research and Initiatives)재단을 설립했다.

2009년 5월 베니어스와 파울리는 이 보고서를 같은 제목의 책으로 발간했다. 2010년 6월 파울리는 자연의 100대 혁신기술을 경제적 측면에서 조명한 저서인 『청색경제』를 펴냈다. 이 책의 부제는 10년 안에, 100가지의 혁신기술로 1억 개 일자리가 생긴다(10 years, 100 innovations, 100 million jobs)이다. 파울리는 이 책에서 100가지 자연중심기술로 2020년까지 10년 동안 1억 개의 청색 일자리가 창출되는 사례의 밑그림을 제시하면서 자연의 창조성과 적응력을 활용하는 청색경제가 높은 수익과 부가가치를 보장할 뿐만 아니라 고용 창출 측면에서도 매우 인상적인 규모의 잠재력을 갖고 있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다. 이런 맥락에서 자연중심기술을 ‘청색기술(blue technology)’이라는 이름으로 부를 것을 『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다』에서 제안한 바 있다.

청색기술이 발전하면 기존 과학기술의 틀에 갇힌 녹색성장의 한계를 뛰어넘는 청색성장으로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창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국내 산업정책 전문가들이 주목할 만도 하다.

자연의 지혜를 배우면 지구를 환경위기로부터 구해낼 수 있다고 굳게 믿는 사람들은 생물영감 또는 생물모방을 단순히 과학기술의 하나로 여기지 않고 이른바 생태시대(Ecological Age)를 여는 혁신적인 접근 방법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인식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 KAIST 겸직교수를 지냈다. 신문에 470편, 잡지에 160편 이상의 칼럼을 연재했다. 『지식의 대융합』『이인식의 멋진 과학』『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다』 등을 펴냈다. 과학과 인문학의 융합을 역설하는 강연 활동으로 분주하다.


http://sunday.joins.com/article/view.asp?aid=27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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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8. 15. 23:07

“런던서 온 금빛 희망바이러스… 다음은 우리 차례” 펜싱 키즈가 자란다

방학인데도 맹훈련을 하는 서울체육고 펜싱부 학생들. 도복 마스크 등 무거운 장비를 착용하고 칼을 쓰지만 여풍이 거셌다. 총 26명의 학생 중 여학생은 7, 8명가량 된다. “처음엔 칼이 좀 무거웠지만 곧 적응됐다”고 말하는 이들은 “부모님이 여자도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며 팍팍 밀어준다”면서 주눅 든 모습이 없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서울체육고등학교가 있는 서울 송파구 방이동으로 들어서니 아스팔트를 녹일 듯한 폭염과 함께 올림픽 열기도 뜨거웠다. 거리 곳곳에 메달을 딴 선수들의 명단이 적힌 플래카드가 펄럭였다. 

9일 오전 10시 학교 4층 펜싱부 체육관에 들어서는 순간, 방학 중인 데다 이른 오전 시간인데도 비지땀을 흘리는 학생들의 땀 냄새가 코로 훅 들어왔다. 200여 평 되는 체육관은 에어컨이 돌고 있었지만 남녀 학생 20여 명의 날카로운 기합 소리가 뿜어내는 열기로 후끈했다. 양팔에 검(劍)을 쥔 모습으로 좌우로 빠르게 발 연습을 하는 모습이 TV 중계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다. 서울체고는 펜싱 6개 종목 중 3개 종목에서 국내 최고를 자랑하는 꿈나무들의 산실이다. 

홍순영 코치(44·중고펜싱연맹 경기이사)의 얼굴은 밝았다. “어떻게 하면 펜싱을 배울 수 있냐는 전화가 많이 걸려옵니다. 아이들에게 동기부여가 된 게 큰 수확입니다. 그중에는 대충 하다 대학이나 가자던 아이들도 있었는데 이제는 모두 ‘열심히 해서 메달을 따겠다’고 합니다.” 

한국 펜싱은 이번 올림픽에서 6개 전 종목 메달(금 2개, 은 1개, 동 3개)을 따는 기염을 토했다. 

훈련하는 학생들 중 김도희(18·2학년·사브르) 양희원 양(19·3학년·사브르)과 황부영(19·3학년·플뢰레) 조성혁(19·3학년·플뢰레) 홍성운(19·3학년·사브르) 정병찬 군(19·3학년·에페) 등 6명을 만나봤다. 아직은 생소한 이 스포츠를 무슨 동기로 시작하게 됐는지가 가장 먼저 궁금했다. 

“중학교 1학년 때 체육 선생님이 펜싱부 코치였는데 체격조건이 좋다고 권유해서”(희원) “초등학교 때 태권도를 했는데 발이 빠르다고 관장님이 추천해서”(부영) “초등학교 수영 선생님이 제 운동신경이 펜싱에 맞겠다고 해서”(성혁) “달리기를 잘한다고 아빠 친구(펜싱 코치)가 권해서”(도희) 등등 대부분 비슷했다. 

기자는 이들을 만나기 전 펜싱이 소수 엘리트 체육의 산물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다시 홍 코치의 말이다.

“제가 뛸 때만 해도 선수로 선발되면 무조건 태릉으로 가 집단훈련을 받았지만 10년 전부터 중고교에 펜싱부가 생기면서 달라졌습니다. 현재 중고교 130여 곳에서 870여 명의 꿈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계기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남자 단식 플뢰레에서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김영호)과 동메달(이상기)이 나온 것이었다. ‘펜싱 키즈’를 키우자는 국가적 목표가 세워졌고 국고와 대한펜싱협회의 지원으로 중고교에 펜싱부가 생긴 것. 물론 1차적으로는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밀어주겠다는 부모들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펜싱은 검, 마스크, 도복 상하의, 보호대, 메탈재킷, 와이어, 펜싱양말, 신발, 장갑, 장비가방 등 풀 세트를 구입하려면 초기 비용이 수백만 원은 된다. 학생들은 “도복 등은 한 번 사면 5∼10년은 쓰지만 한 자루에 10만 원을 훌쩍 넘는 검은 그동안 수십 자루를 갈아 치웠다”고 했다. 게다가 100% 수입품이다. 풍족하진 않더라도 자식들에게 이 정도 지원은 해줄 수 있는 부모들이 있었기에 이들의 오늘이 가능했으리라. 결국 한국 펜싱의 성장은 한국 경제성장의 산물이었던 것이다.

학생들에게 펜싱의 매력을 물었다. “멋있어서” 혹은 “짜릿해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조명만 반짝이는 검은 무대, 은빛 칼, 표정을 감추는 마스크…세련되고 멋있잖아요.”(부영)

“‘진짜 칼을 들었다’는 생각으로 경기를 해요. 이 칼로 상대를 죽일 수도 있고 내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요. 찌르고 찔리는 순간 생과 사를 맛보는 운동이랄까(웃음), 머리회전도 빨라야 해요. 0.5초라는 짧은 순간에 공격과 수비 전략을 짜야 하는데 전략이 읽히면 당할 수밖에 없죠. 속이는 기술이 성공했을 때의 ‘스릴’은 정말 대단하죠.”(성혁)

“좁은 피스트(piste·펜싱 경기장) 위에 오로지 상대방과 나 둘만 있어요. 그 긴장감, 집중력, 한 포인트 한 포인트 찌를 때마다 경험하는 짜릿함은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어요.”(성운)

지금 경기장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는지, 이들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비인기 종목 선수로서 설움을 느낀 적은 없었느냐”고 물었더니 이들은 무심할 만큼 가볍게 받아 넘겼다. 승부에 매달리기보다는 운동 자체를 즐긴다는 사고가 역시 강했다. 

“내가 좋아서 하는 운동인데 남들한테 인기가 있나, 없나 하는 게 뭐가 중요하죠?”(성혁)

“TV에서도 중계를 잘 안 해 주니까 아쉽긴 하지만 서운하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어요. 오히려 열심히 해서 인기 종목으로 만들어야지 하는걸요. 피겨 종목을 유명하게 만든 김연아 선수처럼 말이죠(웃음).”(희원)

“펜싱 한다고 하면 다들 멋있다고 해요. 주눅 든 적은 없어요.”(병찬)

옆에 있던 홍 코치가 “우리만 해도 어쩔 수 없이 혹은 어른들이 무서워서(웃음) 열심히 했는데 요즘 애들은 절대 억지로 안 합니다. 그렇다 보니 중도 탈락하는 아이가 오히려 줄었어요”라고 덧붙였다. 

올림픽 기간에 펜싱 경기가 있는 날, 밤새워 TV 앞에 앉아 있었다는 이들은 오심(誤審) 이야기가 나오자 목소리를 높였다. 자기들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는 것이다.

“작년 요르단에서 열린 유소년세계선수권대회에서 제가 먼저 찔렀는데 상대 선수에게 유리한 판정이 났어요. 비디오 판독까지 했지만 정정을 해주지 않더라고요. 원래 아시아권 선수들에게 심판들이 점수를 잘 안 준다는 말을 들었는데 정말인가 싶어 속상했죠.”(희원)

“저도 요르단 대회에서 유럽 선수들과 경기할 때 두세 개의 오심 판정을 받았어요. 일본인 심판이었는데 같은 아시아인인데도 유럽 선수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속상했어요. 한국에서 잘 썼던 기술이 오심 판정이 나버려 자신감이 없어졌어요.”(부영)

그럴 때마다 펜싱에 회의감을 느낀 적은 없느냐고 묻자 역시 낙관적인 답들이 돌아왔다.

“올해 4월 모스크바 유소년대회에서 단체전 3위를 했는데 미국 선수와의 경기에서 심판이 끝났다는 신호를 하지 않아 잠시 멈칫하다 찔려 버렸어요. 너무 허탈했지만 이미 악수까지 하고 끝낸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죠. 하지만 저도 제게 유리한 판정을 받은 적이 있어요. 억울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오히려 더 열심히 뛰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죠.”(병찬) 

“국내 경기에서도 오심 판정으로 억울한 적이 있었어요.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된 것 같아 아쉬웠지만 좀 더 정확한 포인트를 찍기 위해 연습을 더 열심히 하게 됐어요.”(성운)

펜싱은 상대방의 몸에 칼날이 닿으면 불이 들어오는 전자 판정방식을 채택하고 있지만 워낙 ‘찰나의 스포츠’이다 보니 양 선수의 마스크에 동시에 불이 들어올 경우 심판의 판정도 쉽지 않다. 

“사람의 일이니 누구라도 실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에 신아람 선수의 경기를 맡았던 심판도 순간적으로 판단착오를 한 것 같아요. 공격이나 수비 지시를 내릴 때는 이상이 없다가 마지막 1초가 문제가 됐는데 사실 (경기를) 끝냈어도 되는 상황이었거든요. 설마 1초라는 시간 안에 누군가를 찌를 수 있겠냐는 생각을 한 것 같아요. 물론 타임키퍼의 실수도 있었고요…. 어쨌든 그 일 이후 심판들이 ‘코리아’를 보면 더 바짝 긴장해서 경기를 본 건 사실이에요.”(홍 코치)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펜싱의 장기로 유명해진 ‘발 펜싱’ 이야기로 넘어갔다. 실제로 기자가 이날 지켜본 학생들의 운동시간 절반은 ‘풋 워크(다리운동)’에 집중됐다.

홍 코치에게 “우리의 발 펜싱 노하우를 세계가 알게 됐으니 금방 따라잡히지 않을까요”라고 물었더니 “기본적으로 너무 힘든 트레이닝이라 견디지 못할 겁니다. 신체 조건이 동양인보다 좋기 때문에 그런 훈련 자체가 필요 없다고 느낄 수도 있고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결핍’이 때로는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지혜가 한국 펜싱에서도 적용되는 셈이다. 

3세트(1세트에 3분) 경기를 치르는 동안 약 500번의 공격을 하는 펜싱은 체력 소모가 심한 운동이다. 이날 만난 학생들의 연습량은 혹독하다고 여겨질 정도였다. 요즘 같은 방학에는 오전 10시∼낮 12시, 오후 2∼5시 운동이 이어지고 월·수·금요일에는 오후 7시∼8시 반에 야간운동까지 한다. 학기 중에는 오전 4교시 수업을 마치고 오후 2시 반∼5시 반, 역시 월·수·금요일 야간운동이 이어진다. 이들을 보며 케이팝(K-pop·한국대중음악) 한류를 만들고 있는 10대 연습생들의 집중력이 겹쳐졌다. 

이날 만난 학생들은 대부분 올림픽 메달을 꿈꿨지만 그렇다고 집착하는 모습은 없었다. “좋아하는 펜싱을 할 수 있다면 코치나 심판이 되는 길도 열려 있다”고 말하는 펜싱 키즈에게선 남들이 뭐라 하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부러웠다.

● 펜싱, 아직은 먼 길

고대 로마에서 시작한 펜싱은 18세기 무렵 마스크를 쓰고 칼의 위험성을 없애고부터 스포츠가 됐다. 긴 칼만을 사용하는 현재 검법으로 틀을 갖춘 것은 프랑스에서다. 펜싱국제표준 용어가 ‘아탕시옹’(attention·차렷) ‘살뤼’(salut·인사) ‘앙가르드’(en garde·기본자세) ‘마르슈’(marche·앞으로 이동) ‘롱페’(rompez·뒤로 이동) ‘팡트’(fente·공격)처럼 프랑스어가 된 것은 이 때문이다. 

근대 올림픽이 시작된 1896년부터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됐지만 아시아권에서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플뢰레 여자부에서 루안줄리(중국)가 금메달을 딴 게 처음이다. 우리의 경우 1964년 도쿄 올림픽에 남자 3명, 여자 1명이라는 미니 선수단이 출전한 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 이르러서야 사상 처음 금메달과 동메달을 땄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메달이 없었다. 

유럽엔 우리식 태권도장처럼 펜싱도장이 흔할 정도인 생활스포츠이지만 우리는 저변이 얇다. 국내 펜싱 동호인은 1000여 명에 불과하다. 독일에는 400여 개 클럽에 등록선수만도 40만 명에 이르지만 우리나라의 등록선수는 1500명 정도다. 

경기 종목은 찌르는 부위에 따라 플뢰레(fleuret·얼굴, 팔, 다리를 제외한 몸통만 공격) 에페(´ep´ee·마스크와 장갑을 포함한 상체 모두) 사브르(sabre·찌르기와 베기가 모두 가능하며 허리 위를 공격) 3종. 기본동작을 익힌 후 응용 동작까지 배워 경기를 하려면 6개월은 걸린다고 한다.

허문명 기자



http://news.donga.com/3/all/20120813/48587747/1

Posted by 겟업
2012. 8. 15. 22:54

펜싱, 팔 짧은 한국인 특성 맞게 빠른 발 동작에 몰두해 큰 성공
후발 주자는 새 룰 만들어 내야… 양궁처럼 끊임없는 변화도 필요
의외의 선수들이 메달 따듯 사무실 구석 인재들 끌어내야


많은 이들이 밤잠을 설치면서 런던올림픽을 지켜보는 건 거기에 날것 그대로의 경쟁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어떤 보호막도, 기득권도 없이 오직 실력으로만 세계 최고를 가리는 현장이다. 우리는 무한경쟁의 시대에 살지만, 사실 많은 사람에게 경쟁은 추상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그런데 올림픽은 생생한 경쟁의 모습을 3D 입체 영상으로 보여준다.

올림픽은 기업인들에게 승부의 비결을 전해주는 교과서이기도 하다. 기업인들이 이번 올림픽에서 배워야 할 게 있다면 그 첫째는 차별화의 중요성이다. 이번에 한국 선수단이 이룬 최대 이변 중 하나는 펜싱의 기대를 뛰어넘는 선전(善戰)이었다. 그것은 차별화 전략의 성공 사례이기도 했다.

한국 펜싱 선수들은 유럽 선수들에 비해 키가 작고 팔 길이가 짧은데도, 과거엔 손 기술 위주의 유럽 스타일을 모방만 해왔다. 그러다 10년 전 한국형 펜싱을 개발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면서 한국인의 신체적 특성에 맞는 기술 연구에 돌입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발동작을 빨리하는 데 주안점을 둔 것이다. 펜싱 선수들이 느닷없이 등산과 달리기, 웨이트 트레이닝 등 하체 강화 훈련에 몰두한 이유다. 이렇게 단련된 우리 선수들은 이번 올림픽에서 빠른 잔발로 치고 빠지면서 유럽 선수들의 얼을 빼놓았다. 우리 선수들의 1분당 스텝 수는 최대 80회로 유럽 선수들의 2배 수준이고, 빠른 스텝을 이용해 1초 동안 5m를 이동하기도 했다.

기업의 경우에도 후발 주자는 결코 선발 주자가 만들어 놓은 게임의 룰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 선발 주자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전장(戰場), 그들이 행하지 않은 룰을 만들어내야 한다. 진정한 차별화란 약점을 수비적으로 보완하기보다 강점을 더욱 강화해 불균형의 상황을 더욱 불균형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얻어진다.

한국 최초의 체조 금메달을 딴 양학선은 차별화의 정수(精髓)를 보여준다. 그는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최고난도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차별화의 세 가지 방안, 즉 최초(the first), 유일함(the only), 최고(the best)를 모두 이뤘다.

둘째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정신을 배워야 한다. 한국 양궁이 30년 이상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던 것은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것을 스포츠에 접목시켜 창의적인 훈련 방법을 끊임없이 개발했기 때문이다. 극도의 긴장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65m 높이에서 번지점프를 하고, 군인 700명이 북과 꽹과리를 치며 야유하는 가운데 연습 시합을 치렀으며, 쉬는 시간에는 몇 달 후 올림픽이 열릴 경기장 영상이 담긴 특수 안경을 끼고 시뮬레이션 훈련을 했다. 대한양궁협회 서거원 전무는 "새 훈련 방법을 개발하면 외국 지도자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알아내 5개월 후엔 더 발전된 방법으로 훈련한다"면서 "그 5개월간 우리는 전보다 새로운 것을 개발해 내야 한다"고 말했다.

셋째는 진흙 속 진주가 빛을 발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인재 관리의 철학을 배워야 한다. 늘 그랬지만 이번 올림픽도 전혀 의외의 선수들이 등장해 메달을 따냈다. 펜싱의 김지연이나 사격의 김장미가 대표적이다. 기업에도 장차 큰일을 벌일 인재들이 사무실 어느 구석에 숨어있을지 모른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기업문화가 필요한 이유다. 조직 내에 구성원의 행동을 한 방향으로 몰고 가는 '동질화 필터(homogenizing filter)'가 작용하는 것을 경계하고, 단기 성과주의에서 벗어나 긴 승부를 볼 수 있도록 보상시스템이 설계돼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이번 런던올림픽을 보면서 장기화하는 세계 경제 침체의 파도에 맞설 지혜를 얻었으면 좋겠다.


이지훈 경제부장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8/07/201208070318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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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8. 15. 22:52

올림픽이 인류 평화와 화합의 제전임을 누가 모를까만, 앳되지만 비장한 각오로 경기장에 들어서는 한국 선수들의 모습을 보는 순간 그 점잖은 상식은 콩닥거리는 심장박동에 그만 묻혀버리고 만다. 제국 열강 틈에 끼여 눈치 보며 살아온 주눅 든 세월이 아무리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는 얼룩이 된 까닭인지 패하면 분하고 이기면 가슴 후련한 우승열패의 원초적 감정을 버릴 수 없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지막 날, 황영조가 일본의 고이치 선수를 따돌리고 결승점을 통과하는 순간 필자는 정신 나간 짐승처럼 괴성을 질러 댔다. 새벽녘 일본 쓰쿠바대학 교수 숙소에서였는데, 더러 불이 켜진 방에서는 인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며칠 전에도 그랬다. 열대야에 잠을 설치느니 애국이라도 하자는 심정으로 맥주캔을 들고 TV 앞에 앉았다. 그런데 이건 웬 날벼락인가. 한국 낭자 신아람의 ‘멈춰버린 1초’는 오랫동안 무장해제 상태에 있었던 약소국의 상처를 건드리더니 급기야 자제할 수 없는 분노로 피어올랐다. 아니, 저런 몰상식하기 짝이 없는, 파렴치하고 오만 방자한, 문명의 탈을 쓴 야만이라니! 교양에 의해 억제된 욕설과 비속어(卑俗語)들이 뭉게뭉게 모이기 시작했던 거다.

스위치는 눌러졌건만 그건 가지 않는 시계였다. 아니 거꾸로 가는 시계였다. 스타 워즈에나 나올 만한 그 장면, 네 차례 공격을 무시간(無時間)으로 산정한 그 계측은 영국이 세계에 선포한 그리니치 표준시간이었다. 거꾸로 가는, 아니 가지 않는 이 시간 개념을 내로라하는 국제심판들과 국제펜싱연맹이 신기루처럼 신봉했으니 어쩌랴, 문명표준의 후예들이 그렇다면 그러려니 할 수밖에. 분통이 폭발하자 불온한 발상이 걷잡을 수 없이 몰려왔다.

아무리 인류화합 운운하는 올림픽이라도 유럽이 타 인종에 결코 양보하지 않으려는 종목이 있는 듯이 보인다. 승마와 펜싱. 이 종목들엔 유럽이 현대문명의 종주국으로 발돋움하게 된 역사적 원동력과 귀족문화에 대한 자존심이 응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서부영화의 주연 존 웨인이 야생마를 타고 텍사스 평원을 달리는 것은 그냥 질주지 승마가 아니다. 근위 기마병을 앞세워 정벌에 나섰던 전장의 기상을 궁정과 장원 뜰에서 재현하며 느긋하게 즐기는 것이 승마에 숨겨진 귀족들의 호사취향이다. 펜싱 역시 귀족문화의 꽃이었다. 중세의 유럽지도는 종교전쟁과 종족전쟁으로 수십 차례 바뀌었는데, 승패는 날씬한 칼과 갑옷으로 중무장한 귀족 출신 기사(騎士)들의 몫이었다. 병사들이 기진하면 양쪽의 기사들이 나서 일합을 벌였다. 종족의 우월성과 왕권의 계보는 기사들의 최종병기인 칼로 판가름 났다. 평화시대인 18세기에 접어들면서 검법은 귀족계급의 필수교양으로 등록되었는데, 영국에서는 오늘날에도 국가 명예를 드높인 귀족들에게 기사작위를 수여할 정도로 멸사봉공 정신과 신사의 품격을 높이 사고 있다.

그런데 몸통을 찌르는 플뢰레에서 최병철이 레드카드를 세 차례나 받은 것은 전진과 후퇴만으로 이뤄진 서양의 검법을 조선 무예가 흔들었기 때문이다. 조선의 무사(武士)는 창, 칼, 화살, 도끼를 종합적으로 구사하는 ‘무예 24반’을 통달해야 고수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1709년 편찬된 『무예도보통지』에는 무사들의 동작이 전후, 좌우, 상하를 막론하고 변화무쌍하다. 그러니 온몸을 흔들면서 돌진해오는 조선의 검객을 레드카드로나 황급히 막아야 했던 것이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독일의 하이데만이 조선 여검객을 찌를 때까지 ‘마지막 1초’가 멈춰서야 했던 이유다.

그러나 분노할 필요는 없다. 서양의 단조로운 검법이 동양의 신검에 의해 제압당할 날도 머지않은 듯이 보인다. 중국은 검법을 무술(武術)로 불렀고, 일본은 무도(武道)라 했는데, 조선은 그것을 모두 합친 종합예술 ‘무예(武藝)’라고 했다. 중국 무협영화 ‘와호장룡’에서 보았듯이 수면(水面)을 박차 오르고 대나무 가지에 사뿐히 내려앉는 무중량의 발놀림과, 일본 영화 ‘7인의 사무라이’가 보여준 현란하고 절제된 손놀림에다 쌍검, 삼지창, 언월도를 동시에 구사하는 조선의 복합예술적 검법에 펜싱 종주국이 당황한 나머지 저질렀던 실수라고 보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마치 유럽이 의기양양하게 채택한 양궁에서 조선 신궁(神弓)이 서양 궁사들을 쩔쩔매게 만들 듯이 말이다. 봐라, 조선 검객들을 괜히 건드려 금 2, 은 1, 동 3개를 내주지 않았는가. 펜싱경기장이 극동의 작은 나라 국기로 뒤덮일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을 거다. 여하튼 대한체육회는 대응력 미숙, 외교력 부재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게 생겼다.

그러나, 동메달도 좋으니 한 개만이라도 따서 노메달의 서러움에서 벗어나기를 학수고대하는 80여 개국 힘없는 국민을 생각하면, 오심과 편파 판정에 광분해서 이렇게까지 보복논리를 열변하는 것은 왠지 천박하고 불온하다는 느낌이 들기는 한다. 더위 먹은 탓이다.


송호근 서울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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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8. 15. 22:27

인기 걸그룹 티아라 사태가 연일 확산일로다. 일주일 내내 언론과 포털을 달궜다. 팀의 막내이자 후발 멤버인 화영에 대한 ‘왕따설’이 떠도는 가운데 소속사가 이에 대한 명확한 해명 없이 화영을 계약해지(퇴출)시킨 것이다. 왕따의 피해자로 지목됐던 화영이 퇴출당하는 식으로 정리되자 일부 네티즌은 ‘티진요(티아라에게 진실을 요구하는 모임)’를 결성했다. 오프라인에서 항의시위를 벌였다.

티아라 사태가 이처럼 관심을 끈 것은 그것이 사회문제로 비화된 ‘왕따’가 K팝의 주요 자산인 아이돌 그룹 사이에서 벌어져 팀의 위기를 가져왔다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아이돌 그룹이 자생적으로 결성되는 것이 아니라 기획사의 계산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불화의 소지가 크다고 지적한다.

사실 왕따까지는 아니어도 팀 내 불화라는 것은, 굳이 아이돌 그룹뿐 아니라 성인 그룹에서도 왕왕 벌어지는 일이다. 심지어 영국이 자랑하는 그룹 오아시스는 친형제 간의 불화로 팀이 해체되기에 이르렀다. 오아시스의 열혈팬인 축구선수 메시가 2010년 월드컵에 나가면서 오아시스 재결합을 바라며 골을 넣겠다고 말하기도 했을 정도다.

사실 이번 티아라 사태에서 가장 이례적인 부분은, 왕따설이 흘러나오게 된 계기가 바로 팀원들이 SNS에 무심코 남긴 글들이라는 데 있다. 보통 이처럼 팀을 위기로 만드는 불화설 등은 연예매체들의 보도로 알려지는데, 그와 달리 멤버들이 SNS에 불화를 암시하는 글을 올리고 이를 네티즌들이 ‘왕따’로 짜맞추었단 것이다. ‘왕따’를 입증하는 각종 동영상, 사진 들도 네티즌들이 찾아냈다.

아마 팀 내 멤버 그 누구도 이런 결과를 예상하면서 SNS에 글을 올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저 가벼운 마음에, 친구들에게 은밀한 속말을 하듯이 푸념을 섞어 올린 글들이 왕따-퇴출-위기의 수순을 걷게 한 주범이 된 것이다.

공사의 경계를 허무는 SNS의 큰 특성은 자발성에 있다. 자발적으로 자신의 심리상태, 소소한 느낌들까지 올린다. 페이스북은 유저들이 올리는 자발적인 글을 분석해 맞춤형 광고를 하고, 유저가 알 만한 사람, 좋아할 페이지를 추천한다. 페이스북은 웹상에 한 개인의 거대한 아카이브를 만드는 ‘타임라인’이라는 프로그램도 유저들의 동의 없이 일시에 적용시켰다. 말하자면 페이스북은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사이버에 구축한 엄청난 개인정보의 거대 망이다. 그것이 언젠가 자신에게 족쇄가 되어 돌아올지 모르는 채 말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SNS의 가공할 위력이고 말이다.

사태가 악화되자 티아라 소속사 대표는 초기에 멤버들 간 갈등을 관리하지 못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재발방지도 약속했다. 그런데 혹시 그 재발방지를 위한 관리라는 게 어린 나이에 엄청난 경쟁 상황에 노출된 멤버들에 대한 심리적 관리가 아니라 자유로운 SNS를 못하게 하는, SNS 관리는 아닐지 그게 걱정이다.



양성희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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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8. 15. 22:25

“폭력이 야기되지 않고 물리적 충돌과 부상이 없는 대응, 국내외 분쟁 현장과 아프간까지 다녀온 백전노장, 그러나 노조원들에게 더없이 인자하며, 노조원들을 때리지 않는 마음씨 좋은 분쟁 현장의 신사-컨택터스!”


경호·경비 전문업체인 컨택터스의 인터넷 누리집(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자사 홍보 문구다. 정예인력, 첨단장비, 임무 수행전략을 보유한 자신들에게 ‘일’을 맡겨 달라고 기업들에 선전한다. 문구만 보면 노사분쟁 현장의 해결사로서 흠잡을 데 없는 회사다.


그런 컨택터스가 지난 27일 새벽 자동차부품업체인 에스제이엠(SJM)의 노조 농성 현장을 덮쳤다. 얼마나 ‘인자하게’ 노조원들을 대했는지 모르겠지만 노조원 30여명이 머리가 터지고, 입술이 찢기고, 얼굴에 피가 낭자하게 두들겨 맞았다. 컨택터스의 이번 폭력은 외견상 그동안 재개발 현장이나 노조 농성장 등에서 숱하게 봐왔던 ‘용역 깡패’의 행태를 그대로 빼닮았다. 하지만 컨택터스의 폭력은 그 성격상 기존의 용역 폭력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우선 폭력이 기업화되고 첨단화됐다는 점이다. 컨택터스의 보유 장비를 보면 경찰 뺨칠 정도다. 최신 헬멧이나 진압봉 등 개인장비는 물론 수력방어 특수차량(물대포차)과 시위대 항공채증을 위한 무인헬기까지 갖추고 있다. 노사분쟁 현장 등에 최대 3000명까지 투입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사실상 사설 경찰력이다.


이는 국가의 독점물이었던 합법적 폭력(공권력)을 민간이 보유하게 됐음을 의미한다. 동시에 기업들이 자신의 이익 수호를 위한 사적 폭력조직의 동원을 일상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른바 ‘폭력의 민영화’ 현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은 공권력이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보다 자본의 이익 수호에 지나치게 경도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공권력이 사실상 자기편임을 확인한 기업들이 공권력의 묵인 아래 좀더 효율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보호해줄 ‘민영화된 폭력’을 찾게 된 것이다. 결국 자본과 노동 사이에서 균형자 역할을 해야 할 국가가 자본에 경도됨으로써 ‘폭력의 민영화’가 싹틀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준 셈이다. 친기업 반노조 성향의 이명박 정부에서 이런 현상이 급속하게 진행된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폭력의 민영화는 국가의 역할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들게 한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제1의 목표로 한다. 국민은 이를 전제로 합법적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국가에 위임했다. 그런데 국가가 합법적 폭력을 국민을 위해 쓰지 않고 자본 이익 수호를 위해 사용할 뿐 아니라 자본을 위한 사적 폭력이 횡행하도록 방조한다면 그런 국가는 국민과 적대적 관계가 불가피해진다.


불행히도 이런 폭력의 민영화 현상은 점점 심해질 것이다. 국가에 대한 자본의 우위 현상이 강화되는데다 자본의 대변자로 전락한 국가 또한 사적 폭력을 통제할 의지가 별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폭력사태에 대해서도 컨택터스는 “정상적인 업무 수행 중에 일어난 우발적인 사건”이었다며 폭력을 정당화하고 나섰고, 경찰도 “건물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전혀 몰랐다”고 발뺌하고 있다. 컨택터스는 심지어 “(컨택터스가) ‘허가 취소’ 등으로 사라지게 된다면 앞으로 사업장에서 어떠한 불법행위가 일어나도 사업주는 속수무책이 될 것이며, 외국계 기업은 한국을 떠나고, 국내 기업들 또한 기업경영 의욕을 잃어 기업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국민을 겁박했다. 자신이 마치 국가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공권력이나 되는 것처럼.


이처럼 괴물이 돼 가고 있는 ‘민영화된 폭력’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할 때다. 이대로 방치할 경우, 국민은 이미 자본 편이 돼 버린 공권력의 횡포와 공권력의 비호를 받는 사적 폭력이란 이중의 폭력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이 사안은 또 시대적 과제로 떠오른 경제민주화의 성패와도 직결돼 있다. 경제민주화의 본질이 자본에 대한 국가의 통제력 회복인데, 자본의 사병 역할을 하는 사적 폭력을 방치한 채 자본을 통제하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경제민주화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정치권이 이번 사태에 어떻게 대응할지 유난히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석구 논설위원실장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4526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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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8. 15. 22:21

2009년 7월 16일 서울 태릉선수촌. 로마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출전을 앞두고 “최선을 다해 우승하겠다”며 기자회견을 한 박태환에게 나는 “훈련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물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400m에서 한국 수영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박태환이 훈련을 등한시했다고 생각하고 “이런 상태로 어떻게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하느냐”는 질책성 질문을 한 것이다. 

그때 노민상 당시 대표팀 감독이 답을 대신했다. “박태환은 이제 스무 살이다. 국민적인 관심에 얼마나 심적 부담이 크겠느냐. 성장할 시간이 필요하니 질책보다는 격려를 해줬으면 좋겠다.” 어릴 때부터 박태환을 발굴해 키운 스승의 말 한마디에 더는 질문을 이어갈 수 없었다. 노 감독은 말은 안 했지만 ‘선수도 사람이다. 어떻게 훈련만 하고 사느냐. 박태환은 훈련 기계가 아니라 인간이다’라고 항변하는 듯했다.

당시 박태환은 로마에서 전 종목 결선 진출 좌절이란 부진한 성적을 내고 돌아왔다. 일부 언론은 ‘로마 참사’라고 대서특필했고 국민들도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박태환에게 로마 악몽은 실패가 아니었다. 인간 박태환이 성장하기 위해 겪어야 할 성장통이었다. 

박태환은 1년 뒤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3관왕에 올랐다. 지난해 상하이 세계선수권에서는 자유형 400m를 제패해 2007년 멜버른 대회 이후 4년 만에 챔피언에 복귀하며 2년 전 로마 악몽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 부정 출발로 헤엄을 쳐보지도 못하고 고개 숙인 채 걸어 나왔던 실패를 4년 뒤 베이징에서 금메달이란 결실로 만들었듯 박태환은 보란 듯이 다시 일어섰다.

스포츠심리학에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을 분석한 결과 올림픽 이듬해에 성적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간절히 원한 것을 얻은 선수들이 ‘꼭 이렇게 힘들게 해야 하나’란 회의감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새로운 목표를 정하거나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즐겨야 한다. 그러지 못하는 경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잊혀지게 된다.

이번 런던 올림픽에 출전한 박태환은 수영 자체를 진심으로 즐기고 있었다. 박태환은 자유형 400m 예선에서 조 1위를 하고도 어이없는 실격 판정을 받았다. 올림픽 2연패를 위해 4년을 준비했고 ‘세계신기록도 세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던 박태환에게 실격 판정은 엄청난 충격이었다. 실격 판정 번복이란 변수가 없었다면 금메달도 가능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하지만 박태환은 결선에서 최선을 다해 레이스를 펼쳤고 라이벌인 중국의 쑨양에 이어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태환은 자유형 200m에서도 은메달을 획득했다. 목표로 한 금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박태환은 “영광스러운 올림픽 메달을 걸 수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날아간 금메달은 벌써 잊고 있었다.

언젠가부터 박태환은 “수영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말을 하곤 했다. 이번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일찌감치 4년 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도 출전할 뜻을 비쳤다. 그리고 공부를 많이 해 한국 수영 발전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목표를 찾지 못하고 방황했던 ‘마린 보이’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없었다. 

3년 전 “왜 훈련을 제대로 하지 않았느냐”고 몰아붙였던 기자는 박태환에게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당부한다. “태환아. 이젠 쉬엄쉬엄 하렴.”

양종구 스포츠레저부 차장



http://news.donga.com/3/all/20120731/482273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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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8. 15. 22:20

지금까지 성장일변도 정책의 결과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해결할 수 없는 정도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균형발전이라는 명목으로 세계시장과 경쟁할 수 있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의 성장기반을 억제할 수도 없다. 따라서 수도권 억제를 통한 지역 균형발전 전략보다 지역의 자생적 발전을 이끌어내 동반성장을 도모하는 새로운 정책패러다임을 발굴해야 한다.

이제까지 지역 발전의 성장기반으로 인프라 구축에 주력해 왔다. 이제는 인프라보다 지역 인재를 확보해 지속적으로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재를 발굴해 잘 교육하고 산업·서비스·행정 등 지역의 각 분야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배려하는 것이 자생적 지역 발전의 기본 전제다. 이런 관점에서 지역 대학의 역할이 크게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지역 대학은 수도권과의 상대적 격차로 여러 부문에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속적인 지역 인재 육성은커녕 정반대로 가고 있다.

대학입시 과정에서부터 지역 두뇌들이 수도권의 상위권 대학으로 빠져나가는 문제는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수도권에 주요 기능이 집중되고, 고급 일자리 기회를 제공하는 등 지역 인재를 유인하고 있다. 교통과 정보인프라의 발전도 고급 인재 유출을 부추기고 있다. 이는 대학원 과정에서 한 번 더 반복된다. 정부의 연구중심대학 관련 각종 시책이 수도권 일부 대학에 치우쳐 그나마 잘 키운 고급 두뇌들마저 수도권에 흡수돼 버린다.

지역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고급 인력을 지역에 착근시켜야 한다. 그렇다면 지역 대학은 어떠한 방식으로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가.

첫째, 지역 대학이 산업발전의 동반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역 산업체와 긴밀한 협조를 이루어 나가야 한다. 대학 신입생 때부터 기업가정신을 배양하고, 창업과 적극적인 산학 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경쟁력을 가진 지역 기반 강소기업을 육성하고 지원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경제성장과 지역 혁신을 뒷받침해야 한다.


둘째, 지역 대학이 지역 거버넌스 구축의 동반자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지역 문제를 지역 주민의 관점에서 파악하고 관리하며 해결할 수 있는 ‘주민참여의 장’이 지역 대학을 중심으로 형성될 수 있다. 학생회와 각종 시민운동을 통해 지역 문제에 관심을 갖게 하고, 장차 책임있는 지도자로 육성하는 역할을 지역 대학이 해야 한다. 구미 선진국에서는 지역 경영의 실제 경험이 국가지도자로 자리매김하는 데 중요한 평가지표가 된다.


셋째, 대학은 지역의 창조적 발전에 견인차가 될 수 있다. 각 지역이 비슷한 수준의 인프라가 구축된 상황에서 지역 나름의 문화, 서비스, 역사 등을 바탕으로 한 창조적인 발전은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는 또 하나의 잣대가 될 수 있다. 21세기 새로운 성장산업의 하나로 문화와 관련 서비스를 바탕으로 한 창조산업의 육성이 새로운 관심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역 동반성장을 위한 대학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때마침 ‘지역 대학 시대를 열다’라는 슬로건으로 교육과학기술부는 내년부터 각종 사업추진을 계획하고 있다. 지역 대학은 새로운 교육 및 사업을 확보하려는 좁은 시야에서 관심의 영역을 넓혀 지역 동반성장의 기회로 본 사업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실제로 대학이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에 구체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 관련 기관, 지역 산업체들이 함께 참여하는 산·학·연·관 협력모델로서 본 사업이 시행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상철 충남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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