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대한민국은 12개 종목에서 메달 28개를 따내며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성적을 거뒀다. 우리 앞에 있는 나라는 미국 중국 영국 러시아 등이다. 고된 훈련과 가난, 부상, 좌절 등을 이겨내고 값진 성과를 일궈낸 선수와 지도자 모두 5000만 국민의 뜨거운 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다.
광복 후 처음 태극기를 앞세우고 참가한 1948년 14회 런던올림픽에서 우리는 동메달 2개를 따내 59개 참가국 중 32위였다. 당시 선수단의 공식 명칭은 '조선 올림픽 대표단'이었다. 일제 식민 통치에서 해방됐다고는 하지만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런던서 돌아오는 길에 대한민국의 탄생 소식을 들어야 했다. 그때 우리는 1인당 소득 75달러로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다. 그로부터 64년 만에 런던서 다시 열린 올림픽에서 우리 젊은이들은 205개 참가국 중 정상급에 당당히 자리 잡았다. 온갖 어려움을 딛고 오늘의 성취를 이룩한 대한민국의 역사를 떠올리게 하는 쾌거이기에 더욱 대견하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은 메달 수뿐 아니라 경기 내용 면에서도 대한민국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펜싱·사격 등 한국 스포츠의 불모지 같던 종목에서 각각 6개, 5개씩 메달을 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체조에서 양학선은 자신만이 구사할 수 있는 '양학선'이란 신기술로 사상 첫 금메달을 차지했다. 리듬체조의 요정 손연재는 사상 처음으로 결선에 진출, 5위를 기록했다. 우리 젊은이들이 실패할까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빛나는 결실을 이뤄낸 것이다.
대한민국 젊은이들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면 기뻐서 울고 메달을 놓치면 아쉬워서 울고 하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 경기 한 경기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지만 승패에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젊은 세대가 실패해도 낙망하지 않고 좋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대한민국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았다.
런던올림픽의 기억은 대한민국이 전 세계와 어깨를 겨루며 앞으로 나아가는 데 더없는 힘이 될 것이다. 64년 전 젊은이 67명이 신생(新生) 국가 대한민국에 조그만 희망의 불빛을 선물했던 것처럼 이번 우리 젊은 선수 245명도 대한민국의 앞날에 더 밝은 희망을 쏘았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8/12/201208120158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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