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있는삶/울림'에 해당되는 글 82건

  1. 2012.12.26 [서소문 포럼] 하나의 사건 두 개의 만남
  2. 2012.12.26 [양선희의 시시각각] 여전히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3. 2012.12.26 [초등쌤 장민경 선생님의 좌충우돌 교단이야기]<10·끝>꿈이 없는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법
  4. 2012.12.26 [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49>‘아레테’를 원하는가?
  5. 2012.12.26 [정진홍의 소프트파워] 화천스타일 !
  6. 2012.12.26 [임철순 칼럼/10월 5일] 문화예술로 이기자
  7. 2012.12.26 [인사이드 코리아/브래드 벅월터]한국인의 뜨거운 야구사랑
  8. 2012.12.26 [횡설수설/고미석]예술로 도시 살리기
  9. 2012.12.26 [삶의 향기] 낭비하는 삶과 지속가능한 삶
  10. 2012.12.26 [김성윤의 맛 세상] 어민들의 골칫거리 해파리떼, 먹어치울까?
  11. 2012.12.26 [분수대] 처음 간 대만의 타이난 개성 있는 중급 호텔에서 타이난 스타일 확인하다
  12. 2012.12.26 [중앙시평] 대통령의 자격
  13. 2012.12.25 [조선데스크] 다른 문화에 열린 美 대중
  14. 2012.12.25 [왜냐면] 정감록의 ‘해도진인’은 누가 될 것인가
  15. 2012.12.25 [태평로] '공룡'의 품격
  16. 2012.12.25 [삶과 문화/9월 25일] 거짓을 주문하지 말자
  17. 2012.12.25 [글로벌 아이] ‘사람이 먼저’의 조건
  18. 2012.09.23 [삶과 문화/9월 13일] 삶이 있는 저녁
  19. 2012.09.23 [G20] ‘단골’ 네덜란드 빠지고 ‘새 얼굴’ 싱가포르 진입
  20. 2012.09.23 [j Focus] 미국 NBC 엔터테인먼트 부사장 에드윈 정
2012. 12. 26. 12:11

인생은 만남의 연속입니다. 사건을 만나기도 하고 사람을 만나기도 합니다. 나쁜 사건이라고 나쁜 결과를 낳는 건 아닙니다. 예기치 못한 만남이 교착된 삶을 돌파하고, 짧은 만남에서 말 한마디가 좋은 운명으로 이끌곤 합니다.

압달라 다르(64·아래 인물 사진)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지난주 서울을 방문했는데 『가장 위대한 도전-생명을 구하는 과학, 연구소에서 마을로(The grandest challenge: taking life-saving science from lab to village)』의 저자입니다. 다르 박사는 아랍인의 피가 흐르는 탄자니아 출신의 외과의사로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간다·영국에서 공부한 콩팥이식 수술의 권위자였는데 어느 날 지구 인구의 90%를 위협하는, 고대(古代) 질병들과 싸우는 전사로 삶의 방향을 틀었습니다.



압달라 다르

 

 

다르 박사의 인생전환은 49세 때 있었던 사건 때문입니다. 선진국 의과대학 교수로 야심만만한 삶을 영위하던 중 탄자니아 시골 늪지 마을로 시집갔던 누나가 말라리아 모기에 물려 나흘 만에 죽은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동부 아프리카의 후진적인 의료환경에서 말라리아 사망자는 한 해 100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다르는 “누나가 런던이나 뉴욕 혹은 토론토에 살았다면 70대 후반이나 80대까지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세계 인구의 90%가 사는 빈국 중 하나인 탄자니아 같은 나라에 태어났기 때문에 50대에 죽은 것이다”라는 성찰에 이르게 됩니다. 그는 콩팥수술 의사를 청산하고 세계보건기구(WHO)에 들어가 빈국의 질병퇴치 연구에 몰두했습니다. 문제의식이 선명했기 때문일까요. 1990년대 말부터 개발이 본격화된 생명과학·유전공학을 고대의 질병과 싸우는 무기로 쓰자는, 당시로서는 기상천외한 상상력을 발휘합니다.

돈이 안 되는 일 아닌가? 상업적인 생명과학 업계는 말할 것도 없고 WHO 같은 공중보건의료계조차 ‘모기한테 무슨 유전공학이냐’는 부정적인 반응이었습니다.

삶의 교착은 예기치 못한 만남에서 풀립니다. 2002년 네이처지(誌)에 정성스럽게 쓴 그의 논문을 보고 빌게이츠-멀린다 재단이 찾아옵니다.

재단은 다르에게 5000억원이 투입되는 ‘생명과학혁명을 이용한 질병퇴치 사업’의 프로그램을 짜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다르의 꿈은 빌 게이츠 부부의 조건 없는 돈과 만나면서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세계의 모기 세력은 급속히 세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모기의 식욕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조작해 말라리아균에 대한 식욕을 감퇴시켜 보자’와 같은 기발한 상상력을 풍부한 연구자금을 사용해 현실화한 겁니다. 제가 다르 박사에게 빌 게이츠는 어떤 사람이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는 “빌 게이츠는 엔지니어식으로 사고한다. 문제풀이 방식으로 재단의 목적을 이뤄 나간다. 스티브 잡스는 비즈니스에서 빌 게이츠와 경쟁관계였지만 인간의 선행이란 측면에서 게이츠만 한 사람은 찾기 어렵다”라고 말하더군요. <10월 17일 인터뷰>

다르 박사에겐 또 하나의 위대한 만남이 있었다고 합니다. 청소년 시절 국비장학금을 건네주던 탄자니아 교육부 장관이 예언처럼 자신을 이끌어갔다고 합니다.

다르는 고등학교 졸업 뒤 의과대학이 있는 우간다로 유학가게 됐는데 ‘장학금 받고 귀국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느냐’고 걱정했다고 합니다. 장관은 웃으면서 “걱정 마라. 네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봐라. 설사 돌아오지 않는다 해도 너는 탄자니아를 위해 살아갈 것이다”라고 답했다는군요. 다르 교수는 이 말이 평생 마음의 나침반이 되었다고 합니다. 언제 어디서든 마음의 나침반은 남쪽 나라 탄자니아를 향해 있었다고 합니다. 인재에 대한 투자는 이처럼 믿고 맡겨야 되는 것 아닐까요.

수십 년 고국에 가지 못한 안타까움은 말라리아 퇴치 프로그램으로 최근 몇 년 동안 1년에 다섯 번도 넘게 탄자니아를 찾는 걸로 해소됐다고 합니다. 다르 박사가 서울에 온 건 선진국 한국이 세계의 빈국 마을에 이전할 생명과학기술, 혹은 일반과학기술이 어떤 게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는 한국에서 또 다른 전환적 만남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전영기 논설위원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9654734&cloc=olink|article|default



 

Posted by 겟업
2012. 12. 26. 12:02

우리는 세계에 팔아먹고 살 자산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우리가 외국 민간단체들에서 원조받았던 경험도 그런 자산 중 하나다. 이를 깨달은 건 지난주 패션 디자이너 이광희 선생과 오랜만에 했던 통화에서였다. 선생이 몇 년 전부터 아프리카 남수단에 망고나무를 심어주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희망고’라는 비영리 민간단체를 만들어 수시로 바자회도 하고, 매년 수익금을 들고 아프리카에 다녀오곤 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남수단에 방문했을 때, 어떻게 도와주면 좋겠느냐고 했더니 한 엄마가 “망고나무 한 그루만 있으면 매년 두 차례씩 열매를 따서 팔아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고 하기에 시작했던 일이다. 이렇게 해서 지금까지 심어준 망고나무는 모두 3만 그루. 매년 가다 보니 농업교육과 재봉기술 같은 직업교육을 시키면 주민들이 자립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복합교육문화센터인 ‘희망고 빌리지’ 조성사업을 벌였다는 얘기도 지난해에 들었다.

그러더니 이번엔 한국청소년연맹과 함께 우리나라 청소년들을 상대로 아프리카 지역의 가난한 주민 돕기 교육과 훈련을 시키려고 계획 중이라고 했다. 우리 청소년들에게 세계시민 교육, 가난한 이웃의 자립을 이끄는 리더 교육을 하고 싶다는 거였다. 그가 이런 사업을 시작한 건 과거 ‘원조의 기억’에서 비롯됐다. 어린 시절, 목사였던 선친을 따라 미국인 선교사들의 봉사현장을 보고 자란 영향이라는 것이다.

“이젠 우리나라 사람들도 가난한 나라 주민들의 자립을 도우며 세계에 친구를 늘려야 하지 않을까?” 그는 이런 생각에서 시작한 일이라고 했다. 도움을 받아봤기에 돕는 방법도 알고, 도움을 받았던 나라에 느끼는 고마움도 알기에 이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자산은 또 있다. 우리가 경제개발 과정에서 환경을 파괴하고 이를 회복하느라 애를 먹었던 경험도 알고 보니 자산이었다. 최근 신부남 외교통상부 녹색성장대사를 만났다. 신 대사는 요즘 비영리재단인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를 국제기구로 출범시키는 일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GGGI는 개발도상국에 환경을 보전하면서 경제발전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기구다. 우리나라가 주도해 만든 이 기구를 이미 18개국이 국제기구로 설립하는 협정에 서명했고, 23일 서울에서 창립총회를 열기로 했다.

그런데 우리 국회의 비준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했다. 이 기구가 이명박 대통령의 ‘저탄소 녹색성장’ 슬로건에 따라 정부 예비비를 털어 설립됐던 터라 최근 열렸던 국정감사에서 야당의 총체적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뿐이 아니다. 개도국에 ‘저탄소 녹색성장’ 운운하는 것을 삐딱하게 보려고 하면 얼마든지 삐딱하게 볼 수 있다. 그동안 선진국들의 무분별한 화석연료 사용이 환경문제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지금도 화석연료를 가장 많이 쓰는 건 선진국이다. 그런데 이제 막 경제개발을 시작한 나라들에 저탄소형 환경보호부터 하라니…. 참, 할 말이 아니긴 하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할 일이 있단다. 선진국들이 아무리 개도국에 얘기해 봐야 바늘도 안 들어가는 녹색성장을 한국이 얘기하면 확 먹힌단다. 경제성장 과정에 환경을 훼손함으로써 치러야 했던 대가와 그 과정에서 쌓인 노하우가 개도국들의 ‘심금’을 울리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은 개도국들의 경제발전 롤 모델이고, 저개발국들은 지금 ‘새마을 운동’을 배우러 한국으로 향하는 중이다. 그러니 미래형 먹거리가 될 수도 있는 이 자산을 MB가 시작했다고 국회에서 용심을 부릴 일은 아닌 듯하다.

어쨌든 원조받던 가난의 역사, 비약적인 경제개발의 노하우와 그 과정에서 겪었던 시행착오까지…. 우리는 반도체·휴대전화·선박 말고도 정말로 세계에 팔 게 많다. 찾아보면 우리의 자산은 더 있을 거다. 이런 틈새시장을 잘 찾아내 좁은 한국 울타리에서 벗어나 세계로 눈을 돌린다면 우리가 뻗어나갈 시장은 무한정 넓어질 거다. 지금이야말로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고 한번 더 외칠 때가 됐다.

 

 

양선희 논설위원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9635933&cloc=olink|article|default

 



 

Posted by 겟업
2012. 12. 26. 11:58

“선생님, 우리 애는 꿈이 없어요. 어떡하죠?”

학부모 상담을 하다 보면 자주 듣는 말이다. CF에도 나온다. ‘우리 아이들이 언제부턴가 같은 꿈만 꾸게 되었다’고.

학기 초에 6학년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일, 이루고 싶은 일’을 적어 내게 했다. 영화 ‘버킷리스트’ 내용을 얘기해 주면서 열심히 독려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가수 되기, 여행하기’ 등으로 ‘짤막하게’ 쓴 것이 대부분이었다. ‘없다’고 쓴 아이들도 있었다.



아이들에겐 ‘이야기의 힘’ 필요

그러던 차에 수련회를 가 저녁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선생님, 저는 스무 살이 되면 하고 싶은 일이 많아요.”

“그래?”

“첫 번째로 클럽에 가고 싶어요. 어른들이 그러는데 꽤 재밌는 곳이라고 했어요. 자전거 국토순례도 하고 싶어요. 선생님이 읽어주신 ‘불량한 자전거 여행’에 나온 것처럼 자전거 타고 고생하며 여행해 보고 싶어요.”

“와! 멋지다! 선생님도 같이 갈까? 자전거 여행!”

“그럴까요? 마음 맞는 친구 몇 명이랑 스무 살 되면 꼭 해봐요, 우리.”

“저도 할래요!” “저도요 저도!”

그때 내 머릿속 전구에 불이 켜졌다. 아이들을 꿈꾸게 할 수 있는 방법, 바로 ‘이야기’였다. 입으로 전해 들은 이야기든, 책에서 본 이야기든 아이들에겐 ‘이야기의 힘’이 필요했다. “엄마가 싫어하지만 축구선수 하고 싶어요. 박지성 골 넣은 것 보셨어요?” “엄마는 의사 하라는데 저는 마술사 하고 싶어요. 마술사 최현우 아세요?” “가수도 하고 싶고, 스무 살이 되면 배낭 메고 캠핑도 하고 싶어요.”

아이들에게 꿈이 없었던 게 아니었다. 그들에겐 그들 나름대로 꿈이 있었고 그런 꿈을 꾸는 이유가 있었다.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아이들의 눈이 반짝였다. 이들은 누군가와 자신의 생각을 나누고 싶어 하지만 대부분 부모님과는 이야기가 잘 통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은 부모님이 반대할 거라고 생각했다.

학교로 돌아와 내가 그동안 여행했던 곳의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어느 날부턴가 아이들이 쓴 글에서 ‘선생님처럼 스페인에 가 보고 싶다. 바르셀로나에 꼭 가 볼 것이다’, ‘선생님처럼 올레길을 꼭 걸어 보고 싶다’와 같은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대학에 가면 재미있는 동아리에 들어가고 싶다’, ‘밴드나 연극을 해보고 싶다’와 같은 이야기도 나왔다.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가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사회 시간에 담임선생님께서 평야에 대한 설명을 하시다가 이런 말씀을 하셨던 게 지금도 생생하다.

“선생님이 여행을 엄청 좋아하는데 호남평야에 가 본 적이 있거든. 엄청 넓고 큰 바둑판같이 생겼어. 끝없이 논이 이어져 있지. 그 호남평야 가운데로 선생님이 걸어 들어가 서서 두 팔을 벌리고 있었던 게 생각나.”

나는 그 말을 들으며 나중에 어른이 되면 ‘호남평야에서 팔 벌리고 서 있기’를 하겠다고 결심했다.

요즘 아이들은 이야기 들을 시간도, 책 읽을 시간도 없다. 영어학원, 운동학원, 음악학원을 전전하고 학원 숙제와 학습지를 하고 나면 하루가 금방 간다. 논술학원에서 독서토론논술이라며 억지로 읽히는 지문 속에서 겨우 글을 대한다. 책을 읽는 것은 간접경험을 통해 생각의 지평을 넓히고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내는 작업이다. 학원에서 보여 주고 읽어 주는 책은 긍정적인 역할도 하겠지만 즐거움을 생산해 내지는 못할 것이다. 즐겁지 않은 활동 가운데 얻은 소재는 지식으로서의 역할은 하지만 이야깃거리로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런 책들에서 본 것, 들은 것들은 실제로 경험하고 싶은 ‘버킷리스트’에 오르지 못한다는 얘기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꿈을 가지라 말하면서도 어떤 꿈을 꿀 수 있는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아이들이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직업은 한정적이다. 꿈을 꾸고 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도 거의 없다. 그런데 꿈이 없다고 아이들을 탓하기만 한다.

내 꿈은 가난한 나라에 작은 학교를 세우는 것이다. 나는 우리 반 아이들에게 내 꿈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나의 후원으로 학교에 다니는 인도네시아 학생의 사진과 편지를 보여 준다. 그러면서 지금은 비록 소박하지만 이렇게 한 사람을 돕는 것으로 꿈을 위한 첫걸음을 시작했는데 언젠가는 진짜 학교를 세울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그러면 아이들이 나중에 그 학교에 가서 아이들을 가르치겠다며 나에게 용기를 북돋아 준다.

어른들의 이야기부터 들려주자

최근 수년간 ‘스토리텔링’이 유행이었다. 광고에도, 취업에도, 상품에도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고 외쳤다. 그런데 아이들이야말로 이야기가 필요하다. 꿈을 꿀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야기, 해보고 싶게 만드는 간접경험들. 나는 수업을 특별히 잘하는 교사도 아니고, 남보다 뛰어난 인성을 가진 교사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렇게 글을 쓰게 된 동력은 아이들에게 들려줄 이야깃거리를 더하고 싶은 마음과 다들 주저하는 모험을 실행하고자 하는 용기였다.

‘왜 꿈이 없느냐’고 아이들을 탓하기 전에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자. 어렸을 때 하고 싶었던 일, 앞으로 하고 싶은 일, 기억에 남는 책, 영화, 음악 이야기를 해보자. 그 이야기 끝에 아이가 “나도 그거 해보고 싶어”라고 말한다면 성공이다. 그리고 함께 예쁜 공책에 혹은 파일에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보자. 바로 지금 말이다.

 


장민경 초등학교 교사

 

http://news.donga.com/3/all/20121018/50193028/1

 


 

Posted by 겟업
2012. 12. 26. 11:41

누구나 자신의 영역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싶어 한다. 그 탁월함에 이르기 위해서는 특별한 방법이나 오묘한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북송 시대의 진요자(陳堯咨)는 활쏘기의 명수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아주 먼 거리에서도 동전 구멍을 맞힐 만큼 실력을 갖춰 당대에는 겨룰 자가 없었다. 자부심도 대단했다. 어느 날 진요자가 자기 집 뜰에서 활을 쏘고 있었다. 여느 때처럼 구경꾼들이 몰려들어 그의 활 솜씨에 탄성을 질렀다. 그런데 유독 한 기름장수 노인만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진요자가 의아해하며 그에게 물었다.

“혹시 그대는 나보다 더 활을 잘 쏘는가? 아니면 내 활 솜씨가 훌륭하지 않단 말인가?”



노인이 별일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활쏘기가 특별한 것은 아니지요. 단지 손에 익었을 뿐 아닌가요?”

진요자는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노인은 땅바닥에 호로병을 내려놓은 뒤 병 입구에 구멍이 뚫린 동전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기름을 호로병에 따르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기름을 다 따를 때까지 동전에는 단 한 방울의 기름도 묻지 않았다. 그리고 노인은 말했다. “저도 특별한 재주는 없습니다. 단지 손에 익었을 뿐입니다.”

‘탁월함’을 뜻하는 영어 ‘엑설런트(excellent)’는 고대 그리스어인 ‘아레테(aret´e)’에서 나왔다. 당시 그리스인은 이런 탁월함을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가치로 여겼다. 하지만 아레테를 갖추는 방법 자체는 간단하다. 특정 분야에서 남들은 도저히 못할 것 같은 일들을 해내는 이들에게 그 비결을 물어보면, 대부분 ‘그냥 열심히 했을 뿐’이라거나 ‘노력하면 안 되는 게 없다’ 등 비교적 싱거운 대답을 하곤 한다. 그렇게 답할 수밖에 없는 건 반복과 훈련이 아레테로 향하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노인이 ‘손에 익었을 뿐’이라고 표현한 것은 결국 끊임없이 반복하고 훈련하면 궁극의 아레테에 접근할 수 있음을 말해준다. 우리는 ‘창의성’이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그 창의성조차도 끊임없는 훈련과 반복에 의해서 생겨나는 것이다. 아레테는 먼 곳에 있지 않다. 당신이 반복과 훈련만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면 말이다.


이남훈 경제 경영 전문작가

http://news.donga.com/3/all/20121016/50132689/1

 

Posted by 겟업
2012. 12. 26. 11:03

# 서울에서 춘천을 거쳐 2시간 남짓 걸려 다다른 강원도 화천의 화천갤러리에서는 방랑식객으로 더 잘 알려진 산당 임지호의 그림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그는 주변의 자연 재료를 취해 음식만 예술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흙, 모래, 숯, 브론즈 등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한 그림 역시 예사 솜씨가 아니었다. 그런데 산당이 그림 전시회를 연 화천은 그의 고향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공들여 그린 81점의 그림 전부를 아낌없이 화천군에 기증했다. 그리고 조만간 그는 이곳 화천에 화천군의 협력을 얻어 자연요리학교를 세울 예정이다.

 # 산당 임지호와 화천군이 엮이도록 가교 역할을 한 이는 다름 아닌 작가 이외수다. 그는 트위터 팔로어만 150만 명에 육박해 ‘트위터 대통령’이란 별칭까지 얻고 있는 이다. 게다가 나꼼수, 안철수와 더불어 속칭 ‘전국 3수’로 불리기도 한다. 그래서 얼마 전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찾아가 협력을 요청해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그가 트위터에서 화천 간동산 멜론을 언급하자 그 멜론이 삽시간에 동이 났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 역시 화천이 고향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화천 감성마을에 눌러앉아 전국적 인물이 됐다. 그리고 이제 화천은 그의 제2의 고향이다. 그래서 ‘화천’ 하면 이외수를, ‘이외수’ 하면 화천을 떠올리게끔 됐다. 물론 그가 화천에 눌러앉게 만든 것은 화천군의 노력이었다. 26억여원을 들여 감성마을을 조성하고 그를 촌장으로 임명해 살며 글을 쓰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살아 있는 이의 문학관으로는 국내 최초라 할 이외수문학관을 지어준 곳도 다름 아닌 화천군이다. 하지만 화천군은 그 몇 배 아니 돈으로 다 환산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보답을 받고 있다. 이외수라는 독특한 한 인간이 수많은 이들을 이곳 화천으로 이끌고 유인하는 매력의 원천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 화천군의 공식 통계 인구는 약 2만5000여 명이고 지역 주둔 군인이 약 3만5000여 명이다. 그만큼 군사 지역의 이미지가 강했다. 그런데 겨울에 보름 동안 화천에서 열리는 산천어 축제에는 약 150만여 명이 다녀간다. 화천군수를 11년째 하면서 화천을 독특한 문화 거점으로 만들어낸 정갑철 군수와 화천군 관계자들 그리고 인근에 주둔하는 군부대까지 합세한 공들인 노력에 더해 이외수의 트위터가 한몫 이상으로 크게 기여했음은 물론이다. 그 덕분에 화천 산천어 축제는 지역경제 직접효과만 600억원이 넘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흑자 축제가 됐다.

 # 화천군 내에도 적잖은 폐교가 있다. 그중 한 곳인 옛 율대분교 자리에 젊은 목수와 생태화가 부부가 폐교 교실을 작업장 삼고 컨테이너 박스를 개조해 살림집 삼아 살고 있다. 이정인, 이재은 부부가 그들이다. 이들 부부 역시 화천이 고향은 아니다. 하지만 이곳에 터 잡고 살며 정말이지 살아 있는 예술을 한다. 그들은 자신들을 받아준 마을의 가가호호 그림이 있는 나무 문패를 만들어 걸어주고 있다. 그 문패엔 그 집 주인의 이름과 함께 그들이 주로 생산하는 작물들을 그려 넣었다. 그런가 하면 흔히 시골 마을에서 볼 수 있는 초라한 버스 정류장의 대기 장소 안팎에 마을 사람들의 소박한 얼굴을 하나하나 어우러지게 그려놨다. 예술합네 하고 스스로 고립된 것이 아니라 이웃과 함께하는 살아 있는 예술을 그들 부부는 그렇게 만들고 있던 것이다.

 # 고향도 아닌 이들을 오직 문화와 예술이란 공통분모 아래 끌어들인 화천이 살아나고 있다. 화천군민이 스스로 노력하고 이외수, 임지호, 이정인, 이재은 등과 같은 문인, 예인, 장인이 어우러져 문화적이고 예술적인 거점을 만들며 화천이 깨어나고 있다. 이것이 다시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자석과 같은 역할을 하게 만들어 사람들이 찾고 또 다시 찾는 지역으로 만든 것이다. 정말이지 ‘화천스타일’이라고 말해야 옳을 만큼! 바야흐로 지역의 시대, 지방의 시대다. 화천스타일의 매력적인 자력갱생법을 배울 만하지 않은가!


정진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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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겟업
2012. 12. 26. 10:57

'강남스타일'로 세계를 석권한 싸이를 외교부가 독도 홍보대사로 임명해 '독도스타일'제작을 의뢰한다고 최근 몇몇 매체가 보도했다. 이에 대해 싸이는 열흘 전 귀국회견에서 "이야기는 들었지만 요청 받은 게 없어 (작업을) 생각해본 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방침이란 "싸이를 독도 홍보대사로 위촉하면 어떻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은 외교부 관계자가 "검토해보겠다"고 말한 게 전부였다. 그런데도 외교부가 적극적인 것처럼 보도함에 따라 찬반 논란이 이어졌다. 독도문제만 나오면 들끓는 우리 사회의 '스타일'이 어김없이 되풀이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뭐라고 답변해야 했을까? 독도 수호를 위해 바람직한 제안이라고 말했어야 하나, 한일관계를 고려할 때 부적절하다고 일축했어야 하나?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답변은 검토해보겠다는 정도였을 것이다. 대답한 사람보다 그렇게 묻고 그렇게 보도한 기자가 문제다.

런던올림픽 축구 한일전이 끝난 뒤 박종우 선수가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씌어 있는 종이와 태극기를 들고 그라운드를 누빈 게 문제가 됐다. 그때 박종우는 관중이 준 종이를 받지 말고 정치의 스포츠 개입을 규제하는 IOC규약에 맞춰 독도 세레모니를 거부했어야 하나? 하지만 그 상황에서 선수에게 자제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준 사람이 문제다.

한국인들은 독도를 비롯한 일본문제만 나오면 여지없이 흥분하고, '정답'이 아닌 말을 하면 따돌리거나 몰매를 때린다. 박종우의 독도 세레모니도 뭐가 잘못이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본은 양심도 없고 반성할 줄 모르니 그렇게 해도 된다는 생각인가 보다.

한국인들은 어느새 일본을 하찮은 나라, 경쟁력과 희망이 없는 나라, 정국이 불안정하고 재난이 끊이지 않을 만큼 하늘도 돕지 않는 나라라고 깔보게 된 것 같다. 그게 잘못이며 착각이라는 것은 일본의 국제적 위상이나 유구한 문화전통과 유산, 한일 경제관계의 속살, 일본 지성인들의 행동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일본이 특정 문제에 대해 한 목소리로 국익을 주장하는 단원적 사회가 아니라는 점도 알게 된다.

일본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를 비롯한 지식인 1,300명이 최근 정부 비판성명을 내고, 일본 정부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넌센스이며 식민지 지배과정의 침탈이었다는 역사적 인식을 상기시켰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도 신문 기고를 통해 동아시아 문화권이 확산되는 시점에 일본 정부가 영토분쟁을 일으키는 것을 심각하게 우려하며 자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일본은 가해자요, 우리는 피해자이므로 처지가 다르지만, 우리의 경우 누군가가 이런 반론과 자아비판을 한다면 용납될 수 있을까? 보수와 진보 진영으로 나뉘어 죽기 살기로 싸우는 정치적 편향성이 심한 사회에서 그런 사람은 발붙이기가 어려울 것이다.

일본에 대한 조치나 투쟁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앉게 한 소녀상이다. 그 소녀상은 뜯긴 머리카락, 꼭 쥔 손, 땅에 딛지 못한 맨발의 발꿈치, 어깨 위의 작은 새, 그 자신이지만 이미 등이 굽은 할머니의 그림자, 소녀 옆의 빈 의자, 이런 것들로 인해 볼수록 가슴이 아프고 강렬한 메시지를 받게 된다. 소녀는 그런 모습으로 말없이 일본을 응시ㆍ주시하고 있다. 놀랄 만한 예술작품이다.

문화와 예술로 싸워야 한다. 민간의 자생적이고 개방적인 문화와 예술의 힘으로 일본을 이겨야 한다. '강남스타일'이 성공한 것은 얼마든지 변용이 가능한, 열린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런 작품을 특정 목적에 동원하지 않아도 될 만큼 우리는 이미 저력과 영향력을 갖추고 있다. 돈만 높은 데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게 아니다. 문화의 힘은 더욱 더 그렇다.

 

 

임철순 논설고문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10/h2012100421012381940.htm

 



 

Posted by 겟업
2012. 12. 26. 10:56

한국의 야구 인기가 대단하다. 올해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프로야구가 역대 한 시즌 최다 관중 신기록인 700만 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700만 명이라니…. 한국 인구가 현재 5000만 명이니까 대략 7명당 1명꼴로 야구장을 찾았다는 얘기가 된다. 하루하루 숨 가쁜 일상을 보내는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비춰 보면 결코 무시 못할 수치다.

그러고 보니 처음 만난 사람끼리 ‘어느 팀 좋아하세요?’라고 묻는 건 한국이나 미국이나 매한가지다. 그만큼 두 나라 모두 야구에 대한 열정이 뜨겁다. 내 고향 캘리포니아에도 지역을 기반으로 한 프로야구단이 여럿이다 보니 사람마다 좋아하는 팀이 제각각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팀은 LA에인절스다.

아버지는 내가 여섯 살 때 글러브를 처음 사주셨는데, 아버지와 함께 야구경기를 보러 가는 것이 큰 즐거움 가운데 하나였다. 학창시절에는 투수와 3루수를 번갈아 하며 오전 내내 야구 연습을 하곤 했다. 그때 경기에 임하는 팀원의 열정과 팀워크가 경기의 과정과 결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배웠다. 당시 아버지가 사준 글러브는 나의 소중한 보물이 되어 여전히 내 곁을 지키고 있다.



한국은 야구 강국이다. 예전에도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많이 냈지만 정작 한국인들이 스스로의 실력을 분명하게 확인한 건 두 차례에 걸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한국은 이 대회들을 통해 미국 일본 멕시코 쿠바 등 이른바 야구 강국들과 맞서 당당하게 그들의 실력을 보여줬다. 특히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대표팀은 9전 전승의 파죽지세로 금메달을 거머쥐며 세계 야구 정상에 올라섰다.

야구는 개개인의 실력과 열정도 중요하지만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한 스포츠다. 야구 강국이 되려면 선수 간의 실력은 물론이고 팀 간의 경기력도 큰 차이가 없어야 한다. 저마다 최고를 자랑하는 기량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한국 프로야구단의 실력은 세계 최강이다. 팀 수는 미국이나 일본에 비하면 많지 않지만 소수의 팀이 치열한 경쟁을 반복하는 가운데 짧은 기간에 놀라운 실력을 쌓아왔다. 최근 들어 한국인 메이저리거는 줄었다지만 여전히 많은 스카우터가 한국에서 활약 중이란 얘기를 들었다. 그러니 언제고 제2, 제3의 박찬호, 추신수 같은 선수들이 나오리라 믿는다.

선수들이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데는 든든한 팬들의 응원도 한몫한다. 한국의 야구장에서 만나는 풍경은 가히 놀라움 그 자체인데 어디에서 저런 열정이 나오나 싶을 정도로 광적인 응원이 집단적으로 펼쳐진다. 필자도 회사가 후원하는 SK 와이번스, 두산 베어스, 롯데 자이언츠 세 팀의 경기를 가끔 보러 가는데 야구의 수도라는 부산 사직구장에서 보았던 신문지 응원과 부산 갈매기 노래는 아마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다.

야구에서 보듯이 한국, 한국 사람들은 강하다. 뜨겁고 열정적이며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나는 뉴욕 한복판에서 한국어로 노래를 부르고 말춤으로 세계인을 사로잡는 가수 싸이의 당당한 어깨 너머로 또 다른 한국인들을 보게 된다.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한국과 한국인의 가능성을 믿는 것이다. 한 세대를 한국에서 살아온 사람으로서, 그리고 어느 정도 객관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으로서 한국의 청년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청년들이여! 자신감을 가져라. 당신들은 충분히 강하고 뛰어나다. 당당하게 세계무대로 나아가라! 맹렬히 도전하라!”

 


브래드 벅월터 ADT캡스 대표

http://news.donga.com/3/all/20121005/498646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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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2. 26. 10:49

미국 뉴욕 맨해튼 남부의 소호는 고급 브랜드 매장과 맛집이 밀집한 지역이다. 오늘날은 뉴욕에서 가장 잘나가는 세련된 동네로 꼽히지만 원래 이곳은 버려진 공장지대였다. 지금처럼 활기 넘치는 지역으로 탈바꿈한 것은 예술의 힘이다. 뉴욕의 제조업이 쇠퇴해 빈 건물이 하나둘 생겨나면서 1960년대 초 젊고 가난한 예술가들은 값싸고 넓은 작업실을 찾아 소호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뒤이어 예술가들의 취향과 안목에 맞는 개성 있는 옷가게와 식당들도 들어섰다. 낙후됐던 지역은 ‘예술가들의 거리’로 다시 태어났다.

▷소호 개발을 처음 주도한 것은 전위적 예술운동인 ‘플럭서스’의 창시자 조지 마치우나스(1931∼1978)였다. 백남준과 함께 활동했던 그는 동료들과 의견이 맞지 않자 예술의 길을 접고 부동산 개발에 눈을 돌렸다. 소호에 있는 건물을 사들인 뒤 예술가들에게 싼값에 공급해 예술인 거리 형성에 앞장섰다. 예술은 대도시뿐 아니라 시골마을도 살려낸다. 일본의 작은 섬 나오시마는 구리 제련소가 있던 곳이다. 환경오염 때문에 주민이 떠나가면서 불모의 땅처럼 변했다. 그러나 한 기업인의 주도로 1989년부터 섬 재생 프로젝트가 펼쳐져 이제 이곳은 전 세계 미술애호가들의 순례코스로 떠올랐다.

▷문화를 통해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빌바오 효과’라고 부른다. 스페인 북부 항구도시 빌바오에서 따온 말이다. 철강과 조선 등 주력산업이 쇠퇴하면서 실업률이 치솟고 쇠락의 길을 걷던 이 도시는 생존을 위한 자구책으로 색다른 선택을 한다.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분관을 유치한 것이다. 1997년 세계적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설계로 지은 미술관을 개관하면서 인구 35만 명의 도시에 한 해 100만 명 넘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서울시는 2008년부터 도심 재생 프로젝트의 하나로 창작공간 사업을 시작했다. 유휴시설을 예술가들의 창작공간으로 지원하고 지역민에게 문화를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공장지대였던 영등포구 문래동에 자리 잡은 문래예술공장도 그중 하나다. 공장들이 이전하면서 빈 건물에 모여든 젊은 예술가들은 요즘 철공소 골목의 사장님들과 의기투합해 다채로운 전시와 공연 행사를 열고 있다. 예술가들을 지원하면서 공동체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투자다.


고미석 논설위원

 

http://news.donga.com/3/all/20121004/498325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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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2. 26. 10:48

사람이란 살면서 이런저런 계기로 새로운 환경을 맞아 그에 걸맞은 생각을 가지게 되는 모양이다. 물론 이전의 자신의 모습과 전혀 달라지는, 이른바 환골탈태(換骨奪胎)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끊임없이 경험하고 배우고, 생각하면서 내 모습을 어느 방향으로 점점 갖추어 나가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리하여 이전과는 다른, 조금은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사람에 따라서는 그야말로 초지일관(初志一貫)하여 젊었을 때, 아니 어렸을 때 자신이 가졌던 생각이나 삶의 방향을 유지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러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소수일 것이고 많은 사람은 살면서 상황에 맞게 자신의 생각이나 행태를 조금씩 수정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다만 그 변화의 방향과 정도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것이지만.

서두가 약간 거창했는데 나 자신이 올해 들어와 겪은 몇 가지 실제적인 사건과 그리고 약간의 독서 경험을 통하여 나 자신의 생각과 언행이 미묘하지만 조금은 바뀌는 것을 느끼고 있다. 다른 게 아니라 이른바 생태, 환경에 관한 것이다. 즉 우리가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이른바 ‘개똥철학’에 관한 것이다. 지역에서 환경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의 강권(?)으로 ‘어쩔 수 없이’ 환경모임에 가입하게 되고(이전부터 막연하게나마 관심을 가지고 지지하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모임에 가입하여 회원이 된 것은 처음이다), 우연한 계기로 텃밭을 가꾸게 되었다. 그리고 지적 호기심 내지는 허영심으로 학교에 다니며 공부를 하고 있는데 학과목 중에 환경, 생태에 관한 과목이 있어 구체적인 공부를 하게 되면서 관련이 있는 책을 읽게 되었다. 또한 좋아하는 사람을 따라 협동조합운동에 참여하는 등등의 경험을 하고 있다.

이러한 거의 동시에 마주친 몇 가지 경험으로 머리가 아닌 가슴과 몸으로 우리의 본래적인 삶의 모습은 어떠한 것일까, 어떠해야 할 것인가 고민하게 되었다. 나아가 현재 우리가 일상적으로 살고, 추구하는 모습은 이와는 얼마나 다를까 역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 결과 현재의 생각으로는 우리가, 나 자신이 살고 있는 모습은 “이게 아닌데”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물질문명의 발달로 인하여 인간이 소외되었다든지, 석유 등 에너지가 고갈되어 더 이상 지속가능한 발전은 불가능하다든지, 환경이 오염되어 우리의 건강이 심각한 위험에 빠져 있다든지 하는 단편적인 지식은 조금만 신경을 쓰면 충분히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사용하지 않는 전원의 코드를 뽑고, 될 수 있는 대로 ‘나 홀로 운전’을 줄이고, 쓰레기를 분리 배출하는 데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산이나 바다로 갔을 때 자연을 덜 더럽히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역시 머리로는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 자신은, 이러한 지식 차원이 아니라 삶의 행태의 차원에서 과연 현재의 모습이 올바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경제성장을 통하여 삶이 풍족해지고, 발달된 정보통신의 덕택으로 정보와 지식을 신속하게 습득하고, 인간의 역사가 증명하듯이 과학과 기술이 뒷받침된 문제해결 능력을 통하여 성장과 발전에 따른 부작용을 완화하거나 해결하는 등의 모습이 바람직한가, 지속적으로 가능한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이제는 진부한 말이 되었지만, 혼자 꾸는 꿈은 몽상이지만 여럿이 함께 꾸면 현실이 된다고 한다. 나도 전에는 환경, 생태 운동에 대하여 ‘내용은 좋지만 과연 현실성이 있을까.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약간은 냉소적인 생각을 했다. 이를 반성하는 의미에서라도 우리가 사는 세상을 조금이라도 정화시키기 위하여 자신을 희생하면서, 혹은 스스로 즐거워서 엄청난 노력을 하는 사람들에게 나 자신의 조그마한 몽상이라도 이 기회를 통해 보탠다.

그냥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몸에 좋은 친환경 유기농 음식을 먹고, 경치 좋은 곳에서 스트레스를 덜 받고 사는 것이 우리의 목표는 아닐 것이다. 사람들이 수만 년 동안 살아온 모습과 현재의 모습이 어떻게 다르고, 그 다른 것이 과연 바람직하고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는가를 수확의 계절이라는 가을에 몸과 마음으로 생각한다.

 


이영직 변호사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9484786&cloc=olink|article|default

 

 

Posted by 겟업
2012. 12. 26. 10:35
한안자(73)씨는 전라남도 해남에서 가문 대대로 전해오는 방식을 지키며 간장·된장 등 장류(醬類)를 담그는 이다. 지난 2010년 정부로부터 '전통식품 명인(名人) 제40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요즘 장 담그기보다 더 신경 쓰는 일이 있으니, 바로 해파리 박멸이다. 한씨의 주장은 '해파리를 먹어 없애자'는 것이다.

전통식품 명인인 한씨가 해파리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해파리 때문에 김장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젓갈 구하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바다 온도가 상승하면서 해파리가 급증했습니다. 해파리떼가 바다를 뒤덮고 새우와 멸치를 먹어치워 버리고 있습니다. 그 피해가 올해처럼 심한 적이 없었어요. 새우와 멸치가 잡히지 않으니 젓갈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젓갈장사들은 가격이 더 오르기를 기대하면서 젓갈을 감추고 내놓지를 않아요. 춘젓도, 육젓도, 추젓도 구하기 어려워 김장도 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어민들의 피해가 급증하자 정부는 해파리떼를 제거하는 로봇을 개발하거나 그물에 걸린 해파리를 수매하는 등 구제 방안을 내놓고 있다. 한씨는 "해파리 문제를 빠른 시간 내에 쉽게, 그리고 국민이 기뻐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해파리를 식용(食用)으로 활용하자는 제안이다. 해파리를 식용화한다면 큰돈 들이지 않고도 해파리 숫자를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 한씨의 주장을 들었을 때, 조금 우습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씨가 음식에 대해서 허튼소리 할 분은 아니다. 그리고 중국집에서 우리가 즐겨 먹는 냉채의 주재료가 해파리 아니던가. 한씨는 해파리로 새로운 음식을 개발하자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그는 "우리 고향인 해남 바닷가에서는 해파리를 오래전부터 먹어왔다"고 말했다. 해파리가 한국 전통음식이라는 것이다.

"해남 사람들은 옛날부터 해파리를 즐겨 먹었어요. 특히 머리가 어지러울 때 많이 찾았지요. 어부들이 끌어올린 그물에 들어 있던 해파리를 모래에 버리면, 아주머니들이 그것을 가져다가 간해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시장에 나가면 바다에서 해파리를 잡아다가 파는 사람들이 있었고, 식당에서 해파리를 반찬으로 내기도 했습니다. 막걸리 식초를 넣어서 무친 해파리는 절묘하고 깔끔하고 행복한 맛입니다."
 
해파리 무침을 먹어본 적이 없는지라 도무지 그 맛이 상상이 되지 않았다. 한씨는 "직접 맛을 보여 주겠다"면서 해파리와 각종 양념을 싸들고 서울로 올라왔다. 한씨가 큰 양푼에 담아 보여준 해파리는 흔히 '스지'라는 일본말로 더 익숙한 소의 힘줄처럼 약간 뿌옇게 투명한 젤라틴 덩어리처럼 보였다. 한씨는 "해파리를 잡아서 물을 빼고 소금과 백반에 절여 보관 가능한 상태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름 2m짜리 해파리는 무게가 150㎏쯤 나가요. 이놈을 잡아서 물을 빼면 50㎏쯤 될 거야. 이걸 다시 소금과 백반에 절이면 30㎏ 정도로 줄어들어요. 유통기한이 3~4년은 되지요. 여름 해파리는 물렁거리고 독성이 강하며 맛이 없어 저장하지 않고, 봄과 가을에 잡은 해파리가 먹을 만해요."

이렇게 처리한 해파리는 요리하기 전 물에 서너 차례 씻고 뜨거운 물을 끼얹어 소독한 다음 바구니에 밭쳐 물기를 뺀다. 가늘게 썰어서 막걸리를 발효시켜 만든 식초와 고추·쪽파·설탕·배 따위를 넣고 새콤달콤하게 무친다. 이 해파리 무침을 맛봤다. 쫄깃하지만 중국집 냉채에 들어간 해파리보다 식감이 한결 말랑말랑 부드럽다. 질긴 청포묵 같달까. 새콤달콤한 양념과 썩 잘 어울렸다. 몰라서 먹지 않았지, 알았다면 일부러라도 먹을 만한 음식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씨는 "어민은 해파리를 잡고, 요리연구가들은 조리법을 개발해 홍보하면 정부 지원 없이도 해파리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씨가 만든 해파리 무침을 먹으면서 아귀찜을 떠올렸다. 한때 아귀는 '물텀벙'이라고 불렸다. 어부들이 그물을 끌어올리다 아귀가 걸려 있으면 "에이, 재수 없어" 하면서 아귀를 그물에서 떼어내 도로 바다에 텀벙 던져 넣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아귀를 먹지 않았다. 먹지 않으니 당연히 아귀를 내다 팔 수 없었다. 게다가 생김새마저 흉측했으니, 어부들이 아귀를 잡으면 짜증을 낼 만도 했다. 그러다 50여년 전 경남 마산에서 아귀로 찜 요리를 만들어냈다. 이후 아귀는 가격이 급등했고, 천대받던 물텀벙에서 고급 생선으로 신분이 상승했다. 해파리라고 아귀처럼 되지 말란 법이 있나.

 

 

김성윤 대중문화부 기자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0/03/2012100301759.html

 

 

Posted by 겟업
2012. 12. 26. 10:30

낯선 곳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여행객에게 숙소만큼 중요한 게 또 있을까. 호텔이든 모텔이든 숙소에서 보낸 몇 시간이 도시에 대한 인상을 좌우하기도 한다. 20여 년 전 파리에 처음 가서 우연히 들어간 지하철역 주변의 시끄럽고 지저분한 호텔에서 밤을 보내고 난 뒤 파리에 대한 나의 환상은 무참히 깨졌다. 숙소가 꼭 호화로운 고급 호텔일 필요는 없다. 초라한 호텔이라도 그곳의 공기를 느끼며 편히 쉴 수 있는 곳이면 된다.

추석 연휴를 이용해 대만 남부의 유서 깊은 도시 타이난(臺南)에 다녀왔다. 1887년 타이베이(臺北)로 수도를 옮기기 전까지 대만성의 수도였던 곳이다. 타이난에 대한 인상은 복잡한 구도심에 자리 잡은 가가서시장(佳佳西市場) 호텔에서 결정됐다. 일제강점기였던 1905년 조성돼 타이난의 물류 중심지로 명성을 떨쳤던 서시장통에 최근 건립된 작은 호텔이다. 객실이라고 해야 27개밖에 안 된다. 별 다섯 개짜리 호텔과는 거리가 멀다.

기치로 내건 ‘문화호텔’답게 방마다 컨셉트가 다르다. 영화감독부터 미술관장, 사진작가, 소설가, 화가, 건축가 등 문화·예술 분야의 다양한 인사가 방 하나씩을 맡아 디자인과 설계에 참여했다고 한다. 내가 묵었던 ‘신농가방(神農街房)’은 과거 항운(航運)이 성행했던 오조항(五條港)의 거리 풍경을 재현한 방이었다. 흰 벽면을 장식한 검은색 페인트 그림이 옛날 해안가의 집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소파 앞에 있는 둥근 철망 형태의 탁자는 그 자체로 훌륭한 예술품이다. 한쪽에 놓여 있는 골동품 같은 낡은 여행용 가방은 방의 분위기를 살려주는 멋진 소품이다. 일인용 철제 안락의자와 발받침대는 가구이면서 동시에 문화상품이다. 관심 있는 투숙객을 위해 연락처까지 붙여 놨다.

요컨대 실용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편리하고 친근한 호텔이다. 단순히 잠자는 곳이 아니라 그 동네의 스토리가 있는 호텔이다. 문화와 예술이 만나는 열린 공간이기도 하다. 갤러리를 겸한 로비에선 전시회가 열리고, 호텔 지하에선 콘퍼런스가 열린다. 구도심의 원형을 보존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에 맞춰 크고 작은 건물의 용도와 디자인을 바꿔 나가고 있는 타이난시 당국의 ‘타이난 스타일’ 정착 노력과도 일맥상통한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최대 고민 중 하나가 숙소라고 한다. 약간 과장하면 값비싼 호텔과 싸구려 모텔밖에 없다는 것이다. 모텔을 개조해 중간급의 특색 있는 호텔로 바꾸는 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 여건과 능력을 갖춘 모텔부터 지자체 및 지역의 예술가들과 힘을 합쳐 동네의 특성에 맞는 개성 있는 중급 호텔로 리노베이션할 필요가 있다. 어두컴컴한 모텔에서 보낸 하룻밤이 한국의 첫인상을 좌우하도록 방치해서는 ‘동북아 관광 허브’의 꿈은 공염불로 끝나고 말 것이다.

배명복 논설위원·순회특파원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9479527&cloc=olink|article|default

 

 

Posted by 겟업
2012. 12. 26. 10:30

답답한 추석 민심이다. 연말 대통령 선거에 대한 관심은 높았다. 기자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누가 될 것 같아’라고 먼저 묻는다.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저 호기심이다.

다음으로 많이 묻는 것은 ‘누구 찍으면 좋을까’이다. 대부분의 경우 자신이나 지역의 이해관계를 묻는 질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지역 민심은 단순하다. 대구·경북에선 ‘박근혜’가 정답이다. 반대로 호남에선 ‘박근혜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이 정답이다. PK는 ‘해양수산부 부활하고, 신공항 지어줄 사람’이 정답이다.

이런 것들이 바람직한 질문과 대답이 아니기에 답답하다. 문제는 ‘누가 대통령 자격이 있나’다. 자격도 여러 가지다. 그중에서 가장 놓치기 쉬운 대목,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자격으로 외교·안보 역량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이 문제가 추석 연휴 내내 머리를 짓누른 것은 세계적 석학 폴 케네디와의 만남 후유증이었다. 『강대국의 흥망』이란 명저로 유명한 케네디는 추석 직전 중앙일보를 찾아 국제정세를 논했다.


헨리 키신저를 인용한 두 대목은 충격적이었다. 키신저는 미국의 대표적인 중국 전문가이자 친중파(親中派)다. 그가 자신의 외교적 업적을 총정리한 책 『중국이야기(On China)』의 에필로그에서 중국에 대해 경고한 대목은 의미심장하다는 설명이었다.

키신저는 ‘역사는 반복되는가’라는 제목의 에필로그에서 영국 외교관 에어 크로(Eyre Crowe)의 1907년 보고서를 인용했다. 크로는 제1차 세계대전 직전 ‘독일은 전쟁을 일으킬 것인가’라는 국왕의 하문에 답했다. 결론은 전쟁. 급성장한 독일은 국력에 걸맞은 군사력을 갖추고 있는 중이고, 충분한 무력을 확보했을 때 헤게모니를 추구할 것이며, 현재의 패권국가인 영국과의 충돌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양국 간의 쟁패는 ‘구조적으로 결정된’ 숙명이란 분석이다.

보고서는 시대를 꿰뚫은 혜안이었다. 당시 영국과 독일은 매우 우호적인 관계였다. 영국 왕실은 독일 출신이었으며, 양국은 경제적으로도 매우 광범한 협력관계를 다져 왔다. 그러나 그런 모든 것이 ‘독일의 부상’이라는 거대한 구조 속에선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키신저가 크로의 예언을 자세히 설명한 것은 ‘과연 100년 전 독일처럼 오늘날 중국의 부상은 미국과의 전쟁을 초래할 것인가’에 답하기 위해서다. 크로의 구조론에 따르면 전쟁을 불가피하다. 지금의 중국은 100년 전 독일과 너무나 비슷하다. 100년 전 독일의 명장 몰트케는 “평화는 환상이다. 무력 없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외쳤다. 지금 중국의 장군들은 댜오위다오(일본명 센가쿠 열도) 분쟁과 관련해 “군사적 역량이 쌓이면 최종적으로 섬을 탈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키신저는 ‘평화는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대화와 협력을 통해 양국의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양국 지도자들의 탁월한 식견과 지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케네디는 키신저와 관련해 또 다른 의미심장한 에피소드를 말해줬다. 키신저는 예일대에 초청받은 자리에서 “미국과 중국의 미래와 관련해 가장 걱정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중국 젊은 세대의 오만”이라고 대답했다. 키신저는 설명을 덧붙였다. “내가 외교 협상을 할 당시 상대했던 중국 지도자들은 매우 신중하고 겸손했다. 그러나 젊은 세대들은 전혀 다르다. 내전이나 대약진 운동과 같은 가난과 광기(狂氣)의 역사를 직접 경험하지 못했다. 최근 중국의 경제발전과 무력증강에 자만하고 있다. 점점 더 그럴 것이다. 그들과의 협상은 여러분 몫이다.” 객석의 외교학도들은 순간 모두 얼어붙었다고 한다.

키신저의 책과 강연 내용을 조합해 보면 미·중 관계의 미래는 매우 불안하다. 미·중 관계를 복원한 외교관 키신저는 끝까지 희망을 얘기했지만, 외교사학자로서의 키신저는 끝내 묵시록적 메시지를 외면하지 못한 셈이다. 비관론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

문제는 강대국의 흥망에 따른 패권전쟁에서 전쟁터는 엉뚱한 나라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 놓인 플랜더스 지역처럼 한반도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전쟁터가 되곤 했다. 댜오위다오 영토 분쟁의 출발점도 조선 땅에서 벌어졌던 청일전쟁이다.

케네디는 ‘신중하고 치밀한 외교적 대응과 준비’를 당부하고 한국을 떠났다. 대한민국 정치지도자 중 누가 과연 탁월한 식견과 지혜를 갖추었을까. 판단은 유권자 개인의 자유다. 그러나 이런 외교·안보 역량이 중요한 대통령의 자격요건이란 점은 모든 유권자가 잊어선 안 될 필수 고려사항이다.

 

 

오병상 수석논설위원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9479521&cloc=olink|article|defa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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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2. 25. 21:01

"당신들의 춤과 음악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세요."

지난 3~4월 미국 지상파 채널 폭스(Fox) TV에서는 중남미 구석구석에 숨어 있던 가수·연주자·무용가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재능을 겨뤘다. 콜롬비아·베네수엘라·브라질·아르헨티나·칠레 등 라틴 아메리카 전역에 숨어 지내는 재능 있는 연예인을 찾기 위한 오디션 프로그램인 '큐 비바(Q'Viva)'를 통해서였다. 라틴 계열로 미국에서 벼락스타가 된 가수 제니퍼 로페즈(Lopez)와 마크 앤소니(Anthony)가 직접 중남미를 돌며 현장 오디션을 펼쳤고, 숱한 '능력자'들이 이국적 풍광을 배경으로 화려한 안무·연주·노래를 펼쳐 보이며 미국 대중을 경탄시켰다.

이 프로에 대한 관심은 세상의 모든 문화를 용광로처럼 흡수해 한 단계씩 성장해가는 미국의 힘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각자의 언어로 무대에 서는 이국(異國) 연예인들만으로 미(美) 전역에 송출되는 지상파 시리즈를 만드는 방송사도, 낯선 얼굴과 언어를 앞세워 공연을 펼치는 연예인에게 뜨거운 호응을 보내는 미국의 시청자도 다른 문화에 대한 열린 마음은 하나였던 것이다.

한국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대한 미국인들의 열광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들은 요즘 알아듣지도 못하는 한국어 가사로 노래하는 싸이를 보겠다며 지상파 방송사 스튜디오까지 몰려들어 온몸으로 흥분한다. 마음을 뒤흔드는 음악과 춤 앞에서 국적·피부색·언어는 아무런 장벽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만세!" "죽이지?" 같은 '어록(語錄)'을 남기며 미국인을 매료시키는 싸이의 재능과 패기에만 환호를 보냈던 우리로서는 이제 외국어 노래에도 뜨겁게 감응(感應)하는 미국 대중의 문화적 개방성과 포용력에도 관심을 둘 때가 됐다.

문화는 교류를 거름 삼아 성장한다. 수출(輸出)도 중요하지만 수입(輸入)을 통해 다른 세계에 눈뜨는 과정은 더욱 소중하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익을 남겨야 하는 공산품의 무역과는 다른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다. 5~6년 전만 해도 한국 대중은 미국은 물론 아시아·유럽 각지의 다양한 대중문화에 열띤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열정이 많이 식었다. 해외 음악을 국내에 소개하는 음반·음원 유통사들의 고민은 이런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유니버설 뮤직 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와 비교해도 음반·음원 판매량이 10% 이상 감소했다"며 "새로운 해외 음악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싸늘했던 적이 없어 아쉽다"고 했다. 전체 음반 판매량 대비 외국 음반 판매량 비율은 2007년 53%에서 2012년 34%로 급감했다.

미국 대중음악이 세계를 제패한 이유는 간단하다. '침공(인베이젼·Invasion)'이라고까지 불렸던 비틀스(영국), 아바(스웨덴), 비지스(호주) 등 세계 각국 뮤지션의 끊임없는 도전을 기쁘게 받아들이며 그들의 음악을 끌어안아 자신의 것으로 승화시켰기 때문이다. K팝 열풍과 함께 세계의 신흥 대중문화 강국으로 떠오른 한국이 이제 조금씩 배워나가야 할 것은 이런 미국 대중과 문화산업계의 개방적 마음가짐이다.



최승현 대중문화부 방송·음악팀장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9/27/201209270100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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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2. 25. 20:59

어쩌다 보니 이야기를 팔아서 먹고사는 매설가가 직업이 되어 버렸다. 이 세상의 그 많은 직업 중에 나는 왜 이 직업을 갖게 되었나. 매설가로서 살아가려면 팔리는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짚어내야 한다. 남들 다 하는 이야기, 진부한 이야기, 범속한 이야기는 장사가 안된다.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를 어디서 구할 것인가. 영화 <아바타>를 만든 제임스 캐머런 감독. 그 영화감독도 내가 보기에는 매설가 계보에 속한다. 이야기에다 알록달록한 필름을 입힌 것이 영화 아니겠는가.


캐머런은 이야기의 소재를 인도의 고대 서사시집인 <마하바라타>에서 구했다고 한다. 수많은 신이 등장하고, 그 신들이 쏟아내는 신통력과 영험담의 스토리가 <마하바라타>이다. 왜 할리우드의 감독들이 자기들 것 놔두고 인도의 뜬구름 잡는 부황한 신화에서 영감을 얻는단 말인가. 할리우드는 21세기에 들어와서 이야기 밑천이 거의 떨어지지 않았나 싶다. 그동안 서양의 과학과 종교에 눌려 천대받던 동양의 신화들이 이제 이야기산업의 기반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꼽는 한국의 3대 고전은 <삼국유사>와 <정감록>, 사주명리학의 대가였던 이석영이 1960년대에 저술한 <사주첩경>(四柱捷徑, 6권)이다. 삼국유사는 나의 종교적 상상력을 자극하고, 정감록은 정치적 상상력을, 사주첩경은 운명적 상상력을 증폭시켜 준다. 이 가운데 대선정국이 올 때마다 매설가에게 이야깃거리를 제공해주는 고마운 고전은 단연 정감록이다. 다른 사람은 쓰레기통에 버렸지만, 나는 그 쓰레기통에서 다시 주워 담아 쓰고 있다.


정감록에서는 ‘해도진인’(海島眞人)을 이야기한다. 바다의 섬에서 진인이 출현하여 도탄에 빠진 이 세상을 구원하러 온다는 스토리이다. 왜 섬에서 진인이 출현하는가? 한국은 삼면이 바다다. 중국으로 대표되는 대륙 쪽이 한반도를 괴롭히는 지배와 체제의 상징이었다면, 바다와 섬은 대륙의 지배와 체제에 맞서는 대항세력의 거점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해양세력인 해도진인은 조선 사람들이 생각하는 혁명의 아이콘이었다. 박정희 체제에 대항했던 디제이와 와이에스가 각각 하의도와 거제도라는 섬 출신이었고, 노무현도 따지고 보면 바닷가 사람이고, 노무현을 치고 나온 이명박도 어찌 되었든 고향이 포항이다.


최근 30년 역사를 보니까 그 해도진인의 육지 상륙 거점이 바로 부산인 것 같다. 해도진인이 일으키는 바람은 부산에서 불기 시작하였다. 유신체제에 금이 가게 만든 79년의 ‘부마항쟁’도 부산에서 시작되었고, 그 연속선상에 와이에스가 있고, 2002년의 노무현 바람, 그리고 2012년의 안철수·문재인 바람도 부산이 연고지 아닌가.


부산은 지명도 솥단지 ‘부’(釜) 자를 쓴다. 같은 솥이라도 다리가 셋 달린 정(鼎)은 권력층이 파티 할 때 쓰는 솥이고, 부는 민초들이 밥해 먹는 솥이라는 차이가 있다. 6·25 전쟁 때 전국의 피난민들이 부산에 몰려들었고, 부산은 3년간 그 난민들에게 밥을 해 먹인 공덕이 있다. 인물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적선지가(積善之家)에 필유여경(必有餘慶)’이다. 낚시터에서도 밑밥을 미리 뿌려 놓아야 고기가 모이는 것처럼, 적선을 해놓은 토양에서 인물이 나타난다. 인물이 나오려면 밥을 해준 공덕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부산은 6·25 때 전국의 피난민들에게 솥으로 불을 때서 밥을 해 먹인, 공덕을 쌓은 도시다. 이 솥단지에 해도진인이 상륙할 때 일어나는 해풍이 불어와 불을 때고 있는 형국이다.


서민 얼굴인 ‘문둥이 관상’의 노무현이 등장하였던 2002년도 임오(壬午)년이었고, 2012년은 임진(壬辰)년이다. 양쪽 다 천간에 ‘임’(壬)이 들어간다. 임은 양이 아니라 음이고, 바다와 같은 큰 물을 상징한다. 임이 위에 올라타고 있다는 것은 지배를 받고 있던 음이 위로 올라가고, 새로운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는 점괘로 해석하고 싶다. 맞을지 안 맞을지는 앞으로 지나봐야 알겠지만 임진년은 새로운 물결이 몰려오는 해이다. 우리 선조들은 이러한 변화를 관찰하기 위하여 관란정(觀瀾亭)이라는 정자를 지어놓고 급히 꺾어지는 물살의 변화를 보았던 것이다. 



조용헌 칼럼니스트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55353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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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2. 25. 15:40

요즘 엔터테인먼트업계의 가장 큰 화제는 이수만 대표 프로듀서가 이끄는SM의 '무한 영토 확장'이다. 이 회사는 보아·소녀시대·동방신기·슈퍼주니어·샤이니·f(x) 같은 대표적인 한류 아이돌 가수들을 거느리고 있어 가요계에서는 이미 '수퍼 갑(甲)'이 된 지 오래다. 그런 SM이 최근 한 달 사이 톱 배우 장동건·김하늘·한지민, '예능 지존(至尊)' 강호동·신동엽, 인기 코미디언 김병만·이수근을 잇따라 영입했으니 업계가 화들짝 놀라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선 긍정적 평가보다 우려의 시선이 좀 더 많은 듯하다. 먼저 "SM이 자회사를 통해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등을 제작하면서 소속 연예인들만 챙겨 결국 다른 기획사 소속 또는 1인 기획사를 차린 연예인들에게 진입 장벽을 치는 게 아니냐"고 걱정하는 이가 적지않다. 이들은 SM이 최근 소속 아이돌 스타들을 주연으로 기용한 드라마를 만들어 방송하고 있는 걸 '불길한 조짐'으로 보고 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소속 톱스타들을 출연시키면서 스타성이 없는 B급 또는 신인들을 함께 써달라고 요구해 방송사나 제작사들을 난감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톱스타들을 싹쓸이하다시피 한 특정 기획사가 이들의 몸값을 일제히 올려 부르면 시청률을 생각해야 하는 방송사나 제작자로선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이는 '제작비 상승→광고 단가 인상→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연예기획업계에서 전례 없는 '공룡'이 탄생했으니 이처럼 관련 당사자들이 불안해하고 동요하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SM이 이를 '기우(杞憂)'로 만들 수 있느냐는 것이다. 기자는 SM의 오너가 다른 사람이 아닌 이수만이기 때문에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수만은 지난 몇년간 한국 대중문화업계에서 독보적인 세(勢)를 갖고 있으면서도 그 힘을 무리하게 휘둘러오지 않았다. 이수만이 요즘 광고 섭외 1순위로 떠오른 데에는 이런 그의 긍정적 이미지도 한몫했을 것이다.

오히려 이수만은 스스로 일컫는 '칭기즈칸 정신'으로 한국을 세계 팝 음악계의 변방에서 중심부로 밀어올리는 추진력과 기획력을 발휘해 왔다. 한때 '노예 계약'으로까지 폄하됐던 그의 신인 발굴·양성 시스템은 제도적 개선이 뒤따르고 K팝 한류가 성공함에 따라 '한국형 연예 영재 개발 시스템'이라고 인정받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아가고 있다. 팝에 이어 드라마·코미디까지 한류의 경쟁력을 키우려면 기획사들이 '규모의 경제' 원칙에 맞게 몸집을 키워야 할 필요성도 있다.

결국 이수만이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1등'의 오만함에 빠지지 않고 축적한 유·무형의 힘을 새로운 콘텐츠 개발과 세계시장 개척에 집중하기만 한다면 SM은 얼마든지 '품격 있는 공룡'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여기에 더해 SM이 약자에 대한 배려의 마음과 경쟁자들에 대한 열린 자세까지 갖춘다면 금상첨화이겠다. YG 양현석이 가수 싸이의 해외 음반 발매권과 매니지먼트권을 미국 메이저 레코드사와 매니저에게 넘긴 게 싸이의 미국 시장 안착에 결정적 도움이 된 걸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SM도 '내줌으로써 오히려 얻는' 지혜를 발휘해 달라는 얘기다.

권력과 책임은 한 몸이라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많은 대기업이 그랬던 것처럼 SM도 앞으로 사회적 기여·공헌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함은 물론이다.



신효섭 기사기획 에디터 겸 대중문화부장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9/26/201209260337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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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2. 25. 15:20

"네가 그때 그랬잖아.", "내가 언제?" 많은 다툼이 기억에 관한 이런 심상한 대화로부터 시작한다. 수십 년을 함께 산 부부 사이에도 같은 일을 다르게 기억한 탓에 다툼을 벌이는 일이 드물지 않다. 아무리 명백한 사건이라도, 사람에 따라 기억하는 방식과 내용, 밀도가 같지는 않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를 중심에 두고 사건을 해석하며 그 해석이 개입된 사건의 내용을 기억한다. 

이른바 '인혁당' 관계자에 대한 사법살인 '사건'만 해도 사건은 하나이나 이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사람들의 기억은 하나로 수렴될 수 없다. 처음 사건을 기획한 사람, 그 기획에 따라 사람들을 잡아 고문하고 조사한 사람, 조사 결과를 넘겨받아 기소한 사람, 증거자료의 숱한 허점들을 외면하고 사형을 선고한 사람, 선고 후 18시간 내 사형 집행이라는 유례없는 지시를 묵묵히 이행한 사람, 담당 군목(軍牧)으로 차출되어 현장에서 피해자들이 사형당하는 모습을 지켜 본 사람, 시체를 유가족에게 인계하지 말고 화장하라는 명령을 성실히 수행한 사람, 한 번만 만나게 해달라고 울부짖는 사형수 가족을 밀쳐 낸 사람 등. 

이들의 기억 속에서 이 사건은 다 다른 의미를 갖고 있을 것이며, 그들 각각의 '과거사'에서 점하는 비중도 다 다를 수밖에 없다. 누구는 꼭 필요했던 일로, 누구는 불가피했던 일로, 누구는 가슴 아픈 일로, 또 다른 누구는 의심스런 일로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어느 경우든 이들에게 이 사건은 자기 '과거사'의 여러 에피소드 중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평소에는 까맣게 잊고 살다가 특별한 계기에 불쑥 되살아나는 기억들은 누구에게나 있다. 이 사건의 직간접 관련자들 중에도, 이에 관한 기억을 자기 과거사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로 분류해 놓은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반면 피해자 유족들에게는 애초 이 사건의 '진상'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없었다. 그들이 기억하는 '사건'은, 자기 남편이, 또는 아버지가, 느닷없이 집에서, 직장에서 잡혀간 뒤 법정에서 초췌한 모습을 잠시 보여주고는 몇 달 뒤 뼛가루가 되어 돌아왔다는 것뿐이다. 그럼에도 이 사건에 관한 기억들은 그들의 삶과 의식을 수십 년 동안 지배해 왔고, 죽을 때까지 떠나지 않을 것이다. 

소위 '인혁당 관계자'에 대한 사형 선고와 집행은 당시에도 '사법살인'이라는 국제적 비난을 받았고, 대법원의 재심 판결로 그 진상이 대부분 밝혀졌지만,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원칙에 기초한 평가와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스스로 제3자의 위치에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여러 다른 기억 중 하나를 승인하거나 여러 그들을 조합해 자기만의 기억을 만들 수 있다. 그것은 개인이 선택할 문제다. 과거의 수많은 사건들 중에서 기억해야 할 것과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을 나누고, 각 기억 요소들의 중요도를 평가하며, 그에 고유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역사관'이다. 그래서 역사관에는 각자의 경험, 이해관계, 지식, 가치관이 담긴다. 역사관은 기억에 관한 가치관이며, 인생관 자체다.

박근혜 후보가 과거사 인식에 대해 국민과 공감하겠다고 밝혔다. 인생관 자체를 바꾸겠다는 선언이다. 공자는 나이 40이 되어 불혹(不惑)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술회했지만, 그 말이 아니더라도 살아온 세월이 길고 지나간 사건에 관한 기억들을 조합하는 나름의 방법을 체득한 사람이 갑자기 인생관을 바꾸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박 후보는 이미 '두개의 판결이 있다'는 발언 등을 통해 5ㆍ16과 유신, 인혁당 사건을 보는 관점을 압축적으로 밝혔다. 그의 역사관을 비난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에 동의하는 사람도 많다. 남다른 자리에서 남다른 경험을 하며 살아온 사람이 남다른 역사관을 갖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남다른 역사관을 가진 정치인이 자기 역사관을 그대로 드러내고 당당하게 평가받겠다는 것은 결코 잘못이 아니다. 그러나 여론의 눈치를 살펴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꾸겠다고 하는 것은, 세상을 속이고 자기 자신을 속이는 일이다. 그것은 잘못이다.



전우용 역사학자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09/h201209242105338192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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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2. 25. 15:16

프랑스 파리에는 퇴근길 운전자를 괴롭히는 트럭이 있다. 쓰레기 수거 차량이다. 뒤에 매달린 두세 명의 환경미화원이 내리고 타기를 반복하면서 집집마다 내놓은 커다란 쓰레기통을 끌고 와 내용물을 트럭에 쏟아 붓고 다시 제자리로 옮겨놓는다. 트럭은 끊임없이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길은 좁은데 이 차량은 커서 추월이 쉽지 않고, 이미 꼬리를 문 차량들 때문에 후진으로 피해가는 것도 대개 불가능하다. 100m 이동에 15분쯤 걸리는 이 골목길 정체에 걸리면 우회로를 만날 때까지 마음을 비우고 조용히 따라가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다. 애를 태워봐야 별 소용이 없다.

쓰레기 수거는 하필 분주한 저녁 7~9시 사이에 주로 이뤄진다. “차도, 사람도 없는 새벽에 하면 좋을 텐데….” 당연히 이런 의문이 들어 알아보니 의미 있는 사연이 있었다. 수거작업은 오랫동안 자정 이후에 진행됐다. 그런데 환경미화원들이 근무시간 변경을 요구했다. “낮과 밤이 뒤바뀌어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할 수 없고 가족까지 피해를 본다”는 주장이었다. “우리도 밤엔 배우자와 함께 자고 싶다”는 구호가 낭만적인 파리 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여 결국 쓰레기 수거 시간이 앞당겨졌다.

“영국에선 무단횡단해도 되나.” 한국에서 출장 온 지인들에게서 자주 받는 질문이다. 보행자 신호등에 파란불이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옆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길을 건너는 바람에 ‘따라가기도 뭣하고, 서 있기도 뭣한’ 뻘쭘한 상황을 이미 겪었음을 뜻한다. “해도 된다. 신호 안 지켜도 되고, 횡단보도 아닌 곳에서 그냥 건너도 된다. 불법도 아니다. 경찰관 앞에서 해도 탈 안 난다. 다만 차량 주행 방향이 한국의 반대이니 양쪽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답을 해준다. 그러면 보통 “위험하지 않나”라는 후속 질문이 따른다. “선진국 맞나”라는 뉘앙스를 담고 있다.

사실 영국 교통법에 무단횡단 금지 조항을 넣자는 목소리도 있다. 주로 보험업계 또는 관련 단체들이 “특히 야간에 횡단자 사고가 많아 전체적으로 보험료가 올라간다”며 이런 주장을 한다. 그런데 시민들은 “차가 오지도 않는데 횡단보도까지 길을 둘러가야 하고, 멍하니 신호등 바뀔 때까지 기다려야 하느냐”며 콧방귀를 뀐다. “사람이 우선이고 차는 나중이다”라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의 슬로건 ‘사람이 먼저인 세상’, 멋지다. 그런데 그 신세계엔 파리의 쓰레기 수거처럼 불편함과 비효율이 따를 수밖에 없다. 영국의 도로 횡단처럼 사회적 비용이 클 수도 있다. 한국 사회는 과연 이런 불편·저효율·고비용을 감수할 의지와 능력이 있을까. 좀 의심스럽지만 있다고 믿고 싶다. 그리고 문 후보의 당락과 무관하게 이 정신은 살아남았으면 좋겠다. 우리도 언젠간 환경미화원의 삶의 질을 진지하게 걱정하는 매력적인 나라가 돼야 하지 않겠나.



이상언 런던 특파원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9418608&cloc=olink|article|default

Posted by 겟업
2012. 9. 23. 03:13

손학규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의 선거 슬로건인 '저녁이 있는 삶'이 그의 지지도와는 별개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금까지 선거 슬로건들은 주로 선진, 성장, 풍요 등 지겹도록 들어온 단어들을 포함해 왔다. 그것들은 국가나 민족이라는 전체 집단이 나아갈 바를 구호처럼 제시했다. 하지만 '저녁이 있는 삶'에는 지극히 평범한 단어 둘이 들어 있다. 바로 '저녁'과 '삶'이다. 집단이 아니라 개인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익숙한 풍경과 환경이 저녁과 삶이다. 그 두 단어를 조합하니 시적인 말이 탄생한다. 저녁이 있는 삶은 우리로부터 얼마나 멀어졌는가, 그것을 우리가 얼마나 그리워하고 있는가를 손 후보의 슬로건은 애틋하게 표현한다.

'저녁이 있는 삶'의 주요 내용은 '노동시간 단축'이다. 이를테면 '정시 퇴근제 도입', '장시간 노동의 개선', '휴가 확대' 등이 손 후보의 첫 번째 정책 목표다. 확실히 그의 슬로건은 직업을 가진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다. 과로에 시달리는 중산층, 개인만의 고즈넉한 시간, 가족과 친구들과 보내는 화목한 시간을 과로에 빼앗긴 중산층에게 그의 슬로건은 어필한다. 그는 노동시간의 단축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 경제적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정규직 일자리를 창출하고 나누는데 도움을 줄 거라고 본다. 그렇게 그는 한국사회에서 중산층의 두께를 두텁게 하고, 그들에게 안정과 행복을 되돌려주겠다고 약속한다.

다소 문학적인 표현법에 중산층, 혹은 중산층에 소속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에 어필하는 '저녁이 있는 삶'이란 슬로건을 곱씹어 보다가 그것을 살짝 바꿔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삶이 있는 저녁'이다. '삶이 있는 저녁'과 '저녁이 있는 삶'의 차이는 무엇인가. 그 차이는 이런 질문들로 나타난다. 만약에 노동시간 단축이 이루어져 저녁이라는 시간이 우리에게 충분히 주어지면 어떻게 될까. 그때 우리는 무엇을 할까.

나는 최근에 만나는 사람들에게 "일하고 남는 시간에는 주로 무엇을 하세요?"라고 묻는다. 대부분은 아무 것도 안 한다고 답한다. 어떤 분은 낮에 너무 생각을 많이 해서 저녁 이후에는 아무 생각도 안 하는 게 최고라고 했다. 그나마 여가 활동이 있다면 TV 시청과 외식, 음주가 가장 많았다. 그 외에 학원, 운동, 영화관람 등이 있었다. 간혹 몇몇 사람들은 흥미로운 대답을 했다. 친구와 '독립잡지'를 만든다거나, '축구심판'이 될 준비를 한다거나. 하지만 그런 식으로 뭔가에 미친 듯이 몰입하고,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삶을 가꾸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나는 생각했다. 어쩌면 우리들에게는 저녁이라는 시간이 주어져도 정작 그 시간에 채워 넣을 삶이 없거나 부족한 것이 아닐까?

'저녁이 있는 삶'은 '과로'라는 노동의 양의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과도한 노동양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노동의 질이다.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주체적 역량을 발휘할 수 없는 노동 조건, 실업의 불안에 덧붙여 주체성 자체를 잃는 존재의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는 더 하다. 이들은 임금뿐만 아니라 조직 내의 의사결정, 구성원 간의 소통, 인간적인 대우에서 불평등과 배제를 겪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에게는 '삶이 있는 저녁'이 절실하다. '삶이 없는 낮' 동안에 빼앗긴 인간성과 자존감을 저녁에 어떻게든 회복해야 한다. 

'삶이 있는 저녁'은 '저녁이 있는 삶'처럼 정책 슬로건이 될 수 없다. 그 시간은 기업이나 정부가 우리에게 '배려'해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삶이 있는 저녁'은 차라리 '인간 선언'에 가깝다. 그 선언의 내용은 이렇다. 우리는 노동하는 동물이 아니다. 우리는 저녁에 다음 날의 노동을 준비하며 내용 없는 휴식의 시간을 보내지 않겠다. 우리는 저녁에 우리가 인간임을 입증하는 활동적 삶을 주체적으로 발명하겠다. 그 삶은 저녁에서 새벽으로 아침에서 낮으로 조금씩 확장될 것이다. 가까스로 인간적인 삶이 너무나 인간적인 삶이 될 때까지.




심보선 시인·경희사이버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09/h201209122108118192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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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9. 23. 01:36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서울행 티켓이 확정됐다. 그동안 G20은 네 차례 정상회의를 열면서 관례적으로 비회원국을 초청해 왔다. ‘지구촌 유지 클럽’인 G20의 정통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G20 참여국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은 것도 비회원국을 초청하게 된 배경이다. G20 정상회의의 모태인 G20 재무장관 모임은 경제규모와 지역 등을 고려한 선택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세계 10위권 대국이면서 G20 비회원국인 스페인이 연이어 초청장을 받았다.


G20 정상회의에 초청받느냐, 못 받느냐는 G20 비회원국엔 외교적으로 ‘사활’을 걸 만큼 중요한 일이다. G20은 금융위기 이후 ‘프리미어 포럼(Premier forum)’으로서 최고의 국제경제 협의체로 부상했다. 실제로 많은 개도국이 서울 G20 정상회의의 초청 리스트에 포함되기 위해 우리 정부와 G20 회원국들을 상대로 치열한 물밑 외교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까지 열린 네 차례의 G20 정상회의에 참여했던 네덜란드가 초청 대상에 빠진 것은 지역적 배분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 때문이다. G20에는 이미 다수의 유럽국가와 유럽연합(EU)이 포진해 있다. 유럽의 강소국이자 금융강국인 네덜란드는 공식·비공식 채널을 통해 G20 의장국인 한국 정부에 서운함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덜란드의 탈락에 대해 한국 정부는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이 독자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G20 교섭대표인 셰르파 회의를 통해 전체 G20 차원에서 초청국을 선정했기 때문이다.

5개 비회원국과 함께 유엔·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금융안정위원회(FSB)·국제노동기구(ILO)·경제협력개발기구(OECD)·세계무역기구(WTO) 등 7개 국제기구도 이번에 초청을 받았다.

한편 정상회의 의제 조율차 프랑스를 방문 중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중국 위안화 절상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것이라고 23일(현지시간) 말했다. 윤 장관은 이날 파리에서 로이터통신과 인터뷰를 하고 “오픈 포럼인 G20의 특성상 환율 문제에 관한 일반적인 해결방법이나 환율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논의할 수 있다”며 “그러나 특정 국가의 환율에 관해 논의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경호 기자 



http://news.nate.com/view/20100925n00239

Posted by 겟업
2012. 9. 23. 01:34

에드윈 정(Edwin Chung·35) 미국 NBC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부문 부사장을 서울 상암동에서 만났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에 이어 마련한 ‘할리우드 멘토 세미나 2011’에서 멘토 역할을 하러 왔단다. 확실히 젊다. 해외에서 성공한 한국인은 많지만 분야도, 나이도 젊다. 할리우드리포터지(紙)도 그를 ‘35세 미만 영향력 있는 문화산업 간부 35인’으로 뽑았다. 실제로 에미상을 휩쓴 ‘30록(30 Rock)’ ‘오피스(The Office)’ 등을 비롯해 ‘윌앤드그레이스(Will&Grace)’ ‘라스베이거스(Las Vegas)’ 등 잘나가는 NBC 드라마가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할리우드 넘버원 생존법칙’은 부모님에게 35년 동안 들어온 말과 정확히 일치한다. 세계 최강 무적의 비법, ‘남보다 더 열심히 해라’.



 
●그 나이에 부사장이라니 대단하다.

 “하하. 미국에선 다 이렇다. 직급 체계가 한국과는 많이 다르니까. 열심히 하면 누구나 오를 수 있는 자리다.”

●미국 방송계의 가장 큰 이슈는.

 “아무래도 수익률 문제다. 5년 전부터 TV 시청률은 떨어지고, 쇼 제작비는 연간 6%씩 올라가고 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까지 반영하면 비즈니스 전체가 빡빡하다. TV 방송은 지금 이대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어떤 식으로든 변해야 한다. NBC뿐만 아니라 ABC, CBS, 폭스 등 모든 방송국이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하고 있다.”

●할리우드에선 어떤 장르가 잘나가나.

 “올가을 시즌부터 30분짜리 코미디가 진짜 잘된다. 항공기 승무원들의 이야기를 그린 ‘팬암(Pan-Am)’ ‘플레이보이클럽’ 등이 대표적이다. 지금도 ‘업 올 나이트’ ‘뉴걸’ ‘라스트맨 스탠딩’ 등의 시청률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

●왜 그럴까.

 “아마 경제가 어렵기 때문일 거다. 사람들이 어려운 현실에서 탈출해 잠시라도 잊고 웃고 싶어 하니까.”

●잘되는 코미디와 드라마는 뭐가 다른가.

 “코미디는 그냥 웃기면 되는 게 아니다.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아, 내 삶, 내 친구랑 비슷하구나. 이런 게 반영돼야 사람들이 편안하게 웃는다. 주인공이나 인물들한테 애정도 느끼고….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스토리 자체가 좋아야 한다. 그리고 캐릭터들이 아주 매력적이어야 한다.”

●역시 캐릭터가 중요한가.

 “드라마건 쇼건 코미디건 TV를 본다는 것은 내 집으로 캐릭터를 매일, 매주 초대하는 것과 같다. 영화는 두 시간 보고 나면 끝인데 이건 계속 보는 거니까. 그만한 시간을 투자할 명분, 가치를 줘야 한다. 희망을 느끼든지, 웃는다든지, 미스터리를 푸는 과정을 즐긴다든지 강력한 매력이 있어야 한다.”

 에드윈은 미국 명문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과 정치학을 전공했다. 여기까지는 똑똑한 이민 1.5, 2세대와 다를 바 없는 ‘정통 수재’코스다. 실제로 많은 한국계 학생이 의사, 변호사의 길을 선택했다. ‘부모님이 이렇게 고생하셨으니까 우리는 안전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도 마찬가지였다. 성공해 효도하고 싶었다. 대신 생각은 사뭇 달랐다. ‘부모님이 이렇게 고생하셨으니까 난 결코 안전한 길만 걸으려 해선 안 된다’고 굳게 다짐했단다.

●어쩌다 이 길로 가게 됐나.

 “어릴 때부터 TV 프로들을 정말 좋아했다. 부모님이 영화를 보여주고 동화책을 읽어줄 때마다 상상이 끊이지 않았다. 글짓기도 좋아하고 언제나 창조적인 데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좋아해도 실제 직업으로 하기는 어렵던데.

 “솔직히 한국계 미국인은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 부모님이 돈도 없이 미국에 와 우리를 위해 몇십 년 동안 일을 몇 가지씩 하면서 고생했는데 음악, 스포츠, 연극 이런 거 한다고 하기가 미안하다. 그래서 법조인이나 의료인이 되려고 한다. 하지만 요즘 세대는 좀 다르다. 부모님이 열심히 해오신 덕에 더 많은 선택권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실패가 두렵다고 무조건 똑같이 사는 게 답은 아닌 거 같다.”

●‘안전한’ 직업을 택했으니까 다른 민족보다 빨리 성공한 것 아닌가.

 “분명 그런 측면도 있다. 하지만 그런 안전지향적 성향 때문에 스포츠나 음악, 엔터테인먼트 부문에서 성공을 못한 면도 있다. 스스로 제한하는 ‘셀프 리미팅(self limiting)’인 셈이다. 이제 확실히 바뀌고 있다. 한국인이라고 할리우드에서 못하란 법이 없다.”

●미국 방송계는 살벌할 거 같다.

 “다윈의 ‘적자생존’ 법칙으로 굴러간다. 영화나 드라마, 음악 쪽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똑같은 열정, 재능을 가진 사람이 많아서 일을 두 배, 세 배로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본인도 그렇게 했나.

 “미친 듯이 일했다. 여기는 적자생존인 동시에 아주 민주적인 분야다. 고생을 한 만큼 성과를 얻게 된다. 남들보다 특별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얼마나 자발적으로 열심히, 필사적으로 일하느냐, 열정을 갖느냐의 문제다. 안 그러면 오래 못 버틴다.”

 그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발을 들여놓은 건 1998년 월트 디즈니의 영화제작 재정담당 사업기획을 맡으면서다. 그러다 제작 자체를 배우고 싶어 베리 레빈슨 감독 밑에서 1년 동안 무보수로 온갖 잡일을 자청했다. 레빈슨은 ‘레인맨’ ‘굿모닝 베트남’ 등을 만든 유명한 감독이다. 돈보다 경험이 훨씬 귀한 바닥이라 가능한 얘기다.


●이 일이 왜 좋나.

 “창의적인 사람들과 함께 일하니까. 어렸을 때 TV나 동화책 속 좋아하는 캐릭터를 흉내 내며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상상을 하곤 했다. 이제 그 스토리를 내가 만들게 된 거다. 정말 흥분된다. 내가 옛날에 그랬듯 사람들과 아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TV쇼나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요즘은 어떤 스타들이 대중에게 어필하나.

 “1980년대에는 실베스터 스탤론이나 아널드 슈워제네거처럼 근육질 액션 히어로들이 잘나갔다. 하지만 지금은 ‘흥미로운’ 배우, ‘훌륭한’ 배우를 찾는다. 단순히 잘생기기만 해선 안 되고 지적이면서 무게감과 깊이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영화 ‘노트북’에 나오는 라이언 고슬링이나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그렇다. ”

●친한 배우는.

 “켄 정(Ken Jeong)과 친하다. 프로듀서에게 쇼에 섭외해 달라고 했을 정도로 켄 정의 코미디 팬이다. 존 조(John Cho)도 같이 작업하려고 몇 번이나 시도했던 친구다. 이제 미국의 주요 방송국에서 배우가 동양인인지 서양인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재능이 가장 중요하다.”

●롤 모델이 있나.

 “배울 사람은 아주 많다. 스티븐 스필버그, 클린트 이스트우드, J J 에이브럼스 등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로 영화나 TV프로그램을 만든다. 그들은 성공이 아니라 자기의 열정과 영감을 좇아간다. 돈은 따라오는 거다. 내가 만나본 가장 뛰어난 사람들은 ‘아이 같은(childlike)’ 사람들이었다.”

●제일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우와, 이거는 잘못 얘기하면 주변 사람들이 상처받겠다. 내 친구가 드라마 ‘가십걸’을 만드는데…(웃음) 옛날 명작 중 ‘사인필드’ ‘코스비쇼’ ‘웨스트 윙’ ‘ER’을 정말 좋아한다.”

●한국도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들이 생겨나면서 채널 수가 늘고 있다.

 “미국에 ‘크림은 항상 위로 떠오른다(Cream always rises to the top.)’란 말이 있다. 커피에 크림을 부으면 위로 떠오르듯 아무리 채널이 많아져도 뛰어난 프로그램은 결국 시청자의 사랑을 받을 거다. 채널 수가 늘어나는 게 옛날 마인드로는 부정적일 수 있겠지만 시청자나 스타 입장에선 더 많은 선택권, 기회가 생기는 거니까 산업 전체엔 좋은 일이다.”

●도대체 엔터테인먼트가 뭘까.

 “기쁨(joy)과 해방감(escape)이다. 이 두 가지는 인간을 서로 연결해준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짐바브웨든 사람들은 감정을 느끼고, 사람을 사귀고, 이야기를 나누고, 여행을 떠난다. 가장 훌륭한 영화나 드라마는 뭔가 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그런 프로다.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어 ‘사랑한다’고 말하게 하는 것, 거절당할까 봐 두려워 몰래 좋아해온 여자에게 ‘사실은 좋아해’라고 말하게 하는 것, 10년 전 크게 싸우고 연락을 끊고 사는 형에게 전화해 ‘그땐 내가 미안했어’라고 하는 거다. 인간성을 자극하고 고무시키는 것!”

●꿈이 야심 찰 것 같다.

 “하하하. 아닌데…. 나이를 먹어갈수록 덜 이기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타이틀이나 회사 이름, 돈에 연연하기 싫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멘토 프로그램도 그래서 좋아한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변화가 빠르고 치열해 내가 앞으로 얼마나 오래 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순 없다. 하지만 적어도 자리에 있는 동안에는 많은 한국인에게 말해주고 싶다. ‘헤이, 내가 할 수 있으면 모두 할 수 있어요’라고. 힘들어 죽겠는데 우리는 왜 지금 ‘이’ 일을 하고 있을까. 누가 시켜서가 아니다. 적어도 나에겐 이 일이 중요하다고 느끼기 때문 아닐까?”

What Matters Most?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예수님이 늘 내 옆에 계신다는 그 느낌이다. 할리우드에서 일하든 다른 곳에서 일하든 산다는 건 힘든 거다. 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예수님을 삶의 중심에 두면 자기가 실행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일할 때는 물론이고, 심지어 가족 간에 어떤 결정을 내릴 때도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j칵테일 >> “한국 배우들, 영어만 된다면 …” 

에드윈은 한국 방송·연예계에 관심과 애정이 넘쳐났다. 그만큼 아쉬움도 많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 배우를 많이 알고 있나. 김윤진은 알 것 같고.

 “김윤진? 당연히 안다! 배용준, 이병헌, 원빈, 비, 송혜교, 신민아…한국 드라마는 거의 다 본다.”

●미국에서도 뜰 수 있을까.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언어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세계 시장에서 가진 매력을 다 보여주려면 영어를 어느 정도 자유롭게 해야 한다.”

●틈새시장이 있을 것 같은데.

 “물론 성룡이나 이연걸도 영어는 완벽하지 않지만 환상적 무술로 커버가 된다. 하지만 이건 일상적 연기가 아니다. 10분의 1에 해당하는 상황이다. 이병헌이나 비도 액션연기가 최고지만 무술만 하면 역할이 너무 제한적이다.”

●언어만 되면 한국 배우가 미국 TV의 주연도 될 수 있다는 얘긴가.

 “당연하다.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 보면 화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너무나 매력적이고 카리스마가 있다. 카메라는 거짓말을 안 한다. 그건 한국TV나 미국 TV나 똑같다.”

●조언을 한다면.

 “할리우드에서 인정받으려면 자신만의 관점과 목소리를 키워야 한다. 인간관계도 아주 중요하다. 이 바닥에 아시아계 미국인은 5%, 한국계 미국인은 고작 0.9%밖에 안 되니까. 다행히 지금 할리우드엔 다양성에 대한 압력들이 있다. 아시아계 배우들이 게스트가 아니라 의무적으로 등장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앞으로 액션 가이(Action guy)나 술집 주인 말고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한국계 배우들이 점점 늘어날 거다.”


글=이소아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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