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9. 14. 10:53

로마시대 최고 인기 스포츠
노예·포로 외 일반인도 돈·인기 위해 검투사로

佛 검투사 클럽 30여개 검투 클럽에 수강생 몰리고 클럽 대항전도 열려

스파르타쿠스의 향수 이탈리아 중부도시 카푸아 이곳에서 동료 70명과 반란 저항과 자유의 아이콘으로



지난달 14일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방의 작은 도시 '아를'의 로마 시대 원형 경기장. 서기 1세기 때 세워진 것으로 한 번에 2만명을 수용했던 이 대형 건축물 바깥에는 여름휴가철을 맞아 매주 월요일 오후 5시 30분에 투우 경기가 열린다는 포스터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경기장 안에 들어서자 '깜짝 반전'이 펼쳐졌다. 2000년 전 이 경기장이 건설됐을 때나 볼 수 있었을 법한 검투사들의 시합이 눈앞에서 벌어졌던 것이다.

박수를 받으며 경기장에 등장한 검투사 두 명의 경기는 순간 격렬하게 달아올랐다. 옛날처럼 상대방을 죽이거나 다치게 하지 않을 뿐 상대방 몸과 방패를 향해 돌격하고 뭉뚝한 무기로 급소를 공격하는 모습은 로마 시대와 다를 바 없었다. 이들은 검투사 양성·공연 전문회사인 악타아케오 소속의 전문 글래디에이터(검투사)라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로페즈 브리스 대표는 "회사에는 모두 16명의 검투사가 소속돼 있는데 여름휴가나 지방 축제 기간에는 매일, 그리고 하루에 여러 차례 관광객을 대상으로 이 같은 시범 경기를 펼친다"고 말했다. 검투사들은 경기가 끝나자 어린이 관광객 20여명을 경기장 안으로 불러내 기본자세를 가르쳐주는 팬서비스도 진행했다.

인구 5만3000여명의 아를은 여름휴가 때가 되면 50만명 이상 관광객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룬다. 사람들의 발길을 이끄는 매력 포인트는 네덜란드 출신 후기 인상파 화가 반 고흐의 체취와 지금도 고스란히 남아 있는 로마의 유적들이다. 고흐는 이 도시에 머문 15개월 동안 자신의 작품 중 3분의 1을 그릴 정도로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했다. 대표작 중 하나인 '밤의 카페테라스'(1888년작) 그림 속 카페는 외벽에 '반 고흐 카페'라는 글씨를 써놓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원형 경기장은 고흐 카페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었다. 이장석 재불 몽펠리에 한인회장은 "아를은 님 등과 함께 남프랑스에서 손꼽히는 로마형 도시"라며 "로마풍으로 도시를 건설했고 그때 만든 여러 건축물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검투 자세 배우는 관광객들 지난달 14일 프랑스 남부의 작은 도시 ‘아를’ 시내에 있는 원형경기장에서 청소년 관광객들이 검투 기본자세 등을 배우고 있다. 이 경기장은 로마 시대에 세워진 것으로 한 번에 2만명을 수용했다.
검투 자세 배우는 관광객들 지난달 14일 프랑스 남부의 작은 도시 ‘아를’ 시내에 있는 원형경기장에서 청소년 관광객들이 검투 기본자세 등을 배우고 있다. 이 경기장은 로마 시대에 세워진 것으로 한 번에 2만명을 수용했다. / 장일현 기자


로마 제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당시 최고 인기 연예인이었던 검투사의 흥행 스토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검투사의 세계는 영화 등 상업 작품이나 소설, 회화 등에서도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2000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글래디에이터'는 음모에 빠져 로마 장군에서 노예 검투사로 전락한 주인공이 가족과 제국을 위해 복수한다는 내용으로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 등 5개 상을 받았다. 2010년에는 미국 TV 시리즈 '스파르타쿠스'가 인기를 끌었다.

검투는 로마 시대를 풍미했던 인기 스포츠였다. 로마 이전에 이미 이탈리아 중·남부에서 벌어졌던 전통적 풍습이 로마 시대에 접어들면서 대중적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황제들은 시민들의 인기를 얻기 위해 이 경기를 이용했다. 검투사들은 무기를 들고 맹수와 싸우거나 상대방 검투사와 목숨을 건 결투를 벌였다. 노예나 전쟁포로, 범죄자 출신이 대부분이었지만 일반 자유민들이 돈이나 인기를 얻기 위해 검투사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남프랑스에서는 검투사 경기를 현대적 시각에서 복원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프랑스 전역에는 현재 약 30여개의 검투사 클럽이 운영되고 있다. 각 클럽에는 검투를 배우는 수강생들도 줄을 잇고 있다. 브리스 악타아케오 대표는 "우리 회사에만 검투사 과정을 수강하는 사람이 200여명 정도 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중남부 도시 카푸아에 있는 원형 경기장. 이 경기장은 로마의 콜로세움보다 100년 이상 먼저 지어졌다. 카푸아는 노예 검투사 스파르타쿠스가 반란을 일으킨 곳이다.
이탈리아 중남부 도시 카푸아에 있는 원형 경기장. 이 경기장은 로마의 콜로세움보다 100년 이상 먼저 지어졌다. 카푸아는 노예 검투사 스파르타쿠스가 반란을 일으킨 곳이다. / 장일현 기자


로마 제국을 탄생시킨 이탈리아에선 반란을 일으킨 노예 검투사 스파르타쿠스의 존재가 새삼 이목을 끌었다. 흔히 검투사 하면 관광객들은 로마에 있는 콜로세움을 떠올린다. 한 번에 5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고대 로마 최대의 건축물은 서기 80년에 완공돼 연배로 따지면 '동생뻘'이다. 이보다 앞선 '형님'은 이탈리아 중부에 있는 카푸아라는 도시에 있었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검투사 스파르타쿠스 자취도 이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카푸아는 로마에서 남쪽으로 200㎞, 나폴리에서 북쪽으로 25㎞ 정도 떨어졌다. 이곳 원형 경기장은 로마 최초 황제인 아우구스투스가 기원전 31년 악티움해전에서 승리한 기념으로 건설됐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일부 이탈리아 학자들은 이미 스파르타쿠스(?~BC 71) 시대에 경기장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경기장 입구에는 '스파르타쿠스 시대 때 원형 경기장이 있었던 곳'이라고 적힌 작은 팻말이 꽂혀 있었다. 현장 관리인은 "이 경기장을 찾아온 한국인은 거의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래픽] 아를 / 카푸아
오늘날 불가리아 지역인 트리키아 출신 스파르타쿠스는 기원전 73년 카푸아에 있는 검투사 양성소에서 70여명의 동료 검투사와 함께 반란을 시작했다. 한때 군세가 최대 12만명에 달했고, 이탈리아 반도 중부와 남부를 휩쓸었으나 기원전 71년 원로원이 보낸 크라수스 군단에게 패해 사망했다. 크라수스는 이후 반란군 잔당을 끝까지 추적해 6000여명을 붙잡은 뒤 카푸아에서 로마로 이어지는 '아피아 가도'에서 십자가에 매달아 처형했다. 1960년 커크 더글러스 주연 영화 '스파르타쿠스'에 나오는 장면 그대로였다.

카푸아 지역에서도 최근 들어서야 스파르타쿠스의 역사적 가치와 상품성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경기장 주변엔 검투사 학원 등도 생겨났다. 2년 전에는 경기장 입구 쪽에 입장권 판매소와 레스토랑 등이 들어선 관리 건물도 지었다. 관리소 여직원 안나 디글리오씨는 "그가 유명하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존재이긴 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의 주목을 끌 만한 무엇을 만들어내지 못했었다"며 "지금은 스파르타쿠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하루 50~60명 정도가 꾸준히 이곳을 찾아온다"고 말했다.





http://premium.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9/12/2014091202739.html?cont02

Posted by 겟업
2014. 8. 18. 02:52

그 집 앞을 오간 지 몇 년은 됐다. 차 두 대가 겨우 비키는 골목에서 커피와 직접 담근 유자차 등을 파는 곳이다. 이렇게만 보면 그냥 동네 카페다.

근데 평범치가 않다. 우선 간판이 없다. 유리문 안쪽에 걸린 ‘open’ 표식이 영업점이라는 걸 알릴 뿐이다.

출퇴근 길목이라 어쩔 수 없이 보게 되는 풍경들. 어떤 날 저녁엔 카페의 큰 테이블에 사람들이 둘러앉아 강의를 들었고, 다른 날엔 아주머니들이 바느질 수업을 받았다. 어린이들을 위한 만들기 수업도 있는 듯했다. 여느 카페와 달리 동네 아이들까지 그렇게 쉬이 그 가게 문턱을 넘나들었다. 카페가 아니라 시골의 마을회관을 더 닮았다.

판은 점점 커졌다. 한 해 전 요맘때는 점심 식사 메뉴가 등장했다. 카페 앞에 안내문을 붙여 둬서 알게 된 사정인데, 솜씨 있는 이웃들이 ‘1일 사장’이 돼 자신만의 메뉴를 판매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었다.

그 카페는 동네 축제까지 연다. ‘같은 동네에 사는데, 우리 서로 친하게 지내요’라고 인사하는 듯한 축제다. 축제가 열리면 도예공방 주인이나 수녀님 같은 이웃에 계신 분들이 두 손을 걷어붙이고 돕는다. 아이들이 장기자랑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동네 분들이 짜 준다.

모두 수익과는 거리가 먼 일들이다. 또박또박 이런 일을 벌여온 카페 주인은 30대와 20대로 보이는 처자 A와 B. “저희는 카페를 사무실이라고 여겨요, 커피는 손님이 오면 파는 거고요. 헤헤.”

카페 안에는 책상 두 개가 있다. 손님이 없는 시간엔 ‘하고 싶은 일’을 궁리한다. 동네의 근현대 생활사를 수집하는 계획을 세우거나 특정 공간을 문화공간으로 바꾸는 기획서를 만드는 식이다.

기획서를 제출해 용역사업을 수주 받곤 하지만 잘 버는 게 아닌 건 분명하다. 지난해 겨울 어느 날에는 임대료 걱정이 한창이었다. 돈 안 되는 ‘문화 기획’을 하며 동네 사람들의 환심을 사는 그들, 1970, 80년대 같았으면 간첩으로 오인받지 않았을까.

왜 할까. “문화 행사를 기획하면서 뭔가 똑 떨어지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잠을 못 잘 정도예요. 이 일이 좋아서 은행까지 그만둔 걸요.” A가 안면을 익힌 지 2년여가 지난 어제에야 들려줬다. “일주일에 한 번 집에 들어갈 정도로 일 그 자체의 완성도를 높이는 게 재밌어요. 5년을 그렇게 산 적도 있는걸요.” B가 거들었다.

자기 일이 너무 좋아 ‘긍정의 신열’을 앓는다는 그들. 일을 이렇게 좋아해야 직분에 따른 책임감도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엔 시민단체 직원 중에도 월급 그 자체 때문에 일하는 이들이 많다는 얘기마저 들린다. 취직하기 힘들어서인지 공직 입문자의 소명 의식도 예전 같지 않은 분위기다. 이런 일이 확산되면 우리 공동체의 체질은 약해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한 번뿐인 인생, 일을 좇는가, 돈을 좇는가. 우리 동네 카페의 물음이다.

허진석 채널A 차장



http://news.donga.com/3/all/20140417/62829106/1

Posted by 겟업
2014. 8. 18. 02:03

서울에서 요즘 가장 뜬다는 곳은 경리단길이다.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에서 하얏트서울 호텔에 이르는 950m의 2차로 오르막길. 행정구역상 명칭은 이태원2동 회나무길이지만 부근에 육군중앙경리단이 있어 그리 불리게 됐다. 평범했던 이 골목길이 2~3년 새 조금씩 달라져 왔다. 개인이 운영하는 수제 맥줏집, 초소형 식당, 빈티지 그릇 가게 등이 문을 열면서 ‘볼거리, 먹거리, 재밋거리 많은 곳’이 됐다. 이제는 금요일 저녁이나 주말이면 2030들의 약속 장소로 거리에 활기가 넘친다.

 하지만 최근 빨간불이 켜졌다. 길 초입에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들어왔다. 이 정도가 무슨 대단한 일일까 싶지만 그간의 ‘학습 효과’로 보자면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경리단길이 인기를 끌기 전 서울엔 도시인의 아지트로 사랑 받던 골목들이 있었다. 가로수길, 삼청동, 이태원, 홍대 앞, 상수동이다. 생겨난 패턴도 비슷하다. 젊은 예술가들의 작업실이 들어서면서 주변에 이색적인 카페와 식당이 문을 열었고, 감각적인 공간들을 찾아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오래된 세탁소나 사진관조차 허투루 보이지 않는 곳이 그런 길이 됐다. 게다가 2차로의 좁은 도로라 걸어다니며 ‘골목 콘텐트’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다는 매력도 뜨는 골목들의 공통점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에 나타났다. 유동인구가 늘자 프랜차이즈 형태의 커피숍을 시작으로, 화장품·의류·액세서리 등 쇼핑족을 위한 브랜드 매장이 들어섰다. 가로수길의 경우 자라·H&M 같은 글로벌 의류 매장은 물론 해외 브랜드들의 대형 플래그십스토어로 이미 가득 차 있다. 가로수길에 작업실을 둔 한 패션 디자이너는 세 든 건물이 기업에 팔리면서 요즘 새로운 둥지를 찾고 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금세 뜨지 않을 동네를 찾아야 월세 오르지 않고 오래 버틸 수 있다”고 했다. 삼청동도 홍대 앞도 이와 별반 상황이 다르지 않을 터다. 

 또다시 골목 상권 문제를 운운하자는 게 아니다. 다만 작은 가게들이 사라지면서 길만의 색깔과 문화가 사라지는 현상이 안타깝다. 무명의 디자이너와 셰프와 파티시에들-. 돈 벌자고 가게를 차렸지만 새로운 문화를 퍼뜨리는 ‘트렌드 생산자’가 돼 줬기에 지금의 길이 생겼다. 그들이 사라진 뒤에도 골목의 재미가 그대로일 수 있을까. 

 뉴욕시는 2012년 ‘어퍼웨스트사이드(UWS) 지역 소매점 거리를 위한 특별 상업 지구’ 계획을 추진했다. 예술가들이 몰려 있던 소호 지역이 지나치게 사업화되자 한 가게의 최대 폭은 12m를 넘어선 안 되고 15m의 폭 안에는 적어도 2개의 가게가 들어서야 한다는 정책을 내놨다. 작은 가게를, 아니 골목을 살리려는 묘안이었다. 

 길은 그대로일지라도 문화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오랜 시간 숙성시킨 공간들 역시 쉽게 변질된다. 명동이나 강남역과 다른, 안식과 휴식이 함께하는 상권이 존재할 수 없는 걸까. 문화 보존, 골목에도 필요하다. 


이도은 중앙SUNDAY 기자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4076851&cloc=olink|article|default

Posted by 겟업
2013. 10. 13. 22:40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버스 영상이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영상 속의 버스는 세계 최초의 텃밭 버스 '피노키네틱'으로 버스의 지붕에 텃밭을 가꿔 채소를 재배하는 그야말로 기막힌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킨 버스다. 스페인에서 운행을 시작한 이 버스는 채소 재배는 물론 도시의 공기도 정화하고 탄소배출량 감소에도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차내 온도를 3.5도 낮추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게다가 잉여공간을 활용해 부족해져 가는 도심 속 녹지를 대신해 도시민들에게 녹음을 선사하고 있으니 환경을 위해서나 에너지 절감 측면에서도 두루 환영받을 만하다. 그네를 타면 빛과 음악이 흘러나오는 캐나다 몬트리올의 '그네 타는 버스 정류장'은 기다림의 상징인 버스 정류장의 지루한 이미지를 깨고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고정관념을 깨고 세상의 빛을 본 이들은 창의적 아이디어, 발상의 전환이 어떻게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우리 삶을 편리하고 즐겁게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단적이 예들이다.

한국사회도 그 어느 때보다 창의성에 주목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치, 경제, 사회, 산업 등 모든 분야의 화두가 된 창조경제는 기본적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창조경제를 구체화할 수 있는 가장 명료한 방향성은 융합에 있다. 버스와 텃밭, 그네와 정류장처럼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두 분야를 새로운 아이디어가 매개가 되어 융합하면 이처럼 새로운 시장과 가치를 창출하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창의적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하는 이종 산업간 융합이 창조경제의 핵심 수단이라는 것에 누구도 반기를 들기 어려울 것이다. 경제 발전에 있어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중요성은 경제학의 창시자인 아담 스미스도 이미 오래 전에 언급한 바 있다. 그가 국부론을 통해 "한 나라의 진정한 부의 원천은 그 나라 국민들의 창의적 상상력에 있다"라고 한 것은 창의적 아이디어를 통한 융합 신 시장 창출이 절실한 지금의 대한민국 현실에 가장 적절한 문구인 듯하다. 


이처럼 융합이라는 세계경제의 큰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는 산업융합촉진법을 제정하고 융합촉진전략을 펼치며 대응해왔다. 하지만 창의적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산업간 융합이 활성화되고 새로운 시장과 가치가 창출되어 창조경제가 범국가적으로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보상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국가산업융합지원센터의 주관으로 최근 개최된 산업융합국제컨퍼런스의 기조연사로 참여했던 존 호킨스 박사는 개인의 상상력을 강조하면서 창의적 아이디어를 위한 보상체계와 조직 구조 마련이 필요함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창조경제 시대에는 실물이나 금융자산보다 지식자산의 중요성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기업과 개인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보상하기 위해 정부는 제도 마련에 초점을 맞추고 기업전반에 도입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난 달 창조경제 일자리창출 특별위원회가 발표한 입법과제 중 창의적 아이디어 보호와 실용화가 6개 분야 입법과제 중 하나로 포함된 것은 반길 만하다. 중소기업 아이디어 탈취방지제도, 지식재산 보호제도와 같은 법적 제도 마련과 함께 꾸준히 늘고 있는 지적재산권의 출원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도 요구된다. 

지적재산권이 보호되지 않은 상황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요구하는 것은 무의미할 뿐 아니라 그로인해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인 산업융합이 만개할 기회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구현되는 열린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기존의 틀을 깨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보상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면 진정한 융합의 신세계를 맞이하고 궁극적으로 창조경제의 패러다임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손웅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국가산업융합지원센터 본부장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309/h2013091021010624060.htm



Posted by 겟업
2013. 9. 20. 01:15

# 서울의 8월은 푹푹 찌는 찜통 그 자체였는데 얄궂게도 8월의 에든버러는 선선하다 못해 쌀쌀하기까지 했다. 에든버러는 스코틀랜드의 수도이자 문화중심이고 지금도 잉글랜드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색깔의 문화와 전통을 가졌다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곳이다. 에든버러성과 어우러진 고색창연한 외연만이 볼거리가 아니다. 매년 8월이면 어김없이 펼쳐지는 축제의 난장(亂場) 덕분에 여전히 상주인구는 40여만 명에 불과한 이곳이 전 세계의 자유분방한 문화예술인들의 성지로 탈바꿈해 축제기간을 포함해 연간 1200만여 명을 끌어들이는 문화의 블랙홀이 된다.

 # 에든버러에서 펼쳐지는 축제는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다. 그중에서도 양대산맥 같은 것이 인터내셔널 페스티벌과 프린지 페스티벌이다. 프린지는 1947년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이 처음 시작됐을 때 공식 초청을 받지 못해 명함조차 내밀지 못하게 된 8개 공연단체가 에든버러 주변부에서 소규모 공연을 하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역전돼 프린지가 에든버러의 중심을 차지하고 인터내셔널은 되레 시들해져 버린 감이 없지 않다. 그렇다. 문화는 움직이는 것이고 문화의 힘은 항상 주변이 중심을 공략하는 데 있는 것 아닌가!

 # 에든버러를 걸으며 순간순간 떠오른 이가 있었다. 다름 아닌 조앤 롤링이다. 그녀는 대학 졸업 후 앰네스티에서 인턴으로 일한 후 포르투갈로 가서 영어교사로 일했다. 그때 포르투갈의 방송기자와 결혼해 아이까지 낳았지만 채 1년도 안 돼 헤어지고 말았다. 결국 싱글맘의 처지로 영국으로 돌아온 조앤 롤링은 살 길이 막연해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어린 딸을 두고 혼자 갈 수 없어 정말이지 죽지 못해 살았다. 아이에게 읽어줄 동화책 하나 사줄 수 없는 형편이었던 조앤 롤링은 자기 딸에게라도 읽어주리라 마음먹고 책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 어느 출판사에서도 무명 싱글맘의 긁적거린 것 같은 글을 출판하겠다고 나서는 이가 없었다. 하지만 결국 그녀의 책은 기적처럼 출간됐고 세상에 다시 없는 책의 전설이 됐다. 그 놀라운 책이 이 회색빛 에든버러의 어느 초라한 카페 한 귀퉁이에서 이뤄졌다는 것이 나를 흥분시킨다. 프린지 페스티벌의 소음을 뚫고 에든버러의 거리를 걸으며 나는 그녀를 만나고 있었다. 모든 창작은 고난을 거름 삼는다는 믿음을 새삼 되새기면서. 그런 그녀 역시 가장 변두리에서 스스로를 일으킨 장본인 아닌가!

 # 에든버러 어딜 가나 갤러리가 있고 뮤지엄이 있으며 도서관도 여럿 있다. 흥청거리는 에든버러의 진정한 문화적 힘은 거리 곳곳에 기본으로 깔려 있는 이런 갤러리, 뮤지엄, 도서관들의 존재다. 특히 에든버러 센트럴 라이브러리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강철왕 카네기가 전 세계에 세운 3000여 개의 공립 도서관 중 하나다. 이곳의 도서관은 단지 책 읽는 곳이 아니라 예술적 전시가 함께 어우러지는 문화의 중심 그 자체다. 도서관 열람실도 들어가 봤다. 역시 개가식의 서가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고색창연한 도서관에서 자유분방한 포즈로 책 읽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 아무리 축제의 도시라고 해도 가장 기본적인 문화적·예술적 바탕으로서의 도서관, 갤러리, 뮤지엄이 없다면 축제는 헛되고 헛된 부질없는 몸짓의 난장일 뿐이다. 하지만 갤러리, 뮤지엄, 도서관 등이 그물망처럼 깔려 있는 가운데 펼쳐지는 축제의 난장은 새로운 문화의 얼개를 만들기에 충분하다. 우리의 축제도 이것을 배워야 한다. 무조건 난장만 깐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바탕을 깔아야 한다. 그것이 갤러리고 뮤지엄이며 도서관이다. 튼실한 바탕과 뿌리 없이 굵직한 줄기는 기대하기 어렵다. 축제의 도시 에든버러의 진짜 힘이 어디서 발원하는지 보고 느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진홍 논설위원·GIST다산특훈교수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2422504



Posted by 겟업
2013. 9. 20. 01:06

도시 재생이 세간의 화제다. 지난 6월에는 도시재생특별법까지 공포되었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얼마 전만 해도 달동네는 철거와 재개발의 대상지였는데 말이다. 그런데 도시 재생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예전 달동네는 도시의 생채기로 여겨졌으며, 떠나고 싶은 곳이었다. 나는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서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서울의 변두리가 그렇듯이 그곳에도 달동네가 있었다. 관악산 줄기였던 호암산 산비탈을 따라 판잣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같은 반 친구에게 “너 어디에 사니”라고 물어보았을 때 주뼛거린다면 달동네에 살 가능성이 높았다. 또래 친구들과 호암산에서 놀다 보면 약수터 근처에서 물지게를 진 달동네 주민을 만났다. 그들은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팍팍한 삶의 무게만큼 판자촌에 산다는 사실이 그들을 늘 불안하고 창피하게 만들었다.

이런 기억 탓이었을까. 장성한 나는 달동네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부산에서는 산동네라는 말을 많이 쓴다. 산복도로를 중심으로 산동네가 거대한 벨트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모임에서 부산시 서구 아미동 산동네에 일본 귀신이 출현한다는 도시 민담을 듣게 되었다. 기모노에 게다를 착용한 일본 귀신이 마을을 어슬렁거린다는 기담이었다. 등골이 오싹하기보다는 왜 하필 일본인 귀신인지가 궁금했다. 이국에서 떠돌고 있는 일본 귀신의 정체를 알아보기 위해 아미동 산19번지로 갔다.

일본 귀신은 찾지 못했지만 기담의 배경은 알 수 있었다. 묘지의 비석과 석물이 축대, 담벼락, 건물 등에 박혀 있었다. 비석을 재생시켜 건축 재료로 사용했다니 다들 놀랄 지경이었다. 누군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비석마을이네’라고 했다. 그랬다. 과거 아미동 산19번지는 일본인의 비석과 석물로 가득 찬 공동묘지였다. 개항 이후 부산에는 일본인 전관거류지가 형성되었으니 거기에서 살다가 죽는 일본인도 많았다. 1907년 일본인 공동묘지가 아미동으로 이전됨에 따라 그곳은 장례의 공간이 되었다.

죽음의 공간이 다시 삶의 공간으로 재생된 때는 1950년대였다. 전쟁 이후 피란민들이 한꺼번에 몰려온 부산시내는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그들은 살기 위해 도심 주변의 산을 일구고 판잣집을 짓기 시작했다. 목포에서 화물선을 타고 아미동에 왔다는 할머니는 내게 말했다. “우리가 오니까 피란민 천막이 많았어. 집을 지으려고 땅을 파니까 단지가 수두룩하게 나오더라고.” 단지라는 것은 화장한 후에 인골을 담는 용구였다. 일본인 묘지 위에 그대로 판잣집을 지었다는 뜻이다. 당시 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모든 것을 재생했다. 미군부대 주변에서 습득한 박스, 집을 허물 때 나온 판자와 목재, 산 위에 널려 있던 묘지 석물 등. 아미동에 들어온 실향민들은 죽음의 위기에서 삶의 희망을 세우기 위해 버려진 물품을 재생시켰던 것이다. 비록 가난과 결핍이 어쩔 수 없는 재생을 낳았지만 그래도 그 의미는 소중했다.

도시학에서의 도시 재생은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자는 뜻이다. ‘지속가능한 도시’는 낡고 쇠퇴한 지역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고쳐서 살리자는 취지다. 이 개념에는 도시를 보는 패러다임의 중요한 변화가 있다. 도시를 산업의 전초기지가 아니라 사람을 위한 생활과 문화의 공간으로 보는 것이다. 경제개발 시기 도시 척도는 산업 발전에 맞춰졌고, 주민의 삶과 문화는 언제나 뒷전이었다. 철거와 추방이 반복되었을 뿐이며, 산동네 주민의 삶을 보존하는 도시 재생은 언감생심이었다.

이제라도 인간적 도시를 지향하는 도시 재생을 하겠다니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도시 재생을 말하기 전에 그 의미를 곰곰이 되새겨봐야 할 일이다. 산동네의 도시 재생을 관광지 개발로 여기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도시 재생은 바로 사람다운 삶의 재생이고, 인간적 도시의 구현이다. 묵묵히 험난한 세월을 견뎌온 아미동 비석은 말한다. 죽음의 공간에서조차 삶을 재생시킨 아미동 사람들의 고단했던 과거를. 오늘의 도시 재생에 대해서도 말한다. 도시 재생은 주민의 삶을 먼저 생각하면서 지속가능한 도시공동체를 만드는 일이라고.


유승훈 부산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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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20. 00:59

2009년 글로벌 경기 침체로 관광객이 줄어든 호주 동북부의 해밀턴 섬은 뭔가 대책이 필요했다. 그런데 엉뚱하게 섬 관리자 모집 광고를 냈다. 이름하여 '세계 최고의 직업!' 6개월간 월 12시간 거북이와 물고기에 먹이를 주고, 바다 고래 관찰기를 블로그에 올리면 숙소와 왕복 항공권, 그리고 15만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1억9000만원)의 급여라는 환상적인 조건이었다. 이 광고는 인터넷을 타고 삽시간에 세계로 퍼져 30억명 이상에게 전파되었고, 200여개국 3만4000여명이 지원해 1500만달러(190억원)의 홍보 효과를 거두었다. 이후 섬을 찾는 관광객이 증가한 것은 당연한 일.

일본의 모든 산업이 장기 침체로 어려운 가운데, 전통 김 산업도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이에 2011년 일본의 한 김 메이커는 수백년 먹어 온 김 자체를 새롭게 디자인했다. 레이저 커터를 사용해 김에 일본 전통문양을 새겨 넣음으로써, 현대 기술과 전통이 창조적으로 결합한 전혀 새로운 형태의 김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로써 자사의 매출 증대뿐만 아니라, 침체 일로에 있던 김 산업이 되살아나는 계기가 됐다.

위 두 가지 사례는 기업과 지역사회가 처한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한 '창의적 솔루션(creative solution)'의 모범 사례이다. 이러한 창의적 솔루션은 경제 활성화와 고용 창출은 물론, 사회를 밝고 아름답게 해 주는 실효성 있는 아이디어로,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독창성, 실질적인 문제 해결력, 그리고 적은 비용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효율성 등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사회 구성원들이 이러한 창의적 솔루션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운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가장 빠른 방법은 다름 아닌 창의적 솔루션 성공 사례를 많이 접하는 것이다. 부산국제광고제(Ad Stars)는 세계 각국에서 성공한 창의적 솔루션들을 체험하고 공유하는 좋은 플랫폼이다. 특히 59개국에서 1만2000편이 넘게 출품된 올해 대회에서는 창의적 솔루션에 대한 이해를 돕는 창조경제 스페셜 섹션을 마련했다. 아울러 중소기업을 위한 창의적 마케팅 솔루션 워크숍, 학생과 일반인의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 배양을 위한 '창조 스쿨' 등의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올해로 6회째인 부산국제광고제는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벡스코에서 열린다.



최환진 부산국제광고제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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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20. 00:58

우리 문화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중국인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을 보면 한류의 열풍이 이어짐을 확인하게 된다. 최근 한·중 합작의 우리 영화 '미스터 고'가 개봉 첫 주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애프터어스'를 제치고 중국 박스 오피스 1위에 오르며 이틀 동안 수익을 우리 돈으로 약 141억원 거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뿐만 아니라 '나는 가수다' '슈퍼스타K' 등 인기 방송 프로그램의 포맷이 수출되고, 과거 드라마에 집중됐던 한류 열기가 뮤지컬, 콘서트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하며 13억 중국인을 매료시키고 있다.

올해로 한·중 수교 21년이 된 상황에서 양국은 그동안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외교 영역에 이르기까지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다. 특히 지난 6월 말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 이후 한반도의 정세 안정과 경제 발전에 대한 양국의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두 나라는 역사상 가장 호혜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박 대통령을 "중국 국민과 나의 '라오펑유(老朋友)'"라고 불렀다고 한다. '라오펑유'는 긴 시간 속에 신뢰와 우정으로 다져진 친구 관계를 일컫는 말로서 이 한마디에는 외교적 수사를 넘어 두 나라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담겨 있는 것이다.

세계의 성장 패러다임은 이미 제조업을 넘어 지식과 문화를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동아시아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한국과 중국이 지닌 문화적 특징과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문화 콘텐츠들은 다른 나라들이 갖지 못한 소중한 재산이며, 향후 국제사회에서 공동 번영을 위해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콘텐츠 산업 진흥 계획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특히 창조경제의 주무 부서인 미래부가 박 대통령의 방중 후속 조치 격으로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한·중 '펑유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영화나 드라마, 3D에 이르기까지 양국의 콘텐츠 교류 지원에 적극 나설 예정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은 창조경제의 구체적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창조경제는 국가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기에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70년대 한국 경제를 주도한 중화학공업에서부터 2000년대의 IT 산업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주력 산업이 꽃을 피울 수 있었던 것은 중장기적 인재 양성과 범정부적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결과였다. 특히 문화와 콘텐츠를 산업으로 연결해 국가의 핵심 동력 산업으로 키우는 데는 더욱 많은 투자와 역량의 결집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좀 더 다양한 펑유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중국과 문화 콘텐츠 교류를 더욱 굳건히 하는 한·중 문화 벨트를 구축하여 창조경제의 동력으로 삼기를 제안한다. 그렇지만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처럼 물건만 팔면 된다는 전략보다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범아시아적 콘텐츠를 만들어 가는 새로운 글로벌 생태계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래야만 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문화 융성으로 창조경제의 토대'를 만들어 그 과실을 다음 정부에도 넘겨줄 수 있다. 13억 중국인이 한·중 공동으로 제작한 드라마를 하루 한 편 이상 보고, 한 달에 한 번은 공동으로 제작한 영화를 보는 그날을 상상해 본다.



 성동규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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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20. 00:57

정부가 인천공항 입국장에 면세점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입국장에 면세점이 있으면 여행객들이 쇼핑하느라 입국이 늦어질 것을 걱정했다고 한다. 세금 담당 부서는 면세점 숫자가 늘면서 함께 줄어들 재정 수입을 따져봤을 것이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논쟁에 과단성 있는 결정을 내린 듯 보인다.

기내 면세품 판매로 연간 수천억원씩 매출을 올리는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그리고 백화점과 공항 출국장에서 수조원씩 면세품을 파는 롯데·신세계·신라호텔 같은 대기업들은 이번 결정에 만세를 불렀다. 입국장 면세점이 오픈하면 기내 판매나 출국장·백화점 면세점의 매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번 결정의 뒷마당에는 이 기업들이 공무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일화가 막 떨어진 낙엽처럼 생생하게 굴러다닌다.

면세점을 갖고 있는 회사들이 싱글벙글하는 것을 보면 면세점이 얼마나 실속 있는 노다지 사업인지 짐작할 것이다. 이번에도 인천공항공사가 입국장 면세점을 들고나온 것이 문제였다. 만약 정부가 재벌 기업에 입국장 면세점을 내주겠다고 했으면 너도나도 여행객 편의를 위해서는 입국장 면세점이 절대로 필요하다는 논리로 법석을 떨었을 것이다. 큰손들의 파워가 정면충돌하는 판에서는 '국민의 편의'를 누가 더 위하는 척 잘 포장하느냐가 문제일 뿐이다.

60여 국가가 면세점을 하고 있지만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 공항에서 인천공항처럼 번쩍번쩍한 면세점을 구경한 일이 있는가. 면세점은 후진국형 점포다. 세율이 높은 나라에서 성공하는 사업이지 세율이 낮고 세금 종류가 적은 나라에서는 번성하지 못한다. 우리나라는 위스키에 관세 20%, 주세(酒稅) 72%, 교육세 30%, 부가세 10% 등 세금을 얹고 또 얹고 있다. 담배와 화장품, 핸드백 같은 이름이 알려진 수입품마다 온갖 세금이 줄줄이 붙어 다닌다.

공무원들이 정말 국민 편의를 위한다면 면세점을 늘릴 게 아니라 집에서 가까운 쇼핑센터에서 갖고 싶은 수입품을 살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중산층 가정주부가 명품 핸드백을 동네 백화점에서 면세점과 엇비슷한 값에 살 수만 있다면 누가 핸드백 하나 사겠다고 공항 면세점에서 1시간을 서성이겠는가.

국가 지도자가 국민 행복을 들먹이려면 국민의 상식적 편견을 뛰어넘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외국산 화장품에 대한 세금을 낮춰주면 매국(賣國)이라도 하는 것처럼 흥분하는 사고방식을 고쳐줘야 한다. 깨어 있는 지도자는 강남에 있는 수입 핸드백 매장이 큰돈을 벌었다고 배 아파하는 국민에게는 "그 매장에서 월급을 받고 사는 사람은 대부분 한국인"이라고 일깨워줄 것이다.

카지노 사업 허가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미국과 일본 회사가 영종도에 건설하겠다고 신청한 카지노를 허가해주지 않았다. 그러면서 회사의 자금 형편이 좋지 않다는 이유를 들었고, 국민 사행심을 조장할 것이라는 걱정도 내놓았다. 투자하겠다는 회사의 자금 사정을 왜 그 회사가 아니라 한국 정부가 더 걱정했을까. 자금이 부족하면 정부가 뒷돈을 대줘야 한다는 의무감이라도 가졌던 것일까.

알고 보면 카지노 불허(不許) 결정의 뒤에는 새로운 카지노 개업에 반대하는 거대한 이해 집단이 자리 잡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산하 공기업을 통해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다. 특급 호텔에서 '세븐럭'이라고 광고하는 회사다. 이 공기업은 2011년 630억원, 2012년 1440억원 순익을 냈다. 다른 대기업 한 군데도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난 덕분에 최고 호황을 누리고 있다. 미국 카지노 회사가 권력 실세들의 지역구인 부산이나 김포에 신청했더라면 허가를 받았을 것이라는 말도 돌았다. 눈치 없이 인천 영종도를 들고 나와 좌절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카지노 좌절로 일자리 수만 개가 사라지는데도 외국 회사들에 '자격 미달' 판정을 내렸다. 국내 이해 집단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 없이 그저 외국 회사에 카지노를 허용하면 온 국민이 도박판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라도 할 듯이 설명한다.

싱가포르 지도자들은 바보여서 카지노 사업을 시작했을까. 그들은 카지노를 하면 호텔, 쇼핑, 컨벤션, 엔터테인먼트 같은 다른 부수(附隨) 사업으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강한 지도자는 국민의 선입견을 압도하는 결정을 내리지만, 그렇지 않은 지도자는 공무원의 위선적 애국심을 존중한다. 공무원과 정치인들 뒤에 끈끈한 로비의 손길이 휘감고 도는 것을 보지 못한다.

열려 있는 지도자라면 "카지노를 허가하지 않는 것은 쇳가루 공해가 무서워 철강 공장을 짓지 않는 것과 같다"며 '카지노 알레르기'를 이겨내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우리가 카지노의 부작용을 제어할 수 없는 나라라면 선진국이 될 자격도 없다. 우리 경제는 공항 면세점을 놓고 다투고 카지노를 망국(亡國) 산업이라고 생각하는 그 선(線)에 딱 멈춰 서 있다.




송희영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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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20. 00:56

하얀 날개를 찾아 나선 것은 월요일 오전이었다. 경남 통영어시장에서 5분 정도 걷자 아담한 달동네가 나타난다. 마을 어귀에 표지판이 붙어있다. ‘동피랑 벽화마을, 하얀 날개는 50m 왼쪽’. 화살표를 따라가자 잿빛 담벼락에 막 날아오르려는 자태의 날개가 보인다. 관광객들이 줄을 서 날개 그림에 등에 기대고 사진을 찍는다. 동쪽의 비탈이라는 뜻의 동피랑 마을에는 80채의 낡은 집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골목 사이로 120개의 벽화가 자리 잡고 있다. 어린 왕자와 수줍은 주정꾼, 꿈꾸는 고래와 활짝 핀 해당화…. 이 중 하얀 날개는 희망의 비상으로도 불리는 대표작이다.

동피랑은 짧은 기간에 통영의 아이콘이 됐다. 일개 달동네를 보기 위해 하루 평균 3000명씩, 일 년에 100만 명이 찾는다. 이런 작은 기적이 알려지면서 전국에 100곳 넘는 벽화마을이 생겨났다. 성공은 로또처럼 이루어진 게 아니다. 돈으로 쌓아 올린 것도 아니다. 끊임없는 생각의 에너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지역NGO인 푸른통영21의 윤미숙(51) 사무국장 등이 창의적인 생각을 한 사람들이다. 윤씨에게서 벽화마을의 탄생사를 들어봤다.

스토리는 6년 전 시작된다. 통영시는 달동네인 동피랑을 재개발하려 한다. 마을 꼭대기에 이순신 장군이 만든 통제영의 망루 터가 있었다. 이를 복원하면서 일대에 공원을 조성하려 했다. 갈 곳이 없는 세입자들은 반발했다. 시와 주민 사이에 갈등이 생기자 푸른통영21이 나선 것이다. 문화복원과 비탈마을 사이에서 고민하다 발상을 전환한다. 오래된 마을·골목도 문화재가 아닐까. 하지만 마을을 문화명소로 바꾸기 위해서는 단장이 필요했다. 지저분한 담벼락에 그림을 그리자는 제안은 그때 나온 아이디어였다.

물감 값과 인건비를 지원해줄 곳이 없었다. 마침 공고된 지역혁신 공모사업에 응모해 정부지원금을 타낸다. 고작 3000만원이었다. 동피랑의 현인들은 이번에도 새로운 생각을 해낸다. 인터넷을 통해 예술 기부 자원자를 모으기로 한 것이다. 약간의 경비만 보조해줬음에도 자원자들은 정성껏 그려줬다. 저마다 블로그를 통해 동피랑을 홍보했다. “효모를 넣은 빵처럼 빠르게 호감이 퍼져나갔다”고 윤씨는 회고했다. 그 호감의 힘으로 재개발 사업은 축소됐다. 몇 채만 허물어 망루를 만들었고 대부분의 주민은 그대로 머물 수 있게 됐다.

담벼락 벽화는 몇 년 지나면 색이 바래 흉물이 되기 십상이다. 지속 가능한 방안이 필요했다. 그래서 2년마다 그림을 다시 그리는 ‘격년 벽화전’을 생각해냈다. 지금의 그림은 지난해 봄 그려진 3차 벽화전의 산물이다. 다음 벽화전은 내년 4월에 열린다.

관광객이 많아지자 주민들이 피해를 본다. 문을 열어보거나 집 앞에 쓰레기를 버리는 데 화가 난 일부 주민은 벽화 삭제를 요구한다. 하얀 날개에 붉은 스프레이를 뿌리기도 했다. 주민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할 묘안이 필요했다. 주민당 1만원을 거둬 생활협동조합을 만들어 카페·점방·구판장 같은 수익사업을 만들었다. 최근에는 마을기업으로 선정됐다. 이에 따른 지원금으로 맨 먼저 매출관리시스템인 POS를 설치했다. 투명한 관리야말로 자치의 토대였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 년간 재개발은 성공, 달동네는 좌절의 상징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정반대로 재개발이 애물단지가 돼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동피랑은 재개발과 달동네의 새로운 미래를 보여준다. 남쪽 바다 끝에서 단돈 3000만원으로 100만 명이 찾는 관광지를 만들어냈다. 가난한 사람들과의 공존과 평화도 만들어냈다. 분명 동피랑 골목에는 희망의 날개가 있다.

이규연 논설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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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20. 00:52

여행 안내서 '론리 플래닛'은 말뜻처럼 '외로운 행성'을 떠도는 여행객에게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지난 40년간 1억권을 찍었다. 영·불·독어를 포함해 중국·한국어까지 9개 언어로 낸다. 직원이 450명, 필자가 200명이다. 책에 광고를 안 싣고 현장 취재 때 공짜 식사·숙박도 사절이다. "정보의 객관성을 해칠까 걱정한다"고 했다. 필자는 반드시 사전 연구를 하고 "직접 발로 밟고 먹어본 곳만 지도에 표시한다"고 했다.


▶'론리 플래닛'은 70년대 초 태어났다. 북아일랜드 출신 스무 살 처녀가 런던 공원에서 스물네 살 남자와 눈이 맞았다. 둘은 이듬해 결혼하고 신혼여행으로 유럽·아시아·호주를 돌아다녔다. 가진 돈도 다 써버렸고 몸도 지쳤지만 행복했다. 친구들이 책을 내라고 성화였다. 둘이 부엌 식탁에서 여러 날 밤샘 끝에 만든 여행서가 '값싸게 아시아 여행하기'다. 1500부를 찍었다. 둘은 다른 책도 내면서 규모를 키워갔다. 론리 플래닛 창업주 휠러 부부 얘기다.


▶한국에 관한 론리 플래닛의 평가는 좋지 않다. 2009년 자기네 사이트에 '가장 싫은 도시' 9개 중 서울을 셋째로 꼽았다. '서울은 무질서하게 뻗은 도로, 옛 소련 스타일의 콘크리트 아파트, 끔찍한 대기오염에 영혼도 마음도 없는 곳이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숨 막히는 단조로움에 알코올 중독자가 돼간다.' 콘크리트 도로를 불평할 수는 있다. 그러나 영혼과 마음이 메말라 주정뱅이가 돼간다는 대목은 어이가 없었다. 서울시가 대응한다 했지만 뒷소식은 없다.


▶조선일보 출판팀이 '론리 플래닛 한국'(2013)을 꼼꼼히 뜯어봤다. 현대사 대목에 '6·25 때 중공군이 개입한 것은 사대주의 때문'이라고 했다. 대외 관계를 쓰면서 '한국은 이웃 국가와 잘 지내지 못하는 나라'라고 했다. '인종 문제' '무질서한 정부' 대목에도 비꼬고 얕잡아 보는 묘사가 가득했다. 서울만 따로 떼어낸 책 '론리 플래닛 서울'(2012)은 '한국은 AD 918년 고려가 통일했다'고 썼다. 통일신라가 없다.


▶서울시가 2010년 1억4000만원을 들여 영국서 찍은 여행서 '스타일 시티 서울'은 더하다. 1978년 지은 세종문화회관을 '기괴한 건물'이라면서 '1980년대까지 한국 건축은 평양 건물을 따라 지은 것 같다'고 했다. 서울시는 해외에서 찍는 한국 여행서 18종을 지원하고 있다. 몇몇은 '론리 플래닛'과 필자가 겹친다. 서울시는 그런 사실조차 사전에 알아보지 않았으니 제 돈 들여 제 얼굴에 먹칠하는 건 당연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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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20. 00:40

[신세계 부산 센텀시티점, 테마파크 '주라지' 오픈… 백화점의 新성장동력 찾기]

-테마파크 개장 효과
옥상 공원에 회전목마, 공룡 모형·분수대 등 설치… 아동 상품·식당 매출 급증
-끝없는 새로운 시도
스파랜드·아이스링크 등 휴식 취할수 있는 명소 만들어… 가족 단위 고객 잡는 전략



지난 8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옥상. 김민수(32·회사원·경남 양산)씨는 아장아장 걷는 22개월 딸의 모습을 카메라로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김씨는 "지난주에는 서울 롯데월드도 다녀왔다"며 "백화점에 테마파크가 생겼다기에 와 봤는데 애가 정말 좋아한다"고 말했다. 지난 6일 국내 백화점 업계 최초로 신세계가 옥상에 문을 연 테마파크의 이름은 '주라지'로, 동물원(zoo)과 공룡시대인 쥐라기(Jurassic)를 합성한 말이다.

신세계백화점이 놀이공원인 에버랜드에 도전장을 냈다. 물건만 파는 전통적인 백화점 업태가 완전성숙기에 들어선 만큼, 백화점을 소비자가 물건을 사는 장소가 아니라 놀이공원처럼 시민이 한번 가면 온종일 휴식을 취하는 장소로 바꿔, 자연스럽게 매출을 높이는 발판을 만들겠다는 장기 포석을 시작한 것.

지난 6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옥상에 생긴 테마파크‘주라지’에서 시민들이 가족과 공원을 둘러보고 있다. /남강호 기자
 지난 6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옥상에 생긴 테마파크‘주라지’에서 시민들이 가족과 공원을 둘러보고 있다. /남강호 기자

센텀시티점은 도전의 시작이다. 우선 규모가 크다. 지하 4층·지상 14층 규모로 영업 면적이 3만8250평이다. 단일 점포로는 세계 최대로 이미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옥상 공원만 1200평이다. 백화점은 원래 잔디밭만 있던 옥상에 거대한 공룡 모형 10여개, 해적선, 아프리카 마을과 동물 모형, 회전목마, 분수대 등을 설치했다. 초등학생 저학년이나 유아가 좋아할 만한 요소만 골라서 만든 공원이다.

비판매시설 비중이 높을수록 매출 성장률이 높아

주라지가 설치되면서, 센텀시티점은 남녀노소 누구든지 와서 쇼핑을 하지 않고도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지역 명소가 됐다. 이미 센텀시티점에는 다른 백화점에는 없는 요소가 많이 있다. 건물 건설 과정에서 온천이 발견되자, 신세계는 3개 층에 찜질방과 온천을 합친 스파랜드를 만들었다. 그 위층에는 스케이트를 타는 아이스링크가 있다. 갤러리와 문화센터는 물론이고, 10개 상영관이 있는 극장이 있다. 4개 층에 걸쳐 실내 골프연습장과 스포츠클럽도 있다.

일반적인 백화점의 경우 영업 면적에서 판매 시설 아닌 비판매 시설 비중은 10%가 채 안 되지만, 센텀시티점은 35%에 달한다. 신세계 백화점 9개 직영 점포 가운데 가장 높다.

의외의 사실은 고객 편의 시설 같은 비판매 시설의 비중이 높을수록 매출 성장률이 좋다는 것이다. 9개 신세계 점포 가운데 비판매 시설의 비중이 20%를 넘는 곳은 경기점(20%), 의정부점(22%)과 센텀시티점이다. 세 점포의 올 상반기 매출은 작년 상반기에 비해 평균 4~25% 성장했다. 나머지 6개 점포 중 5개는 매출이 줄었고, 한 개는 2% 성장하는 데 그쳤다.

주라지에서는 부산전시컨벤션센터(BEXCO)가 내려다보인다.
 주라지에서는 부산전시컨벤션센터(BEXCO)가 내려다보인다. /남강호 기자

지난 6~8일 주라기를 방문한 고객은 2만명으로 잔디밭만 있을 때의 8배였고, 아동 관련 상품과 식당가 매출은 각각 11%·24% 늘었다. 김봉수 센텀시티 점장은 "테마파크 개장의 효과가 아니면 설명이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비판매 시설의 비중이 높을수록 매출에서 30대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 올 상반기에 비판매 시설의 비중이 20%가 넘는 경기·의정부·센텀시티 3개 점포 매출에서 30대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모두 30%를 훌쩍 넘었다. 나머지 점포 중에서는 본점만 30%로 턱걸이를 했을 뿐이다. 아이를 가진 30대 고객의 비중은 백화점에서 장래 성장성의 지표 중 하나로 쓰인다.

성장 힘들어진 백화점

백화점의 변신은 시장이 성숙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전국의 백화점은 100여개로 추정된다. 인구 50만명당 1개 점포가 있는 셈으로, 백화점 업계에서는 이미 포화 상태로 보고 있다.

또 옛날과 달리 인터넷몰·아웃렛·모바일몰 등 경쟁 유통업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또 해외 인터넷쇼핑몰에서 명품을 주문해서 택배로 받고 면세점 쇼핑을 위해 해외여행을 가는 소비자도 많아, 백화점은 해외 업체와도 경쟁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백화점들은 고객의 삶 자체를 끌어들이는 형태의 점포를 앞다퉈 짓고 있다. 신세계는 이런 형태의 점포를 ‘LSC(Life Style Center)’라 이름 붙였고, 롯데백화점이나 현대백화점도 복합몰이라는 이름으로 대규모 시설을 곳곳에 짓고 있다. 고객 편의 시설이 많으면 단순한 집객 영업과는 차원이 다른 영업을 할 수 있다. 이른바 미끼상품을 사러 백화점에 가던 고객은 미끼상품이 없으면 백화점에 가지 않지만, 공원과 스파에 자주 오는 고객은 지속적으로 백화점에 온다는 뜻이다.

오세조 한국유통물류정책학회 회장(연세대 교수)은 “고객 편의 시설을 늘리는 것은 가족 단위 고객을 붙잡는다는 점에서는 효과적”이라며 “단 단기적으로는 비용이 많이 드는 문제가 생길 수는 있다”고 말했다.

장재영 신세계 대표는 “이제 경쟁 상대는 에버랜드나 야구장”이라며 “2016년 문을 여는 동대구 복합환승센터와 하남 유니온스퀘어, 2015년 완성되는 김해 여객터미널 민자사업에 들어가는 신세계 점포는 센텀시티점보다 더 고객의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있도록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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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19. 23:08

전통시장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국민들의 응원, 전통시장 지원책, 제도적 배려 등 각계각층의 노력으로 전통시장을 위한 더없이 좋은 기반이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정책과 물질적 지원에만 매달리는 상인리더 및 상인회의 소극적 대처로는 새로운 도약을 이뤄낼 수 없다. 전통시장 활성화의 실마리는 리더의 발전적 안목과 구성원 전체의 단합에서 풀어낼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현대와 전통이 공존하는 관광명소로 거듭난 일본 히코네시장 사례를 보면 전통시장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상인리더의 혜안과 그를 믿고 협력하는 상인조직의 단결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일본 히코네시장 상인들은 1986년 ‘올드 뉴타운(Old New Town)’이라는 장기적인 활성화 목표를 잡고 대대적 개혁에 착수했다. 6m에 불과한 시장 골목의 폭을 18m로 넓히는 동시에 17세기 에도시대의 풍경을 살려냈다. 현대와 전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영리한 개발이었다. 확장공사에 사유지를 내놓은 주민에게는 지자체의 지원이 이어졌고 상인과 주민의 마찰을 줄이기 위한 공동체를 설립해 리더와 구성원들의 적극적 노력으로 서로 간의 유연한 관계가 성립됐다. 시장 외관이 완성된 후에는 히코네시장 상인회 전체가 에도시대 전통의상을 맞춰 입고 고객몰이에 나섰고, 지역과 시장의 특성을 활용한 상품개발에 힘쓰는 등 독자적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자발적 노력이 이어졌다. 

히코네시장의 성공은 상인, 주민, 지자체 모두의 양보와 상생협력으로 이뤄낸 값진 성과였다. 최근 국내에서도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상인이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 초 삼성경제연구소가 실시한 전통시장 관련 조사에 따르면 전통시장을 찾지 않는 이유로 상품의 품질, 시장 내 청결, 불친절 등 ‘상인 고유의 문제’라는 응답이 65%를 차지했다. 

구태의연한 전통시장 상인들의 모습에 실망하고 떠나간 소비자의 발길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상인들의 자발적 노력과 단합이 우선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전체 상인들의 열정을 현명하게 통솔하기 위한 상인리더의 역할이 발전의 촉진제로 작용해야 할 것이다.

상인리더는 시장의 현황과 문제점을 정확히 인식하여, 전통시장 발전을 위한 비전과 미래상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봉사정신과 모범적 삶의 태도로 시장 구성원들을 아우르는 카리스마가 요구된다. 여러 이권과 권력에 매달려 가시적 성과와 잇속을 채우기에 급급한 상인리더가 많이 있는데, 이러한 상인리더가 있는 한 전통시장의 발전은 요원하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가장 효과적이고도 지속가능한 발전은 리더 혼자만의 힘이 아닌, 여럿의 의지와 노력을 합쳐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고객이 감동하는 행복한 전통시장은 이제 목표가 아닌 당연한 결과가 될 것이다.

정석연 시장경영진흥원장



http://news.donga.com/3/all/20130710/563736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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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19. 23:07

삼성전자의 연간 스마트폰 생산량 4억개 중 국내 생산량은 10% 미만인 3800만개에 불과하다. 현대·기아자동차도 전체 생산량 710만대 중 50%가 넘는 360만대를 해외에서 생산 중이며 그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도 경쟁력 확보를 위해 생산 기지를 중국과 동남아 등지로 옮겨가고 있다. 이제 전통적인 방법을 통한 고용 확대는 한계에 도달했다. 그렇다면 돌파구는 없는 것일까. 우리나라가 취약한 서비스업종에서 고용 창출의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데, 그중에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분야가 국립공원을 활용한 관광산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전 국토의 70%가 산이고 그 산이 품고 있는 계곡을 따라 일년 내내 풍부한 물이 흐르는 데다 국토의 삼면이 바다에 둘러싸여 있다. 정말로 물이 흔한 곳이다. 이 풍부한 산과 물을 자원의 창고나 에너지 생산수단으로만 볼 것인가? 삼림이 우거진 아름다운 산과 그 사이를 굽이치는 물이 만들어내는 우리나라의 풍광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조금만 시각을 바꾸면, 국가 관광자원 개발의 청사진이 새롭게 그려질 수 있다.

알프스 몽블랑 산자락의 프랑스 마을 샤모니나 캐나디안 로키의 밴프 같은 도시들은 연간 180만명에서 500만명의 관광객을 불러들여서 각각 1만명, 8000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유럽과 캐나다처럼 4000m가 넘는 웅장한 산은 없지만 계절에 따라 확연히 다른 모습을 연출하는 산들과 그림 같이 아름다운 해안, 그 앞에 점점이 박힌 보석 같은 섬들이 있다.

특히 전국에 걸쳐 조밀하게 조성된 도로망을 활용하면 짧은 기간에 산과 강, 바다를 아우르는 '종합 관광'이 가능한 곳이다. 여기에 계절별로 전혀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자연경관을 조합하면 무수한 관광상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잘 보존된 삼림의 대부분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국가 차원에서 관리되고 있다는 점 또한 산과 강의 종합적 활용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전국을 아우르는 자연관광 종합 청사진을 그리고, 지역 경제와 연결되는 활용 계획을 세운다면 국립공원의 활용 가치 또한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경제는 1960~80년대 부족한 부존자원 속에서도 고도성장을 일구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큰 동력이 됐던 것이 자연을 단순한 자연으로 보지 않고 자원의 창고이자 에너지 창출의 도구로 이해하는 접근방식이었다. 이제 또 한 번 자연을 창조경제의 도구로 활용할 기회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승창 前 대우전자 대표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7/05/201307050312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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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19. 23:07

최근 관광산업이 창조경제의 주요 해법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고부가·고품격 관광산업을 집중 육성해 2017년까지 외래 관광객을 1600만 명으로 늘리기로 하는 등 중장기 목표까지 설정했다. 업계에서는 기존의 관광 본연의 분야뿐 아니라 의료, 교육, 연구개발(R&D) 등 유사 또는 이종 서비스들과 연계한 새로운 형태의 관광산업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주변 환경도 고무적이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명 시대에 진입한 데 이어, 올해에는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은 개별 관광뿐 아니라 단체 관광을 통해 우리 관광산업에 큰 활력소가 되고 있다. 

하지만 쉽지만은 않다. 숙박 인프라가 태부족이다. 서울시는 서울시내 하루 평균 숙박시설 부족량이 올해 2만여 실에서 2017년 3만여 실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올해 1∼4월 중국인 관광객 수는 지난해보다 40% 이상 증가했지만, 서울에서 1∼2시간 떨어진 수도권으로 향하거나 관광을 아예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각종 규제들을 과감히 풀어줘야 한다. 호텔산업은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고 일자리 창출에 크게 공헌하는 만큼 정부가 의지를 갖고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활발한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들도 인허가와 심의 기준 등을 완화해 호텔 개발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우리 고유한 문화와 결합한 전통 숙박시설을 장려할 필요가 있다. 일본에는 ‘료칸’이라고 불리는 고급 전통 여관들이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고, 몽골에도 전통 가옥을 본뜬 ‘게르’ 형태의 호텔도 운영되고 있다. 우리의 경우에는 전통 호텔이 지방에만 소수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전통 숙박시설은 숙박시설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중요한 문화상품으로서의 기능도 수행하기 때문에 정부는 호텔의 형태를 다양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민간의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여기에 외국처럼 중저가 객실, 템플스테이, 게스트하우스, 홈스테이 등 우리나라 특색에 맞는 다양한 숙박 인프라를 구축해야 관광객 2000만 명 시대를 열 수 있다.


홍기정 모두투어 사장



http://news.donga.com/3/all/20130702/56239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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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19. 23:02

뜨거운 8월 햇살 아래, 사람들은 청동상 하나하나를 만져가며 사진을 찍거나 요괴 캐릭터부터 참치라면까지 다양한 가게에 발길을 멈추었다. 일본 돗토리현의 사카이미나토역에서 800m에 이르는 ‘미즈키 시게루 로드’. 만화 <게게게노 기타로>(한국명 <요괴인간 타요마>)로 유명한 작가 이름을 딴 거리에는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기타로와 고양이소녀를 비롯해 일본 전국의 요괴 청동상 150여점이 늘어서 있다. 최근 주춤해졌다곤 하나 연간 방문객은 1993년 2만명에서 2010년 시 인구의 100배가 넘는 370만명까지 불었다.

20년 전 이 거리는 빈 가게만 즐비했다. 삼면이 바다에 에워싸여 어업이 번성했던 사카이미나토지만 “대형슈퍼가 생기고 자가용족이 늘며 70년대부터 상점가가 쇠락했다”고 한 가게 주인은 말했다. 시는 문화계의 제안을 받아 이곳 출신 미즈키 작품의 캐릭터 청동상을 꾸민다. 애초 지역민을 붙잡겠다는 소박한 기획은 청동상이 훼손되거나 사라졌다는 얘기가 보도되며 전국적 유명세를 탔다. 국제공항이 있는 요나고에서 사카이미나토까지 ‘요괴 열차’가 오가고 각종 요괴 이벤트가 열리며 미즈키의 만화세계와 요괴연구 자료를 모은 기념관도 10년 전 생겨 지역 살리기에 가속도를 붙였다.

방문객 ‘숫자’보다 인상적인 건 거리 정착 과정에서 보인 민간의 자발성과 이를 극대화시킨 방식이다. 고향의 쇠락을 안타까워한 미즈키는 청동상의 저작권료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몇 해 전엔 거액을 기부했다. 23점으로 출발한 청동상은 일반인들 모금에 힘입어 153점까지 늘었다. 상급 지자체인 돗토리현은 이 붐을 이어받아 2년 전 아예 ‘만화왕국 돗토리’를 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호쿠에이초 출신 작가 아오야마 고쇼(<명탐정 코난>) 기념관, 구라요시 출신 다니구치 지로의 <열네살> 무대인 시라카베도조군도 주요 관광지로 변신했다. 꽤 떨어진 지역인데다 대단한 규모도 아니지만, 만화라는 테마에 꽂힌 사람들은 이번 여름 나처럼 열차를 타고 돗토리현을 누빈다.

지역 문화사업의 안착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산업폐기물 섬에서 대자본이 투입되며 문화예술 섬으로 변모한 가가와현 나오시마는 한국에서도 모범사례로 소개되는데 “그 나오시마도 요즘 적자”라고 한 미술계 인사는 전했다. 지역 문화사업을 ‘수익사업’처럼 여겨선 안 되지만 ‘지속가능한 규모’라는 개념 또한 필요한 법이다. 그 지역에서만 만날 수 있는 콘텐츠, 그리고 그 지역 사람들이 즐기고 유지할 토대 없인 ‘모래성’이 되기 십상이다.

한국에서도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문화사업에 나서고 있다. 환영할 일이지만 문제는 ‘일단 폼나게 시작하고 보자’는 발상이다. 요즘 열리는 평창비엔날레는 도와 정부 예산이 15억, 10억원씩 들어갔는데 막상 뚜껑을 열자 200만명 관객 목표가 10분의 1로 축소됐다. 지역에 신진작가 소개, 의미 있다. 그렇더라도 피서객을 믿고 두달여 준비로 일회성 행사도 아닌 ‘비엔날레’를 하겠다는 건 과유불급 아닐까. 정부 한 관계자는 “광특회계(광역지역발전특별회계)가 있어 지자체가 달라면 꼼짝없이 줘야 한다. 이런 행사가 정부 예산 없이 유지되겠나”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예산을 주고도 전문성 있는 관리감독을 못하는 정부, 정부만 바라보다 예산이 줄면 아우성치다 사라지는 지역 문화사업의 악순환을 우리는 숱하게 봐왔다.

지난주 찾은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선 다른 ‘싹수’가 보였다. 만화를 보고 자란 세대들이 자녀 손을 잡고 온 모습이 유독 눈에 띄었다. 초기부터 시와 만화가들이 머리를 모으고 지역민들이 아이들과 편히 뒹굴며 만화를 즐기는 도서관을 마련한 게 우여곡절 속에서도 16년을 지속해온 바탕일 게다. 그게 문화의 출발점이다.


김영희 문화부장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0034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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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19. 22:25

나는 요즘 몹시 황망하다. 압구정동 번화가에 밤마다 동양하루살이가 떼로 날아들어 시민들이 고통을 호소한단다. 다짜고짜 "박멸해야 할 해충"으로 낙인을 찍는 것은 물론, "혐오스러운 생김새에 보기만 해도 끔찍하다"며 몸에 달라붙자 비명을 지르며 울음을 터뜨린 여성도 있단다. 독자들로부터 종종 색다른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며 참신한 글을 쓴다는 평을 듣곤 하지만 이번만큼은 내가 정말 이렇게 다른가 싶어 황망하다.

하루살이는 내가 풀잠자리 다음으로 좋아하는 곤충이다. 일찍이 '과학자의 서재'에서 밝힌 대로 나는 방황의 심연에서 허우적거리던 대학 시절 마침 한국을 방문하셨던, 당대 세계 최고 하루살이 전문가인 미국 유타대학의 조지 에드먼즈 교수님의 조수 역할을 하며 드디어 인생의 목표를 찾아 오늘에 이르렀다. 하루살이는 내게 삶의 길을 밝혀준 '팅커벨'이었다. 조지훈 시인의 표현을 빌리면, 꼬리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날개는 마치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 올린 외씨버선" 같이 생긴 우아한 곤충이다. 내겐 더할 수 없이 아름다운 천사 같은 곤충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라니….

오랫동안 물속에서 유충으로 살다가 우화하여 물 밖으로 나오면 그저 며칠밖에 못 사는 하루살이는 입이 퇴화하여 물지도 못한다. 병균을 옮긴다는 보고는 단 한 번도 없는, 비교적 깨끗한 물에서 살다 나온 깔끔한 곤충이다. 다만 최근 들어 한꺼번에 너무 많이 날아들어 징그러운 모양이다. 고려대 생명과학과 배연재 교수의 연구진에 따르면 동양하루살이는 원래 우리나라에서 1년에 세 차례에 걸쳐 우화했다. 4월 말에서 5월에 산란한 무리는 그해 8~10월, 6~7월에 산란한 무리는 이듬해 4~5월경, 그리고 9~10월에 산란한 무리 역시 이듬해 6월쯤 성충이 되었다. 그러던 것이 아마도 지구온난화에 따른 수온 상승 때문에 따뜻한 시기에 발생 과정을 거치는 무리가 상대적으로 빨리 발육하면서 결국 우화 시기가 서로 겹치게 된 것이 아닐까 추정된다.

기후변화의 추세를 되돌릴 수 없다면 이런 일은 앞으로 더욱 자주 벌어질 것이다. 약을 뿌려 없애기보다 공존할 방도를 찾았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최고의 번화가 로데오 거리의 하루살이 생태 축제를 기획해보고 싶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6/03/2013060303160.html



Posted by 겟업
2013. 9. 19. 22:24

최근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 공약 재원 마련을 위해 향후 5년 동안 신규 도로·철도 사업에 대해서는 재정 투입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국토 면적 대비 우리나라의 도로 연장은 OECD 회원국 가운데 이미 상위권이라, 기존의 투자 계획도 전면 재검토할 방침이라고 한다. 그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사실 지방을 다녀보면 차량이 거의 다니지 않는 도로가 많다.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챙기기나 지자체 단체장들의 업적 과시에 의한 것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SOC 투자를 일률적으로 중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SOC 투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구상되어야 할 국가 전략이라, 복지 정책의 희생양이 될지 말지는 매우 신중히 논의되어야 한다. 또한 과거 고도성장기에 건설된 사회 인프라의 노후화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온난화 등 새로운 환경 변화에도 SOC 정책은 선제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그런 만큼 국가가 SOC 사업으로부터 멀어지는 모습은 무언가 아쉽고 허전하다.

프랑스의 철학자 들뢰즈와 정신분석학자 가타리에 의하면 국가 권력의 본질은 "공간에 홈을 파는 것", 곧 길을 관리하는 일이다. 그래서 국가는 부단히 철길을 내고 도로를 닦는다. 속도의 사상가 비릴리오에 따르면 특히 오늘날은 더 빠른 속도가 세상을 지배하는 사회, 곧 '질주정(疾走政)' 시대다. 그것의 대표적 총아가 고속도로와 고속철도인데, 고속성장을 추구해 왔던 우리나라도 이런 추세의 예외가 아니라 오히려 전형이었다.

물론 빠르고 편리한 고속 교통망 나름의 가치는 인정되어야 한다. 세계로 열린 바닷길과 하늘길과 합쳐져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사실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그 이면의 폐해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고속도로와 고속철도는 일종의 컨베이어 벨트가 되어 국토를 공장같이 만들 뿐만 아니라 여행을 마치 작업 공정처럼 다룬다. 몇 년 전부터 시민 스스로 올레길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사이 공간과 사람 공간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당연한 저항이다. 그렇다면 차제에 박근혜 정부는 SOC 정책을 새로운 각도에서 구상할 필요가 있다. 국도(國道)의 재인식이 바로 그것이다.

도로와 철도가 고속으로 질주하는 동안, 국도나 지방도와 같은 일반도로는 경시하거나 방치하는 경향이 많았다. 그 결과, 주행의 안전성이나 편의성, 그리고 경관의 쾌적성이나 심미성의 측면에서 도무지 국도라고 말하기 민망하고 무색한 곳이 크게 늘었다. 이것만으로도 더는 미루기 어려운 국책사업이 아닐 수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국도 자체가 문화적 자산이자 지역 발전의 거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국도는 우리 시대의 핵심 가치인 행복과 안전, 소통과 화합, 그리고 자치와 다양성의 보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도 업그레이드 정책은 따라서 결코 단순한 토건사업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문화정책이나 지역정책에 가깝다. 가령 고속도로는 과학성과 동질성의 최전선이라, 전국 어디를 가도 기하학적 공간일 뿐이다. 프랜차이즈 휴게소가 그렇고 표준화된 도로안내판도 마찬가지다. 이에 비해 국도는 인간 중심의 유기적 장소가 될 수 있다. 말하자면 국도는 도로 자체가 명소화되어 여행의 목적을 창출하기도 한다. 국도 주변의 풍광이나 취락 또한 훌륭한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길에 관하여 문화적 선진국과 후진국을 따진다면 기준은 국도다.

이 점에 관련하여 일본의 사례는 시사점이 많다. 국도 본연의 성능이나 경관에도 부러운 점이 많지만 특기할 만한 것은 국도의 역, 곧 '미치노에키'다. 이는 단순한 휴게소를 넘어 온천이나 숙박시설은 물론, 경우에 따라 미술관이나 공연장까지 갖춘 복합공간이다. 건물의 미관도 수려한 편인데, 문화재로 지정된 주변 마을의 전통가옥을 모티브로 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덧붙여 주목할 것은 그곳의 직판장이다. 주변 지역에서 생산되는 채소, 과일, 생선 등 신선물과 더불어 각종 토산물이나 특산품을 취급하는데, 현재 전국적으로 1000개를 넘어선 미치노에키 직판장의 총매출액은 일본 최대의 편의점 체인 훼미리마트에 버금간다고 한다. 그곳만 찾아다니는 동호회가 활성화될 정도다.

박정희 시대에는 '고속도로의 성장경제학'이 풍미했다. 그 이후 고속철도에 부심한 정부도 있었고, 세계적 허브공항에 몰두한 정부도 있었다. 최근에는 4대강에 올인한 정부도 있었다. 이러한 역대 정부의 SOC 사업을 통해 우리는 많은 것을 얻기도 했고 잃어버리기도 했다.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의 화두로서 경제와 문화 그리고 지역을 함께 배려하는 '저속(低速)국도의 문화경제학 내지 인문사회학'이 어떨까 싶다. 국도는 길이면서 길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사회학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6/02/2013060200802.html



Posted by 겟업
2013. 9. 19. 17:17

“할리우드에서 한국 영화의 성공전략요? 간단합니다. 강점은 더욱 부각시키고 약점은 개선하는 거지요.”

미국 메이저 영화사 파라마운트픽처스의 지니 한 수석부사장은 한국 영화만의 강점으로 기발한 아이디어와 독창적인 스토리를 꼽았다.

◇‘올드보이’ ‘태풍’ 등 아시아 영화의 미국 마케팅·배급을 주도한 지니 한 파라마운트픽처스 수석부사장


한국콘텐츠진흥원 주관으로 1∼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융합형 콘텐츠산업 콘퍼런스’ 기조강연을 위해 방한한 그는 “2005년 미국 개봉한 ‘올드보이’는 아직도 현지 영화아카데미의 교재로 사용될 만큼 미국인에게 신선함을 넘어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면서 “한국영화의 제작비는 할리우드 작품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적기 때문에 액션 대작보다는 스릴러와 같은 장르 영화에 치중하되 ‘와호장룡’처럼 아시아적 문화와 감성을 녹여내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 수석부사장은 파라마운트 영화의 전 세계 마케팅·배급을 담당하고 있는 동시에 미래전략 기획·총괄을 책임지고 있다. 한국에서 태어나 아홉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갔던 그는 전공을 살려 수년 전 파라마운트에 합병된 드림웍스에 마케팅 컨설팅을 한 게 인연이 돼 드림웍스 부사장(2002∼05)에 이어 2006년부터 파라마운트 수석부사장 직을 맡고 있다. 한국의 정서와 미국의 합리성을 두루 갖췄다는 평을 듣는 그는 ‘올드보이’ ‘태풍’ 등 아시아 영화들의 미국 마케팅·배급을 주도한 파라마운트의 영향력 있는 ‘아시아통’이기도 하다.


한 수석부사장은 파라마운트 영화의 전 세계 마케팅·배급을 담당하고 있는 동시에 미래전략 기획·총괄을 책임지고 있다. 한국에서 태어나 아홉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갔던 그는 전공을 살려 수년 전 파라마운트에 합병된 드림웍스에 마케팅 컨설팅을 한 게 인연이 돼 드림웍스 부사장(2002∼05)에 이어 2006년부터 파라마운트 수석부사장 직을 맡고 있다. 한국의 정서와 미국의 합리성을 두루 갖췄다는 평을 듣는 그는 ‘올드보이’ ‘태풍’ 등 아시아 영화들의 미국 마케팅·배급을 주도한 파라마운트의 영향력 있는 ‘아시아통’이기도 하다.


그는 1일 기조강연 주제인 ‘영화산업과 콘텐츠의 융합’을 “거스를 수 없는 유일한 생존전략”이라는 말로 갈음했다. 한 부사장은 “자신이 원하는 때 원하는 콘텐츠를 보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DVD, 주문형 비디오, IPTV, 웹사이트의 다운로드 서비스 등 새로운 배급채널이 등장하고 있어 영화산업 역시 제작과 배급, 마케팅에서도 이 같은 흐름에 맞춰 가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를 먼저 개봉한 뒤 게임이나 캐릭터상품 등으로 변환하는 식의 플랫폼 차원이 아니라 ‘아바타’처럼 콘텐츠 개발 단계에서부터 극장, 비디오, 게임시장 등을 겨냥한 적극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한 때가 됐다는 것이다.

그가 보기에는 한국영화가 해외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전략도 미국 영화계의 콘텐츠 융합 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영화를 개봉할 때 그 작품이 향후 10년 동안 어떠한 플랫폼을 통해 얼마만큼의 수익을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하는 할리우드처럼, 한국 영화계도 국내 개봉 성적 이외에 해외시장, 부가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극장 성적이 영화의 수익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국은 대작 영화를 찍거나 저예산 영화만 나올 수밖에 없는 시스템적인 한계가 있다”면서 “투자금 배분의 투명성과 함께 거시적인 단계별·지역별 수익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http://www2.segye.com/Articles/News/Article.asp?aid=20091201003752


Posted by 겟업
2013. 9. 19. 16:37

이제 사방의 자연은 신록의 봄을 지나 녹음이 우거진 완연한 여름으로 들어선 것 같다. 장마가 한바탕 지나야 본격적인 여름이 되겠지만 그래도 벌써 무더위의 기세가 느껴진다. 이맘 때 쯤 이면 슬슬 방학이다 휴가다 하여 집 떠날 채비나 궁리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마음에 여유가 없거나 형편이 여의치 않은 사람은 어렵겠지만 그래도 여름 한철만이라도 산으로 강으로 바다로 오랜만에 자연을 찾아 떠나서 건강하게 에너지와 영감을 얻고 휴식과 치유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관광이나 여행을 통해 편하게 쉬고 놀고 오자면 아무래도 잘 알려지고 검증된 관광지나 명승지가 제격이고, 먹고 자는 문제도 리조트나 전문 관광시설이 편리하겠지만 또 나름의 창의적인 여름휴가를 시도해 보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농촌은 하나의 대안으로 좋은 관광지가 될 수 있다. 경탄을 자아내는 대자연이나 깜짝 놀랄만한 스펙터클한 이벤트가 있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농촌은 나름 소박하지만 아름답고 청정한 관광자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농촌으로의 관광에는 단순히 먹고 마시고 노는 것 이상의 가치 있는 체험이 중요하며 그 핵심에는 역시 문화가 있다. 이는 문화재나 문화행사만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의 총체적인 장소성과 마을 주민들과의 관계성을 체험하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지역의 입장에서는 마을도 알리고 소득도 창출하니 농촌관광의 증가는 환영할 만한 일이며 직접 관광업 종사자에게는 이 여름이 성수기로 특히 큰 힘이 될 것이다. 게다가 요즘은 마을마다 생태마을이니 테마마을이니 하여 이름도 짓고 방문자센터도 만들고,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에 여름축제까지 열심히 준비를 한다. 관광관련 교육도 받고 적극적으로 가이드나 해설사로 나서기도 한다. 각종 미디어들도 농촌으로의 휴가나 여행을 권하는 안내가 심심치 않게 나와서 여느 유명 예능프로처럼 대박은 아니더라도 홍보의 덕을 보는 경우도 있다. 

출발하면서 대형마트부터 들러 그득그득 트렁크를 채워 올 거면 뭐 하러 농촌으로 오는가. 가벼운 마음과 텅 빈 가방으로 와서 현지에서 쇼핑하는 것이 재미도 있고 추억도 된다. 오일장이나 재래시장은 물론 읍면마다 있는 지역마트도 무척 훌륭하다. 북적거리는 관광지 식당이 아니라 주민들에게 이 동네 사람들 잘 가는 맛집을 추천받아 가면 뜻밖의 보석 같은 음식을 맛볼 수도 있다. 바닷가 휴양지의 번잡스러움과 요금에 시달리느니 조금 떨어진 어촌 마을은 훨씬 정겹다. 익숙하지도 않은 해산물을 억척스레 깎느라 프로들과의 흥정에 피곤해 하지 말고 마을 주민들 먹으려고 가져온 해산물을 나누어 달라고 청하는 게 낫다. 

그러나 농촌은 또한 큰 기대를 하고 찾거나 의례히 집안 식구 맞듯이 했다가 서로 불편하고 만족스럽지 않은 경험을 하기도 쉽다. 애초부터 농촌이 관광을 목적으로 생긴 곳은 아니니 손님을 맞이하기에는 마을마다 편차도 있고, 체험 프로그램은 전문성이나 숙련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 각종 시설은 전문적인 관리가 안 되면 아무래도 다소 엉성할 수도 있고 주민들 모두 능수능란한 관광요원으로 변신하기 어려운 것이다. 가끔은 외지인들을 향한 까닭모를 적대감이나 퉁명스러움에 당혹스러울 때도 있고, 방문자의 무례함에 피해의식으로 얼굴을 붉히는 일도 있다. 

그래서 농촌을 잘 즐기려면 주민이나 관광객이나 조금은 더 세심한 준비와 서로 배려하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 농촌으로의 여행은 일반 대중관광과는 달리 마을과 주민으로부터의 총체적 체험에서 오는 심리적, 감성적 요인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를 통해 서로 간 학습도 되고 자극도 될 수 있다. 농촌에서의 관광은 규모나 시스템보다는 호의와 환대에 만족도가 크게 좌우하니 주민들도 자연스런 일상에 잠시 각별한 정성을 더한다고 생각하는 게 좋다. 억지로 손님을 맞고 억지로 즐거운 척하는 것보다는 서로의 마음을 열고 주민은 손님을 마을의 친구로 만들어 보내겠다는 마음으로, 방문객은 고향 가는 마음으로 찾으면 될 일이다.



이선철 용인대 교수ㆍ감자꽃스튜디오 대표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306/h20130614210231121770.htm




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