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부산 센텀시티점, 테마파크 '주라지' 오픈… 백화점의 新성장동력 찾기]
-테마파크 개장 효과
옥상 공원에 회전목마, 공룡 모형·분수대 등 설치… 아동 상품·식당 매출 급증
-끝없는 새로운 시도
스파랜드·아이스링크 등 휴식 취할수 있는 명소 만들어… 가족 단위 고객 잡는 전략
지난 8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옥상. 김민수(32·회사원·경남 양산)씨는 아장아장 걷는 22개월 딸의 모습을 카메라로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김씨는 "지난주에는 서울 롯데월드도 다녀왔다"며 "백화점에 테마파크가 생겼다기에 와 봤는데 애가 정말 좋아한다"고 말했다. 지난 6일 국내 백화점 업계 최초로 신세계가 옥상에 문을 연 테마파크의 이름은 '주라지'로, 동물원(zoo)과 공룡시대인 쥐라기(Jurassic)를 합성한 말이다.
신세계백화점이 놀이공원인 에버랜드에 도전장을 냈다. 물건만 파는 전통적인 백화점 업태가 완전성숙기에 들어선 만큼, 백화점을 소비자가 물건을 사는 장소가 아니라 놀이공원처럼 시민이 한번 가면 온종일 휴식을 취하는 장소로 바꿔, 자연스럽게 매출을 높이는 발판을 만들겠다는 장기 포석을 시작한 것.
- ▲ 지난 6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옥상에 생긴 테마파크‘주라지’에서 시민들이 가족과 공원을 둘러보고 있다. /남강호 기자
센텀시티점은 도전의 시작이다. 우선 규모가 크다. 지하 4층·지상 14층 규모로 영업 면적이 3만8250평이다. 단일 점포로는 세계 최대로 이미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옥상 공원만 1200평이다. 백화점은 원래 잔디밭만 있던 옥상에 거대한 공룡 모형 10여개, 해적선, 아프리카 마을과 동물 모형, 회전목마, 분수대 등을 설치했다. 초등학생 저학년이나 유아가 좋아할 만한 요소만 골라서 만든 공원이다.
◇비판매시설 비중이 높을수록 매출 성장률이 높아
주라지가 설치되면서, 센텀시티점은 남녀노소 누구든지 와서 쇼핑을 하지 않고도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지역 명소가 됐다. 이미 센텀시티점에는 다른 백화점에는 없는 요소가 많이 있다. 건물 건설 과정에서 온천이 발견되자, 신세계는 3개 층에 찜질방과 온천을 합친 스파랜드를 만들었다. 그 위층에는 스케이트를 타는 아이스링크가 있다. 갤러리와 문화센터는 물론이고, 10개 상영관이 있는 극장이 있다. 4개 층에 걸쳐 실내 골프연습장과 스포츠클럽도 있다.
일반적인 백화점의 경우 영업 면적에서 판매 시설 아닌 비판매 시설 비중은 10%가 채 안 되지만, 센텀시티점은 35%에 달한다. 신세계 백화점 9개 직영 점포 가운데 가장 높다.
의외의 사실은 고객 편의 시설 같은 비판매 시설의 비중이 높을수록 매출 성장률이 좋다는 것이다. 9개 신세계 점포 가운데 비판매 시설의 비중이 20%를 넘는 곳은 경기점(20%), 의정부점(22%)과 센텀시티점이다. 세 점포의 올 상반기 매출은 작년 상반기에 비해 평균 4~25% 성장했다. 나머지 6개 점포 중 5개는 매출이 줄었고, 한 개는 2% 성장하는 데 그쳤다.
- ▲ 주라지에서는 부산전시컨벤션센터(BEXCO)가 내려다보인다. /남강호 기자
지난 6~8일 주라기를 방문한 고객은 2만명으로 잔디밭만 있을 때의 8배였고, 아동 관련 상품과 식당가 매출은 각각 11%·24% 늘었다. 김봉수 센텀시티 점장은 "테마파크 개장의 효과가 아니면 설명이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비판매 시설의 비중이 높을수록 매출에서 30대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 올 상반기에 비판매 시설의 비중이 20%가 넘는 경기·의정부·센텀시티 3개 점포 매출에서 30대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모두 30%를 훌쩍 넘었다. 나머지 점포 중에서는 본점만 30%로 턱걸이를 했을 뿐이다. 아이를 가진 30대 고객의 비중은 백화점에서 장래 성장성의 지표 중 하나로 쓰인다.
◇성장 힘들어진 백화점
백화점의 변신은 시장이 성숙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전국의 백화점은 100여개로 추정된다. 인구 50만명당 1개 점포가 있는 셈으로, 백화점 업계에서는 이미 포화 상태로 보고 있다.
또 옛날과 달리 인터넷몰·아웃렛·모바일몰 등 경쟁 유통업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또 해외 인터넷쇼핑몰에서 명품을 주문해서 택배로 받고 면세점 쇼핑을 위해 해외여행을 가는 소비자도 많아, 백화점은 해외 업체와도 경쟁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백화점들은 고객의 삶 자체를 끌어들이는 형태의 점포를 앞다퉈 짓고 있다. 신세계는 이런 형태의 점포를 ‘LSC(Life Style Center)’라 이름 붙였고, 롯데백화점이나 현대백화점도 복합몰이라는 이름으로 대규모 시설을 곳곳에 짓고 있다. 고객 편의 시설이 많으면 단순한 집객 영업과는 차원이 다른 영업을 할 수 있다. 이른바 미끼상품을 사러 백화점에 가던 고객은 미끼상품이 없으면 백화점에 가지 않지만, 공원과 스파에 자주 오는 고객은 지속적으로 백화점에 온다는 뜻이다.
오세조 한국유통물류정책학회 회장(연세대 교수)은 “고객 편의 시설을 늘리는 것은 가족 단위 고객을 붙잡는다는 점에서는 효과적”이라며 “단 단기적으로는 비용이 많이 드는 문제가 생길 수는 있다”고 말했다.
장재영 신세계 대표는 “이제 경쟁 상대는 에버랜드나 야구장”이라며 “2016년 문을 여는 동대구 복합환승센터와 하남 유니온스퀘어, 2015년 완성되는 김해 여객터미널 민자사업에 들어가는 신세계 점포는 센텀시티점보다 더 고객의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있도록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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