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 20. 00:58

우리 문화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중국인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을 보면 한류의 열풍이 이어짐을 확인하게 된다. 최근 한·중 합작의 우리 영화 '미스터 고'가 개봉 첫 주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애프터어스'를 제치고 중국 박스 오피스 1위에 오르며 이틀 동안 수익을 우리 돈으로 약 141억원 거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뿐만 아니라 '나는 가수다' '슈퍼스타K' 등 인기 방송 프로그램의 포맷이 수출되고, 과거 드라마에 집중됐던 한류 열기가 뮤지컬, 콘서트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하며 13억 중국인을 매료시키고 있다.

올해로 한·중 수교 21년이 된 상황에서 양국은 그동안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외교 영역에 이르기까지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다. 특히 지난 6월 말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 이후 한반도의 정세 안정과 경제 발전에 대한 양국의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두 나라는 역사상 가장 호혜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박 대통령을 "중국 국민과 나의 '라오펑유(老朋友)'"라고 불렀다고 한다. '라오펑유'는 긴 시간 속에 신뢰와 우정으로 다져진 친구 관계를 일컫는 말로서 이 한마디에는 외교적 수사를 넘어 두 나라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담겨 있는 것이다.

세계의 성장 패러다임은 이미 제조업을 넘어 지식과 문화를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동아시아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한국과 중국이 지닌 문화적 특징과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문화 콘텐츠들은 다른 나라들이 갖지 못한 소중한 재산이며, 향후 국제사회에서 공동 번영을 위해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콘텐츠 산업 진흥 계획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특히 창조경제의 주무 부서인 미래부가 박 대통령의 방중 후속 조치 격으로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한·중 '펑유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영화나 드라마, 3D에 이르기까지 양국의 콘텐츠 교류 지원에 적극 나설 예정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은 창조경제의 구체적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창조경제는 국가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기에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70년대 한국 경제를 주도한 중화학공업에서부터 2000년대의 IT 산업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주력 산업이 꽃을 피울 수 있었던 것은 중장기적 인재 양성과 범정부적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결과였다. 특히 문화와 콘텐츠를 산업으로 연결해 국가의 핵심 동력 산업으로 키우는 데는 더욱 많은 투자와 역량의 결집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좀 더 다양한 펑유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중국과 문화 콘텐츠 교류를 더욱 굳건히 하는 한·중 문화 벨트를 구축하여 창조경제의 동력으로 삼기를 제안한다. 그렇지만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처럼 물건만 팔면 된다는 전략보다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범아시아적 콘텐츠를 만들어 가는 새로운 글로벌 생태계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래야만 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문화 융성으로 창조경제의 토대'를 만들어 그 과실을 다음 정부에도 넘겨줄 수 있다. 13억 중국인이 한·중 공동으로 제작한 드라마를 하루 한 편 이상 보고, 한 달에 한 번은 공동으로 제작한 영화를 보는 그날을 상상해 본다.



 성동규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교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8/12/2013081203286.html



Posted by 겟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