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소닉의 원래 이름은 마쓰시다전기다. 일본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마쓰시다 고노스케가 만든 회사다. 당초엔 내셔널이란 브랜드를 썼는데, 나중에 사명과 브랜드명을 모두 파나소닉으로 바꿨다.
우리는 일본의 전자산업하면 소니를 떠 올린다. 하지만 실상 파나소닉의 브랜드파워는 소니 못지 않았다. 오디오분야, 그리고 TV에서도 PDP는 파나소닉이 더 강했다.
일본의 전자산업이 위대했던 건 바로 이 부분이다. 무엇보다 소니가 있었다는 것, 그러나 소니만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소니 말고도 파나소닉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에 샤프 도시바 히타치도 있었기 때문에 일본 전자산업 전체가 최고로 각인될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TV를 잘 만드는 회사가 소니 하나뿐이었다면 글로벌 소비자들은 그저 소니만 기억할 뿐, '메이드 인 재팬'전체를 신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본은 자동차로도 세계시장을 석권했다. 그리고 그 아이콘은 분명 도요타였다. 만약 일본에 걸출한 자동차 브랜드가 도요타 하나뿐이었다면, 영광은 도요타만의 것으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혼다, 닛산 같은 또 다른 강자들이 있었던 덕에 일본 자동차 전체가 최고의 차로 인식될 수 있었다.
일본의 전자산업은 지금 붕괴 중이다. 소니는 CEO를 갈아치웠고, 파나소닉은 본사 인력 절반을 줄이고 있다. 이게 다 삼성전자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TV에서, LCD에서, 반도체에서, 또 휴대폰에서 일본의 60년 아성을 완전히 초토화시켰다.
자동차에선 현대기아차가 질주중이다. 아직 도요타와는 적잖은 거리가 있지만,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선전하는 모습을 보면 현대기아차는 분명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문제는 오로지 삼성전자, 현대차뿐이라는 데 있다. 둘 말고는 없다는 사실, 이게 한국과 일본의 차이다. 일본에 소니와 도요타가 있다면, 우리에겐 분명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있다. 하지만 일본에는 파나소닉 도시바 샤프, 또 닛산 혼다 미쓰비시 마쓰다도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엔 더 세계시장에 들이밀 브랜드가 없다. 이대로라면 세계는 오로지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만 기억할 뿐, 결코 '코리아' 브랜드를 떠올리지는 않을 것이다.
김연아와 박태환만으로 피겨강국, 수영왕국이 될 수 없다. 우리나라가 전자강국, 자동차왕국이 되려면 일본처럼 두터운 선수층을 가져야 한다. 이건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 자신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대목이다. 치열한 국내경쟁이 있어야 세계 경쟁에서도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소니에게 파나소닉, 도요타에게 혼다 같은 적수가 없었다면 과연 세계정상에 설 수 있었을까.
바로 이 점에서 중요한 건 LG의 역할이다. LG전자가 바짝 분발해서 삼성전자와 함께 '소니 대 파나소닉'같은 경쟁구도를 만들어야 양사 모두 더 강해질 수 있고 비로소 코리아 브랜드 가치도 함께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TV는 잘 되고 있다. 한국 TV가 일본 브랜드들을 모조리 격파하고 세계 정상에 올라설 수 있었던 것도 결국은 삼성과 LG가 치열한 국내 경쟁을 글로벌 무대로까지 이어갔기 때문이다. TV는 이제 삼성 LG 등 개별 브랜드를 넘어 '메이드 인 코리아'자체가 세계 최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반면 휴대폰은 이미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한 삼성과 달리, LG는 존재감조차 희박하다. 이는 LG의 불행이자, 관련산업 전체로도 안타까운 일이다. LG가 좀 제 몫을 해주고 팬택 같은 독립기업이 더 뛴다면, 휴대폰에서도 '갤럭시 베스트'를 넘는 '코리아 베스트'가 가능할 것이다.
자동차는 당분간 독주를 피하기 힘든 구조다. 그래도 경쟁은 필요한 것인데, 그렇다면 현대차와 기아차를 내부적으로 좀 더 강하게 경쟁시키는 게 좋다고 본다.
이성철 산업부장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05/h2012052921071511870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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