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K-pop·한국대중가요) 열풍이 세계 최대의 엔터테인먼트 시장인 미국을 흔들었다. 검색사이트 구글이 21일 캘리포니아 구글 본사 앞에서 마련한 케이팝 콘서트를 보기 위해 미국 팬들은 새벽부터 1km 넘게 줄을 섰다.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 7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였다. 공연 티켓 2만2000장은 발매 1시간 만에 동이 났고 공연이 끝날 무렵 유튜브에는 19만 건의 댓글이 달렸다.
지난해 구글의 케이팝 검색 횟수는 2004년보다 10배 늘었다. 같은 기간에 일본의 제이팝 검색 횟수가 3분의 1로 격감한 것을 보면 케이팝 열기는 동북아시아 문화에 일시적으로 호기심을 보이는 ‘반짝 유행’이 아니다. 아시아 중동 남미 유럽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케이팝이 미국 시장 공략에 성공한다면 문화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된다.
케이팝 스타들은 처음부터 해외 진출을 겨냥해 선발되고 장기간 체계적인 훈련을 거친 뒤 무대에 오른다. 작사 작곡 안무도 국내외 최고 전문가들에게만 맡기고 있다. 엄격한 선발과 집중적인 훈련을 통해 실력을 갖춘 스타, 동서양의 흥(興)이 적절하게 어우러진 콘텐츠가 세계인을 매료시키고 있다.
케이팝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십분 활용해 팬들과 소통하면서 ‘입소문’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지난해 케이팝 가수들의 유튜브 영상 조회수는 23억 건이나 됐다. SNS 이용자들이 케이팝의 노래와 춤을 따라하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면 이 역시 케이팝을 널리 확산시키는 마케팅 효과를 만들어낸다. 전 세계 180여 개 한류 팬클럽의 회원 330만 명은 자발적이고 충성도 높은 한류 홍보 요원이다. 유튜브에 넘쳐나는 한류 콘텐츠를 이해하고 한국의 TV 드라마를 원어(原語)로 감상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도 급증했다. 미국에선 한국어가 ‘7대 주요 언어’에 포함됐다.
케이팝이 이끄는 경제적 파급 효과는 2010년 5조 원에 육박했다. ‘문화 한류’가 ‘경제 한류’로 이어지면서 지난해 중동 지역 수출액이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케이팝이 최근에 진출한 유럽에서도 한국의 이미지 상승에 따른 경제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삼성경제연구소 서민수 수석연구원은 “핵심 인재의 선발 과정과 필요한 역량을 글로벌 시장에서 조달하는 역발상 등 케이팝 기획사들의 ‘성공 방정식’은 기업들에도 시사하는 바 크다”고 말했다. 이번 구글 콘서트의 대성공은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미국에서 케이팝의 밝은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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