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 장학제도와 부실대학 구조조정 병행해야
최근 정치권에서 ‘반값 등록금’ 논쟁이 불붙고 있다. 특히 김성식 한나라당 정책위 부의장이 “B학점 이상 학생에게만 지원해야 한다”고 밝혀 논란을 빚고 있다. 여야가 등록금 관련 법안을 처리하기로 한 6월 국회를 앞두고, 반값 등록금 정책의 방향과 이를 실현할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한나라당·민주당·민주노동당의 견해를 들어본다.
등록금 논쟁이 뜨겁다.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완화하자는 취지에 대해서는 여야 할 것 없이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고, 때문에 각 당에서도 이러한 취지에 부합하고자 안을 내놓고 있다. 실질적인 방법론으로 들어가면 여러 가지 쟁점들이 부각되기 마련이지만, 이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 입장들을 논의하며 얽힌 이해를 풀어나가는 것이 국회가 할 일이요, 우리 의원들의 임무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고등교육에 대한 사부담 비율은 매우 높아서, 부모 세대의 안정된 노후생활이 박탈됨은 물론 교육 격차로 인한 기회의 평등마저도 침해받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에서 공부담 비중을 높이는 일은 이제 선택 가능한 사항이 아니라 반드시 그래야 하는 당위가 되었다.
현재 정부는 학생의 경제·생활 여건을 고려한 맞춤형 국가장학제도를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든든학자금 금리 인하 등의 제도 개선을 통해 가계부담을 낮추기 위한 정책을 추진중이다. 그간의 노력으로 2007년에 979억원이던 국가장학사업 규모가 올해에는 5218억원으로 늘어났지만,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0.6% 수준인 고등교육 재원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권고치인 1% 수준까지 높일 수 있도록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2010 경제협력개발기구 교육지표’에 따르면, 200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등록금은 주요 11개국 중 미국 다음으로 높다(구매력평가환율 기준). 그럼에도 학생 1인당 교육비가 낮다는 점은 고등교육에서 질 개선이 필요함을 역설해준다. 연간 등록금이 1000만원에 이르는 때에 대학이 눈총을 받는 것은, 사정이 이러함에도 양적 팽창에만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완화해주기 위한 장학제도와 더불어, 부실 대학에 대해서는 행정적·재정적 지원 배제와 더불어 점진적인 구조조정을 해나가야 한다.
현재 한나라당 정책위에서는 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본격적으로 정책 마련을 위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나는 태스크포스 단장으로서 정책의 현실화를 위해 가능한 모든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책 집행의 책무가 있으므로,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한 방안을 정교하게 다듬고 소요 예산 마련에도 경주해야 한다. 여기에는 국민의 이해와 더불어 야당의 협조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다행히 야당도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 완화에 관한 한 취지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모처럼 의기가 투합한 결과가 나오리라 기대한다.
임해규 한나라당 국회의원
[논쟁] 학점 제한 없이 더 넓은 계층에 적용해야
황우여 신임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반값 등록금’을 꺼내들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여당의 입장에서 복잡한 방정식과도 같은 어려운 문제를 어떻게 풀까 짐짓 기대하며 주목했다. 하지만 여당은 ‘반값 등록금’을 ‘등록금 부담 완화’로 명칭을 바꿔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더니 이제는 각종 조건을 달아 흥정을 하고 있다. 등록금 인하는 없이 무상장학금 확대 정도에 스스로 만족하는 광경을 연출하더니 느닷없이 사립대 구조조정과 연계하여 추진한다고 하고 급기야 장학금도 B학점 이상으로 제한한다고 한다. 복잡한 방정식을 풀겠다며 기세 좋게 팔을 걷어붙이더니 덧셈·뺄셈 수준의 해법만 끼적이고 있어 실망스럽다.
어쩌면 뭔가 단단히 착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 작금의 정치권이 고민해야 할 등록금 정책은 그동안 국가가 방기해왔던 고등교육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는 자세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오류와 무책임을 반성해야 할 정치권과 정부가 오히려 권리를 요구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각종 조건을 들이미는 모습은 아직도 등록금 정책을 ‘시혜적 조처’로 여기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 정치권의 한 사람으로서 당혹스럽다. 집안이 어려워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도 학점 때문에 남들이 타는 장학금을 타지도 못하고 학자금 대출도 못 받는 학생이 느끼는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며,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시간을 낭비할수록 암담한 현실에서 빠져나오기는 더 힘들어질 것이다. 또한 대학 부실의 책임을 대학 경영자와 함께 등록금 고통으로 짊어져야 하는 학생들에게 ‘희망’ 대신 ‘원망’을 품게 하는 것이 과연 성숙한 국가의 자세인지 묻고 싶다.
반값 등록금 약속을 해놓고도 이행하지 않았던 정부와 정치권이 부실하게 대학을 운영한 사학경영자에게는 안심하고 학교를 문닫을 수 있도록 특혜성 배려를 추진하면서, 사정이 어려운 대학생들에게는 선을 그어 밀어내고 솎아내겠다는 모습을 과연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착잡하기 그지없다. 학점이 저조한 학생이 성실하게 학업에 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경영이 부실한 대학이 건전하게 거듭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교육’을 고민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한나라당에서는 소득 하위 50% 이하에 등록금을 지원하겠다고 하지만, 실제 그 이상의 가정에서도 등록금 부담을 느끼고 있으므로 지원받는 소득분위를 더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지난 2008년 필자가 발의했던 등록금 상한제가 한나라당과 논의를 거치면서 ‘인상률 상한제’로 바뀌어 무용지물인 상황에서, 다시 등록금 상한제를 도입해 치솟은 등록금 액수를 제한해야 한다.
안민석 민주당 국회의원
10조원 재정을 고등교육에 투입하자
민주화되지 않은 정치권력의 특징 중 하나가 국가 예산 집행을 ‘베풀기 사업’쯤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최근 말하고 있는 대학 장학금 정책의 모습을 보면 봉건적 사고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공부 잘하는 학생 용돈 주듯이 국가장학 정책을 구상하는 모습이 딱 그러하다.
대한민국의 ‘등록금 애사’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대학교육에 국가재정의 투입이 미약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으로 보면, 대학교육비의 69%를 국가재정으로 댄다. 반면 한국은 21%만 국가가 부담하고 79% 이상을 학생과 학부모가 부담하고 있다. 국가가 자신의 책임을 방기했기 때문에 벌어진 문제가 등록금 참사의 본질이다. 고등교육 재정을 대폭 늘려야 하고, 재정 마련과 투입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바로 정부가 할 일이다.
그런데 정부·여당의 입에서 나온 첫 일성이 ‘공부 못하면 돈 안 주겠다’는 것이다. 학부모의 소득수준에 따라 학생들의 ‘스펙’이 달라지는 것이 오늘 대학의 현실이다. 학자금과 생활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학점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학생도 많을 것이다. 이런저런 사정도 따지지 않고 학점이 낮으면 장학금을 안 주겠다는 것은 정작 혜택을 받아야 할 학생들을 배제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경쟁에서 밀린 학생들에게 생활고를 더하고, 그로 인한 ‘비극’을 방조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장학금 혜택마저 못 주겠다며 학생을 사지로 모는 것, 문명사회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등록금 애사의 본질은 등록금 액수가 너무 높다는 데 있다. 정부·여당은 적극적인 정부재정 투입을 통해 등록금 고지서의 액수 자체를 반값으로 낮춰야 한다. 정부·여당은 이제 ‘장학금 정책’이 아닌 근본적 해결을 위한 ‘등록금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은 고등교육교부금법 도입을 중심으로 한 ‘정부책임등록금제’ 5대 법안을 5월31일 제시했다. 등록금 경감 예산 6조원을 비롯해 매년 10조원 안팎의 재정을 고등교육에 투입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반값 등록금 실현뿐만 아니라 시간강사 문제 해결, 고등교육 경쟁력 강화를 이뤄내자는 것이다. 지난해 4대강 예산에 쏟아부은 22조원의 절반만 투자해도, 고등교육 전반의 문제를 해결할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 등록금 문제는 예산이 아닌 정부의 의지 문제라는 것이다.
허리띠를 졸라매도 책값은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대한민국 부모들은 믿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그 마음의 절반이라도 따르고 있는지, 이번 6월 국회 등록금 정책의 향배를 보면 확인될 것이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http://www.hani.co.kr/arti/opinion/argument/480605.html
http://www.hani.co.kr/arti/opinion/argument/480606.html
http://www.hani.co.kr/arti/opinion/argument/48061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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