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선 아나운서의 자살을 계기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양면성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극히 사적인 발언이 매체를 넘나들며 확대재생산되면서 발언자의 사생활과 인격이 침해받고 있다. 트위터·페이스북 등에 올린 글은 사적 영역으로 보호받아야 하는 것인지, 공적 공간이므로 발언에 따른 책임을 감수해야 하는 것인지 다양한 견해를 들어본다.
개인의 일기장은 보호받아야 한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2010년 12월 인터넷 이용실태 조사결과를 보면, 20대의 89%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고 특히 여성들의 블로그 이용률은 86.9%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젊은 세대는 개인의 소소한 일상사부터 취미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교환하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소통의 공간으로 만들어 간다. 때문에 20~30대 여성들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란 ‘일기장’과 같은 ‘마음밭 공책’쯤으로 여겨질 수 있을 것 같다.
일례로 싸이월드가 인기있을 때 많은 네티즌들은 ‘뽀샵질’을 한 ‘얼짱 각도’의 이미지성 사진을 자신의 홈에 올리는 데 열광했다. 하지만 소셜네트워크를 이용하면서 ‘생얼’ ‘추리닝 차림’ ‘짬뽕라면 밥상’ 등과 같은 꾸미지 않은 일상의 사진을 올리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또 이런 ‘망가진’ 사진들에 더 많은 공감글이 달린다.
이는 소셜네트워크 매체에 대한 네티즌들의 태도가 ‘보여지는 나’에서 ‘보여주는 나’라는 흐름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뜻한다. 그리고 이 흐름은 많은 사람들과 관계맺기가 이뤄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기능적 특성과는 다르게 그 활용적 측면은 좀더 개인적이고 사적인 공간으로 사용자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자신의 메시지를 더 효과적으로 유포하기 위한 수단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는 ‘특별한 맥락 없이’, ‘의도하지 않은’(물론 상업적 목적을 갖는 경우도 있겠지만) 태도로 그때그때의 생각과 느낌과 감정을 적어 내려간다.
최근 야구 캐스터로서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던 송지선 아나운서의 죽음이 네티즌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그리고 그 사인과 관련해 ‘공인’이 자신의 개인 신상과 관련한 내용을 여과 없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게재해서 초래된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견해가 이 사건을 바라보는 전체의 시각이 되어선 안 될 것 같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있어 공적인 내용의 수위와 사적인 내용의 수위가 어느 정도여야 한다는 기준이 있을 수 있을까. 한 조사결과를 보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이용 때 ‘개방성에 의한 신분 노출’ 우려감이 4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음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이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이번 사건과 관련해 방송인 백지연씨가 “선플이 악플을 이기길”이라고 지적한 것처럼, 사용자의 증가와 함께 우리 사회가 교육적·문화적 차원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사용 예절과 심도있는 의식개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은영 아이앤리서치컨설팅 대표
SNS는 전면유리로 된 집의 거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매체다. 다양한 툴마다 지극히 사적인 내용을 올려놓을 수 있는 기능들이 있다. 그러나 자신의 모든 것을 올리는 공간으로 사용하는 행위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특성을 과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공유·개방·참여’라고 할 때, 팔로어나 친구에게 대놓고 구분하지 않은 글을 올리는 행위는 그것을 퍼뜨려도 좋다는 인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전면이 유리로 된 집의 거실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훤히 다 보이는 공간이다. 자신의 집이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들여다볼 수 있는 거실이라면 행동에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페이스북에 비밀그룹이 있듯,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안에는 자신을 다 드러내도 좋을 가려진 방과 같은 공간이 따로 존재한다.
모든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고 본다. 자유롭게 글을 쓰거나 사진·영상을 올릴 수 있지만, 거기에는 책임도 따른다는 것을 먼저 이해하고 사용할 필요가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연결되고 그들과 생각이나 의견, 관심사 등을 공유함으로써 소통할 수 있지만, 사용자 나름대로 원칙을 정할 필요가 있다. 기업에는 기업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듯이 개인에겐 개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것이다. 예를 들면, 별명을 쓰거나 본인의 사진이 아닌 다른 이미지 사진을 넣은 사람과는 친구 맺기를 하지 않는다든가, 친한 사람들과 사적인 이야기 중심의 관계 형성을 할 때는 커뮤니티 같은 비밀그룹에서 소통한다든가 하는 것이다.
외국인들은 주로 아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사용을 시작하고, 목적에 맞게 사적 교류와 정보 공유 공간을 구분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사용자들은 대부분 유명인이나 자신과 관련되지 않은 사람들과 연결되기를 원한다. 이런 현상은 문화적인 차이로 볼 수도 있지만, 한국의 이런 관계맺기 방식이 소셜에티켓(또는 네티켓)을 지키지 않는 모습을 드러낸다고 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뿐만 아니라 온라인상에서도 예의를 지키는 개인적인 노력들이 우선돼야 한다. 감정을 나타내는 언어에는 긍정적인 언어보다 부정적인 언어가 몇 배 더 많다고 한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사람들은 부정적인 언어에 더 많이 반응하고 그런 언어들이 들어간 글이 쉽게 퍼진다. 구전되는 소문은 살이 붙어 와전되는 경우가 많은데, 글 또한 보는 사람들 나름의 생각이 더해져 확대해석된다. 이런 것을 다 막을 수는 없지만, 글에 오해의 소지가 있는 내용은 나름대로 여과해 올린다면 논쟁거리나 사냥거리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최재용 한국소셜미디어진흥원장
언론의 무차별적 인용 보도가 문제
중동·북아프리카의 민주화 시위에서부터 홍익대 청소노동자를 돕는 시민들의 참여에 이르기까지, 트위터는 사회적 의제들을 제기하고 확산시키며 실천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공간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트위터에 유통되는 내용의 대부분은 극히 개인적인 일상과 감정, 고백들이다. 개방된 공간이자 사적인 공간인 트위터는 실명과 익명, 사회적 발언과 개인적 대화, 독백이 뒤섞여 있는 곳이고 이것이 사람들을 열광시키는 트위터의 매력이기도 하다.
물론 트위터의 혼재적 성격은 블로그나 다른 소셜네트워크서비스들의 특성이기도 하다. 새로운 매체들의 출현으로 형성된 이런 제3의 공간에서는, 하나의 발언을 방식과 통로, 발언자에 따라 공적 발언과 사적 발언으로 나누는 기존의 방식은 더이상 적용하기 힘들게 되었다. ‘공개되었지만 사적인 발언’이라는 특이한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사회는 아직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이 만나는 부분에 대한 전반적인 합의가 미흡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공적 영역의 사유화, 사적 영역의 공유화가 때로는 상당히 부정적인 방식으로 일어나고 상당한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 사이의 애매한 지대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인용에 대해서도 당연히 우리 사회에는 아직 합의된 규칙이 없다. 특히 트위터의 경우 140자의 제한을 가지는 특성상, 많은 이야기들이 앞뒤 문맥에서 잘려나간 채 다른 공간이나 매체에 옮겨질 경우 개인의 사적 발언이 사회적으로 증폭·왜곡되어 상당한 갈등과 발언자에 대한 치명적인 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언론의 보도이다. 언론의 트위터 인용이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지는 현실 속에서, 그냥 원래의 공간에 머물렀으면 문제가 크게 없었을 글이 엄청나게 확대증폭되는 것이다. 맥락에서 떨어져나온 140자의 글은 다른 매체, 특히 공적 영역인 언론에 의해 인용될 경우 내용 자체가 달라지거나 오해의 여지가 생기게 된다. 따라서 트위터를 비롯한 새로운 매체에서의 발언을 인용하거나 다른 매체로 옮길 때는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트위터란 개인 주택의 앞마당과 같은 곳이다. 훤히 들여다볼 수 있어도 어디까지나 사적 공간인 그곳은 집주인이 일군 고유한 생태계이다. 트위터 사용자가 자기소개 등을 통해 스스로 설정해놓은 트위트의 성격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며, 개별 발언의 경우 발화자의 성격, 해당 발언의 앞뒤 맥락까지 세심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인용하는 매체가 달라질 경우 발언자에게 직접 미리 양해를 구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이다.
고은태 중부대 건축디자인학과 교수
http://www.hani.co.kr/arti/opinion/argument/480102.html
http://www.hani.co.kr/arti/opinion/argument/480103.html
http://www.hani.co.kr/arti/opinion/argument/48011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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